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이승연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오래 앉아 있어서 아픈 허리를 그에게 기대었다. 그녀는 아직 할 일이 많아서 그와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이혁재는 사건 파일을 가져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었다. 그리고는 자기만의 결론을 내렸다.“자업자득이군.”사건은 신주시에 있는 중학교와 상업학교 학생들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두 학교는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었다. 그 상업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0% 이상이 학업에 관심이 없는 작은 불량배들이었다.남우진은 상업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그는 평소에 친구들과 같이 주위 중학교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을 좋아했다.작년부터 그들은 중학생 송강우를 노리고 틈틈이 돈을 요구해 왔고 송강우는 성격이 나약하여 반항하지 못하고 돈을 내주었다.그러다 어느 날 그는 여자 동급생과 함께 걷다가 또다시 불량배들에게 걸렸다. 불량배들은 여학생이 예쁘다고 희롱하기 시작했고, 송강우는 여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그동안 참아왔던 게 폭발하면서 결국 반항했다.이 4:1의 싸움 속에서 송강우는 벽돌을 집어 들어 남우진의 머리를 내려쳤고 남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사건 당사자 양쪽 모두 만 14세가 넘어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이건 명백하잖아, 남우진이라는 그 녀석이 자업자득이지. 송강우는 정당방위였는데 뭐가 잘못이야?”이마에 피도 아직 안 마른 녀석들이 벌써 못된 걸 배웠다면서 이혁재는 혀를 찼다.이승연은 서류를 돌려받으며 말했다.“응, 그래서 이 사건은 정당방위를 주장해서 무죄를 받아내야 해. 하지만 상대 변호사는 양쪽이 모두 미성년자이고 당시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서 치명타를 가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래서 방어가 과도했다고 해서 무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쪽 주장이야.”이혁재는 턱을 이승연의 어깨에 얹고 물었다.“그 여자애는? 그 여자애도 증인이잖아?”“여자애는 자신이 그때 숨었기 때문에 아무
이혁재의 키스는 언제나 유혹적이었고 그는 고의로 이승연을 뜨거워지게 했다.혀끝이 엉켜 그녀의 숨을 앗아갔고 그녀가 숨이 막혀 본능적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자 이혁재는 이승연을 놓아주고 그녀의 턱, 목, 가슴으로 내려가며 키스를 이어갔다.마치 사랑스러워 놓을 수 없다는 듯이.이승연은 반쯤 밀어내듯 그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육체적인 욕구를 참을 수 있었지만 아직 법적으로 부부 사이이고 그가 남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굳이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다.이승연은 남자가 사랑과 욕망을 분리할 수 있다면 여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혁재의 이런 애정 행위를 받아들이는 게 그를 사랑해서가 아닌 단지 욕구 해결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그냥 하는 거지 뭐.’이혁재는 이승연의 배에 키스를 하자 이승연은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임신 6개월 차라 배가 더 불러 있었으며 그들의 아이를 생각하며 그는 마음이 부드러워져 몇 번 더 키스했다가 문득 멈췄다.이혁재가 갑자기 움직임이 없자 이승연은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래?”이혁재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아이가 나를 찼어.”이승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태동이라는 걸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네가 너무 밝히니까.” 이혁재는 그녀가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잡고 그 미소를 삼켜버렸다....운동 후에는 확실히 졸음이 몰려왔다. 이승연은 눈을 거의 뜰 수 없었고 이혁재는 그녀의 몸을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이승연은 움직이기 싫어 이불을 끌어당겨 덮은 채 잠들었다.이혁재는 샤워하고 침대에 올라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가 붙어오자 이승연은 더운 느낌에 그의 손을 밀어냈지만, 이혁재는 다시 다가왔다. 그녀가 다시 밀어냈지만, 그는 끈질기게 안아왔다.이승연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더워. 떨어져.”이혁재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이승연은 그가 더 이상 옆에 오지
