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패가 얼마나 잔인하고 악랄한지 알아?”진효연이 울컥했다.“그놈들은 마약 단속 형사들을 잔인하게 죽이고도 화가 풀리지 않으면 경찰 가족에까지 손을 대고 온 가족을 몰살한다고.”지우가 설득하려고 노력했다.“엄마, 그건 극소수예요. 대부분의 마약 형사들은 안전해요.”진효연이 눈을 붉히며 고함쳤다.“아니. 아무도 안전하지 않아. 마약상들이 악한 마음을 먹으면 껍데기 하나 남기지 않고 온 집안을 도살해.”지우는 어머니가 이렇게 흥분하여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그저 의논하고 있을 뿐이었는데 왜 이렇게 흥분했을까?“엄마. 왜 그래요?”지우가 놀라서 다정한 말투로 묻자 진효연이 뒤돌아서서 몰래 눈물을 훔쳤다.지우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서며 물었다.“엄마, 전에 뭐 안 좋은 일 겪었어요?”진효연은 강인한 척하며 몸을 웅크리고 계속 상자를 뜯었다.“젊었을 때 좋은 약혼자가 있었어. 만약 그 악랄한 악당들 손에 죽지 않았다면 나도 네 아버지에게 시집가지 않았을 거야. 가난하고 쓸모없는 네 아빠는 착실하고 듬직한 것 빼고는 아무런 장점도 없어.”“그 사람이 경찰이었어요?”지우가 긴장하며 묻자 진효연이 다시 눈물을 훔치다가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그 사람 아버지가 마약 형사였어. 대량의 마약을 노획해 큰 공을 세웠지. 하지만 일주일 후에 온 가족이 죽임을 당했어. 아흔이 넘는 어머니부터 반살 된 손자까지 여덟 식구 중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어. 내 약혼자는 집에서 셋째 아들이었어.”지우는 마음이 아프지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어머니 젊은 시절의 사랑은 지극히 순진했고 약혼자인 첫사랑이 죽었으니 아마 평생의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진효연은 목을 좀 축이고 일어나 마음을 추스르고는 목청을 돋우어 말했다.“어쨌든, 네가 경찰한테 시집가는 건 싫어. 그런 불가능한 일에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마.”지우는 원래도 자신이 남태준 같은 훌륭한 남자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고민이
청순하고 우아한 외모에 고급스러운 차림을 한 여자는 동네 사람 같지 않았고 아주 낯설어 보였다.그리고 같이 들어온 남자는 남태준이었다.지우는 자리에 털썩 앉자 긴장하며 빠르게 몸을 낮추고 소파 등받이로 자신을 가렸다.송수빈이 의문스러워 하며 물었다.“왜 그래? 글이 안 써져?”지우가 경직된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잠깐 쉬려고. 너 계속해.”“너 타이핑 속도 완전 거북이잖아. 언제 나 따라올지도 모르는데 이젠 게으름까지 피우네?”지우의 마음은 이미 줄거리를 떠나 있었고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몰래 머리를 위로 올려 소파 등을 넘어 앞에 있는 남녀를 노렸다.남태준이 그녀를 등지고 앉자 그녀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당당하게 허리를 펴고 앉았다.세 자리 떨어져 있어서 그녀는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지만 남태준의 반대편에 있는 여자는 정말 기품이 넘쳤다.그녀는 분명 남태준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괜히 질투가 나고 괴로웠다.‘저 여자 누구지? 남태준이 왜 단둘이 저 여자와 커피를 마시지?’‘설마 널 좋아해, 너와 결혼하고 싶은 그런 감정이야. 이런 말을 나 말고 많은 여자에게 한 거 아니야?’지우는 머릿속 생각을 떨쳐버리고 뒤통수를 껴안고 탁자 위에 내리찍었다.펑 하는 가벼운 소리가 나자 송수빈은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서두르지 마. 줄거리 막히는 건 흔한 일이야. 머리 쉬고 천천히 생각해.”“생각하고 싶지 않아.”지우는 울먹이며 말했고 머릿속은 온통 남태준으로 가득해 짜증이 몰려왔다.“너 아직 업데이트 안 했잖아? 생각하지 않으면 연재 중단이야. 개근 상금 15만 원 포기하려고?”개근 상금 15만 원?지우는 순식간에 힘이 솟구치더니 몸을 곧게 펴고 머리를 정리하며 자기 주문을 외쳤다.‘그래. 일이야말로 진짜 사랑이고 돈이 최고지. 남자는 중요하지 않아.”그러자 그녀는 곧 줄거리에 몰입해 타이핑하기 시작했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좌석.남태준은 우유와 설탕을 넣은 커
임다희가 살짝 긴장한 채 말했다.“지난 일 년 동안 수도 없이 너 찾아가서 사과하고 싶었지만 일이 너무 바빴고 매니저가 혼자 못 나가게 해서...”남태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너 무명 배우에서 인플루언서로 전락했잖아? 그렇게 바빠?”임다희는 긴장해서 냅킨을 집어 들고 눈물을 닦으며 속으로 지금의 남태준은 전혀 배려심이 없어 휴지도 건네주지 않는다고 원망했다.임다희가 자신 있게 말했다.“나 이젠 여주 급이야.”남태준이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물었다.“제목이 뭔데?”임다희는 얼굴이 어두워지고 난처해졌다. 남태준의 돌직구 성격에 참사당할 것 같았다.남태준은 범인 심문이라도 하듯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지며 말투가 엄숙해졌다.“제목이 뭐냐고?”임다희가 쭈뼛쭈뼛 제목을 말하자 남태준이 검색해서 한 번 보더니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덤덤하게 말했다.“웹 단막극 여주도 주인공이긴 하지.”임다희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당시 운이 좋아서 한 드라마의 조연에 출연했는데 그 배역이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한순간에 많은 감독과 광고주들이 그녀를 찾았다.