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이 강씨 가문과 협력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전씨 가문은 확실히 강씨 가문과 깊은 협력이 있었다.강씨 가문이 이미 여론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졌지만 여전히 전씨 가문의 라이브 방송 플랫폼을 인수할 수 있다는 것은 이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전태연 또한 그 두 여자가 말을 잘못한다는 것에 매우 화가 났다. 정유진을 모욕하려면 정유진만 모욕하면 될 것이지 왜 강씨 가문을 거들먹거리는 것인가?하지만 결국 그 두 사람은 그녀의 편이었고, 그녀는 지금 당장이라도 화를 낼 수 있었다.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정유진 씨, 저희 앞에서 연기하지 마세요. 강 대표님이랑 같이 살지 않잖아요.”가십걸들은 깜짝 놀랐다.“결혼이 가짜라고요?”“다이아몬드 반지 역시 가짜인 건 아니죠?”“너 바보야? 강 대표가 가짜 다이아 반지를 사겠어? 다이아 반지는 진짜일 텐데 혹시 누가 잠깐 착용만 해보고 다시 돌려준 건 아닌가 모르겠네. 내 말이, 혹시 강씨 집안 부인이라면 어떻게 백화점 옷을 입고 오겠어?”정유진은 살짝 웃었다. 그렇지, 그 다이아몬드 반지는 정말 잠시만 끼고 있었지.“백화점 옷이 뭐가 어때서요?”갑자기 강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시언니는 포댓자루를 입고도 맞춤 제작 옷을 입은 사람들보다 만 배는 더 멋져 보이는데요.”여성들은 고개를 돌렸지만 강지아뿐만 아니라 강지찬도 보았다.한동안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정유진도 얼어붙었다. 너무 바빠서 못 온다고 하지 않았었나?이때 한규진이 친구 몇을 데리고 왔다."무슨 일이에요? 와, 형수님도 왔어요?" 이 남자는 법정에서의 염라대왕 같은 무정한 얼굴을 바꾸고는 지금은 쾌락만을 향수하는 바람쟁이 같은 얼굴이었다.전태연과 다른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강지천은 재킷을 벗어 정유진에게 입혀주며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먼저 화장실에 가서 씻고 와. 임우연이 바로 옷을 갖다줄 거야."정유진은 어리둥절하게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씻었다.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었는데, 안에 아무도 없어서 강지천
임우연은 지난번 강지찬이 정유진을 위해 만든 맞춤 제작 드레스 한 벌을 가져왔다.강지찬은 탈의실에 들어가지 않은 채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드레스를 건네주며 말했다.“밖에서 기다릴게.”정유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괜히 오해를 해서 속 좁아 보였다.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온 그는 창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강지찬을 보았다.남자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있었고, 담배 연기에 비친 뒷모습은 약간 쓸쓸해보였다.정유진은 아직 그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항상 강지찬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최근 회사에서 발생한 일이 그를 정말 지치게 한 것 같았다.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먼저 꺼내 꽁초를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 후 뒤돌아보았다.드레스는 은빛과 회색이 감돌고 가슴과 밑단에 은색 실로 수작업으로 수놓았다.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정유진을 마치 여왕처럼 빛나게 만들었다.오늘은 단지 한규진의 생일이라 이 드레스는 분에 넘치는 듯했다.하지만 강 대표는 너무도 만족스러웠다..“주문한 드레스를 전부 갖다주라고 할게.”강지찬은 한 걸음 앞장서서 정유진의 손을 잡고 다시 인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정유진도 두 사람이 맞잡고 있는 손을 보고는 살짝 얼어붙었다.그녀는 강지찬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만 해도 몇천만 원을 넘을 것이다. 감히 그녀가 넘볼 수 있는 드레스가 아니었다.물론 그녀는 백화점에서 산 몇백만 원의 드레스가 쪽팔린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이 그녀가 이후에 이런 행사에 자주 참여하려면 이런 고급스러운 전투복이 없이는 안 됐다.그리고 이런 맞춤 제작 드레스의 경우, 돈을 지불하더라도 디자이너에게 맞춤 제작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다. 클럽 밖에서, 전태연과 다른 사람들은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렇게 쫓겨나니 전태연은 체면이 없었다. 전태연은 한 번도 이런 억울한 경우를 당해본 적이 없었다.
