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가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야. 네가 날 구해준 은혜가 있는 건 나도 잘 알아. 그래서 널 해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 제발 우리 가족을 구할 기회를 한 번만 줘.”바이올렛이 그 당시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멸용 조직 조직이 그녀와 진서준과의 관계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바이올렛은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황예은과 접선하게 된 것이다.“네가 돌아가면 네 가족은 살아남을 수 있어. 그 대신 우리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셀 수 없이 많이 사람들이 고통받게 될 거야. 물건은 두고 가. 네 가족은 내가 어떻게든 구출할 방법을 찾을 거야.”진서준이 다시 한번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대화가 진행될 때, 유람선 앞쪽에서 엔진 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2층 높이의 요트가 바다 위로 나타났다.요트의 2층 갑판 위에는 두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두 명은 모두 서양인 얼굴이었다.한 사람은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남자였는데 기운을 깊게 누르고 있었다.그 남자는 그저 서 있기만 해도 거대한 산처럼 무시무시한 압박감이 감돌고 있었다.다른 한 사람은 금발의 머리카락이 어깨에 흩날리는 남자였고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바로 저 사람들이야.”바이올렛의 표정이 붉으락푸르락해지더니 눈 속에 증오의 기운이 번뜩였다.“저 사람들은 누구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그날 우리 혈수를 죽였던 자들이야. 저 금발 남자는 레일린이야. 멸용 조직 소속인데 실력이 거의 멸세급이야. 너희 대한민국의 말로는 구급 정점 대종사 실력이야. 붉은 머리 남자는 올림푸스 신전 신왕 루도프야. 팔급 대종사급 실력이지. 이 두 사람은 모두 천의방에 올라와 있어.”바이올렛은 진서준에게 두 사람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이따가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저 둘은 물건을 챙기면 바로 떠날 거야.”두 사람 다 천의방 강자였다.그중 한 명은 심지어 구급 정점 대종사급 실력이었다.진서준이 아무리 날고뛰는 재간이 있어도 혼자서 이 두 사람을 상대할
일반 사람이라면 올기처럼 거대한 교룡이 갑자기 나타나면 본능적으로 도망가겠지만 레일린은 달랐다.해외에서 수년간 활발하게 움직였던 레일린은 특이한 괴물들을 많이 봐왔다.올기라는 교룡은 레일린에게 있어 단지 체형이 일반 괴물보다 조금 더 큰 괴물일 뿐이었다.두 사람의 모습이 순간 번쩍이며 순식간에 요트 갑판에서 사라졌다.두 사람은 10여 미터를 훌쩍 뛰어오르며 올기 앞에 나타났다.살기 가득한 두 사람은 올기를 더욱 화나게 했다.올기는 이래 봬도 고귀한 교룡 일족이기 때문이었다.“으르렁!”용의 울음소리와 매우 비슷한 포효가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철썩! 철썩!그 포효에 바닷물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미친 듯이 출렁이기 시작했다.무려 천 톤이 넘는 대형 유람선인 천하 유람선도 요트와 함께 떨기 시작했다.갑판 위에 있던 사람들은 급히 난간을 잡고 두려움에 떨며 올기를 바라보았다.“저 두 사람은 누구지? 어떻게 감히 교룡까지 건드릴 수 있지?”“보아하니 해외에서 온 사람인 것 같은데, 저 사람들이 왜 요트를 타고 여기로 왔을까?”사람들이 불안하고 궁금해하는 가운데, 올기와 레일린은 이미 충돌이 일어났다.이 두 사람은 천의방 강자답게 강기를 다루는 능력이 대단했다.두 사람은 올기의 무시무시하고 신속한 공격을 연속으로 막아냈다.올기의 발톱과 입속에서 나오는 화염이 두 사람 앞에 펼쳐진 강기에 닿자 고작 작은 균열만 만들었을 뿐, 그들 두 사람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레일린은 올기의 힘을 이용해 올기의 뒤로 돌아갔다.레일린이 손에 쥔 붉은 장검의 칼날 위에는 늑대인간이 새겨져 있었다.레일린이 강기를 다루자 칼날 위에 새겨진 늑대인간의 모습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보였다.다음 순간, 레일린은 장검을 거세게 휘둘러 올기을 향해 내리쳤다.올기의 비늘은 강철처럼 단단해 심지어 스나이퍼의 총알도 관통할 수 없었다.칼날이 떨어지자 금속이 부딪히는 충돌 소리가 사람들의 고막을 찢었다.순간 올기는 등에서 찌릿한 아픔이 느껴졌고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그때는 올기의 실력이 대단했지만 천 년 동안 봉인된 후, 그 실력은 이미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락했다.