그녀는 자신이 잘 될 거라고 생각했고 연애가 그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남태준을 차버렸다.다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인기가 사그라지는 건 한순간이었고 잠깐 반짝하더니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그녀는 줄곧 후회하고 있었다.1년 전, 그녀는 여주인공 자리를 쟁취하기 위해 연예계의 한 거물을 따라 접대하러 요트에 올랐다.접대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한 돈줄에게 맘에 드는 여자를 골라주는 일이었다.뜻밖에도 그때 요트에서 남태준을 만난 것이다.남태준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를 보트에서 쫓아내려 했고 심지어 그녀를 데려다주라고 사람을 붙여주기도 했다.하지만 그녀는 감사하기는커녕 남태준에게 벌컥 화를 냈다. 전에는 그래도 멀쩡한 경찰이더니 지금은 다른 사람의 심부름꾼이나 한다며 욕했다.그 말이 나오자 돈줄은 즉각 알아채고 그녀를 체포했다. 조금 위협하자 그녀는 남태준의 생년
지우가 정신없을 때, 옆에 갑자기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녀와 송수빈이 테이블을 닦고 노트북을 막 내려놓았을 때, 귓가에 남자의 굵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야.”남태준의 목소리를 들은 지우는 바짝 긴장했다.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애써 침착한 척 그를 올려다보며 미소 지었다.“안녕하세요. 대장님.”그녀의 대장님이란 호칭에 남태준은 씁쓸해 예의 미소조차 짓지 못했다.“요 며칠 계속 네 전화 기다렸어. 네가 나 찾아오길 기다렸다고.”송수빈은 충격적인 얼굴로 남태준을 보고 또 지우를 바라보았다.지우가 언제 이렇게 멋지고 잘생긴 남자를 알았는지 궁금했다. 대장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아마 경찰일 것이다.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 얘기를 하기 싫어 지우가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요 며칠 바빴어요.”그때 임다희가 남태준 곁으로 다가가 어두운 얼굴로 지우를 훑어보더니 눈 밑에는 비우호적인 빛이 어려 있었다.지우도 그녀가 다가온 걸 보고 급히 말했다.“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저와 친구는 볼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그녀는 말을 마치자 서둘러 물건을 정리했고 송수빈도 눈치껏 아무 말도 없이 덩달아 짐을 챙겨 나가려 했다.지우가 남태준의 곁을 지나갈 때, 그가 지우의 팔을 잡고 살며시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또 무슨 일이죠?”지우는 당황스러움을 감추려고 애써 미소 지었다.남태준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그녀는 아직도 얼떨떨했다. 속으로 남태준을 좋아하고 그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두 사람의 신분 차이 때문에 그녀는 열등감을 느꼈고 자신이 이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어머니가 크게 반대했다.그런 상황에서 바로 선택을 내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그런데 마침 그가 다른 여자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는 질투심이 타오르고 엉뚱한 생각을 하며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고 복잡했다.그래서 지우는 지금 남태준을 마주할 수 없었지만 그는 달랐다. 그는 일이든 감정이든 항상 적극적으로 나섰고 절대로 겁
남태준의 얼굴빛이 흐려지며 엄숙한 말투로 수정했다.“간병인이 아니라 지금 내가 좋아하고 있는 여자야.”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세 여자는 모두 놀라서 멍해졌고 지우는 볼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이 남자는 정말 직설적이고 숨기지 않으며 돌려 말할 줄도 몰랐다.이렇게 돌직구로 나오면 그녀는 어떡해야 할까?“나 먼저 가볼게요.”지우가 다시 남태준의 곁을 지나가자 남태준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이번에는 손을 놓지 않고 송수빈에게 예의 바르게 말했다.“지우 친구분?”그러자 송수빈이 웃으며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송수빈입니다.”“수빈 씨, 지우 잠시 빌려도 될까요?”남태준이 예의 바르게 묻자 지우는 멍해졌다.잠시 빌린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송수빈은 바로 가라는 몸짓을 하며 기뻐했다.“네. 얼마나 오래 빌리든 상관없어요. 지우 이제 안 바빠요. 매일 두세 시간 일하는 것 빼고는 시간 많아요.”“고마워요.”남태준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우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그러자 임다희의 안색은 잿빛이 되었다. 남태준이 그녀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여자를 데리고 떠나는 것을 보고 그녀는 슬프고 화가 났지만 질투와 증오가 더 많았다.질투 어린 눈빛으로 지우의 뒷모습을 매섭게 노려보며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남태준이 지우를 좋아할 리 없다고, 전부 자신을 화나게 하고 싶은 행동이라 믿었다.