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0화

작가: 도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09-01 18:00:00
이렇게 하면 백채영한테 문제가 생기더라도 선우 일가는 더 이상 그녀에게 속지 않게 된다.

하지만 선우 일가가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게 뻔했기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만 했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화초 관리하는 도우미가 밥을 먹으면서 불편한 듯 기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병든 기색이 역력했다.

백아영은 일부러 그녀에게 다가가 무심하게 맥을 짚으며 병세를 확인했다.

아무리 치료해도 낫지 못하는 고질병이었다.

이러한 병은 약을 먹고 통증을 완화할 수는 있으나 완치할 수 없는 난치병의 일종으로 백아영은 일찌감치 접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법을 연구했다.

한 가지 독성 약물로 상태를 악화시켜 다른 바이러스를 만든 뒤 원래 있던 독을 해독하면 병도 완치되는 방법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독을 바이러스로 진화시킬 최적화 시기였고 이제 백채영의 실력을 밝힐 일만 남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백아영은 백채영이 집에 있는 틈을 타 도우미의 상태를 악화시켰다.

도우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바닥에 쓰러져 거품을 내뱉고 있었고 깜짝 놀란 다른 도우미들은 다급하게 달려가 선우 일가네 사람을 불렀다.

곧 선우경진과 백채영이 함께 도착했다.

선우경진은 도우미의 상태를 살폈고 중독이 확인되자 침을 꺼냈다.

그때 사람들 사이에 서 있던 백아영이 입을 열었다.

“백채영이 요즘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연습 삼아 한번 맡겨보는 게 어때요?”

그 말을 들은 선우경진은 침을 놓으려던 손을 멈췄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상황을 지켜보던 그녀는 죽일 듯이 백아영을 째려봤고 백아영은 침착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왜? 설마 도우미라서 구하기 싫은 건 아니지?”

어렵게 생각한 핑곗거리를 입 밖에 내기도 전에 반박당하자, 백채영은 구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백채영은 선우경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오빠, 제가 구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아직 완벽하게 해독 침술을 익힌게 아니어서...”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1화

    백채영이 난처한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 하이힐을 신은 선우주영이 또각거리며 다가와 도도한 표정으로 도우미를 내려다보았다.“주인이 목숨 구해주겠다는데 둘러싸서 구경이나 할 때야? 얼른 썩 꺼지지 못해?!”선우주영의 성격이 제일 까다롭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그녀가 호통치자 다들 걱정에 발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차마 더는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백아영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선우경진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가 있는 이상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녀도 걸음을 옮겼다.선우주영이 도우미를 내쫓는 모습을 보자 백채영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선우경진을 향해 말했다.“오빠, 제가 해독 침술을 배운지 얼마 안 되었잖아요. 남이 지켜보는 앞에서 침을 놓는 게 긴장되어서 자리를 좀 피해 주면 안 될까요? 조용한 환경에서 침을 놓고 싶어요.”의사들은 각자의 습관과 버릇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침술사는 더더욱 유별났다.이에 선우경진도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떠났다.선우주영도 떠나기 전 백채영에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바보, 치료가 자신 없으면 손이라도 못 쓰게 하면 그만이잖아.”선우주영의 웃는 얼굴은 악마와 다름없었다. 순간 백채영은 온몸이 얼어붙더니 등 뒤로 소름이 쫙 돋았다.선우주영도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니!그러나 제법 그럴싸한 제안에 수긍이 갔다. 치료에 소질이 없더라도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예 치료를 못 하는 조건으로 만드는 것이다.백채영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더니 덜컥 겁이 나서 덜덜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자해하냐는 말이다!이내 돌멩이를 높이 치켜들었지만, 차마 자기 손등을 내리칠 수는 없었다.백아영은 선우주영과 선우경진이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백채영이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혼자 남은 거지?게다가 환자는 의술도 모르는 백채영과 단둘이 있는 상황이지 않겠는가? 만약 백채영이 침을 함부로 놓다가 자칫 목숨까지 앗아가

