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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Author: 고나름
유월영은 그 뒤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식사에 집중했다. 그리고 연재준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소은석과는 거리를 둬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식사가 끝나고 데려다준다는 소은석의 말을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차에 오른 그녀는 그의 연락처를 저장하고 SNS를 팔로우했다. 들어가서 게시물을 잠깐 봤더니 백유진이 말한 문제 사진이 보였다.

너무도 오해를 사기 쉬운 글귀였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하자 유월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은석 씨, SNS에 올린 사진, 그거 지워주시면 안 될까요?”

소은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진을 왜 지워?”

“사람들이 오해할 테니까요.”

“그래? 난 별로 오해할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유월영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조로 재차 말했다.

“지워주세요.”

소은석은 입맛을 다시더니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 우리 유 비서가 지우라면 지워야지.”

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게시글을 내리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소은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내일 같이 저녁 먹어!”

유월영은 안전벨트를 풀며 덤덤히 말했다.

“은석 씨 제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저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요.”

소은석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 난 유 비서만큼 그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 없다고 생각해. 그리고 어제 진지하게 좋은 쪽으로 고민해 본다고 했으면서 오늘 왜 이러는 거야?”

“갑자기 마음이 변한 게 아니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본 결과 안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저보다 적합한 사람을 구하길 바랄게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조심히 가세요. 데려다줘서 감사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소은석은 대답도 없이 가버렸다.

사실 유월영은 한 번도 소은석과 같이 일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한 적 없었다. 단지 너무 매몰차게 거절하기 싫어서 식사 초대에 응했을 뿐이었다.

어제 이후로 조금 더 생각해 보려고도 했지만 SNS 사진을 본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소은석과 같이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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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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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아니 이름이 바뀐거잉 헷갈리게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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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시우가 유월영을 집까지 데려다주며 단호하게 말했다.“내일 내가 대신 병가를 낼 테니까 너는 집에서 푹 쉬어. 책도 보지 말고 문제도 풀지 마.”유월영은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살짝 당황하며 대답했다.“괜찮아. 나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의사 말 못 들었어? 네가 과로로 쓰러진 거라고. 시간이 부족하면 중요하지 않은 일부터 줄여야 해. 월영아, 모든 걸 다 해내려고 하지 마. 그리고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고도 하지 마.”현시우는 그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유월영은 항상 모든 일을 포기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해 이루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집착과 강박은 결국 그녀를 지치게 만들고 말았다.사람의 몸은 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유월영은 신중히 고민한 끝에 어머니에게 댄스 수업을 그만두겠다고 말했고 학교의 댄스 동아리도 탈퇴하기로 결정했다.춤은 그녀에게 단순한 취미였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었기에 잠시 내려놓는 것이 맞았다. 대학에 가거나 졸업 후 여유가 생기면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주말과 월요일까지 3일이 지나고 유월영은 학교로 돌아왔다. 몸 상태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감기도 거의 나아 약간의 콧물만 남아 있었다.유월영이 등교한 날, 연재준은 유월영의 교실 앞을 지나쳤다. 친구들과 웃으며 대화하는 그녀의 얼굴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발걸음을 돌렸다.병원에서 그는 원래 깨어난 유월영에게 잃어버린 옥불을 따질 계획이었지만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로 인해 급히 돌아가야 했다. 부모님의 이혼 문제 논의에 꼭 참석해야 했던 것이다.그리고 익명의 영웅이 될 생각이 없었던 그는 방과 후 그녀를 찾아갈 계획이었다.연재준이 유월영의 반으로 향하던 중, 현시우와 마주쳤다. 연재준은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려 했지만 현시우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그날 월영이를 병원으로 데려다줘서 고마워.”연재준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고맙다면 네가 아니라 본인이 와서 말해야지. 넌 대리인이야?”현시우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담담히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6화