송수빈은 임다희를 힐끔 쳐다보고는 짐을 챙겨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주차장 밖에서 남태준이 지우를 차에 밀어 넣었다.남태준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려 하자 지우가 바로 안전벨트를 잡아당겨 왔다.“제가 할게요.”그녀는 평온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이미 긴장되어 죽을 지경이었다.남태준은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는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차량이 넓은 도로를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차 안의 분위기가 다소 억압적이었고 두 사람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남태준이 먼저 정적을 깼다.“다희가 옆 마을에서 촬영하고 있어서 우연히
남태준은 흥분해서 설레게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극도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첫째, 절대 공개하지 말고 비밀에 부쳐야 하고 우리 가족에게 알려서는 더더욱 안 돼요.”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둘째,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무조건 응해야 해요.”그러자 남태준은 사람 전체가 어두워져서 불쾌하게 앞을 바라보며 핸들에 손을 얹고 천천히 움켜쥐었다.시작도 하기 전에 실연의 아픔을 느낀 것 같아 기분이 매우 나빴다.지우는 그의 안색이 극도로 어둡고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보고 약간 당황해서 말했다.“어렵다면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요.”“약속할게.”남태준의 딱 잘라 말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갔다.순간, 지우는 미친 듯이 설레고 심장이 떨렸다.그 말 이후 두 사람은 연인관계로 변했고 한순간에 변한 묘한 느낌에 그녀는 당황해서 어찌할 줄 몰랐다.“네.”지우는 대답하고 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한 채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창밖을 내다보았다.남태준은 다시 시동을 걸어 운전했고 10분 후, 차량이 작은 정원이 있는 민가로 천천히 들어섰다.지우가 차 유리창을 통해 사방을 살피니 앞에는 2층 높이의 큰 집이 있었는데, 인테리어가 아주 정교하고 보기 좋게 꾸며져 있었고 현대풍의 심플한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집 주위는 투각된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고 마당 앞에는 화초와 나무들이 심겨 있고 그리 크지 않은 금붕어 장이 있었다.남태준이 차에서 내리자 지우도 따라 내렸다.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 인테리어가 고향답지 않다는 생각에 물었다.“여기 어디예요?”“내가 사는 집.”남태준이 그녀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셋집이에요?”지우가 경악해서 그를 바라보며 속으로 그는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그러자 남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몇 달 전에 샀어. 친환경 소재로 리모델링해서 지금 여기에 살고 있어.”“왜 여기에 집을 사요? 나중에 여기서 노후를 보낼 생각이에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은
방문?이미 사귀기로 한 사이에 자신을 손님 취급하는 걸까?남태준은 다시 한번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커다란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눈빛이 흔들리는 거 보니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볼이 빨개지고 정신이 긴장한 거 보니 넌 지금 겁먹고 있는 거고.”지우는 엄숙한 남자의 눈빛을 올려다보며 긴장한 듯 침을 삼켰다.그의 직업은 아마 다른 사람이 거짓말하는 것을 쉽게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그럼 앞으로 난 이 사람 손바닥 안이라는 거야? 연기도 못 해? 어쩌지? 어쩜 좋아?’지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사이 남태준이 또 말을 이었다.“앞으로 여긴 네 집이야. 자기 집에 오면서 방문한다는 말은 하지 말아줘. 그리고 나를 태준이 아니면 오빠, 자기야, 심지어 여보라고 해도 좋으니 대장이라고는 부르지 마.”지우는 여보라는 호칭에 입술을 지그시 깨물더니 얼굴이 붉어졌다.남태준은 여자의 맑고 예쁜 큰 눈을 마주치다가 그녀가 가볍게 입술을 깨무는 순간, 당황스럽고 목이 타서 그녀의 분홍빛 입술을 잠시 쳐다보았다. 여자는 수줍고 얼굴이 빨개도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가능할 것 같았다.남태준은 한 발 앞으로 가서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지우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에 완전히 멍청해졌다.눈이 휘둥그레져서 희미하게 확대된 볼을 바라보며 심장병을 의심할 정도로 폭격하듯 펄쩍펄쩍 뛰었다.그의 촉촉한 얇은 입술은 온기를 머금고 그녀의 입술과 혀끝을 빨며 산해진미를 맛보듯 눈을 감고 즐겼다.지우는 낯선 감각에 자극받아 온몸이 나른하고 뜨거워지며 전에 없던 짜릿한 감촉으로 심금을 울리며 단숨에 그의 키스에 반하게 되었다.이것은 그녀의 첫 키스였다.아직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키스를 한다면 안에 들어간 후에 그녀는 온전한 몸으로 나올 수 있을까?이 속도면 다음 달에 배에 혼수를 갖고 결혼하는 건 아닐까?‘안돼!’지우는 더 이상 그의 깊은 키스에 빠져들지 않고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밀었다.
