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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작가: 수박빙수
강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윤하경은 강현우에게 기대며 말했다.

“우리 이미 몇 번이나 잤잖아요. 다음엔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아줘요. 나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

평소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지만 오늘은 일부러 강현우를 약 올리려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에 일부러 살짝 애교를 얹자, 웬만한 남자는 다 무너질 법했다.

강현우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이 깊어졌다.

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더니, 한 손으로 그녀를 가볍게 들어 올려 눈높이를 맞추었다.

윤하경은 깜짝 놀라 반응할 틈도 없이, 강현우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

“아직 부족했나 보네.”

말을 끝내고 강현우는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며 거칠게 키스했다.

이런 강현우의 공격적인 행동에 윤하경은 완전히 압도되어, 자신이 왜 그를 건드렸는지 후회했다.

...

회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

이때 소지연이 다가오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오늘은 전화도 안 받던데.”

윤하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묻지 마.”

소지연은 그녀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

“오늘 한 고객이…“

그런데 말하다 말고 윤하경의 입술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입술 어쩌다 그랬어? 좀 부은 것 같은데.”

윤하경은 책상 위 손거울로 확인하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별일 아냐. 개한테 물렸어.”

소지연은 잠시 말이 없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책상 위에 팔꿈치를 괴고 물었다.

“솔직히 말해. 어젯밤에 누구 만난 거야?”

윤하경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됐고 일 얘기나 하자.”

소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업무 이야기를 했다.

오전 내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소지연은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윤하경은 핸드폰을 확인하고 말했다.

“미안해. 점심은 다른 약속이 있어. 저녁에 보자.”

그녀는 가방을 챙기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

10분 뒤, 그녀는 회사 건너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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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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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아, 설마 구지호랑 끝까지 간 거야? 첫 경험은 결혼할 때까지 남겨둔다고 하지 않았어?]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누가 구지호라고 했어? 다른 남자가 없을 것 같아 보여?]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소지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진짜야? 윤하경, 대단한데?”
소지연의 흥분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터져 나왔다.
“그 구지호 같은 쓰레기를 네가 차버렸다니! 역시 내 친구!”누가 봐도 구지호가 형편없는 남자라는 건 다 알고 있었다.
 윤하경도 예전에 그에게 푹 빠졌지만 이제 와 돌이켜 보면 그를 믿고 사랑했던 자신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그래. 내가 구지호를 찼어. 그렇게 소문내줘.”
윤하경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구지호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기에 윤하경은 그를 망신 주고 싶었다.“근데 그 남자는 누구야?” 
윤하경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답했다.
“옷 갈아입고 회사에서 얘기하자.”
“알았어. 그런데 오늘 중요한 고객 만나는 날이니까 빨리 와.”전화를 끊고 호텔을 나선 윤하경은 문득 한 가지를 깨달았다.
 어젯밤, 그녀는 차를 가져오지 않고 택시를 타고 왔었다.
 시계를 보니 이 시간에 택시를 잡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난감해하며 고민하던 순간, 익숙한 검은색 차 한 대가 그녀 앞에 멈췄다.
 천천히 내려가는 창문 너머로 강현우가 보였고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차 안 가져왔어?”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그럼 택시를 부르면 되겠네. 난 먼저 간다. 잘 있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차를 몰고 떠났다.“뭐야, 진짜?”
윤하경은 멀어져가는 차를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고 발치에 있던 돌멩이를 발로 세게 차며 혼잣말했다.
“남자는 다 똑같아. 할 일 끝나면 모른 척.”윤하경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예상치 못했던 건,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구지호와 윤하연이었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화

