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27화

작가: 무솔레
남서연은 그가 화가 난 줄 알고 급히 해명했다.

“화내지 말아요. 승아 언니를 일부러 나쁘게 말하려는 게 아니라...”

백건이 서둘러 말을 잘랐다.

“나 화 안 났어. 그냥 궁금해서 그래. 승아가 여우라는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는지.”

“승아 언니가 여우인 건 맞지만 난 그 꼼수에 넘어가지 않으니 아무런 쓸모도 없죠.굳이 내 이미지를 망가뜨리며 그 가면을 벗길 필요는 없다는 거죠.”

백건은 참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흐뭇해했다.

“아주 지혜로운걸?”

남서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백건은 어느새 그녀의 촉촉한 입술을 주시하고 저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살짝 만지더니 그윽한 눈동자에 욕망이 끓어올랐다.

남자의 손가락이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을 느끼자 남서연은 심장이 쿵쾅쿵쾅 마구 뛰었다.

그녀는 백건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올라왔다.

그러나 매번 그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백건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어 했고 두 사람의 시간은 모두 몸의 얽힘에 사용되었다.

“오빠.”

남서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백건이 갑자기 다가와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침입적인 키스를 퍼부으며 천천히 그녀의 볼을 감싸 안았다.

“음!”

그녀는 눈을 감았고 백건의 몸은 천천히 그녀를 눌렀다.

갑자기 노크 소리가 두 번 나더니 하현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서연은 황급히 백건을 밀어내고 긴장한 채 일어나니 얼굴이 붉어지고 수줍고 난처해졌다.

하현우는 두 사람이 키스하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남서연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고, 백건이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두 사람의 숨결과 안색만으로 방금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현우는 너무 난처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바로 나가겠습니다.”

백건은 화를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숨을 돌렸다.

남서연이 그를 불러세웠다.

“나갈 필요 없어요. 제가... 제가 갈게요.”

남서연은 사무실에서 이런 애정행각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사무적인 공간이지 남녀 간에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28화

    밤 10시.공항 대합실.남서연은 손에 꽃을 들고 출구에 서서 기다렸다.멀지 않은 곳에 진우석이 캐리어를 끌고 트렌디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멀리서 진우석을 발견한 남서연이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진우석은 감격에 겨워 캐리어를 끌고 성큼성큼 남서연에게 달려갔다.그가 껴안으려고 손을 벌렸지만 남서연은 생화를 그의 품에 밀어 넣었다.진우석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가 들고 있는 꽃을 내려다보며 말했다.“고마워. 하지만 꽃보다 너의 포옹을 원해.”남서연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손을 놓았다.진우석은 다가가서 그녀를 안고 등을 쓰다듬어주었다.“보고 싶었어. 서연아.”“왜 갑자기 돌아왔어요?”“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위증을 손에 넣자마자 너 보러 돌아왔어. 너무 보고 싶었어.”남서연은 천천히 그를 밀치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장난치지 마요. 가요. 밖에 차 있으니까 집까지 데려다줄게요.”진우석은 한 손에 캐리어를 끌고 다른 한 손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면서 물었다.“아저씨 아주머니는 잘 계시고?”“그럼요.”남서연의 시선은 저도 모르게 그의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손에 향했다.예전 같았으면 지극히 흔한 일이었다.진우석은 그녀와 소꿉친구로 두 사람은 사이가 매우 좋았으니 이런 친밀한 행동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약혼했고 약혼자 백건이 있었다.그녀에게 가까운 이성 친구가 있는 것을 백건을 신경 쓰든 안 쓰든 그녀는 이성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남서연이 힘껏 손을 빼자 진우석이 경악하며 물었다.“왜 그래?”남서연은 미소를 지으며 덤덤하게 말했다.“우리 이제 성인이에요. 툭하면 손을 잡으면 남들이 오해해요.”진우석은 엷게 웃으며 말했다.“서연이 다 컸네. 부끄러움도 알고.”부끄러움?남서연은 움찔 놀랐다.“집에 가자. 내가 네 선물 사 왔어.”남서연은 별생각 없이 그와 나란히 공항을 떠났다.기사가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남서연은 진우석과 차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29화

