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간호사가 정안에게 검사를 해주며 말했다.“산모분 남편 새벽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밖에 앉아 계세요.”정안은 못 들은 척했다.저녁, 산후 도우미가 정안의 네 번째 식사를 챙겨주고 씻는 걸 도와주면서 참지 못하고 말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아직도 밖에서 지키고 계세요.”정안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그 후로 며칠 동안 남하준이 병실에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정안은 자는 척하고, 잠에서 깼다고 해도 휴식을 이유로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퇴원하는 날, 시어머니와 유가영이 왔고 남하준이 손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날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운전하고 짐을 드는 것이었다.차량이 천천히 남씨 가문 별장으로 들어섰고 문 앞의 텅 빈 마당에 가족 성원 전체가 남창민에게 불려 나와 밖에 서서 정안을 맞이했다.어떤 사람은 성의가 충만하고, 어떤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최서윤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들어오는 차를 언짢은 듯 흘겨보며 남영준에게 다가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 낳은 게 뭐 대수야? 뭐 대단한 일 했다고 이렇게까지 해? 아기 아직 인큐베이터에서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성대하게 맞이할 필요 있냐고?”남영준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조용히 해.”남태준이 차갑게 말했다.“저희 가문이 형수님께 준 의례도 전혀 뒤지지 않을 텐데요? 아이 태어나던 날, 퇴원하던 날, 백일 잔치, 첫돌 잔치, 매년 생일, 어느 날이 오늘보다 성대하지 않았죠?”최서윤은 눈살을 찌푸리고 뒤를 돌아 남태준을 노려보았다.“도련님 완자를 정말 좋아하나 보네요?”최서윤이 불쾌하게 이간질했다.“아쉽지만 완자는 지금 하준 도련님 아내예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당연히 좋아하죠. 하지만 완자를 제일 좋아하는 건 아마 영준 형이죠?”최서윤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고 당황한 남영준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다급하게 설명했다.“어릴 때... 어릴 때 확실히 완자를 좋아하긴 했어. 하지
정안은 본가로 돌아가 몸조리를 했지만 남하준이 자는 안방에 머물지 않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객실에서 혼자 지냈다.그녀는 심지어 산후 도우미까지 방에 묵게 했는데 남하준이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리고 하루 세끼를 방에서 먹었다.대부분 시간에 책을 읽고 휴식하며 거의 방문을 나서지 않았다. 가끔 밖에 나가더라도 뒷마당에서 산책할 뿐이었다.남하준은 일이 바빴지만 어렵게 시간을 내서 정안을 만나려 할 때마다 그녀가 일부러 피했다.정안은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유미를 보고 싶지 않았다.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쓸데없이 질투하고 싶지 않았다.어느덧 한 달이 소리 없이 지나갔다.날씨는 아직 조금 춥지만 봄이 오고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했다.지윤은 몸이 완전히 회복되어 본가로 들어가 정안을 가까이에서 돌봤다.이날 점심, 정안은 지윤과 함께 아들을 보러 신생아실로 갔다.녀석은 제법 키도 크고 몸도 무거워졌는데 눈에 보일 정도로 나날이 건장해지고 있었다.그러나 심폐기능은 아직 그다지 좋지 않아 의사는 신생아실에 한 달 더 입원할 것을 권장했다. 여기 전문 장비와 전문 의료진이 있어 신생아의 성장에 더 좋았다.정안은 의사의 지시를 따랐고 아들을 본 후 지윤과 함께 병원을 떠났다.차들이 북적거리는 도로에서 지윤이 평온하게 차를 몰며 신중하게 도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정안은 휴대폰을 꺼내 고개를 숙이고 데이터 연구를 계속했다.지윤은 그녀의 진지한 모습을 흘끗 보고는 물었다.“언니 언제 그룹에 돌아갈 생각이에요?”정안은 덤덤하게 말했다.“안 돌아가.”“네? 일을 그만둬요?”정안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고 말투는 고요한 물처럼 차분했다.“이미 안성에 연구소를 설립해달라고 나라에 신청했어.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전부 안성에서 진행될 거고, 필요하다면 그룹에 며칠 동안 출장 갔다가 그쪽 일 마치면 다시 안성으로 돌아올 거야.”지윤은 몰래 정안을 곁눈질했다.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 그녀가 완
지윤은 그녀의 곁을 지키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도, 몇 년 동안 측근 비서로 일했으니 여전히 정안의 망을 볼 줄 알았다.지윤은 사방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숙여 정안이 바쁘게 조작하는 화면을 보았다.그때야 지윤은 정안이 몇 년 전 그녀의 해킹 계정에 로그인한 것을 발견했다.정안은 무기공학과 화학제조를 전공했는데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통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컴퓨터 실력도 뛰어났다.그녀는 해킹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으며 인터넷에서 자신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해커 차트의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한바탕 조작한 후 정안이 컴퓨터를 덮었다.곧 건물 관제실 직원들이 소동을 일으키며 문을 열었다.“사람 불러서 수리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멀쩡하던 화면이 왜 다 나갔어?”정안은 컴퓨터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 리셋 미용실 직원인데요. 원장님께서 우리 병원 CCTV가 왜 다 나갔는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직원이 긴장하며 말했다.“저희도 어찌 된 일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요. 여기 메인 화면이 전부 나갔어요.”정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CCTV 설비에 대해 좀 아는데 제가 한 번 봐도 될까요?”직원은 정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또 그녀 뒤의 지윤도 살펴보았다.순진하고 달콤한 외모의 두 여자를 보자 경계심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것 좀 보세요. 다 이렇게 됐어요.”정안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 이거 제가 고칠 줄 아는데. 좀 도와드릴까요?”“아가씨가 고칠 수 있다고요?”직원이 의아해서 묻자 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직원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의자를 당겨 그녀를 앉혔다.국가 기밀도 아니고 그저 CCTV일 뿐이니 그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정안은 앉은 뒤 주머니에서 USB
