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연은 처음으로 이혁재의 본가를 방문하는 날 마침 첫째 첩 구슬아와 둘째 첩 문정인이 이혁재를 비꼬면서 하는 말을 들었다. 게다가 이혁재의 아버지는 전혀 아들을 위해 나서지 않았으며 이승연은 이런 일이 평소에도 많이 일어난다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그는 집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 걸까?’이혁재는 갑자기 이승연의 말을 듣고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뭐라고?”“내가 무시당한다고? 나는 그냥 그런 여자들과 싸우기...”‘그런 여자들과 싸우기 귀찮아서 그렇지, 누가 매일 자기 아버지의 첩들과 싸우겠어?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이혁재는 말끝을 흐렸다. 그는 문득 이승연이 집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자신을 마음 아파한다는 느낌이 들었다.“...”이혁재는 운전 속도를 늦추고 이승연을 힐끗 보았다. 이승연은 눈썹을 찌푸리고 얼굴이 굳어진 채 분명히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그는 웃음이 새어 나오는 걸 간신히 참으며 목멘 소리로 말했다.“응, 어쩔 수 없어. 아버지는 그 두 여자를 더 좋아하고 그들이 낳은 아들들도 더 좋아하거든. 그들이 나보다 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 나와 엄마는 그 집에서 아무런 지위가 없어.”‘역시 그럴 줄 알았어!’이승연은 화를 내며 말했다.“네 엄마야말로 너의 아버지와 혼인신고를 한 사람이고 네가 이씨 가문의 정당한 장남이야. 사생아가 법적으로 동등한 상속권을 가지고 있어도 두 여자와 아버님 사이는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해. 그런데도 너와 네 엄마가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다니!”이혁재는 그녀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거의 웃을 뻔했다. 그러나 목소리를 가다듬고 계속 불쌍한 척했다.“사극 드라마나 막장 드라마 본 적 있지? 총애받는 첩 앞에서는 본처라도 아무런 지위가 없어. 아버지가 첩들을 감싸주니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지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야. 어릴 때는 더 끔찍했어. 겨울에는 난방도 틀 수 없고, 여름에는 에어컨도 못 틀고, 점심에 남은 밥을 저녁에 데워 먹었어. 그리고 매일 60만원... 아니, 매일 6천원으로 생활해야
문정인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회장님도 그 늙은 여자를 싫어해서 큰아들도 좋아하지 않잖아. 비록 혁재가 이승연과 결혼하고 나서 이전보다 혁재에게 더 신경 쓰는 건 맞지만 아직 언니와 나의 아들만큼은 아니야.”“예전에는 회사 일도 작은 아들들에게 맡겼는데 이제는 혁재에게도 맡기기 시작했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구슬아가 표독스럽게 말했다.“안 돼, 우리는 모험할 수 없어. 큰아들 이혁재에게 너무 많은 기회를 주면 안 돼. 그들 모자가 이길 가능성을 너무 크게 만들 수는 없어.”문정인은 구슬아가 뭔가를 마음먹은 듯한 걸 알아채고 불안하게 물었다.“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녀는 변호사야, 법을 잘 알고 있고 그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야.”구슬아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래, 그녀는 유일한 상속자야. 그러니 그 유산을 노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그녀는 변호사기도 하지만 피와 살로 만들어진 사람이기도 해. 두고 봐, 어떻게 큰아들이 그 패를 잃게 하는지.”말이 본처와 첩이라고 했지만 사실 내연녀였다.구슬아는 처음부터 진짜 이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 되어 자기 아들이 이씨 가문을 상속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집안에 들어 온 것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런 세상에서 아직 첩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 생각이 없었다.‘첩이라니, 참.’이혁재는 이전에 아버지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연과 결혼한 후, 이 회장도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승연은 사회적 지위가 있었으며 이 '지위'는 그녀 자신이 법조계에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이승연 집안 자체가 법조 명문가였다는 점을 의미했다.이승연의 가문은 4대째 법계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승연의 증조부는 한국에서 첫 번째 변호사 중 한 명으로서 여러 중요한 법률 사무와 협상을 주도했으며 첫 번째 '변호사법'을 제정하는 데 협력하기도 했다.말 그대로 세대를 거듭해 명문가였다.비록 이승연이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녀의 가문이 한때 몰락했지만 가문의 깊은
