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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Author: 가하
온유한은 강지아가 본인에 대한 감정이 옅어진 것을 발견했다.

유한 오빠는커녕 온 선생님이라고도 잘 안 부르고 있다.

“오늘 뭐 해?”

온유한은 흰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다리가 낫지 않아 수술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진료만 했다.

“다친 데는 아직도 아파?”

“괜찮아.”

강지아가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환자가 별로 없었기에 온유한도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편 그의 진료실 문 앞에 있던 임유희는 그가 전화하는 것을 보고 진료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온유한이 사무실 문 앞을 힐끗 보자 강지아는 바로 알아챘다.

“일 봐. 이만 끊을게.”

온유한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강지아가 전화를 끊었다.

옆에서 가만히 있던 서원준은 그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사이 곧 끝장 날 것 같은데 그럼 나에게 기회가 생기는 거 아니야?”

핸드폰을 옆으로 내려놓은 강지아는 소파에 앉더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요 며칠 펀은 강지아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희귀한 사파이어 보석 하나만 보내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강지아도 별 반응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다.

매일 그녀의 곁을 따라다니며 일을 하고 생활하는 것을 지켜본 서원준은 왠지 뭔가 이상한 것 같았다.

얼마 후, 강지아와 서원준은 마침내 서울로 돌아왔다.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었고 온유한 것도 당연히 있었으며 심지어 정유진의 뱃속에 있는 아기 선물도 있었다.

서울로 돌아온 강지아는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온 것 같았다.

“온 선생님?”

재활 운동 중이던 온유한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내 문에 기대 빙그레 웃는 강지아를 발견했다.

“왔어?”

온유한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달려간 강지아는 옆에 재활 선생님이 있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온유한의 목을 껴안으며 키스를 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재활 선생님은 이미 옆에 없었다.

“돌아온다고 미리 말하지 그래? 그럼 공항으로 마중 나갔을 텐데.”

이제 설 수 있는 온유한은 강지아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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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아프지. 문신을 할 때보다 훨씬 아파. 지난주에도 예쁜 여대생이 왔는데 울면서 문신을 지웠어. 하도 울어서 눈이 다 부었어.”“아파서 우는 건 아닐 거야.”“그렇지. 헤어진 사랑 때문에 우는 거겠지. 나도 남자이긴 하지만 어떤 남자들은 진짜로 못 돼 먹었다니까.”강지아는 잡지를 하나 집어 들어 펼쳐보았다.“네 사장님께 얘기해줘. 지금 작업 끝나면 내 다리 문신도 지워달라고.”“그래.”대답을 하고 난 뚱보는 그제야 반응했다.“뭐라고?”강지아가 말했다.“예쁜 그림 있어? 어디 좀 봐봐.”“응? 아!”뚱보는 멍한 얼굴로 노트 하나를 가져왔다.“이건 사장님이 직접 그린 그림이야. 마음에 드는 게 있는지 봐봐.”여기까지 말한 뚱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마디 물었다.“아니, 지아 누나. 무슨 일 있어? 남자친구와 헤어졌어?”“응.”입이 무거운 진수혁이 보아하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 같았다.물론 말을 했든 안 했든 강지아는 상관하지 않았다.검은 장미꽃 한 송이를 본 강지아는 그 그림을 가리키며 말했다.“이걸로 하자. 섹시해 보이네.”그러자 뚱보가 말했다.“이 그림은 몇 년 전 거야. 요즘 젊은 여자들은 흑장미 문신을 하지 않아.”“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이걸로 할게.”뚱보는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30분이 지나자 진수혁의 하던 작업도 끝났다.강지아의 차례가 돌아오자 진수혁이 한마디 했다.“올 줄 알았어.”강지아도 한마디 했다.“걱정 마. 울지 않을 테니.”그녀는 정말로 울지 않았다. 지우는 게 정말 아팠지만 참고 견뎠다.“지우자마자 바로 다시 문신할 수 있어? 그림은 이미 선택했는데.”“안 돼. 약국에 가서 소염제 같은 걸 사서 매일 바르고 상처가 완전히 회복해야 다시 문신을 할 수 있어.”강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좀 이따 퇴근한 다음에 단골 술집에서 봐. 내가 한턱낼게.”진수혁이 말했다.“문신 지우자마자 술 마시면 안 돼.”강지아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안 마실게.”그녀를 힐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9화

