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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2화

작가: 고나름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19 19:00:12
부하들은 전전긍긍하며 말했다.

“지금 두 사람은 이미 국경 너머로 도망갔고 이렇게 많은 네티즌들이 그들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속 추적해야 할까요?”

원칙대로라면 이 상황에서 그들은 손을 떼고 더 이상 움직이지 말아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정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부인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유월영과 연재준은 지금 옆에 경호원들도 없어 가장 약하고 취약한 순간이었다.

“예전에는 그들에게 손을 대고 싶어도 기회가 없었다고...”

게다가 엘리자베스 부인은 방금 유월영이 또 다른 정체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유월영의 정체가 정말로 자신이 알고 있는 그것이라면 엘리자베스 부인은 절대로 그녀가 레온 가문으로 돌아가게 놔둘 수 없었다.

과거 다니엘 부인이 남긴 유언 대로라면, 유월영은 그 신분으로 돌아간 후 막대한 지분을 바로 얻게 되고 현시우는 세력은 더욱 강력해져 가주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오성민 역시 연재준이 죽기를 바랬으며 이것이 그들이 협력한 조건 중 하나였다.

만약 두 가지 일이 모두 실패하고 유월영과 연재준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건 오히려 오성민과 자신이었다.

“유월영과 연재준은 이번에 반드시 죽어야 해.”

“반드시 죽어야 된다고!”

엘리자베스 부인은 결정을 내렸다.

“계속 따라가.”

부하는 다시 설득하려고 했다.

“사모님, 만약 정체가 탄로 난다면...”

엘리자베스 부인은 유리잔을 집어 던지며 말했다.

“조금 조심스럽게 할 수는 없는 거야? 내가 네놈들을 얼마나 오래 데리고 있었는데! 고작 두 사람을 죽이는 방법까지 가르쳐야 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처리해!”

부하는 겁에 질린 채로 황급히 알겠다고 대답하며 방을 빠져나갔다!

엘리자베스 부인은 책상의 가장자리를 양손으로 받치고 컴퓨터 화면 속의 유월영과 연재준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유월영이 죽고 나면 그다음은 크로노스의 차례야.”

“난 반드시 레온 가문의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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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는 대담한 사람이 배불리 먹고 소심한 사람은 굶어 죽기 십상이었다. 만약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면 한바탕 두들겨 맞은 후 거액의 벌금과 함께 본국으로 추방될 게 뻔했다.이런 일은 브로커도 전에 겪어 봤었기에 다시 겪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유월영의 제안에 그는 별로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까짓것! 도망가지!”연재준이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아까 말한 계획은 마음에 안 드는 거야?”경찰과 몸값을 잘 협상하면 잠시 경찰서에 남아 있다가 하정은이 그들을 데리러 오면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하지만 유월영이 말렸다.“우선 여기서 도망쳐보고 실패하면 다시 연 대표님의 계획을 쓰죠.”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렸다.“굳이 그럴 필요 있어?”연재준의 눈에는 쓸데없는 짓이었지만 유월영이 입꼬리를 올렸다.“재미있잖아요.” 비록 작은 국경 마을이었지만 인구는 적지 않았고 앞쪽 모퉁이에서 차가 막히기까지 하여 경찰차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유월영이 밀입국 브로커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브로커가 갑자기 폭발하듯 경찰차 뒷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경찰들은 자주 이런 불법 입국자들을 잡아야 했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별로 경계하지 않았다.밀입국자들이 감히 탈출할 거라 생각하지 않아 경비는 매우 허술했고 심지어 수갑조차 채우지 않았다.브로커는 차 문을 발로 찬 후 모두에게 외쳤다.“빨리 도망가!”모두가 1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이내 알아채고 경찰차에서 뛰어내렸다!앞쪽에서 운전하던 경찰은 사람들이 다 도망간 후에야 반응하여 급히 차에서 내려 큰 소리로 외쳤다.“거기 서! 서라고!”물론 아무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모두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고 경찰들도 인원이 부족하여 무전기로 사람을 부르며 도망치는 이들을 쫓기 시작했다.번화가에서 벌어진 이 추격전은 금방 혼란을 초래했고 한순간 사람들이 서로 엉키며 혼란에 빠졌다.성격이 급한 경찰이 경고로 공중에 총을 쏴 올렸고 현지 주민들도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지만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10화