“입 닥쳐!”이혁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꾸짖자 남철우는 그의 기세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다시 한번 더 로펌에 와서 소란을 피우면, 그땐 며칠 동안 감옥에 있게 될 줄 알아.”이혁재가 그의 손을 내던지자 이승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번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 경찰이 곧 올 거야.”남철우는 그 말을 듣고 푹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이 변호사님, 제발 저를 잡아가지 말아 주세요. 변호사님도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아버지로서의 제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이승연은 마음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당신이 소란 피운 게 벌써 몇 번째에요? 내가 기회도 주고 지난번에 경고했을 텐데요. 다시 한번 더 그러면 후회할 거라고. 탄원하고 싶으면 경찰에게 말해요.”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를 지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남철우는 다시 분노하여 그녀의 등 뒤에서 악담을 퍼부었다. 이혁재가 돌아서서 탁자를 발로 차자 쾅 하는 큰 소리가 났다!남철우는 그의 행동에 놀라 다시 얌전해졌다.이혁재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로펌에서 폭력을 휘둘러 이승연이 곤란해질까 봐 이혁재는 온 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 아니면 오늘 남철우는 사지 멀쩡하게 이곳을 나가지 못했을 것이었다.다행히 경찰이 곧 도착해 남철우를 데리고 갔다.이혁재는 그제야 한숨을 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아직도 화가 수그러들지 않아 넥타이를 풀며 씩씩거렸다.“경호원 몇몇 더 보내서 로펌 대문에서 지키라고 할게, 다시는 이런 놈들이 너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이승연은 그의 행동을 보면서 아무리 꾸며도 타고난 기질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분명히 가장 얌전한 정장이었지만 그에게서는 오히려 양아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복을 입은 양아치, 야성적이어서 결코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았다.이승연은 가방을 옷걸이에 걸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했다.‘나이가 어리다는 게 아마도 이런 거겠지. 온몸에 끝없는 힘이 넘치는군.’그녀는 컴퓨터를 켜면서 물었다.“왜 돌
이혁재는 이승연을 유명한 유아용품 명품 매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이승연을 앉혀 놓고 자신이 아이 옷을 골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이혁재 자신은 옷은 잘 매치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 옷을 고를 때는 하나같이 끔찍했다. 결국 이승연은 참다못해 일어나 함께 고르기 시작했다.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옷을 고르는 사랑스러운 부부의 모습으로 보였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오성민의 눈은 싸늘하게 빛났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 걸었다.“내일 재판 잘 준비해.”상대방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오성민은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떠났다.‘괜찮아, 승연아. 우리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나와 너의 아이를.’소식은 마치 날개를 단 듯 빠르게 파리로 전해졌다.한세인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한 후 뒤뜰로 갔다. 그녀는 이미 현시우에 의해 유월영에게 배치되었다. 유월영은 한창 뒤뜰에서 활을 연습하고 있었다.한세인이 문을 열자마자 화살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가며 과녁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유월영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팔을 곧게 펴고 있었다. 옆에서 그녀를 가르치던 교사가 영어로 그녀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유월영은 처음 활을 배울 때 느꼈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롭게 활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유월영은 활을 가정부에게 넘기고 한세인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한세인은 그녀 옆으로 가서 방금 들은 상황을 보고했다. 유월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성민인 남씨 성을 가진 졸부와 접촉했다고요?”“네, 오성민을 감시하는 사람이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껴 보고했습니다.”유월영은 손목 보호 장갑의 벨크를 떼며 생각에 잠겼다.“이 남 사장이라는 사람은 특별한 게 있나요?”“아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유월영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해성 그룹과 관련이 있을까요?”“확실하지 않습니다. 정보원들이 조사 중이니 오늘 밤에 보고서가 올 겁니다. 아가씨께