    구지호는 쓰러질 듯한 윤하연을 서둘러 부축했다. 
윤하경은 꼴도 보기 싫어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거실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윤수철이 소리를 질렀다.
“윤하경! 당장 돌아와! 그 남자는 대체 누구야?!”‘역시. 우리 아버지는 늘 내 잘못만 본다니까.’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지호와 윤하연이 서로 껴안고 있는 걸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을 땐 마치 귀머거리가 된 사람처럼 들은 척도 하지 않더니.
하지만 윤하경은 이제 그러려니 했다. 5년 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온 후에 이곳은 그녀에게 더 이상 ‘집’이라는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엄마의 물건들이 이 사람들 손에서 망가질까 봐 참으며 머물고 있었을 뿐이었다.회사의 문을 열고 들어선 윤하경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가 책상에 서류를 올려놓을 때쯤, 소지연이 다가왔다.
“하경아, 상대 회사 사람들이 왔어. 게다가 대표님이 직접! 우리 이번 프로젝트 진짜 중요한가 봐.”
소지연은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특히 네가 직접 만나길 원한대. 잘해봐! 내가 다음 달 유럽 여행 갈 수 있을지는 네 손에 달렸어!”윤하경은 자신감 있게 회의실로 들어갔지만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본 순간, 잠시 발이 멈칫했다.
 그곳에 강현우가 앉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차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윤 대표님, 소문으로만 듣던 분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마치 어젯밤의 일이 전혀 없었던 사람처럼, 냉정한 태도였다.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강 대표님께서 직접 와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그녀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연’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 테마를 통해 귀사의 제품이 경쟁사와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를 부각할 계획입니다.”윤하경은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 일에 몰두한 그녀의 표정은 더욱 진지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화려한 이목구비에 눈가의 붉은 점은 그녀를 더욱 매혹적으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4화

    택시 안에서 윤하경은 거울을 꺼내 립스틱을 덧발랐다. 그러자 창백한 얼굴이 조금은 생기를 되찾았다.
30분쯤 지나, 택시는 화려한 불빛으로 빛나는 클럽 ‘옥타곤’ 앞에 멈췄다.
 하이힐을 신고 안으로 룸에 들어서자 안에는 남녀가 뒤섞여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었다.
방 안 공기는 담배 연기, 술 냄새, 그리고 강한 향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를 정도였다.
 윤하경은 손으로 코를 가리며 가볍게 기침하고 안쪽을 둘러보며 온지우를 찾았다.하지만 온지우 대신, 그녀가 발견한 건 소파에 비틀거리며 누워 술을 마시고 있는 구지호였다.
 그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잔을 연달아 들이켰다. 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욕했다.
‘재수 없게.’온지우가 구지호와 짜고 자신을 여기로 불렀다는 게 뻔히 보였다.
 기분이 상한 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지만 구지호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구지호의 흐릿하던 눈빛이 윤하경을 보자마자 선명해졌고 그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더니 윤하경의 손을 붙잡았다.
“하경아, 가지 마. 우리 얘기 좀 하자.”“얘기할 게 없어.”
윤하경은 차갑게 대꾸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불쾌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구지호는 손을 놓지 않고 애원했다.
“하경아, 내 말 좀 들어봐. 나랑 윤하연은 그런 사이가 아니야. 걔가 먼저 나한테 접근한 거야.”“그만해.”
윤하경은 그의 말을 끊고 쏘아붙였다.
“책임을 여자한테 떠넘기는 게 남자라고 생각해? 윤하연이 잘못했다면 너도 똑같아. 둘 다 한심하다고.”구지호는 그녀의 날 선 말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평생 남에게 비난받아 본 적이 없었고 게다가 늘 자신을 쫓아다니던 윤하경에게 이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
 구지호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내가 이렇게 사과했으면 됐잖아. 대체 뭘 더 바라는 거야? 정말 약혼을 깨겠다는 거야?”
그는 화가 난 듯 말을 이었다.
“하경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매달렸는지 잊었어? 네가 그렇게 애원해서 내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5화