    남우영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매우 난처했다.“아저씨, 그런 뜻이 아니라 그게...”“집사람이 서연이를 잘 돌봐 줄 거야. 왜 취한 서연이를 더 힘들게 해? 자, 어서 돌아가서 자.”“서연이 이미 약혼했어요. 이 집에 머무는 건 적합하지 않아요.”진연우는 당연히 그녀의 약혼을 알고 있었다.갑자기 일어난 일에 그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고 빨리 아들을 돌아오라고 했다.그렇지 않으면 며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게 생겼다.“약혼하면 자유도 없는 거냐?”“그런 뜻이 아니라 저...”남우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연우가 말을 끊었다.“돌아가. 잘 자고.”말이 끝나고 곧 대문이 닫혔다.남우영은 잿빛이 된 얼굴로 풀이 죽어 핸드폰을 꺼내서 백건에게 전화를 걸었다.벨이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삼촌, 난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전화기 너머로 백건의 흐릿한 목소리가 들렸다.“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진우석이 돌아왔어요.”남우영이 말하자 백건은 침묵했다.한바탕 정적이 깔렸다.“서연이가 진우석의 집에서 환영 파티를 하다가 술을 많이 마셔서 취했어요. 내가 서연이를 데리러 왔는데 못 가게 해요. 오늘 밤은 진우석의 집에서 잔대요.”백건은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투가 싸늘하고 엄숙했다.“위치 보내.”“두 사람 오해가 생길까 봐 내가 미리 말해두는 데 서연이 이 집에서 안전해요. 전에도 자주 이 집에서 잤으니까 오늘은 안심하고 내일 다시 얘기해요. 이 늦은 시간에...”백건이 차갑게 소리쳤다.“위치 보내라고!”화들짝 놀란 남우영은 하마터면 휴대전화를 떨어뜨릴 뻔했다.그는 이렇게 통제 불능으로 난폭한 백건을 본 적이 없었다.남우영의 마음속에 백건은 언제나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여유롭고 담담하고 성숙한 사람이었다.지금의 그는 전혀 이성적이지도 않고 침착하지도 못한 경솔한 소년 같았다.남우영은 더 이상 그를 화나게 할 수 없었다.바로 전화를 끊고 그에게 주소를 보냈다.백건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차를 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0화

    “서연이는 술 안 마셔. 일부러 취하게 한 거지?”진우석은 코웃음을 쳤다.“그쪽과 안 마시는 거지 나랑은 마셔요. 게다가 내가 돌아와서 서연이가 아주 기뻐했거든요.”백건은 주먹을 꽉 쥐었다.“서연이는 아주 단순한 애예요. 대체 어떤 수단으로 애를 속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떳떳한 방법은 아니겠죠. 저번에 애를 데리고 해외 활동에 참여했을 때부터 당신 동기를 의심했어요. 당신처럼 속이 시커멓고 성격이 비뚤어진 남자는 서연이와 어울리지 않아요. 난 절대 서연이가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걸 볼 수 없어요.”백건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걸어가 그를 밀어내고 안으로 들어갔다.진우석이 쫓아가서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백건은 그대로 그의 옷깃을 잡고 벽에다 꽉 눌렀다.백건의 몸에 냉기가 응축되어 있었고 눈동자에 무서운 살기가 서려 있었다.“잘 들어. 남서연은 내 약혼녀야. 두 사람이 전에 어떤 관계든, 얼마나 친했던 이제 모두 과거형이야. 오늘부터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이제부터 나 백건의 여자니까.”진우석은 이를 갈며 말했다.“당신의 그 추악한 얼굴을 내가 반드시 찢어버릴 거야. 대체 어떤 사람인지 서연이에게 똑똑히 보여줄 거야.”백건은 코웃음을 쳤다.“기대할게.”말을 마친 백건은 그를 벽으로 확 밀쳤고 등이 부딪친 진우석은 통증이 몰려왔다.백건은 방으로 가서 문을 비틀어 열고 들어섰다.불을 켜자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자는 남서연이 보였다.그는 걸어가서 이불을 젖히고 남서연을 가로로 안았다.잠에 푹 빠질 정도로 취한 그녀를 안고 방에서 나왔다.진우석이 다시 백건의 앞을 가로막자 백건의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만약 서연이가 지금 제정신이라면 서연이는 절대 날 두고 당신을 따라가지 않았을 거야.”백건은 마음이 아팠다.그도 진우석과 비교해서 이길 자신이 없었다.억지로 얻은 사람일지라도 백건은 꼭 가져야만 했다.“오늘 밤 난 무조건 서연이를 데리고 갈 거야. 비켜.”진우석은 어금니를 꽉 깨물며 참았다.분위기가 상당히 억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1화

