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백건을 바라보았다.백건은 긴장하며 침을 삼키고 지우가 청혼서를 돌려줄까 봐 두려웠다.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손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슬쩍 바지를 만졌다.지우가 청혼서를 들더니 말했다.“건아, 사실은...”지우의 말이 나오기도 전에 백건은 긴장감에 허리를 굽혔다.“제가 아주머니보다 더 서연이를 아껴줄게요. 부디 허락해주세요.”지우는 어리둥절했고 남태준은 싱긋 웃으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너 때문에 건이가 아주 놀랐나봐.”지우는 서둘러 해명했다.“난 이런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다고 말하려던 거야. 우리 가족들은 두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을 거야.”백건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어서 앉아.”지우는 자리에 앉아 손을 뻗어 백건도 앉으라고 했다.자리에 앉은 백건은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눈에 띄게 긴장한 백건의 모습에 집안 어른들은 모두 기뻐했다.특히 몇몇 큰아버지들은 집안에서 가장 아끼는 공주님이 M국의 갑부와 결혼할 수 있고, 심지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남자라고 생각하니 더욱 만족스러웠다.모두들 잡담을 하고 있을 때, 남서연의 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와. 웬 선물이 이렇게 많아요? 이거...”말을 반쯤 마친 그녀는 이미 남우영을 따라 거실로 갔다.백건을 보자마자 그녀는 얌전하게 변했다. 장난기 많고 발랄하던 모습의 그녀는 곧 부끄러움에 휩싸여 긴장한 채 백건을 바라보았다.남자의 눈빛은 뜨거웠다.“이거 건이가 가져온 예물이야.”허윤미가 말했다.예물이라는 말을 들은 남서연은 심장이 쿵쾅거리고 더욱 부끄럽고 긴장했다. 입술을 오므리고 웃으며 남자의 시선을 피했다.지우는 딸의 반응을 보고 또 백건을 보더니 아무래도 두 사람이 연인 사이 같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서먹서먹한 수줍음이 감돌고 있었는데 마치 썸을 타는 시기 같았다.허윤미가 또 입을 열었다.“서연아, 며칠 후에 너도 선물을 갖고 정식으로 건이 부모님께 인사드려. 그리고 시간을 내서 양쪽 가족
남씨 가문은 늘 남서연의 요구를 들어줬다.그녀가 이렇게 얘기하니 다들 웃으며 말했다.“그래. 두 사람이 알아서 해.”“감사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저씨, 아주머니. 감사드려요.”백건은 미간에 웃음을 머금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남서연은 남자가 기뻐하는 것을 보고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백건은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오히려 모두가 부주의한 틈을 타서 가볍게 주물렀다.백건은 남씨 본가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너무 기뻐 집안 어른들과 술을 몇 잔 더 마시고 술자리에서 어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남서연은 방에 가서 씻고 쉬려고 했다.“술을 마셨으니 운전하지 말고 우리 집에서 묵고 가.”남창민이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말했다.백건이 승낙하려는데 허윤미가 그의 손을 두드리며 나지막이 말했다.“당신 취한 거 아니에요? 건이는 운전기사와 함께 왔어요.”“그래. 내가 깜빡했네.”백건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저도 모르게 남서연의 방을 돌아보았다.술을 몇 잔 마신 남우영이 옆에서 보더니 너털웃음을 지었다.“삼촌, 서연이가 잠시 떠난 사이에 지금 몇 번째 보고 있는 거예요? 방에 돌아갔으니 다시 나오지 않을 거예요.”백건은 그렇게 호명되니 모든 어른들 앞에서 민망하여 어색하게 웃었다.이에 어른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백건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의 바르게 말했다.“늦었으니 이만 가볼게요. 모두 일찍 쉬세요.”“내가 바래다주마.”남태준이 따라 일어서자 백건이 서둘러 말했다.“괜찮아요. 아저씨.”남태준이 엷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일찍 돌아가서 쉬어.”백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설 때 참지 못하고 남서연의 방을 쳐다보았다.남태준이 그의 마음을 간파하고 물었다.“위에 올라가서 서연이랑 인사하고 갈래?”백건의 눈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설렘이 스치더니 예의 바르게 말했다.“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잘 자라고 인사만 하고 내려올게요.”남태준은 손을 내저었다.“어서 가봐.”백건은 성큼성큼 부엌을 나와
