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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7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1 19:00:00
붉은 피가 금세 땅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진 설괴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

눈앞의 이 인간은 설괴가 어제 만난 그 인간보다도 수십 배는 더 무서운 존재였다.

설괴는 자기가 조금이라도 저항한다면 다음 순간 바로 목이 떨어질 걸 직감했다.

그래서 설괴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준의 말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진서준은 설괴의 반응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잡은 참선검을 빛의 흐름으로 변신해 허리에 다시 꽂았다.

설괴는 그제야 사형선고를 면한 듯한 안도감에 사로잡혔고 본능적으로 진서준과 거리를 벌리려 했다.

“움직이지 마. 먼저 상처를 치료해 주마.”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

설괴는 비록 인간의 말을 완벽히 구사하지 못했지만 진서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설괴의 얼굴에는 의심과 불신이 가득했다.

살려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인데 이 인간이 치료까지 해준다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진서준은 설괴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개의치 않고 한 손을 설괴의 몸에 얹어 본인의 영기를 천천히 설괴의 몸 안으로 흘려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설괴는 체내에서 편안한 느낌이 흐르기 시작한 걸 알아챘다.

설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 눈앞의 사람이 설괴의 눈에는 괴물과도 같았다.

단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진서준이 만들어낸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상처가 완전히 아물자 설괴는 인간을 흉내 내어 진서준에게 고개를 숙여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진서준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됐어. 아직 감사 인사는 일러. 이제 네게 몇 가지 요수용 수련법을 전수해 줄게. 네가 늘 설산에서 지내니 얼음과 관련된 술법을 전수해 주마.”

말을 마친 진서준은 손바닥을 설괴의 머리에 얹었다.

다음 순간, 끝없이 깊은 바다 같은 방대한 공법이 설괴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설괴의 눈빛은 점점 생기를 되찾았고 그 안에서 이채로운 빛이 번뜩였다.

누렁이와 비교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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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조태희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혹시... 그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병이 치료된 건가?정말 그런 신기한 치료법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장 의사를 힐끗 쳐다보고 냉랭하게 말했다.“저리 비켜, 방해하지 말고.”“네, 알겠습니다.”장 의사는 말을 고분고분 잘 듣는 초등학생처럼 급히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이제 침을 놓을 거니까 아무도 날 방해하지 마세요.”진서준은 말하고 나서 손에 든 은침을 마술처럼 능숙하게 다루며 조민영의 몸 위에 놓기 시작했다.그 손놀림이 얼마나 빠른지 조기강조차 제대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조태희는 이 틈을 타 장 의사에게 다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장 의사님, 방금 그건 대체 무슨...”“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입니다. 제가 눈이 멀어 몰라봤네요.”장 의사는 부끄러운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이론적으로 제 병은 치료가 불가능한 병입니다. 그런데 진 마스터님의 따귀 두 대로 제가 오랜 세월 앓아온 신경 경화가 완치되었습니다. 이분은 명의가 아니라 신의라고 해야 할 겁니다.”조태희는 그 말을 듣고 입이 떡 벌어졌다.아까 조태희가 예상한 것과 같단 말인가?단 따귀 두 대로 장 의사의 불치병을 치료한 게 사실이라면 이건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능력일 것이다.진서준의 무도 실력은 무도계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하고 의술은 세상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대단했다.이런 천재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이 조태희의 머릿속에서 번쩍이자 진서준을 바라보는 조태희의 눈빛도 번뜩이기 시작했다.조태희는 이미 진서준에게 자기 딸 조민영을 시집보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물론 진서준과 조민영 사이에는 일곱 살 정도의 나이 차가 있지만 이 정도는 문제 될 게 없었다.문제는 진서준이 이 결혼을 원하느냐는 것이다.만약 진서준이 원한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이 원하지 않는다면 골치가 아플 것이다...그 시각, 진서준은 조민영의 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9화

