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은 그녀의 곁을 지키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어도, 몇 년 동안 측근 비서로 일했으니 여전히 정안의 망을 볼 줄 알았다.지윤은 사방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고개를 숙여 정안이 바쁘게 조작하는 화면을 보았다.그때야 지윤은 정안이 몇 년 전 그녀의 해킹 계정에 로그인한 것을 발견했다.정안은 무기공학과 화학제조를 전공했는데 화학무기를 만드는 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통해야 했기 때문에 그녀는 컴퓨터 실력도 뛰어났다.그녀는 해킹 계정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 다른 사람의 컴퓨터를 해킹하지 않으며 인터넷에서 자신의 뛰어난 기술을 보여주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해커 차트의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한바탕 조작한 후 정안이 컴퓨터를 덮었다.곧 건물 관제실 직원들이 소동을 일으키며 문을 열었다.“사람 불러서 수리해.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멀쩡하던 화면이 왜 다 나갔어?”정안은 컴퓨터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갔다.“안녕하세요, 저 리셋 미용실 직원인데요. 원장님께서 우리 병원 CCTV가 왜 다 나갔는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직원이 긴장하며 말했다.“저희도 어찌 된 일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어요. 여기 메인 화면이 전부 나갔어요.”정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CCTV 설비에 대해 좀 아는데 제가 한 번 봐도 될까요?”직원은 정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또 그녀 뒤의 지윤도 살펴보았다.순진하고 달콤한 외모의 두 여자를 보자 경계심을 내려놓고 두 사람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이것 좀 보세요. 다 이렇게 됐어요.”정안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 이거 제가 고칠 줄 아는데. 좀 도와드릴까요?”“아가씨가 고칠 수 있다고요?”직원이 의아해서 묻자 정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직원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의자를 당겨 그녀를 앉혔다.국가 기밀도 아니고 그저 CCTV일 뿐이니 그는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정안은 앉은 뒤 주머니에서 USB
펑 하는 큰 소리가 났다.정안은 차 문을 닫고 한이서의 뒤를 성큼성큼 따랐고 지윤이 급히 뒤쫓아갔다.“언니, 뭐 하게요?”정안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내 아들이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서 살게 했어. 넌 총에 맞고 내 가족이 실종되고 목숨을 잃었는데 내가 저 여자 쫓아가서 뭐하겠어?”“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잖아요!”“증거 필요 없어. 백인호와 짜고 내 할아버지 전 재산을 차지했다는 것만으로 난 저년 죽일 거야.”“언니. 사람을 죽이는 건 범죄에요!”지윤은 바짝 긴장했다. 정안의 성격이 더 이상 연약하지 않고 강인해졌다는 걸 점점 더 실감했다.정안은 지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이서를 따라 미용실로 들어갔다.한이서가 피부 관리를 받고 있을 때 정안과 지윤은 옆에서 성형 상담을 받으며 한이서의 동태를 살폈다.1시간 뒤, 피부 관리를 마친 한이서는 룰루랄라 엉덩이를 흔들며 고양이 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갔다.그러자 정안과 지윤이 그 뒤를 따랐다.한이서가 화장실 칸에 들어가 문을 닫고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시작하자 정안이 코를 가리고 문 앞에 서서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지윤아. 문 부수고 들어가서 저년 변기에서 똥 먹게 해.”지윤은 충격에 입을 딱 벌리고 정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지금까지 정안의 뜻을 어긴 적이 없으며 또 이런 방법이 한이서에게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다만 언제나 착하고 순한 정안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순간적으로 경악했다.정안은 눈살을 찌푸리고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재촉했다.“안 들어가?”지윤은 감격에 고개를 끄덕였고 순간 피가 끓어올라 몇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발을 들어 힘껏 걷어찼다.펑 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한이서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큰소리로 외쳤다.“악!”한이서는 벌떡 일어나 본능적으로 바지를 잡아당기고 당황한 표정으로 지윤을 바라보았다.“당신...”한이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윤이 그녀의 머리채를 확 잡아채고 징그럽고 더러운 변기에 마구 쑤셔