2분간의 깊은 키스에 남서연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백건은 아쉬운 듯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떠났고 이마를 맞대고 있는 두 사람의 숨결이 거칠고 어지러웠다.방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남서연은 눈을 내리뜨고 수줍어서 남자의 따스한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나 갈게.”백건이 속삭이자 남서연의 목구멍에서 겨우 단음이 새어 나왔다.“네.”“시간 나면 자주 나 찾아와.”백건이 조곤조곤 말하자 남서연은 조금 멍해졌다.왜 그녀가 찾아가야 할까?“오빠가 나 찾으러 오면 안 돼요?”남서연이 나지막이 묻자 백건이 입술을 오므리고 엷게 웃었다.“안 될 건 없지. 하지만 너희 집에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네 사무실에는 사람이 더 많고.”남서연은 그제야 남자의 뜻을 알아챘다.단둘이 만나자는 뜻이었다. 그의 사무실로 가든 아니면 그의 집으로 가든.남서연은 부드럽게 응답했다.“네.”백건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문을 열고 나간 후 문을 닫아주었다.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몰래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두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린 채 기분 좋게 침대로 달려가 이불을 끌어안고 한 바퀴 돌았다.그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었다. 백건은 그녀를 좋아한다는 의사를 보인 적도,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할까?‘너와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어’라는 백건의 말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이튿날 아침.남서연은 사탕과 과자를 잔뜩 챙겨와서 사무실 동료들에게 나눠주었다.모두 그녀가 나눠준 사탕과 과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서연아, 너희 집 재벌이야? 이렇게 비싼 사탕을 회사 사람들에게 나눠줘?”“이건 사탕 계의 에르메스잖아. 한 알에 몇만 원이야. 그리고 이 견과류 초콜릿 비스킷은 작은 박스에 몇십만 원이야.”“그러게 말이야. 오늘 나눠준 것만 해도 몇백만 원은 되겠어.”남서연은 모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에 든 사탕을 보며 어리둥절했다.“우리 집
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유승아는 사탕을 집어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휴, 이건 모두 아주머니가 나를 위해 준비한 건데. 건이는 자기 편하려고 이걸 바로 네게 갖다 줬네.”남서연 얼굴의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유승아는 뒤늦게 반응한 듯 미안한 척 말했다.“미안해, 서연아. 난 그냥 한 말인데. 기분 나쁜 건 아니지?”남서연은 웃음을 짜내어 고개를 가로저었다.“두 사람 백년해로하길 바랄게.”“고마워요.”유승아는 커피를 들고 한 모금 마시며 테이블 위의 사탕을 흘끗 쳐다보더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커피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오늘은 백건에 대해 얘기하려고 찾아 왔어.”“네. 말씀하세요.”“건이가 왜 너와 결혼하려는지 알아?”“아니요.”“건이가 말 안 해줬어?”“물어본 적 없어요.”“알고 싶지 않아?”남서연은 엷게 웃으며 대답했다.“승아 언니, 나 뭐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당연하지. 말해봐.”“절대 내게 그 이유를 알려주지 마세요.”유승아는 멍해졌다.그녀가 밤새도록 생각한 도발적인 말들이 남서연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궁금하지 않아?”“너무 궁금하죠. 하지만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빠 입에서 직접 듣고 싶어요.”“건이가 널 속일까 봐 두렵지 않아?”“오빠가 나를 왜 속여요?”남서연이 되묻자 유승아는 기회를 잡고 서둘러 말했다.“왜냐하면...”“잠시만요.”남서연은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잘랐다. 맑고 순수한 눈동자로 웃으며 말했다.“난 그래도 오빠가 알려주는 버전을 듣고 싶어요. 나를 속인다고 해도 난 오빠만 믿을래요.”유승아는 차갑게 콧방귀를 꼈다.“사랑에 제대로 눈이 멀었네.”“그게 뭐 나쁜가요? 만약 두 사람 모두 제정신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죠.”유승아는 몸을 기울여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정말 건이가 너를 속일까 봐 두렵지 않아?”남서연도 똑같이 몸을 기울여 목소리를 낮추었다.“설마 오빠가 제 돈을 사기 치려고 해요?”유승아는 안색이 확 굳어졌고 남
유승아가 멀리 가자 남서연은 휴대전화를 들고 커피 두 잔 값을 내고 떠났다.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날짜를 보았다.백씨 가문이 계획한 유승아와 백건의 결혼식은 아직 20여 일 남았다.보아하니 유승아가 급했던 것 같다.남서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없는 이상 오빠만 나와 결혼하고 싶다면 난 아무 걱정 없이 사랑에 눈이 먼 여자가 될 수 있어. 그 누구의 방해도 소용없다고!’물론 유일하게 용납할 수 없는 건 남자의 배신이었다....저녁 무렵.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남서연은 남우영의 메시지를 받았다.[서연아, 삼촌 명령으로 오늘부터 내가 아니라 삼촌이 네 출퇴근을 책임질 거야.][하지만 건이 오빠는 나와 같은 방향이 아니잖아요.][길은 같은 방향이 아니지만 마음은 같은 방향이잖니?]남서연은 곧장 백건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두 번 울리고 곧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연아.”