    “갈 거야 말 거야?”밀입국 브로커가 어눌한 한국말로 물었다.유월영은 그를 한 번 힐끗 보고 말했다.“얼마야?”상대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더니 두 번 흔들었다.유월영이 물었다.“20만 원?”브로커가 고개를 끄덕였다.“20만원, 한 사람당.”연재준이 막 동의하려 하자 유월영이 먼저 말했다.“20만원에 두 사람.”브로커가 흥정하며 말했다.“30만원, 두 사람.”“25만원 두 사람, 아니면 우리끼리 갈 거야.”브로커가 입술을 핥으며 손으로 OK 사인을 보내자 그제야 유월영은 몸을 돌려 돈을 세어 그에게 건넸다.돈을 받은 브로커는 그들에게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둘은 뒤를 따라가며 연재준이 물었다. “왜 그렇게 흥정한 거야?”브로커가 한국말을 잘 알지 못해서 그들은 신경 쓰지 않고 서로 대화할 수 있었다.유월영이 찡그리며 말했다.“정말 몰라서 물어요? 밖에서 돈이 많은 티를 내면 눈에 띈다고요.”연재준이 미소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유 비서, 당신 없으면 어쩔뻔했겠어?”국경선은 철조망 하나로 구분되어 있었고 부근에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브로커는 그들을 데리고 풀숲에 숨었다가 국경 경찰이 교대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이때를 틈타, 그는 바로 뛰어 들어가 이미 손상된 철조망 부분을 벌리고 그들을 부르며 말했다.“빨리 뛰어! 빨리!”유월영은 그의 말대로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을 움직였지만 머리로는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이게 다야? 무작정 뚫고 가는 거야?”그녀는 순간 아까 준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거라면 그 브로커가 필요도 없고 그냥 연재준과 둘이서도 갈 수 있었다. 비밀 통로도 없고 왜 돈을 줬을까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연재준은 그녀를 잡아끌며 웃음을 참고 말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농담 안 봤어? 브로커가 돈 받고 알려준‘비밀 통로’라는 게, 사실 줄을 새치기하게 해 주는 거래. 그리고 고객이 새치기해서 들어가면 그가 남아서 뒤에 사람들과 대신 싸워주는 거야. 지극히 간단한 방법이지.”“.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9화

    “...그래서 내가 쪽지를 남겨두었잖아요?”유월영은 연재준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놈들은 따돌렸고 나도 괜찮아요...수액은 다 맞았어요?”“응.”연재준은 대답하면서도 시선은 유월영에게 고정되어 한순간도 떼지 않았다.마치 한눈을 팔면 그녀가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유월영은 모자를 눌러쓰며 말했다.“국경으로 가는 방법도 알아냈어요. 여기서 ‘시골 버스’라는 게 있는데 신분 확인 없이 바로 탑승해서 돈만 내면 된대요. 그걸 타고 국경선까지 가면 여기를 뜰 수 있어요.”“어디서 타면 돼?”“이런 번화가에서는 아닐 테고...가시죠.”유월영은 이미 길을 다 물어놓았다.이런 버스를 타고 국경선까지 가려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불법 입국자들이었다.사람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이해한 채 차에 올라 요금을 지불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서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차 안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통점이라면 모두 옷이 더럽고 얼굴에도 먼지가 잔뜩 묻은 채 짐 가방을 멘 가난한 막노동자들은 듯했다.별안간 한 남자가 자신은 깡패 두목이라며 하루에 몇 명까지 죽여봤는지 떠벌리고 있었다.유월영과 연재준은 눈길을 주지 않은 채 그저 흘려듣고 넘겼다.여기서 국경선까지는 몇 시간이 걸렸고 차는 도중에 거의 멈추지 않았다. 결국 앞에 남자는 참지 못하고 그냥 생수병을 사용했다.유월영은 불편한 듯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조금 구역질이 났다.그러자 문득, 따뜻한 손이 그녀의 두 귀를 살며시 막아주었다.유월영은 순간 당황하여 연재준을 쳐다보았다.연재준은 몸을 살짝 돌려 그녀의 시야를 가리며 창밖을 계속 바라보라는 신호를 보냈고 유월영은 입을 다물고 밖을 내다보았다.잠시 후, 연재준은 그녀의 귀에서 손을 떼고 머리카락을 정돈해 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정말 초라하네요, 우리 재벌 집 아가씨가.”유월영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나도 재벌 집 아가씨로 산 건 얼마 안 됐어요. 연 대표님이야말로 정말 초라한 모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8화