    최신 업데이트 : 2023-09-0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2화

    꽃밭을 여러개 가로지르자 도우미가 쓰러져 있는 정원에 도착했다. 아까의 모습대로 바닥에 누워 있는 도우미를 발견한 백아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나마 백채영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에 섣불리 행동할 만큼 담이 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선우주영은 뒤를 바짝 따랐다. 물론 시선은 백채영의 발 옆에 놓인 돌멩이를 바라봤는데, 겉면에서 핏기란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아하니 백채영은 자해할 만큼 독하진 않은 듯싶었다.‘겁쟁이!’선우주영은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더니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다.선우경진은 아직도 쓰러져 있는 도우미를 보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채영아, 여태껏 손도 안 대고 있은 거야?”그가 떠나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족히 10분은 지난 것 같았다.백채영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머뭇머뭇 오른손을 슬며시 폈다. 이내 오른쪽 검지에 애매한 길이의 핏자국이 드러났다.그녀는 죄책감과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내가 침을 놓으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는 바람에 손가락이 은침에 찔려서 똑바로 잡지를 못하겠어요.”선우경진은 할 말을 잃었다.선우주영도 어이가 없었다.고작 찔려서 생긴 상처라니? 이렇게 찌질할 수가!백아영은 그제야 백채영이 사람을 따돌린 진짜 의도를 알아차렸다. 상처를 입었다는 핑계를 대면 침을 놓지 않더라도 의심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백채영, 다친 시점도 참 공교롭네?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고 하필이면 혼자서 사람 구하는 타이밍에 다쳐?”이미 지은 죄가 있는 백채영은 백아영의 말을 듣자 정색하며 반박했다.“백아영, 그게 무슨 뜻이야?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다칠 수는 없잖아?”“일부러 그런 건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지 않을까?”백아영은 오늘 백채영을 까발리기는 글렀다는 걸 직감하고 어쩔 수 없이 의심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겨 두었다.“선우경진 씨, 혹시 그동안 백채영이 직접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선우경진은 눈살을 찌

    최신 업데이트 : 2023-09-01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3화

    선우경진은 어디까지나 명문가 출신으로서 평소에 아무리 다정하고 착해 보여도 분위기가 바뀌는 순간 포스가 철철 넘쳤기에 백채영은 겁을 먹은 나머지 울음마저 뚝 그쳤다.그녀는 식겁하면서 선우경진을 바라보더니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나... 난...”“선우경진, 지금 뭐 하는 거야?!”위엄이 넘치는 호통 소리가 별안간 들려오더니 선우소훈이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다가와서 백채영의 팔목을 잡은 선우경진의 손을 잡아당겼다.그는 엄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채영을 잘 돌보라고 했더니 그동안 이렇게 괴롭히고 있었던 거야?”“할아버지! 전 단지 도우미가 무슨 독에 중독되었는지 물었을 뿐인...”“그만!”선우소훈은 다짜고짜 백채영을 등 뒤로 끌어당기면서 말했다.“여동생을 의심한 지 벌써 몇 번째야? 아주 잘하는 짓이다! 내가 평소에 널 이렇게 가르쳤니?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지? 고작 백아영의 말에 휘둘리는 거야?!”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백아영을 바라보았다.“그 주제에 자기도 의학 천재라고, 능력이 좀 있다고 해서 감히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을 거로 착각하나 본데, 네 따위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손녀를 의심해? 우리 집안일에 너 같은 외부인이 끼어들 틈은 없어!”백아영은 선우소훈이 직계 가족을 이 정도로 중요하게 여길 줄은 몰랐다. 심지어 손자가 자기 여동생을 의심하는 것마저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니?그녀는 오히려 더더욱 납득이 안 갔다. 백채영이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존재인 만큼 아무리 의술에 재능이 없다고 해도 여전히 선우소훈이 애지중지 여기는 보물이라서 사랑을 듬뿍 받기 마련일 텐데, 굳이 온갖 속임수를 써서 신분을 속일 필요가 있냐는 말이다.어쩌면 그녀가 짐작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음모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백아영은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 설득하려고 애를 썼다.“어르신, 전 백채영이 의술에 문외한이라서 침놓을 줄 모른다고 100% 확신합니다!”“아직도 이간질하다니?!”선우소훈은 그녀의 말을 듣기는커녕

    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4화

    선우경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있었던 일이 너무 공교롭지 않으세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안심이 될 텐데 왜 방해하셨죠?”“백채영은 뭐니 뭐니해도 선우 일가의 공주님이야. 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렇게 몰아세우면 결과가 어떻든 망신은 면치 못할 거야. 앞으로 무시라도 당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선우소훈은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경진아, 사회 물을 몇 년이나 마셨다는 사람이 성격이 아직도 그렇게 경솔하면 쓰겠니?”선우경진은 오로지 백채영의 신분을 확인하려다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을 속으로 나무랐다.하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말했다.“백채영이 도우미가 무슨 독에 중독되었는지 모르는 것 같았어요.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아까 물어봤거든? 도우미가 뱀독에 중독되었다고 하더라.”선우소훈이 흐뭇하게 대답했다.선우경진은 살짝 놀랐다.“진짜요?”선우소훈은 그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왜?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할 이유라도 있어?”그건 말도 안 되었다.선우경진은 순간 넋을 잃고 말았다. 왜 뻔히 알면서도 훌쩍거리기만 할 뿐,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냐는 말이지? 설마 여자라는 이유로 일부러 투정 부리고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작전인가?그러나 미심쩍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건 사실이다....선우 일가는 임시로 찾은 별장에 거주했는데, 최대한 자취를 감추려고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걸 기피했다. 따라서 별장 자체도 그리 크고 화려한 편이 아니었다.물론 경비실도 마찬가지였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다.방에는 책상, 의자, 그리고 1.2m짜리 싱글 사이즈 침대가 놓여 있는데, 야간 경비 중에 그럭저럭 눈 좀 붙일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별장 출입 금지령이 내려진 탓에 결국 경비실이 백아영의 거처가 되었다.딱딱한 침대에서 자려니 그녀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백아영은 그렇게 경비실에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어느 날 오후,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졌다.창문을 타닥타닥