    강지아는 오늘 돌아온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그저 연회장을 한 번 둘러본 뒤 바로 빠져나왔다. 강지찬과 정유진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강지아가 집에 들어가자 집사들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다음 날 아침, 강지아는 선물 꾸러미를 들고 새언니가 있는 마당으로 갔다.“고모!”“고모.”두 아이가 달려와 강지아에게 안겼다.“우리 연우가 더 예뻐졌네. 우빈이도 점점 귀여워지고 있어.“귀여운 게 아니라 멋진 거지!”강우빈이 가슴을 치며 말했다.“그래그래, 멋지네. 역시 우리 우빈이야!”녀석은 거만한 수탉처럼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어깨를 쭉 폈다.“새언니, 이 녀석 누구를 닮은 거예요? 새언니도 아닌 것 같고 우리 오빠도 닮은 것 같지 않네요.”정유진은 호호 웃었다.“어렸을 때 오빠 사진 봐봐. 가슴을 저렇게 펴는데 꼬리가 있었더라면 하늘 높이 치켜올렸을 거야. 두 남매 모두 네 오빠 닮은 것 같아. 어쨌든 나는 아니야.”그러자 연우가 말했다.“내 미모는 그래도 엄마를 더 많이 닮았지.”집안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하인들이 아이들에게 아침을 먹이기 위해 데리고 간 후에야 강지찬이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돌아온 거야? 연회에 갔었어?”강지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귀신은 속여도 우리 오빠는 못 속인다니까. 가서 한 번 둘러보고 나왔어.”“볼 게 뭐가 있다고?”강지찬이 어두운 안색을 보이자 정유진은 혹시라도 강지아가 서운해할까 봐 얼른 강지찬을 툭 친 뒤 화제를 돌렸다.“방씨 아주머니가 아침에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좋아하는 크리스털 찐만두를 했어. 오랜만에 먹는 거지?”강지아는 정유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새언니, 내 눈치 보지 않아도 돼요. 난 괜찮아요.”아침밥을 먹은 뒤 강지아는 잠깐 눈을 붙이고 나서 집을 나섰다.진수혁의 기존 문신 가게는 오래된 동네에 있었기에 지금은 대부분 철거했다. 그러면서 진수혁도 이사를 가게 되었다.가게 때문에 형편이 빠듯해 강지아의 빈 집에서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8화

    최신애가 깨어났을 때 온유한과 현채영은 옆에 없었고 임유희만 그녀 옆을 지키고 있었다.“유한이는?”“유한 오빠는...”임유희의 안색이 안 좋았다.“접대가 있다며 현채영 씨를 데리고 갔어요.”화가 난 최신애는 또다시 기절할 뻔했다.“친엄마가 기절했으면 병원에서 효도하고 반성할 생각은 안 하고 또 그 천한 년을 데리고 술 마시러 갔다고?”최신애는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고 머리도 어지러웠다.옆에 있던 임유희가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어머님, 진정하세요. 유한 오빠 아마 중요한 술자리가 있어서 그런 것일 거예요. 어머님의 혈압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갔어요.”“내가 죽어야만 나를 엄마라고 생각할 것 같구나!”임유희도 그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본인도 매우 슬펐기 때문이다.그녀도 아무런 명분 없이 온씨 저택에 머무른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그녀와 현채영이 한집에 사는 것을 아는 외부 사람들이 뒤에서 어떻게 비웃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중요한 것은 온유한이 현채영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 눈에 자주 띄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현채영 같은 여자와 비교당한 생각만 하면 임유희는 속이 울렁거렸다.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현채영에게 졌다는 것이다.강지아에게 진 것은 인정할만했다. 막강한 강씨 가문이고 온유한과는 어릴 때부터 친했기에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채영은?집안이 망해 명예도 없는데 온유한은 그녀를 보물처럼 아끼고 어디나 데리고 다닌다.임유희는 손톱이 손바닥에 박힐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연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고 서울의 명망 있는 대갓집 규수들은 거의 다 왔다.강지찬은 정유진을 데리고 왔고 한규진도 연예계에서 잘나가는 아역 배우였던 여자친구와 함께 왔다.최의현은 약혼녀를 데리고 왔고 최금성은 당연히 화령을 데리고 왔다.온유한이 현채영과 함께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다.이 자리에 현채영의 옛 애인도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온유한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7화