    “죄송합니다. 두 분 대화를 엿들은 건 아니에요.”
강현우는 코끝을 한번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윤하경과 구지호 사이를 지나치려 했지만 윤하경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강현우의 팔을 당기며 구지호를 향해 말했다.
“어제 내가 누구랑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바로 이 사람이야.”윤하경의 말에 구지호의 창백하던 얼굴이 순간 굳어졌지만 이내 흘깃 웃으며 강현우를 향해 말했다.
“강 대표님, 죄송합니다. 하경이가 잠시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 같네요. 먼저 들어가서 술 한잔하시죠.”강현우는 상류층에서도 가장 손대기 어려운 인물로 통했다.
 그의 집안은 재력과 권력 모두 독보적이었고 젊은 나이에 이미 가문 기업의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농담을 건네는 사람조차 거의 없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말없이 걸음을 옮겼고 윤하경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후회했다.‘어젯밤 함께 잤는데 이 작은 부탁도 못 들어주나?’그때 구지호가 말했다.
“하경아, 네가 나를 화나게 하고 싶어 하는 건 알겠어. 하지만 강현우를 끌어들이는 건 위험해.”그 말을 들은 강현우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구지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구 대표님의 말은 제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뜻인가요?”구지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닙니다.”그가 어색하게 변명을 늘어놓으려는 순간, 강현우는 윤하경을 돌아보며 말했다.
“다 끝났으니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윤하경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 바로 갈까요?”구지호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현우는 평소 누군가의 일에 끼어드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런 그가 윤하경을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다니.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보며 구지호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결국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옆 벽에 주먹을 내리쳤다.강현우는 블랙 마이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6화

    소지연은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뭐 어때? 안 되면 말지. 우리한테 고객이 그 사람 하나뿐이 아니잖아. 천천히 하면 돼.”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뒷좌석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겉으로는 언제나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가끔 모든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그녀는 자신을 철옹성처럼 단단히 감싸며 살아왔다. 조금이라도 약해 보이면 누군가 틈을 타 자신을 짓밟아 버릴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언제나 전투태세를 갖춘 닭처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밤이었고 평소라면 윤수철은 벌써 잠들어 있을 시간이었다.하지만 오늘 윤수철은 소파에 단정히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윤하경은 그를 못 본 척 지나치려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늦었어?”윤하경은 돌아서며 쏘아붙였다.“갑자기 왜 저한테 관심을 가지세요?”엄마가 살아있던 시절, 윤수철은 괜찮은 아버지였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계모와 윤하연이 이 집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부녀 관계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였고 지금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윤수철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했지만 평소와 달리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하경아, 여기 앉아봐. 할 얘기가 있어.”그의 부드러운 말투는 오랜만이라 더 의심스러웠지만 무슨 말을 꺼낼지 궁금해 얌전히 소파에 앉았다.윤수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본론을 꺼냈다.“하경아, 우리 가문이 여기까지 오는데 쉽지 않았어. 그런데 말이다... 네 엄마가 남긴 물건 좀 나한테 줄 수 없겠니?”그 말에 윤하경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그건 절대 안 돼요.” 그녀는 단호하게 외쳤다.“그건 엄마가 저에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드릴 수 없어요!”엄마가 남긴 건 열쇠 하나였다. 하지만 그 열쇠는 그녀가 스물네 살이 되기 전까지 열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엄마의 가장 소중한 물건을 보관한 상자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7화

