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안은 경악했다.“사직했다고?”“응. 그래서 돈...”정안이 불쾌해서 말했다.“나랑 돈 얘기 좀 그만하면 안돼? 내가 그 돈 신경 쓰지 않는 거 알잖아. 네가 안 갚아도 그만이야.”지우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알아. 너 돈 부족하지 않은 거. 하지만 완자야. 친구는 친구고 빚을 졌으면 갚는 건 당연한 일이야. 빚을 갚아도 우리 사이의 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내 원칙이야.”정안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자신이 견지하는 원칙이 있고 그녀는 지우를 존중했다.“그래. 천천히 갚아. 안 급하니까.”“고마워.”“근데 왜 갑자기 그만뒀어? 태준 오빠 눈 좋아진 거야?”지우가 시무룩해서 말했다.“눈은 안 보이지만 정신력은 아주 좋아. 그 집에 도우미도 여러 명 있으니까 내가 있든 없든 똑같아.”“그럼 태준 오빠가 너 해고했어?”“아니. 내가 사모님께 사직하겠다고 말씀드렸어. 그 사람한테는 알리지 않았어.”“왜?”정안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일도 쉽고 지우에게는 월급도 높은 편인데 왜 갑자기 그만뒀을까?“나 이제 26살이야. 심지어 모태솔로. 집에서 너무 재촉해서 읍내에 작은 공장 사장이랑 맞선 보러 가.”정안이 경악했다.“맞선?”“그래 맞선. 그 남자 서른 넘었고 같은 마을 사람이야. 의류 공장 운영하고 있는데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공장도 있고 조건은 나름 괜찮은 것 같아. 가서 한 번 만나보고 괜찮으면 결혼을 전제로 만나보려고. 이제 나이도 있으니 언제까지 지금처럼 지낼 순 없어.”“너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야. 한창 나이야.”“내 동창은 스물여섯에 벌써 애가 둘이야.”정안이 몇 초 동안 침묵하다가 물었다.“지우야. 너 태준 오빠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거야?”“말도 안 돼!”지우가 격하게 반응하더니 목소리가 몇 데시벨 높아졌다.“지금까지 나 목 졸라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디야? 나 집 간다고 하면 아마 노래를 부를걸.”정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웃더니 긴 한숨을 내쉬었다.“아쉽네.”“뭐가 아
정안이 전화를 끊자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러자 남하준의 큰 손이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는 남자의 넓고 튼튼한 가슴 속에 안겨 따뜻함에 둘러싸여 웅크리고 있었다. 얇은 옷을 입은 남자의 옷감을 통해 그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듣기 좋은 남하준의 허스키하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중얼거렸다.“누구랑 통화했어?”정안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그의 가슴에 기대며 말했다.“지우요. 사직했대요.”남하준은 움찔 놀라더니 물었다.“형이 동의했대?”“태준 오빠에게 말하지 않았대요. 어차피 월급 주는 분은 아버님 어머님이시니.”남하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뺨에 입술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중얼거렸다.“냄새 좋다. 샤워했어?”정안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네. 뭐 하려고요?”남하준이 엷게 웃더니 팔을 더 조였다.“아무것도 못 해. 나랑 얘기 좀 해.”정안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훤칠한 큰 손을 만지며 놀았다.“무슨 얘기요?”남하준이 나지막이 속삭였다.“너 Z국으로 돌아간 얘기, 임신한 얘기, 지금 네 기분,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네가 하는 말이라면 다 듣고 싶어.”정안은 그를 올려다보며 따뜻한 눈빛으로 말했다.“한번 만져볼래요?”남하준은 순간 멍해졌다.그리고 그의 큰 손이 정안의 손에 이끌려 옷으로 들어갔다.남자는 가슴이 출렁이고 호흡이 가빠지며 침을 꾹 삼키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 방금 샤워했어. 유혹하지 마.”“어딜 만지라는 줄 알고요?”정안이 피식 웃더니 그의 손을 그녀의 불룩한 배에 올려놓았다.남하준은 자신이 오해한 걸 깨닫고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매끄러운 배를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7개월이 다 돼가는데 배가 정말 작네.”정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더니 큰 성취감을 느꼈다.“우리 아가가 너무 착해서 그래요. 뒤에 위치하면 임신 기간에 거동도 편리하고 허리도 덜 아프고 편한 편이래요.”남하준은 그녀의 임신 초기 단계에 그녀를 돌