    대화를 나눈 후에야 온유한은 강지아에게 문신해준 사람이 진수혁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타투이스트와 친구가 된 것을 온유한은 모르고 있었다.“지아가 그쪽 이름을 문신으로 새긴 거 보면 많이 사랑한 것 같은데 왜 헤어진 거야?”온유한은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지아에게 내가 어울리지 않으니까.”맥주를 다 마신 뒤 온유한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고 진수혁은 쓰레기를 치운 뒤 샤워를 했다.진수혁은 이 집에 살고 있긴 했지만 강지아의 안방이 아니라 게스트 룸에 묵었다.샤워를 마친 뒤 강지아에게 문자를 보냈다.[네 전 남자친구와 한바탕 싸웠어.]강지아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누가 이겼어?][당연히 내가 이겼지, 네 전 남자 친구 몸도 별로 안 좋았어. 반쯤 취했거든.][앞으로는 손 쓰지 마. 감당 못 하니까.][마음이 아픈 거야?][내가 마음 아플 게 뭐가 있겠어. 진작 헤어진 사람인데.][언제 돌아와? 단골 술집 가서 술이나 한잔하자.][곧 갈 거야, 돌아가면 연락할게.]이날 밤 온유한과 현채영 두 사람 모두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온씨 저택에 얼굴을 비쳤다.현채영이 종이백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쇼핑을 하고 온 모양이었다.임유희를 본 현채영은 반갑게 인사했다.“임유희 씨, 퇴근했나 봐요? 오늘 쇼핑하다가 임유희 씨와 잘 어울리는 치마가 있어서 샀어요.”현채영은 치마를 꺼내 보이며 말했다.“마음에 드는지 한 번 봐요.”이런 체면치레에 임유희는 순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아니요. 괜찮아요.”약간 울먹거리는 임유희의 목소리에도 현채영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우리 사이에 왜 예의를 차리고 그래요. 이 치마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거예요. 유희 씨가 나보다 날씬해서 안 입으면 나도 못 입는단 말이에요. 나와 유한 씨가 특별히 임유희 씨를 위해 산 건데.”그러자 옆에 있던 최신애가 종이봉투를 바닥에 내던지며 말했다.“누가 이따위 치마가 필요하대? 너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온유한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6화

