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태는 어금니가 깨질 정도로 볼을 꽉 깨물었다.항상 당당하던 김씨 집안 도련님이 어디를 가나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존경받던 그가 이 순간 거지꼴을 하고 있는 시골 촌뜨기에게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니!그것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신 유효진 앞에서! 하지만 임찬혁의 기세에 김승태는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 했다. 퍽퍽퍽!세 번 절을 한 김승태는 허리를 숙여 임찬혁의 가랑이 밑을 기어지나 갔다. “지독한 자식, 어디 한 번 두고 봐!”김승태는 모진 말을 내던지고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고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조금 전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났다.의젓한 김씨 도련님이 임찬혁에게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는 모습을 만약 직접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 곧이어 그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허겁지겁 병실을 떠났다.임찬혁은 곧 엄청난 복수를 당할 것이 뻔하기에 이 사람과 빨리 선을 그어야 했다.조금 전까지 사람으로 꽉 차 있던 병실에는 이제 임찬혁과 유설진, 유효진, 연우 이렇게 네 사람만 남았다.유설진의 아름다운 눈에 순간 빛이 반짝였다. 사실 그녀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임찬혁이 진짜로 언니를 살려줄 줄 몰랐고 그 실력 또한 이시진 선생보다 몇 수는 더 위에 있을 줄은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은 김승태 같은 부잣집 도련님을 보면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데 임찬혁은 그에게 무릎을 꿇리고 절까지 하게 했다.다른 건 몰라도 이 용기 하나만은 절대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이때 유효진도 침대에서 일어나 긴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어제 그녀는 밤늦게까지 일하는 중에 갑자기 명치가 아팠고 저도 모르는 새에 바닥에 기절해 있었다.물론 잠깐 깨어나긴 했지만 바로 피를 토하며 혼수상태에 빠졌고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깨어났다. “언니, 컨디션은 좀 어때요?”유설진이 다가가 유효진을 다정히 부축하며 물었다.“괜찮은데? 조금 있으면 퇴원해도 될
늘 말을 잘 듣던 연우가 이번에는 고집을 피우며 절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빠, 나 안아줘요. 연우는 꿈에서도 아빠가 안아주는 꿈을 꾸고 있어요...”연우는 임찬혁을 향해 작은 팔을 양옆으로 벌렸고 통통한 얼굴에는 기대와 기쁨이 차넘치며 눈은 아까부터 계속 반달 웃음을 짓고 있었다.“어...?”임찬혁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허리를 숙여 연우를 안았다.연우를 꼭 껴안은 순간 그의 마음은 솜사탕처럼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아마 이 세상에 그 어떤 남자도 어린 녀석의 이런 귀여움을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연우가 정말 내 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임찬혁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연우가 그의 품에 안기자 친근한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온몸의 혈액순환까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양홍선이 말하길 연우가 임찬혁의 어렸을 때와 닮았다고...만약 5년 전 그날 밤, 임찬혁과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정말로 유효진이었다면 연우는 무조건 자신의 친딸일 것이다.임찬혁은 꼭 기회를 틈타 유 대표에게 그 일의 자초지종을 물어보려 했다. “연우야, 나는 아직 연우의 삼촌이야!”임찬혁은 흥분된 감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연우를 보며 말했다. 사실 그의 뜻은 연우가 자신의 친딸인지 아닌지 정확히 확인하기 전에 그를 삼촌이라고 부르라는 것이었다.그러나 이 말을 들은 유효진은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했다. “아직은 삼촌이라니요? 당신은 영원히 삼촌이에요! 아무리 나를 구했다고 해도 이상한 생각 따위는 추호도 하지 마세요!”유효진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임찬혁의 말만 들어보면 그는 진짜 연우 아빠가 된 것 같았다. 어림없는 소리!“아니! 이 사람이 바로 우리 아빠야! 엄마, 나빠! 연우가 아빠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유효진이 너무 칼같이 거절하자 연우는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고 임찬혁의 목을 도 꽉 끌어안은 채 무슨 말을 해도 놓지 않으려 했다.순간 유효진은 자리에 멍하니 선