고세연의 번호는 지난번 강씨 가문의 본가에 갔을 때 저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그때 딱 한 번 만났을 뿐이었다.당시 먼저 연락처를 교환한 것은 고세연이었다. 전태연은 이 여자와 교집점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고세연 맞은편에 앉았는데, 얼굴에는 여전히 어둠이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전 양, 아직도 저를 기억하시나요?” 고세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전태연의 태도는 다소 냉담했다. “무슨 일인데요. 말씀하세요.”전태연의 멸시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고세연은 은근히 그것을 싫어했다.고세연이 서울의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시절, 전태연 이 꼬맹이는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그녀는 강홍식과 강제로 결혼한 후에야 이름을 날렸다. 근데 지금 전태연이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있을 줄이야.고세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얘기했다.“전 양, 방금 규진 도련님의 생일 파티에서 돌아오는 길이시죠. 저희 지찬이 봤어요?”전태연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저희 지찬이요? 당신이 뭔데요?”고세연은 화를 내는 대신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저든 강씨 가문과 결혼했으니 적어도 영감이 살아있는 한, 저를 건드릴 사람은 없습니다. 전 양, 당신은요?”전태연의 안색이 확 변했다.“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저는 당신의 헛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어요.”고세연이 말했다.“전 양이 저희 지찬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저 역시 전 양이 지찬이와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됩니다.”전태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날 돕고 싶다는 말이에요?”고세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도 알잖아요. 영감도 이젠 나이가 들어서 저도 반드시 동맹을 찾아야 강씨 집안에서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정유진과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어요.”전태연의 가슴이 설레었다.한규진의 생일 파티는 아주 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정유진은 오래 있지 않았다.강지찬은 그녀를 지엘 별장으로 데려다주는 길에 서로 아무런 말도 없었다.
회사의 기자간담회는 성공적으로 끝났고 정유진도 아름다운 배경으로서 완벽한 역할을 했다.간담회가 끝난 후 강지찬은 정유진을 데리고 사무실로 돌아왔다.정유진은 그가 간담회에서 한 말을 생각하며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이 모든 일의 배후가 누구인지 이미 말고 있는 거죠?”강지찬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매우 깊었고, 아무도 그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가 누구를 암시하는지 이해했다.과거에 강지현을 언급하면 항상 강지찬이 짜증을 내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곤 해서 정유진은 그가 또 화를 낼 것이라 생각했다.그런데 이번에 강지찬은 화를 내지 않고 매우 평온했다.“아직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강지찬이 말했다.강지찬이 이렇게 큰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는 것이다.그의 신중한 행동 스타일로 미루어 볼 때, 강지찬은 이 문제가 끝까지 조사되더라도 강지현에 대한 조사까지는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과거에 그는 강지현을 과소평가했다.그가 강지찬의 눈 밑에서 성원이라는 큰 회사를 키워냈다는 것만 봐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었다.기자 간담회 후, 인터넷에서 강씨 가문의 회사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이 많이 줄었고 대부분의 네티즌도 강씨 가문이 다른 사람의 모함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후에 회사가 일련의 홍보 수단을 쓰고 부동산 매출은 현저히 좋아지는 추세를 보였다.정유진은 이 일을 통해 강씨 가문의 회사가 견뎌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지난번에 한규진의 생일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의 연락처를 추가했지만 다들 별 소식이 없었다.지난 이틀 동안 사람들이 하나둘씩 시간 날 때 차라도 한잔하자면서 약속을 잡고 파티에 요청하기 시작했다.이것은 회사의 위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이 시간 동안 정유진은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여러 학술 교류에 참여하는 등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또 국내에서 열린 주택 디자인 공모전에 초대되어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소미는 매우 놀라워