만약 올기의 오만한 성격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죽는 길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이 짐승은 온몸이 보물 창고야. 죽인 후에 이 짐승을 그대로 가져가자.”레일린이 루도프에게 소리쳤다.올기는 두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알지 못했지만 그들의 욕망 가득한 눈빛을 보고 순간 두 사람이 자기를 먹으려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자기가 이 두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올기는 갑자기 몸을 낮추어 바다로 향해 질주했다.올기의 몸이 바다에 떨어지며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것처럼 주변 백 미터의 바닷물이 솟구쳐 백 미터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다.그 거대한 파도가 천하 유람선을 향해 몰려갔다.천하 유람선이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릴 것 같아지자 갑판에 서 있던 다섯 명의 인물이 일제히 힘을 합쳐 그 거대한 파도를 갈랐다.유람선이 무사히 파도를 뚫어버리자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그 다섯 명은 이씨 가문에서 초빙한 칠급 강자였다.이때, 피로 물든 채 비참한 모습의 올기가 다시 바다에서 튀어나왔다.레일린과 루도프 두 사람은 여전히 올기의 몸을 꼭 붙잡고 있었다.“크악!”올기는 거대한 몸을 바다 위에 드러내며 고통에 찬 신음을 내며 진서준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듯했다.진서준은 한 걸음씩 다가가 갑판의 가장자리에 섰다.올기는 즉시 몸을 낮추고 머리를 갑판에 놓아 진서준이 그 위에 올라설 수 있게 했다.“어마나? 이 거대한 용 주인이 저 사람인가?”“용존이란 칭호가 농담이 아닌가 보네.”“이 용존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신화에서나 나오는 존재인 거대한 용이 사람을 머리 위에 태우고 있다는 사실에 모두 경악했다.올기는 진서준에게 주인을 대하는 반려동물처럼 경건한 자세로 섬기고 있었다.레일린과 루도프 신왕도 이 모습을 주목했다.“이봐, 이 짐승을 키운 사람이
데이터를 삼킨 교룡이 깊은 바다로 도망쳤다.이 상황에서 지선이 오더라도 그 교룡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두 사람이 빈손으로 돌아간다면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발톱으로도 예상할 수 있었다.유일하게 죽음을 피할 방법은 진서준의 시체를 가져가는 것뿐이었다.용존이자 국안부의 상경은 대한민국 일인자 천재라는 칭호를 얻은 인물이었다.그런 대단한 인물을 죽이면 오히려 두 사람은 공을 세운 셈이 될 것이다.“이세아 씨, 우리도 내려가서 도와줄까요?”이세아 뒤에 있던 한 노인이 물었다.같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진서준이 혼자서 둘을 상대하는 걸 보고 다들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들이 개입한다면 명양사해 경매회가 이후 멸용 조직과 올림푸스 신전 두 대형 조직에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었다.이세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잠시 고민에 빠졌다.“그냥 놔두는 게 나을 거예요. 국안부를 위해서 세계급 조직 두 개를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죠.”다른 노인이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털어놨다.멀리서 박서명이 데려온 대종사 세 명도 진서준을 도와야 할지 묻고 있었다.“잠깐 기다려보자. 용존이 이길 가능성이 보이면 그때 도와주자.”박서명이 결정을 내렸다.“저 두 사람은 천의방 강자야. 함부로 나섰다간 자칫 우리만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어.”천의방에 있는 강자들의 정보를 거의 다 파악한 박서명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바로 정보가 떠올랐다.레일린은 천의방 46위로 황혼 기사보다 강했고 루도프 신왕은 천의방 79위에 있었다.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명주시에서 아무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한낱 상인으로서 박서명의 선택은 자연스럽게 이익을 추구하고 위험을 피하는 쪽이었다.“스승님, 진 마스터가 위험에 빠진 것 같습니다.”곽윤상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먼저 섣불리 움직이지 마. 내게 조금만 회복할 시간을 주면 그때 용존님을 도울 거야.”손원순이 진지하게 대답했다.아까 황혼 기사의 공격을 받고 크게 다친 손원순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지금