“예! 알겠습니다!”전화기 너머로 공손한 남자의 대답 소리를 들은 후 유효진은 전화를 끊었다.“언니, 모레가 신제품 발표회인데 몸은 괜찮겠어? 아니면 그냥 미룰까?”유설진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아니, 이번 신제품 발표회는 나에게 매우 중요해. 이미 전국 각지의 미용 전문가들을 전부 초대했기 때문에 그 어떤 사고도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우리가 이번에 개발한 뷰티밤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제품들보다 훨씬 효과가 좋아. 일단 출시되면 반드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거야!”유효진은 창밖으로 보이는 화려한 도시 거리에 시선을 돌리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그녀는 자신이 충분히 강해야만 연우에게 행복한 가정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때 병실 밖 복도 한쪽 끝에서 경호원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가로막고 있었다.거기에는 유효진의 팬인 사람도 있었고 사업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유효진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했다.“저는 하정연이고 이분은 정씨 집안 도련님입니다. 곧 유 대표님과 함께 일하게 될 사람이에요. 같은 식구나 마찬가지니 우리를 들여보내 주세요.”하정연과 정우명도 사람들 무리의 맨 앞에 서 있었다.유신 뷰티 컴퍼니는 곧 신제품이 출시될 것이고 동시에 사업 파트너도 모집하고 있다. 이것은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비즈니스 기회이다!정우명은 인맥을 통해 유씨 가문과 작은 계약을 맺었다. 그래서 이번에 유효진이 아픈 것을 그들은 자신을 표현할 좋은 기회라 여겼다.유효진의 호감을 사면 작은 계약이 큰 계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 뭐요? 정... 뭐요? 들어본 적 없어요!”경호원은 두 사람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들을 가로막으며 밀쳤다. 그러자 두 사람은 바닥에 볼품없이 내동댕이쳐 졌다.“둘째 아가씨가 말하길 유 이사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한 시기라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라 했어요!”“다시 한번 덤벼들면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경호원이 그들에게 경고의
용호파?순간 임찬혁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청룡이 조금 전에 용호파는 대용문파에 포함되는 작은 파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하면 그 파벌 수장에게 지시하라고 했는데 김승태가 용호파의 사람을 알고 있다고? “외삼촌이 용호파의 누군데? 용호파가 대단한 파벌이야?”임찬혁도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멍청한 자식! 용호파는 경주에서 가장 큰 지하세력이야. 파벌 수장인 양운호는 경주 지하세력의 왕이나 다름없어! 우리 외삼촌 김병훈은 운호 어르신의 오른팔이야! 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절을 해서 내 신발 밑창을 핥아. 그러면 한 번쯤은 봐줄 수 있어! 참, 그리고 효진 씨는 내 여자야! 네가 의술 좀 할 줄 안다고 내 여자와 가까이하려는 생각은 접어 둬!”김승태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대신 끝없이 횡포를 늘어놓았다.그가 임찬혁을 이토록 원수처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효진 앞에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임찬혁이 아무리 무사라 할지라도 용호파라는 든든한 ‘백’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거라 생각했다. “너의 외삼촌이 양운호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나대? 양운호가 와도 내 눈치를 봐야 해.”임찬혁은 하찮은 표정으로 김승태에게 말했다. 하지만 용호파가 경주에서 1위라는 것에는 꽤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주위 사람 모두 깜짝 놀란 얼굴로 임찬혁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들 눈에 임찬혁은 멍청하다 못해 본인 분수도 모르는 인간이었다. 양운호가 와도 네 눈치를 봐야 한다고?이 말을 만약 용호파 사람들이 듣게 된다면 임찬혁은 바로 길거리에서 능지처참 당할 것이다. 임찬혁은 진짜 처참한 죽음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있는 듯했다. 김승태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할 말을 잃었다. 용호파가 경주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까지 전부 말했는데 임찬혁은 전혀 무릎 꿇고 용서 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귀가 어떻게 됐어? 운호 어르신은 경주 지하세력의 왕