    유월영에게 교복 외투를 덮어준 사람도 연재준이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봤지만 결국 그를 잊어버렸다.유월영은 시선을 돌리며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왜 자꾸만 떠오르는 거지?”“이제 와서 기억이 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이미 너무 늦었다.유월영은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놈들이 너무 늦게 쫓아오는 것 같아 이상한 생각이 들던 찰나, 1층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나타나 간호사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간호사는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고 그들은 병실을 하나씩 찾아다니기 시작했다.유월영은 연재준의 수액 병을 확인했다. 아직 절반이나 남아 있었다.그녀는 그를 깨우지 않고 메모 하나를 남긴 뒤 혼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유럽에서는 보통 가정 의사한테 예약을 먼저 하므로 병원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은 3층까지 올라오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불어로 외쳤다.“이봐! 바보들!”그들이 곧바로 고개를 돌리자 유월영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남자는 바로 사진을 확인하며 말했다.“맞아! 저 여자야!”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오자 유월영은 돌아서 도망쳤다.순식간에 병원에서 한차례의 추격전이 벌어졌다.한편 연재준은 사실 잠들어 있던 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어느 순간 연재준은 손을 움찔하더니 이내 눈을 번쩍 떴다.그때는 이미 사건이 발생한 지 40분이 지난 후였고 간호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결국 총까지 쏘다니! 병원 전체가 엉망이 됐고 아직도 정리가 안 됐대요.”“그러게요. 무슨 사람들이 그렇게 무서워요? 그 한국 여성분을 잡으려고 한 거라던데?”“아마도 갱단이겠죠...”연재준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유월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수액을 맞고 나서 원래 돌아왔던 안색은 그 순간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렸다.그는 급히 주삿바늘을 빼려고 하다 손등에 붙은 메모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7화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유월영은 숨을 쉬기조차 어려워졌다.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오늘에도 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의지 덕분이었다.유월영은 급히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몇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그리고 일어나 자판기에서 찬물을 받아 들고 목을 축였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서 그녀는 조금씩 차분해졌다.“아니야...”“내가 살아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어.”그녀를 죽인 것도, 사체를 버리라고 지시한 것도 연재준이었다. 그러니 그는 세상에서 가장 확신을 가지고 그녀가 죽었다고 믿는 사람이었어야 했다.이 사진들이 몰래 찍힌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연재준이 직접 찍었다는 증거도 없었다.아마 레온 가문 사람들이 찍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들은 유월영이 “고민서"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순간부터 그녀를 감시해 온 건 분명했고 그녀의 약점을 잡으려 했을지도 모른다.연재준이 사진들을 갖고 있는 건 그녀가 나타난 후에 그것들을 수집했기 때문일 것이다.“분명히 그렇게 된 걸 거야.”이 합리적인 이유를 찾은 후 유월영은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그녀는 숨을 내쉬며 무심코 사진을 뒤로 넘겼다. 전부 그녀의 일상 사진으로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하지만 사진을 넘기다 보니 마지막 사진들만은 앞의 사진들과는 전혀 달랐다.유월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그 사진들은 오래전에 그녀가 고등학교 축제에서 춤추던 모습임을 알아차렸다.흐릿한 화질은 딱 봐도 십여 년 전 폴드폰으로 찍힌 것이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옷과 장소가 아니었다면 유월영 자신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이 사진은 아마도 그가 직접 찍은 것일 터였다.유월영은 폴더를 끄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연재준의 잠이 든 얼굴을 바라보다가 문득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현시우는 수능도 치르지 않고 유학을 떠났다.유월영이 그에게 가장 의지할 때 그는 갑자기 떠나버렸고 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6화

    유월영이 돈을 찾고 돌아오자 연재준도 마침 진료실에서 나왔다.그가 말했다.“됐어, 이제 가자.”유월영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 끝났어요?”연재준이 대답했다.“주사를 오래 맞으면 지체될 것 같아서, 의사에게 약을 받았어.”“약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유월영은 그의 팔을 잡아 의사 사무실로 다시 끌고 들어가며 불어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이 사람한테 수액을 처방해 주세요.”연재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가씨,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안 돼. 그놈들이 언제 따라올지 몰라. 매번 운이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유월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길에서 자꾸 피를 토하고 쓰러지면 오히려 더 지체돼요. 차라리 지금 끝내는 게 나아요. 의사 선생님, 수액 부탁드립니다.”연재준은 간호사의 안내로 의자에 앉았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무언가 떠올라 기분이 좋아졌다.“당신, 정말 날 걱정해 주는구나.”“당연하죠.”연재준의 눈에 살짝 빛이 들었다.유월영이 냉정하게 말했다.“나를 구하려다가 이렇게 된 거니까요. 내가 그 정도로 시비를 못 가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한테 빚을 져도 당신한텐 빚을 안 져요.”“그런데 내가 당신에게 진 빚을 생각하면 당신이 백 번 나를 버려도 전혀 과하지 않지.”가슴이 저리는 듯한 느낌에 유월영은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예전의 연재준의 두 눈에는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어 그의 감정 변화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는 결코 누구한테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었다.병원 밖은 환한 봄날이었고 그의 얼굴도 햇빛 아래 선명히 드러났다. 그의 눈에는 깊은 사랑이 깃들어 있어 유월영의 가슴이 두근거렸다.의사가 약을 준비하고 간호사가 수액을 놓기 위해 다가오자 유월영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저...혹시 핸드폰 충전 케이블이 있나요? 제 핸드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서요.”간호사는 있다고 말하며 연재준에게 수액을 놔주고 충전 케이블을 가져다주었다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5화