지윤은 정안의 입장을 생각만 해도 이가 근질근질했는데 정안은 얼마나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울까?“언니. 도련님께 솔직히 말해서 유 비서 보내라고 해요. 나 지금 유 비서 보기만 해도 끔찍한데 언니는 얼마나 괴롭겠어요?”정안은 작업을 끝낸 후 태블릿을 닫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괜찮아.”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는 남하준에게 자신이 유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미가 그녀의 집에 나타나는 게 싫다는 것을, 두 사람의 감정에 개입하는 게 싫다는 것을 표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하지만 남하준은 유미가 그들 사이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유미는 정통 어르신이 그의 곁에 보낸 사람이고, 서로 십수 년의 우정을 나눈 사람이고, 더욱이 남하준의 친한 친구 여동생이라는 이유때문에 남하준은 유미에게 다소 편파적이고 그녀를 배려하고 있었다.정안이 암살당한 날, 그녀는 안 좋은 예감이 들어 그에게 집에 남아서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고, 류청을 보내 유미를 구하게 하라고 부탁했다.하지만 그는 유미의 안위를 걱정해 결국 떠났다.그러나 이건 결코 그녀가 남하준을 가장 미워하는 원인이 아니었다.그녀가 가장 미워하는 것은 자신이 가장 위험하고 무력할 때, 그를 떠올리고 그에게 도움을 청할 때였다.처음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두 번째는 전원을 껐다.그 순간, 그녀는 전에 없던 절망을 느꼈다. 여자는 절대 남자에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게 되었다.그녀의 아들도 그 사고로 인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을 강하게 만들기로 했고, 앞으로 누구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할 것이라 다짐했다.30분 후, 차량이 본가에 들어섰다.정안이 조수석에서 내리자 멀지 않은 곳에 군전 그룹의 차량 몇 대가 서 있었는데 한 무리의 병사들이 나갈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그들은 멀리서 정안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그들의 눈
남하준은 여전히 무거운 호흡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고 그녀를 향해 돌아서서 그윽한 눈동자로 부드럽게 속삭였다.“완아. 우리 얘기 좀 해.”정안은 눈길도 주지 않고 정면을 주시하며 덤덤한 어조로 비꼬았다.“매일 공사다망하신 분 시간을 제가 어찌 감히 뺏겠어요? 아니면 도련님의 그 잘난 비서가 또 저보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가씨가 그쪽 일을 방해한다고 말할 텐데요?”남하준은 가슴의 기복이 심하고 심호흡을 하며 가슴 끝이 아려오는 통증을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우리 부부야. 나에게 꼭 이래야겠어?”“나 기억 잃지 않았으니까 도련님께서 상기 시켜 주지 않으셔도 돼요.”도련님이란 호칭은 존칭 같지만 생소함이 극에 달했다.남하준은 약간 붉어진 눈으로 그녀의 거리감 느껴지는 얼굴을 바라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러한 고통은 이미 한 달 넘게 그를 지독하게 괴롭혔다.지난 한 달 동안 그들은 같은 지붕 아래 살았지만 정안은 그를 외면하고 전화도 받지 않고 답장도 하지 않고, 강제로 그녀 앞에 나타나도 그녀의 태도는 겨울의 서리보다 더 차가웠다.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서고 있었다.그때 유미가 달려와 부드럽게 말했다.“하준아. 괜찮은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가자.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어.”남하준은 못 들은 척했고 정안이 덤덤하게 말했다.“이거 놔요. 나도 바빠요. 도련님이랑 여기서 시간 낭비할 시간 없어요.”남하준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두말없이 정안의 손을 잡고 집으로 들어갔다.“하준아!”유미가 두 발짝 쫓아갔지만 불만스러운 얼굴로 계속 쫓아갈 자격이 없었다.남자의 손힘이 너무 센 탓에 정안은 손목이 아파 났다.남하준은 다급하고 거칠게 그녀를 끌고 2층으로 올라가 안방 안으로 던졌다.방문이 펑 하고 세게 닫혔다.이 큰 소리는 그의 모든 불만을 가득 채웠고 놀란 정안은 심장이 덜덜 떨렸다.그는 정안을 침대 가장자리로 끌어당겨 그녀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그리고 자신은 돌아서서 방의 낮은