구슬아는 만족스러운 듯 손가락을 들어 부드럽게 말했다.“한 걸음 한 걸음 진행해야 해요. 먼저 아이를 없애고 두 사람 이혼하게 한 다음 그녀가 유산 후 허약할 때 제거하면 딱이죠.”그렇지 않으면 이승연이 ‘이혁재의 아내’라는 신분으로 죽으면 유산이 고스란히 이혁재에게 가게 되니까, 그건 그들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계획에 합의를 본 두 여자는 대나무 의자에 누워 계획이 성공한 후의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한 명은 이혁재의 가문을 얻고 다른 한 명은 조카의 유산을 얻는 것이었다.발마사지사는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대화가 유출될 걱정이 없었으며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마사지가 끝난 후, 두 여자는 함께 식당 안으로 사라졌다.발마사지사는 조용히 도구를 정리하고 전망대로 향했다.산속에 위치한 이 휴양 호텔은 주위에 나무가 무성하고 개울이 흐르고 있었으며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 호텔을 찾는 손님들은 항상 시간을 내어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그러나 지금 이 시간, 전망대에는 두 사람만 있었다.발마사지사는 고개를 숙이고 걸어갔다. 한 마른 남자가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작은 티테이블을 옆에 두고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발마사지사는 남자 뒤로 다가가 말했다.“대표님.”오성민은 작은 찻잔을 들어 향긋한 향기를 음미하다 한 모금 마셨다. 그녀가 발 마사지실에서의 대화를 보고하자 그의 눈에는 어두운 빛이 스쳤다.‘아이를 없애고...이혼이라...할 수 있지.’‘이승연도 같이 없애버린다. 그건 안 돼.’‘그녀들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꾸미는 일이니, 이 여자들의 손을 빌려 처음 두 개는 성사하게 놔두지.’오성민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발마사지사를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비서에게 명령을 내렸다.“최근 몇 달 동안 이혁재의 집안과 이승연 집안 모두 주시해.”“알겠습니다.”슬리퍼를 끌고 다가오던 윤영훈은 대나무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이혁재의 집안과 이승연 집안 모두 주시하라고? 또 이
“응.”이승연은 간단하게 대답하고 오래 앉아 있어서 아픈 허리를 그에게 기대었다. 그녀는 아직 할 일이 많아서 그와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이혁재는 사건 파일을 가져가 눈 깜짝할 사이에 다 읽었다. 그리고는 자기만의 결론을 내렸다.“자업자득이군.”사건은 신주시에 있는 중학교와 상업학교 학생들 사이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두 학교는 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나뉘어져 있었다. 그 상업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80% 이상이 학업에 관심이 없는 작은 불량배들이었다.남우진은 상업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그는 평소에 친구들과 같이 주위 중학교 학생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을 좋아했다.작년부터 그들은 중학생 송강우를 노리고 틈틈이 돈을 요구해 왔고 송강우는 성격이 나약하여 반항하지 못하고 돈을 내주었다.그러다 어느 날 그는 여자 동급생과 함께 걷다가 또다시 불량배들에게 걸렸다. 불량배들은 여학생이 예쁘다고 희롱하기 시작했고, 송강우는 여학생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그동안 참아왔던 게 폭발하면서 결국 반항했다.이 4:1의 싸움 속에서 송강우는 벽돌을 집어 들어 남우진의 머리를 내려쳤고 남우진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사건 당사자 양쪽 모두 만 14세가 넘어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이건 명백하잖아, 남우진이라는 그 녀석이 자업자득이지. 송강우는 정당방위였는데 뭐가 잘못이야?”이마에 피도 아직 안 마른 녀석들이 벌써 못된 걸 배웠다면서 이혁재는 혀를 찼다.이승연은 서류를 돌려받으며 말했다.“응, 그래서 이 사건은 정당방위를 주장해서 무죄를 받아내야 해. 하지만 상대 변호사는 양쪽이 모두 미성년자이고 당시 상황이 급박하지 않아서 치명타를 가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래서 방어가 과도했다고 해서 무죄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그쪽 주장이야.”이혁재는 턱을 이승연의 어깨에 얹고 물었다.“그 여자애는? 그 여자애도 증인이잖아?”“여자애는 자신이 그때 숨었기 때문에 아무
