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분노와 수치심이 함께 폭발한 채 손을 휘둘렀고 연재준의 뺨에 얕은 할퀸 자국을 남겼다.연재준은 그녀의 가슴에서 고개를 들었고 눈가는 욕망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는 잠시 유월영을 바라보다가 곧 알아챈 듯 입을 열었다.“오늘 우리가 같이 먹은 건 술뿐이야. 그 술은 신현우가 준비한 거고.”신현우는 최근에 두 사람을 화해하게 하고 싶어 했으니 그가 약을 타서 두 사람을 하룻밤을 보내게 했을 가능성이 짙어 보였다.하지만 유월영은 여전히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더 의심스러웠다.“신 대표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예요!”그는 그런 짓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그럼 나는 그럴 사람인가?”연재준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내가 당신을 화나게 할까 봐 얼마나 눈치를 보는지 당신도 알잖아.”“...”두 사람의 몸은 아직도 밀착되어 있었고 서로의 체온과 사소한 몸의 변화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몽롱한 상태에서는 괜찮았지만 이제 정신이 든 유월영은 어색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이 3년 동안 그녀는 관계를 가진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몸의 기억이 깨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것도 유일하게 그녀와 육체적 관계를 가졌던 남자에 의해 깨어났으니 약 효과가 거의 사라졌어도 그녀는 참기 어려웠다.더군다나 그의 입술과 혀는 방끔까지도...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떨어져요!”연재준은 이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그는 유혹적이고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로 계속하지 않을 거야? 나를 원하지 않아?”유월영은 잠시 유혹에 빠졌다.그리고 상대의 마음이 흔들린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이 남자의 특기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본 그는 바로 유월영의 살갗에 입술을 가져갔다.유월영의 온몸은 불타오르는 것 같았고 연재준은 흐느끼는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내가 깊이 안 할게...계속하자, 괜찮지?”‘당연히 안 괜찮지!’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성추행으로 감옥에 가고 싶다면 그렇게 해요.”연재준은 그
유월영은 그에게 다가가지 않고 문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연재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가정 의사에게 말했다.“의사 선생님, 저쪽도 봐주세요.”가정 의사는 상황을 이해하고 유월영에게 다가가 말했다.“아가씨, 손을 내밀어 주세요.”유월영은 손목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의사가 맥을 짚는 동안 유월영은 생각에 잠겼다.‘오늘 밤 있었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이 알아서는 안 돼. 특히 시우 씨가 알면 안 되는데...’연재준은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멀리서 덤덤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 가정 의사는 비밀을 잘 지켜. 당신 약혼자의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거야.”그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비꼼에 유월영은 대꾸했다.“그렇게 해주신다면 다행이네요. 시우 씨랑 저, 곧 결혼할 거니까요.”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두고 볼 것 같아?”유월영이 그를 쳐다보았다. 연재준의 차가운 얼굴에는 강렬한 공격성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유월영은 더 이상 그의 말에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의사가 맥을 다 짚은 후 유월영이 물었다.“누가 약을 탄 건지 알아냈어요?”연재준이 멈칫하며 대답했다.“아직 조사 중이야.”사실 아까 욕조에서 몸을 담그면서 유월영은 생각해 낸 게 있었다. 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연 대표님의 사촌 여동생이 범인이에요. 이런 짓한 게 이번 처음도 아니고요.”예전에도 강수영은 그들이 화해하도록 도와준다고 유월영을 작은 숲으로 유인해 연재준이 그녀를 구하도록 했던 적이 있었다.강수영은 이런 식의 수작을 즐겼다.사실 연재준도 이미 이 사실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수영이 아직 어리니까 당신이 너무 뭐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유월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강수영이 신 대표의 집안에서 이런 짓을 벌였는데 과연 신 대표가 모르고 있었을까요?”정말로 누구에게 따져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가정 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가씨, 다