아직 9시도 안 되었고 저녁 식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유진은 강지찬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었다.3일 정도 출장을 갔다 오니 집에 아무것도 없어서 강지찬에게 정말 물을 한 병 건네주었다.최근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평화로웠고, 정유진도 그와 딱딱한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다.만약 계속 이렇게 서로 소통을 잘 한다면 언젠가는 이 사람도 생각을 마치고 그녀와 이혼을 하지 않을까?"몇 가지 요리 주문할게요. 뭐 먹을래요?"강지찬의 시선이 그녀의 목을 훑어보았다.상처는 흉터 없이 완전히 아물었다."장종현이 이미 시켰어. 바로 배송될 거야."알고 보니 그는 물을 마시러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 저녁 식사가 도착했다.강지찬은 평소처럼 테이블의 메인 자리를 차지하고 태연하게 식사를 시작했다."다음 주에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되니까, 업무에 복귀하도록.""이미 다 처리한 건가요?"강지찬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이 두 프로젝트는 내가 이길 건이 뻔해.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아직 수사하고 있어."이는 이전의 온라인 여론에 휩싸였던 사건이 일단락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강지찬은 식사를 마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청예로의 가로등은 말썽꾸러기 아이들에 의해 또 부서져서 등불 2개만 끈질기게 반짝거리고 있었다.여기 주변은 오래된 동네인데 어제 비가 와서 움푹 팬 도로에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한빈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차에서 내려 물웅덩이에 발을 디뎌 비싼 가죽 신발이 젖었다.“젠장, 이런 쓰레기 같은 곳이 있다니!”저주를 퍼부으며 그는 다시 차 문을 닫았다.볼캡을 쓴 남자가 골목에서 뛰어나왔다. 그 남자는 키가 크지 않았고, 구부정한 자세로 한빈보다 한 뼘 정도 작은 키로 서 있었다.“너 미친 거 아니야! 용산으로 오다니!”한빈은 얼굴에 혐오감이 가득 찬 채 분노에 찬 저주를 퍼부었다.볼캡을 쓴 사람은 원숭이처럼 생겨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사실 저는 용산 사람이고 바로 이 뒤에 살아요. 한
한빈은 바로 상록수 별장으로 갔다.강지현이 집에서 리모컨으로 문을 열어주고 한빈은 차를 밖에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갔다.별장 전체에 소리가 하나도 나지 않고 거실 불만 밝혀져 있었다.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강지현은 여전히 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고, 머리도 단정했다. “강 대표님, 저 방금 마유구씨를 만나러 갔습니다.”강지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한빈은 감히 앉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마유규?”한빈은 마유구의 음란한 얼굴만 떠올리면 토할 것 같았다.“전에 연락했던 물타기 조직 두목인데, 그 애가 뒤에서 몰래 뒷조사를 하고 있었고 찾아왔습니다.”강지현은 마유구가 누군지 알아낼 기분이 아니었고, 그저 담담하게 앉으라고 했다.그제야 한빈은 자리에 앉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조금 놀랐다.강지현의 집에 처음 와본 그는 강지현이 실제로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한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경찰 측에서 아직 수사 중이니 머지않아 진준수까지 수사망을 좁혀 올 것입니다. 비록 해외에 있지만 강지찬 측에서 진준수를 끝까지 추적할 것 같습니다.” K그룹의 전 재무 책임자였던 진준수는 강지찬이 직접 감옥에 보냈다.강지현은 물을 끓여 한빈에게 한 컵 따라주었다.“진준수 쪽은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 준비해 놓았으니까요. 당신이 말하는 마유구가 다루기 어렵다면 입 다물게 할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한빈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강지현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강지현은 금색으로 된 테두리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잘생기고 또한 고급스러워 보였다.한빈은 상록수에서 나온 후 핸들을 너무 꽉 쥔 탓에 등줄기에 한기가 흐르는 것을 깨달았다.집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시간이었는데, 마침 위층에서 물 한 잔을 들고 있던 메마른 그림자가 그를 보고 깜짝 놀라 도망치듯 1층의 계단 칸으로 숨었다.한빈은 화가 난 표정이었고, 마유구를 생각하니 더욱 짜증이 났다.위층에서 소희는 마스크 팩을 하느라 얼굴에 검은색 팩을 바르고 있었다