이혁재의 키스는 언제나 유혹적이었고 그는 고의로 이승연을 뜨거워지게 했다.혀끝이 엉켜 그녀의 숨을 앗아갔고 그녀가 숨이 막혀 본능적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자 이혁재는 이승연을 놓아주고 그녀의 턱, 목, 가슴으로 내려가며 키스를 이어갔다.마치 사랑스러워 놓을 수 없다는 듯이.이승연은 반쯤 밀어내듯 그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육체적인 욕구를 참을 수 있었지만 아직 법적으로 부부 사이이고 그가 남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굳이 참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다.이승연은 남자가 사랑과 욕망을 분리할 수 있다면 여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혁재의 이런 애정 행위를 받아들이는 게 그를 사랑해서가 아닌 단지 욕구 해결이라고 자신을 설득했다.‘그냥 하는 거지 뭐.’이혁재는 이승연의 배에 키스를 하자 이승연은 침대 시트를 꽉 쥐었다. 임신 6개월 차라 배가 더 불러 있었으며 그들의 아이를 생각하며 그는 마음이 부드러워져 몇 번 더 키스했다가 문득 멈췄다.이혁재가 갑자기 움직임이 없자 이승연은 이상함을 느끼며 물었다.“...왜 그래?”이혁재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들며 말했다.“아이가 나를 찼어.”이승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태동이라는 걸 깨닫고 미소를 지었다.“네가 너무 밝히니까.” 이혁재는 그녀가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잡고 그 미소를 삼켜버렸다....운동 후에는 확실히 졸음이 몰려왔다. 이승연은 눈을 거의 뜰 수 없었고 이혁재는 그녀의 몸을 따뜻한 수건으로 닦아주고 잠옷으로 갈아입혔다.이승연은 움직이기 싫어 이불을 끌어당겨 덮은 채 잠들었다.이혁재는 샤워하고 침대에 올라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그가 붙어오자 이승연은 더운 느낌에 그의 손을 밀어냈지만, 이혁재는 다시 다가왔다. 그녀가 다시 밀어냈지만, 그는 끈질기게 안아왔다.이승연이 짜증을 내며 말했다.“더워. 떨어져.”이혁재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었다.이승연은 그가 더 이상 옆에 오지
“입 닥쳐!”이혁재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꾸짖자 남철우는 그의 기세에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다시 한번 더 로펌에 와서 소란을 피우면, 그땐 며칠 동안 감옥에 있게 될 줄 알아.”이혁재가 그의 손을 내던지자 이승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번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 경찰이 곧 올 거야.”남철우는 그 말을 듣고 푹 주저앉아 무릎을 꿇었다.“이 변호사님, 제발 저를 잡아가지 말아 주세요. 변호사님도 지금 임신 중이잖아요. 아버지로서의 제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이승연은 마음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당신이 소란 피운 게 벌써 몇 번째에요? 내가 기회도 주고 지난번에 경고했을 텐데요. 다시 한번 더 그러면 후회할 거라고. 탄원하고 싶으면 경찰에게 말해요.”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그를 지나 사무실로 들어갔다. 남철우는 다시 분노하여 그녀의 등 뒤에서 악담을 퍼부었다. 이혁재가 돌아서서 탁자를 발로 차자 쾅 하는 큰 소리가 났다!남철우는 그의 행동에 놀라 다시 얌전해졌다.이혁재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로펌에서 폭력을 휘둘러 이승연이 곤란해질까 봐 이혁재는 온 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 아니면 오늘 남철우는 사지 멀쩡하게 이곳을 나가지 못했을 것이었다.다행히 경찰이 곧 도착해 남철우를 데리고 갔다.이혁재는 그제야 한숨을 쉬고 이승연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아직도 화가 수그러들지 않아 넥타이를 풀며 씩씩거렸다.“경호원 몇몇 더 보내서 로펌 대문에서 지키라고 할게, 다시는 이런 놈들이 너를 귀찮게 하지 못하게.”이승연은 그의 행동을 보면서 아무리 꾸며도 타고난 기질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분명히 가장 얌전한 정장이었지만 그에게서는 오히려 양아치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양복을 입은 양아치, 야성적이어서 결코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았다.이승연은 가방을 옷걸이에 걸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생각했다.‘나이가 어리다는 게 아마도 이런 거겠지. 온몸에 끝없는 힘이 넘치는군.’그녀는 컴퓨터를 켜면서 물었다.“왜 돌