그런 레일린이 올림푸스 신전의 신왕과 힘을 합친 지금 이 청년을 이기지 못한다니, 너무나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가는 상황이었다.루도프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편, 진서준의 뒤에 있던 네 마리 용이 우렁차게 울부짖으며 하늘을 누비다가 진서준의 등을 향해 모여들어 두 팔로 뻗어갔다.그러자 진서준의 두 팔꿈치에 각각 용 두 마리가 나타났다.“이제 내 차례야.”진서준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조금 전 그 일격은 진서준이 두 사람의 공격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이었다.이제 진서준은 반격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찌지직!순식간에 진서준의 옷이 찢어지며 완벽한 근육이 드러났다.진서준의 손가락에 낀 천용 반지는 더욱 눈부시게 빛났고 그 빛은 심지어 하늘의 달빛을 능가할 정도였다.진서준이 힘을 모아 주먹을 날리자 천지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주먹이 날아가는 동시에 진서준의 두 팔에 있던 네 마리 용이 동시에 레일린과 루도프를 향해 돌진했다.거대한 용이 하늘로 솟구치자 바다가 갈라지며 거센 파도가 일었다.모두가 이 장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어떻게 이렇게 신기한 일이 있을 수 있지? 저 녀석이 멸세급 강자도 아닌데 이런 실력을 갖췄단 말인가?”이 한 방에서 멸세급 강자 수준의 실력을 감지한 레일린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 힘은 산을 부수고 달도 짓밟을 수 있는 수준의 힘이었고 심지어 천지의 의지도 조금 응축한 것처럼 보였다.천지와 소통할 수 있는 건 오직 지선급 강자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눈 속에서 살기와 분노가 모두 사라지고 대신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만 남은 두 사람은 느닷없는 공포가 밀려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두 사람의 강기는 이 거대한 용 앞에서 종이처럼 쉽게 찢어졌고 곧이어 그 거대한 용은 두 사람의 가슴에 거세게 부딪혔다.쿵!다음 순간, 두 사람은 발사한 폭탄처럼 뒤로 날아가 요트에 그대로 부딪혔다.풍덩!요트는 두 사람의 충격에 그대로 뒤집혀 바닷속으로 침몰했다.용이 사라지자 하늘과 바다가 순간 깊은 정
진서준은 배로 돌아갔다.진서준을 바라보는 주변 권력자들의 눈빛에는 경외심이 가득했다.하룻밤 사이에 천의방에 오른 절세 강자 세 명이 모두 한 사람의 손에 죽었다.지선이 아닌 이상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까?더 무서운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혹시 이 앞에 있는 청년은 이미 지선 경지에 오른 건가?생각만 해도 너무 끔찍한 것 같았다.진서준은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황예은과 바이올렛 앞에 섰다.“날 죽여.”황예은의 눈은 흐릿하게 가라앉았다.나라를 배반하고 외부 세력과 결탁한 죄는 당연히 사형에 처해야 한다.진서준은 국안부 상경으로서 사후보고의 권한이 있었다.진서준이 여기서 황예은을 죽이지 않더라도 그녀가 명주시에 돌아가면 국가의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널 죽이면 황씨 가문은 어떻게 되지?”진서준이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다른 사람도 충분히 날 대신해 황씨 가문을 이끌 수 있어.”황예은은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하려고 했다.데이터를 넘기지 못했고 해외 조직도 천의방 강자 두 명을 잃었다.자기 아버지가 어떤 처지가 될지 상상만 해도 뻔했다.“그럼, 황현호는 어떻게 할 거야? 네가 죽으면 황현호는 과연 어떻게 될까?”진서준이 또 질문을 던졌다.황현호라는 단어에 황예은의 표정이 일시적으로 흔들렸다.황예은이 가장 염려하는 건 언제나 가족이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라를 배반하는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황현호가 막 부귀전승을 얻었는데 네가 황경영과 함께 처참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녀석이 어떻게 할 것 같아?”진서준이 차분하게 말하자 황예은은 눈을 뜨고 무거운 말투로 대답했다.“당연히 원수를 찾아 복수하겠지.”“그렇겠지.”진서준이 말을 이어갔다.“왕권 부귀전승은 아무리 국내 4대 최강의 은세 종문이라고 해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비법이야. 그 전승이 세상에 드러나기라도 하면 상처 입은 사람이 바다에 빠진 것과 같아서 상어들이 끊임없이 몰려올 거야. 상황이 그렇게 번지면 황현호는