펑 하는 큰 소리가 났다.정안은 차 문을 닫고 한이서의 뒤를 성큼성큼 따랐고 지윤이 급히 뒤쫓아갔다.“언니, 뭐 하게요?”정안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내 아들이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살게 했어. 넌 총에 맞고 내 가족이 실종되고 목숨을 잃었는데 내가 저 여자 쫓아가서 뭐하겠어?”“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잖아요!”“증거 필요 없어. 백인호와 짜고 내 할아버지 전 재산을 차지했다는 것만으로 난 저년 죽일 거야.”“언니. 사람을 죽이는 건 범죄에요!”지윤은 바짝 긴장했다. 정안의 성격이 더 이상 연약하지 않고 강인해졌다는 걸 점점 더 실감했다.정안은 지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이서를 따라 미용실로 들어갔다.한이서가 피부 관리를 받고 있을 때 정안과 지윤은 옆에서 성형 상담을 받으며 한이서의 동태를 살폈다.1시간 뒤, 피부 관리를 마친 한이서는 룰루랄라 엉덩이를 흔들며 고양이 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러자 정안과 지윤이 그 뒤를 따랐다.한이서가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닫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시작하자 정안이 코를 가리고 문 앞에 서서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지윤아. 문 부수고 들어가서 저년 변기에서 똥 먹게 해.”지윤은 충격에 입을 딱 벌리고 정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정안의 뜻을 어긴 적이 없으며 또 이런 방법이 한이서에게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다만 언제나 착하고 순한 정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순간적으로 경악했다.정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재촉했다.“안 들어가?”지윤은 감격에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피가 끓어올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발을 들어 힘껏 걷어찼다.펑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이서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큰소리로 외쳤다.“악!”한이서는 벌떡 일어나 본능적으로 바지를 잡아당기고 당황한 표정으로 지윤을 바라보았다.“당신...”한이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윤이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채고 징그럽고 더러운 변기에 마구 쑤셔
지윤은 정안의 입장을 생각만 해도 이가 근질근질했는데 정안은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까?“언니. 도련님께 솔직히 말해서 유 비서 보내라고 해요. 나 지금 유 비서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언니는 얼마나 괴롭겠어요?”정안은 작업을 끝낸 후 태블릿을 닫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괜찮아.”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남하준에게 자신이 유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미가 그녀의 집에 나타나는 게 싫다는 것을, 두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는 게 싫다는 것을 표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남하준은 유미가 그들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유미는 정통 어르신이 그의 곁에 보낸 사람이고, 서로 십수 년의 우정을 나눈 사람이고, 더욱이 남하준의 친한 친구 여동생이라는 이유때문에 남하준은 유미에게 다소 편파적이고 그녀를 배려하고 있었다.정안이 암살당한 날, 그녀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에게 집에 남아서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류청을 보내 유미를 구하게 하라고 부탁했다.하지만 그는 유미의 안위를 걱정해 결국 떠났다.그러나 이건 결코 그녀가 남하준을 가장 미워하는 원인이 아니었다.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위험하고 무력할 때, 그를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였다.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두 번째는 전원을 껐다.그 순간, 그녀는 전에 없던 절망을 느꼈다. 여자는 절대 남자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그녀의 아들도 그 사고로 인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로 했고, 앞으로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할 것이라 다짐했다.30분 후, 차량이 본가에 들어섰다.정안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멀지 않은 곳에 군전 그룹의 차량 몇 대가 서 있었는데 한 무리의 병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멀리서 정안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그들의 눈
남하준은 여전히 무거운 호흡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고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그윽한 눈동자로 부드럽게 속삭였다.“완아. 우리 얘기 좀 해.”정안은 눈길도 주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며 덤덤한 어조로 비꼬았다.“매일 공사다망하신 분 시간을 제가 어찌 감히 뺏겠어요? 아니면 도련님의 그 잘난 비서가 또 저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가씨가 그쪽 일을 방해한다고 말할 텐데요?”남하준은 가슴의 기복이 심하고 심호흡을 하며 가슴 끝이 아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부부야. 나에게 꼭 이래야겠어?”“나 기억 잃지 않았으니까 도련님께서 상기 시켜 주지 않으셔도 돼요.”도련님이란 호칭은 존칭 같지만 생소함이 극에 달했다.남하준은 약간 붉어진 눈으로 그녀의 거리감 느껴지는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러한 고통은 이미 한 달 넘게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다.지난 한 달 동안 그들은 같은 지붕 아래 살았지만 정안은 그를 외면하고 전화도 받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 앞에 나타나도 그녀의 태도는 겨울의 서리보다 더 차가웠다.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그때 유미가 달려와 부드럽게 말했다.