양홍선 얼굴의 주름살이 놀랍게도 아주 느린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고 흰머리도 눈에 띄게 까매지고 있었다.“이... 이것은 진짜로 만병통치약이구나!”양홍선은 깜짝 놀라 기쁨을 금치 하지 못했다. 적어도 두세 살은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봐요. 어머니. 아들은 어머니를 속이지 않는다니까요.”임찬혁은 ‘헤헤’ 웃으며 회춘단 한 그릇을 그녀 앞에 놓으며 말했다. “어머니, 앞으로 매일, 아침저녁으로 한 알씩 이 그릇 안에 있는 것들을 다 먹으면 열 살은 더 젊어질 거예요.”이어 임찬혁은 밖에 나가 유리병을 사 오더니 다음날 유효진에게 선물할 회춘단을 그 안에 담았다.저녁을 먹은 후, 그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일찍 일어나 글로벌 쇼핑몰로 향했다.특별히 초대받은 연우의 생일에 너무 남루한 차림으로 참석할 수 없어 변변한 옷 몇 벌을 장만하려고 간 것이었다. 도심 중심에 있는 글로벌 쇼핑몰은 경주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들이 모여있는 곳이다.이곳 옷가게는 전부 국제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숍이며 안에 있는 옷들도 대부분 수천만 원에 달했다. 일찍 도착한 임찬혁은 근처 문을 연 아무 가게나 들어갔고 안에는 종업원 대여섯 명이 모여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은 옷 살 형편이 절대 안 될 것 같은 남루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들어오자 시큰둥한 얼굴을 하며 손님 맞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임찬혁은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가게 직원들조차 이렇게 현실적이란 말인가?하지만 그의 주머니에는 적어도 몇 개의 작은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카드가 들어있다.“임찬혁, 출소했네?”다른 가게로 가려고 하는 그때 또랑또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보니 옛 동창인 양금희였다. 학교 다닐 때 임찬혁은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훤칠한 데다 학교 농구팀 팀원으로 열심히 활동해 그야말로 시대를 풍미한 핵인싸였다. 물론 양금희도 인싸 중 한 명이었다.“양금희? 오랜만이야!”임찬혁은 웃으며 반갑게 인사했다.원래부터 청순한 외모의 양
점장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처음부터 다시 세려고 할 때 임찬혁이 그녀의 손에서 카드를 뺏어갔다.“돈은 이미 냈으니 이제 옷 좀 입어 봐도 될까요?”임찬혁은 짜증 나는 듯한 얼굴로 물었다. ‘여종업원이나 점장이나 하나같이 사람 보는 눈이 없네.’“네네, 당연하죠. 얼마든지 편하게 입어 보세요. 아니, 그것보다 맘에 드는 옷 말씀하시면 그냥 드리겠습니다.”...점장이 굽신거리며 임찬혁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고 당장이라도 그의 앞에 무릎을 꿇을 기세였다. 상대의 잔액이 몇 자릿수든 간에 분명 이 사람은 말 한마디로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할 거라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도 점장의 말에 깜짝 놀랐다. 임찬혁이 아무리 금은보화를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그의 앞에서 비겁하게 굽신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찬혁아, 가서 입어 봐. 내가 탈의실로 안내할게!”양금희는 수트를 들더니 임찬혁을 데리고 탈의실로 향했다.찬혁이 ‘가게 1등 보물’을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양금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멋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멋있다!이 옷은 꼭 마치 임찬혁을 위해 만든 것처럼 그의 핏에 완전히 딱 맞아떨어졌고 잘나가는 모델 못지않게 멋진 모습이었다. 임찬혁은 180cm의 큰 키에 5년간의 무술 연마로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그리고 가뜩이나 훤칠한 얼굴에 고급 슈트까지 매치하니 전반적인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임찬혁은 시골 촌뜨기에서 순식간에 부잣집 도련님으로 변신했다.“내가 입으니 어때? 괜찮아?”거울 앞에 선 임찬혁이 양금희에게 물었다.“음... 멋있어!”양금희는 쿵쾅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임찬혁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럼 나 저기 헌 옷들 좀 버려줄래.”임찬혁은 이 슈트를 그대로 입고 나갈 계획이었다.이어 그는 평소 입을 캐주얼한 옷 두 벌을 더 고르고 결제를 마친 후 가게를 나오려 했다. “고객님. 고객님은 우리 가게 VVI
끼익!임찬혁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롤스로이스 팬텀이 호텔 입구에 멈춰 섰다.이내 차 문이 열리더니 곧은 체격에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한 남자가 차에서 내려왔다. 우월한 기럭지에 화려한 패션은 그로 하여금 귀티가 좔좔 흐르게 했고 마치 한 나라의 귀족 왕자 같았다.순간 하정연의 눈이 반짝 빛났다. 이 사람은 경주 4대 명문가 중 하나인 송씨 가문의 큰아들 송시후였다.그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재력도 어마어마해 수많은 여자 마음속의 백마 탄 왕자님이었다.정우명은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나 알 것 같아! 시후 도련님이야말로 진정한 VVIP였어!”“맞아요! 시후 도련님이 항상 유 대표님 좋아한다고 계속 따라다니고 그랬잖아요. 시후 도련님만이 유 대표에게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하정연도 정우명의 말에 바로 동의했다.