정안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남하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녀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영혼이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두 눈이 마주치자 모든 것이 변했다.그는 정안의 눈에서 어떠한 온기도 느낄 수 없었다.사실 정안의 마음도 편치 않았지만 계속해서 불필요한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할 말 끝났으면 나 먼저 가볼게요. 나 진짜 바쁘거든요.”정안이 일어나서 문 쪽으로 돌아서자 남하준이 돌진하여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나지막한 말투로 물었다.“나한테 대체 왜 이래?”정안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답했다.“사랑하지 않아요. 대답이 됐나요?”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날카로운 칼처럼 남하준의 가슴에 꽂히자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다.그의 안색은 점점 나빠지고 눈 밑은 슬픔으로 가득 차서 뻣뻣한 웃음을 지으며 덤덤한 척 말했다.“그럼 왜 돌아왔어? 왜 내 아이를 낳고 왜 나랑 결혼했어? 대체 왜?”그의 모든 질문에는 끝없는 고통이 배어 있고 목소리는 점점 더 무기력해졌다.정안은 그의 목소리에서 가벼운 흐느낌을 듣고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감정이 자극되었다.분명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아팠다.이 죽일 놈의 마음을 억누르기가 이렇게 어려웠다.그럴수록 정안은 조금의 진심도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가슴이 은은히 아프고 눈 밑이 촉촉해지며 괴로웠지만 그럴수록 진심을 꽁꽁 감추고 더 차갑게 말했다.“지금 후회하고 있어요. 만약 이런 나를 감당하기 어렵고 나로 인해 당신이 괴롭다면 우리 이혼해요.”남하준은 차갑게 웃더니 그녀의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서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그의 넓은 뒷모습이 무척이나 쓸쓸해 보였다.그는 몰래 눈물을 닦고 갑작스럽게 다가온 아픔을 견디려고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추슬렀다.다시 몸을 돌려 정안을 마주한 그의 깊은 눈빛은 붉고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숙연하고 냉랭한 태도는 강경하게 변했다.“백완자. 난 이번 생에 네 손에
어쩌면 이게 남하준의 진정한 본성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그녀 앞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그의 본성을 억눌렀을 수 있다.그녀는 전혀 남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정안은 순간 너무 무기력했고 남하준은 성큼성큼 집을 나섰다.유미는 그가 나오자 급히 마중 나와 그의 걸음을 따라 걸으며 물었다.“하준아. 너 안색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남하준은 그 누구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유미의 관심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류청은 남하준의 안색이 어둡고 눈시울이 붉어진 걸 보고 급히 달려가 긴장하며 차 문을 열어주었다.남하준은 차에 오르기 1초 전에 지윤을 보더니 차갑게 명령했다.“지윤 씨도 데려가.”류청은 의심스러웠지만 더 묻지 못하고 지윤을 쭈뼛쭈뼛 바라보았다.유미가 불쾌한 듯 물었다.“지윤 씨는 왜 데려가? 그저 완자 비서일 뿐이잖아. 우리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어.”유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하준은 이미 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류청이 지윤에게 다가가 몇 마디 중얼거렸다.지윤은 류청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남하준의 차에 올라 그와 뒷좌석에 앉았다.류청이 운전하고 유미가 조수석에 앉았다.차량은 시동을 걸고 훌쩍 떠나갔다.지윤은 남하준의 온몸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차 전체가 얼음고에 들어간 것 같아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녀는 침을 삼키고 긴장하며 물었다. “도련님, 저 데리고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남하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두 사람은 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어디 가서 뭐 했어요?”지윤은 움찔하더니 다소 긴장한 듯 웃어 보였다.“저희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녔어요. 아무 데도 가지 않았어요.”남하준이 차갑게 경고했다.“나 두 번 묻기 싫으니까 말해요.”지윤이 쩔쩔매며 류청을 바라보았다.류청은 차를 몰면서도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말하라고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지윤은 다시 조수석의 유미를 쳐다보고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는 불쾌하게 말했다.
