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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1화

Author: 무가
“유연비 씨?”

두 사람 앞을 가로막은 건 유연비였다.

한쪽 팔만 남은 유연비를 보며 허사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유연비가 이렇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었기 때문이다.

유연비가 진서준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굳이 여자를 상대로 이렇게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었을 것이다.

“허사연 씨, 오랜만이에요.”

유연비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허사연이 가볍게 인사했다.

“유연비 씨, 오늘 만찬의 주인공이신데 왜 여기 계시죠?”

허사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허사연의 신분과 지위로 봤을 때 유연비가 굳이 그녀를 맞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

물론 진서준은 예외였다.

하지만 진서준은 서울시에 없다는 사실을 유연비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저는 오늘 만찬의 주인공이 아니에요.”

유연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허사연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주인공이 아니라고요? 유씨 가문 아가씨는 유연비 씨 혼자잖아요.”

“누가 그런 말을 했죠?”

유연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유연비의 표정에 허사연은 소름이 돋았다.

유씨 가문의 여자는 사실 유연비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유연비에게는 또 다른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는 바로 진서준의 전 여자친구 유지수였다.

그러나 유연비는 지난해 유희연이 그녀의 친부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

그 이유도 단순했다. 유지수가 유씨 가문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에 죽어도 마땅했기 때문이다.

진서준과 허사연은 유지수의 시체를 본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은 유연비가 그들을 속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유연비의 말은 허사연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안겼다.

“그 여자 아직 살아있어요?”

허사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유연비가 차갑게 웃자 허사연의 발끝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밀려왔다.

“허사연 씨, 일단 들어오세요.”

유연비는 허사연을 잡아끌며 떠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때 허사연은 호텔 입구의 경호원이 전부 무인이란 걸 비로소 깨달았다.

경호원들은 지금 허사연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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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서준은 어디선가 버들가지 하나를 꺼내 들고 유연비의 몸에 세게 내리쳤다.찰싹!한 대 맞자 유연비의 피부는 찢어지고 살점이 갈라졌다.유연비는 바로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아악! 진서준, 너 미쳤어?”유연비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유연비는 자기가 드디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진서준이 살려준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자기를 고문하려고 시도하는 것이었다.진서준은 무표정을 유지한 채 가시가 달린 버들가지로 유연비를 마구 때렸다.몇 대 맞고 나자 유연비의 몸은 살점과 피로 뒤덮였고 상처투성이가 되었다.폭우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유연비 주변의 바닥은 이미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었다.“제발 놔줘... 네 여자 몸의 상처는 내가 남긴 게 아니야.”유연비는 울면서 애원했다.“넌 죽어야 해. 유지수도 물론 죽어야 하고.”진서준은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너희 유씨 가문 사람들 모두 오늘 유지수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러야 할 거야.”“국안부는 네가 이렇게 막 나가는 걸 용납하지 않을 거야. 네가 폭력을 마음대로 행사하는 건 국안부와 적이 되겠다고 선전포고하는 거야.”유연비는 바로 국안부를 꺼내 들었다.유지수가 이제 진서준을 위협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유연비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국안부를 내세워 진서준을 제압하는 것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날 감히 제지하는 놈이 있으면 그게 누가 됐든 죽는 길밖에 없어.”말투는 매우 평온했지만 유연비는 소름이 돋아 발밑에서 차가운 기운이 뇌까지 치솟았다.버들가지가 다시 휘둘러지며 유연비는 하늘을 찢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아침이 되어서야 비가 그쳤고 유연비는 그때까지 버들가지로 된 채찍을 계속해서 맞았다.유연비는 지금 목숨이 겨우 붙어있는 상태였고 그녀의 몸엔 온통 피와 살이 뒤엉켜 있었다.“날 죽여, 날 죽여줘!”진서준의 잔인한 고문을 견딜 수 없었던 유연비는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유지수에게 전화해.”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7화