조용한 방안에 오직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유월영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바쁜 척했지만 사실 몇 개의 앱을 오가며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메일함을 열어보았지만 이미 전날까지 모든 메일을 처리했기에 새로운 메일은 없었고 메일함은 텅 비어 있었다.유월영은 조서희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2시 반이었다. 직장인이니 그녀는 분명히 자고 있을 터였다.할 일이 없으니 유월영의 기분은 점점 초조해졌고 괜히 하정은을 탓하고 싶어졌다. 평소에 하정은은 분명 일을 빠릿빠릿하게 처리했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늦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때 연재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답답하면 서재에서 책 한 권 꺼내 보는 건 어때? 밖에 비가 와서 하 비서가 금방 오지 못할 거야.”유월영은 비가 오는 줄도 몰랐고 무의식적으로 창문을 바라보았다.유리창에는 물방울이 흘러내려 도시의 불빛이 아무렇게나 비치고 있었다.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누가 심심하다고 했어요?”연재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보기엔 그래 보이는데. 이것도 시비로 받아들일 거야?”“...”유월영은 그가 자신을 너무 잘 이해하는 게 여전히 거슬렸다.그녀는 더욱 아니꼬운 말투로 대꾸했다.“그렇게 잘 나신 연 대표님께서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연재준이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우리 오늘 신 대표하고 오 변호사가 왜 백유진을 당신에게 보냈는지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유월영은 그가 대화를 억지로 이어가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리고 그녀가 조금 전에 한 말이 마치 애정 섞인 농담처럼 느껴져서 목이 더 답답해졌다.유월영은 고개를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재준은 상관없다는 듯 다정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몇 분 후, 유월영은 다시 그를 향해 몸을 돌리고 물었다.“뭐, 연 대표님 생각은 뭔데요?”어차피 지금 당장 집에 갈 수도 없으니 앉아서 그의 조롱을 당하느니 쓸만
몇 시간 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시.자정 12시가 넘어 현시우는 사고가 난 놀이공원에서 호텔로 돌아왔다. 그는 욕실로 가서 손을 씻고 생수병을 열어 물을 마시며 오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현시우는 혼자 있을 때 항상 표정이 차갑고 무심했으며 유월영 앞에서 다정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그의 본래 성격은 다정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그는 단지 한 사람에게만 특별할 뿐이었다.삑삑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한세인이 급히 들어와 서류를 내밀었다.현시우는 생수병을 옆에 두고 그녀가 건넨 서류를 몇 장 넘겨보고 웃으며 말했다.“이 여자 그래도 내 삼촌들보다 쓸모가 좀 더 있네.”한세인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작년 그 교통사고 그리고 이번에 신현우와 손을 잡고 대표님께 문제를 일으킨 것까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아. 그렇지 않았다면 너에게 들키지도 않았겠지.”현시우는 서류를 식탁 위에 던졌다.놀이공원 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 분명 내부에 공모자가 있었기 때문이다.현시우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그들은 그 내부 공모자를 찾아냈다.그는 놀이공원의 부사장으로 생각보다 소심한 인물이었다. 현시우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모든 것을 자백했고 그룹 내 세력 있는 인물이 그를 보호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기에 그만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아마도 대표님과 아가씨의 결혼 소식이 마르세유에 전해졌고 그들이 긴장한 모양입니다. 만약 대표님께서 결혼하게 된다면 그룹의 5% 추가 지분을 받게 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대표님의 세력이 커질까 봐 그들이 서둘러 움직인 것 같습니다.”내부 공모자가 너무 겁이 많아서 일이 이렇게 빨리 드러난 것이었다.현시우는 다시 생수병을 들어 물을 두 모금 더 마셨다.한세인은 그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요?”그녀는 해고할 것인지 아니면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현시우는 물을 다 마신 생수병을 쓰레기통에 던