“오빠, 나 출퇴근 도와줄 필요 없어요. 우영 오빠가 도와주는 게 훨씬 편하죠.”백건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우린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해. 네 일도 바쁘고 나도 바쁜데...”남서연이 곧장 말을 끊었다.“오빠 시간은 소중하잖아요. 일부러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에게는 앞으로 평생의 시간이 있잖아요.”백건은 두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 정이 깊지 못하여 두 사람의 혼사에 또 변고가 생길까 봐 이렇게 긴장한 것이다.“서연아.”백건이 속삭였다.“네?”“어디야?”“사무실이요.”“우영이가 계속 네 출퇴근을 도와주라고 할게. 하지만 지금은 내가 너 보고 싶어.”남서연이 긴장되어 핸드폰을 보니 오후 5시였다. 그리고 사무실 전체를 둘러보았다.그녀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고 결혼 사탕까지 받은 상황에서 만약 백건이 이 시간에 그녀를 찾는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들통날 것이다.“내려오지 말아요.”남서연은 부랴부랴 일어나 사무실을 나서서 엘리베이터 문으로 향했다.“내가 갈게요.
유승아는 고개를 돌리고 남서연을 보자 얼굴의 미소가 굳어졌고 눈빛이 어두워졌다.남서연은 유승아가 자신을 만나고 또 백건을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정말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웃으며 인사했다.“언니.”유승아는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건이와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남서연은 백건을 힐끗 쳐다보고 물었다.“나 그럼 내려가요?”백건은 성큼 그녀 앞에 다가가 서둘러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니. 너도 같이 들어.”유승아는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난 개인적인 일을 말하려고 왔어.”“우리 사이의 개인적인 일을 서연이가 들을 수 없는 건 없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은 채로 사무실로 향했다.남서연은 마음이 따뜻했고 시선은 자신의 손을 잡은 백건의 손에 고정되어 미소를 지었다.유승아도 사무실로 따라 들어갔다.백건은 남서연을 소파에 앉히고 비서에게 레몬티를 타서 남서연에게 주라고 시켰다.유승아의 컵에 있는 것은 미지근한 물이었다.이런 차별 대우는 유승아의 눈에 거슬렸지만 마음에 담아두고 감히 한마디의 불평도 할 수 없었다.남서연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차를 마시며 조금 놀랐다.공교롭게도 백건의 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 모든 요리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고 음료도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였다.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백건은 그녀의 가족에게 그녀의 취향을 조사했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매번 이렇게 정확할 수 없었다.“두 사람 언제 결혼해?”유승아가 묻자 백건과 남서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입술을 오므리고 엷게 웃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수줍은 애틋함이 넘쳐났다.옆에 앉아서 두 사람의 뜨거운 시선 교류를 지켜보는 유승아는 마음이 아팠다.백건이 유승아를 보며 답했다.“이건 우리가 알아서 결정해. 결혼하고 나면 알려줄게.”유승아는 어색하게 웃었다.“대체 할 말이 뭐야?”유승아는 묵묵부답이었다.“할 말 없으면 하 비서더러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그러자 유승아가 다급히 말했
유승아는 마치 이상한 사람이라도 만난 듯 되물었다.“대체 왜?”“첫째, 그건 다른 사람이 언니에게 준 선물이니 언니 거예요.”“둘째, 그런 물건들은 비싸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요. 잘 보관했다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니 어쨌든 제 물건이 아니죠.”“그리고 오빠가 예물을 줄 때 이미 저에게 많은 장신구를 선물했으니 그걸 다음 세대에 물려주면 되죠.”유승아는 심호흡하며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황당하기 짝이 없었다.유승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에게 한 방 먹은 것 같았다.그녀는 백건이 왜 남서연을 좋아하는지 정말 묻고 싶었다. 그녀는 정말 단순한 바보였다.자신의 수법이 남서연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느낀 유승아는 도리어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또 알 것도 같았다.백건은 늘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 서로 속고 속이는 비즈니스계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이익을 탐하는 복잡하고 잔인한 사람이었다.그래서인지 그는 남서연을 특히 좋아했다.유승아가 백건을 보며 물었다.“정말 필요 없어?”“엄마에게 물어봐.”유승아는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할게.”