    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5화

    그의 어깨에는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잘생긴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호수 같은 깊은 눈망울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네가 여기 왜 있어?”이성준은 말을 이어가면서 코트를 벗어 재빨리 백아영의 어깨에 걸치고는 가녀린 몸을 단번에 폭 감쌌다.옷에 남아 있는 체온 덕분에 폭우가 내리는 밤에 모처럼 따뜻함이란 무엇인지 느껴보게 되었다.백아영은 살짝 놀란 듯 물었다.“상처는 다 나았어?”“거의 다 나았어.”이성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추워서 하얗게 질린 그녀의 앙증맞은 얼굴을 내려다보며 다시 캐물었다.“대답해, 여기서 뭐하냐고.”“어르신께서 나한테 경비 서라고 했어.”이성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내 싸늘한 눈빛으로 비좁고 꿉꿉한 방안을 훑더니 분위기가 한층 더 살벌해졌다.그는 백아영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따라와.”이성준은 우산을 쓰고 백아영과 함께 별장을 향해 걸어갔다. 콩알만 한 빗방울이 우산에 후드득 떨어졌지만, 백아영은 비를 단 한 방울도 맞지 않았다.오히려 우산이 백아영 쪽으로 너무 기울여진 탓에 이성준의 한쪽 어깨가 흠뻑 젖을 정도였다.점점 가까워지는 별장을 보자 백아영은 가슴이 조마조마했다.“어르신께서 다시는 별장에 발을 들이지 말라고 명령했단 말이야.”그녀의 말에 이성준의 안색이 더욱 싸늘해졌다.이내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이제부터 너한테 명령할 권리 따위 없을 거야.”말을 마친 그는 백아영을 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도우미한테서 이성준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백채영은 기쁜 마음으로 2층에서 내려와 버선발로 마중 나갔다.“성준 씨, 아직 회복 중일 텐데 벌써 날 찾아온...”그녀의 의기양양한 목소리는 이성준이 백아영의 손을 잡은 모습을 발견한 순간 뚝 끊겼다.미소로 가득했던 얼굴은 상처라도 받은 듯 울상으로 변했고,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왜... 걔는 왜 데려왔어...?”주인으로서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선우소훈과 선우경진도 아래층으로 내려

    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6화

    그러나 이제 와서...백채영은 마음이 심란한 반면 짜증이 확 났다.“엄마, 그게 무슨 말이죠?”백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열연을 펼쳤다.“혹시 누가 협박했어요?”박라희의 모습은 누가 봐도 몰골이 초췌했다. 마치 그동안 끔찍한 나날이라도 보낸 듯 누군가 그녀의 자백을 얻어내려고 고문했을 가능성도 있었다.선우 일가의 의심만 사게 한다면 백아영은 혐의를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다만 위정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서 한 중년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이 사람은 불법으로 구제품을 만드는 사장입니다.”초라한 모습의 박라희를 보자 중년 남자는 덜컥 겁을 먹고 감히 거짓말할 엄두조차 못 내고 그날 밤 박라희가 찾아와서 포대기에 적힌 글씨를 조작한 일을 낱낱이 털어놓았다.심지어 매장 CCTV에 찍힌 영상까지 챙겨서 가져왔다.이제 굳이 포대기가 없어도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게 된 셈이다.선우소훈과 선우경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난번 분말 유산약 소동은 그렇다 쳐도 포대기 사건마저 박라희의 작품이란 말인가?그렇다면 결국 백아영은 결백하다는 뜻이었다.“박라희! 감히 날 속이려 들어?!”선우소훈이 버럭 외쳤다. 이내 화가 점점 끓어올랐고, 고작 눈속임에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박라희를 집어삼킬 듯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었다.박라희는 자백하는 순간부터 끝장났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이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악을 쓰더라도 백채영만큼은 이번 사건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곧이어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울면서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제가 그때 귀신에게 홀렸나 봐요. 절대도 어르신을 속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단지 우리 채영이가 누려야 하는 걸 백아영이 자꾸 뺏으려고 하는 꼴이 못마땅해서 이런 짓을 저지르게 되었어요.”“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감히 백아영을 끌어들여요?”이성준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내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으로 말했다.“그나마 백아영이 임신해서 채찍질 100대를 면해서 천만다행이지, 아니면 반쯤