“나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집에 갈래요.”지우는 아무래도 감히 그의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고 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돌려보냈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은 나중에 연락하기 쉽도록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지우는 차에서 내린 후 도둑질하듯 남태준의 차를 재빨리 빠져나와 계단으로 뛰어들어 위층으로 뛰어갔다.남태준은 차에서 내린 지우가 허둥지둥 도망치는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하지만 그는 이해할 수 있고 그녀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고 싶었다.이제 막 시작했으니 너무 서두르면 안 되었다.지우의 집은 5층 높이의 구식 상업용 주택이었는데 지은 지 50~60년은 된 것 같다.남태준은 집 주위를 돌아다니며 소화장치가 정상인지, 벽에 붙은 전기박스가 얼마나 낡았는지 확인하며 그 주변을 살폈다.그는 집 옆 골목에서 여러 개의 미용실을 발견했다.겉모습과 가게 인테리어를 보면 마치 영업 중인 미용실과 흡사했지만 캐비닛에 도구가 없고 바닥에 머리카락도 없으며 더군다나 깊은 골목에 있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어 다른 부서 동료에게 보냈다.“시간 나면 여기 한번 청소해.”그 후 남태준은 주변 치안과 안전에 대해 계속 순찰했다.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이상한 작은 가게들이 나왔다. 심지어 어떤 여자가 입구 벤치에 앉아 눈짓했다.“잘생긴 오빠. 우리 친구 할까?”남태준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오래된 아파트의 깊은 골목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매우 은폐되어 있어 어두운 산업이 자리 잡기 쉬웠다.이런 곳에 호색하는 변태 남자가 가장 많은 법이었으니 남태준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시동을 걸고 떠났다.지우는 집에 돌아와 방에 숨어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웠다.단지 친구와 커피 한잔하며 글을 쓰려고 나갔을 뿐인데 왜 돌아오니 뜻밖에도 남자친구가 생긴 걸까?그리고 그 상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남태준이었다.방금 그 키스를 생각하니 지우는 또 수줍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즐겁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이다은이 심장을 부여잡고 있자 남우영은 긴장이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아파? 의사는 보인 거야? 나랑 함께 검사받으러 가자.”이다은은 안절부절못하는 남우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남우영, 나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래. 아이랑 가족이랑 그리고 일까지 어떻게 평형을 잡고 케어해야 할지 모르겠어.”남우영은 이다은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계속하여 일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더욱이 그녀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그렇게 할머니로 늙어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이다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품에 안고 속삭였다.“이다은, 넌 이 남편의 재산 능력을 잊은 거야?”이다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남우영은 약속하는 듯한 말투로 달래며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출퇴근은 항상 차로 데려다줄 거고, 곁에는 번거로운 일들을 분담해 줄 매니저를 붙여 줄 거고, 심지어 가방 들어 줄 사람도 따로 안배할 거고, 집에 돌아오면 가사도우미랑 내가 널 돌볼 것이야.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면 산후조리원, 가사도우미, 영양사, 헬스 관리사 등 아이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따로 안배해 줄 거야. 아이의 양육 문제는 전문적인 산후조리사와 육아 도우미, 그리고 부모님들도 계시잖아. 만약 손자를 돌보고 싶어 하시면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도 있고 몇 년 후 내가 퇴직하면 그땐 나도 같이 부담할 수 있잖아. 이렇게 많은 후원자가 뒤에서 보호하고 있을 텐데 뭘 더 걱정해.”남우영의 말을 들은 이다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격에 목이 멘 채 말했다.“고마워, 우영아.”남우영은 행복한 얼굴로 이다은의 이마에 키스했다.이렇게 모든 일들은 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10개월 뒤, 남씨 가문에서는 큰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다.남우영과 이다은의 딸은 전 달에 이미 출산 되였