송시후야말로 그 귀한 손님이고 임찬혁은 그저 들러리보다 못한 쓸모없는 인간일 것이다.하정연은 그제야 마음이 놓인 듯 한숨을 내 쉬었다.누가 VVIP 대접을 받던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유독 임찬혁만은 용납할 수 없었다. “깜짝 놀랐잖아. 나는 임찬혁이 또 어디 명문가 집안 사람과 친해진 줄 알았어.”정우명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안도했다.“임찬혁이 나를 만날 때마다 저에게 이런 짓을 하니 나중에 꼭 기회를 봐서 혼내주세요.”하정연은 턱을 치켜들며 이를 갈았다.“내일 어떻게 할지 경호원들에게 다 얘기해 놨어. 만약 우리 결혼식에 와서 또 소란을 피우면 내가 반드시 당신 대신 톡톡히 복수해 줄게!”정우명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얼굴에는 순간 잔인함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두 사람은 송시후가 성큼성큼 호텔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그곳을 떠났다.임찬혁은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호텔 직원에 의해 VVIP 킹스 룸으로 안내되었고 그곳에는 유효진, 유설진, 연우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유효진은 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옅은 화장에 화려한 검은색 롱드레스를 입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며
경비원들은 송시후를 보고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감히 한 명도 움직이지 못했다.송씨 가문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일개 경비원이 굳이 명문가 도련님의 미움을 살 필요는 더욱 없었다.“왜? 나와 진짜 해보자는 거야? 그래! 그게 소원이라면 어쩔 수 없지!”송시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안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탕’하고 놓았다.그 종이를 본 유효진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것은 다름 아닌... 레시피다!그것도 유효진의 회사에서 이제 막 개발한 내일 신제품 발표회에 사용할 바로 그 레시피였다.이 레시피가 유출되는 순간, 회사는 바로 끝장이다!“네가 어떻게 뷰티밤 레시피를 갖고 있어?”유효진은 한 손으로 레시피가 적혀져 있는 종이를 낚아채며 물었다.“찢어버려도 소용없어. 그거 복사본이니까.”송시후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이 세상에 돈으로 해결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어? 돈만 있으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게 다 네 거야.”“뷰티밤 효과는 꽤 괜찮은 것 같아. 일단 출시만 하면 분명 전국에서 핫해 질 거야. 하지만 이 레시피를 내가 유출이라도 하면 그때는 어떻게 될까?”순간 유효진은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만약 레시피가 유출되면 그동안 그녀가 했던 모든 투자와 노력은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간다.이뿐만이 아니다. 신제품 발표회에 초대한 많은 미용 업계의 거물들의 미움까지 살 수 있으며 그 후에는 일어서려고 해도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뭘 원하는 건데...!”유효진은 맥이 빠진 듯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뭘 원하는지 진짜 몰라?”송시후는 의기양양한 승자의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딱 두 가지! 사업을 망치든지 아니면 내 여자가 되어 부귀영화를 누리든지!”“파렴치한 인간!”유효진은 혐오스러운 얼굴로 송시후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렇게까지 비열한 수단을 써가며 나에게 강요를 하려고? 절대 그렇게
어쨌든 이 일은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기에 골머리가 아팠지만 임찬혁은 어쩔 수 없이 육성재의 부탁을 들어주었다...하씨 가문.하찬림은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의 옆에는 단발머리의 정장을 입은 여비서가 볼륨감이 넘치는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늘씬하고 새하얀 다리는 검은 스타킹에 싸여 시시각각 여성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제가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까? 효과는?”“분부하신 대로 홍보했고 이번 책임은 체스턴에게 모두 떠넘겼습니다.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에게 보상해 주겠다는 양해도 구했고요.”여비서는 공손한 표정으로 일일이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주었다.“음, 아주 좋네요.”원하는 결과를 얻은 것인지 하찬림의 안색이 비로소 밝아지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도끼로 제 발등을 찍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다.임찬혁을 모함하려다 오히려 임찬혁의 회춘단이 만병통치약이 되고 중생환이 독이 된 것이다.다행히 일련의 조치를 통해 여론은 쉽사리 통제되었다.