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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작가: 일설연우
궁중에 엄격한 조사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에 떨었다.

하루 만에 자신궁에서만 해도 여러 궁녀들이 형자사로 끌려갔다. 황제 곁의 대태감 유사양까지도 형자사의 문을 나들어야 했다.

만수궁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태황태후의 심복들이 모조리 체포되고, 궁인들도 전부 새로운 사람들로 교체되었다. 이런 강력한 조치에 궁인들은 더욱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자녕궁에서는 녕비가 태후와 자리를 함께하고 있었다.

“고모님, 만수궁의 그 늙은이가 드디어 떠나게 되었습니다. 듣자 하니 폐하의 뜻이라, 부름이 없으면 돌아올 수도 없다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옥양산에서 휴양한다고 하지만, 누가 보아도 뻔하죠. 태황태후께서 뭔가 큰 실수를 해서 폐하의 노여움을 산 게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만수궁이 저리 소란스러울 리가 없죠.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잡혀갔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스님은 아니어도 부처님 체면은 봐줬을 텐데…”

“태황태후의 사람들에게까지 손을 대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태후는 이 말을 들으며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후궁이란 곳은 원래가 한 몸이나 다름없어 누구 하나가 망하면 다른 이도 안전할 수 없는 법. 풍수도 돌고 도는 법이니, 태황태후의 오늘이 바로 자신이 태후로서 겪었던 어제가 아니던가.

당시 녕비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황제가 친정에서 돌아와 이 자녕궁에서 크게 진노하지 않았던가.

태후는 녕비에게 조용히 당부했다.

“너는 후궁의 권한만 잘 지키고 있거라. 다른 일에는 끼어들지 마라.”

그러자 녕비의 얼굴에 문득 근심이 스쳤다.

“고모님, 들으셨습니까? 폐하께서... 새 황후를 맞이하실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태후의 눈빛이 순간 변했다. 놀라움과 의심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어디서 들은 헛소문이냐?”

황제는 비빈들조차 대부분 물리치고 마치 속세를 벗어나 승려가 되려하고 있건만.

어찌 새 황후를 들이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녕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고모님,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제가 많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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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군주는 병세가 위중하여, 새벽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봉구안은 말이 많지 않았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소욱에게 계획을 전했다.“염추를 이용해 양연석을 대적하는 일은 동방세 혼자면 충분합니다.”“장미는 곧 혼인을 앞두고 있어, 저는 북방으로 가서 장미의 혼례를 준비할 예정입니다.”“그전에 천지설산에 잠시 들를 생각입니다.”천지설산은 험난하기로 유명한 곳이었기에, 소욱은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짐이 이미 사람을 보내 약재를 가져오도록 했다…”봉구안은 능숙한 태도로 그를 설득하며 말했다.“천지설산은 제가 이전에 올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세상 사람들은 위험하다 하지만, 사실 길이 어렵지 않습니다.”“그저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눈보라에 갇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뿐입니다.”“제 체력이 어떤지는 폐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그 체력이라는 말에, 소욱은 잠시 딴생각이 스쳤다.하지만 지금은 생사가 걸린 중대한 일이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봉구안은 즉시 허리에 검을 차고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폐하,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소욱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따라 일어나 그녀의 팔을 잡았다.“잠깐 기다려라. 어찌 널 그 위험한 곳에 보낼 수 있겠느냐.”“절대 그럴 순 없다…”봉구안은 그를 돌아보며 굳건한 눈빛을 보냈다.“폐하께서 제게 언제나 믿음을 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소욱의 눈매가 살짝 차가워졌다.“그건 다르다.”그들은 이제 곧 혼인을 앞두고 있었고, 그는 그녀가 어떤 위험도 겪는 것을 원치 않았다.봉구안은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내며,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폐하께서 보내신 사람들이 과연 확실히 자욱화를 구해올 수 있다고 보십니까?”“폐하, 말씀은 안 하셔도, 소군주에 대한 죄책감을 제가 모를 리 없습니다.마치 제가 장미를 위해 죄책감을 느꼈던 것처럼요. 제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해 교먹이 그만 장미를 해치고 말았습니다.”“폐하께서 지금 느끼시는 마음을 제가 깊이 이해합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9화