    장 의사는 얼굴색이 급격히 변하더니 진서준을 보며 말했다.“이봐, 내 병을 짐작할 수 있는 걸 보니 네가 능력이 좀 있는 모양이야. 근데 네가 이 여자애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웃기지 마, 그건 네가 내 병부터 치료한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얘기야.”장 의사는 여전히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자존심이 워낙 강한 장 의사는 자세를 낮추고 진서준의 말을 곧이곧대로 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서늘한 표정으로 장 의사를 쳐다보았다.“네가 믿든 안 믿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진서준은 단 한마디로 장 의사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았고 장 의사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이봐, 치료할 수 있기나 해? 할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해봐.”장 의사는 머리를 돌려 조태희를 보며 말했다.“조 가주님, 가주님 면목을 봐서 한마디만 할게요. 이 자식이 지금 가주님 딸에게 침놓으면 반 시간도 버티지 못할 겁니다. 침을 놓지 않으면 가주님 딸이 몇 시간 더 살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주님이 따님과 제대로 작별 인사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장 의사는 일부러 조태희를 자극하려 했다.장 의사의 목적은 단순했다. 진서준의 실력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조태희의 손을 빌리려는 것이다.조태희도 바보가 아니었다.장 의사의 말을 들은 조태희는 이내 그 속셈을 눈치챘고 머리를 돌려 진서준을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진 마스터님, 제가 마스터님을 믿지 않으려는 건 아닌데요. 단지 전...”“알았어요.”진서준은 바로 장 의사 앞에 걸어갔다.자기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진서준이 경멸의 눈길로 자기를 내려다보는 걸 보며 장 의사는 엄청난 굴욕감을 느꼈다!장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유도 없이 있는 힘껏 장 의사에게 귀싸대기 두 대를 날렸다.짝! 짝!순간 방 안에 청량한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상황을 목격한 조태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막 방에 들어오던 조기강도 그대로 얼어붙었다.‘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왜 갑자기 날 때린 거야?’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8화

    진서준은 즉시 설괴에게 가장 간단한 수법을 가르쳤다.몇 분도 안 돼서 설괴는 금방 그 수법을 익혔고 몸이 50센티미터도 안 될 만큼 작아졌다.작아진 설괴는 눈처럼 하얀 작은 원숭이 같았고 누가 봐도 귀여워 보였다.“이제 네 이름은 하얀이야.”진서준이 설괴의 이름을 지어줬다.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서준은 하얀이를 데리고 천산을 내려갔다.차에 올라타자 운전기사는 진서준이 데리고 온 하얀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천산에 원숭이도 있나요?”진서준이 운전기사에게 이 원숭이가 천산의 설괴라는 걸 알려준다면 운전기사는 아마 기절초풍했을 것이다.온 하루 쉬지 않고 운전한 결과, 해가 지기 전에 진서준은 봉천시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 하얀이는 진서준을 따라 조씨 가문 병동으로 걸어갔다.“진 마스터님!”진서준이 돌아오자 조태희는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급히 달려갔다.“무슨 일이에요?”조태희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자 진서준은 순간적으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민영이 몸에 꽂힌 은침을 뽑았는데 장 의사가 말하기를 우리 민영이 오늘을 넘기지 못한다고 하네요...”조태희의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쳤다.“내가 떠나기 전에 은침을 뽑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내 말을 듣지 않죠?”“그게... 장 의사가 뽑으라고 해서 뽑은 겁니다. 제 동생이 천산설련을 가지고 돌아와서 장 의사에게 민영이를 치료해 달라고 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이렇게 됐네요...”조태희는 내심 괴로워하며 간절하게 부탁했다.“진 마스터님, 제발 우리 딸을 살려주세요.”그때, 병동을 떠나려던 장 의사가 조태희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조 가주님,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따님 장례 준비는 알아서 해두세요.”진서준은 태연하게 작별 인사하는 장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민영 씨 은침을 뽑으라고 한 거야?”장 의사는 그 말에 멈칫하더니 진서준을 아래위로 쭉 살펴보고 냉랭하게 웃었다.“맞아, 내가 뽑으라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7화