    임유희가 돌아오자 최신애는 얼른 하인더러 저녁 식사를 차리라고 지시했다.마침 현채영이 없으니 임유희와 온유한에게 좋은 시간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음식이 다 나오기도 전에 온유한이 술을 마시러 나가자 임유희도 밥을 먹지 않고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최의현과 단둘이 술을 마시기로 약속한 온유한인지라 강지찬을 부르지 않았다.“현채영을 집으로 데려갔다면서?”“응.”최의현은 순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집안이 시끌벅적하겠구나, 임유희에 현채영까지.”술을 한 모금 마신 온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룸을 예약하지 않고 밖에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며칠 후면 지찬이네 아들 생일인데 갈 거야?”온유한은 양복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최의현에게 건넸다.안에는 순금에 보석을 박은 금 자물쇠가 들어있었다. 뭘 선물해야 좋을지 몰라 비싼 것으로 선택했다.선물을 받은 최의현이 물었다.“안 갈 거야? 지아가 올지도 모르는데.”술을 마시던 온유한은 한참 뒤에야 말했다.“안 가.”최의현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너 설마 진짜로 현채영과 그런 사이야? 일부러 네 엄마 화나게 하기 위해 만나는 줄 알았는데... 아니,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데?”온유한은 술을 한 모금 더 마신 후 말했다.“지아와 진작 헤어졌고 강씨 가문과도 인연을 끊었는데 내가 가서 뭐해?”“너 이 자식...”최의현은 당장이라도 욕설을 내뱉을 기세였다.“너 그냥 화가 나서 이러는 거지?”온유한이 피식 웃었다.“서원준과 약혼하면 내가 큰 선물 보낼게.”“너 정말 미쳤구나.”최이현이 한마디 했다.두 사람은 적당히 마신 후, 에이프릴 홀에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아직 열한 시가 되지 않았다.최의현은 약혼녀의 전화를 받고 먼저 가버렸고 온유한은 차 열쇠를 운전 기사에게 건넸다.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눈을 감은 온유한은 집만 생각하면 짜증이 났다.“오늘은 집에 가고 싶지 않아요.”운전 기사는 백미러로 그를 힐끗 쳐다본 뒤 말했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5화

    현채영은 두 손가락으로 카드를 집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어머님, 카드 안에 얼마 있는데요?”“20억.”현채영이 입을 삐죽거리자 최신애가 냉소를 지었다.“왜 적어? 네 집에 20억은커녕 2천만 원이라도 있긴 해?”현채영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머님, 제가 바보 같아 보이나요? 유한 씨에게 시집오면 온씨 가문 사업이 모두 내 것이 될 텐데 고작 20억으로 유한 씨를 포기하라고요?”그러자 최신애가 현채영에게 삿대질하며 말했다.“유한이에게 시집가고 싶어? 꿈 깨! 눈치가 있으면 돈 들고 꺼져.”현채영은 카드를 최신애 앞으로 밀며 말했다.“제가 나갈지 말지는 어머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유한 씨가 결정하는 거예요.”“너!”이때 마침 현채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은 현채영은 전화기 너머의 사람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 대표님이시네요? 오랜만이에요. 오 대표님... 생각이요? 당연히 했죠. 너무 보고 싶어요... 저녁이요? 알겠어요. 그럼 저녁에 뵐게요.”최신애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너! 너 다른 남자와 노닥거리는 걸 유한이 알아?”현채영이 웃으며 말했다.“어머님, 유한 씨는 당연히 모르죠. 하지만 오 대표님은 그저 친구일 뿐이에요. 오랜만이라 만나서 술 한잔 마시는 거니까 유한 씨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예요.”이런 여자를 온유한이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집으려 데려왔다니! 최신애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정말 가문이 망하는 꼴을 보고 싶어 환장했나...“너 이거, 이거...”화가 난 최신애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말도 잇지 못했다.“유한이에게 네 민낯을 똑똑히 알리고 말 거야. 널 내쫓게 할 거야.”그 말에도 현채영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대꾸했다.“말하세요. 유한 오빠가 어머님을 믿을까요. 아니면 저를 믿을까요?”최신애는 말문이 막혔다.오후에 꿀잠을 잔 현채영은 온유한이 퇴근하기 전에 메이크업을 하고 집을 나섰다.온유한이 돌아오자마자 최신애는 바로 가서 고자질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4화