이혁재는 이승연을 유명한 유아용품 명품 매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이승연을 앉혀 놓고 자신이 아이 옷을 골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이혁재 자신은 옷은 잘 매치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 옷을 고를 때는 하나같이 끔찍했다. 결국 이승연은 참다못해 일어나 함께 고르기 시작했다.이 장면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옷을 고르는 사랑스러운 부부의 모습으로 보였다.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오성민의 눈은 싸늘하게 빛났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 걸었다.“내일 재판 잘 준비해.”상대방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오성민은 전화를 끊고 돌아서서 떠났다.‘괜찮아, 승연아. 우리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야, 나와 너의 아이를.’소식은 마치 날개를 단 듯 빠르게 파리로 전해졌다.한세인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생각한 후 뒤뜰로 갔다. 그녀는 이미 현시우에 의해 유월영에게 배치되었다. 유월영은 한창 뒤뜰에서 활을 연습하고 있었다.한세인이 문을 열자마자 화살이 그녀의 눈앞을 스쳐 가며 과녁의 한가운데에 명중했다. 유월영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팔을 곧게 펴고 있었다. 옆에서 그녀를 가르치던 교사가 영어로 그녀가 많이 늘었다고 칭찬했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유월영은 처음 활을 배울 때 느꼈던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유롭게 활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유월영은 활을 가정부에게 넘기고 한세인을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한세인은 그녀 옆으로 가서 방금 들은 상황을 보고했다. 유월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성민인 남씨 성을 가진 졸부와 접촉했다고요?”“네, 오성민을 감시하는 사람이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껴 보고했습니다.”유월영은 손목 보호 장갑의 벨크를 떼며 생각에 잠겼다.“이 남 사장이라는 사람은 특별한 게 있나요?”“아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유월영은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해성 그룹과 관련이 있을까요?”“확실하지 않습니다. 정보원들이 조사 중이니 오늘 밤에 보고서가 올 겁니다. 아가씨께
유월영은 약간 고개를 들어 현시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희고 잘생긴 얼굴이 복도 전등 아래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어 서류를 받아 열어보았다.“오성민이 남철우라는 사람과 접촉하고 있는데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겠어.” 그녀는 서류를 꺼내 빠르게 훑어보며 말했다. 물방울이 그녀의 머리카락 끝에서 떨어져 그녀의 잠옷에 스며들었으며 현시우는 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공기 중에는 여전히 욕실의 습기와 바디워시의 상쾌한 향이 남아 있었다. 현시우는 갑자기 유월영의 손을 이끌고 서재로 향하며 말했다.“따라와.”유월영은 서류를 보며 그를 따라 서재의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서류를 보며 말했다.“이 사람은 아무리 봐도 오성민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아.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남철우 아들 남우진이 학교에서 다른 아이를 괴롭히다 반격당해 죽은 사건이 있긴 한데 그 사건 변호사는 오성민이 아니야.”“정보원들이 너무 의심하는 건가... 아야!”유월영은 생각에 잠겨 중얼거리다 갑자기 머리가 당겨지는 느낌에 돌아보려 했지만, 현시우가 말했다.“움직이지 마.”유월영은 흠칫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현시우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말했다.“머리를 감고 나서 바로 말리지 않으면 감기 걸려. 평소에 왜 그렇게 몸을 안 아껴? 내가 한세인에게 너를 잘 지켜보라고 해야겠어.”“평소에는 안 그래.”그녀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공주도 아니어서 그렇게 상식이 없을 리가 없었다.“서류를 빨리 보고 싶어서 머리를 못 말린 거야.”현시우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음번에는 바쁘더라도 사용인에게 머리를 말려달라고 해. 젖은 머리로 일을 처리하지 말고, 네 몸도 중요해.”유월영은 서류를 보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잔소리하는 게 꼭 노인네 같네.”현시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서류에 있어 미처 그의 웃음을 알아채지 못했다.현시우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