말을 마친 그녀는 가방을 챙겨 일어나며 말했다.“나 먼저 갈게.”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입구까지 가서 그녀는 백건이 그녀를 배웅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돌아서 보니 백건이 몸으로 남서연을 누르고 속삭이는 모습을 보았다.그들은 두 사람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서 그녀를 상대할 마음은 전혀 없어 보였다.문이 열리자 하현우가 입구에서 그녀를 배웅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울분에 차서 떠났다.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간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재빨리 휴대전화를 찾아 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자 유승아는 악에 받쳐 말했다.“고모, 나 정말 열 받아 죽겠어요. 나 좀 도와줘요...”...사무실 안.남서연은 긴장된 듯 눈을 깜빡이며 몸을 기울인 백건을 보며 침을 삼키고 물었
남서연은 그가 화가 난 줄 알고 급히 해명했다. “화내지 말아요. 승아 언니를 일부러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백건이 서둘러 말을 잘랐다.“나 화 안 났어. 그냥 궁금해서 그래. 승아가 여우라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지.”“승아 언니가 여우인 건 맞지만 난 그 꼼수에 넘어가지 않으니 아무런 쓸모도 없죠.굳이 내 이미지를 망가뜨리며 그 가면을 벗길 필요는 없다는 거죠.”백건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해했다.“아주 지혜로운걸?”남서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백건은 어느새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주시하고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더니 그윽한 눈동자에 욕망이 끓어올랐다.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을 느끼자 남서연은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 뛰었다.그녀는 백건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올라왔다.그러나 매번 그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백건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어 했고 두 사람의 시간은 모두 몸의 얽힘에 사용되었다.“오빠.”남서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백건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침입적인 키스를 퍼부으며 천천히 그녀의 볼을 감싸 안았다.“음!”그녀는 눈을 감았고 백건의 몸은 천천히 그녀를 눌렀다.갑자기 노크 소리가 두 번 나더니 하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남서연은 황급히 백건을 밀어내고 긴장한 채 일어나니 얼굴이 붉어지고 수줍고 난처해졌다.하현우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남서연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고, 백건이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두 사람의 숨결과 안색만으로 방금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하현우는 너무 난처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바로 나가겠습니다.”백건은 화를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남서연이 그를 불러세웠다.“나갈 필요 없어요. 제가... 제가 갈게요.”남서연은 사무실에서 이런 애정행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이곳은 사무적인 공간이지 남녀 간에
이다은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심적으로 지치고 피곤이 몰려왔다.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재벌가에 뛰어든 대가일지도 모른다.“왜 그래?”남우영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이다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굳은 미소를 지었다.“아니야.”말을 마친 그녀는 전화를 끊었고 남우영은 제자리에서 멍해졌다.그녀는 평소 괜찮은 듯 보였지만 항상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남우영은 그녀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가정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에게도 진심을 전하지 못하고 항상 거리감이 느껴졌다.남우영은 생각할수록 이상해져 휴대전화를 꺼내 공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무슨 일이야?”공지훈이 묻자 남우영은 베란다로 걸어가서 물었다.“오늘 우리 집에 물건 가지러 네가 갔었어?”“아닌데 왜?”“그럼 누가 갔어?”남우영이 긴장하며 물었다.“아영이가 갔어. 내가 오늘 너희 집에 가는 걸 알고 기어코 자기가 가겠다면서 열쇠를 뺏어갔어.”남우영은 어이가 없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일인데 그래? 