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처리 방식이 돌변한 것이 평소의 남하준 같지 않았다.정안은 그의 손에 끌려나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류강우에게 손을 내밀었다.“내 자료...”남하준이 다른 손으로 그녀의 손을 누르며 말했다.“저딴 허무맹랑한 물건 챙기지 않아도 돼.”“허무맹랑?”정안이 의아한 눈으로 남하준을 바라보고 있자니 구름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의아하고 기분이 착잡했다.그녀는 억지로 남하준에 이끌려 과학 연구동에서 나왔다.유미와 류청이 나란히 두 사람의 뒤를 따랐고 유미가 류청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제 보니 백완자 진짜 졸업장만 있는 허수아비인가 봐요. 하준이도 그걸 잘 알면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억지로 백완자를 연구소에 출근시켜 과학자들과 함께 일하게 하면서 듣기 그럴듯한 직장을 준 거네요.”류청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덤덤하게 말했다.“사모님이 그동안 보여준 재능으로는 절대 연구소에 놀고먹으려고 들어온 게 아니에요.”유미가 차갑게 웃었다.“방금 직접 보고도 그런 말이 나와요?”류청이 의문스러워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뭔가 이상해요.”“뭐가요?”“도련님의 태도만 봐도 아주 이상하잖아요.”“하준이가 왜요?”“예전 같으면 누가 감히 사모님을 괴롭히면 절대 가만두지 않았어요. 오늘처럼 외부인을 도와 사모님이 근무시간에 놀았다는 걸 인정했을 리도 없고요.”유미가 득의양양해서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류강우는 내 동창이에요. 하준이가 강우에게 예의를 차린 건 당연히 내 체면을 봐서죠.”류청은 코웃음을 치며 말문이 막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보았다.무심코 그는 지윤이 손에 긴 막대사탕 몇 개를 들고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류청!”지윤이 활짝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내저었다.류청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져 뜨거운 눈빛으로 지윤을 바라보았다.유미가 손을 뻗어 류청의 어깨에 걸치더니 방금 화제를 이어갔다.“뭐죠? 하준이가 강우에게 예의를 차린 게 나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류청은 그녀와
말을 마친 지윤은 류청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류청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며 허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다시 돌아섰을 때 지윤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남하준의 사무실.정안은 사무실 휴게실에 들어가 소파에 앉아 차분하게 남하준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따라 그녀 곁에 다가와 앉더니 물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물 마시고 화 좀 풀어.”정안은 그가 건네주는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신 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가만히 그를 바라보며 설명을 기다렸다.남하준은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을 잡아 허벅지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놀았다.정안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그의 훤칠한 얼굴을 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는 동작을 보며 물었다.“내 손이 그렇게 재밌어요?”남하준이 허탈한 말투로 서러운 듯 말했다.“신혼부부인데 아내는 안아주지 않고 뽀뽀도 안 해주고 얼굴 한번 보기도 힘든데 이젠 손 만지는 것도 안 돼?”정안은 그가 서러움을 털어놓자 갑자기 자신이 매우 지나쳤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유미를 질투해 그에게 화가 났었다.정안은 좀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만지려면 만져요. 근데 방금 일에 대해 합리한 설명이 필요해요.”남하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기분이 별로야. 기분 좀 나아지면 다 설명해줄게.”정안은 한숨을 내쉬었다.기분 안 좋은 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남편은 도와주기는커녕 남의 비위를 맞추며 그녀가 출근 시간에 게으름을 피운다고 했다.하지만 남하준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모를 모르고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정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내밀어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기분 좀 풀렸어요?”정안이 묻자 남하준이 부드럽게 웃었다.“조금. 아직 부족해.”정안은 그의 뜻을 알아채고 그의 허벅지에 앉아 두 손으로 그의 목을 감싼 후 부드럽게 키스했다.남하준은 멈칫하더니 이내