    운전기사는 연재준의 상태를 걱정하며 우산을 들어주었지만 연재준은 비에 젖은 창백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그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고 병실에 도착했을 때 유월영은 링거를 다 맞고도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였다.연재준은 침대 옆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고 그의 몸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한참을 서 있던 그는 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유월영, 이제 너는 나한테 빚졌어.”그녀 때문에 잃어버린 것은 그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것이었다.얼마 후, 유월영이 천천히 눈을 떴다. 침대 앞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물웅덩이와 함께 현시우가 앉아 있었다.“...”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병원이었지만 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이 쉬고 아픈 느낌이 들었다.“목 아파? 편도선염이야. 당분간 말하지 마.”현시우는 탁자에 있던 따뜻한 물을 들고 한 팔로 그녀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을 한 모금씩 먹이며 부드럽게 상황을 설명했다.“너 열이 나서 길에서 쓰러졌어. 다행히 누군가 널 병원으로 데려왔어.”“기절했다고?”유월영은 놀란 눈으로 현시우를 바라봤다. 폭우 속에서 길을 헤매던 기억은 있었지만 쓰러졌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따뜻한 물이 목을 적시니 조금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목이 아팠다.유월영이 억지로 몇 마디를 이어갔다.“누가...날 병원에 데려왔어?”현시우는 물컵을 내려놓고 그녀가 좀 더 편히 누울 수 있도록 베개를 정리했다.“간호사 말로는 너랑 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었는데 이름을 남기지 않았대.”“시험 끝나고 널 찾으러 갔는데 네 짝꿍이 네가 집에 갔다고 했어. 근데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걱정돼서 네 집으로 갔거든. 근데 네가 없더라.”유월영의 가족조차 그녀가 어디 갔는지 몰랐고 현시우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에 가족들과 함께 학교에서 집까지의 길을 수색했다. 그러다 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5화

    연재준의 화난 표정은 유월영을 바라보며 점점 누그러졌다.그녀는 너무 말랐고 얼굴이 창백했다. 입술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온몸이 빗물로 흥건해져 안쓰럽기 그지없었다.게다가 두 사람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건 드문 일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수건을 들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과 목에 흐르는 빗물을 닦아주었다. 그러다 부드러운 피부에 손이 닿자 순간적으로 손을 홱 뒤로 뺐다.소년의 얼굴에는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귓불은 점점 붉어졌다.연재준은 숨을 멈추고 다시 유월영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고 그는 그제야 살짝 안도했다.그녀가 자신을 기회를 노리는 이상한 변태라고 생각하는 건 원하지 않았다.연재준도 자신의 마음을 잘 몰랐다.지난 18년간 단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던 자신이 왜 교내 축제에서 춤추는 그녀를 보고 이렇게 빠져들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는 유월영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며 혼잣말을 시작했다.“너 그렇게 예쁘지도 않아. 사람 보는 눈도 별로고.”“왜 하필 현시우 같은 놈을 좋아하는 거야? 사람들은 항상 나랑 현시우를 비교하잖아. 그러니 너도 내 이름을 들어봤을 텐데...내가 너 대신 농구공도 막아줬고 도서관에서 햇빛도 가려줬잖아. 다 잊은 거야?”그는 자신의 기억을 곱씹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우리 함께 변태 선생을 잡은 적도 있잖아. 정말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거지...왜 한 번도 날 찾지 않았어?”“내가 너 앞을 그렇게 여러 번 지나갔는데 넌 왜 나한테 아는 척도 안 했어? 현시우가 나랑 친해지지 말라고 해서 그런 거야? 너 그렇게 말을 잘 듣는 아이였어?”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중얼거렸다.“나도 나름 괜찮게 생겼잖아. 남자 친구를 바꿔보는 게 어때? 내가 현시우보다 너한테 더 잘해줄 자신 있는데. 유월영, 내 말 들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그는 이렇게 많은 말을 했지만 유월영은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연재준은 그녀가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4화

    유월영은 줄곧 모범생이었다. 지각이나 조퇴는커녕 항상 성적도 우수했기에 선생님들은 항상 그녀를 신뢰했다. 그래서 그녀가 조퇴를 요청하자 선생님은 별다른 질문 없이 허락해 주었다.다만 유월영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자 선생님은 부모님께 연락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유월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혼자 돌아갈 수 있어요.”그녀는 어머니가 자전거를 탈 줄 모르고 아버지는 성격이 급했기에 아버지와 접촉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게다가 선생님은 그녀와 현시우가 가까운 사이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사적인 문제에 간섭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 이 학교에서는 선생님의 발언권이 크지 않았다.선생님은 현시우가 차량을 보내줄 것이라고 짐작하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조퇴 허가서를 작성해 주었다.“비가 많이 올 수도 있으니 밖에 오래 머물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렴. 내일도 몸이 안 좋으면 꼭 병가를 내고 쉬어.”“감사합니다, 선생님.”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렸지만 유월영은 현시우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그녀는 어젯밤 이미 그가 오늘 시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고작 20분 거리인데 그를 찾는다 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비가 온다고 해도 우산을 가지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그러나 유월영은 집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갑작스러운 폭우가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쏟아졌고 강풍과 빗물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려웠다.유월영은 허둥지둥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펼쳤지만 강한 바람에 우산이 뒤집히고 순식간에 옷이 젖어버렸다.앞이 점점 보이지 않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휘청였다.그때 멀리서 날카로운 경적이 들렸다.빠르게 달려오는 트럭을 발견한 유월영이 급히 뒤로 물러섰지만 발밑에서 미끄러운 무언가를 밟아 넘어질 뻔했다.그 순간 강한 손길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그 사람은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유월영은 그의 가슴에 부딪히며 싸한 솔잎 향이 풍겨왔다.본능적으로 그의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3화