    붉은 피가 금세 땅을 시뻘겋게 물들였다.기력이 급격히 쇠약해진 설괴는 두려움과 긴장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눈앞의 이 인간은 설괴가 어제 만난 그 인간보다도 수십 배는 더 무서운 존재였다.설괴는 자기가 조금이라도 저항한다면 다음 순간 바로 목이 떨어질 걸 직감했다.그래서 설괴는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준의 말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진서준은 설괴의 반응을 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잡은 참선검을 빛의 흐름으로 변신해 허리에 다시 꽂았다.설괴는 그제야 사형선고를 면한 듯한 안도감에 사로잡혔고 본능적으로 진서준과 거리를 벌리려 했다.“움직이지 마. 먼저 상처를 치료해 주마.”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설괴는 비록 인간의 말을 완벽히 구사하지 못했지만 진서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하지만 그 말을 듣자 설괴의 얼굴에는 의심과 불신이 가득했다.살려준 것만으로도 이미 큰 은혜인데 이 인간이 치료까지 해준다니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진서준은 설괴의 의심 어린 눈초리를 개의치 않고 한 손을 설괴의 몸에 얹어 본인의 영기를 천천히 설괴의 몸 안으로 흘려보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설괴는 체내에서 편안한 느낌이 흐르기 시작한 걸 알아챘다.설괴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서준을 바라봤다. 눈앞의 사람이 설괴의 눈에는 괴물과도 같았다.단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진서준이 만들어낸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상처가 완전히 아물자 설괴는 인간을 흉내 내어 진서준에게 고개를 숙여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진서준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됐어. 아직 감사 인사는 일러. 이제 네게 몇 가지 요수용 수련법을 전수해 줄게. 네가 늘 설산에서 지내니 얼음과 관련된 술법을 전수해 주마.”말을 마친 진서준은 손바닥을 설괴의 머리에 얹었다.다음 순간, 끝없이 깊은 바다 같은 방대한 공법이 설괴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갔다.설괴의 눈빛은 점점 생기를 되찾았고 그 안에서 이채로운 빛이 번뜩였다.누렁이와 비교했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6화

    다행히 채취한 지 오래되지 않아 영약의 약효가 남아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껍데기만 남은 허상에 불과했을 것이다.진서준은 즉시 영기를 다루어 두 약재를 감싸 약효가 흩어지는 것을 막았다.준비를 마친 진서준은 동굴을 나서려 했지만 밖으로 나가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체형이 약 3미터에 이르는 하얀 털로 뒤덮인 괴물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쾅!설괴가 지면에 떨어지자 주변 100미터 내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고 단단한 지면마저 갈라지며 충격이 사방으로 퍼졌다.진서준은 설괴의 몸에 난 칼자국과 피를 보며 의아한 기색이 눈에서 스쳤다.아까 동굴 안에서 발견했던 핏자국은 이 설괴의 것이었고 그 영약도 이 설괴가 채집한 것이 분명했다.설괴의 상처를 보며 진서준은 누가 남긴 흔적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도 천산설련을 찾으러 온 조기강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사실 진서준의 추측은 거의 정확했다.천산설련과 천산빙련은 전부 설괴가 발견하고 오랫동안 키운 영약이었다.수년간 자신을 위해 아껴 두었지만 조기강이 그중 한 송이를 훔쳐 가버린 것이다.나머지 두 영약까지 빼앗길까 봐 두려웠던 설괴는 나머지 두 송이를 동굴 안으로 가져와 오늘 사용하려던 예정이었다.하지만 운이 없게도 진서준이라는 도둑을 만나고 말았으니 설괴 입장에서는 최악의 하루였다.“으르르르...”설괴는 진서준의 몸에서 자기 영약 기운을 감지하고 분노의 포효를 터뜨리며 둥근 동전만 한 눈동자로 진서준을 날카롭게 노려보고 있었다.“화내지 마. 이 영약은 내가 가져가겠지만 그냥 가져가는 건 아니야. 내가 적절한 공법으로 너와 교환하마.”진서준은 무식하게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경멸했다.설령 상대가 설괴와 같은 괴물이더라도 진서준은 교환의 방식을 선호했다.진서준의 말을 설괴도 이해했지만 이미 분노로 가득 찬 상태인지라 진서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설괴는 대화 대신 거대한 나무보다 굵은 팔을 들어 진서준의 머리를 내리쳤다.공기를 가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5화