아영이랑 무슨 불쾌한 일이라도 있은 말투네?”남우영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분노했다.“내가 아니라 내 마누라가 네 여동생을 봤어.”공지훈은 경악했다.“뭐? 네 마누라? 너 결혼했어? 언제?”“말하자면 길어. 시간 있으면 다시 설명할게. 먼저 끊을게.”“잠깐. 뭐가 그리 급해. 얼른 얘기해봐.”“끊는다.”남우영은 말을 마치고 즉시통화를 중단했다.지금 그는 이다은이 오해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이다은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그는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이다은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폰이 캐비닛 위에 놓여 있고 벨이 울리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남우영은 정원을 나와 사방을 둘러보았다.과연 정자 쪽에서 이다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조명 아래의 꽃을 보고 있었다.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정원의 불빛이 아련하고 아름답고 맑은 바람이 서서히 불어왔다.이다
사무실에서 동료들은 이다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고 상사는 그녀의 실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일은 점점 순조로워졌다.하지만 가정은... 이다은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행복하다면 행복했다.남우영은 그녀에게 정말 친절하고 다정하게 잘 해주었다.그러나 그녀의 부모님은 줄곧 그녀의 결혼을 좋게 보지 않았고 늘상 이것저것 걱정했다.그리고 그 조금 유명한 인플루언서 공아영은 최근에 남우영과 점점 더 많이 연락하고 있었다.거의 매일 남우영에게 전화했다.남우영의 말을 들어보면 두 사람은 아마 공적인 일을 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남우영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를 더 좋아하게 되고, 좋아할수록 더 신경이 쓰였다.신경 쓸수록 그녀는 더욱 고통스러워졌다.그녀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만약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남우영을 사랑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혼할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이다은은 생각만 해도 괴로웠다.저녁 무렵.남우영은 야근을 했고 이다은은 혼자 기사의 차에 앉아 집에 돌아왔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집안에 외부인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긴장하며 거실을 바라보았다.화려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작은 봉지를 들고 걸어 나왔다.이다은은 멍하니 서서 움직이지 않고 앞에 있는 익숙한 여자, 공아영을 바라보았다.“그쪽이 남우영이 성급하게 결혼한 아내예요?”공아영은 아주 담담한 눈빛으로 이다은을 위아래로 바라보며 약간 무시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난 우영이 친구예요. 전에 두고 간 물건 가지러 왔어요.”이다은은 불쾌하게 물었다.“그게 뭐죠?”공아영은 들고 있던 봉지를 가리키며 덤덤하게 말했다.“전에 여기 남겨뒀던 속옷과 일용품인데, 확인해 볼래요?”이다은은 들어오자마자 온몸이 저렸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공아영은 환하게 웃으며 이다은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옆 캐비닛 위에 방문 열쇠를 놓았다.“열쇠는 돌려줄게요.”이다은은 그녀가
이다은은 목을 축이고 얼른 말했다.“괜찮아요. 두 분 일이 중요하죠. 우리는 언제든 만날 수 있잖아요.”“네 부모님을 바꿔줘. 내가 직접 사과해야겠어.”이다은은 크게 당황했다.“괜찮아요. 정말 사과할 필요 없으세요. 제가 잘 말씀드릴게요. 이해하실 거예요.”“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이다은은 감히 신분과 지위가 높은 시어머니가 자기 부모에게 사과하게 할 수 없었다.분명 그들의 잘못이었다.그들의 실수로 부모님에게 약속 시간을 미리 알리지 않아 세 시간이나 늦었다.이미 충분히 미안한데 어떻게 시어머니가 그녀 부모님께 사과하게 할 수 있을까?이다은이 위로했다.“정말 괜찮아요.”정안은 서둘러 떠나느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마디 보탰다.“다음에 우리가 꼭 직접 찾아뵐게.”이다은은 감히 많은 말을 하지 못했고 통화를 끊고 남우영을 바라보았다.남우영도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보았다.[상부에서 임무가 내려와서 반드시 돌아가야 해. 약속을 어겨서 정말 죄송하다고 네 장인장모께 전해. 다음에 직접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과할게.]남우영은 아버지의 상부가 바로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휴가가 끝나기도 전에 돌아오라고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면 분명 나라의 큰일일 것이다.남우영은 이해하지만 그의 장인, 장모가 이해할지는 알 수 없었다.이다은은 뒷좌석의 부모를 돌아보며 말했다.“시부모님께서 상부로부터 국경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아서 오늘 만남은 취소됐어요. 