    아침 햇살이 베란다에 비쳐 따뜻함이 넘쳤다.남서연은 잠에서 깨어났다.그녀가 눈을 뜨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그녀의 청춘을 가득 채운 그 잘생긴 얼굴이었다.남자는 눈을 감은 채 옆으로 누워 그녀와 마주 보고 잠을 잤다.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다.어떻게 자고 일어났는데 백건이 눈 앞에 있을까?그녀는 자신이 분명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고 컨디션을 조절한 후 다시 눈을 떴다.눈앞의 남자는 여전히 진실하게 느껴졌다.그녀의 기억으로는 어젯밤에 진우석의 집에서 진우석의 축하파티를 하며 술을 몇 잔 마신 후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잠이 들었던 것 같다.술에 취했다고?남서연은 문득 깨달았다.‘내가 술에 취해서 오빠 침대에서 잤다고? 그러니까 어젯밤에 누가 나를 이 집에 데려온 거지?’남서연은 생각할수록 떨리고 이상해서 괜히 불안했다.백건의 얼굴을 만지고 싶은 충동에 그녀는 이불 속에서 손을 내밀었다.그러나 여전히 겁이 나서 남자의 잘생긴 미간을 살짝 건드리고 미간을 타고 오똑한 콧날까지 내려왔다.문득 남자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남서연은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몇 초 동안 굳어 있다가 즉시 손을 거두었다.남자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수줍음과 긴장감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녀는 눈을 내리뜨고 그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남서연은 심장이 너무 빨리 뛰며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갑자기 백건이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서연아, 우리 오늘 혼인 신고하러 가자.”남서연은 뜬금없는 말에 놀라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오늘 혼인신고라니, 너무 갑작스러워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우리 이미 약혼했잖아요? 왜 그렇게 서둘러요?”“약혼했으니 언젠가 꼭 결혼할 거고, 그러니 빨리한다고 문제 될 것도 없잖아.”남서연이 설명했다.“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갑자기 오늘 혼인신고를 한다니. 아직 오빠 부모님께 인사도 안 드렸어요.”“혼인신고하고 만나러 가도 늦지 않아.”그는 자기 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2화

    그래서 그녀는 백건이 왜 그녀와 결혼하고 싶은지 미치도록 알고 싶었다.백건은 설명도 없이 남서연을 풀어주고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들어갔다.남서연은 그의 뒷모습을 허탈하게 바라보았다.유승아가 전에 그녀를 찾아와서 했던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그때, 유승아는 그녀에게 답을 알려주려 했지만 그녀는 나쁜 결과가 될까 봐 듣지 않기로 선택했다.그녀는 백건이 직접 이유를 알려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백건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남서연은 침대에서 내려 맨발로 바닥에 서서 그녀의 신발을 찾았다.그제야 휴대폰과 신발이 모두 진우석네 집에 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침대에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데 백건이 이미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옷방으로 가서 새 슬리퍼를 남서연의 앞에 놓고 쪼그리고 앉아 직접 신겨 주었다.남서연은 남자의 곱상한 얼굴을 바라보았다.백건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가서 씻어. 세면도구 다 새것으로 준비해뒀어.”“오빠.”남서연은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나와 결혼하고 싶어요?”백건이 부드럽게 웃으며 답했다.“한 남자가 한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데 많은 이유가 필요해?”“이유는 당연히 많죠. 예를 들면 권력, 재부, 미모, 생육, 강요 등등.”백건은 불쾌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사랑이 아니고?”남서연은 기분이 좋기는커녕 오히려 그의 대답이 진솔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어떻게 오빠가 나를 사랑해요.”백건은 일어나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가서 씻어.”말을 마친 그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남서연은 깨끗이 씻고 방문을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한바탕 시끄러운 소리가 거실에서 들려오자 그녀는 걸음을 재촉하여 계단을 내려갔다.거실에 내려가 보니 진우석이 백건의 멱살을 잡고 격노하여 소리치고 있었다.“내가 있는 한 넌 절대 서연이를 못 속여!”“지금 뭐 하는 거예요?”남서연은 달려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3화