지구 반 바퀴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다은은 여행 내내 헛구역질을 하고 졸리고 피곤한 증상으로 몸에 이상한 변화를 느껴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검사 결과는 예상한 대로 임신으로 나왔고 이다은의 마음은 한편으로 격동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여자는 임신하면 매일 집에서 남편을 돕고 애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온 이다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천천히 노력하고 있기에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이다은이 집에 도착하자 함께 여행했던 부모님들도 선물을 들고 돌아와 집에 계셨다.“아빠, 엄마.”이적과 김연아는 아직 여행의 행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이다은의 인사도 듣지 못한 채 남우영과 여행 중의 풍경들을 얘기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나 옆에 다가서며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다은, 이른 아침에 어딜 다녀온 거야? 눈떠보니 없던데.”이다은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침 산책 갔다 왔어.”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부모님들이 우리 선물까지 사서 챙겨 오셨어.”김연아는 만면에 웃음꽃을 띤 채 말했다.“다은아,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 외국 여행 가봤고 너무 재밌었어. 사돈한테 정말 고마워.”이번 여행을 통해 김연아와 이적은 마음속의 모든 불안과 열등감을 떨쳐내고 대가족에 합류하게 되었다.그들은 그제야 딸이 아주 훌륭한 남편에게 시집을 갔고 시댁도 교양 있고 너무 좋은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다은은 어머니가 주는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이번 여행으로 인해 이적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말하며 얼굴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하고 있었고 김연아도 그냥 말을 받아치며 사돈들이 어떻게 잘해주었는지 얘기하고 있다가 점심까지 먹고서야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남우영이 이적 부부에게 그들이 여태 만져본 적이 없는 큰 액수로 평생 쓰기에 충분한 예단값과 별장 한 채를 주었기에 두 사람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한 남우영도 바로 동의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여행 코스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다음 주에 출발하는 건 어때?”이다은은 두 손으로 남우영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우리 일단 일어나서 지도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우리들만의 여행결혼식을 준비하자.”남우영은 일어나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베개 위로 올려 누르며 말했다.“계획은 내일 짜면 돼. 나 지금 아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야.”이다은이 이어 말하려 하자 남우영은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입막음해 버렸고 그렇게 둘은 또다시 한 몸이 되었다.일주일 뒤, 이다은은 또다시 공아영의 변호사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공아영이 사과의 말과 함께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남하준에게 사정하여 그녀를 용서해 달라는 말을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이다은은 법률은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것만 믿고 이 일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예전에 이다은의 학위를 도용했던 여민지도 이미 남우영에 의해 감방에 보내졌는데 사람을 찾아 이다은의 아버지를 때리고 어머니를 해치고 부모님의 집마저 허물게 한 공아영의 죄는 더욱더 큰 처벌을 받아야 했다.공항 대기실에서 이다은은 남우영이 준 설계도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설계도를 보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면서 입을 막고 헛구역질만 하고는 또 눌린 듯하여 심호흡을 한번 하고 계속해서 보았다.이때 화장실에서 나온 남우영은 이다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다은아, 우리 이제 탑승해야 해.”이다은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우영과 함께 대기실에서 나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가 갑자기 앞에 4명의 익숙한 얼굴들이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 나타나자 너무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아빠, 엄마.”이다은과 남우영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어떻게 되어 여기까지 오셨어요?”중요한 건 그들은 모두 트렁크를 챙겨 들고 손에는 탑승권과
