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훈은 멈칫하다가 그녀의 말에 끝내 대답하지 않고 문을 쾅 닫고 나갔다.그는 서둘러 서덕궁을 빠져나와 대문 입구까지 걸어가서야 진정된 듯 숨을 몰아쉬었다.그는 약간 짜증이 난 듯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포장을 뜯고 입에 넣었다.단단한 사탕이었지만 그는 한 번에 깨물어 부숴버렸고 날카로운 사탕 조각들이 그의 입안을 베어왔다.그는 한동안 찬 바람을 쐬며 감정을 가라앉히고 비서에게 명령했다.“주월향이 왜 여기 있는지 알아봐.”비서가 물었다.“우연히 여기서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계획이었을 거라고 의심하시는 건가요?”윤영훈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렇게 공교로운 일은 없지. 뭔가 문제가 있어.”“네, 알겠습니다.”...한세인이 우산을 들고 차 문을 열었다.유월영이 차에서 내리자 연재준의 차도 길가에 멈췄다.그의 차는 람보르기니였다. 우산이 차 문 옆에 있어 운전기사가 우산을 꺼내 들고 그에게 우산을 씌우려 했지만 연재준은 우산을 받아 들고 혼자 그녀에게 걸어갔다.유월영에게 다가가면서도 그는 조용히 기침을 두 번 했다.원래 감기가 채 낫지 않은 그는 비바람에 감기가 더 심해진 듯했으며 그녀 앞에 다가와 입을 열기도 전에 계속 기침했다.유월영이 말했다.“연 대표님, 몸도 안 좋으신데 왜 굳이 오늘 나오셨나요?”유월영은 그가 윤영훈과 관련된 일을 캐물어 볼 줄 알았지만 그는 입술을 가리던 손을 내리고 물었다.“배고프지 않아?”유월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우리 방금 막 식사 마치지 않았나요? 연 대표님께서는 벌써 소화가 되셨나요?”연재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식사 내내 머리를 굴리고 거짓말을 꾸며내느라 바빴지. 거의 먹지도 않았잖아. 호텔로 돌아가서 차가운 음식을 먹을 바에야 지금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속을 데우는 게 낫지 않겠어?”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제가 무슨 머리를 굴렸다고 그래요?”“주월향은 윤 대표의 옛 연인이었어. 그녀가 오늘 거기에 나타난 것이 우연이라고
연재준은 당연히 조건이 있었다.“나랑 식사 한번 해줘.”유월영이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물었다.“정말로 식사뿐인가요?”그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대답했다.“지금요? 그래요, 어디에서 먹을까요?”연재준의 눈에 미소가 스쳐 지나갔고, 그는 유월영의 어깨에 튄 빗방울을 닦아주려고 손을 뻗었다. 유월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물러서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한세인이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연 대표님.”결국, 연재준의 손은 허공에서 멈췄고 그는 갑자기 내리는 비를 보며 말했다.“비가 점점 더 거세지네. 급할 것 없으니 다음날로 하지. 다른 사람에게 팔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간과 장소가 정해지면 비서에게 알려주세요. 꼭 제시간에 갈 테니 식사가 끝난 후에는 연 대표님께서 꼭 약속을 지켜서 고씨 가문의 옛집을 저에게 팔 수 있기를 바래요.”말을 마친 유월영은 한세인의 우산 아래로 돌아가 차에 올랐다. 그녀가 떠나고 연재준은 혼자 빗속에 서 있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차로 돌아갔다....비는 사흘 동안 계속 내렸다.유월영은 그동안 외출하지 않고 계속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그녀는 지남에게 전화를 걸어 현시우가 확인하지 않은 이메일을 자신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지남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대표님을 생각하는 건 아가씨뿐이네요.”유월영은 당연히 현시우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신이 없었을 것이며 지금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은 그가 준 것이었다.사람이 은혜를 모르면 짐승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월영의 전화가 다시 울렸다.현시우였다.그녀는 그가 자신의 자리를 넘보려 한다고 따지러 온 줄 알고,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나에게 책임을 묻고 싶으신가요, 크로노스 씨?”현시우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서론 없이 바로 물었다.“고씨 가문의 옛집을 사려고 하는 거야?”“한 비서가 말했어?”현시우는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그 집을 왜 사려고 하는 거야?