    최신 업데이트 : 2023-09-02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7화

    이성준은 뒤돌아서 싸늘한 눈빛으로 선우소훈을 바라보았다.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마치 소리 없는 위협처럼 다가왔다. 만약 선우소훈이 아직도 그녀를 난처하게 한다면 당장이라도 안면박대할 기세였다.어찌 됐든 양심의 가책을 느낀 선우소훈은 이성준이 무례하게 굴어도 못 본 척했다.이내 백아영을 향해 말했다.“우리가 널 오해한 탓에 애먼 도우미 노릇만 여태까지 하게 해서 진심으로 사과할게. 혹시 원하는 보상이 있다면 말만 해.”억울한 누명을 쓰고 지금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은 백아영은 단지 선우 일가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일 뿐, 더는 이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엄마를 뵐 수 있을까요?”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무슨 죄를 지었든 관계없이 어디까지나 혈연으로 연결된 핏줄인지라 언젠간 꼭 만나 보고 싶었다.생각지도 못한 백아영의 제안에 선우소훈은 깜짝 놀랐다.보통 사람이라면 생모가 죄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외면할 가능성이 컸다. 심지어 보상받을 기회를 고작 죄인을 만나려고 쓰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백아영은 일면식도 없는 어머니를 위해 흔쾌히 보상을 포기했다.‘그래도 효심은 있군.’선우소훈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준비할게.”“할아버지!”이때, 백채영이 불쑥 끼어들었다.“동의하시면 안 돼요! 허수빈은 선우 일가의 죄인이잖아요. 평생 지하실에 가둬두고 밖에 나오지 못하게 하면 몰라도 딸까지 만나도록 선심 쓰는 건 아니지 않아요? 어떻게 이처럼 뻔뻔한 요구를 제안할 수 있단 말이죠?”선우소훈은 백채영이 죄책감을 느끼기는커녕 앙칼지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채영아, 이건 누가 봐도 우리가 잘못한 일이잖아. 보상할 건 보상해야지.”백채영은 짜증이 나서 발만 동동 굴렀다.백아영의 소원을 이뤄주는 자체가 그녀는 못마땅했다. 게다가 백아영과 허수빈은 혈연관계도 없는데, 만약 만났다가 서로 못 알아본다면 어떡하냐는 말이다!그녀는 이내 마음이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128화

    백아영은 민망한 듯 말했다.“나, 나 요리할 줄 몰라.”지난번에 딱 한 번 배웠는데 마음이 콩밭에 가 있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해 아직은 요리 초보였다.“나한테 맡겨.”이성준은 식자재를 들고 곧바로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다. 곧이어 텅텅 빈 냉장고가 가득 채워졌다.그러고 나서 능숙하게 야채를 꺼내 다듬기 시작했다.백아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밥을 얻어먹으러 왔다는 사람이 식자재도 준비해 오고 요리까지 직접 하다니?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자, 이성준은 고개를 들며 농담조로 빈정거렸다.“얼른 청소하지 않고 뭐 해? 이따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밥 먹을 거야?”순간 백아영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서둘러 청소하러 떠났다.방이 워낙 작아서 그녀는 몸만 돌려도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성준이 보였다.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그의 모습은 인간미가 넘쳤는데, 결국 저도 모르게 자꾸 음흉한 상상에 빠졌다.청소하고 있는 여자와 요리하는 남자라... 이는 누가 봐도 알콩달콩한 신혼 생활의 한 장면이지 않은가?이런 생각을 떠올리자 백아영은 또다시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르더니 재빨리 잡념을 떨쳐버렸다.하지만 눈동자만큼은 분주하게 그를 훔쳐보고 있었다.이성준은 몰래 힐끔거리는 그녀를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껏 감상하도록 놔두었고, 심지어 요리할 때 웍질까지 하면서 끼를 부렸다.30분 뒤, 청소도 마치고 요리도 완성되었다.이내 자그마한 방안에 맛있는 냄새로 가득 찼다.그동안 경비 서느라 경비실에서 꼼짝도 못 한 그녀는 남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음식도 맛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본 지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식탁에 차려진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을 내려다보며 백아영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고, 뱃속이 요동치기 시작했다.“성준아, 고생했어.”이성준은 국을 한 그릇 떠서 그녀의 앞에 내려놓았다.“별말씀을, 당장이라도 군침을 흘릴 것 같으니까 얼른 먹어.