    “장 의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조태희는 당황한 얼굴로 장 의사를 바라보며 물었다. 장 의사에게서 어떤 해결책이라도 듣고 싶었던 것이다.장 의사도 속으로는 약간 흔들렸지만 겉으로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다 조 가주님 잘못이죠. 다른 사람이 제 환자 몸에 멋대로 손대게 하니까 이렇게 됐죠. 일단 맥을 짚어봅시다. 아직 희망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죠.”장 의사는 곧바로 조민영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기 시작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 의사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큰일이네요. 따님은 가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독소가 심장을 침범해서 오늘 하루를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장 의사의 냉혹한 선언에 조태희와 조기강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딸이 죽는다니, 너무나 갑작스러운 청천벽력이었다.“장 의사님, 농담하는 거죠? 용존님은 제 딸에게 단지 침 몇 개만 꽂았을 뿐입니다.”정신을 차린 조태희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울먹이며 물었다.“제가 농담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침놓은 사람이 은침으로 따님의 심장과 단전을 봉쇄했어요. 그 침을 뽑는 순간, 따님의 체내 독소가 즉시 심장과 단전으로 몰려든 거고요. 이제는 신선이 와도 따님을 구할 수 없겠네요.”장 의사가 냉혹하게 말했다.“하지만 그 침은 장 의사님이...”“내가 뽑으라 한 건 맞아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죠.”장 의사는 단호하게 반박했다.“조 가주님이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침을 놓게 허락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겼겠어요?”장 의사의 비난에 조태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조태희는 멍하니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장 의사를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했다.“장 의사님, 제발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의사님은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명의 아닙니까? 우리 딸을 살릴 방법이 꼭 있을 겁니다. 살려낼 수만 있다면 우리 조씨 가문은 무엇이든 드리겠습니다...”“저는 의사지 염라대왕이 아닙니다. 따님의 병은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됐고요. 장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4화

    “빙맥인가?”빙맥은 일종의 영맥으로 다른 영맥과 비교했을 때 발산하는 영기가 차가운 기운을 띠고 있다.그리고 이 차가운 영기는 수련자가 흡수하면 근골을 단련시켜 주는 효과가 있었다.만약 이곳에서 장청결을 수련한다면 진서준은 두 달 안에 경지를 한 단계 더 돌파할 자신이 있었다.여기에서 경지 돌파란 단순히 단전의 돌파뿐 아니라 근골과 혈육까지 강화되는 걸 의미했다.“서라의 병을 고치고 나서 다시 이곳에 돌아와 수련해야겠어. 속도를 더 내서 실력을 제고해 아버지를 하루라도 빨리 구해야 해.”진서준의 눈에는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금단 경지에 이를 수만 있다면 진서준은 신농과도 정면으로 대결할 자신이 있었다.결의를 다진 진서준은 곧바로 새하얀 눈이 덮인 천산을 뒤지며 천산설련과 천산빙련을 찾기 시작했다.한편,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조기강은 천산의 한 구역에서 간신히 산 아래로 내려왔다.차에 올라탄 조기강은 목적지를 말한 뒤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날이 밝아올 무렵, 조기강은 가까스로 눈을 떴고 이미 집 앞에 거의 도착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도련님, 괜찮으세요?”운전기사가 조기강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조기강은 고개를 저으며 자기 상처를 살펴보았고 어느 정도 치유된 것을 확인했다.이번만큼 심각한 상처를 입은 건 조기강 생애 처음이었다.이번 천산행을 통해 조기강은 천산에 검존인 자신조차도 제압하지 못할 괴수가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그 무시무시한 괴수를 떠올리자 조기강은 또 등골이 오싹해졌다.다행히 조기강의 속도가 빨랐기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다.집에 도착한 조기강은 천산에서 목숨 걸고 따온 천산설련을 들고 병실로 향했다.“형, 천산설련을 가져왔어.”조기강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다급히 말했다.“어, 기강아, 드디어 왔구나. 정말 다행이구나... 근데 네 몸에 난 상처는 뭐야? 설마 설괴라도 만난 건 아니지?”조기강의 실력을 잘 아는 조태희는 조기강의 만신창이가 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3화