정유진은 요즘 일찍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는 일이 많아졌다. 연우 인테리어의 업무의 질도 더욱 향상되어 더 이상 온라인 주문을 받지 않아도 고객이 직접 찾아올 수 있게 되었다.K그룹 측은 입찰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특히 정유진 측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었다.이날은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정유진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얼핏 보니 발신자 표시창에 강지현이 표시되어 있었다.그녀는 무시했다. 그러나 강지현이 곧바로 메세지를 또 보내왔다.‘연우를 데려왔어요.’그녀는 한참 동안 메시지를 응시하고 1분 동안 얼어붙은 채로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가 무슨 뜻인지 반응하지 못했다.강지현이 연우와 다른 사람들을 데려왔다고?정유진은 혼란에 빠졌다.요즘 너무 바빠서 부모님과 통화하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강지현이 그들을 데려왔다고?정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자료를 정리한 후, 대표인 강지찬에게 한마디 말도 건넬 겨를도 없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일제히 강지찬을 바라보았다.강지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뭘 멈춰요? 계속해요!”회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계속되었다.그녀는 무려 회사의 사모님이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당연했다.강지찬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는 방금 전 정유진이 허둥지둥하던 것을 분명히 보았다.무슨 문제가 생겼나 보다.강지찬은 옆에서 임우연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임우연 휴대폰을 들고 준비를 하러 나갔다. 정유진은 차에 올라타서 강지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상대방은 즉시 전화를 받았다. 강지현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하게 들렸다. “유진 씨, 아직 이동 중입니다. 지엘 별장으로 바로 모셔다드릴 테니 서두르지 말고 만나서 얘기하죠.”정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전화를 끊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 강지현과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그녀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마당에서 계속 기다렸다. 10
이명자는 건강이 좋지 않고 심장 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조기 은퇴를 하곤 했다.정유진은 감히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서둘러 인터넷에서 전문의를 예약하여 종합 검사를 받을 생각이었다.“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너무 상쾌하더라.” 이명자가 말했다.노부부는 연우를 위층과 아래층을 왔다 갔다 하며 둘러보고 새집에 매우 만족했다. 이명자의 얼굴도 불그스레하며 혈기가 좋아 보였다.그녀는 피곤하지도 않은지 정명학과 함께 쇼핑을 나갔다. 장을 봐서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는 생각이었다. 강지현도 남아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정유진도 그들을 막을 수 없어서 그냥 보내주었다.그녀는 강지현에게 인사도 마저 못 한 채 연우를 데리고 목욕을 하러 갔다. 두 모녀는 방에서 한참을 투덕거렸다.목욕 후 연우는 눈이 더 또렷해지고 똑똑해 보였다. “엄마, 엄마가 자란 도시는 정말 아름다웠어요. 저도 너무 좋았어요.”정유진은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속으로 너무 만족스러웠다.“앞으로 다시는 엄마랑 연우가 떨어질 일이 없을 거야. 기쁘지?”“기뻐요!” 연우는 말을 하며 올라서서 정유진의 얼굴에 연달이 뽀뽀를 했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너무 보고 싶어서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서 살도 빠졌어요.”정유진은 자기가 없는 대신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동통하게 키워놓은 연우의 얼굴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이 아이의 말솜씨는 참 누구를 많이 닮은 것 같았다. 이를 생각하니 정유진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이때 강지찬은 막 회의를 마친 상태였고, 장형준은 그의 뒤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 보고했다. “대표님, 사모님은 집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강지찬은 차가운 눈빛으로 훑었다.“사모님이 집으로 가시고 둘째 도련님도 바로 따라갔습니다. 아직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참, 사모님의 부모님도 귀국하셨습니다.”“뭐라고?”강지찬은 얼어붙었다.장형준은 휴대폰을 가져왔다.“제 부하들이 찍은 사진입니다. 한 노부부가 사모님 집에서 나오는데, 제가 보기