    오늘은 윤하경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날이었다.3년 전부터 윤수철은 이날을 완전히 잊어버렸지만 주미나는 매년 이날을 기억하며 윤하경과 함께 산소를 찾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올해는 윤하경 자신조차도 그날을 잊고 있었다.윤하경은 전화를 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머릿속에는 엄마가 세상을 떠나던 마지막 순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잠시 눈을 감으며 마음을 가다듬었다.“하경아, 오늘 오후에 같이 네 엄마 산소에 가자.”주미나는 부드럽게 말했고 윤하경은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대답했다.“네, 어머님. 같이 가요.”결국, 그녀는 주미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아직 아침 8시였다. 그녀는 이른 시간이지만 회사를 들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어섰다.회사의 상황은 최근 들어 그리 좋지 않았지만 온지우가 어제 자신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는지, 그의 집안에서 맡고 있던 사업 일부를 윤하경의 회사에 넘겼다.온지우는 농담 반, 사과 반으로 메시지를 남겼다.[하경아, 어제 일은 내가 잘못했어. 구지호가 울면서 부탁하길래 도와준 거야. 이번 건 내가 우리 아버지의 파트너들한테서 어렵게 따낸 거야. 나중에 내가 회사를 맡게 되면 광고나 기획은 전부 너한테 맡길게.]메시지에 계약서 링크까지 첨부되어 있었다.[우리 회사 직원이 곧 너희와 협의하러 갈 거야. 걱정 말고 편히 있어.]윤하경은 메시지를 읽으며 약간 고개를 젖혔다. 온지우에게 화를 내는 것도 어쩐지 의미 없게 느껴져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온지우와 윤하경은 어릴 적부터 가까운 사이였다.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같은 학교를 다녔고 그녀가 구지호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가장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온지우가 두 사람을 다시 이어보려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하지만 윤하경은 사랑할 땐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만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온지우 역시 그녀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오늘 이렇게 직접 사과하며 사업을 제안했을 것이다.온지우가 준 사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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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 화면에는 강현우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가 떠 있었다.[시간 없어.]짧은 두 글자는 마치 그녀와의 대화를 단칼에 끊어버리는 것처럼 차갑게 느껴졌다.윤하경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고 차에 타자마자 주미나는 밝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경아, 조금 있다가 지호랑 데이트라도 해봐.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잖아.”그녀는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구지호를 흘끗 쳐다보며 차분히 대답했다.“오늘 저녁엔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요. 다음에 하죠.”구지호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비록 그녀가 완전히 거절한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자신을 향했던 그녀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전의 윤하경이라면 감히 이렇게 선을 긋지 않았을 텐데.그는 복잡한 표정을 숨긴 채 차를 몰아 구씨 저택 앞에 멈춰 섰다. 윤하경은 차에서 내리며 주미나에게 깍듯하게 인사했지만 구지호는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바람피운 주제에. 이미 끝난 사람인데 내가 왜 다시 신경 써야 하지?’그녀는 단호히 마음을 다잡고 자리를 떠났다.차 안에서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온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 그가 있는 곳의 소음이 전화 너머로 생생히 전해졌다.“어, 하경아! 이제 화 푼 거야?”온지우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윤하경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건 네가 나한테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렸지.”“뭔데? 말만 해. 네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게.”온지우는 이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강현우가 오늘 밤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 줄래?”윤하경은 곧장 본론을 꺼냈다. 그러자 온지우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웃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너 설마 강현우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지? 그 남자는 좀 무서운 사람이야. 며칠 전에 어떤 여자가 강현우 방에 몰래 들어갔다가, 알몸으로 호텔 밖에 던져졌다는 얘기도 들었어.”윤하경은 그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태연한 목소리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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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향기가 코끝을 스쳤고 윤하경은 강현우에게 기대며 말했다.“우리 이미 몇 번이나 잤잖아요. 다음엔 그렇게 무섭게 보지 말아줘요. 나 정말 깜짝 놀랐거든요.”평소에는 이렇게 말하지 않지만 오늘은 일부러 강현우를 약 올리려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녀의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에 일부러 살짝 애교를 얹자, 웬만한 남자는 다 무너질 법했다.강현우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눈빛이 깊어졌다.그리고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더니, 한 손으로 그녀를 가볍게 들어 올려 눈높이를 맞추었다.윤하경은 깜짝 놀라 반응할 틈도 없이, 강현우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아직 부족했나 보네.”말을 끝내고 강현우는 그녀를 벽에 밀어붙이며 거칠게 키스했다.이런 강현우의 공격적인 행동에 윤하경은 완전히 압도되어, 자신이 왜 그를 건드렸는지 후회했다....회사에 도착했을 땐 이미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나 있었다.이때 소지연이 다가오며 말했다.“무슨 일이야? 오늘은 전화도 안 받던데.”윤하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냥 묻지 마.”소지연은 그녀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오늘 한 고객이…“그런데 말하다 말고 윤하경의 입술을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입술 어쩌다 그랬어? 좀 부은 것 같은데.”윤하경은 책상 위 손거울로 확인하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별일 아냐. 개한테 물렸어.”소지연은 잠시 말이 없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책상 위에 팔꿈치를 괴고 물었다.“솔직히 말해. 어젯밤에 누구 만난 거야?”윤하경은 마지못해 대답했다.“됐고 일 얘기나 하자.”소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업무 이야기를 했다.오전 내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소지연은 같이 점심을 먹자고 제안했지만 윤하경은 핸드폰을 확인하고 말했다.“미안해. 점심은 다른 약속이 있어. 저녁에 보자.”그녀는 가방을 챙기고 서둘러 사무실을 나섰다.10분 뒤, 그녀는 회사 건너편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9화