    최신 업데이트 : 2023-09-03

최신 챕터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6화

    분명 맛있는 음식인데도 백아영은 입맛이 없었다. 심지어 그녀는 몇 입 먹고 난 뒤 배가 아플 정도였다. 그녀는 이성준의 품에 안겨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성준은 긴장된 표정으로 그녀를 껴안고 자리에서 크게 화를 냈다. “윌리엄스, 혹시 음식에 독을 넣은거예요?!”윌리엄스는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져서 급히 변명했다.“아니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어요!” 백아영은 힘겹게 이성준의 손목을 잡고 힘없이 입을 열었다. “윌리엄스가 독을 넣지 않았어. 내가...”“너 왜 그래?” 이성준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아영을 안은 팔뚝을 가볍게 떨었다. 백아영은 몹시 아팠지만 눈길은 부드러웠고 약간 희색을 띠었다. “윌리엄스에게 실례지만, 국왕께 하룻밤 묵을 방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줘. 그리고 산부인과 의사를 불러줘.”이성준이 눈치를 채지 못하자 백아영은 창백한 얼굴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방금 맥을 짚었는데, 나 임신했어.” 이성준의 동공은 움츠러들었다가 한참 만에 겨우 회복되었다. 찰나의 놀라움 뒤에는 오히려 걱정이 밀려왔다.“임심했는데 통증이 이렇게 심해?”그는 조바심이 나서 윌리엄스에게 의사를 불러오도록 재촉했다. 백아영은 아파서 힘이 없었던 나머지 그의 품에 푹 기대어 있었다. 전에 백아영은 이런 비슷한 환경에서 한 아이가 강제로 유산되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임신한 사실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산에 가서 실랑이를 벌였고, 이로 인해 병세가 심했다. 이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고생할까봐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아영은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정상적이야.”‘정상이라니?’ 이성준은 다른 여자가 임신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몰랐지만, 백아영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둘째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8개월 후. 산부인과 수술실 문이 열리자 이성준이 급히 달려들였다. 점잖던 남자는 안달복달한 얼굴로 물었다.“제 마누라는 어때요? 무사한가요?”“모녀는 무사합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5화

    집사는 경악했다.“폐하, 그들은 굴러들어 온 복도 차버리니 분명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어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윌리엄스의 안색을 본 집사는 목이 메었다. “폐하, 왜 그러십니까?” 윌리엄스는 조금 전까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던 모습은 사라지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성준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외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고, 간신히 이빨 사이로 글자를 밀어냈다.이, 이 대표?” 이성준은 경멸하듯 그를 바라보며 비아냥거렸다.“윌리엄 집안의 자식이 확실히 다 컸네.” 윌리엄스의 얼굴이 더 새하얗게 질렸다. 엄청난 두려움이 엄습했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 이성준을 처음 만났다. 그때 이성준은 아직 소년이었지만, 기세가 등등하고, 과감하며, 감히 국왕인 윌리엄스의 아버지와 거래를 논했다. 그 당시 그의 아버지조차도 이성준을 대단하게 여겼다. 심지어 윌리엄스에게 앞으로 절대 이성준의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온 나라의 세력이 처참하게 약해질 것이다. 윌리엄스는 어렸을 때부터 이성준은 악마라고 마음에 새겨 두었다. 게다가 윌리엄스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었다. 이성준은 그의 나라에 협조하지 않는 대신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반년 동안 누워계셨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윌리엄스는 일찌감치 이번 생은 절대 H 국에 가지 않기로 했고, 절대로 이성준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기존의 거래 협력을 모두 점진적으로, 완곡하게 해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항상 악마를 멀리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다. 백아영은 뜻밖에도 이성준의 아내였다! 어떤 생명의 은인 규칙,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는 어떤 계획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자신의 왜 행동을 하기 전에 백아영의 신원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후회되었다! 악마를 끌어들여 버렸다... “복을 차버린다나 뭐라나, 말을 그렇게밖에 못해?” 윌리엄스가 집사를 발로 매우 세게 찼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4화