정안은 전에 남하준에게 연구팀에 스파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 생각났다.호기심에 불탄 정안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내 연구 자료를 미끼로 어떤 대어를 낚으려는 거예요?”“누군가 미끼를 물면 바로 낚는 거지.”남하준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정안은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그의 몸 위로 더 기어올랐다.“계획을 공유해 주면 안 돼요?”“안돼.”남하준은 단호하게 거절하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넌 태교에만 전념하면서 잘 휴식해야 해.”“계획만 알고 참여하진 않을게요. 네?”“안돼.”정안이 그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오빠. 알려줘요. 네?”남하준은 그녀의 간드러진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약해졌다.다만, 그녀와 아기의 안전을 위해 그는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넌 신경 쓰지 말고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남하준은 따뜻한 눈매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올려 귀 뒤에 올린 뒤 부드럽게 말했다.“일이 잘 해결되면 네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거야.”정안은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니 가슴이 아프고 그리움이 밀려왔다.그녀는 남하준의 목을 껴안아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고 괴로운 마음을 달랬다.그때, 사무실 문이 예고도 없이 열렸다.“하준아 이따가 회의가 있는데...”유미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사무실로 들어왔고 소파 위의 장면을 보고 소리가 딱 멈추었다.정안은 당황해서 남하준의 허벅지에서 일어났다.유미가 노크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그녀는 화가 나고 어이없기도 했다.남하준은 정안이 크게 움직이다 다칠까 봐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꼭 잡았다.“조심해.”정안은 유미에게 들켜서가 아니라 여기는 사무실이었으니 부부간에 애정 표현하는 장소가 아니었다.다른 사람에게 보이면 남하준에게도 좋지 않았다.유미의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덤덤하게 말했다.“백완자 씨, 여기는 사무실이에요.”정안이 말을 하려는데 남하준이 위엄있는 말투로 불쾌감을 드러냈다.“사무실인 거 알면 다음
정안이 그룹으로 돌아온 며칠 동안 우유, 과일, 간식, 새 옷 등등이 끊임없이 배달되었다.그녀는 진작 습관 되었는데 오늘 이상하게 류청이 다섯 번이나 찾아왔다.과일 두 번, 간식 두 번, 마지막으로 책 몇 권을 보냈다.정안은 오늘 유별난 사람이 남하준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류청이었다.마지막으로 찾아왔을 때, 정안이 문을 열자 류청은 손에 책을 들고 눈은 집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지윤이 있어요?”정안이 참지 못하고 웃었다.“안에 있어요. 들어오실래요?”류청이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정안에게 책을 건네주며 말했다.“아니에요. 제 연락처 차단한 거 해제하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정안은 재밌다는 듯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요? 언제 지윤이 화나게 했어요?”류청이 수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아마 아침인 것 같아요.”정안이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기껏해야 하루 화내다가 내일이면 차단 해제할 거예요.”“알겠어요. 감사합니다.”정안은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가 구석진 곳에서 간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 지윤에게 물었다.“너 류청 씨랑 연애해?”지윤은 놀라서 얼굴이 빨개지고 입에 있던 물건에 하마터면 사레들 뻔해 갑자기 입을 막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정안의 충격적이고 예기치 못한 질문에 지윤은 한참 후에야 연신 부인했다.“우리 둘이 어떻게 연애를 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요.”정안은 소파에 앉아 책을 들춰보며 덤덤하게 물었다.“류청 씨 싫어?”지윤은 긴장했지만 짐짓 평온한 척 말했다.“싫어요.”“근데 류청 씨는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엄청 티나.”지윤은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워서 말했다.“류청이 누굴 좋아하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에요. 아무튼 난 그 대쪽같은 남자 싫어요.”정안이 열심히 책을 읽다가 무심코 물었다.“류청 씨가 뭐 어쨌는데?”지윤이 분노하며 말했다.“다가오는 여자 안 막더라고요. 유 비서랑 서로 어깨동무하면서 얼마나 친밀해 보였는데요