    동북 지역을 오랜 세월 동안 독점하던 조씨 가문이 점차 몰락하면서 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이 서서히 따라잡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조태희가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혼인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을 것이다.한편, 변씨 가문 가주는 자기 가문이 고립된 상황에서 아들을 내세워 명문대가와 정치적 혼인을 성사하고 싶어 했다.이 소식은 동북 세 지역의 명문대가 사이에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여러 가문에서 너도나도 가문 내 귀한 딸을 변씨 가문으로 시집보내고 싶어서 안달이었다.허순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마침 오늘 허윤진이 집에 왔으니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이건 자기 친손녀를 시집보내지 않는 선에서 변씨 가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기 때문이다.허윤진은 허순재의 말을 듣고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저었다.“아니에요, 작은할아버지. 저는 아직 연애할 생각이 없어요.”사실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담아둔 짝사랑이 있기 때문이었다.그러니 자연스레 다른 남자들은 허윤진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허순재는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윤진아, 이제 너도 나이도 찼으니 슬슬 네 반쪽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되지 않았어? 내가 말한 변씨 가문은 동북 3대 가문 중 하나야. 너와 결혼할 사람은 변씨 가문 가주 장남이야. 너희 허씨 가문이 서울시에서는 꽤 잘나가는 집안이라지만 변씨 가문 앞에서는 상대가 안 되는 거 알지? 네가 변씨 가문으로 시집가면 네 아버지도 무척 기뻐하실 거야.”허순재는 부드럽게 유도하며 변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으면 생길 장점을 끊임없이 늘어놓았다.사실 허순재의 진짜 목적은 허씨 가문의 번영을 꾀하는 것이었다.변씨 가문이라는 든든한 백을 얻으면 허씨 가문은 앞으로 더 높은 자리로 도약할 수 있을 게 뻔했다.“작은할아버지, 제게 좋은 뜻으로 말씀하시는 거 아는데, 저는 지금 그런 생각이 정말 없어요.”허윤진은 거듭 거절했다.허순재가 아무리 설득해도 허윤진이 꿈쩍도 하지 않자 그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282화

    이 여자가 선천적으로 괴력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허준서는 충격에 휩싸여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섰고 우두둑 소리가 날 정도로 두 손을 꽉 쥔 채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자기가 정말 여자의 힘에도 못 미치고 짐승보다도 못한 건가?강정숙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대성통곡하며 쓰러진 검정이에게 달려가 꽉 껴안고 울분을 쏟아냈다.“아이고 내 새끼야!”“아줌마, 짐승 하나 죽은 거잖아요. 아들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그렇게 울 필요가 있나요?”허윤진이 웃으면서 비꼬았다.“아니, 설마 이 짐승이 아줌마한테는 아들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던 거예요?”강정숙은 검정이가 아들이라고 우기려다가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그렇게 말하면 자기 아들 허준서가 짐승이라는 것과 같았다.“이 빌어먹을 계집이 감히 우리 검정이를 죽여?”강정숙의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불길이 뿜어져 나올 듯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하지만 허윤진은 피식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후후, 애초에 아줌마가 기른 짐승이 너무 약했던 거죠. 왜 날 탓하는 거죠?”“그만해, 윤진아. 아줌마랑 더 이상 싸우지 마. 두 아들이 모두 너보다 못한 걸 인정 못 하시는 거겠지.”허사연이 한마디 더 얹자 강정숙과 허준서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허준서는 지금 당장 칼이라도 들고 허사연 자매와 결판을 내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실력을 떠올리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말았다.사자개조차 허윤진의 주먹 한 방에 죽었는데 불구자가 된 자기가 싸울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뭐가 그리 시끄러워? 뒷마당에 있는데도 시끄러운 소리가 다 들리더구나.”그때, 한 노인이 뒷마당에서 걸어 나왔다.노인을 보자마자 허준서는 다급히 말했다.“할아버지, 제발 저 대신 저 여자들을 혼내주세요. 제 다리가 이렇게 된 건 다 저 여자들이 키운 개 때문이에요.”울상을 한 허준서가 노인에게 호소했다.노인의 이름은 허순재였고 허준서의 친할아버지이자 허사연 자매의 작은할아버지였다.허사연 자매가 이전에 집에 돌아왔을 때도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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