노현재가 말했다.“월영 씨가 취해서요.”“두 사람 다 술을 많이 마신 거예요? 신현우의 집에서 마신 건가요?”현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유월영이 그 사람들과 같이 있으면서 술에 취할 때까지 마실 리가 없었다.노현재가 설명했다.“오늘 모임에서 매실주를 마셨거든요. 그 술이 보기보다 도수가 높아서 많이 마시지 않았어도 금방 취하더라고요. 그래서 월영 씨도 아마 취한 것 같아요.”“그러면 지금 월영이는 옛집에 가 있는 건가요?”“네. 맞아요.”현시우는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물었다. “현재 씨는 지금 월영이랑 같이 있지 않은가요?”노현재는 혀로 볼 안쪽을 밀며 대꾸했다.“크로노스 씨, 지금 나를 취조하려는 건가요? 내가 당신의 질문에 답할 의무는 없는 것 같은데요?”현시우가 싸늘하게 답했다.“당신한테는 그럴 의무가 있어요.”“당신이 옆에서 월영이를 보호해 줄 거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한세인을 데리고 갔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질문들은 한 비서한테 물어봤겠죠, 당신이 아니라.”“한 비서 대신 월영이 옆에 남아 있는 한, 당신은 이 질문에 답할 의무가 있어요. 지금 월영이가 어디에 있는지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거예요.”노현재는 성질을 부리며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당신이 직접 와서 확인해.”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현시우는 즉시 유월영의 경호원에게 연락했다.경호원은 유월영이 연재준을 따라 산수원에 간 지 두 시간이 지났으며,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현시우는 천천히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 순간 그는 모든 것을 깨달은 듯했다. 이건 상대방이 준비한 완벽한 계략이었다.신현우와 엘리자베스 부인이 손잡고 놀이공원 사고를 계획한 것이다. 첫째, 신씨 가문이 유월영에게 반격하기 위해서.둘째, 신현우를 멀리 보내 연재준과 유월영을 같이 있게 하려고.셋째, 이번 사고의 영향을 키워 레온 그룹 내에서 현시우의 위치를 흔들기 위해서였다.참으로 교묘한 계략이었다.현시우는 화가 치밀어 놀라 세면대
유월영은 다음 날 정오 12시까지 푹 자고 나서야 깨어났다.그녀는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욕실로 가서 샤워하며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양치하던 중 유월영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눈에는 밤을 샌 흔적이 가득했고 두 눈엔 붉은 실핏줄이 있었다. 그녀는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떠올랐다.그리고 연재준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3년 동안 이렇게 행복했던 적은 처음이야.”양치질을 멈춘 그녀는 거품을 뱉어내고 입을 헹군 후 얼굴을 닦으며 방을 나섰다. 그리고 물을 마시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려고 했다.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복도의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고 놀라 우뚝 멈춰 섰다. 그 남자는 바로 현시우였다.유월영은 잘못 본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진짜 그가 맞았다.“...언제 돌아온 거야?”“아침 비행기로, 방금 도착했어.”현시우는 아래에서 위로 그녀를 훑어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그렇게 급하게 돌아왔어? 놀이공원 일은 다 처리된 거야?”유월영은 어젯밤 일어난 일로 인해 현시우에게 전화해 그의 상황을 묻는 것도 잊어버렸었다.유월영을 바라보던 현시우의 차가운 갈색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유월영은 영문을 모른 채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봐?”현시우는 이미 경호원에게 물어봤었다. 유월영이 어젯밤 몇 시에 돌아왔는지. 경호원은 그녀가 들어갈 때 입었던 의상과 나올 때의 옷이 달랐다고도 말했다.그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현시우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였지만 유월영을 한참 바라보다 차마 물어보지는 않았다. “놀이공원 일이 좀 복잡해졌어요. 뒤에 그 여자가 연루되어 있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지 너랑 상의하려고 돌아왔어.”“엘리자베스 부인? 또 그 여자야?”유월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기 일 처리하느라 아직 그때 그 교통사고 건도 따지지 않았는데, 그 여자는 조용히 있질 못하네. 모습을 드러내려고 안달이 났어.”현시우는 그녀의 입