    차에 타고 있던 남자들도 일어서더니 기세등등하게 백아영과 이성준을 포위했다. 험상궂은 얼굴의 한 남자가 환영 반 협박 반인 어투로 말했다. “두 분, 차에서 내리십시오.”차 밖에서는 윌리엄스가 활짝 웃으며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아영이 차에서 내리기를 목 빠지게 기다렸다. 곁에 있던 집사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폐하, 궁전의 수비를 모두 강화 완료했습니다. 궁전 주위에 800명의 호위 병사를 추가로 파견했어요. 이분들은 이미 독 안에 든 쥐가 되셔서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혼 변호팀 사람들은 이미 도착하셨고 두 분이 차에서 내리시면 바로 처리할 수 있어요.”“폐하, 곧 미인을 품에 안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윌리엄스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갔다. 산 위에서 백아영의 워낙 강인한 모습에 사람도모자라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은 백아영의 대단한 솜씨도, 그녀의 남편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모두 생명의 은인으로 보고 첫눈에 반하게 만든 백아영 탓이었다. 그는 이 나라의 왕이다. 그가 마음에 드는 한 반드시 그의 것이다. 또한 결혼 후 백아영을 자신의 매력에 매료시켜 점차 이성준을 잊게 할 자신이 충만했다. 윌리엄이 생각을 하던 중, 차 문이 열리고 관광버스에서 백아영이 내렸다. 윌리엄스는 넥타이를 매만지며 그녀를 반겼다.“아가씨, 또 뵙네요.”윌리엄스가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보고 백아영은 입을 다물었다. 백아영의 뒤로 큰 덩치의 이성준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의 머리 위로 이성준은 차갑게 말했다.“내 아내를 뺏으려는 게 너야?” 이성준은 포위망 속에 서 있었다. 다른 사람의 구역에서 그는 독 안에 든 쥐였지만 그는 움츠러들지도 않고 여전히 기세등등했다. 이성준의 기는 모두를 앞질러 버려 마치 모든 것을 장악하는 왕인 것 같았다. 그의 입에서 나온 서늘한 몇 글자가 사람을 더욱 섬뜩하게 했다. 집사는 높은 인물들을 많이 보았었기에 즉시 이성준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이곳은 그들의 궁전이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3화

    윌리엄스는 어안이 벙벙했다.백아영의 솜씨는 정말 놀라웠다. 그녀의 기묘한 침을 꽂는 기술이 더욱 놀라웠다.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워지는 백아영의 몸에는 빛이 보였다.그녀의 아름다움은 남달라서 비길 것도 없이 아름다웠다.백아영은 여전히 은침을 손에 들고 윌리엄스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만 좀 건드리세요. 알아들으셨죠?”“저는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윌리엄스의 의욕 넘치는 말은 눈앞으로 가까워져 오는 침에 놀라 목이 메었다. 순식간에 덮쳐 온 위험과 두려움이 그를 본능적으로 입을 다물게 했다.백아영은 다시 경고했다.“잘 가세요. 바래다 드리지는 않을게요.”젊고 고집스러운 윌리엄스는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위협은 그를 이성적으로 뒤로 물러나 타협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백아영은 바늘을 다시 집어넣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네 부하는 경련을 일으키다가 10여 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다. 그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몸을 일으키자 멀리 떨어진 곳에 백아영이 보였다. 비록 뒷모습뿐이었지만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폐하,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부족했어요.”윌리엄스는 백아영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너희 탓이 아니야. 저 소녀가 너무 강할 뿐이야. 가자. 이제 내려가야지.”부하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여왕님을... 그냥 이렇게 포기하시려고요?”윌리엄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그럼 내가 지금 뭘 할 수 있겠어?”말이 통하지도 않고 싸워서 이기지도 못하니 부하는 조용히 입을 꾹 닫았다.하지만 윌리엄스는 미소를 띠었다.“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이야.”이성준은 열매 한 봉지 가득 따왔다. 그는 열매를 깨끗이 씻은 뒤 쟁반에 담아 백아영 앞에 대령했다. 하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방금 돌아오는 길에 들었는데 누가 너를 귀찮게 했다면서?”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도리도리 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문제를 일으켰어.”이성준은 자초지종을 듣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2화