    남서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백건은 남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화를 꾹 참으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 끝이 뭉클해졌다.그에게 다가올 행복이 곧 원점으로 돌아가는 걸까?백건은 당황했다.진우석이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서연아, 난 정말 네가 이 남자에게 속고 있는 걸 지켜볼 수가 없어.”또 이 말이었다. 유승아도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그녀는 백건이 대체 어떻게 그녀를 속였는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그럼 말해봐요. 대체 나한테 뭘 속였는데요?”진우석이 말하려는데 백건이 다가가 남서연의 손을 잡았다. 이미 호흡이 거칠어진 그는 긴장하며 말했다.“서연아, 지각하겠다. 출근하러 가자.”진우석이 백건을 밀어젖혔다.“그만해. 이제 무서워? 서연이를 속일 때는 무섭지 않았어?”화가 난 백건이 나지막이 화를 냈다.“내가 뭘 속였는데?”진우석은 남서연을 옆으로 밀어내고 백건에게 돌진해 그의 멱살을 움켜쥐고 이를 갈았다.“내가 당신의 더러운 수법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해? 이미 다 조사했어.”“수능이 끝나고 서연이와 난 외지에 있는 같은 대학에 합격했어. 근데 네가 돈을 주고 남서연의 통지서를 가로채서 현지 대학으로 바꿨잖아.”남서연은 놀라서 아연실색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백건은 할 말이 없었고 당황하고 두려울 따름이었다.그가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진우석이 아니라 남서연을 잃을까 봐서였다.결국 세상에 비밀은 없었다.“3년 전, 서연이는 나와 함께 유학을 가려고 했어. 근데 네가 면접관에게 돈을 줘서 서연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했고, 심지어 출입국에도 손을 써서 서연이가 출국할 수 없게 만들었어. 그래서 서연이는 나와 함께 공부할 기회를 놓쳤어.”“그리고 전에 있은 그 해외 행사, 출장 명단에 서연이 이름은 없었는데 네가 일부러 넣은 거잖아. 게다가 호텔에서 같은 방을 배정해? 이 쓰레기 같은 놈아!”진우석의 폭로에 남서연은 멍하니 들으며 믿을 수 없었다.“그리고 서연이가 사고 날뻔한 거, 그것도 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4화

    남서연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백건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남자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전부 사실이야.”남서연은 경악하며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대체 왜요?”백건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진우석이 다가가 남서연의 손목을 잡고 돌아섰다.“이런 사람이랑 말 섞지 말고 돌아가.”남서연이 아직도 충격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진우석에 의해 끌려갔다.백건은 손에 잡힐 듯 다가온 여자가 그렇게 눈앞에서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칼로 찌르는 듯 아팠다.남서연처럼 순진하고 착한 여자가 어떻게 그의 행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그는 소파로 가서 힘없이 털썩 주저앉아 등받이에 기대고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팔로 눈을 가리고 모든 슬픔을 막았다.그의 온몸은 짙은 스모그로 뒤덮여 있었고 사라지지 않는 음울함과 고독이 퍼졌고 가슴은 쥐어뜯는 듯 아팠다.남서연을 얻고부터 잃은 것까지 불과 며칠. 천국에서 지옥은 단 한 순간이었다.밖에서.진우석은 남서연을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준 후 자신도 운전석에 올라타서 안전벨트를 맸다.남서연은 그제야 반응을 보이더니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왜 가야 해요? 나 아직 답을 못 들었어요.”“감히 대답 못 하는 거야. 묻지 마.”남서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문을 열자 진우석이 빠르게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뭐 하는 거야?”“백건은 내 약혼자예요. 오빠가 무슨 짓을 했든 난 꼭 설명을 들어야겠어요.”남서연은 자신이 이렇게 가버리면 백건과의 결혼이 깨질까 봐 걱정했다.“어떤 이유에서든 그 수단이 더럽고 비열한 건 변하지 않아. 저런 수준 미달인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진우석이 화를 내며 묻자 남서연이 눈물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어제 방금 돌아온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일을 알고 있어요? 어떻게 조사했어요?”진우석은 멍해졌다.그러자 남서연이 화를 냈다.“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우린 절교야.”진우석이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35화