    윤하경은 강현우와 8시에 약속이 있다는 걸 깜빡할 뻔했다.그는 속이 좁기로 소문난 사람이라 지난번엔 술에 취한 것뿐인데도 바로 프로젝트를 철회하려고 했다. 이번에도 늦으면 어쩌려나 싶어서 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저기... 나 좀 급한 일이 생겨서. 여기서 내려줘. 지금 너무 바빠.”소지연은 그녀가 허둥지둥하는 걸 보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뭔데? 무슨 일이야? 내가 도와줄까?”윤하경은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가볍게 헛기침했다.“아냐. 그냥 약속이 하나 있어서.”사실은 그 약속이란 잠자리를 위한 것이었고 소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그렇게 서둘러 호텔로 향한 그녀는 약 25분 만에 도착했다.시계를 보니 7시 55분이었다. 간신히 제시간에 도착한 걸 확인한 윤하경은 안도하며 깊이 숨을 내쉬었다.호텔 문 앞에서 그녀는 심호흡하고 노크를 했다.잠시 후 문이 열렸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은 강현우의 정교하게 다듬어진 얼굴이었다.다만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의 얇고 단호한 입술은 살짝 아래로 처져 있었고 손에는 붉은 와인잔이 들려 있었다.윤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시계를 들어 그의 눈앞에 내밀었다.“보세요. 저 늦지 않았어요.”강현우는 코웃음을 치며 살짝 몸을 비켜 그녀를 들여보냈다.방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의 뒤를 따랐다.“뭐 하러 멍하니 서 있어?”강현우가 뒤를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샤워나 해.”윤하경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가방을 내려놓고 욕실로 들어갔다.샤워하고 있는데 문 뒤쪽에서 소리가 났고 돌아보기도 전에 강현우가 이미 욕실로 들어왔다.윤하경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그가 이미 그녀에게 다가왔다.순식간에 욕실은 자욱한 수증기로 가득 찼고 그녀는 이내 생각할 틈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어떻게 나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그저 강현우의 어깨에 기대어 울며 이를 악물었던 기억만 아련하게 떠올랐다.그러고 나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8화

    윤하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윤수철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아줌마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그 집은 대체 무슨 상황이죠? 이제 좀 들어보고 싶어요.”윤수철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하경아, 네 눈엔 내가 아빠로 보이긴 하니?”윤하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그녀는 속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아마도 그 집에 얽힌 사연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윤하경은 입을 다문 채 담담한 시선으로 윤수철을 응시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윤수철은 입술을 꼭 다물고 있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내가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매일 내 것만 노리는 거냐? 그 집 이야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말아. 내가 알아서 줄 때가 되면 줄 테니.”임수연은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그러나 윤수철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씩씩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고 거실에는 윤하경과 임수연 둘만 남았다.윤수철이 자리를 떠나자 임수연도 더 이상 꾸밀 필요가 없다는 듯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참 우습네. 가족한테 얻어낼 생각만 하는 딸이라니.”윤하경은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받아쳤다.“그럼 이제 보셨겠네요.”“하지만 그건 제 부모님의 재산이에요. 그쪽하고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그녀는 느긋하게 눈을 흘기며 손에 든 새 차 열쇠를 가볍게 흔들었다.“어쨌든 오늘 새 차를 받아서 기분이 좋으니 이번엔 넘어갈게요.”그 말을 마친 그녀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며 문밖으로 나갔다.새 차는 저택 앞 도로에 주차되어 있었고 차를 발견하자마자 그녀는 차에 올라탔다.운전석에 앉은 윤하경은 소지연에게 전화를 걸었다.“지연아, 저녁에 나와서 같이 밥 먹자.”소지연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좋은 일 있어?”윤하경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새 차를 사줬어. 널 태우고 드라이브 해줄게.”“원하면 이 차로 훈남도 낚으러 다녀도 돼.”소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7화