유월영은 창가에 서서 오랫동안 생각했지만 현시우가 고씨 가문의 옛집을 사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문득 현시우가 항상 그녀가 고씨 가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2년 전, 그가 처음으로 그녀를 연회 부인에게 데려갔을 때, 연회 부인은 그녀를 “고민서”라고 불렀지만 현시우는 바로잡으며 말했다.“월영이라고 부르세요. 고민서보다 유월영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할 거예요.”하지만 사실 그녀는 어떻게 불리든 상관없었다.그날 유월영은 연회 부인에게 고씨 가문에 대한 옛이야기를 물어보고 싶었었다. 연회 부인은 그녀의 어머니 고씨 부인의 절친이었다고 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마디 묻지도 못하고 현시우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했다.유월영은 당연히 떠나고 싶지 않았고,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현시우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이상하게 생각했다.‘왜 시우 씨는 내가 옛일을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거지?’현시우는 그 후 연회 부인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기 때문에 레온 저택에 머물고 싶지 않아서 그녀를 데리고 떠났다고 설명했다.유월영은 코를 문지르며 창가에서 물러났다.“한 비서님.”한세인이 나타났다.“네, 아가씨.”유월영이 말했다.“마르세유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예약해 주세요.”한세인이 놀라서 물었다.“지금요?”유월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4시 30분이었다.“네,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요.”가장 빠른 항공편은 8시 30분이었다.유월영은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에 다니엘 저택에 도착했다.저택의 가정부들은 이미 하루의 일을 시작하고 있었고, 유월영은 마침 가정부가 현시우의 아침 식사를 들고 계단을 오르려는 보고 다가갔다.가정부는 그녀를 보고 놀라며 물었다.“아가씨, 어떻게 돌아오셨나요?”유월영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주님 어디 계신가요?”가정부가 조용히 대답했다.서재에 계십니다.”“내가 가져다줄게요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차가운 느낌에 유월영은 흠칫했다.그들은 약혼 관계였지만 그가 이런 친밀한 행동을 하는 것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빼지 않았다.현시우는 한숨을 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사고 싶다면 사.”하지만 유월영은 그 말을 듣고도 기쁜 마음이 들지 않았다.“이유를 말해주지 않고 반대하더니, 이젠 또 그냥 바로 찬성하는 거야?”유월영은 손을 빼며 그의 이마를 살짝 만졌다.“시우 씨, 이럴 때 정말로 애 같다니까. 애처럼 이랬다저랬다 하고.”현시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갈색 눈동자는 마르세유의 아침 햇살보다 더 따뜻했다.“네가 나타난 그 순간부터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다짐했거든.”그러나 유월영의 미간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그녀는 현시우가 왜 고씨 가문의 옛집을 사는 것을 반대하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다.이제 와서 찬성하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가 전에는 왜 반대했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현시우는 이 주제가 끝났다고 일방적으로 생각하며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침 먹었어?”“비행기에서 조금 먹었어.”“나랑 같이 조금만 더 먹어. 이왕 왔으니 이틀 정도 쉬다가 돌아가는 게 어때? 신주시에 급한 일도 없잖아.”“알았어.”한세인의 그 시각에 하정은의 전화를 받았다.“한 비서님, 고 대표님께서 오늘 저녁에 시간이 있을까요? 저희 대표님께서 고 대표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싶어 하십니다.”한세인이 식탁 쪽을 흘긋 보았다.“죄송합니다, 저희 아가씨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 지금 신주시에 안 계세요. 며칠 후에나 돌아갈 겁니다.”하정은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끊을게요.”30분 후, 하정은이 차를 들고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책상 위에 케이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연재준은 오늘 보기 드물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연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반달 동안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연재준이 찻잔을 들면서 물었다.“이 케이크 어때?”케이크는 6인치 크기로 작