남하준은 한 손으로 그녀의 배를 쓰다듬고,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감개무량해서 속삭였다.“네가 만약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우리 평생 다시 만나지 못했을 테고 그럼 우리 결혼하지 못했을 거야.”“완아. 어릴 때부터 계산하면 내가 아마 너 20년은 사랑했지?”“완아?”남하준이 가슴에 안겨 있는 아내를 힐끗 바라보니 그녀가 이미 잠든 것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깊은 밤, 누군가 방문을 갑자기 두드렸다.깜깜한 방에서 갑자기 희미한 불빛이 들어왔고 남하준이 옆에서 잠들어 있는 아내를 쳐다보니 깨지 않은 걸 보고 재빨리 이불을 젖히고 문을 열러 나갔다.그는 문밖의 류청을 밖으로 밀어낸 후 방 안의 아내를 깨우지 않도록 문을 닫았다.류청이 긴장하며 말했다.“도련님, 대어가 미끼를 물었어요.”남하준의 눈빛이 번쩍이며 엄숙하게 물었다.“지금?”“네, 미끼를 물고 지금 둥지로 끌고 가는 것을 감지했어요.”남하준은 약간 설레는 기색이 역력했다.“둥지가 어딘지 알아냈어?”“네. 백씨 저택입니다.”남하준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제일 위험한 곳이 가장 안전한 법이지. 용감하네.”류청이 의문스러워하며 물었다.“저희가 이미 백씨 저택에 많은 사람을 꽂아 한이서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는데 왜 지난 반년 동안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을까요?”“한이서는 별다른 움직임 없어?”남하준이 묻자 류청이 생각하더니 말했다.“별다른 움직임은 없어요. 매일 그룹에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가끔 중요한 파티에도 참여하고. 다만...”“말해.”“한 달 전에 큰 오빠라는 사람이 백씨 저택에 들어왔어요.”남하준이 의심하며 물었다.“한이서에게 오빠가 있었어?”류청이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 없이 말했다.“조사해봤더니 확실히 어릴 때 유학 간 오빠가 있긴 한데 그 오빠에 대한 자료가 전혀 없어요.”남하준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명령했다.“갑자기 나타난 오빠에 대해 계속 지켜봐.”“네. 알겠습니다.”류청이
“그래도 오빠는 방법이 있잖아요. 한번 해봐요.”정안은 자신이 소심하게 질투하고 신경 쓰고 있는 줄 알고 있었다.하지만 결혼생활에서 한 사람이 충성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법이다.유미가 남하준의 곁에 있는 한 정안은 하루도 안심할 수 없었다.남하준은 정안의 손을 문지르며 부드럽게 달랬다.“완아, 유미는 우리 결혼생활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나쁜 사람 아니니까 심한 행동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정안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고 마음이 울적했다.그녀는 자신의 손을 빼서 이불 속으로 움츠리고 머리를 반대쪽으로 돌려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몸조심하고 꼭 안전하게 돌아와요.”“그래.”남하준은 그녀의 태도가 무덤덤해지자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기가 곤란해졌다.정안에게 이불을 잘 덮어 주고는 불을 끄고 방을 나와 문을 닫았다....안성. 새벽 5시 무렵.백씨네 저택은 군전 그룹 병사에 의해 포위되었다.모두 큰 소동에 잠에서 깼다.한이서는 두꺼운 잠옷을 입고 나와 부스스한 머리로 위엄이 하늘을 찌르는 남하준을 바라보며 의문스러워 물었다.“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죠? M국에서 민가에 무단 침입하는 건 중죄에요.”류청이 수색영장 한 장을 꺼내 한이서 앞에 내동댕이치자 그녀는 긴장해서 방마다 들락날락하는 총을 든 병사를 바라보았다.남하준은 소파에 가서 앉아 엄숙한 표정으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한이서가 반대편에 가서 앉더니 짐짓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반년만이죠? 왜 갑자기 찾아오신 거죠? 그것도 이런 방식으로?”남하준은 쌀쌀맞은 얼굴로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한이서는 다리를 꼬고 요염하게 앉아 한 손으로 뒤통수를 받치고 한 손으로 무릎에 걸치고 가볍게 두드리며 남하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렇게 매력적인 남자가 왜 잘 웃지도 않고 말도 안 하지?”남하준이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흘끗 보자 한이서는 움찔하더니 긴장하여 침을 꿀꺽 삼켰다.남자의 눈빛 한 방에 그녀는 가슴이 섬뜩하고 긴장하여