식탁 위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색했다.최신애는 강지아에게 많이 먹으라고 말하며 계속 반찬을 얹어 주었다.앞에 있는 접시는 가득 찼지만 강지아는 최신애가 짚어 준 반찬을 한 입도 먹지 않은 채 먹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집어 먹었다.최신애의 얼굴은 잔뜩 어두워졌다.온혁진이 기침을 하며 강지찬과 강씨 가문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오빠 회사 일은 잘 몰라요. 제가 관여할 일도 없고요.”강지아는 온혁진의 물음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거절했다.“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오빠한테 물어보세요.”식사를 마친 뒤 강지아는 전화를 받고 나갔다.그녀는 온유한에게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고 직접 운전해서 갔다.밖에서 차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최신애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아, 지아는 대체 무슨 뜻이야?”핸드폰을 들고 흉부외과 팀의 온라인 수술 토론을 보고 있던 온유한은 최신애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지아가 뭘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묻지도 마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마시고요.”강지아는 화령과 술을 마시러 나갔다.화령의 기분이 좋지 않아 두 사람은 오늘 에이프릴 홀에서 방 하나를 빌려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미안해, 온씨 저택으로 들어간 첫날 밤인데 내가 불러냈네. 온 대표님이 화내겠다?”“그 사람 기분 따위 상관 안 해.”강지아가 소파에 편안히 누우며 말했다.“무슨 일인데? 최금성이 왜 또?”“별거 아니야.”화령이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최금성의 소울메이트가 돌아왔어. 지금 밖에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을 거야.”“소울메이트?”강지아는 깜짝 놀랐다.“유주?”화령이 물었다.“너도 알아?”강지아가 일어나 앉으며 혀를 찼다.“골치 아프게 됐네.”그 말에 화령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왜 골치 아픈데, 정확히 얘기해봐.”술을 마실 마음이 싹 사라진 강지아는 화령보다 더 초조해 보였다.“왜 돌아왔대? 오랫동안 밖에 있다가 갑자기 돌아온 이유가 뭐야?”화령은 더욱 초조해졌다.“대체 왜 그러는 건데? 유주라는 여자, 대체
온혁진과 최신애는 마당에 서서 강지아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지아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는 것이었다.최신애의 미소는 눈으로 보기에도 어색했다.가장인 온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우리는 한 가족이야. 지아야, 필요한 게 있으면 네 아주... 네 어머니에게 말해.”최신애도 말했다.“그래, 그래. 얼른 방에 가서 마음에 드는지 봐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줄게.”고개를 끄덕인 강지아는 열려 있는 문을 바라보며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최신애가 유난히 열정적으로 말했다.“지아야, 먼저 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 조금 이따가 저녁 식사 준비할게. 오늘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음식만 준비하라고 했어.”강지아는 깜짝 놀랐다.“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세요?”“당연히 기억하지.”최신애가 약간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키웠는데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모를 리가 있겠니? 너는 매운 걸 싫어했어, 어릴 때 실수로 고추를 먹으면 한참을 울었어. 네 엄마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지, 그 매운맛이 가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어.”“그걸 기억하시네요.”강지아가 말했다.간단한 몇 마디였고 특별히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최신애는 왠지 얼굴이 화끈거렸다.문을 들어서자 강지아는 긴장을 풀었다.이곳에 결국 들어오게 되다니... 평생 다시는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하지만 옛말대로 매듭은 매듭을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나는 게스트 룸에 있을게요.”강지아의 말에 최신애와 온혁진은 깜짝 놀랐다.“아, 아니. 네가 게스트 룸에 있으면 안 되지...”온유한이 말했다.“2층 방 좀 정리해 주세요.”게스트 룸이 2층에 있었기에 온유한은 당연히 그녀와 한 층에 있고 싶었다.강지아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최신애는 즉시 사람들을 시켜 2층에 있던 온유한 방 옆의 방을 강지아의 취향에 맞게 정리했다. 창고에 물건이 많았지만 하인들이 함께 움직여 30분 만에 강지아에게 아름답고 아늑한 방을 만들어줬다.강지아가 세수를 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
연우의 생일 파티에는 강씨 가문의 친지들이 많이 참석했기에 강지아는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한동안 응대를 해야 했다.화장실에 가서 화장을 고친 뒤 손을 씻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꽉 잡았다.“누구야, 놔!”깜짝 놀란 강지아가 발로 그 사람을 밟으려 했다.이것은 장형준에게 배운 호신술이었다. 하이힐로 상대방의 발을 밟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호신술이었다.하지만 하이힐로 밟기 전에 강지아를 안고 있는 사람이 그녀의 귀에 대고 말했다.“나야.”온유한이였다.강지아는 움직이지 않았고 소리도 내지 않았다.온유한의 품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익숙했다.그에게 꽉 안겨 귀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는 한 번 또 한 번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다.