정안은 옷을 챙기면서 분노에 차서 말했다.“유 비서는 하준 오빠 집을 자기 집처럼 여기고 있어. 집, 사무실, 기숙사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노크도 안 해. 공적인 일뿐만 아니라 사적인 일에도 관여하고 있어. 이렇게 차근차근 오빠 생활에 침입하다 보면 언젠가 일이 터질지 몰라. 내가 잘 감시해야겠어.”지윤이 크게 동의했다....밤이 되고, 기숙사 건물은 불빛이 환했다.남하준은 걸으면서 고개 숙이고 정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보고 싶어. 오늘 밤 내 방에서 자면 안 돼?]정안이 그의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자 그는 또 한 통을 보냈다.[내가 네 방으로 갈까?]여전히 답장이 없었다.남하준은 마음이 허전하여 핸드폰을 움켜쥐고 걸어갔다.그의 뒤를 따라오던 유미가 남하준이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자 물었다.“또 싸웠어?”남하준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분이 아니었다.유미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일 군무기팀에 가서 진도 확인해야 하니 오늘은 일찍 자. 자꾸 사사로운 일 때문에 대업을 그르치지 말고.”남하준이 담담하게 말했다.“퇴근해.”“아직 일러. 내가 가서 네 방 청소해줄게.”유미가 느릿느릿 말했다.“너 평소에 바빠서 방 청소할 시간도 없잖아. 난 네 아내처럼 천성 공주라 집안일도 할 줄 모르고 일상생활도 돌봐줘야 하는 사람이 아니야.”남하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심호흡을 했다.유미의 말이 사실이지만 듣기에 기분이 언짢았다.그는 꾹 참고 엄숙한 말투로 설명했다.“내 아내가 집안일에 서툰 건 맞지만 잘하는 분야가 있어. 완자가 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할 수 없고 완자가 하지 못하는 일은 내가 해.”유미가 화가 나서 말했다.“너 눈에 콩깍지 제대로 씌웠어.”남하준은 유미를 상대하지 않고 고개를 숙여 다시 휴대전화 화면을 보았다.신호가 분명 강했는데 정안은 답장이 없었다.그때 유미가 호기심에 물었다.“네 방에 왜 불이 켜져 있어?”남하준이 고개를 들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숙사에 빛이 비치고 있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미
남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가 가슴에 끓어올랐다.유미는 지금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 걸까? 만약 방에 완자가 있다면 다 들었을 것이다.완자는 임신 중이라 워낙 감정 기복이 심한데 유미의 말을 들었다면 또 엉뚱한 생각을 하고 질투할 것이다.남하준은 어떻게 하면 유미의 집착을 끊을 수 있을지 몰랐다.그리운 여자가 방 안에 있으니 그는 유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그의 손가락이 도어락에 닿자마자 문이 열렸다.정안은 눈이 반달 모양이 되어 활짝 웃었고 눈동자에서는 부드러운 빛이 넘쳤다.남하준은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웃었고 눈동자가 뜨거워졌다.그는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문을 닫자마자 정안을 가로로 안아 방으로 걸어갔다.정안은 양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며 투정 부리듯 말했다.“방금 유 비서가 고백하는 거 들었어요.”남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거절했으니 신경 쓰지 마.”“내 남편을 눈독 들이는 여자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요?”남하준은 그녀를 안고 소파에 앉아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화제를 돌렸다.“언제 왔어?”정안은 그가 유미를 언급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점심 먹고 와서 도면 좀 봤어요.”“무슨 도면?”정안은 캐비닛 위의 두꺼운 도첩을 가리켰다.“최신형 전투기 도면이요.”남하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을 잡고 다가가 입을 맞추려고 했다.그러나 정안이 그의 가슴팍을 밀며 뒤로 움츠렸다.“나만 보면 자꾸 뽀뽀하려 하지 마요.”남하준이 쓸쓸하게 웃었다.“내가 너 한 번 만나기가 어디 쉬워? 뽀뽀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몰래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남하준이 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그가 깊은 키스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밤은 길고 방안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남하준은 몸이 뜨거워질 때까지 키스하고 외투를 벗더니 더 이상 못 견디고 정