    말을 마친 남서연은 성큼성큼 별장으로 향했다.진우석이 차에서 내려 뒤쫓아갔지만 남서연은 별장에 뛰어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진우석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지만 남서연은 열어주지 않고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기척을 들은 백건은 팔을 내리고 입구에 있는 여자를 보았다.그는 남서연이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암울하고 슬픈 눈에는 격앙된 희망이 가득했다. 그는 몸을 곧게 펴고 앉아 붉고 촉촉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문밖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멈췄다.남서연은 그 앞에 가서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진우석이 오빠가 나를 오랫동안 노렸다고 하는데 사실이에요?”백건은 괴로워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남서연은 긴장하여 주먹을 꽉 쥐었다.“노렸다는 게 무슨 뜻인지는 알아요?”“알아. 자기 것이 아닌 걸 욕심내는 거잖아.”남서연은 괴로워하며 물었다.“단어를 좀 바꾸면 안 돼요? 좋아하는 거로 바꿀 수도 있잖아요.”백건은 경악에 찬 눈으로 남서연을 보았다.남서연은 눈물이 그렁해서 울먹였다.“난 개인재산도 아니고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데 왜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노렸다고 표현해요?”백건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가 떨릴 정도로 긴장했다.“널 좋아해서 그랬어. 널 좋아해서 비열하고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어. 널 미행하고 조사하고 네 주변의 모든 이성을 차단했어. 너와 진우석이 함께 유학 가려고 했던 일도 포함해서...”남서연이 말을 끊었다.“그러니까 해외 출장 갔을 때, 나와 잔 것도 계획 중 하나였어요?”백건이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나와 자고 난 다음에는요? 그다음 계획은 대체 뭐였어요?”백건은 이제 아무것도 숨길 수 없음을 알고 사실대로 말했다.“널 임신하게 만들고 너와 결혼하려고 했어.”“하마터면 성공할 뻔했네요.”남서연이 말한 건 자신의 임신이었다.그러나 백건은 쓸쓸한 미소를 짓더니 눈이 붉어져 고개를 숙이고는 슬픈 어조로 중얼거렸다.“내가 아무리 머리를 써도 진우석을 이길 수는 없네.”남서연

최신 챕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9화

    여민지와 그녀의 부모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반면 남우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저는 이다은의 남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그 이다은 말입니다.”그의 말에 세 사람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있었다.침묵을 깨고 여중권이 겨우 입을 열었다.“오늘 이렇게 저희를 부르신 이유가 바로 이 일 때문이겠군요.”여민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우영을 바라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저를 홍보팀에 들여온 것도 계획된 거였나요? 저를 직접 면접 본 것도 다 계획이었나요?”남우영은 부드럽지만 의심의 여지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물론입니다. 여민지 씨가 제 아내를 사칭한 증거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였죠. 제 아내로 위장해 제 아내의 학위를 가로채고, 그 신분으로 회사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옥에 갈 이유가 되니까요.”여민지는 온몸을 떨며 부모를 불안하게 쳐다봤다.여중권은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남 대표님, 대화로 해결합시다. 과거 일인데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우리가 어려운 이씨 가문을 도와줬던 건 대표님도 잘 아실 겁니다.”남우영은 냉소를 띤 채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당신 딸을 회사에 들인 이유가 바로 오늘 같은 날이 올 거란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모든 걸 제대로 정산할 때가 됐군요.”여중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이혜원과 여민지는 안절부절못하며 필사적으로 남우영에게 용서를 빌었다.“남 대표님, 제 딸을 살려주십시오. 어떤 방법이든 따르겠습니다.”그러나 남우영은 비웃으며 단호히 말했다.“그런 일은 불가능합니다.”잠시 후, 경찰들이 레스토랑에 도착했고, 세 사람은 충격과 공포 속에서 체포되었다.여민지는 울면서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했지만, 남우영은 흔들림 없이 그들을 외면했다.레스토랑을 나서며 남우영은 차로 돌아갔다.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를 받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8화

    이다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고 단 하나의 문장만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꼬리가 길면 밟힌다더니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말았네. 이러다 감옥에 가는 건가? 그런데 나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남씨 가문 며느리가 감옥에 가면 그야말로 집안 망신이겠지?’그녀는 울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막막한 심정으로 끌려갔다.한편, 남우영은 여민지와 그녀의 부모를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레스토랑에서 남우영을 만난 여민지와 그녀의 부모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남우영의 정체를 알게 된 여민지의 부모는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마치 딸이 재벌가 며느리라도 되는 듯, 두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남우영은 마주 앉아있는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전직 공무원에 전직 판사라... 대단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지. 다은 씨 같은 약자에게는 그들의 권력이 얼마나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을까...’여민지의 아버지, 여중권이 먼저 입을 열며 공손히 물었다.“남우영 씨는 어디에서 일하고 계십니까?”“에이스타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이번에는 여민지의 어머니, 이혜원이 대화를 거들며 말했다.“우리 딸과는 얼마나 알고 지내셨어요?”“얼마 안 됐습니다.”이혜원이 다시 물었다.“그럼 두 분 관계는 어느 정도로 발전한 건가요?”남우영은 태연히 답했다.“오늘이 처음으로 저녁 약속을 한 정도입니다.”여중권과 이혜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여중권이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첫 만남부터 저희를 초대하신 이유는 뭔지... 혹시 결혼 이야기가 나온 건가 싶어서요.”남우영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을 잘랐다.“결혼 이야기라니요. 두 분은 저와 다은 씨가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이혜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여민지가 황급히 끼어들며 말했다.“아빠, 엄마... 대표님께서 두 분을 직접 뵙고 싶어 하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7화