지윤은 충격에 입을 딱 벌리고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남하준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왜 그런 눈으로 쳐다보죠?”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어쩐지 언니가 도련님을 사랑하지 않더라니. 정말 그럴 가치가 없네요.”“이유를 말해봐요.”남하준이 차갑고 매서운 눈으로 묻자 지윤은 그의 위엄에 겁을 먹고 긴장하여 침을 삼키고는 짐짓 가볍게 농담했다.“도련님께서 이렇게 내연녀를 감싸시니까 언니가 도련님을 못 믿고 직접 진상을 조사하는 거죠.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과 총을 맞은 나의 복수를 하려는 거예요.”남하준이 불쾌하게 말했다.“유미는 내연녀가 아니에요. 우리는 순전히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예요.”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참. 어느 바람피운 남자가 자기 내연녀를 인정해요? 난 도련님 아내가 아니니 저에게 설명할 필요 없어요. 어쨌든 도련님은 언니와 유 비서 사이에서 유 비서를 선택했어요. 우리 언니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그쪽 아니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언니가 가치 없다고 판단하면 사랑하지 않는 건 당연하죠.”남하준은 주먹을 천천히 쥐며 얼굴이 새파래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지윤의 입에서 정안의 입장을 들었다.이것이 바로 정안이 지금 그를 냉대하는 이유일까?남하준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무릎을 손으로 꽉 조이며 점차 힘을 주었다.“계속 말해봐요.”“뭘 계속 말해요?”지윤이 의혹스러워 묻자 남하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지윤 씨가 무슨 말을 하든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알고 있는 거, 불만이든 분노든 전부 털어놔요.”“왜 언니한테 안 물어봐요?”“지금 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데 어떻게 나와 말을 섞겠어요?”지윤은 코웃음을 치며 고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거 참 잘됐네요.”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려 꾹 참았다.지윤은 한숨을 내쉬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앞쪽의 유미를 바라보며 마음속의 불만을 토로했다.“도련님은 참 자기 복을 누릴 줄 모르세요. 언니처럼 훌륭한 아
지윤은 남하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세요?”“괜찮아요.”지윤은 한참 그를 지켜보다가 별일 없는 것 같아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류청의 곁으로 다가가 손가락을 뻗어 류청의 단단한 가슴을 찔렀다.“도련님이 너보고 나 집에 데려다주래.”류청은 지윤이 찌른 가슴을 움켜쥐고 가슴이 벅차오르고 귀가 빨개졌다.그는 곧바로 차 열쇠를 유미의 손에 쥐여주며 웃는 얼굴로 지윤의 손목을 잡아당겼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지윤은 부끄러운 듯이 손을 뺐다.류청은 눈이 반짝이며 눈에는 온통 지윤의 귀여운 모습밖에 없었다.유미가 류청을 힐끔 쳐다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이런 호구!”류청은 유미를 상대하지 않고 지윤을 데리고 뒤차로 가서 차에 타고 있던 동료를 쫓아내고는 지윤을 데리고 떠났다.남하준은 차 안에서 전화를 하고 있었는데 차가운 얼굴이 유달리 어두워 유미는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남하준은 개인 휴대전화로 직접 정통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유미 다른 곳으로 발령 내세요.”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정통 어르신이 난처하게 말했다.“남 장군, 왜 또 그 얘기인가? 내가 지난번에 설명했지 않은가? 유미는 내 딸의 절친일세. 유미가 굳이 자네 옆에 있겠다고 하니 나도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만약 내가 유미를 다른 곳으로 발령내면 내 딸이 분명 소란을 피운다고. 내가 딸바보라 딸을 무서워하는 거 남 장군도 잘 알지 않은가?”남하준은 가차 없이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저도 아내 바보라서 제 아내가 무서워요. 이제 유미의 존재가 제 결혼에 영향을 미쳤으니 유미를 다른 곳으로 발령내지 않으면 제가 자리를 옮기죠.”“자네는 국방 장군인데 어디로 옮기겠나?”남하준은 위엄있는 말투로 분노해서 말했다.“퇴임하고 집에 돌아가 사업을 해도 되죠.”“그게 무슨 헛소린가?”정통 어르신이 다급하게 말했다.“그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은 하지 말게.”“제가 농담하는 사람으로 보이세요?”남하준이 되묻자 정통 어르신이 급히 달