가구 설비가 갖춰진 초호화 지하실이 눈에 들어왔다.2미터짜리 침대에 회색 침구 시트가 덮여 있었고 바가 있었는데 그 위에 눈을 사로잡는 술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고 음향기기, 스크린, 책과 기타 생필품이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병사들이 한 바퀴 뒤졌지만 사람을 찾지 못했다.남하준도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의심스러운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여기에 분명 누군가 살고 있을 것이지만 정안의 실종된 가족은 아니었다.류청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이것 좀 보세요.”남하준이 뒤돌아보니 류청이 손에 메스를 들고 있었다.“어디서 났어?”“서랍에서요.”남하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백인호야.”“그럼 지난 반년 동안 계속 이 집에 숨어 있었다는 거예요?”“백인호와 정호 모두 여기에 숨어 있었어.”남하준이 확신에 차서 말하자 류청은 이해되지 않는 듯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디 숨었죠?”남하준이 몇 초간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한이서 오빠를 만나야겠어.”한 무리의 사람들이 비밀 통로의 방을 나와 거실로 왔다.이때, 한이서가 통통한 남자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남자는 통통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 어색한 이목구비와 서늘한 눈빛을 지녔다.남하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를 응시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남자가 남하준 앞으로 다가가서 예의 바르게 손을 뻗었고 쉰 목소리는 상처를 입은 듯 이상했다.“안녕하세요, 한이서 오빠 한서진입니다.”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악수도 하지 않았으며 안색이 점점 나빠졌고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류청은 한서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곧 한서진은 천천히 손을 거두며 어색하게 웃었다.“제 여동생 집에서 뭘 찾으려고 이렇게 오래 찾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제 여동생이 법을 어겼나요?”남하준은 여전히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차갑게 명령했다.“철수해.”류청은 별생각 없이 즉시 병사들에게 철수하라고 했다.남하준은 한이
이른 아침 햇살이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비쳐들었다.정안은 잠결에 누군가 방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갑자기 들이닥친 여자를 보았다.유미가 침대 위의 정안을 보자 당황하더니 안색이 어두워지며 차갑게 말했다.“왜 하준이 방에서 자요?”정안은 주먹을 천천히 쥐며 이른 아침 유미의 출현으로 마음이 초조하고 우울했다.유미가 남하준 방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다니.정안이 불쾌해서 말했다.“여긴 내 남편 방이에요. 왜 자면 안 되는 거죠?”유미는 얼굴이 잿빛이 되어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젖은 수건을 들고나와 의자와 캐비닛을 닦기 시작했다.정안이 이해 안 되는 얼굴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유미는 코웃음을 치더니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사람이 청소할 줄 모르면 뭐가 청소인지 보고도 모르나?”정안은 심호흡을 하고 화가 잔뜩 나 조여오는 배를 움켜쥐고 좋은 말투로 말했다.“왜 내 남편 방을 청소하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요?”유미가 몸을 똑바로 세우고 기고만장하게 정안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난 하준이 비서예요. 지난 반년 동안 하준이 생활과 일을 세심하게 챙겼고 아주 잘 돌봤어요. 그쪽과는 달리.”정안은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내가 왜요?”유미는 시큰둥하게 말했다.“하준이에게 폐를 끼치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에요? 하준이를 위해 요리를 해준 적 있어요? 아니면 옷을 한 번 개어 준 적이 있어요? 물 한 잔이라도 따라준 적은 있나? 일적으로 돕지 못하면서 생활 방면으로도 하준이를 돌볼 수 없잖아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질투나 하고, 나와 하준이의 순수한 우정을 이간질하잖아요!”정안은 배가 간간이 아픈 것 같아 어금니를 꽉 깨물며 심호흡했다.어려서부터 집안과 국가가 그녀에게 주는 교육은 현모양처형이 아니며, 모든 사람은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는 교육이었다.정안은 마음을 가다듬고 되물었다.“난 하준 오빠 아내이지 도우미가 아니에요. 근데