유월영은 현시우의 통화 내용을 더 들으려고 숨을 죽이고 숨어 있었지만 현시우는 그녀의 모습을 눈치채고 전화기 너머의 사람에게 담담하게 말했다.“이만 끊을게요.”전화를 끊고 현시우는 곧바로 유월영 쪽으로 걸어왔다.그의 모습이 유월영의 시야에서 점점 더 선명해졌고 그녀 앞에 다다랐을 때 그가 입을 열었다. “아침에 너를 먹으라고 수프를 준비했어. 조금 먹고 속을 달래는 게 좋을 것 같아. 저녁은 같이 먹자.”유월영은 외투를 그에게 건네며 물었다.“누구랑 통화했어? 방금 내 생일을 말한 거야?”현시우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며칠 전에 네 매형이 물건을 한 상자 보내왔어. 너의 동생이 부탁한 거라는데 네가 파리보다 여기에 올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아서 여기다 맡겨뒀거든. 이따가 사람 시켜서 옮겨줄게.”그는 외투를 입지 않고 팔에 무심하게 걸쳤다. “아르사가 두 사람의 결혼을 계획한 데에는 물론 자기 생각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니 잘된 일인 것 같아. 안도르가 수영 씨를 위해 한국어와 수화를 배우려 하는 걸 보면 앞으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 거야.”유월영은 현시우에게 강요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그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현시우를 보며 싱긋 웃었다.“수영이도 그동안 많은 고생을 했으니 이제 행복할 일만 있으면 좋겠어.”현시우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응.”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향했다. 현관 앞에는 세 개의 계단이 있었고 유월영이 먼저 올라가고 현시우가 그녀 뒤를 따랐다.그녀가 두 걸음을 올랐을 때 현시우는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유월영은 순간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돌아보려고 했으나 허리를 감싼 현시우의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가자 그녀는 그냥 선 채로 가만히 있었다.현시우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북받쳐오는 듯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유월영은 그의 숨소리가 다소 거칠어진 걸 들으며 물었다
유월영은 현시우의 말대로 급한 일이 아닌 것 같아 더 이상 한세인을 찾지 않았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집사와 가정부들은 들락날락하며 문밖에 무릎 꿇고 있는 한세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누구도 유월영에게 말을 걸 엄두를 못 냈다.식사를 마친 유월영은 현시우와 함께 체스 몇 판을 두다 나중에 졸려서 그대로 방으로 올라갔다.현시우는 의자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시간을 한 번 확인한 후에야 집사를 시켜 문밖의 한세인을 불러오게 했다.몇 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있은 한세인은 부은 무릎을 이끌고 천천히 현시우 앞으로 다가갔다.“대표님.”현시우는 느릿느릿 체스를 상자에 나눠 담았다. 체스 조각들은 모두 옥으로 만들어져서 그의 늘씬한 손가락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그가 담담하게 말했다.“월영이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잘 생각해 봤어?”“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부터 하는 말도 대표님께서 좋아하지 않으실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어요.”한세인이 이어 말했다.“만약 대표님께서 굳이 이렇게 하셔야 한다면 최소한 아가씨께 진실을 알려주시고 아가씨가 계속 잘못된 길을 갈지 말지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지금은 그분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그걸 이용해 대표님 마음대로 하시지만, 만약 나중에 아가씨가 알게 된다면요? 그리고 신경 쓴다면요? 대표님, 저는 결국 대표님께서 아가씨한테 상처를 주고 대표님도 상처를 받으실까 봐 두려워요.”현시우가 싸늘하게 웃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한세인을 바라보았으며 눈에는 집착과 함께 냉혹함이 서려 있었다.“지금 네가 나보다 그녀를 더 걱정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너무 비열하고 역겹다고 생각해?”“그런 뜻이 아니에요. 대표님...”현시우는 절반쯤 모은 체스 조각을 그대로 체스판에 던져버렸다. 와르르 소리를 내며 체스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더 이상 한세인의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어서 한 마디 던졌다.“계속 무릎 꿇고 있