    연재준은 재빨리 손을 빼고 강가로 가서 깨끗이 씻었다.손바닥의 핏자국은 강물에 씻기자마자 바로 사라졌다.유월영은 연재준의 뒤로 다가가 기침을 참으며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는 뒷모습을 보았다.연재준은 지난번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수척해진 듯했다.3월 말이라 날씨는 이미 따뜻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다. 코트를 벗으니 검은색 스웨터 위로 등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유월영은 그의 건강 상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폐에 있는 그 종양은 3년 넘게 있었지만 그간 수술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말에 상태가 더 나빠져 이제는 수술이 가능해졌지만 그는 여전히 수술을 받지 않고 있었다.연재준과 같은 이기적인 사람이 여태까지 수술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월영은 그의 상태가 아직 별로 심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의 상태를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유월영이 물었다.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 한 거예요?”연재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그냥 너무 빨리 뛰어서 그래...내가 건강이 뭐가 어때서? 아까 1대 3으로 싸우는 걸 당신도 봤잖아? 제발 나 좀 그만 저주해.”유월영은 그의 창백한 입술을 몇 초 동안 응시하다가 단호하게 말했다.“병원에 가요.”“지금? 지금은 빨리 귀국하는 게 우선이야. 다른 건 귀국하고 나서 얘기해.”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이러다가 연 대표님 유골을 들고 귀국하게 생겼다고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요.”그녀는 이미 결심을 굳혔고 당장 병원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곳은 외진 시골이라 표지판도 없었다.유월영이 물었다. “핸드폰 가져왔어요?”연재준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핸드폰을 건넸다.“비밀번호는 당신 생일이야.”유월영은 그를 한 번 쳐다보며 핸드폰을 켰다. 배터리는 20% 이하였고 유월영은 이내 절전 모드로 설정한 후 지도 앱을 열어 가장 가까운 병원을 검색했다.병원까지 8킬로미터.교통수단이 없어 걸어가야 했고 두 사람 모두 “노약자” 상태라 한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804화

    연재준의 무릎에 누워있던 유월영이 일어나려 했지만 연재준은 그녀를 눌러 앉히며 고개를 저었다.앞뒤 좌석 사이에 차단 판이 올라가 있었고 방금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소곤거리듯 작게 말해서 앞좌석에서 들을 수 없었다.그러나 연재준은 조수석에 앉은 경호원이 차 문 옆에 있는 백미러로 그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그래서 연재준이 입을 열면 주목을 받기 쉬웠으나 유월영이 계속 누워 있으면 보이지 않을 터였다.이번에 연재준은 신주시에서 너무 급하게 출발하는 바람에 데려온 경호원들은 평소에 믿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라 임시로 데려온 사람들이었다.그의 심복인 하정은과 조형욱은 신주시에 남아 현시우를 감시하고 있었고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해성 그룹을 안정시키고 있었다.준비가 충분하지 않으면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었으며 현재 상황은 그들에게 매우 불리했다.경호원 네 명 모두가 매수되었을 가능성이 높았고 유월영의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연재준은 그들과 싸우는 한편 그녀를 신경 써야 했다.정면으로 맞서기에는 거의 승산이 없었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면 탈출 확률은 훨씬 더 낮아지고 반대로 도중에 탈출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판단된 연재준은 가만히 유월영의 몸을 흔들었다.그리고 주먹을 꼭진 유월영의 손을 펼쳐 깍지 끼고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당신과 현시우.]유월영은 눈빛을 반짝이며 그의 뜻을 바로 알아챘다. 그는 마지막으로 유월영에게 모든 게 현시우와의 연기하는 게 아는지 확인하고 있었다.유월영이 짧게 대답했다.“우린 도망쳐야 해요.”연재준은 이해하고 다시 글자를 썼다.[멀미.]이 길은 비포장도로로 울퉁불퉁했기 때문에 차가 덜컹거리며 흔들렸다.유월영은 갑자기 연재준의 무릎에서 일어나 입과 코를 가리고 앞에 있는 차단 판을 세게 두드렸다.“차를 빨리 세워주세요. 토할 것 같아요!”운전자는 망설이며 말했다.“하지만...레온 그룹 사람들이 언제든 따라올 수 있어서 여기서 멈추는 건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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