    구용소천!진서준의 체내에서 영기와 혈해가 거세게 뒤엉키더니 무시무시한 압박감이 몸 밖으로 폭발했다.펑! 펑!진서준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전투병 두 명이 바로 폭발하듯 뒤로 튕겨 나갔다.혈해 속에서 거대한 용 세 마리가 진서준의 뒤에 나타났고 이 혈용은 이내 진서준의 체내로 흡수되었다.이 장면을 본 유연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유연비는 진서준이 오직 검도에만 능한 줄 알았는데 진서준이 횡련도 능숙하게 다룬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다들 함께 달려들어 저 녀석 죽여버려!”이 순간, 유연비의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서서히 피어올랐다.“꺼져!”개조된 전투병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이 주먹을 휘두르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로 앞의 전투병을 순식간에 산산조각 냈다.전투병의 몸에서 분출한 피는 폭우에 씻겨 순식간에 사라졌다.다른 전투병이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다시 그중 한 명의 앞에 나타났고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러 그 전투병을 터뜨렸다.두 명을 연속으로 처치한 진서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몸을 빨리 움직여 길을 막는 전투병을 모조리 해치웠다.절대적인 힘 앞에서 이 전투병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길 외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 개조 약제를 칠급, 심지어 팔급 대종사에게 사용한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유연비가 데려온 20여 명의 개조된 전투병은 전부 진서준의 주먹을 맞고 산산조각 났다.바닥 위에는 부서진 뼈들 외에는 피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았다.한 팔로 우산을 받쳐 들고 있던 유연비는 눈알이 거의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유연비는 이 전투병들이 진서준을 기진맥진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지만 뜻밖에도 이 전투병들은 진서준의 주먹에 의해 전부 시체도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었다.사실 이 개조된 전투병들은 이급 횡련 대종사급 몸 상태를 자랑하는 자들이었다.전투병들은 피로나 두려움, 심지어 고통도 모르는데 사지를 잘라내지 않으면 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6화

    허성태의 두 다리는 이미 부러진 상태였고 숨을 거두기 일보 직전이었다.부녀의 비참한 모습에 진서준은 미칠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평범한 사람의 분노는 작은 범위 내에서 피를 튕기게 하지만 천재의 분노는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탁탁탁...사방에서 갑자기 빠른 발소리가 들려오자 진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진서준을 겹겹이 에워쌌다.“너희들 누구야?”이 사람들을 보자 진서준은 분노를 억지로 억제하며 급히 움직이지 않았다.진서준은 이 사람들이 명을 따르기만 하는 조무래기란 걸 알고 있었다.진짜 배후는 분명 이 사람들 뒤에 있을 것이다.그때, 화려한 우산을 받쳐 든 인물이 별장 안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자 전투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둘러 길을 터주었다.“너였구나.”진서준은 유연비를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분명 이 여자의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이 여자는 반성하거나 고맙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진서준의 여자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다.“허사연과 허성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너야?”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유연비는 고개를 저으며 부인했다.“아니야, 범인은 네 전 여자친구야.”“뭐라고? 유지수는 이미 죽지 않았어?”진서준은 믿기 어려워하며 소리쳤다.“그때 네가 네 입으로 말했잖아, 유지수는 네 아버지에게 처형당했다고.”유연비는 그 말에 조롱이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비꼬았다.“네가 내 말을 진짜 믿을 줄은 몰랐어. 유지수는 죽지 않았어. 오히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지. 네 여자 몸에 있는 그 상처들은 다 유지수가 한 짓이야. 나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진서준이 주먹을 꽉 쥐자 주먹에서 우두둑 소리가 들릴 정도로 분노가 넘쳐흘렀다.“그 여자는 어디 있어?”“이 사람들을 물리치면 알려줄게.”유연비가 뒤로 물러서자 수십 명의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앞으로 나섰다.이들은 전부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고 감정도 없는 로봇처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5화