이다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우영을 천천히 안아주며 수줍은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다.“남우영, 내 맘에 너밖에 없어.”남우영은 몸이 살짝 굳어지더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격동되고 갈망하는 눈빛으로 이다은을 마주 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다시 말해줘, 다시... ”이다은은 부드러운 말투로 이어 말했다.“남우영, 나 너 좋아해.”남우영은 감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바로 이다은을 품에 꼭 껴안으며 말했다.“다은아... 이다은... ”그는 격동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다은의 귀에 대고 이름만 불러댔다.“넌 날 좋아해?”이다은이 부끄러워하며 묻자 남우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널 사랑하는 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그래도 또 듣고 싶어.”남우영은 모든 진심을 담아 뜨거운 눈길로 이다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해 이다은, 엄청 많이 사랑해.”너무 껴안은 탓에 숨 막힌 이다은은 남우영을 밀어내며 말했다.“나도 사랑해. 하지만 우리 이제 일어나 출근해야 해.”“우리 오늘 출근 안 해.”남우영은 일어나려 하는 이다은을 다시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으며 품에 꼭 껴안았다.이다은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화장실엔 가도 되는 거지?”“그럼, 당연하지.”남우영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다은을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품에 안긴 이다은은 부끄러워 발버둥질하며 말했다.“내려줘, 나 혼자 갈 수 있단 말이야.”남우영은 이다은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말했다.“내가 안아다 주고 다시 안아올 거야. 오늘은 너 어디도 못가, 내 옆에만 있어야 해.”이다은은 낮은 소리로 달래며 말했다.“남 대표님, 진짜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예요?”“난 오늘 너랑만 있을 거야.”남우영은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에서는 히히 닥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일주일 뒤, 이적은 퇴원했고 남우영은 그들을 새로운 집으로 모시고 가사도우미 두 명까지 안배해 줬다.평생 남 밑에서 일만 해온 이적과 김연아는 난생처음 이런
그러자 정안이가 옆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공짜라는데 받으셔야죠.”이적은 바로 수표를 받아 쥐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공혁재는 돈까지 내밀었으니 이 일은 이렇게 끝나는 줄만 알고 말했다.“그럼 저는 손녀를 데리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혁재는 공아영의 손을 잡고 병실에서 나갔다.공아영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뒤돌아 이다은을 쏘아보면서 공혁재에게 끌려 나갔다.병실 안은 그제야 조용해졌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한 채 또다시 서로를 쳐다만 보았다.이때 정안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준 오빠, 저 사람들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돼.”남하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정안이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사돈 부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릴 테니까.”정안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적과 김연아는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감동되어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사돈 보기는 이적이 병상에 누워 있은 탓에 짧은 시간에 끝나 버렸고 이다은과 남우영은 양가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남우영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갑자기 뒤에서 이다은을 꼭 껴안아 줬다.깜짝 놀란 이다은은 그 자리에 경직되어 긴장하면서 물었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남우영은 눈을 감고 이다은의 뒷목에 얼굴을 갖다 대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다은아, 나 때문에 이런 일까지 당하게 해서.”“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공아영의 일로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해.”이다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껴안고 있는 남우영의 손을 만지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나한테 사과 안 해도 돼.”“널 힘들게 했으니 내 잘못이야.”그의 말에 이다은은 그대로 멍하니 서 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더없이 감동했다.“비록 네가 날 위해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공아영 문제로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