“네게 기회를 줄게. 서울에 남아서 우리 가족 안전을 책임져.”진서준이 다시 고개를 돌려 바이올렛을 쳐다보며 말하자 바이올렛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이제 내가 해외에 갔을 때 네 가족이 살아 있다면 내가 꼭 네 가족을 네게 데려다줄게.”진서준이 약속하자 바이올렛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고마워, 진서준.”바이올렛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진서준이 그녀를 처단하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주었다.“진 마스터님은 정말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강한 실력을 갖춘 것 같네요. 저 박서명은 진 마스터님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이때 박서명이 급히 다가와 아첨하기 시작했다.박서명은 상인으로서의 눈매와 감각이 항상 예리했다.인터넷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박서명은 모든 자산을 전자상거래에 투자했다.그만큼 박서명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일화였다.“진 마스터님, 이제부터는 저희 박씨 가문 귀인이 되실 겁니다. 박씨 가문은 영원한 진 마스터님의 친구가 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박서명은 명주시 모든 권력자 앞에서 대놓고 입장을 밝혔다.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둘씩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진 마스터님, 저는 경동 그룹 강시찬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 행다 그룹 허준우입니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진 마스터님, 저는...”수많은 사람이 진서준을 겹겹이 둘러쌌다.평범한 사람들에게 이들 상류사회의 권력자는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존재였지만 다들 순서대로 진서준 앞에서 공손히 대했다.이것이 바로 절대적인 힘이 가져오는 영광이었다.진서준은 권력자들의 명함을 하나하나 받았다.이 명함들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모든 사람이 흩어진 후, 진서준이 손에 들고 있던 명함은 20센티미터가 넘었고 그는 그 명함을 전부 허윤진에게 건넸다.“아버님에게 전해줘. 그분은 사업을 하시니 분명 이 명함들이 필요할 거야.”허윤진은 명함을 받아 들고 그 위에
방금 일어난 요란한 소동 때문에 천하 유람선은 방향을 돌려 명주시로 향했다.진서준은 이세아에게 끌려 유람선의 10층으로 갔다.이 층의 인테리어는 호텔의 연회 스타일과 비슷했는데 중앙에는 아주 큰 무도장이 있었다.무도장 한가운데서 한 서양 청년이 부드러운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몇 쌍의 남녀가 무도장에서 가볍게 몸을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사교춤은 아주 간단한데 허사연이 진서준에게 그 춤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이 자리에서 이세아와 춤추고 싶지 않았다.그 이유는 이세아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 자리에 있는 권력자들이 진서준과 이세아 사이의 관계를 오해할까 봐 걱정스러웠다.만약 그 소문이 허사연에게까지 전해진다면 진서준은 아무리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을 것이다.“난 진서준과 춤을 출 거야.”허윤진은 단호한 태도로 진서준의 팔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허윤진 씨는 진서준 시누이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진서준과 춤추는 건 적절하지 않죠.”이세아가 부드럽게 귀띔했다.“왜 적절하지 않죠?”허윤진이 이를 악물고 되물었다.이세아와 같은 여우도 진서준과 춤을 출 수 있는데 왜 자기는 안 된다는 거지?허윤진은 이미 이세아를 적으로 간주했다.“난 진서준과 그냥 친구일 뿐인데 허윤진 씨와 진서준은 이제 가족이 될 거잖아요. 가족 사이, 특히 시누이와 형부 사이에서 이런 춤을 추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이세아는 눈을 가늘게 뜨며 당당하게 말했다.같은 여자라 이세아는 허윤진의 생각을 눈치챘다.시누이와 형부 사이는 누구나 다 흥미진진하게 얘기할 수 있는 독특한 관계였다.“난 다른 사람 오해 따윈 두렵지 않아요. 어차피 진서준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요.”허윤진도 당당하게 나왔다.진서준은 이 둘이 자기 생각을 하나도 물어보지 않아 좀 답답했다.여자란 본래 이렇게 강압적인 동물인가?“그래요? 허윤진 씨가 뜬소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니 그럼 첫 번째 춤은 허윤진 씨에게 양보하죠.”이세아가 갑자기 시원시원하게 진서준을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