    최신애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열받아 죽겠네. 유한이가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조금 전에 한 말 무슨 뜻이야? 밖에서 현채영과 자고 오겠다는 얘기야?”임유희는 심장이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첫 만남 때 절친이 힘을 내라고 북돋우는 데 용기를 얻어 그에게 다가가 연락처를 물었지만 그는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여자친구가 있어요.”그때 강지아가 너무 부러웠다.지금의 온유한은 더 이상 그녀를 설레게 했던 온유한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물러설 수는 없었다.“어머님, 아니면 저 그냥 집에 갈게요. 제가 여기 있어 봤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오히려 유한 오빠를 더 화나게 하는 것 같아요.”“안돼. 네가 가면 저 여자가 더 함부로 나댈 거야. 내일부터 출근이잖아. 운전 기사에게도 얘기했으니 앞으로 네 출퇴근 픽업을 책임질 거야. 퇴근하자마자 집에 와. 저런 여자와 넌 달라. 넌 네 할 일만 해. 나머지는 나에게 맡기고.”이 말에 임유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날 밤 온유한과 현채영은 진짜로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정오에야 얼굴을 비쳤다.그 모습을 본 최신애는 현채영에게 눈을 희번덕인 뒤 온유한을 향해 말했다.“유한아, 오늘 평일인데 병원에 안 가봐도 돼? 넌 어중이떠중이들과 달라. 앞으로 온씨 가문 사업을 물려받아야 하는 사람이야.”그러자 현채영이 온유한의 팔짱을 끼며 웃었다.“어머님, 유한 씨를 잘 모르시나 봐요. 어제 저녁에 간 석식 자리가 평범한 술자리는 아니에요. 단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밖에서 하룻밤 묵은 것뿐이에요. 알다시피 저와 유한 씨 다 성인이고 집에서는 좀 불편한 것도 있어서.”그 말에 최신애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무슨 뜻이지? 아들이 이 천한 년과 잤다는 뜻인가?이제 서른다섯 살이나 먹은 온유한인지라 이런 것들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3년 전에 임유희도 건드리지 않았고 아마 강지아도 건드리지 않았을 것으로 최신애는 짐작했다.그런데 이 뻔뻔한 천한 년과 잤다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883화

    다행히 주방에서 매일 죽을 끓였기에 현채영의 앞에 죽 한 그릇이 놓여졌다.그러나 한 입 맛본 현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맛이 이상해요. 음식 재료를 안 좋은 거 쓰신 거 아니에요?”화가 난 최신애는 테이블을 탁 하고 쳤다.“먹기 싫으면 먹지 마! 여기가 네 집인 줄 알아? 교양이 하나도 없네!”최신애의 이런 모습에도 현채영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어머님이 안 좋은 거 드실까 봐 걱정돼서 그러죠. 어떤 사람들은 안 좋은 물건을 좋은 것이라고 속여서 팔아요. 먹는 음식은 자기가 즐겨 먹는 음식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 자체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말을 마친 현채영은 죽을 내려놓으며 옆에 있는 하인을 향해 말했다.“집에 두유 있나요? 없으면 따뜻한 우유 한 잔 주세요.”성격이 좋은 온혁진도 자리가 가시방석이라 밥을 먹자마자 출근했다.최신애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임유희 앞인지라 뭐라고 말하지 못했다.두유와 찐만두 두 개를 먹은 현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온유한에게 말했다.“어젯밤 늦게 자서 난 조금만 더 잘게. 안 그러면 피부가 안 좋아져.”그 말에 온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마디 했다.“방 앞까지 데려다줄게.”“어머님, 유희 씨, 그럼 전 먼저 일어날게요.”현채영은 온유한의 팔짱을 끼며 한마디 인사하고는 온유한과 같이 자리를 떴다.그 모습에 화가 난 최신애는 옆에 있는 임유희를 다독이며 말했다.“너무해! 유한이가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그러는 것이니 넌 신경 쓰지 마.”임유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그런데 어머님, 유한 오빠가 저를 점점 더 차갑게 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최신애도 한숨을 내쉬었다.“3년 전 그날, 너희 둘이 진짜로 잤더라면 좋았을 텐데… 유한이가 어떤 애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때 강지아가 아무리 좋아도 널 건드린 이상 분명 책임지려 했을 거야.”사실 그 일은 임유희에게 언급하기조차 싫은 인생의 오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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