정안은 경악했다.“사직했다고?”“응. 그래서 돈...”정안이 불쾌해서 말했다.“나랑 돈 얘기 좀 그만하면 안돼? 내가 그 돈 신경 쓰지 않는 거 알잖아. 네가 안 갚아도 그만이야.”지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알아. 너 돈 부족하지 않은 거. 하지만 완자야. 친구는 친구고 빚을 졌으면 갚는 건 당연한 일이야. 빚을 갚아도 우리 사이의 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야.”정안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자신이 견지하는 원칙이 있고 그녀는 지우를 존중했다.“그래. 천천히 갚아. 안 급하니까.”“고마워.”“근데 왜 갑자기 그만뒀어? 태준 오빠 눈 좋아진 거야?”지우가 시무룩해서 말했다.“눈은 안 보이지만 정신력은 아주 좋아. 그 집에 도우미도 여러 명 있으니까 내가 있든 없든 똑같아.”“그럼 태준 오빠가 너 해고했어?”“아니. 내가 사모님께 사직하겠다고 말씀드렸어. 그 사람한테는 알리지 않았어.”“왜?”정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도 쉽고 지우에게는 월급도 높은 편인데 왜 갑자기 그만뒀을까?“나 이제 26살이야. 심지어 모태솔로. 집에서 너무 재촉해서 읍내에 작은 공장 사장이랑 맞선 보러 가.”정안이 경악했다.“맞선?”“그래 맞선. 그 남자 서른 넘었고 같은 마을 사람이야. 의류 공장 운영하고 있는데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공장도 있고 조건은 나름 괜찮은 것 같아. 가서 한 번 만나보고 괜찮으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보려고. 이제 나이도 있으니 언제까지 지금처럼 지낼 순 없어.”“너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야. 한창 나이야.”“내 동창은 스물여섯에 벌써 애가 둘이야.”정안이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물었다.“지우야. 너 태준 오빠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거야?”“말도 안 돼!”지우가 격하게 반응하더니 목소리가 몇 데시벨 높아졌다.“지금까지 나 목 졸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디야? 나 집 간다고 하면 아마 노래를 부를걸.”정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쉽네.”“뭐가 아
정안이 전화를 끊자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러자 남하준의 큰 손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는 남자의 넓고 튼튼한 가슴 속에 안겨 따뜻함에 둘러싸여 웅크리고 있었다. 얇은 옷을 입은 남자의 옷감을 통해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듣기 좋은 남하준의 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누구랑 통화했어?”정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그의 가슴에 기대며 말했다.“지우요. 사직했대요.”남하준은 움찔 놀라더니 물었다.“형이 동의했대?”“태준 오빠에게 말하지 않았대요. 어차피 월급 주는 분은 아버님 어머님이시니.”남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뺨에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중얼거렸다.“냄새 좋다. 샤워했어?”정안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네. 뭐 하려고요?”남하준이 엷게 웃더니 팔을 더 조였다.“아무것도 못 해. 나랑 얘기 좀 해.”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훤칠한 큰 손을 만지며 놀았다.“무슨 얘기요?”남하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너 Z국으로 돌아간 얘기, 임신한 얘기, 지금 네 기분,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네가 하는 말이라면 다 듣고 싶어.”정안은 그를 올려다보며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한번 만져볼래요?”남하준은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그의 큰 손이 정안의 손에 이끌려 옷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가슴이 출렁이고 호흡이 가빠지며 침을 꾹 삼키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 방금 샤워했어. 유혹하지 마.”“어딜 만지라는 줄 알고요?”정안이 피식 웃더니 그의 손을 그녀의 불룩한 배에 올려놓았다.남하준은 자신이 오해한 걸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매끄러운 배를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7개월이 다 돼가는데 배가 정말 작네.”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더니 큰 성취감을 느꼈다.“우리 아가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뒤에 위치하면 임신 기간에 거동도 편리하고 허리도 덜 아프고 편한 편이래요.”남하준은 그녀의 임신 초기 단계에 그녀를 돌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