    “준비는 다 끝난 거예요? 거주지, 의사, 그리고 돌봐줄 사람까지.”연재준이 물었다.“그래. 신 씨 아저씨가 다 준비해 주셨어.”어머니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신씨 아저씨라...연재준의 어머니는 내심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묶어놓은 족쇄에서 벗어나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됐다.하지만 아들은 비록 성숙하고 독립적으로 보이더라도 아직 고등학생일 뿐이었고 과연 그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재준아, 걱정하지 마. 너희 아빠랑 이혼 합의서에 분명히 명시했어. 그가 재혼하더라도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연씨 가문과 해운 그룹은 앞으로 반드시 네 것이 될 거야.”이것이 그녀가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었다.연재준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는 지금 가문과 해운 그룹에 큰 미련이 없었다. 만약 정말 필요하다면 아버지가 열 명, 스무 명의 자식을 더 낳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가 굳이 애쓸 필요는 없었다.그는 마지막으로 허리를 굽혀 어머니를 안아주며 말했다.“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몸 잘 돌보세요. 방학 때 시간이 나면 찾아갈게요.”어머니는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상자를 꺼냈다.“이걸 네게 주려고 가져왔어.”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투명하고 맑은 옥불이 들어 있었다.연재준은 그것을 알아보았다.“외할머니께서 남기신 거잖아요.”“그래. 외할머니께서 법사에게 받은 거라 아주 영험하다고 하셨어. 평안을 빌어주는 거야.”연재준은 다시 어머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어머니가 갖고 계세요.”어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가지고 다니면 내가 마음이 놓일 것 같아.”결국 연재준은 옥불을 꺼내 목에 걸고 어머니를 배웅했다.차가 떠난 후, 그는 옥불을 교복 안쪽에 넣어 피부에 닿도록 하고 학교로 들어갔다.평소에도 말수가 적던 그는 오늘따라 더욱 차갑고 냉랭한 분위기를 풍겼다.쉬는 시간에 평소 그와 친했던 몇몇 친구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2화

    아침 6시 45분.유월영은 학교로 걸어가던 중 그녀의 짝꿍을 만나 두 사람이 함께 걸었다. 하지만 오늘 유월영의 상태는 조금 축 처져 보였고 짝꿍도 이를 알아차렸다.“너 어디 아픈 거야? 어젯밤 또 늦게까지 문제집 풀었어?”“아니야, 어젯밤은 꽤 일찍 잤는데 그냥 좀 어지러워. 왜 그런지 모르겠어.”짝꿍이 그녀의 이마를 만져봤지만 열은 없었다.“나 페퍼민트 오일 가져왔는데, 발라줄까?”“좋아, 고마워.”“뭘 이런 걸로.”유월영은 월반으로 들어온 학생이라 반에서 나이가 가장 어렸고 짝꿍보다도 두 살 어리니 마치 어린 여동생 같았다.페퍼민트 오일을 바른 후 짝꿍에게 돌려줄 때, 짝꿍의 시선은 먼 곳에 가 있었다.“저기 차 옆에서 누군가랑 얘기하고 있는 남학생이 연재준 아니야. 주변에 경호원들도 지키고 있네.”유월영은 제대로 듣지 못하고 짝꿍이 아는 사람을 본 줄 알고 물었다.“그럼 가서 인사라도 할래?”짝꿍은 과장되게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누가 감히 그래!”아무도 연재준에게 괜히 인사하러 가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짝꿍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빨리 가자, 빨리!”하지만 유월영은 달리자 머리가 더 아픈 느낌이 들었다.연재준은 고개를 돌리다 우연히 소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치마가 바람에 살짝 펴지며 만들어낸 곡선을 본 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재준아.”차 안에서 여자가 그를 불렀다.연재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서서 차 안을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이 합쳐서 일흔 살이나 되셨는데 아직도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질 수 없다면 그동안 헛산 거예요.”여자는 잠시 침묵했다가 말했다.“내가 정말 참을 만큼 참아왔어. 하지만 요즘 네 아빠가 자기 비서랑 동거를 시작했어. 더는 못 견디겠어, 미칠 것 같아. 나 정말 이혼해야겠어.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내가 진짜로 미쳐버릴 거야.”연재준은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몸 안에서 느껴지는 그 애매한 아픔을 완화하려 했다.이 여자는 그의 친어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1화