유월영은 약간 고개를 들어 현시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희고 잘생긴 얼굴이 복도 전등 아래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서류를 받아 열어보았다.“오성민이 남철우라는 사람과 접촉하고 있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겠어.” 그녀는 서류를 꺼내 빠르게 훑어보며 말했다. 물방울이 그녀의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져 그녀의 잠옷에 스며들었으며 현시우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공기 중에는 여전히 욕실의 습기와 바디워시의 상쾌한 향이 남아 있었다. 현시우는 갑자기 유월영의 손을 이끌고 서재로 향하며 말했다.“따라와.”유월영은 서류를 보며 그를 따라 서재의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서류를 보며 말했다.“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오성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아.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남철우 아들 남우진이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괴롭히다 반격당해 죽은 사건이 있긴 한데 그 사건 변호사는 오성민이 아니야.”“정보원들이 너무 의심하는 건가... 아야!”유월영은 생각에 잠겨 중얼거리다 갑자기 머리가 당겨지는 느낌에 돌아보려 했지만, 현시우가 말했다.“움직이지 마.”유월영은 흠칫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현시우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말했다.“머리를 감고 나서 바로 말리지 않으면 감기 걸려. 평소에 왜 그렇게 몸을 안 아껴? 내가 한세인에게 너를 잘 지켜보라고 해야겠어.”“평소에는 안 그래.”그녀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공주도 아니어서 그렇게 상식이 없을 리가 없었다.“서류를 빨리 보고 싶어서 머리를 못 말린 거야.”현시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음번에는 바쁘더라도 사용인에게 머리를 말려달라고 해. 젖은 머리로 일을 처리하지 말고, 네 몸도 중요해.”유월영은 서류를 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잔소리하는 게 꼭 노인네 같네.”현시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있어 미처 그의 웃음을 알아채지 못했다.현시우는 유
“네.”한세인은 약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유월영은 시계를 확인했다. 지금은 새벽 세 시였으며 파리는 서머타임 중이어서 계산해 보면 신주시는 오전 아홉 시, 즉 재판이 시작되는 시간이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핸드폰을 꽉 쥐었다. 감정과 이성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지만 오래 망설이지 않고 단호한 눈빛으로 이승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급히 달려온 한세인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아가씨, 다시 생각해 보세요! 지금 아가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밝힐 때가 아닙니다. 이 전화를 걸면 해성의 사람들이 바로 경계할 겁니다.”그렇게 되면 그동안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조금만 진정하고, 정보원들이 조사를 마치고 나서 행동해도 늦지 않습니다!”유월영은 이미 전화하기로 결심하고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승연 언니는 제 친구예요. 지금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어요. 아래 사람들이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이 무능한 거고요.”한세인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점점 더 상위자의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유월영이 말했다.“놓아줘요.”한세인은 손을 놓았다. 유월영은 다시 이승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번에도 안내음이 끝날 때까지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유월영은 사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다만 오성민이 남철우와 접촉한 사실을 우선 이승연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때 한세인이 아래 사람들에게서 보고를 받았다.“아가씨, 송강우의 변호사가 이 변호사님이 맞습니다.”그러면 이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법정 규칙에 따르면 재판 시작 후에는 방청객, 판사, 변호사, 서기 모두 핸드폰을 꺼야 했다. 그래서 이승연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은 것이다.“승연 언니 비서에게 전화해 봐요.”유월영은 바로 이혁재에게 전화했지만, 그도 법정에 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한세인이 이승연 비서에게 전화하지 비서가 오전 아홉 시에 재판이 시작되었다고 말했다.유월영은 이불을 걷어차고 침대에서 내려