    백아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웃었다. “아파서 머리까지 다쳤나. 걱정 마세요, 위험했지만 목숨은 건졌어요. 돌아가시면 의사부터 보세요. 잘 케어하면 큰 문제는 없을 거에요.”백아영은 진지하게 당부했지만 상대방은 한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백아영이 그만 몸을 일으키려 하자 청년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저 지금 진지해요.”“이것은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규칙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구해준 은인은 반드시 몸으로 갚아야 합니다.”윌리엄스 왕족?백아영은 입헌군주제인 국가에 왔다. 이곳은 현대사회와 어우러졌지만 여전히 왕권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의 왕은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나이는 어리지만 듬직하고 성숙하며 상당한 재주를 가졌다고 전해졌다. 왕은 1년 넘게 국가 정무를 질서 있게 처리했다.다시 이 풋풋하고 고집 센 청년을 본 백아영은 목이 메었다. 왕은 소문과는 좀 다른듯했다.백아영은 청년한테 잡힌 손을 빼냈다.“그냥 눈에 보여서 구해준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 없으세요. 그리고 저는 결혼까지 한 여자에요.”“결혼하셨군요...”청년은 매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젊고 예쁜 백아영이 일찍 결혼했으니 흔치는 않은 일이다. 그러나 청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저는 재혼에 대해 편견이 없어요. 남편분과 이혼해도 그대를 왕후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요.”청년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는 그제야 난처한지 땅바닥에서 일어나 앉아서는 백아영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무슨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백아영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는 청년이 이해가 되지 않아 벌떡 일어나 자리를 뜨려고 했다.곧이어 청년도 벌떡 일어났다. 너무 갑자기 몸을 일으킨 탓인지 몸을 휘청거리자 곁에 있던 남성이 얼른 그를 부축해 주었다.청년은 휘청거리는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백아영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막아섰다. 그의 맑은 눈은 어느새 포악해졌다.“아가씨, 억양을 들어보면 외국인인 것 같네요. 아직 우리 윌리엄스 왕족의 룰에 대해 잘 모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1화

    하지만 백아영은 현무가 힘들어할까 봐 차마 너무 많은 프로젝트를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관광지 한 곳만 더 돌고 남원에 돌아갈 생각이었다.이성준은 진지하게 말했다. “출산 장려 정책은 참 옳아.”백아영은 어리둥절했다.“자식이 많아야 집도 떠들썩하고, 현무도 동생이 생기지.”어린 노동자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그의 뜻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이성준은 방긋 웃으며 백아영을 벽에 바짝 붙였다. “여보, 우리 현무에게 동생 만들어주자.”이날 현무와 백아영은 영상통화를 했다. “엄마, 안색이 안 좋아. 어디 아파?”화면 속에서 백아영의 안색은 살짝 하얗게 보였다.하지만 별다르게 불편한 곳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낮에 산에 오르느라 피곤해서 그런가 봐. 괜찮아, 좀 쉬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럼, 내일 일단 산을 내리지 말고 호텔에서 쉬는 거예요?”내일 하산할 예정이었지만 백아영은 단호하게 답했다.“맞아.”그제야 현무는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통화를 끊고 백아영의 이마에 길쭉한 손이 닿았다. 이성준은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고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 맞아?”실제로 봤을 때 백아영은 이상이 없어 보였지만 이성준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내가 의사인데 모르겠어?”“하룻밤을 묵어도 좋으니까, 난 네가 좋아하는 열매를 좀 따올게.”이 산의 열매는 특산물이었기에 백아영이 매우 좋아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한 후, 이성준은 혼자 산꼭대기에 가서 열매를 땄고, 백아영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앉아 차를 마시며 아침 풍경을 감상했다. 그녀는 조용히 열매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다리는 동안 찻집 안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왔다.“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의사 없어요? 응급처치할 줄 아는 사람 혹시 있어요? 좀 살려주세요! 저의 도련님을 살려주세요...”식당에서 대략 이십 대 초반의 한 청년이 땅에 누워있었다. 얼굴은 창백하고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10화

    한 달 뒤.인천공항에서 현무는 양복을 차려입고 반듯하게 서서 웃음을 가득 머금고 백아영을 배웅했다.“엄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다 와요. 여기 일은 저한테 맡겨요.” 현무는 이성준의 아들답게 한 달 만에 기본적인 경영 업무를 배웠고, 심지어 위정을 도울 수 있었다.또한 그는 이성준의 외아들인 만큼 이성그룹의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그는 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에도 모든 주주와 직원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기에 일을 더 쉽게 추진할 수 있었다.게다가 이성준의 한 달간 밑받침을 잘 깔아놓은 덕에 안심하고 현무와 위정에게 이성그룹을 맡길 수 있게 되었다.위정의 불평도 적어졌다. 그는 앞으로 일할 날에 희망이 생긴 것 같았다.“내 아들 최고.”백아영은 현무를 꼭 끌어안고 그의 볼에 쪽 뽀뽀했다.“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 해. 날마다 기분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누가 감히 너를 괴롭히면, 엄마와 아빠가 바로 날아와서 때려 놓을 거야.”백아영의 품에서 현무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순간 엘리트에서 어린 아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게 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하지만 이성준의 말과 백아영의 행복을 생각하며 현무는 마음을 가다듬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다.“엄마 걱정하지 마, 외삼촌과 위정 아저씨가 계셔서 아무도 날 못 괴롭혀. 내가 좀 더 크면 내가 엄마를 보호해야 해.”백아영은 감동되어서 감정이 벅차 놀랐다. 현무는 너무 든든한 아들이었다.선우경진은 팔짱을 낀 채 한쪽에 서 있었다. “이씨 가문의 일은 해결됐지만 아직 선우 일가가 남아있다는 것을 잊지 마.”“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새로운 아이템도 많이 생각해 둬.”한 달 동안 그들은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급한 불은 거의 다 껐다. 하지만 의학은 끝이 없고 신약 연구는 더 중요했기에 선우경진은 수시로 백아영을 감시했다.백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다른 곳에서 시야를 넓히고 영감을 얻으면 신약을 개발하는데 더 쉬웠다.이성준은 한쪽에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9화