“임찬혁... 두고 봐, 국제 무도 대회 날 내가 널 어떻게 짓밟아버릴지.”하찬림이 이를 갈며 임찬혁의 이름을 곱씹었다.국제 무도 대회 날 임찬혁을 이기기만 하면 하찬림은 그동안 잃었던 모든 것들을 되돌릴 수 있다.“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육소연과 임찬혁이 정말 혼약을 맺었단 말입니까?”“네, 두 사람이 처음 태어났을 때부터 약혼을 맺었는데 육소연이 계속 임찬혁을 못마땅해하는 바람에 관계가 불안정했다고 합니다.”그 순간, 하찬림의 어두운 얼굴에 음침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찬혁아... 임찬혁, 전에 네가 바로 나와 손이림을 갈라놓은 장본인이지? 두고 봐.”“이번에는 내가 기필코 육소연을 꼬셔서 손에 넣을 테니 너도 어디 한번 망신당하는 꼴을 느껴봐.”...레드 로즈 바.임찬혁은 육성재의 전화를 끊은 후 또 팽런웅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임찬혁, 너 정말 국제 무도 대회에 참가할 거야? 만약 참가하지 않는다면 난 지금 당장 널 무도 협회에 가입시킬 수
...모두의 눈빛이 밝아지고 사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어쨌든 용운 그룹이 옹호 그룹의 모든 자산을 삼켰고 하씨 가문의 사람까지 죽여 하씨 가문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명문 가문에 뒤지지 않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만약 육소연이 정말 용운 그룹의 대표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들 모두가 함께 덕을 볼 수 있다.“안 된다.”육성재가 단호한 목소리로 단칼에 잘라버렸다.“넌 이미 찬혁이와 약혼했는데 어떻게 다른 남자에게 고백할 수 있단 말이냐? 정녕 창피하지도 않단 말이냐?”임찬혁과 육소연 사이에는 이미 혼약이 잡혀있다. 이는 그와 임찬혁의 죽은 아버지가 정한 것인데 육성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혼인을 성사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얼굴로 구천에 있을 친구의 얼굴을 본단 말인가?그러니 용운 그룹의 대표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그는 꿋꿋이 임찬혁을 선택할 것이다.“아빠! 그 임찬혁 얘기는 꺼내지도 마! 임찬혁은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줄지언정 나에게 주지 않는데 내가 왜 그런 무정한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데?”육소연이 얼굴을 홱 돌리며 화가 난 목소리로 외쳤다.“그 입 다물지 못해? 그 일은 찬혁이 탓이 아니야. 네가 먼저 찬혁이를 의심했잖니.”육성재 역시 회춘단 대리 문제에 관한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고 임찬혁과 육지영 사이에 거래가 있었으니 임찬혁이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주는 건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다.그리고 육성재가 보기에 그 회춘단에는 분명 놀라운 부의 가치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딸이 임찬혁과 결혼한다면 그 재산 역시 공동 재산이 되지 않겠는가?하지만 육성재는 굳이 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 육성재는 오직 육소연이 임찬혁과 결혼하는 것만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싫어. 난 용운 그룹 대표가 좋아. 당장 내일이면 대표님한테 달려가서 고백할 거야.”“만약 아빠가 자꾸 임찬혁과 결혼하라고 달달 볶으면 차라리 죽어버리고 말테야.”육소연은 결연
방금 조용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체스턴을 발견한 임찬혁은 곧바로 상대가 도망갈 것을 예상하고 청룡을 파견하여 체스턴을 잡아 오라고 당부했다.사실 체스턴은 중생환을 가지고 용국에 들어오면서부터 이미 그의 죽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같은 시각, 육씨 가문.육소연은 침실에 숨어 몰래 울음을 삼키며 절친 배두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흑흑, 두나야, 임찬혁에게 정말 회춘단이 있었다니. 그런데 임찬혁이 회춘단의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어. 이건 분명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거라고!”육소연의 입장에서 아무리 그녀가 임찬혁을 오해했다고 하더라도 회춘단의 대리권만큼은 그녀에게 넘겨줬어야 했다.육지영이 그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리권을 육지영에게 줬다는 건 일부러 육소연과 맞서겠다는 뜻 아닌가?“임찬혁、 이 천벌 받아도 싼 놈... 네 아버지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그걸 그새 잊었던 말이야? 정말 배은망덕한 놈이 따로 없네.”배두나는 이번 발표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발표회에서의 일은 진즉 전해 들었다.지금 회춘단은 서울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이 시점에 회춘단의 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명 떼돈을 벌고도 남을 것이다.그리고 그녀가 보기에 임찬혁은 줄곧 육소연에게 잘 보여 육씨 가문의 사위가 되기 위해 하염없이 노력해왔었다. 그러니 육소연이 어떤 태도를 보이든 임찬혁이 한결같이 육소연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지금처럼 육소연에게 냉담하게 굴면서 다른 여자에게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흥, 설령 임찬혁이 나에게 대리권을 준다고 해도 난 그걸 원하지 않았을 거야.”육소연이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입을 삐죽였다.“괜찮아, 네 말대로 임찬혁은 정말 쓰레기 같은 남자야. 그러니 그 남자를 위해 슬퍼할 가치도 없어. 지금은 작은 성과를 거뒀을지 몰라도 용운 그룹 대표와는 비교할 가치가 되지 못해.”배두나가 육소연을 다독여주며 투덜거렸다.“너도 용운 그룹 대표가 정말 날 좋