    서왕은 오늘 모용란과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임했다.그는 그녀가 정신이 나간 채로 자신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대로 가다가는 자신이 먼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다.“폐하, 마마를 궁 밖으로 데리고 나간 것은 신입니다!”“처음 마마께서 공주마마를 해쳤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마마의 폐하에 대한 집착이 이미 광기의 수준에 이르렀음을 깨달았습니다.”“마마가 분명 폐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을 해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찌됐든 이를 막아야 했습니다.”“우리 삼형제의 오래된 정을 생각하고, 의원이 그저 정신 질환이 있을 뿐이며 치료하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기에…”“저는 마마를 제 저택에 감금한 후 매일 의원을 불러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경계를 풀었지만, 결국 제가 외출한 틈을 타 의원을 유혹해 자신의 족쇄를 풀게 했고, 의원과 호위병들을 다치게 한 후 도망쳤습니다.”서왕의 설명을 들은 소욱은 비로소 진실을 깨달았다.그는 서왕이 이렇게 큰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그러나 모용란이 저지른 끔찍한 짓을 생각하면, 서왕의 행동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소욱은 모용란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그녀가 소아에게 저지른 일이 얼마나 잔인한지!모용란은 그의 눈에 비친 살기를 감지하고, 눈물로 호소하기 시작했다.“폐하! 저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합니다!”“어찌 서왕과 복령의 말만 믿으십니까?”“제가 폐하께 얼마나 마음을 다했는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폐하, 제발 믿어주세요… 전 정말 그런 적 없습니다!”소욱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낯설다는 생각만이 들었다.예전에 정의롭고 올곧던 소녀는 어디로 가고, 이렇게 잔혹하고 냉혈한 인물만 남아 있는가?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그는 스스로 판단할 것이었다.더구나, 차라리 잘못된 사람을 처벌하는 한이 있더라도 죄인을 놓쳐선 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8화

    쾅!그날 밤, 관군들이 모용란의 저택을 포위하고 대문을 부수며 들이닥쳤다.그 시각 모용란은 막 쉬려던 참이라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채 소리쳤다.“감히 민가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어디서 이런 짓을!”그러나 관군은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말을 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가마에 실었다.그렇게 그녀는 황궁으로 압송되어 어전 안으로 끌려갔다.어전 안에는 서왕도 있었다.모용란은 손이 뒤로 묶인 채 강제로 무릎을 꿇게 되었고,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은 두려움과 억울함으로 가득했다.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황제를 바라보며 말했다.“폐하…”황제 소욱은 책상 뒤에 앉아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마치 살신이라도 내려앉은 듯한 모습이었다.“모용란, 소군주를 사사로운 복수에 끌어들인 것이 바로 너였느냐?”모용란은 즉각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닙니다! 제가 어찌 그런 일을! 폐하, 오해십니다. 저는 줄곧 저택 안에 머물러 있었습니다…”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서왕이 그녀를 뚫어지게 보며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마마, 이제 그만 죄를 인정하십시오.”모용란은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저 자가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폐하, 저는 소군주에게 해를 끼친 적이 없습니다!”그녀의 시선은 서왕에게 고정되었지만, 서왕은 그녀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혹시 제가 모든 증거들을 다 없애버렸을 거라 생각하셨습니까?”“그리도 저를 믿으셨습니까?”순간 모용란의 가슴이 답답해졌다.서왕은 소욱을 향해 몸을 돌리며 단호하게 말했다.“폐하, 영비마마는 실로 독한 심보를 가졌습니다. 폐하께서 소아를 지나치게 사랑하심을 질투하여 사람을 사주하여…”“전하! 지금 저를 모함하려 하는 것입니까!”모용란은 더 이상 얌전하게 굴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서왕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소욱은 그녀의 날뛰는 모습을 가만히 보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진한길에게 명령했다.“저 입을 막아라!”“예!”관군이 다시 한 번 그녀의 입을 틀어막자, 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7화

    오후, 봉구안 일행은 북쪽으로 길을 떠났다.염추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가는 길에 동방세가 날짜를 헤아리며 말했다."염추를 당장 죽이지 않는다면, 내가 혼자 그 자를 만나 양연삭을 없앨 큰 계책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오.""그대의 여동생이 11월에 시집을 간다던데, 지금이 벌써 10월 말이니 그대는 북방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하오?"봉구안의 여동생 장미의 혼례는 11월 말로 예정되어 있었고,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봉구안은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동방세의 말대로, 염추의 일은 굳이 자신이 함께 가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그때, 어둠 속을 자유롭게 오가는 은육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봉구안에게 상기시켰다."마마, 폐하께서 먼저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마마의 혼례복도 서둘러 제작 중이니, 황성으로 돌아가 치수를 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동방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웃음을 지었다."소환, 참으로 바쁘구려. 한쪽은 북쪽이고, 한쪽은 남쪽이라니, 이제 선택은 그대 몫이오."봉구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우선 북쪽으로 가겠소."이것은 장미의 대혼례 때문이기도 했고, 또한 완부옥 일행이 북연에서 양연삭의 행방을 조사 중이었기 때문이었다.그들과 빠르게 합류하려면 북방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었다.혼례복의 치수라면, 자신이 직접 잴 수도 있고, 치수를 적어 소욱에게 전달하면 될 일이었다. 꼭 황성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동방세는 그녀의 대의를 중시하는 결단에 감탄하며 말했다."소환, 그대의 혼례는 바쁜 와중에 겨우 짬을 내어 치르는 듯하구려.""폐하께서 그대의 이런 모습을 어떻게 참는지 모르겠소."봉구안은 말 위로 올라타며 담담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양연삭을 죽이고 나서야 마음 편히 혼례를 치를 수 있소.""그렇지 않으면, 대혼례조차 평온하지 않을 것이오."지금의 양연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 같았다.그러나 계획은 언제나 변수를 만나기 마련이었다.그날 밤, 은육이 다급하게 봉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6화