    여민지는 모두의 칭찬과 아부 속에서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며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퇴근 시간이 되었지만 남우영은 여느 때처럼 집으로 향하지 않고 차 안에 앉아 조용히 로비를 응시하며 이다은이 나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시간이 흘러 대부분 직원이 퇴근했지만, 그녀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조바심이 난 그는 차에서 내려 곧장 사무실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 그의 앞을 막아서며 길을 가로막았다.“대표님, 안녕하세요.”여민지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밝게 인사했다. 그녀의 눈빛은 자신감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남우영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네.”여민지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작게 말했다.“대표님, 오늘 회사에서 떠도는 이상한 소문 때문에 마음 상하셨다면 정말 죄송해요. 저도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렸는지 모르겠어요.”남우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무슨 소문이요?”“대표님이 저를 좋아하신다는 얘기요. 회사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수군거리더라고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심지어 대표님이 저에게 적극 대시한다고들 해요...”남우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지?’여민지는 그가 미소 짓는 걸 보고 신이 난 듯 한 발 더 다가섰다.“대표님, 기회 되면 저녁 식사하면서 조용히 얘기 나눠보는 건 어떠세요?”남우영은 한숨을 내쉬며 짧게 답했다.“좋아요. 부모님도 모시고 나오세요.”여민지는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뭐라고요? 처음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요?”남우영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차가 기다리고 있으니 나갑시다.”여민지는 그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들뜬 마음으로 주변 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며 남우영과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건물 모퉁이에 숨어 있던 이다은은 두 사람이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들이 함께 차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6화

    또다시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이다은은 뒤척이며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불안과 두려움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만약 이 사실이 남우영 부모님 귀에 들어가면...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할 수 없어.’그녀는 이불을 꽉 움켜쥔 채 생각했다.‘현실은 동화가 아니야. 왕자가 신데렐라와 결혼하는 일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어.’다음 날 아침, 이다은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남우영이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그녀는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회사에 도착하자 팀장이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익숙한 듯 주어진 일을 받아 들고 묵묵히 책상으로 돌아갔다. 문서를 정리하고 자료를 검색하는 등 사소한 일을 처리하며 머릿속을 비우려 애썼다.그녀는 팀장에게서 늘 가벼운 업무만 배정받았다. 학력이 높지 않은 데다 특별 채용으로 입사한 그녀를 향한 동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사랑스러운 외모와 우아한 몸매는 사람들이 그녀를 오해하게 했다.점심시간이 되자, 동료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식사하러 나갔다. 그러나 몇몇 직원들은 그녀처럼 사무실에 남아 빵이나 배달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이다은은 무심히 빵을 뜯으며 한숨을 내쉬었다.‘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결혼을 하게 된 거지... 어떻게 에이스타 그룹의 대표랑 번개 모임을 가지듯 결혼할 수가 있냐고!’아직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덕분에 이렇게 쉽게 항공 개발 부서에 들어오다니... 이건 분명 내 능력에 비해 과분한 일이야.’그녀가 빵을 입에 물고 멍하니 앉아있던 그때, 낯선 목소리가 그녀를 불렀다.“이다은 씨.”그녀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세련된 정장을 입고 사원증을 목에 건 남자가 한 손에 도시락을 들고 들어왔다.그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도시락을 그녀의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공손히 말했다.“대표님께서 준비하신 점심입니다.”이다은은 순간적으로 당황해 주변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5화