어머님께서 다음에 직접 두 분을 찾아가 사과하고 싶대요.”이적과 김연아는 서로 눈이 마주치며 감출 수 없는 상실감이 가득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불평도 하지 못한 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김연아는 거친 손으로 새 옷을 만지며 눈빛이 더욱 쓸쓸해졌다.김연아와 이적은 이것이 사돈이 그들에게 보여주는 위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이해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다만 이렇게 비싼 옷과 선물이 아쉬울 뿐이었다.몇 년 동안 저축한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언제 이 선물을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날은 바로 다음 날로 정했다.이적과 김연아는 이 만남을 아주 중요시하고 또 두려워했다.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모든 저축을 꺼내 선물을 사려고 했다.간단한 선물은 장군과 장군 부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리라 생각해 이리저리 고르다가 가장 비싼 보양품을 골랐다.몇백만 원짜리 제비집, 그리고 인삼, 녹용 등 몇 가지 비싼 약재를 샀다.그들은 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손질하고 자신들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과 신발을 샀다.정오가 되어서야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그들을 찾느라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그들이 새 옷을 입고, 멋진 헤어스타일을 하고, 값비싼 약재 선물 세트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남우영은 이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데려왔고 몇 벌의 새 옷과 선물들을 준비해 놓았다.그런데 그들은 나가서 직접 준비하고 돌아왔다.“엄마, 아빠, 우영이가 준비하겠다고 말했잖아요? 근데 아침 일찍부터 휴대폰도 안 들고 나가서 이제 돌아와요? 대체 뭐 하는 거예요?”이적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꺼냈다.“나 갖고 나갔어!”꺼내고 보니 전원은 꺼져 있었다.아마 어젯밤 너무 긴장해서 충전하는 것을 잊은 모양이었다.남우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둘러 선물을 차에 실었다.“이제 가시죠.”남우영은 어젯밤에 식사를 아침 10시로 예약했다.8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준비하고 9시에 출발하면 10시에 안성에 도착하여 부모님과 만날 생각이었다.그런데 이적과 김연아가 아침 6시에 집을 나갔고 연락이 두절되었다.남하준과 정안이 호텔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서야 그들이 출발했다.차로 한 시간 거리였으니 이건 남하준과 정안이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었다.남우영은 전화해서 사과했고 정안은 괜찮다며, 천천히 와도 된다고 위로했다.이다은은 너무 미안하고 죄책감을 느꼈다.그녀 부모님의 무지와 지체 때문에 시부모님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했다.한 나라의 장군과 과학자에게 시간은 정말 소중하지만 사돈을 만나
“엄마!”이다은은 불쾌하게 말했다. “엄마 생각으로만 뭐든 판단하지 마세요.”김연아는 딸의 말에 더욱 화가 나 소리쳤다.“내가 먹은 소금이 너보다 훨씬 더 많아. 네가 뭘 알아?”“엄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받아들이셔야죠.”김연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리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내가 어떻게 감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어? 네가 정치 집안에, 그것도 재벌가에 시집갔으니 우리가 기뻐해도 모자라지.”“근데 다은아, 여자 배우들 봤어? 인기도 많고 번듯한 직장을 가졌지만 재벌가에 시집간 후에도 여전히 남 눈치를 보며 생활하잖아. 어떤 사람들은 시어머니가 발 씻는 물까지 가져다주고. 넌 재벌가에 발 씻는 물을 가져다줄 사람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건 신분 격차가 커서 시댁에서 며느리를 영원히 무시하기 때문이야.”남우영은 장인 장모의 비관적인 태도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번에 그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없었다.그들이 이런 걱정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사람마다 생활하는 방식이 다르고 그들은 한평생 남 눈치를 보며 돈을 벌었다.이다은은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자 일어서서 단호하게 말했다.“난 이미 사실을 말했으니 받아들일 수 있으면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이다은은 방에 가서 문을 닫았다.김연아와 이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남우영을 향해 약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남우영이 진심을 담아 공손하게 말했다.“아버님, 어머님,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계속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다은이는 분명 행복하게 지낼 거예요.”김연아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 딸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모른다.그녀에게 조금이라도 허영심이 있었다면 딸이 이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간 걸 알고 분명 기뻐할 것이고 심지어 희망도 볼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마음속은 온통 걱정과 두려움뿐이며 딸이 이렇게 낮은 신분으로 재벌가에 시집가서 고생할까 봐 매우 두려웠다.“저희