    현무는 계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지만,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는 좀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이성준은 그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그러나 이성준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바로 계획을 하나 만들어 내야 할 것 같았다.현무는 골똘히 생각했다.“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매일 엄마와 아빠와 함께 있고 싶어요.”“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을 동시에 이룰 수 없어.”“왜요?”현무가 공부해서 잘하고 매일 학교 갔다 오면 자연스레 백아영을 볼 수 있고 그녀도 즐거워하는 게 일상이었다.“너 그동안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잊었어?”현무가 네 살 되기 전까지 백아영은 그의 곁에 있어줄수 없었다. 백아영이 돌아온 후, 비록 온 가족이 드디어 모였지만,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고 때마다 백아영은 떠나야 했고, 항상 바쁜 일상에 기쁠 때도 있었지만 힘들 때가 더 많았다. 현무는 그런 백아영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엄마는 나와 함께 있어서 기분이 나쁜 거예요?”어린 현무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돌기도 전에 이성준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너 때문이 아니야. 엄마가 놓인 상황 때문이지. 남원에서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들과 언제든지 생기는 변화 때문이야.”“만약 누군가가 이 짐을 대신 나눠주고, 그런 일들을 완전히 해결해 주고, 엄마가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게 해준다면 매일 즐거워할 거야.”현무는 어리지만 총명해서 즉시 이성준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빠, 제가 엄마의 일을 나누어서 해도 돼요?”이성준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너는 할 수 있어.”“그런데 힘들 거야. 엄청 힘들 수 있어. 대신에 엄마를 오랫동안 못 볼 텐데, 그래도 할래?”현무는 힘든 것은 두렵지 않지만, 오랫동안 백아영을 볼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현무는 머뭇거렸다. 그는 섭섭해서 고뇌했다.“나 그냥 엄마랑 여행 가면 안 돼?”이성준은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를 지었다. “네가 경영대를 일찍 졸업하면 돼.”현무는 지능이 높아서, 월반하는

  • 집착하는 짐승을 길들이는 법   제908화

    이성준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 은퇴할 생각이야.”‘역시!’백아영이 머릿속으로만 하던 황당한 추측을 이성준 입으로 직접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믿기지 않았다. 왜 이성준이 갑자기 도망 오려 했던 건지, 그리고 왜 그 큰 짐을 위정과 선우경진한테 내던졋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성준은 그들을 훈련하고 있었다.수단이 좀 잔인했을 뿐이다.“왜 갑자기 은퇴하고 싶은 거야?”백아영은 아직 앞날이 밝은 이성준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성준은 백아영을 응시하며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쓱쓱 만졌다.“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이성준은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아 수많은 고통을 겪었다.이성준의 괴로운 심정은 눈에 훤히 비쳤다. 그는 사실 오래전부터 은퇴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영아,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나는 네가 조용하고 평온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은퇴하고 쇼핑센터를 떠나면 원한도 모두 훨훨 털어 버릴 수 있다. 두 사람은 세계 여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된다.백아영의 머릿속은 멍해졌다.백아영은 이성준이 은퇴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자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성준이 계획한 미래에 항상 그녀가 있었다. 그의 미래는 온통 백아영 한사람이었다.백아영은 감동되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녀가 환상하던 미래는 정말 기대할 만한 것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내가 선우경진과 위정을 너무 과대평가한 것 같아.”겨우 보름밖에 안 되었는데, 그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참지 못하는데 정말 큰 일이라면 더 감당하기 어려워할 게 뻔했다.이성준은 눈썹을 찡그리며 잠시 사색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현무 이제 다섯 살이니까 남자 다 됐지.”백아영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현무에게 맡길 생각은 아니지?”이성준은 담담하게 되물었다.“안 될 게 뭐가 있어?”‘안 될 게 뭐가 있겠냐고? 현무 이제 겨우 다섯 살인데!’이성준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다섯 살 때, 이미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