유월영은 두 개의 유리컵을 꺼내 정수기에 다가갔다. 그리고 물이 가득 찬 겁을 현시우에게 건넸다. 그가 컵을 받으려 할 때 유월영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시우 씨. 혹시 이렇게 급하게 돌아온 이유가 어젯밤 일 때문이야?”현시우는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묵묵부답에 유월영은 오히려 그가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유월영은 그의 약혼녀였다. 다른 남자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과 비록 둘 다 약에 취한 상황이었고 그가 생각하던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녀는 어쨌든 현시우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하지만 유월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떼려는 순간 현시우는 물잔을 받아서 들며 평온하게 말했다. “다 알고 있어. 네 잘못이 아니란 것도. 걱정하지 마. 누구에게 이 책임을 물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유월영은 그의 처리 방식이 언제나 냉정하고 결단력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물었다.“누굴 찾아가려고? 연 대표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야.”“그를 찾아가려던 게 아니야...”현시우는 그녀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긴장돼? 내가 그를 찾아가 복수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현시우는 그녀가 어젯밤의 상황에서 연재준과 무슨 일이 있었다는 걸 짐작했었지만 상관이 없었다.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연재준을 걱정하고 있는 유월영의 모습이었다. 유월영은 처음으로 그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내 생각에 더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놀이공원 사건이야. 더 이상 언론에 퍼지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 같아.”그녀는 비록 숙취로 인해 평소처럼 머리가 맑지는 않았지만 그 사건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현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오늘 밤 너에게 서울 가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어. 짐을 싸고 먼저 가 있어. 내가 이쪽 일을 해결하고 나면 곧 따라갈게.”유월영이 불안한 듯 물었다. “여기 남아 처리할 일이 뭐가 있어?
“...”유월영은 연재준과 쓸데없는 말을 주고받을 기분이 아니어서 다시 한세인에게 말했다.“비행기표 예약하세요. 지금 당장 신주시로 돌아가야겠어요.”한세인은 이미 항공편 정보를 조회하고 있었다.“아가씨, 가장 빠른 비행기는 내일 아침 9시 30분입니다.’지금 밤 10시가 넘었고 더 이상 항공편이 없었다.하지만 유월영은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었다.“전세 비행기를 신청할 수 없을까요?”한세인이 고개를 저었다.“항공사 직원들도 이미 퇴근하고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 전세 항공편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가장 빨라야 내일 오전에나 가능해요.”유월영은 약간 짜증이 나 관자놀이를 눌렀다.연재준은 한참 동안 정신없이 움직이는 유월영을 바라보다 말했다.“왜 나한테는 안 물어봐? 내 전세기 타면 되는데, 탈래?”유월영이 바로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어요?”“그래.”연재준의 말에 갈피를 잡지 못하던 유월영은 순간 안도감이 차올랐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왜 그렇게 서두르는지 말해줘.”유월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뉴스 안 봤어요?”연재준이 미간을 찌푸렸다.“저녁 뉴스? 아니, 나는 방금 수영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음 약속 장소 가는 중이라서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었어. 무슨 일이 있었어?”‘강수영을 집에 데려다줬다고?’유월영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내가 수영 씨한테 따지러 갈까 봐 서둘러 보낸 거예요?”연재준이 살짝 미소 지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우리 고 대표님같이 아량이 넓은 사람이 그런 어린애와 따지기라도 하겠어? 내가 여기로 일 보러 오면서 그냥 가는 길에 데려다준 것뿐이야.“빈말은 그만하시죠.”유월영이 쓴웃음을 지었다.“수영 씨 나랑 동갑인데 무슨 어린애예요? 그리고 연 대표님은 어제까지 신주시에서 한가로이 있었으면서 오늘 급한 일이 있어 왔다고 하는 건 너무 억지 아닌가요?”연재준은 유월영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눈을 반짝이였다.“그래서 당신도 어제 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