이 모든 것은 임찬혁을 믿었기 때문이다.“걱정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야.”결국, 육씨 가문 전체에서 육성재를 제외하고 임찬혁을 믿어주는 사람은 오직 육지영뿐이었다.게다가 방금 어머니까지 모시고 와 약을 시험해 본 것도 작은 도움이 된 셈이니 임찬혁은 당연히 약속을 어길 리가 없었다.“잘됐네, 지영아. 네가 찬혁이를 믿은 건 옳은 선택이었어.”박영화와 육지영이 감격에 겨워 소리를 질렀다.임찬혁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판이 이렇게까지 뒤바뀌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터.그러나 다른 한쪽에 서 있던 육소연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바보처럼 느껴졌다.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처음에 임찬혁은 그들에게 회춘단의 대리권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시큰둥하게 거절해버렸다.그런데 임찬혁의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니.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까지 없었던 거지?지금 서울의 모든 사람들은 임찬혁 회춘단의 이 대리권을 구하기 위해 피 터지도록 경쟁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체면 따위는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오직 육소연만이 도무지 자신의 체면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과거 너무 절대적으로 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게다가 마음속의 그 거만함도 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깊은 회의감이 솟구쳐올라오며 육소연은 감히 임찬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찬혁아, 이렇게 좋은 제품이 있는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우리 사이에 대리 하나 맡겨주지 않는 것도 말이 안 되지?”육지영은 차마 티를 낼 수 없었지만 하미현은 아예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임찬혁에게 대리를 내놓으라며 요구했다.“허허, 전 분명 기회를 드렸고 거절한 건 숙모셨잖아요. 그런데 이제 와서 또 갖고 싶으세요?”임찬혁이 하미현을 빤히 쳐다보며 냉소를 지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미현은 다른
이어 임찬혁은 또 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먹였다.“콜록콜록!”얼마 지나지 않아 연신 기침을 하더니 창운 도인이 정말 서서히 눈을 뜨는 게 아닌가. 순간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대박, 회춘단이 이 정도로 신기하다고?”“죽은 줄 알았던 생쥐도 회춘단을 먹으니 다시 살아났다니까.”“혼수상태에 빠진 창운 도인도 살릴 수 있다니. 회춘단은 정말 미용 제품이 아니라 만병통치약이야.”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너나없이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방금 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것처럼 연이어 임찬혁에게 무릎을 꿇기 시작했다.“제발 회춘단 하나만 주세요.”“저도 하나만 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요.”“당신이 내 목숨만 구해줄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습니다!”그들은 임찬혁에게 연이어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아직은 몸에 큰 반응이 없지만 미래의 어느 날 갑자기 중생환의 부작용이 닥치면 그땐 정말 끝장일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람은 쥐보다 훨씬 강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들 역시 모두 중생환을 복용했지만 목숨을 위협할 정도는 아닐 거예요.”“그리고 회춘단은 곧 서울에서 판매될 예정이니 몇 알 복용하면 중생환의 악영향 정도는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눈물을 쏟아내는 사람들을 다독여주며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들도 괜찮다는 임찬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지만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임찬혁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춘단 한 알을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임 선생님, 회춘단 대리점을 하고 싶은데 지금 200억의 계약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샘플을 주실 수는 없을까요?”한 여자가 물었다.“가능합니다.”그 말에 임찬혁은 즉시 여인에게 회춘단 한 알을 건네주었다.“저도 회춘단 대리를 하고 싶습니다.”“저도 하겠습니다.”“임 선생님, 저한테도