    동방세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에 평정과 함께 엄숙함이 깃들었다.“소환, 나는 동의할 수 없소.”“알고 있소. 자네가 양연삭을 찾고 싶은 마음이 급하다는 것을 말이오. 하지만 자네는 자네의 동료들을 믿어야 하오. 범진과 그들이 지금 북연에서 양연삭의 흔적을 찾고 있지 않소? 염추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아니오.”“단지 양연삭을 끌어내기 위해 염추의 마공이 점점 더 강해지게 놔둔다면, 결국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클 것이오.”그는 말을 멈추고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에는 억제된 분노가 깃들어 있었다.“더군다나, 그녀의 목숨을 살려둔다면, 그녀에게 참혹하게 희생당한 무림맹 동료들을 볼 면목이 있겠소? 우리가 그녀를 여기까지 쫓아온 이유는 다름 아닌 그녀를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었소?”봉구안은 그의 말을 다 들은 뒤,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죽은 사람들이오.”“염추의 만간성법은 이미 2단계에 돌입하였소. 앞으로는 더 이상 사람을 붙잡아 수련할 필요가 없소.”동방세는 그녀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늦지 않았소. 염추를 죽이기만 한다면 늦었다고 말할 수 없소.”봉구안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진정하시오.내가 염추를 죽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아니오.”“다만, 잠시 그녀를 남겨둬야 하오. 지금 그녀를 죽인다 한들, 이미 희생된 사람들을 되살릴 수는 없소.”“그녀를 죽이기 전에, 그녀가 가진 모든 가치를 다 쓰는 것이 왜 나쁘겠소?”동방세는 잠시 평정을 되찾고 물었다.“자네는 어떻게 하려는 것이오?”봉구안은 가늘고 깊은 눈빛으로 대답했다.“염추는 자신의 출생을 모르오. 그녀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양연삭을 죽이고자 하오.”“지금 자네와 내가 힘을 합친다 해도, 양연삭을 이길 수 없소. 그렇다면, 염추를 끌어들여 함께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소?”동방세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자네는 그들 부녀가 서로를 죽이게 하려는 것이오? 소환, 자넨 정말 독하구려.”봉구안은 이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5화

    동방세는 한밤중에 불려나와 피곤한 얼굴로 물었다.“소환, 대체 무슨 큰일이 있어서 날 깨운 것이오?”봉구안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힘껏 흔들며 말했다.“들으시오! 염추가 양연삭의 사생아였소!”이 말을 들은 동방세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염추가 양연삭의 딸이라 하였소? 그러면 염 부인이… 양연삭과 그런 관계를 가졌단 말이오?”그는 놀라며 어이가 없다는 듯 덧붙였다.“염 부인은 그리도 온순하고 현숙한 사람 같았는데, 그런 짓을 하였을 줄이야.”“소환, 대체 무슨 일이오? 어찌 된 일인지 말해 주시오.”동방세는 더 이상 졸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봉구안이 차분히 말했다.“염 부인은 염추가 만간성법을 수련하며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가 더는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막아야겠다고 결심하였소. 더구나 염추와 연락할 방법이 있다 하니, 우리 내일 즉시 떠나야 하오.”동방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소환, 혹시 염 부인이 일부러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오? 염추와 이미 손을 잡고 우리를 덫에 빠뜨리려는 것이라면?”봉구안은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며 담담히 대답하였다.“처음에는 나 또한 그리 생각하였소.”“하지만 염추의 출생 비밀을 굳이 드러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오.”“부인이 우리를 해치고자 하였다면 말이오.”봉구안은 염 부인과 양연삭 사이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당시 염 부인은 정신이 혼미했던 양연삭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그 일 이후, 그녀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릴 수 없었다.그녀의 남편은 양연삭에게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었으니,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교주의 명예를 위해 아내를 죽였을 수도 있을 터였다.혹은 남편이 그녀를 죽이지 않더라도, 부부 사이에 금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기에, 염 부인은 그 끔찍한 일을 홀로 간직하며 살아왔다.그녀는 결국 아이를 임신했고, 열 달 뒤 딸 염추를 낳았다.그 후, 천룡회에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삶을 살면서 도망칠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4화