그녀가 남하준에게 잘 못 한다고?정안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녀는 남하준을 위해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위험을 무릅쓰고 블랙 섀도우 본부에 들어가 그를 구했다.그녀는 남하준을 위해 임신을 대가로 Z국을 포기하고 Z국의 과학 연구 사업을 포기하고 M국으로 돌아와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미 자신의 가장 중요한 생명과 사업을 모두 남하준에게 맡겼고, 뱃속에 그의 아기를 품고 있는데도 그에게 잘하지 못한다고 하면 꼭 가정부처럼 그를 모셔야만 하는 걸까?정안은 자신과 유미의 세계관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고 유미를 이해하지 못했다.유미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정안은 유미를 쫓아낼 수 없었고 그녀가 계속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니 짜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 신발, 양말을 신고 휴대폰을 들고 나갈 준비를 했다.그녀가 몇 걸음 걷자 유미가 뒤에서 말했다.“일어났으면 이불부터 정리해야지 왜 이렇게 게을러요?”정안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아픈 배를 움켜쥐고 호흡을 가다듬었다.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유미 때문에 화가 나서 유산을 하게 될 것이다.정안은 유미를 등지고 덤덤하게 말했다.“이불 정리하는 일은 원래 오빠가 해요. 오빠가 없으면 지윤이가 하고. 오빠와 지윤이가 모두 없으니 유 비서가 하세요 그럼. 어차피 유 비서 일이 다른 사람 시중드는 거잖아요. 내가 유 비서 일을 빼앗는다면 어떻게 그쪽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어요?”유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를 갈며 물었다.“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말 그대로예요.”정안은 한마디 내뱉고 성큼성큼 떠나갔다.남하준은 지금 임무 수행 중이었다. 정안은 자신과 유미의 모순 때문에 남하준을 심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에게 알리지 않았다.설령 말한다고 해도 남하준은 유미를 다른 곳으로 보내지 않을 테니 오히려 고민만 늘어놓을 것 같았다.며칠 후.정안은 지윤을 통해 유미가 그룹의 일을 처리하고 안성으로 돌아가 남하준의 일을 돌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안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진작 눈치챘지만 짐짓 모른 척 계속 설명했다.“지윤아, 나 오늘날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건 단지 타고난 IQ에만 의존한 게 아니라 더 중요한 건 노력이었어.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져. 더 많이 배우고 더 잘하려면 시간과 개인적인 일을 희생하면서 전심전력으로 열심히 연구해야 해.”“한두 시간 수다로 그리움이 전혀 해결되지도 않는데 뭐하러 시간을 허비해?”지윤이 웃으며 물었다.“그러니까 도련님은 언니가 독하다고 생각하죠. 10년 전에 도련님을 차단하고 모든 연락을 끊었잖아요.”정안은 손을 뻗어 지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귀띔했다.“사랑은 삶의 전부가 아니야. 상대를 깊이 사랑하더라도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잘 판단하고 잘 따져봐야 해.”“그럼 도련님은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에요?”정안이 쑥스럽게 입술을 오므리고 생각하더니 말했다.“아직은 가치가 있지.”지윤이 또 물었다.“언니, 유 비서가 편집증 환자처럼 도련님께 잘해주고 있는데 설마 도련님 마음 변하는 건 아니겠죠?”정안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마음이 씁쓸해지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가서 네 할 일이나 해. 나 방해하지 말고.”“좋아요.”지윤은 대답하고 소파로 돌아가 휴대전화를 꺼내 게임을 했다.정안은 착잡한 마음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잠시 쳐다보며 방금 지윤이 한 말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다.남하준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채팅 페이지를 열었다.어제 남하준이 음성 몇 개를 보냈는데 마침 바빠서 못 들었고 그녀가 확인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다.그녀는 남하준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답장하지 않았고 오늘도 여전히 답장하지 않았다.그녀가 좀 더 주동적이어야 하는 건 아닐까?정안은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답장하지 않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계속 일에 몰두했다.잠시 후 휴대폰 벨이 울렸다.열심히 서류를 보던 정안이 천천히 손을 뻗은 뒤 휴대전화를 들고 와 화면을 힐끗 쳐다보니 낯선