    윤수철은 탁자 위에 놓인 차 키를 집어 들더니 윤하경에게 건넸다.“이건 오늘 너를 위해 산 새 차야. 지난번에 네가 화난 것도 이해해. 네 차도 몇 년 탔으니까 이제 바꿀 때가 됐지. 네가 지호랑 약혼하기로 한 기념으로 아빠가 주는 선물이야.”윤하경은 그의 손에 든 차 키를 무심하게 바라봤다.‘오, 심지어 파나메라네.’윤하연의 차보다는 좀 고급이었지만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았다.‘그래도 아빠라고 두 딸을 공평하게 챙기네.’그녀는 속으로 비웃었다.‘내 차가 작아서 바꾼 걸까? 아니면 구지호네가 날 학대한다고 생각할까 봐 체면 세우려고 산 걸까?’하지만 이런 건 사실 중요하지 않았고 윤하경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팔짱을 끼고는 살짝 흔들었다.“고마워요. 아빠, 역시 아빠가 최고네요.”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그녀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애교를 부린 적이 거의 없었다.윤수철은 잠시 멈칫하더니 어색한 기침을 했다.윤하경은 고개를 숙인 채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왜 그래?”윤수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고 윤하경은 코끝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아빠가 이제는 윤하연만 좋아하고 저를 신경 안 쓰는 줄 알았어요.”그의 표정이 약간 굳었지만 곧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말도 안 돼. 넌 내 딸인데 내가 어떻게 널 안 좋아하겠니?”“정말이에요?”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고 윤수철은 확신에 차서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조용히 말했다.“아빠, 저는 엄마가 살아 계셨을 때가 정말 그리워요.”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엄마가 저한테 어른이 되면 성남에 있는 그 별장을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결혼해도 언제든 갈 수 있는 제 공간이 되게요.”그 말을 들은 윤수철은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아빠, 그 집에 정말 오랜만에 가보고 싶어요. 우리 나중에 같이 가요. 어때요?”윤하경은 말은 돌려 했지만 의도는 명확했다. 언제 집을 자신에게 넘길 건지 묻는 것이었다.그 집은 어머니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6화

    윤하경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윤하연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둥 뒤에서 나왔다.구지호는 그녀를 보자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급히 윤하경이 갔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윤하경은 이미 잘 숨은 상태였기에 구지호는 그녀를 발견하지 못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윤하연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엔 짜증이 서려 있었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윤하연은 금세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말했다.“지호 오빠, 정말 언니랑 약혼할 거야?”구지호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당연히 하경이랑 결혼해야지.”윤하연은 눈물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난? 난 오빠한테 뭐였는데?”그녀의 물음에도 구지호의 표정엔 짜증 외에 다른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처음에 네가 먼저 나한테 다가온 거잖아. 하연아, 우린 그냥 잠깐 즐긴 거야. 그런데 지금 와서 왜 이러는 건데?”윤하연은 그의 차가운 태도에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흘리며 물었다.“오빠... 나한테 이렇게 생각했던 거야?”“나는... 나는 진심으로 오빠를 좋아했는데.”멀찍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그들의 대화 내용까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상황을 보며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윤하연, 연기 하나는 진짜 수준급이네. 역시 엄마한테 잘 배웠어.’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조용히 녹화 버튼을 눌렀고 구지호는 윤하연의 눈물에 점점 더 짜증이 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돈이 필요해?”윤하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중얼거렸다.“오빠... 어떻게 그런 말을 해?”구지호는 한숨을 쉬며 손목시계를 확인했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오늘 밤에 만나. 평소에 만나던 그 장소로 와. 그때 얘기하자.”그는 이 상황이 윤하경에게 들킬까 봐 더 이상 시간을 끌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윤하연은 밤에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도 오빠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말을 마친 윤하연은 아쉬운 듯 몇 번이나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5화