    서왕은 눈앞에 서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온화함도, 평온함도 남아 있지 않았다.“모용란, 너는 정말 구제불능이구나!”그는 즉시 몸을 돌려 그녀에게 등을 보였다. 그녀를 더 이상 바라보기도 싫은 듯했다.모용란은 속옷만 걸친 채 서왕에게 다가가 그를 껴안았다. 그러나 서왕은 강하게 반응하며 그녀의 손길을 거칠게 뿌리쳤다.“물러나거라! 날 건드리지 마라!”모용란은 그의 등을 바라보며 킥킥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전하께서 절 가두고 뭐라고 하셨죠? 병을 고쳐서 정상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병을 숨기지 말고 치료받으라고?”“그런데 오늘 제가 전하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하니, 왜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서왕은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모용란은 그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그의 앞쪽으로 돌아섰다.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왜 저를 돕지 않는 거죠?”“설마, 전하께서는 절 내쫓아 폐하의 곁에 전하만 남기고 싶었던 건가요?”서왕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나는 너와 달라.”그녀는 이미 미쳐 있었다.“모용란, 네가 예전에 소아에게 저지른 일만으로도 몇 번은 죽고도 남았을 거야. 내가 너를 용서한 것은 오직 우리가 어릴 적 함께했던 정 때문이었어.”모용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가슴에 몸을 기대었다.“그래요. 저도 알아요, 전하께서는 어릴 때부터 옛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죠.”“저희 셋은 영원히 함께해야 하잖아요.”“그 외 사람들은 저희 관계에 끼어들어서는 안 되는 거고요.”“그러니까… 저를 도와줄래요?”“폐하의 곁에 제가 없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서왕은 냉정하게 그녀를 밀쳐냈다. 그러나 그녀의 어깨에 닿은 피부 감촉에 불쾌감이 밀려왔다.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반박했다.“황제 폐하를 떠나지 못하는 건 너야.”“모용란, 돌아가서 네 진심을 잘 생각해보도록 해.”“지금 폐하께서는 이미 너에게 기회를 주셨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 않겠니?”짝!모

  • 폭군의 장군 황후   제703화

    염추는 옆 동굴에서 수련 중이었다.만간성법은 벌써 2단계에 이르렀고,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순조로웠다.보아하니, 이 만간성법은 확실히 여성의 음성 체질에 더 잘 맞는 듯했다.“양연삭보다 더 빠르게 익힐 수 있을 거야!”염추는 내심 자신했다.대성공을 거두기만 하면, 그녀는 곧 강호 제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때가 되면, 강호의 모든 이들이 그녀의 명령을 따르게 될 것이고, 소환이나 동방세 같은 존재들조차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염추의 눈빛에는 야심이 가득 차 있었고,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그녀가 가장 먼저 제거하고 싶은 이는 바로 양연삭이었다.“그 놈이 하루라도 살아 있는 한, 난 숨어서 수련을 계속해야 해.”그러나 그녀는 양연삭이 이미 북연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북연황궁.양연삭은 북연의 국사의 추천으로 마침내 연황을 만날 수 있었다.그는 눈 위에 흰 천을 두르고 있었고, 관자놀이 근처에는 새치가 드리워져 있었다.높은 왕좌에 앉은 연황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남제에서 왔다고?”양연삭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본래 진 나라의 사람입니다. 남제가 제 나라를 침탈하여, 이 지경까지 저를 몰아넣었습니다.”연황은 그를 만나기 전, 이미 사람을 보내 그의 배경을 알아보게 했다.이 사람은 천룡회의 교주로, 과거 천룡회를 이끌고 남제 황궁을 공격했던 자였다. 그러나 그 작전은 대패로 끝났고, 지금은 남제가 그에게 체포령을 내린 상태였다.“어떻게든 나를 만나겠다고 하더니, 무슨 꿍꿍이냐.”연황의 목소리는 냉소적이었다.양연삭은 공손히 답했다.“폐하께 간청드릴 일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남제를 멸하는 데 힘을 보태 주시기를 바랍니다.”연황은 그 말에 비웃음을 지었다.“뭐? 도와달라고?”연태자가 삼십만 대군을 잃은 일이 아직도 각국에서 화자되고 있었다.연황은 그 사건을 용서했지만, 양연삭의 요청은 지나치게 뻔뻔하게 들렸다.연황의 모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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