지우는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병원에 병 보러 오지 왜 왔겠어? 갑자기 왜 태준 씨를 물어?”임다희는 지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재차 확인했다.“태준이가 당신 안 찾았어?”“아니.”지우가 고개를 젓자 임다희는 가볍게 웃었다.“그쪽이 아니라면 대체 누굴 찾아갔을까?”“그게 무슨 말이야?”지우가 일부러 이해가 안 가는 척 묻자 임다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두 사람 재결합한 거 맞지?”지우는 침묵했다.임다희는 득의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조롱했다.“거짓말할 필요 없어. 두 사람 다시 만나는 거 아니까. 태준이가 당신을 찾지 않은 건 아마 약효가 너무 강해 당신 같은 여린 몸을 망쳐도 자신을 만족시킬 수 없을 것 같으니 다른 여자를 찾아 해결했나 보네.”“약효가 너무 세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지우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그녀를 만족시켜줬다.임다희는 속이 편안해지며 여유롭게 말했다.“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고. 이 시간에 당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지우의 안색이 확 가라앉았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눈앞의 이 악랄한 여자를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남태준을 그렇게 괴롭게 만들고 무슨 염치로 지금 까불고 있을까?만약 남태준이 그녀가 임다희와 정면충돌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면 지우는 절대 임다희를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남태준의 뜻에 따라 얌전하고 철든 여자친구가 되어야 했다.지우는 괴로운 척 연기하며 겨우 눈물 한 방울을 짜냈다.임다희는 그녀의 괴로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한 감정을 잠재우고는 실소를 터뜨렸다.“이게 당신들 사랑이야? 하하. 우습네!”그녀의 비아냥거림과 함께 차 문이 닫히고 차량이 서서히 빠져나갔다.지우는 마음을 가다듬은 뒤 택시를 잡아타고 난 뒤에도 여전히 남태준을 걱정했다. 그의 옷이 흠뻑 젖어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지우는 기사에게 주소를 말하고는 남태준의 집에 가서 깨끗한 옷 몇 벌을 챙기려 했다.
잠시 후 한 남자 의사가 들어와 남태준이 평온하게 쉬고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효과가 조금은 있네요.”말을 마친 그는 남태준의 아랫도리를 보더니 한마디 보탰다.“하지만 효과가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휴. 환자분 물 많이 주시고 약효가 천천히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세요.”말을 마친 의사는 자리를 떠났고 지우는 급히 미지근한 물을 붓고 남태준의 아랫배를 슬쩍 쳐다봤다.병원의 이불이 너무 얇은 편도 아니었는데 남태준의 아랫배가 여전히 부풀어 올랐다.지우는 속으로 욕했다.‘늑대 같은 임다희! 빌어먹을!’“태준 씨. 물 좀 마셔요.”지우가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남태준이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뜨고 몸을 지탱하며 일어나자 지우가 서둘러 그의 등을 부축해 주었다.“아직도 힘들어요?”지우가 관심하며 묻자 남태준은 대답하지 않고 물을 마시고 다시 누워 눈을 감고 조용히 중얼거렸다.“나 이제 괜찮으니까 너 집에 가서 쉬어.”“싫어요. 여기 있을래요.”남태준은 눈을 감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돌아가라고.”“혹시 무슨 일 생겼는데 옆에 돌봐줄 사람 없으면 어떡해요?”“여기 의사도 있고 간호사도 있으니까 나 괜찮아.”“그래도 난 여기 있고 싶다고요.”남태준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흐릿한 검은 눈동자를 천천히 뜨고 뜨거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몸 안의 불은 꺼졌지만 탄소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어. 넌 탄소 더미 옆의 디젤과 같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비유를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남태준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지우는 그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녀가 여기 머무르는 게 어쩌면 그의 안정과 회복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좋아요. 나 먼저 갈 테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그래.”지우는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1층 로비에서 매니저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앉아 약을 받는 임다희를 만났다.지우는 재빨리 기둥 뒤에 숨었다. 보아하니 그녀는 허리와 다리를 다친