동해안.연재준이 자신에게 동해안에서 만나자고 요청한 사실에 유월영은 조금 놀랐다.유월영은 한 손으로 포크를 들고 다른 손으로 나이프를 잡은 채 무표정하게 앞에 있는 스테이크를 잘라냈다.그녀는 덜 익은 스테이크를 좋아하지 않았고 맛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스테이크는 거의 완전히 익혀졌으며 가장자리가 약간 바싹하게 구워져서 고기를 자를 때 바삭한 소리가 났다.한세인도 연재준이 약속 장소를 동해안으로 정한 게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했다.“제가 같이 갈게요.”유월영이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며 말했다.“시우 씨한테는 우선 말하지 마세요. 괜히 그가 이것저것 걱정할까 봐요.”한세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다음 날 저녁, 유월영은 한세인과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동해안으로 갔다.3년 만에 다시 이곳에 발을 디디며 유월영은 그녀가 신주시를 떠나기 전 연재준에게 감금되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그 시절의 연재준은 정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에게 집착하며 사랑하는 사이를 연기하려고 했었다. 자신과 함께 병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임신했다는 핑계를 대며 여러 명의 요리사와 산후 도우미를 집에 불러들였다.임신이라...유월영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한세인이 앞으로 나가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연재준이 직접 나와 문을 열었고 그의 시선은 바로 유월영에게 떨어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부드러운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이내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왔네.”그는 정장을 입지 않았고 검은색 스웨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몸에 딱 맞아 그의 넓은 어깨와 날씬한 허리를 돋보이게 했다.“연 대표님께서 직접 초대하는데 오지 않을 수 없죠.”유월영은 안으로 들어갔고 한세인이 그녀 뒤를 따르자 연재준이 차분하게 말했다.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외부 사람이 집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그 말은 한세인과 경호원들은 들어올 수 없다는 뜻이었다.유월영은 그를 돌아보았다
유월영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연 대표님이 그때 쏜 그 화살 덕분이죠. 제 목숨을 거의 가져갈 뻔했거든요. 화살 때문에 원기가 크게 상했고 회복하기가 아주 힘들었어요. 만약 시우 씨가 정성스럽게 돌봐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는 더 허약했을 거예요.”연재준의 목젖이 떨려왔고 따뜻한 조명도 그의 창백해진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두 사람은 결국 그 오래된 일을 끄집어냈고 연재준이 쏜 그 화살을 입에 올리게 되었다.유월영은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손등으로 턱을 받친 채 장난스럽고도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전에, 연 대표님께서 나를 진심으로 해친 적이 없다고 말했죠? 그렇다면 그 화살은 그저 장난으로 쏜 건가요?”연재준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유월영은 반성하듯 말했다.“아. 내가 잘못했네요. 연 대표님의 진정한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연 대표님의 그 ‘장난'은 그래도 좀 과했어요. 안 그래요?”유월영을 바라보던 연재준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그 화살은 심장과 아주 가까웠고 그 화살을 빼내는 수술만 해도 10시간이 걸렸어요. 수술 도중 세 번이나 주치의가 바뀌었고 두 번의 위급 상황이 있었죠. 수술 후 저는 2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어요. 거의 깨어나지 못할 뻔했죠.”연재준이 갑자기 소리쳤다.“그만해.”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옛날얘기를 먼저 꺼낸 건 당신 아니었나요? 왜, 궁금할까 봐 자세히 얘기했는데 왜 이제 와서 마음 약한 척하는 건가요?”연재준은 와인잔을 움켜잡았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듯 강하게 쥐고 있었고 잔을 쥔 손의 뼈마디는 튀어나올 듯 하얗게 두드러졌다.약한 유리잔은 그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퍽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부서져 버렸다. 유리 조각이 그의 손바닥을 파고들었으며 핏자국이 유리 테이블을 붉게 물들였다.유월영은 꼼짝하지 않고 미소를 지은 채 그를 쳐다보았다. 연재준은 보기 드물게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감당이 안 되면 이제부터 제대로 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