이제는 그가 두렵지 않다.하지만 완전히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렸으며 몸은 본능적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예전처럼 그를 보자마자 떨리는 것은 아니었다.“내 생각 안 했어? 지아야?”온유한의 물음에 강지아는 매우 평온하게 말했다.“생각했어.”그 대답에 온유한이 오히려 놀랐다.강지아가 놓아달라는 듯 온유한을 밀어내자 온유한도 그녀의 뜻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강지아가 말했다.“오늘 저녁에는 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 내일 오후에 데리러 와. 같이 온씨 저택으로 가자.”온유한은 또 한 번 놀랐다.“지아야,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니?”“알아, 우리 결혼했잖아. 같이 온씨 저택에 돌아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쉽게 한 말 같지만 당연하지 않다...온유한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는 온씨 저택에 갈 필요 없어. 우리 그냥 서울 캐슬에 살자. 그 집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거기서 살면 편할 거야.”“아니, 온씨 저택으로 들어갈 거야.”강지아가 단호하게 말했다.강지아가 집에 들어와 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최신애는 마음속으로 거부감을 느꼈다.이제 강지아와 그녀의 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한
“온씨 가문이 정말 예전 같지 않아, 작년에 많은 일이 일어나면서 태안 그룹의 평판도 영향을 받았지.”“그건 다 최신애가 자초한 일이야, 이제는 강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아부하려고 하지만 강지아가 어디 쳐다보기라도 해?”“강 대표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온씨 가문에게는 정말 잘해주네. 최신애가 예전에 강지아에게 어떻게 했는지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끔 귀에 들려오자 얼굴이 빨개진 최신애는 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다.강지아도 몇 마디 들었지만 그냥 무시해 버렸다.“조카딸 생일 때문에 잠깐 돌아온 거야? 아니면 더는 안 나가는 거야?”화령의 물음에 강지아가 미소를 지었다.“내가 마치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하네.”“그래, 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아. 그냥 피하러 다니는 거지.”서원준이 다가오자 화령이 웃으며 말했다.“한 번 나가면 두 명 다 피할 수 있구나.”서원준은 여전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다.“돌아왔어?”“응, 돌아왔어.”강지아가 동하민을 향해 손을 내젓자 동하민이 그녀의 가방을 가져왔다.화령이 농담으로 한마디 던졌다.“우리 강씨 가문의 아가씨가 선물 주는 버릇은 고치지 못했나 봐.”서원준도 웃었다.“나한테도 줄 선물이 있나 보네.”말투에는 비꼬는 기색이 없었다. 이미 마음을 놓은 건지 아니면 일부러 가볍게 보이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강지아는 이번에 브로치 선물을 준비했다. 남자 것과 여자 것은 당연히 달랐지만 모두 예뻤고 값비싼 것들이었다.“또 도매한 거야? 정성이 없네.”화령은 겉으로는 비난했지만 이미 브로치를 들고 가슴에 대어 보고 있었다. 입과 몸이 따로 노는 게 특징인가 보다.강지아가 말했다.“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바빴는지 너도 알잖아.”화령이 콧방귀를 뀌었다.“바쁘겠지, 펀과 함께 전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그래도 브로치가 내 미모와 잘 어울리니까 마음에 드네, 고마워.”말을 마친 화령은 선물과 잔을 들고 알아서 자리
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의 가족 모임에 강홍식과 고세연은 초대받지 못했기에 참석하지 않았다.본가로 돌아오자 강홍식이 마당에 서서 강지찬과 강지아를 불효자식이라고 욕했지만 둘 다 아버지를 무시했다.강지아는 바로 자기 집 마당으로 돌아갔다.정유진은 강지아가 결혼식 날 왜 모른 척했는지 물어볼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내내 강지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지아가 걱정돼.”강지찬은 아내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어. 본인도 속으로 알고 있을 거야. 서원준과 결혼하는 것보다 온유한과 결혼하는 게 낫다는 걸.”사실 강지아는 지금 서원준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무고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그날 밤, 강지아는 화령과 동하민을 데리고 해외로 패션쇼를 보러 떠났다.에이프릴 홀.술을 좀 많이 마신 최의현은 옆에 있는 온유한의 어깨를 탁탁 치며 말했다.“친구야, 우리랑 술 마신 지 얼마나 됐지? 너 벌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온유한이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술을 한 모금 마신 뒤 한 잔을 따라 강지찬을 향해 들었다.“지찬아, 내 잔도 받아줘.”강지찬은 온유한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나서야 잔을 들고 멀리서 살짝 부딪혔다.강씨 가문과 온씨 가문은 이렇게 화해했다.온씨 집안.최신애가 매우 불쾌해하며 거실에 앉아 한숨을 쉬자 신문을 보던 온혁진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졸리면 자러 들어가, 아들이 오늘 늦게 들어올 거야. 기다릴 필요 없어.”최신애는 또 한숨을 쉰 후 말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남들은 며느리를 들이면 기뻐서 날뛰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요? 며느리에게 차 한 잔도 못 얻어 마시고 조상님보다 더 조상님 대접을 해줘야 하잖아요.”온혁진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구를 탓하겠어? 당신이 불평할 자격이 있어? 경고하는데 이런 말 아들 앞에서 하지 마. 지아가 온씨 가문의 문턱도 안 들어오겠다고 해도, 평생 우리를 부모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은 아무 말도 할 자격이