중생환에게 정말 문제가 생겼다.이 일로 하찬림은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악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하찬림 이 망할 자식아, 내가 널 얼마나 철석같이 믿었는데 나한테 독약을 먹여?”곧이어 한 중년 부인이 하찬림의 눈앞에 달려들어 멱살을 부여잡고 해명을 요구했다.방금 하찬림의 설득 하에 그녀도 중생환을 먹었기 때문이다.하여 우리 안에서 점점 죽어가는 쥐를 보며 화들짝 놀란 중년 부인은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나도 중생환을 먹었는데... 설마 나도 저 생쥐들처럼 죽게 되는 건가? 하찬림 이 개자식아!”“당신 제대로 해명 안 하면 가만 안 둘 거야.”방금 중생환을 먹었던 사람들이 모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하찬림을 에워쌌다.이제 목숨도 보장받지 못하는데 하찬림의 신분과 지위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하찬림 역시 아무리 내공이 강해도 감히 일반인에게 손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잘못하면 하씨 가문 전체가 나락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제게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꼭 합리한 설명을 하겠습니다.”“체스턴 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하찬림은 많은 사람들의 공격에 대응하며 다급히 체스턴을 찾아 헤맸지만 상대는 이미 감쪽같이 사라진 뒤였다.조금 전, 중생환의 일이 탄로 날 것을 미리 눈치챈 체스턴은 진즉 뒤꽁무니를 빼고 도망쳐버렸던 것이다.“체스턴!”“체스턴!”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체스턴에 하찬림의 마음도 차갑게 식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깨달았다. 이놈에게 속았구나.한편, 덩달아 당황해하는 하찬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더더욱 중생환에 문제가 있음을 단정했다.중생환을 먹은 사람들은 심지어 당장이라도 하찬림을 죽이고 싶은 마음마저 생겼다.“하찬림, 내가 널 죽여버릴 테다.”한 중년 아주머니가 손을 뻗어 하찬림의 얼굴을 도려냈다.악!외마디 비명과 함께 하찬림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일반인들의 공격은 전혀 피할 방법이 없었고 얼굴에는 핏자국이 번지며 하찬림의 모습은 더욱 초라해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열 마리의 생쥐에게로 향해 있었다.“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 중생환을 먹은 생쥐들도 멀쩡하잖아. 그렇다면 중생환도 아무 문제 없다는 말 아냐?”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 구역에서 작게 소문난 부잣집 딸인데 이번에도 중생환의 분대리로 선발되었다.중생환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그녀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찬림의 뒤를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연히 임찬혁의 말이 전부 거짓이길 바라는 것이다.“맞아요, 임찬혁이 헛소리를 한 게 틀림없어요. 만약 중생환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우리 하 대표가 모를 리 있겠어요? 그리고 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실험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임찬혁도 괜히 하 대표가 질투 나서 태클을 걸고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하 대표의 제품이 회춘단 못지않게 훌륭하니까 일부러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 아니겠어.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더 하겠어. 당장 쫓아내자고...”...눈치를 보던 다른 대리상들도 너나없이 나서서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지금 그들에게 있어 임찬혁은 그들의 장사를 방해하러 온 눈엣가시일 뿐이다.어렵게 중생환의 대리권을 얻고 드디어 큰돈을 벌려는데 웬 낯선 남자가 이곳에 찾아와 중생환에 문제가 있다고 선포를 하니 이건 그들과 맞서고 들려는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심이 가득한 눈초리로 임찬혁을 쏘아붙였다. 비록 임찬혁의 회춘단은 확실히 엄청난 효과를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리 장사에 눈이 멀어도 난데없이 중생환이 위험하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릴 필요는 없었다.어쨌든 하영 그룹은 유명한 대기업이고 하찬림은 또 남부 군신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으니 돈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대대적으로 중생환의 발표회를 열 수도 없었을 것이다.오히려 임찬혁이야말로 질투에 눈이 멀어 난데없이 소란을 피우러 온 입장이 되어버렸다.육소연의 눈동