“그건 지난번에 이미 설명했잖아.”“그 사람 내가 만나야겠어. 주소와 연락처 줘.”“없어.”임다희는 냉정한 얼굴로 어금니를 깨물며 악에 받쳐 말했다.“내가 그렇게 큰 단서를 줘서 네가 공을 세웠는데 넌 내게 조금의 감사함도 없이 이런 태도로 날 심문해?”“네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내가 너 경찰서로 데려가 어떻게 해서 그 단서를 얻었는지 조사할 거야. 너 절대 쉽게 못 벗어나.”임다희는 피식 웃더니 심호흡을 하고 중얼거렸다.“정말 어이가 없어.”남태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그 술을 마신 후 몸이 따뜻해짐을 느꼈다.알코올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따뜻함이 점차 뜨거움으로 번지고 일부 기능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해지며 의식이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는 예리한 눈빛으로 컵을 보더니 와인을 바라보았다.컵은 닦았으니 틀림없이 문제가 없을 것이고 문제는 아마 개봉하지 않은 것 같은 와인에 있을 것이다그가 방심했다.남태준은 더 이상 임다희를 캐묻지 않고 벌떡 일어나 두말없이 성큼성큼 돌아서서 가버렸다.“태준아!”임다희가 급히 뒤쫓아가 남태준을 뒤에서 덥석 끌어안고 두 손을 놓지 않았다.“가지 마. 태준아. 사랑해.”임다희는 와인에 매우 강한 약을 넣었다. 소 열 마리라도 이 약효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남태준의 경계하고 신중한 성격을 알고 일부러 와인에 약을 넣은 다음 개봉하지 않은 것처럼 포장하여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했다.“이거 놔.”남태준은 화를 꾹 참고 나지막이 명령했지만 임다희는 한사코 놓지 않았다.그의 몸을 더 꽉 껴안고 자기 몸을 그의 몸에 문지르며 그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남태준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임다희의 손목을 힘껏 잡아당겨 어깨너머로 세게 넘어뜨렸다.펑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임다희의 괴로운 울부짖음 소리가 들렸다. 고통스럽게 땅바닥에 뒹굴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은 초라했다.“내일 다시 봐.”남태준은 매섭게 말하고는 방에서 사라졌다.그는 걸으면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
며칠 후.남태준은 임다희가 제공한 단서에 따라 미리 깊은 산에 잠복해 마약 밀매업자들을 잡았고 몇 킬로그램의 물품도 압수했다.모두가 기뻐하고 공적을 세운 것을 감격스러워하며 축하하고 있을 때, 남태준만 걱정이 가득했다.그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임다희가 이렇게 정확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그녀의 신분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다.이 사건은 곧 경찰에 의해 발표되었고 공식 웹사이트는 물론 뉴스에도 게재되었다.뉴스를 본 임다희가 남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태준아. 네가 마약상을 잡고 물건까지 손에 넣은 건 내 공도 있지 않아? 나 밥 한 끼 사줘야 하는 거 아니야?]남태준은 그녀의 입에서 단서를 더 찾고 싶어 그녀의 요구를 승낙했다.저녁, 퇴근 후 남태준은 임다희가 준 장소로 차를 몰고 갔다.장소에 도착해서야 개인 클럽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곳은 VIP 예약을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준 초대 코드로 그 클럽에 들어갔다.긴 복도를 지나 웨이터가 룸의 문을 열었다.남태준이 들어가서 보니 범상치 않은 방이었다. 커다란 방에는 침대, 소파, 식탁, 옷장에 화장실까지 있었다.식탁에서 임다희는 섹시하고 우아한 튜브톱 스커트를 입고 요염하게 차려입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식탁 위에 촛불을 켜 놓은 저녁 식사는 매우 낭만적이었다.“태준아 왔어?”임다희는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말했다.“어서 앉아.”남태준은 조금 경계하며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앞에 있는 양식을 보고 옆에 있는 몇 병의 술을 보며 말했다.“오늘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야.”“마음에 들어?”임다희가 웃으며 묻자 남태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아니. 싫어.”임다희의 안색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남태준은 의자 등받이에 나른하게 기대어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준 정보 아주 정확하더라. 고마워. 만약 필요하다면 경찰서에 와서 상금 받아 가.”임다희는 어이없이 웃으며 옆에 이미 열린 술을 들고 남태준에게