    구지호는 기분이 좋은지 운전을 꽤 거칠게 했다.예전 같았으면 윤하경이 조심해서 좀 천천히 가라고 했겠지만 지금은 그저 옆 좌석 손잡이를 꼭 붙잡았다.‘스스로 사고가 나면 병원에 가겠지. 차라리 내 앞에서 안 보이는 게 나아.’하지만 그의 운전은 예상과 달리 아슬아슬했을 뿐 무사히 쇼핑몰에 도착했다.쇼핑몰 1층에는 보석 매장이 있었다.구지호는 기세 좋게 매장으로 들어가 직원에게 말했다.“가장 큰 다이아몬드부터 보여줘요.”직원은 대박 손님이 왔다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잠시 후, 직원은 값비싼 보석 반지 몇 트레이를 가져왔다.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자수정 등 다양한 보석들이 눈부시게 빛났다.윤하경은 보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크고 투명한 것이 더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녀는 구지호를 힐끔 보고는 트레이 위를 가볍게 살피다가 가장 큰 사파이어 반지에 손을 멈췄다.그녀는 반지를 집어 손가락에 끼워 보았고 반짝이는 사파이어가 그녀의 손에서 빛을 발했다.윤하경은 미소를 띠며 구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예뻐. 이걸로 하면 되겠네.”구지호는 순간 얼굴이 굳었고 잠시 멈칫하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직 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잖아. 좀 더 보고 네가 진짜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자.”‘대단하네. 돈 아끼는 말을 이렇게 깔끔하게도 표현하네.’윤하경은 속으로 피식 웃었고 구지호의 집안은 부유했지만 이 반지 가격이 몇십억 원대라는 걸 생각하면 그의 주머니 사정이 벌써 불편해졌을 게 분명했다.그녀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참으려 했지만 반지를 빼지 않고 손목을 들어 조명에 반짝이며 말했다.“난 한 번 보고 마음에 들면 바로 골라야 좋더라. 이건 딱 내 스타일인데.”그러자 구지호는 표정 관리가 안 되기 시작했다.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그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고 한숨을 쉬는 척하며 말했다.“근데 나 원래 보는 눈이 좀 별로라 가끔 겉만 번지르르한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4화

    윤하경이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윤수철이 먼저 말을 꺼냈다.“좋아, 좋아. 하경이 오후에 시간 비어 있어.”두 가문의 어른들은 윤하경의 생각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사천리로 대화를 진행했다.윤하경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윤수철은 웃는 얼굴로 그녀를 한쪽으로 끌고 가며 은근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경아, 너랑 지호 이 결혼은 꼭 성사돼야 해.”그는 짧게 뜸을 들이더니 날카로운 한마디를 덧붙였다.“네 엄마가 남긴 물건이 아직 내 손에 있다는 거 잊지 말고.”분명한 위협이었고 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속에서 울컥 치미는 화를 겨우 억누르고 있었다.윤수철은 그녀의 차가운 표정을 의식한 듯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달래는 척했다.“그리고 네가 지호를 그렇게 오래 좋아했잖아. 여자란 원래 좀 투덜대다가도 금방 풀리는 거야. 너무 까탈스럽게 굴지 마.”그 말을 듣자 윤하경은 헛웃음이 터졌다.‘와. 이게 친아버지라는 사람이 할 소리야?’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그렇게 윤하연이 좋으면 하연이를 지호랑 결혼시키지 그러세요? 딱 어울리잖아요.”윤수철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지더니 목소리가 살짝 다급해졌다.“헛소리하지 마! 하연이가 지호랑 결혼하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이것 보라니깐.’윤수철도 구지호가 믿을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윤하연은 안 되고 자신은 된다는 게 정말 우스웠다.윤하경은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지호를 좋아해서 결혼하라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지호가 문제가 많다는 걸 알아서 하연이는 안 된다는 건가요?”그녀의 직설적인 물음에 윤수철은 순간적으로 눈길을 피했고 그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드러났고 얼버무리듯 말했다.“지호는 괜찮은 아이야. 헛소리하지 마.”그는 그녀와 더 이상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구지호 앞으로 데려갔다.“지호야, 하경이는 너한테 맡길게. 얘가 좀 고집스러우니 잘 부탁해.”윤하경은 가방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잠시 표정을 다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3화