“게다가 당신의 중생환은 사실 사람의 잠재력을 착취하는 부작용이 있잖아요. 심지어 강한 중독성까지 지니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나라와 국민에게 재앙을 끼치는 마약과도 같은 존재 아니겠어요?”임찬혁의 매 한 마디, 한 글자가 모두의 귓가에 때려 박혔다.뭐라고?임찬혁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그들에게 있어 중생환은 신약과도 같은 존재로 모두가 하찬림을 숭배하며 존경해왔다. 그런데 설마 정말 임찬혁의 말처럼 그런 일이 생길까?체스턴의 파란 눈동자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다른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체스턴만큼은 중생환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잘 알고 있다. 임찬혁의 말은 정말 모두 사실이었다.‘뭐지? 임찬혁이 어떻게 이걸 알게 된 거지?’그의 중생환이 서양 국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이유도 바로 임찬혁이 말했던 부작용 때문이었다.하여 이곳저곳 쫓겨 다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용국의 시장을 노리게 된 것인데 이것마저 임찬혁에게 들켜버리다니...“건방진 소리!”하찬림이 불같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았다.“증거 있어? 증거도 없이 무작정 물어뜯는 건 예의가 아니지.”하찬림이 번뜩이는 눈빛으로 임찬혁을 노려보았다. 하찬림을 모욕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중생환을 비하하다니. 체스턴은 분명 그에게 중생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장했단 말이다.“그럼 제 회춘단에 금지 성분이 있다고 하셨는데 증거 있습니까?”“제 회춘단은 어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금지 성분이 검출된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습니다.”임찬혁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하찬림을 똑똑히 바라보며 반박했다. 대화가 오가고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물론 내 중생환도 얼마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지요. 조금이라도 부작용이 있다면 나도 어떤 대가라도 달게 받겠어.”하찬림도 임찬혁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제품에 자신감이 넘쳤다.애초에 하찬림은 중생환을 받을 때부터 모든 검사를 거쳐 조금의 금지 성분도 없다는 결과를 받게 되었었다. 하
하찬림뿐만이 아니다.체스턴, 전정우, 허원무, 곽해진 그리고 손강오까지 현장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들은 모두 비즈니스계의 정상에 있는 인물이기에 식견이 매우 넓은 편이었다.그런데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어마어마할 줄이야.이건 성공적인 프로젝트일 뿐이 아니었다. 아마 전 세계를 뒤져 보아도 이 정도의 돈줄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직접 보지 않았다면 아마 임찬혁이 이렇게 좋은 제품을 내놓았으리라고 꿈에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회춘단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막상 회춘단의 상업적 가치를 확인하니 모두의 마음속에 욕심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만약 회춘단의 대리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절대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건데...한편, 육소연도 깜짝 놀란 듯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찬혁이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라니.회춘단이 보여준 효과만 봐도 중생환을 넘어서는 건 물론이고 아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회춘단은 임찬혁이 직접 참여하여 연구 개발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회춘단의 모든 권한은 자연히 임찬혁의 손에 있다.회춘단의 대리권만 손에 쥔다면... 중생환의 대리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우와! 회춘단의 효과가 이렇게 신기하다니...”육지영이 뛸 듯이 기뻐하며 외쳤다.회춘단을 먹고 생긴 변화는 단지 발의 흉터가 사라진 것 뿐만이 아니었다. 피부도 훨씬 좋아지고 안색도 전과 다르게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 알을 복용했을 뿐인데 이 정도의 효과라니... 계속 복용하면 얼마나 예뻐질지 말할 필요도 없었다.“내가 시험해줄게요. 나한테도 한 알 줘봐요.”“저도, 저도.”...금세 수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회춘단처럼 쉽게 비주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제품을 마주하니 여자들은 전부 이성을 잃고 만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