교만하고 무지막지한 공아영은 여태 할아버지는 빽이 많아 돈과 권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낼 수 있었으니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여 공아영도 눈에 뵈는 것이 없이 커왔고 나라 장군 앞에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공혁재는 당황해하며 작은 소리로 타일렀다.“얼른 도련님 부인한테 사과해.”공아영은 이다은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저 여자가? 도련님 부인이라고요? 웃기시네, 사과해도 저 여자가 저한테 사과해야죠.”공혁재는 당황하여 진땀을 뻘뻘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남우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겨우 참고 있었으며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공아영은 이미 그를 원망하며 말하기 시작했다.“남우영, 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모르면서 내 연락처를 차단하고 계약까지 해지해? 너 너무 하는 거 아니야?”옆에서 듣고 있던 정안이는 이 일을 아들이 제대로 처리 못 하면 부부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해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받아치며 말했다.“공아영 씨, 부탁인데 본인의 위치를 잘 알고 말씀하세요. 제 아들은... ”정안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아영은 뒤돌아보며 한마디 쏘아붙였다.“사모님, 전 남우영한테 물어본 거고 사모님한테 물어본 거 아니니까 그렇게 앞질러 대답할 필요 없어요.”정안이는 윗사람한테 버릇없이 쏘아붙이는 공아영의 오만무례함에 충격을 받고 하던 말을 멈추었다.세상에나! 이 여자의 시건 방지함이 이렇게 지나치다니.남하준은 새파랗게 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 폭발할 것만 같았지만 정안이가 옆에서 그의 주먹을 내리며 좀만 더 참으라고 손짓했다.공아영은 다시 남우영을 보며 분노하며 말했다.“남우영, 왜 대답이 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묻고 있잖아.”남우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뻗쳐 더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공아영, 잘 들어. 난 너의 그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아. 다만 너 때문에 내 아내가 기분 나빴다는 것만으로 널
그 뒤로 김연아는 현실만 믿고 더 이상 드라마에 나오는 텃세 부리는 부잣집 여자 역을 믿지 않았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고 두 사람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필경 양가 부모님이 처음 뵙는 자리인 데다 것도 병원이라니, 자칫하여 부모님들 사이가 나빠지면 그 둘의 미래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이다은은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고 옆에서 눈치챈 남우영은 휴지를 꺼내 손바닥을 닦아 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긴장 안 해도 돼. 너도 보다시피 우리 엄마 아빠 다 좋은 분들이셔.”이다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너 나보다 더 긴장한 거지?”남우영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필경 장인 장모 앞이라 그도 긴장된 건 사실이었다.남하준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말이 없는 편이라 이 순간도 화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하고 두려워서 지금까지도 많이 어색해하며 혹시 말 한마디 잘못하여 딸을 더 번거롭게 만들까 봐 걱정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정안이는 얼른 화제를 꺼내 말했다.“연아 언니, 듣자 하니 회사에서도 잘리셨다면서요?”“네, 맞아요.”“그럼 그 회사에서 보상은 해줬어요?”정안이의 물음에 김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작은 가사도우미 회사들은 평소에 잡일들만 많고 합동서도 안 쓰는데 무슨 보상이 있겠어요.”정안이는 뒤돌아 남하준을 보며 말했다.“하준 오빠, 들었지?”남하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어. 사람 시켜 어찌 된 일인지 잘 알아보고 배상할 건 배상하고 처벌할 건 처벌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잘 처리하도록 할게.”김연아와 이적은 너무 놀라 막연하게 두 눈만 깜빡거렸다.이때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의 시선은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도련님, 사람들 도착했습니다.”