    전화가 걸렸을 때, 진서준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휴대폰 소리에 깨어난 진서준은 전화를 보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전화를 건 사람이 서정훈이란 걸 발견한 진서준은 직감적으로 뭔가 큰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다.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서정훈이 굳이 전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다.“서 시장님, 무슨 일이에요?”진서준이 급히 물었다.“진서준, 허사연이 큰 사고를 당했어.”서정훈이 초조한 목소리로 급히 말했다.우르릉!순간 진서준의 머릿속에 천둥소리가 울리며 눈앞이 하얘졌다.“사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어요? 자세히 말해 주세요!”진서준은 급히 침대에서 일어났다.집에는 누렁이와 하얀이 두 마리의 이수가 지키고 있었다.칠급 대종사가 아닌 이상, 누렁이와 하얀이의 방어선을 넘을 수 없을 것이다.“허사연이 허씨 가문 대문에 매달려 있어. 네가 빨리 돌아와 구해줘야 해. 하루라도 지체하면 허사연이 버틸 수 없을지도 몰라.”허씨 가문 대문에 매달려 있다고?진서준의 가슴 속에서 폭발적인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자마자 진서준은 허윤진을 비롯한 여성들을 깨우기 시작했다.“사연에게 큰 일이 생겼어.”언니가 크게 다쳤다는 말을 들은 허윤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급하게 물었다.“언니가 어떻게 된 거야?”“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는 나도 잘 몰라. 서 시장이 방금 전화로 알려줬어.”상황을 대충 설명하면서 진서준은 또 다른 전화번호를 눌러 황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두세 번 울리자 황예은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황예은의 질문에 진서준은 바로 용건을 말했다.“비행기를 준비해. 지금 당장 서울로 가야 해.”“알았어, 지금 우리 집에 와.”황예은은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진서준은 차를 몰고 허윤진 일행을 데리고 황씨 가문으로 향했다.황씨 가문에 도착하니 헬리콥터 한 대가 정원에 정박해 있었고 황예은은 검은색 잠옷을 입고 진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고마워.”진서준은 긴말하지 않고 감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4화

    손바닥이 비처럼 쏟아지며 허사연의 얼굴에 거침없이 내리쳤다.“쌍년이 그때는 그렇게 오만하고 방자하더니 지금은 왜 이렇게 조용해? 입이 얼어붙었어? 재벌 딸이란 이유로 날 그렇게 괴롭히더니, 왜 지금은 가만히 있어? 오늘 진서준이 여기 없는 게 정말 아쉽구나. 진서준이 있었다면 내가 진서준에게 네가 남자에게 능욕당하며 죽는 꼴을 직접 보게 할 텐데 말이야.”유지수는 미친 사람처럼 허사연에게 끊임없이 욕설과 따귀를 날렸다.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눈을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도대체 어느 정도의 원한이 쌓여야 이토록 한 여자에게 잔인할 수 있을까?하지만 유지수는 여전히 분풀이하기엔 부족하다고 느껴 비어버린 술병을 들고 허사연의 머리를 향해 거침없이 내리쳤다.펑!순간 허사연의 머리에서 피와 술이 뒤섞여 허사연의 얼굴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허사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유지수는 여전히 일말의 자비도 없이 발로 허사연의 손가락을 힘껏 밟았다.“아악!”허사연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심장을 찌르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와 허사연은 더 이상 버텨낼 수 없었다.“아프지? 내가 지난 반년 동안 겪은 고통은 지금 그 고통보다 천 배는 더 심했어.”유지수는 악마처럼 웃으며 하이힐의 끝으로 허사연의 손가락을 더 세게 밟았다.말로만 듣던 열 손가락은 한 마음이라는 말이 사실이었다.허사연의 손가락은 모두 부러졌고 손바닥은 피와 살점으로 뒤덮여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유지수는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냉정하게 허사연을 바라봤다.유지수는 사실 허사연에게 너무 큰 원한을 품고 있지 않았다.오직 진서준만이 유지수가 가장 죽이고 싶은 사람이었다.“죽고 싶어? 죽여줄까?”유지수는 자세를 낮춰 불쌍한 벌레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허사연을 바라봤다.“죽는 것도 네겐 사치야. 난 네게 생지옥이 어떤 곳인지 보여줄 거야. 이 여자를 허씨 가문에 끌고 가서 대문에 매달아 놔. 누구도 이 여자 근처에 얼씬대지 못하게 잘 지켜. 주위에 오는 놈이 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3화