강지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온유한을 잔뜩 경계하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온유한은 쟁반을 둥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미소를 지었다.“지금 먹기 딱 좋으니까 얼른 와서 먹어.”온유한의 모습은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떨어져 있던 3년의 시간이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강지아는 배가 고팠지만 가까이 가지 않았다.“알았어.”온유한은 항복하는 듯 말했다.“와서 밥 먹어, 나는 잘게.”말을 마친 온유한은 옆방 침실로 들어갔다.강지아는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집이 완전히 그녀의 취향에 맞게 꾸며져 있다면 충전기도 그녀가 평소에 두던 곳에 있을 것이다.테이블 아래 서랍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충전기가 그 안에 있었다.밥을 먹은 뒤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강지아는 옷장을 열자마자 깜짝 놀랐다.옷장 안의 옷마저 그녀의 옷장에 있는 것들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이었다.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운 강지아는 잠들지 못할 줄 알았으나 새벽까지 깊이 잠들었다.천장을 바라본 강지아는 무력감이 들면서도 이런 자신이 믿기지 않았다.아래층 거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는 온유한은 여전히 여유로운 모습이었다.조금이나마 덜 위험한 모습을 보이면 강지아의 경계심도 조금은 풀어지게 될 것이다.발걸음 소리를 들은 온유한은 신문을 가지런히 접어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아침 식사 준비됐어, 어서 와서 먹자.”말을 마친 뒤 주방으로 가서 밥과 반찬을 차렸다.집안일을 하는 온유한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아마도 잘생긴 남자는 무슨 일을 해도 멋져 보이는 법인가 보다.“얼른 와, 맛이 괜찮을 거야.”온유한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강지아는 순간 깨달았다. 이 집에 하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면 어제 저녁 식사와 오늘 아침 식사도 온유한이 준비한 것일까?마음이 너무 닫힌 탓인지 이에 대해서도 전혀 감동을 하지 못했다.감동은커녕 마음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안 먹을 거야, 좀 이따
결혼식 연회는 계속되었지만 결혼식이 아니라 친지 친구들 간의 대형 모임으로 변했다.강지찬은 받은 축의금은 모두 돌려줄 것이며 오늘 이 자리에 온 하객들은 맘 편히 먹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강지찬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장형준이 와서 보고했다.“대표님, 서원준 씨가 돌아왔습니다.”밖에 있는 서원준은 손에 있던 외투도 어디로 갔는지 없어졌고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입고 있던 셔츠도 헐렁해졌다.입구의 테이블에서 술병을 하나 집어 들고는 바닥에 쏟으며 안으로 걸어 들어온 그는 강지찬 앞에 다가와 술병을 위로 집어 들었다.장형준은 서원준이 혹시라도 폭력을 쓸까 봐 재빨리 강지찬 앞을 가로막았다.강지찬은 장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비키라고 했다.“왜?”강지찬이 술병을 바라보며 묻자 서원준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진작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날만 기다린 거예요?”강지찬은 솔직하게 말했다.“응, 예상했어.”“그래요, 그렇군요.”서원준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술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강지찬에게 폭력을 쓰지 않았다.술병의 술을 다 마신 후, 그는 서연희를 데리고 호텔을 떠났다.성대한 결혼식이었지만 남자 측의 친지와 회사 동료들을 합쳐도 두 테이블밖에 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두 모자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원준은 서연희를 집까지 바래다주었다.마당은 강지아가 전에 개조해 조금 변화가 있었다. 풀들이 제각각 자라던 마당이 강지아 덕분에 많이 질서정연해졌다.가을이 되었음에도 꽃들이 여전히 만발해 있었다.“지아가... 이제는 오지 않겠지?”서원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자기 어머니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 주었다.서연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아들아, 지아의 오빠를 원망하지 마라. 오늘 이런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야.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 지아의 마음속에 네가 없다는 것을.”한참 후, 서원준이 말했다.“알아.”주위 인테리어가 너무 익숙했던