    남우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그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 그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이혼은 절대 안 할 거예요.”이다은은 울음을 참지 못한 채 입술을 떨며 두 손을 모아 그에게 간절히 말했다.“남우영 씨,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는 애초에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에요. 이렇게 결혼하면 안 됐던 거예요.”‘남우영 씨’라고 변해버린 호칭은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의 가슴 깊숙이 꽂혔다. 이다은이 ‘남우영 씨’라고 불렀던 그 순간, 남우영은 그녀와의 거리가 좁혀질 수 없을 만큼 멀게 느껴졌다. 이다은은 무심결에 그의 마음을 무참히 베어냈다.서운함과 분노가 함께 치솟은 남우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우린 아직 이혼한 거 아니에요. 난 당신 남편이에요. 그런데 왜 나를 ‘남우영 씨’라고 불러요?”이다은은 그의 격한 반응에 당황하며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 알겠어요. 원하는 대로 부를게요. 하지만 이혼은 해야 해요.”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으며, 이 결혼을 끝내야 가족의 안전이라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하지만 ‘이혼’이라는 단어는 남우영의 숨조차 멎게 할 만큼 그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그는 눈에 실핏줄이 가득한 채로 이다은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앞으로 끌어당기며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했다.“왜요? 제가 뭐가 그렇게 부족한 건데요? 왜 이렇게까지 저를 싫어하는지 이유라도 좀 말해봐요.”이다은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떨구었다.“다은 씨가 원하는 얼굴이 아니에요? 아니면 제가 다은 씨의 기대에 미칠 만큼 자상하지 않았어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요!”그의 절박한 외침에 이다은은 결국 억누르고 있던 눈물을 흘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속삭였다.“남우영 씨가 ‘남우영’이기 때문이에요.”그녀의 대답은 남우영의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버렸고, 그는 슬픔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다은 씨... 이혼하고 싶어요? 내 눈에 흙이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4화

    “그리고 고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국경 지대에서 살았고 학교도 모두 국경 지대에서 다녔어요. 남우영 씨와 제가 중학교 동창이라는 거예요?”이다은은 여전히 단체 사진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마치 실마리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남우영은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다 쓸쓸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단체 사진만 봐요. 다은 씨와 제가 단둘이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으니까요.”이다은은 깜짝 놀라며 그의 말을 되새겼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불안한 예감이 서서히 피어오르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내가 싫다고 했던 거예요? 아니면 아예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거예요?”그녀는 침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남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대답했다.“다은 씨가 싫다고 했었어요.”“...”그 순간, 이다은의 심장은 순간 멎는 듯했고 혈관을 타고 섬뜩한 긴장감이 퍼지며 숨이 가빠졌다.‘중학생 때의 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나름 친절한 성격이었던 내가 동창의 사진 요청을 거절했다고? 그럴 리가 없어... 그렇다면 설마... 그 애인 거야?’이다은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내려놓으며 속으로 생각했다.‘남우영... 남 씨잖아! 그리고 군전 그룹 장군도 남 씨잖아!”남우영은 이다은의 반응을 살피며 잠시 멈칫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내렸다.이다은은 또다시 심장이 철컹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의 퍼즐을 맞추며 중학생 시절 유일하게 거리를 두었던 남자아이를 떠올렸다.‘그때 그 아이가 맞는 거야? 내가 일부러 멀리했던 그 애?’이다은은 다시 한번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중학교 때 나한테 러브레터 보낸 적 있어요?”남우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랬었죠. 다은 씨가 그 다 찢어버렸지만요... 참, 한 번은 제 얼굴에 던지기도 했고요.”이다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황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남우영은 멍하니 서서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았고,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3화