김연아는 버럭 화를 냈다.“만약 정말 남 장군님 아들이라면 네가 주제도 모르고 넘본 거지. 이런... 어쩌면 좋아? 부모님들은 아셔? 어떤 태도셔?”“전에는 속이고 있다가 얼마 전에 아셨어요.”이다은이 답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김연아는 더욱 화가 나서 이다은의 팔을 때리고 분노했다.“이 미친 계집애! 감히 남씨 가문에 결례를 범해!”이다은은 아파서 팔을 감쌌다.“아!”급해 난 남우영은 바로 이다은을 감싸 안으며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어머님, 때리지 마시고 말로 하시죠.”김연아는 남우영에 놀라 급히 몸을 움츠리더니 겁에 질려 입을 열었다.“미안하네! 내가... 내가 좋은 말로 할 테니까 화내지 말게.”남우영은 그녀의 어투에서 당황함과 두려움을 알아챘다.신분 문제 때문에 그들은 분명히 자신의 장인 장모인데 지금 이렇게 비겁하고 소심하게 행동하고 태도도 공손해졌다.남우영은 이런 느낌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버님, 어머님, 저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저도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두 분의 사위예요.”이적은 침을 꿀꺽 삼키고 황급히 말했다.“아니지. 자네가 어떻게 평범한 사람인가.”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가볍게 탄식했다.할머니는 잠시 바라보다가 궁금해서 물었다.“내 손녀사위가 어쨌다고?”이적은 할머니의 귀에 대고 말했다.“엄마, 다은이가 우리 몰래 중학교 동창과 결혼했는데 평범한 사람이라고 우리를 속였어요. 남 서방 아버지가 M국 장군이고, 어머니는 과학자이고 집안은 아주 부자예요.”할머니는 환하게 웃었다.“그럼 더 좋은 거 아니야? 세상에, 우리 다은이가 복도 많지. 그렇게 좋은 가문에 시집가다니. 이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일이야.”할머니의 성원에 남우영은 마음이 좀 편해졌다.이적과 김연아는 안색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남우영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감히 동의하지 않는 말을 할 수 없었다.부모님이 설설 기는 모습이 이다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들은 평생 사회의 밑바닥에서 착취
남우영은 전화를 끊고 이다은의 곁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한숨을 쉬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다은의 안색을 살폈다.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남우영도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쨌든 공적인 일이니 그는 간단하게 설명했다.“회사에서 새로 계약한 연예인인데 우울증에 걸려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정해.”이다은은 에이스타 그룹 산하에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다만 자회사에서 계약한 연예인이 바로 대표에게 치근덕거릴 줄은 몰랐다.이다은은 농담조로 말했다. “아주 바쁜 대표님이네. 에이스타 그룹처럼 큰 회사는 관련된 업종도 많을 텐데 이렇게 손수 나서서 모든 직원을 돌보다니.”남우영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이다은을 몇 초 동안 바라보다가 뒤늦게 알아차렸다.“다은아, 왜 네 말에 씨가 있는 것 같지?”이다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굳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았다.그녀도 자신의 말에 씨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질투심이 폭발한 여자들은 모두 이렇지 않은가?그러나 남우영에게는 자신이 질투한다는 것을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다은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무룩하게 말했다.“우리 돌아가자.”“방금 왔는데 벌써 간다고?”“볼 것도 없잖아. 가자.”말을 마친 이다은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남우영은 여기 야경도 제대로 다 보지 못했는데 벌써 가니 좀 아쉬웠다.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갔지만 가는 길에 이다은은 말이 없었다.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잘 자라고 말하고는 바로 방으로 가서 잤다.이튿날 아침.집에는 외부인이 오지 않았다.아침을 먹을 때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었다.하지만 남우영은 조금 긴장하고 망설였다.이다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언제까지 피할 수만은 없는 문제였고 남우영에게 돈이 많으니 그녀의 어머니가 어쩌면 좋아할지도 몰랐다.“할머니, 아빠, 엄마, 드릴 말씀이 있어요.”이다은이 용기 내어 말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남우영도 엄숙해져서 진지하게 입을