“네?”지우가 멍하니 아직 반응하지 못했을 때 남태준이 바로 키스를 했다.남자의 패기 넘치고 강한 딥키스에 지우는 어질어질하고 온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었으며 그의 부드럽고 끈적거리는 몸 아래에서 넋을 잃었다.함께 있는 시간은 늘 뜨겁고 끈적끈적했으며 아늑하고 행복했다.진한 키스를 나눈 후, 지우는 몸이 나른하고 숨이 가빠졌지만 남태준은 오히려 더욱 에너지가 넘치고 심지어 욕망이 자극되어 발산되지 않으니 더욱 흥분했다.그는 지우를 거실에 남겨두고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방으로 달려가 목욕을 했다.다시 나왔을 때 지우는 거실에서 소설을 쓰고 있었다.남태준은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녀 옆에 앉아 그녀의 컴퓨터 내용을 들여다봤다.그러자 지우는 노트북을 덥석 덮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시간이 늦었어요. 집에 가야겠어요.”남태준이 고개를 들어 시간을 보니 저녁 9시가 넘었다.그는 지우를 떠나보내기 아쉬워하며 그녀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랐다.“열 시에 가.”남태준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고 조용히 달랬다.“열 시에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남태준과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가 항상 그녀에게 키스해 그가 욕망을 억누를 수 없을까 봐 조금 두려웠다.그가 매번 자신의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또 고통스럽게 억누르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남자를 보며 지우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아니요. 지금 가야겠어요. 너무 늦으면 안 돼요.”남태준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그래.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게.”지우는 즉시 물건을 챙기고 가방을 든 뒤 남태준의 따뜻한 손을 잡았다.“가요.”남태준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좀 서운했다.지우는 정말 그와 더 있고 싶지 않은 걸까?그녀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미어졌다.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승용차는 마당에서 천천히 빠져나가 도로로 들어가 쏜살같이 달려갔다.길가에는 오랫동안 주차된 승합차 한 대가 줄곧
적어도 지우가 그를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증명해주니 말이다.남태준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다희는 언제나 자신이 훌륭하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이야. 자기가 원하는 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대가를 치러서라도 손에 넣으려 하지.”지우가 감탄하며 말했다.“그 여자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네요.”남태준이 거침없이 말했다.“그래도 한 때 만났던 사이니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그럼 태준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지우가 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다시 만나고 싶어요?”남태준이 화를 억누르고 물었다.“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묻는 거야?”“그럼 아까 왜 그렇게 긴장하며 끌고 나갔어요. 그건...”남태준의 바로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그건 네가 우리 집에 있는 거 들키기 싫어서지. 지성이가 이미 육건우에게 한 방 먹었는데 아직도 모르겠어?”지우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챘다.전에 남태준은 임다희가 아직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줄 몰라서 대범하게 지우를 소개해줬었다.하지만 지금은 임다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지우를 보호하기 위해 이 연애를 잘 숨겨야 했다. 아니면 임다희가 또 무슨 수단을 써서 두 사람을 이간질할지 모른다.마음이 따뜻해진 지우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우리 남 대장님도 무서울 때가 있었네요?”남태준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서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지우가 날쌔게 손을 피했다.“지우야. 이리 와.”남태준이 화난 척 말했지만 지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싫은데요?”남태준이 몸을 기울이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 하자 지우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식탁을 나섰다.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밥 다 안 먹었는데 어디 가?”“안 먹을래요.”지우는 방긋 웃으며 남태준의 행동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가 자신을 잡고 혼내주려 하는 것 같았다.남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우는 급하게 돌아서서 거실로 뛰어갔다.“이리 오라고.”남태준이 부드러운 명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