밖에서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또다시 긴장한 김연아는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정안이에게 물었다.“또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있던 정안이는 웃으며 말했다.“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요 사돈, 저희는 사돈 뵈러 왔어요.”사돈이라는 두 글자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이적마저 놀라 서둘러 다친 몸을 가누며 억지로 일어났다.김연아도 너무 놀라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남하준의 손에 쥐여있는 선물부터 받아 내려놓았다.남우영이랑 이다은은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탄 탓에 아직 병실에 도착하지 못했다.김연아에게 선물을 넘긴 남하준은 얼른 이적한테로 다가가서 어깨를 눌러 눕히며 말했다.“이적 씨는 다치셨으니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얼른 누워계셔요.”“남 장군님, 저...”이적은 당황한 나머지 말도 못 했다.김연아는 손까지 떨면서 겁에 질린 눈빛으로 정안이를 바라보며 혹시 아까 두 사람이 싸운 내용을 들었을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남하준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장군이라고 부르시는 게 이렇게 서먹서먹한데 당신 부부 둘 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이적 형이라 부르고 다은이 어머님은 연아 누나라고 부를 테니 저한테 그냥 하준이라 불러요.”정안이도 다가와 남하준에게 기대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적 오빠, 연아 언니, 저한테는 완자라 불러주시면 돼요.”이 말을 들은 김연아는 얼굴이 빨개졌다.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송구스러워서였다.앞에 있는 이 부부는 젊고 멋있고 이쁠 뿐만 아니라 권력도 막강한데 텃세 하나 없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이 순간 김연아는 자신이 추측했던 것들이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하게 되었다.이적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해 서 있는 아내를 급히 불렀다.“여보, 얼른 사돈에게 의자를 가져다드리지 않고 뭐해.”김연아는 그제야 반응하여 얼른 대답했다.“으...응.”정안이는 그들이 이렇게 어색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급히 가서 김연아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러지 않아도 돼요. 저희 절로 할게요.”정안이가 가까이 오자 김연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으며 자신의 구린 옷이 이렇게 고귀하고 예쁜 사돈의 옷
한편, 병실에서 한시간 넘게 잔 이적은 호사가 약 바꾸러 왔을 때야 잠에서 깼다.약을 바꾸고 나서 김연아는 이적에게 귤을 까주고 둘은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딸이 고른 사위가 사람 참 괜찮네. 사 온 귤까지 너무 달콤해.”김연아는 감개무량해하며 말했다.이적은 귤 모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이거 아마 엄청 비쌀걸.”“그럼, 큰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 귤은 개별로 팔아. 소고기 양고기보다도 더 비싼 거야.”김연아는 달콤한 귤을 한 조각 입에 물고 말했다.이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호기심에 물었다.“우리 집이 저렇게 되었는데 사위한테 말하면 우릴 도와 해결해 주지 않을까?”김연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우리 이런 일로 딸한테 폐 끼치면 안 돼.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내가 뭔 폐를 끼쳤다고 그래. 사위가 돈이 그렇게 많은데 이 정도쯤이야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입 닥쳐.”김연아는 분노하며 말했다.“그 사람이 돈이 있는 건 그 사람 일이야. 어쨌든 당신은 뻔뻔스럽게 손 내밀며 도와달라고 하면 안 돼. 우리가 아무리 가난해도 남의 것 탐내면 안 되는 거야.”“이 여편네는 항상 체면만 차리고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야.”김연아는 콧방귀를 뀌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사위 집안은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집안이라 우리 딸이 워낙 어울리지도 않는데 우리까지 사사건건 찾으면 사돈집에서 얼마나 귀찮겠어.”이어 이적은 시큰둥하게 물었다.“딸이 부잣집에 시집가면 그럼 부모도 모실 수 없다는 건가?”“당연히 모시겠지. 그것도 딸이 혼자 해야 하는 거지. 우린 최대한 사위 집안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래야 딸의 결혼생활도 오래 갈 거잖아.”이적은 시큰둥하게 듣더니 몸의 상처도 생각 못 한 채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사위는 왜 우릴 모시면 안 되는 건데?”“그럴 의무가 없잖아.”“근데 돈이 많고 그냥 조금만 줘도 너랑 나 남은 생은 아무 걱정 안 해도 되잖아.”이적은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