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0화

지우는 한참을 어이없어 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자기 허리춤을 감싸고 있는 큰 손을 보며 말했다.

“이 손은 놓으시죠?”

남태준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여자의 부드러운 허리를 놓지 않고 오히려 더 세게 조이며 긴장한 척 말했다.

“그쪽 운전 실력이 별로라 넘어질까 봐 그래. 그냥 잡고 있을게.”

지우는 심호흡을 하며 꾹 참고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스쿠터는 아주 작았다. 이 남자의 긴 다리가 일어서면 스쿠터가 그의 가랑이 밑으로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정도 낮은 스쿠터가 그를 넘어뜨릴 수 있을까?

‘남태준 언제부터 이렇게 겁이 많았어?’

지우는 할 수 없이 시동을 걸고 천천히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의 병원에는 저녁에 응급실밖에 없었다.

지우는 응급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같이 들어가 진찰받으려 했지만 남태준은 자신의 사적인 부위라며 그녀를 쫓아냈다.

‘그래! 손목이 사적인 부위다 이거지? 내가 더러워서 안 듣는다!’

잠시 후 남태준이 손목에 파스를 붙이고 응급실에서 나왔다.

지우는 긴장하며 일어나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벌써 검사 끝났어요? 그 사이에 돈까지 내고 파스까지 붙였다고요?”

남태준이 여유롭게 말했다.

“의사가 개인적으로 준 거야. 아마 의사 목뼈에 붙이는 파스인 것 같아.”

“뼈가 부러지지는 않았어요?”

“아니.”

“금이 간 것도 아니에요?”

“아니.”

“혹시 힘줄을 다친 건 아닐까요?”

“아니야.”

“그럼 대체 왜 아픈 거죠?”

지우가 고개를 들어 묻자 남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글쎄. 아무래도 무리했나?”

“아직도 아파요?”

“파스 효과가 좋아서 안 아파.”

지우가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벌리고 말하려 했지만 결국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겨우 무리한 거로 응급실에 와요? 당신 원래 이렇게 약해빠진 사람 아니었잖아요?’라고 말하면 그녀의 신분을 알아차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다. 어차피 앞으로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었으니.

두 사람은 병원을 나왔고 스쿠터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