    남우영은 순간 굳어버렸다.이다은의 화난 눈을 마주 본 그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목구멍이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다은은 억누른 감정을 겨우 다스리며 차갑게 물었다.“왜 아무 말도 못 해요? 아직 변명할 핑계를 못 찾은 거예요, 아니면 끝까지 날 속이려는 거예요?”남우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제 이름은 남우영이 맞아요.”이다은은 피식 웃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받아쳤다.“그건 나도 알아요. 혼인 신고서에 적혀 있었으니까...”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남우영은 고백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솔직히 말할게요. 다은 씨에게 거짓말했어요. 난 남우라는 사람이 아니고, 당신이 만나기로 했던 그 사람도 아니에요.”이다은은 그 말을 듣고 참지 못한 듯 날카롭게 물었다.“그럼 왜 이모가 소개해 준 사람인 척하면서 날 속였어요?”남우영은 입을 꾹 다문 채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이다은은 겁먹은 사람처럼 한발 물러서며 손을 뒤로 감췄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남우영도 놀라긴 마찬가지였고 그는 경직된 채 서있었다. 몇 초간 머뭇거리던 그는 천천히 민망해진 손을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남우 씨든 나든 어차피 모두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 아니었어요? 어차피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는 거라면 저와 하나 그 남자와 하나 뭐가 그렇게 크게 다른가요?”이다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쏘아보며 단호히 말했다.“당연히 다르죠!”“이모가 소개해 준 남자라면 적어도 제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남우영 씨는 뭐죠? 왜 맞선남인 척하면서 저와 결혼까지 한 거냐고요?”남우영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내가 이렇게 다은 씨 곁에 있는데 왜 믿을 수 없어요? 이걸로 부족한가요?”이다은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그게 문제의 핵심이 아니잖아요.”그녀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2화

    이다은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문을 조용히 잠그고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켜더니 곧바로 ‘남우영’이라는 이름을 검색하기 시작했다.검색 결과는 쓸모없는 정보들로 가득했지만, 그중 단 한 줄의 제목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호기심에 마우스를 움직여 클릭한 그녀는 화면에 뜬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가 온몸이 얼어붙고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다.놀랍게도 ‘에이스타 그룹’의 대표 이름도 남우영이었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이었던 건, 그의 이름이 연관된 정보가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인터넷 어디에서도 그의 사진 한 장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뭔가 이상한데...”이다은은 점점 불안에 휩싸이며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연결음이 몇 번 울리자, 이모가 전화를 받았다.“다은아, 웬일이니?”“이모, 저... 남우 씨 있잖아요. 그분이...”이다은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이모가 다급하게 미안하다며 지난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아이고! 다은아, 내가 미처 말을 못 했구나. 남우네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랑 약속을 못 지켰다고 했었는데... 그걸 꼭 전해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깜빡했어. 장례식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더라고...”그 말을 듣는 순간, 이다은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잠긴 방문을 바라봤지만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모가 소개해 줬던 ‘남우 씨’가... 아니라는 말이야?’이모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다은아, 남우 씨를 탓하지 마라. 아버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충격이 너무 컸다더라. 지금은 그냥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정리할 시간 좀 줘야 할 것 같아. 네가 괜찮다면 선은 좀 미루자꾸나.”이다은은 심장이 요동치는 걸 느끼며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그녀는 갈라질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물었다.“이모, 이모가 소개해 줬던 남우 씨말인데요... 지금 고향에 있는 거 맞죠?”“그렇지. 아직 고향에 있을 거야. 왜 그러니?”이다은은 목이 바짝 말랐고 깊은숨을 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31화

    남우영은 얇게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외투를 옆으로 내려놓고 망설임 없이 성큼 다가가 놀랄 틈조차 주지 않고 단숨에 이다은을 안아 올렸다.“뭐 하는 거야!”이다은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본능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러자 심장이 터질 듯 요동쳤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겁게 달아올랐다.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따스한 기운이 천천히 퍼져나갔다.남우영은 이다은을 품에 안은 채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조심스레 앉더니 그녀를 무릎 위에 부드럽게 내려놓았다.두 사람은 밀착된 자세 속에서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공기 중에는 서서히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저녁은 먹었어요?”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며 울렸다.이다은은 실제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지만 그의 물음에 솔직히 답하기가 망설여져 결국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대답했다.“먹었어요.”남우영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피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천천히 걷어 귀 뒤로 넘기며 깊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다은은 그 시선에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지만 동시에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어디 다녀왔는지 아직 나한테 말 안 해줬잖아요?”그의 물음에 이다은은 한순간 멈칫했지만 곧 기쁨을 감추지 못한 목소리로 답하며 활짝 웃었다.“면접에 합격했어요! 이제 회사에 다니게 됐어요. 너무 기뻐서 잠깐 친정에 들렀어요.”남우영은 살짝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안았고 그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함께 다정하고도 진심 어린 목소리가 이어졌다.“우리 다은 씨, 진짜 잘했네요. 내가 뭐랬어요? 분명 잘될 거라고 했잖아요.”그의 칭찬에 이다은은 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다.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녀의 얼굴에 머물러 있었고, 마치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눈빛으로 세심하게 바라봤다.그 시선이 깊어질수록 이다은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두근거리고 숨조차 쉬기 어려울 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