    강현우의 옆모습은 여전히 완벽했고 윤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요. 없어요.”‘적어도 지금은...’윤하경은 자신이 이 남자 앞에서 왜 이렇게 늘 작아지는지 자책하며 고개를 살짝 저었고 입술을 깨물며 정신을 다잡은 뒤 화장실 칸을 나왔다.거울 앞에 서서 메이크업을 고치던 그녀는 거울 속에 약간 부어오른 자신의 입술을 보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나도 한 방 먹였지.’그녀는 강현우 셔츠 카라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떠올렸다.그 여자가 그걸 보면 어떤 반응일까? 그 생각에 기분이 한결 좋아진 윤하경은 발걸음을 가볍게 화장실을 나섰다.강현우가 있는 방의 문을 지나치며 그녀는 무심한 듯 안쪽을 힐끗 들여다봤다.그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로 옆에 앉은 여자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참 연기 잘하네.”윤하경은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방 안으로 들어서자 구지호의 아버지 구성수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윤하경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깍듯하게 인사했다.“아저씨, 오랜만이네요.”구성수는 다정한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하경이는 볼 때마다 점점 더 예뻐지네.”윤하경은 예의상 말했다.“아저씨도 여전히 젊어 보이세요.”그때 구지호가 방으로 들어오며 물었다.“하경아, 어디 갔었어? 화장실 갔는데 안 보이던데.”윤하경은 담담하게 대답하며 윤수철 옆에 자리를 잡았다.“잠깐 옆 슈퍼에 다녀왔어.”구지호는 안도한 듯 웃으며 그녀 옆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고 구지호는 그녀에게 다정한 척 음식을 덜어주었다.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남자 친구 같았지만 윤하경은 그가 덜어준 음식을 손도 대지 않았다.한편, 윤수철과 구성수는 사업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비록 윤수철의 인품은 별로였지만 사업에서 성공한 사람으로서 배울 게 나름 있었다.구씨 가문은 의류 사업을 하고 있었고 윤수철은 최근 그쪽에 손을 대보고 싶어 둘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눴다. 윤하경이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어도 두 사람은

  •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32화

    윤하경은 갑작스러운 인기척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다름 아닌 강현우였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칫하며 손을 내렸고 세수하던 것도 잊은 채 그를 쳐다봤다.“여기 웬일이에요?”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그녀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데이트 중 아니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뒤돌아 화장실 문을 닫더니, 한순간에 그녀를 세면대에 밀착시키고 거침없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그의 차가운 기운과 익숙한 향기가 동시에 밀려들며 윤하경의 심장이 한순간 멎는 듯했다. 그녀는 황급히 손으로 그를 밀쳐냈다.“여기서 이러지 마세요.”윤하경은 가쁜 숨을 내쉬며 말했다.“사람들 다니잖아요.”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그녀를 화장실 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이 고급 레스토랑은 화장실마저 세련되고 칸마다 독립적으로 나뉘어 은밀하고 안전했다. 그는 그녀를 칸 문에 밀어붙이고 손으로 문을 단단히 닫았다.윤하경은 그제야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여긴 여자 화장실이에요.”그러나 강현우는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그래서 구지호랑 다시 잘해보기로 한 거야?”윤하경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에요.”그녀가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강현우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덮쳤고 그의 손길이 점점 대담해졌고 등이 드러난 그녀의 드레스를 점점 더 파고 들어갔다. 차가운 손이 윤하경의 피부를 스치자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고 그녀는 깔끔하게 다림질된 그의 셔츠를 힘껏 움켜쥐었다.비록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강현우는 마치 본능적으로 이런 상황을 다룰 줄 아는 사람처럼 그녀를 휘어잡았고 그녀가 저항할 틈을 주지 않았다.그러나 그 순간 화장실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경아, 너 거기 있어?”구지호의 목소리였다.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걸로 보아 화장실 입구에 서 있는 듯했다.윤하경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숨을 고르며 상황을 정리하려 애썼다.강현우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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