“어머니께서 반대하실까?”남우영은 걱정이 태산이었다.이다은은 벌써 그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았다.“반대하지 않으실 거야.”남우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낭만적이고 평화로운 야경을 보며 그는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이다은의 어깨를 잡고 몸을 기울여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이다은은 긴장된 듯 눈을 감고 기대하며 살짝 입을 열었다.입을 맞추려는 순간 남우영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고 이다은은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남우영은 눈살을 찌푸리고 짜증스럽게 휴대폰을 꺼내어 발신자 표시를 한 번 보았다.공아영의 이름을 보자마자 남우영은 바로 끊었다.이다은도 이 이름을 보고 기분이 우울하여 못 본 척하며 입술을 오므리고 하늘의 달을 쳐다보았다.남우영이 전화를 끊고 계속 키스하려고 할 때 이미 좋은 분위기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추워?”남우영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부드럽게 물었다.이다은은 웃으며 답했다.“아니.”“여기...”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전화 벨 소리가 다시 울렸다.남우영은 한숨을 내쉬고 휴대전화를 꺼내서 바로 끊었다.그러자 이다은은 짐짓 덤덤한 척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나 괜찮으니까 전화 받아.”남우영이 담담하게 말했다.“중요한 전화는 아니야. 그냥 사업 파트너일 뿐이야.”이다은은 인터넷을 통해 공아영이라는 여자를 알게 되었다.그녀는 재벌 공혁재의 손녀로, 별다른 직업이 없는 인플루언서였다.그런 여자가 대기업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이다은은 비록 사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렇게 쉽게 속을 사람은 아니었다.그녀는 남우영이 진실하지 못하다고,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캐묻지 않는다고 해서 개의치 않는 건 아니었다.다만 대놓고 신경 쓸 자신이 없었다.잠시 후, 공아영의 세 번째 전화가 걸려왔다.남우영이 끊으려고 하자 이다은이 먼저 입을 열었다.“얼른 받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걸 보면 정말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이다은이 이렇게 말하자, 남우영은 지금 공아영의 전
이다은은 남우영이 적응을 못 할까 봐 밤새 안절부절못했다.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을 꺼내 남우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영아, 괜찮아? 아니면 차를 몰고 읍내로 가서 호텔 잡을까?][나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엄살 많은 남자 아니야. 너희가 잘 수 있다면 나도 잘 수 있어.][하지만 넌 이렇게 낡은 방을 쓴 적이 없잖아? 침대도 작고 우리 아빠가 코도 곤단 말이야.]남우영은 입을 막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냈다.[아버님은 벌써 코를 골기 시작하셨어. 하지만 이런 환경도 나쁘지 않아. 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릴 때 아빠가 나 데리고 야외에 가서 단련시키느라 비를 맞으며 풀밭에서 밤을 지새운 적도 있었어. 그래도 다음날 아무 문제도 없이 활기 차기만 했어.][그럼 내일 우리 부모님께 네 신분을 밝힐까?][내일도 그 친척들이 와?][아마 올 거야.]남우영은 눈을 가리고 웃으며 우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그럼 내가 말할 기회가 있을까?][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괜찮아. 좀 더 기다리자.][그래.]남우영이 아주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자 이다은이 답했다.[잘 자.]그러자 남우영은 불쌍한 이모티콘을 보내고 물었다.[진짜 자려고? 나와 더 얘기하고 싶지 않아?][너 안 힘들어?][전혀. 그냥 네가 좀 보고 싶어.][그럼 나와. 문 앞에서 기다릴게.]남우영은 답장하지 않았고 이다은이 방을 나왔을 때 마침 방에서 나오는 그를 보았다.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들은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남우영이 궁금해서 물었다.“우리 어디 가?”그러자 이다은이 다정하게 속삭였다.“좋은 곳.”“어디?”이다은은 그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남우영은 이다은에 의해 뒷산의 한 비탈길에 도착했다.농촌의 달은 밝고 환하여 온 대지를 비추고 있었고 은은하고 희미하지만 흑백의 선명함을 드러내고 있었다.도로 상황이 선명하게 보이자 남우영은 휴대폰을 꺼내 손전등을 켜고 앞길을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