    허사연의 뇌는 온통 하얗게 변했다.유지수가 여기서 자기에게 대놓고 따귀를 날릴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이건 서울시 유명 인사들 앞에서 자기를 창피하게 하려는 의도였다.“유지수, 여긴 서울이야. 네가 마음대로 난동을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야!”허성태는 딸이 맞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지만 경호원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허성태가 유지수 앞에 다가갔을 때, 갑자기 허성태는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뒤로 날아가 바닥에 거칠게 쓰러지며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그 광경에 주변의 손님들은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아빠!”허성태가 처참하게 당하는 모습을 본 허사연은 분노가 치솟았다.“너희 아빠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너 자신이나 걱정해.”유지수는 말없이 다시 한번 손을 들려 했지만 이번에는 허사연이 방어할 준비를 했다.진서준과 함께 수련한 지 반년이 넘은 유지수는 현재 일급 대종사의 실력을 갖췄다.서울시에서는 이제 유지수가 누구도 두렵지 않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었지만 유지수를 마주한 순간, 허사연은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유지수의 손이 허사연의 손과 맞붙자 무시무시한 힘이 유지수의 팔을 타고 몸 전체로 퍼져갔다.그 충격에 허사연 몸의 뼈가 여러 군데 부러졌다.허사연이 물러서자 유지수는 바짝 따라가며 따귀를 또 두 대 날렸다.허사연은 머리카락이 헝클어졌고 두 뺨은 붉게 부풀어 올랐다.“허사연, 작년에 네가 진서준과 함께 날 망신 주던 그때, 오늘 이 순간을 상상해 본 적 있어?”유지수가 조롱 섞인 눈빛을 보내자 허사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진서준이 돌아오면 넌 끝장이야.”유지수는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그 녀석이 돌아온다면 그 녀석을 지옥으로 보내 너와 함께 있게 해줄게. 내가 지난 반년 동안 겪은 모든 고통은 전부 너희 둘을 다시 찾을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야.”“그건 네가 예전부터 마땅히 겪어야 할 일이었어.”허사연이 유지수를 노려보며 말했다.“맞아, 내가 예전엔 약자였지.”유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2화

    지금의 유지수는 몸짓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넘쳤다.유지수의 얼굴이 변하지 않았다면 허사연은 눈앞의 이 사람이 바로 그 전에 아부에만 신경 쓰던 유지수일 것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변화였다.허사연은 마음속의 충격을 억누르며 유지수 앞에 앉았다.“근데 넌 왜 서울에 왔어? 진서준을 찾으러 온 거야?”허사연의 눈빛이 복잡해졌다.“맞아요, 근데 진서준이 서울에 없더라고요.”유지수가 약간 실망한 듯 말했다.“그래도 허사연 씨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정말 헛되이 왔을 거예요.”“나에게 뭔 볼일 있어?”허사연이 경계심을 나타내며 물었다.“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예요.”유지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는 창문 앞에 서서 불빛이 반짝이는 도시를 내려다보았다.“사람의 운명이란 참 신기하고 짖궂은 것 같아요. 예전에 여기 서울시는 내가 꿈에도 바랐지만 손에 넣을 수 없을 곳이었어요. 근데 누가 알았겠어요, 1년 후인 오늘, 내가 유씨 가문 아가씨라는 신분으로 여기 서 있게 되었죠. 허사연 씨, 예전에 난 당신을 정말 부러워했어요. 당신이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난 것이 너무나 부러웠어요. 입만 열고 손만 내밀면 모든 게 다 준비되어 있고 걱정할 게 없었죠.”유지수는 몸을 돌려 허사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유씨 가문에 가보니 사실 명문대가에 있다는 게 썩 좋은 일은 아니더라고요.”허사연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유씨 가문으로 돌아갔을 때, 아빠가 내게 두 가지 길을 줬어요. 하나는 죽어서 시체로 버려지는 거였고 또 하나는 과거의 치욕을 씻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대가가 정말 컸어요.”유지수는 차분하게 과거를 털어놨다.“그래서 오늘 내게 복수하러 온 거구나.”허사연은 심호흡을 크게 하며 말했다.“복수는 아니에요.”유지수는 평온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저 진서준에게 작은 교훈을 주려는 것뿐이에요. 벌써 이 시간이네요. 이제 슬슬 나가야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1화