온유한이 강지아를 거실 한가운데에 앉히자 강지아는 순간 멍해졌다.이 집은 온유한이 현채영에게 사 준 집이 아니었던가? 왜...“강지아 씨가 이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낄 거라고 유한 씨가 그랬어요. 여기 있는 모든 물건들도 유한 씨가 직접 하나하나 주문 제작한 거고요. 어떤 물건들은 해외에서 들여온 거예요. 강지아 씨가 산 것과 같은 제품이에요. 온유한 씨가 겨우 찾아낸 거예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지아 씨가 이 집의 주인이에요. 나는 그냥 온유한 씨가 고용한 연기자일 뿐이에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연이 될 거예요.”강지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두 사람, 그런 사이 아니었어요...?”“아니에요.”현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온유한 씨의 마음속에 여자는 항상 강지아 씨뿐이에요. 이건 의심할 필요 없어요.”현채영은 프로페셔널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고 조용히 물러났다.집이 아주 넓었지만 강지아는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았다.“지아야, 마음에 들어?”온유한이 다시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강지아는 그 손을 뿌리쳤다.“내가 감동할 거라고 생각해? 감동하고 그다음에 같이 잘 살 거라고 생각해? 온유한, 인생이 장난이야?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모든 일이 쉽게 넘어갈 것 같아?”강지아는 돌아서서 걸어 나갔다.자리에 서 있는 온유한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리모컨을 눌렀다. 이내 열려 있던 대문이 서서히 닫혔다.“뭐 하는 거야? 나를 가두려고? 이것도 우리 오빠에게서 배운 거야?”강지아가 비웃으며 말하자 온유한은 다시 문을 열더니 그녀가 입고 있는 웨딩드레스를 가리켰다.“정말 그런 차림으로 강씨 본가에 돌아갈 거야? 그리고 지찬이와 형수님은 아직 호텔에 있어. 지아야, 일단 위층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한 다음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강지아는 그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당장 오빠와 형수를 만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에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 위층이라고 해도 저택의 집과 똑같았기에 강지
“알았어! 그래! 내가 꺼질게! 강지아, 분명 나를 찾아와서 울 날이 있을 거야.”분노에 가득 찬 서원준은 외투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초라한 얼굴로 옷을 들고 사라졌다.강지아가 이제 막 숨을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나를 방어하는 건 내가 혹시라도 서원준에게 해를 끼칠까 봐서야?”온유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강지아는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지아야, 네 마음속에 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네.”강지아는 냉정한 얼굴로 온유한을 바라보았다.“그렇지 않아?”그러고는 온유한의 손을 뿌리치고 웨딩드레스를 들고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걷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녀를 안아 들었다.“온유한, 뭐 하는 거야?”온유한은 그녀를 차 안에 앉혔다.차는 다시 출발했고 이번만큼은 온유한도 신호위반을 하지 않고 조용히 운전했다.하지만 차는 명도 빌딩이나 강씨 혹은 온씨 저택으로 향하지 않았다.“어디로 가는 거야?”“우리의 새집으로.”새집.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는 신혼부부였다면 이 말을 들은 그녀는 분명히 기대에 부풀었을 것이다.하지만 강지아는 그저 눈을 감았다.“강씨 본가로 돌아갈 거야.”온유한이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하자 강지아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차는 마침내 고급 빌라 단지로 들어섰다.강지아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온유한이 여기에 수십억 원짜리 집을 현채영에게 사줬다. 당시 이 소식을 들은 화령은 너무 부러워했다.“여기로 와서 뭐 하려고?”“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차는 한 대형 빌라로 들어섰다.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마당에 현채영이 서 있는 것을 본 강지아는 말문이 막혔다.온유한은 대체 뭘 하려는 걸까?옛 애인과 새 애인을 양손에 끼고 노는 걸 보여주려는 건가?“지아야, 내려.”온유한이 차 문을 열더니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강지아는 그저 황당하다는 생각뿐이었다.“내려가서 뭐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