지우는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시골 옆집에서 종돈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매번 거래가 있을 때면 이웃 할아버지는 종돈에게 독한 약을 먹였고 약을 먹은 종돈은 열 몇 마리의 암퇘지와 교배를 했다.그녀는 그 장면을 본 적은 없지만 처절하고 끔찍한 돼지 울음소리는 그녀 어린 시절의 악몽이었다.정신이 번쩍 든 지우는 두말없이 펑 하고 문을 닫았다.갑작스레 문을 닫는 모습과 지우의 창백한 얼굴, 당황하는 모습에 남태준은 피식 웃었다.지우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았고 15분 후, 남태준은 지우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응급실에 가서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한 뒤 의사가 남태준 옆에 있는 지우를 가리키며 물었다.“환자분 여자친구예요?”남태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여동생이에요.”지우는 마음이 뭉클했다. 남태준은 스스로 고통을 참을지언정 그녀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여자친구 있어요?”“없어요.”“내가 주소를 줄 테니 가서...”의사가 간단한 방법을 추천하려 하자 남태준이 엄숙하게 말했다.“나 경찰입니다.”의사는 말을 뚝 그치고 긴장된 듯 침을 삼키더니 웃어 보이며 애써 둘러댔다.“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경우 의사를 찾아오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도 해독제가 없어요.”“진정제 놔주세요. 진정제가 안 되면 마취제라도...”“그런 약은 함부로 처방할 수 없고 일정한 수치에 도달해야 처방할 수 있어요. 환자분 같은 경우는...”의사는 난처해하더니 남태준의 차가운 눈동자를 바라보는 순간, 그의 강한 카리스마에 겁을 먹고 몇 초 동안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진정제 놓아드리겠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는 않을 거예요. 그저 괴로움을 조금 억제하는 정도예요.”“감사합니다.”남태준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롭게 참아내느라 이마에 땀이 흥건했다.“다른 약도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의사가 약을 처방하며 말했다.“여자친구도 없고 그런 서비스도 받기 싫다면 여동생분께 성인 가게에 가서 사달라고 하세요.”지우는 이렇게 난처한 적이 없었다.
지우가 만약 숫처녀라면 아마 고생할 것이다.남태준은 생각하다가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불러 의사를 찾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휴대전화를 찾아 다이얼을 돌리려던 순간, 조수석 문이 열리면서 지우가 다급하게 들어와 앉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태준 씨?”남태준은 움찔 놀랐다. 뜨거운 눈으로 지우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니 입이 바짝 마르고 욕망이 최고조에 달했다.지우는 남자가 머리와 몸이 흠뻑 젖어 숨도 약간 헐떡이는 것을 보고 몸을 기울여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타오를 듯한 고온에 지우는 화들짝 놀랐다.“태준 씨 열 나요.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요.”남태준은 꾹 참으며 천천히 눈을 감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운전할 줄 알아?”“아니요.”지우가 긴장하며 말했다.“방금 택시 타고 왔어요. 택시 타고 병원에 데려다줄게요.”택시?남태준은 자신이 통제 불능이 되어 택시에서 무슨 엉뚱한 짓을 할지 몰라 걱정했다.지우는 휴지를 뽑아 그의 볼과 목의 물기를 닦아 줬다.여자의 몸에서 나는 향기, 손바닥의 부드러움은 치명적인 유혹처럼 그를 걷잡을 수 없이 달려들고 싶게 만들었다.“지우야.”남태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눈을 감고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하며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말했다.“방금 다희를 만났어.”지우는 땀을 닦는 동작을 멈추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티 나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그리고요?”“그리고 이렇게 됐어. 너무 괴롭고 답답해 죽을 것 같아.”남태준은 침을 삼키고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지우의 시선은 그의 고통스러운 안색에서 내려와 그의 가슴팍을 보니 기복이 아주 심했고 더 아래로 내려가니 운전석에 앉아도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무섭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임다희가 약을 먹였어요?”지우는 분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어쩔 줄 몰랐다.그러자 남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어떡해요?”지우는 부랴부랴 고개를 내밀어 근처에 호텔이 있는지 살폈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