“여기는 법원이야. 모든 사람은 들어가기 전에 두 번의 보안 검색을 거쳐야 해서 그는 무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이승연은 오랫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더 과격한 행동을 하는 의뢰인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남철우의 행동을 크게 마음에 두지 않았다.이승연이 다그치며 말했다.“넌 빨리 회사에 가서 회의나 참석해.”이혁재는 고집부리며 떠나지 않으려 했다.“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있을게. 당신 재판을 끝내면 축하 겸 가서 맛있는 거 먹자. 그동안 고생 많이 했잖아.”이승연은 이혁재의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이승연의 모습이 또렷하게 비쳤다.“아직 재판도 안 했는데 어떻게 내가 이길 거라고 확신해?”이혁재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왜냐하면 이승연이니까. 그래서 반드시 이길 거라고 확신하지.”이승연은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그녀의 입꼬리는 슬그머니 올라갔다.“아참, 잊을 뻔했네. 당신한테 줄 게 있어.”이혁재는 손에 들고 있던 쇼퍼백을 내보였다. 이승연도 아까부터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궁금해했다.그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뜻밖에 텀블러였다.“안에 대추차가 들어 있어. 아직 따뜻하니까 목이 마르면 바로 마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매실 캔디야. 속 안 좋으면 하나씩 꺼내 먹어. 법정에서 몇 시간씩 재판하는 것도 흔하다고 들었어. 배가 고프면 이거 먹고. 그리고 이건...”이승연은 이혁재의 이런 행동에 약간 감동했지만 또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나 재판하러 가는 거지 소풍 가는 초등학생이 아니야.”이승연은 그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이혁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았다.‘아내를 챙기는 게 뭐가 잘못됐어?’그는 물건을 다 이승연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법정에서 뭐 마신다고 해서 법에 걸리는 건 아니잖아.”그리고 그녀의 배를 만지며 타이르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얌전히 있어. 엄마를 힘들게 하지 말고.”아이는 요즘 매우 활동적이어서 매일 이승연의 배 속에서 얌전이 있지 않았다.이승연
“말도 안 돼!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왜 살인자가 처벌을 받지 않아? 내 아들 목숨은 목숨이 아니야? 당신들 모두 살인자를 감싸주다니! 당신들도 모두 살인자야!”남철우는 자신을 말리는 변호사와 가족을 뿌리치고 욕설하면서 이승연에게 돌진했다. 주위의 법정 경찰들이 이 상황을 보고 즉시 달려가 저지하려고 했지만 이미 이승연 가까이에 다가온 남철우는 의자를 집어 들어 이승연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아들의 목숨 대신이야!”재판이 끝나고 하나둘씩 자리를 뜨던 방청객들은 갑자기 일어난 일에 모두 놀라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이혁재의 눈동자는 공포로 가득했다.“승연 누나!”이혁재는 앞길을 막고 있던 사람들을 미친 듯이 밀어내며 달려갔다. 이승연은 뒤늦게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몸을 돌리다가 남철우가 던진 의자가 날아오는 걸 발견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퍽!모든 일은 단 몇 초 만에 벌어졌다. 이승연의 몸은 중력의 작용으로 바닥에 세게 부딪혔고 넘어지면서 그녀의 뒤통수는 계단 모서리에 부딪혔다.순간 이혁재는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했으며 모든 장면은 그의 눈앞에서 흑백으로 변하며 정지되었다.자리의 모든 사람들도 반사적으로 이승연에게 달려갔다.“이 변호사님!”법정 경찰들은 즉각 남철우를 제압하여 바닥에 눕혔으나 남철우는 여전히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이혁재의 눈앞에 흑백 화면 속에서 점점 끔찍한 빨간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건 이승연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였다. 그녀는 바닥에서 고통스럽게 몸을 움츠리며 배를 움켜쥐었다.“아파, 너무 아파...혁재야...”이승연의 고통스럽게 외치는 소리에 이혁재는 그 순간 마치 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들었고 바로 그녀에게 달려갔다.삐요 삐요.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으로 달렸고 간호사는 병상을 밀며 바로 응급실로 들어갔다.“가족분은 밖에서 기다리세요!”간호사가 문을 닫자 창백한 얼굴에 온몸이 피투성이인 이혁재만이 문밖에 남겨졌다.이혁재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은 계속해서 떨고 있었다.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