    연재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고 현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이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너도 알 텐데, 유월영은 내 여자 친구야.”연재준은 그제야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나랑 무슨 상관인데.”그리고는 그들을 지나쳐 곧장 걸어갔다.현시우의 친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시우야, 쟤네 너희 집이랑 관계 좋은 거 아니었어?”현시우가 미묘하게 차가운 말투로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그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거든. 그래서 더 마음에 안 들어.”그 감정은 꼭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저 마음에 들지 않고 타고난 기운이 맞지 않아 본능적으로 싫어지기도 한다.친구는 어깨를 으쓱하며 그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그런데 걔가 유월영을 좋아한다니 좀 의외네. 전에 누가 춤 동아리에서 걔 봤다고 해서 그냥 지나가다가 본 줄 알았는데, 사실 월영이를 보러 간 거였나 봐.”현시우가 드물게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월영이는 걔가 감히 좋아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점심시간유월영은 짝꿍과 함께 식당으로 가며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고 있었다.학교의 급식은 맛있기로 유명해서 매일 ‘어떤 메뉴를 선택할까’라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두 여학생은 진지하게 메뉴를 논의하느라 뒤에 있는 사람들을 알아채지 못했다.“저 여자애 현시우 여자 친구 아니야?”옆에 있던 친구의 말에 연재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걔가 네 귀에 대고 말하던? 유월영이 자기 여자 친구라고?”“그건 아니고. 현시우가 방과 후마다 월영이를 집에 데려다주고 월영이도 자주 현시우 보러 반에 오잖아. 지난 주말에는 놀이공원에서 둘이 같이 있는 걸 본 사람도 있다던데. 이게 여자 친구 아니면 뭐겠어? 남매겠냐?”연재준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단 한 마디를 내뱉었다.“학생 때 연애하면 좋을 게 없어.”친구는 말문이 막혔다.“너랑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하긴 너랑 연애할 용기 있는 사람도 없잖아.”“...”연재준은 그를 무시하고 성큼성

  • 천억대 몸값 비서님   제930화

    “어쩔 수 없지.”현시우는 처음부터 그녀와 다툴 생각조차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절대 그녀를 이길 수 없었다. 특히, 유월영의 기분이 나빠지기라도 하면 그는 바로 달래기 바빴다.현시우가 텀블러 뚜껑을 열어 건네며 말했다.“마셔. 내가 직접 탄 거야. 그러니 꼭 다 마셔야 해.”유월영은 평소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현시우는 매일 아침 그녀에게 물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마치 풋풋한 남자 친구가 도시락을 준비하듯이.유월영이 마지못해 텀블러를 받아서 들며 물었다.“이게 무슨 물이야?”“귤이랑 레몬을 넣어 우린 거야. 네가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맛이지. 맛있어.”그녀가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따뜻하네?”현시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찬물은 몸에 안 좋아.”유월영이 투덜댔다.“넌 왜 우리 아빠보다 더 아빠 같아? 내 잠자는 거, 물 마시는 거, 심지어 찬 거 먹는 것까지 간섭하잖아.”현시우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레 말했다.“어제는 오빠라고 부르라고 해도 안 부르더니, 오늘은 Daddy라고 부르고 싶어?”유월영은 순간 얼어붙었다. 그녀는 Father와 Daddy가 미묘하게 다른 뜻을 가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개방적인 사람이 아니었기에 현시우의 농담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이내 그를 쫓아가며 때리기 시작했다.현시우는 웃으며 그녀의 두 손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로 끌어올렸다. 둘이 장난을 치고 있던 그 순간, 교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유월영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갈색 농구공이 바닥을 굴러 책상에 부딪혔다.“...이게 뭐야?”현시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누군가 농구를 하고 있네.”“복도에서?”유월영이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현시우가 짤막하게 대답했다.“날이 어두워졌으니 집에 데려다줄게.”유월영은 문득 중요한 걸 떠올렸다.“먼저 이 문제 푸는 거 가르쳐줘.”현시우는 펜을 쥔 채 투덜댔다.“가끔 진심으로 의심스러워. 너 나를 공짜 가정교사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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