    “유연비 씨?”두 사람 앞을 가로막은 건 유연비였다.한쪽 팔만 남은 유연비를 보며 허사연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유연비가 이렇게 된 것도 자업자득이었기 때문이다.유연비가 진서준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진서준이 굳이 여자를 상대로 이렇게 잔인하게 손을 댈 수 없었을 것이다.“허사연 씨, 오랜만이에요.”유연비가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랜만이에요.”허사연이 가볍게 인사했다.“유연비 씨, 오늘 만찬의 주인공이신데 왜 여기 계시죠?”허사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허사연의 신분과 지위로 봤을 때 유연비가 굳이 그녀를 맞으러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물론 진서준은 예외였다.하지만 진서준은 서울시에 없다는 사실을 유연비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저는 오늘 만찬의 주인공이 아니에요.”유연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허사연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주인공이 아니라고요? 유씨 가문 아가씨는 유연비 씨 혼자잖아요.”“누가 그런 말을 했죠?”유연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유연비의 표정에 허사연은 소름이 돋았다.유씨 가문의 여자는 사실 유연비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유연비에게는 또 다른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는 바로 진서준의 전 여자친구 유지수였다.그러나 유연비는 지난해 유희연이 그녀의 친부에게 살해당했다고 말한 바 있었다.그 이유도 단순했다. 유지수가 유씨 가문 명예를 더럽혔기 때문에 죽어도 마땅했기 때문이다.진서준과 허사연은 유지수의 시체를 본 적은 없지만 두 사람은 유연비가 그들을 속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하지만 지금 유연비의 말은 허사연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안겼다.“그 여자 아직 살아있어요?”허사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곧 알게 될 거예요.”유연비가 차갑게 웃자 허사연의 발끝에서부터 차가운 기운이 밀려왔다.“허사연 씨, 일단 들어오세요.”유연비는 허사연을 잡아끌며 떠날 틈을 주지 않았다.그때 허사연은 호텔 입구의 경호원이 전부 무인이란 걸 비로소 깨달았다.경호원들은 지금 허사연과 그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450화

    그러고는 진서준은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잠깐만.”황예은이 갑자기 말하자 진서준이 눈썹을 추켜세웠다.“무슨 일이야?”“우리 다음에 언제 만날 수 있어?”황예은이 진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묻자 진서준은 깊이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멸용 조직이 네게 만남을 제안할 때야. 그 조직이 조금이라도 수상한 행동을 보이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황예은이 대답하지 않자 진서준은 다시 물었다.“또 다른 일 있어?”황예은은 빨간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야, 없어.”“그럼 다음에 또 보자.”진서준은 몸을 돌렸다.막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향긋한 향기가 불현듯 코끝을 스쳤고 곧이어 두 팔이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그리고 옷 너머로도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진서준의 등 뒤에 바짝 밀착되었다.진서준은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져 그 자리에 멈춰 섰다.다행히 황예은은 더 이상의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잠시 후, 황예은의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고마워.”“고맙긴, 몸조심해.”황예은이 팔을 풀고 난 뒤에야 진서준은 발걸음을 옮겼다.진서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황예은은 그제야 뒤돌아섰다.“이제부터는... 로봇이라는 소리는 안 듣겠지?”황씨 가문을 떠난 뒤, 진서준은 바이올렛과 함께 동호 근처에 있는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 안에는 허윤진과 서지은이 진서준을 기다리고 있었다.“진서준, 우리 내일 가는 게 어때? 오늘 밤 비행기는 이미 만석이야.”“그러자.”집에 돌아가는 게 급한 일이 아니니 내일 아침에 떠나도 문제는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날 밤, 평생 후회할 뻔한 일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평온했던 서울시는 그날 오후가 되자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모든 명문대가 권력자가 초대장을 받았기 때문이다.“서북 유씨 가문 아가씨? 그게 누구야?”“유씨 가문은 서북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가문이잖아. 재산과 권력을 겸비한 대가문이지.”“그런 거물이 왜 갑자기 우리 서울시 같은 작은 도시에 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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