“하준아.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가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어.”남하준은 못 들은 척했고 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거 놔요. 나도 바빠요. 도련님이랑 여기서 시간 낭비할 시간 없어요.”남하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두말없이 정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갔다.“하준아!”유미가 두 발짝 쫓아갔지만 불만스러운 얼굴로 계속 쫓아갈 자격이 없었다.남자의 손힘이 너무 센 탓에 정안은 손목이 아파 났다.남하준은 다급하고 거칠게 그녀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가 안방 안으로 던졌다.방문이 펑 하고 세게 닫혔다.이 큰 소리는 그의 모든 불만을 가득 채웠고 놀란 정안은 심장이 덜덜 떨렸다.그는 정안을 침대 가장자리로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그리고 자신은 돌아서서 방의 낮은
정안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남하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영혼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모든 것이 변했다.그는 정안의 눈에서 어떠한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사실 정안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계속해서 불필요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할 말 끝났으면 나 먼저 가볼게요. 나 진짜 바쁘거든요.”정안이 일어나서 문 쪽으로 돌아서자 남하준이 돌진하여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말투로 물었다.“나한테 대체 왜 이래?”정안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답했다.“사랑하지 않아요. 대답이 됐나요?”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남하준의 가슴에 꽂히자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그의 안색은 점점 나빠지고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차서 뻣뻣한 웃음을 지으며 덤덤한 척 말했다.“그럼 왜 돌아왔어? 왜 내 아이를 낳고 왜 나랑 결혼했어? 대체 왜?”그의 모든 질문에는 끝없는 고통이 배어 있고 목소리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정안은 그의 목소리에서 가벼운 흐느낌을 듣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이 자극되었다.분명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이 죽일 놈의 마음을 억누르기가 이렇게 어려웠다.그럴수록 정안은 조금의 진심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가슴이 은은히 아프고 눈 밑이 촉촉해지며 괴로웠지만 그럴수록 진심을 꽁꽁 감추고 더 차갑게 말했다.“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만약 이런 나를 감당하기 어렵고 나로 인해 당신이 괴롭다면 우리 이혼해요.”남하준은 차갑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서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의 넓은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그는 몰래 눈물을 닦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아픔을 견디려고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슬렀다.다시 몸을 돌려 정안을 마주한 그의 깊은 눈빛은 붉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숙연하고 냉랭한 태도는 강경하게 변했다.“백완자. 난 이번 생에 네 손에
어쩌면 이게 남하준의 진정한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녀 앞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의 본성을 억눌렀을 수 있다.그녀는 전혀 남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정안은 순간 너무 무기력했고 남하준은 성큼성큼 집을 나섰다.유미는 그가 나오자 급히 마중 나와 그의 걸음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하준아. 너 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남하준은 그 누구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유미의 관심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류청은 남하준의 안색이 어둡고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고 급히 달려가 긴장하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하준은 차에 오르기 1초 전에 지윤을 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지윤 씨도 데려가.”류청은 의심스러웠지만 더 묻지 못하고 지윤을 쭈뼛쭈뼛 바라보았다.유미가 불쾌한 듯 물었다.“지윤 씨는 왜 데려가? 그저 완자 비서일 뿐이잖아. 우리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하준은 이미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류청이 지윤에게 다가가 몇 마디 중얼거렸다.지윤은 류청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남하준의 차에 올라 그와 뒷좌석에 앉았다.류청이 운전하고 유미가 조수석에 앉았다.차량은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갔다.지윤은 남하준의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차 전체가 얼음고에 들어간 것 같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녀는 침을 삼키고 긴장하며 물었다. “도련님, 저 데리고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남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두 사람은 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어디 가서 뭐 했어요?”지윤은 움찔하더니 다소 긴장한 듯 웃어 보였다.“저희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어요.”남하준이 차갑게 경고했다.“나 두 번 묻기 싫으니까 말해요.”지윤이 쩔쩔매며 류청을 바라보았다.류청은 차를 몰면서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말하라고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지윤은 다시 조수석의 유미를 쳐다보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는 불쾌하게 말했다.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