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철의 안색이 어둡게 변했다, 이렇게 된다면 정씨 가문은 거의 돈을 벌지 못하게 된다.정민택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가 입을 열었다:"민아야, 이건 전의 조건과 너무 차이가 나잖아? 설마 네가 그 사람들과 일을 꾸며 우리 집안을 속이는 것은 아니겠지?"이 말이 끝나자,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사색에 잠겼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집안사람들 모두 이런 짓을 해봤기 때문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지금의 정민아는 의심의 대상이었다.정민아는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자신이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받아온 투자인데, 지금 자신을 도둑 취급을 하고 있으니?"철썩!"정민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박 껍질 하나가 날아가 정민택의 얼굴을 쳤다."우웩, 퉤퉤퉤..." 정민택은 약간 결벽증이 있다, 사람이 먹다 버린 수박 껍질로 얼굴을 맞았으니 역겨워서 미칠 지경이었다."김예훈! 미쳤어! 도대체 뭐 하자는 거야?! 정지용이 자기 아버지 얼굴에 있는 수박 껍질을 보고 욕설을 퍼부었다."쓰레기 버렸는데요." 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정지용이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탁상 위에 있던 재떨이 쥐고 김예훈 쪽으로 던졌다."파악!"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김예훈이 날아오는 재떨이를 받아쥐고 이내 정지용을 향해 던졌다, 정지용의 머리가 깨져 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김예훈, 오늘 내가 널 죽이지 않으면 정지용이 아니야!" 정지용은 이를 갈았다, 오늘 일은 정지용 두 부자한테 모욕이었다.정씨 일가에서 그들은 늘 위풍당당했다, 근데 고작 데릴사위라는 놈이 감히 우리 앞에서 이리 날뛰다니."그만해!” 자리에 앉아있던 정동철이 소리치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김예훈, 설명을 해야 할 것이야, 안 그러면 민아도 네 편을 들어줄 수 없어."정민아 역시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긴장해 하고 있다, 정씨 일가에서 정동철은 곧 하늘이었다, 김예훈 당신, 오늘 확실히 지나쳤어.
하지만 속으로는 정민택 부자를 보면서 고소했다.김예훈은 피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가 수박을 또 하나 집어 들고 차갑게 말했다:"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쓰레기를 던진 것뿐이에요, 어떤 사람은 입이 쓰레기통 같아서 말이죠, 무의식적으로 던진 것이니 절 탓하지 말아 주세요.""너..." 정민택이 휴지를 꽉 쥐고 얼굴을 닦았다, 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뭐가 너예요? 당신 아들이 사고 친 걸 우리 와이프가 해결했는데, 고맙다고 인사는 못 할망정, 오늘 어렵게 투자를 다시 받아왔어요, 고맙다고 하기는커녕 중간에서 이득을 취했다고 의심하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래요! 그렇게 잘났다면 이 계약은 우리가 하지 않겠습니다! 당신 그 잘난 아들한테 맡기죠!" 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너 이 자식, 데릴사위가 무슨 자격으로 입을 함부로 놀려!" 정민택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민아가 우리 가문을 위해 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야...""그리고는 그 공로를 당신 아들한테 줄 겁니까?" 김예훈이 말을 끊었다, "또 가서 대표이사의 비서를 희롱해 정씨 일가가 파산이라도 하면 어쩌려고요?"원래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이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도 그럴 것이, 정지용 이 멍청하고 날뛰는 인간이라면 그런 일을 하고도 남았다.이 순간, 다들 몸을 떨고 있다, 만약 정씨 일가가 파산이라도 당하는 날에는 모두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될 테니까 "어르신, 김예훈의 말이 맞습니다, 이번에 또다시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그렇습니다, 원래 이 일은 정지용이 망친 것입니다, 민아가 어렵게 해냈으니 어떻게 하든 다 좋습니다.""제 생각에 관건은 투자를 받는 것입니다, 수익이 좀 적으면 어떠합니까? 어차피 돈 되는 프로젝트도 아니었고...""그래요, 이번에 민아가 수고많았네요..."잠깐 사이에 정씨 일가의 가족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정민아를 몰아세울 작정이었으나 지금
"그건..." 정민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그렇게 해..." 정동철이 웃음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정민아는 분명 YE 투자 회사의 고위 임원과 연결이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어찌 이렇게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었겠는가?"할아버지, 알겠습...""안 됩니다!" 정민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젠장! 네놈이랑 무슨 상관인데! 왜 또 안 된다고 그래?!" 정지용이 머리를 감싸고는 욕설을 퍼부었다.근데 지금 그는 김예훈이 살짝 무서웠다, 데릴사위 이놈이 요즘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툭하면 손찌검하지 않나, 교양없이."김예훈, 민아의 체면을 생각해 자네가 이 자리에 있는 걸 가만두었네, 설마 정말 우리 가문에서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정동철의 눈빛이 차가웠다, 요즘 계속 날뛰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그는 짜증이 났다."전에 어르신께서 약속하셨잖아요, 민아가 계약을 성사시킨다면 대표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근데 지금은요? 계약서를 들고 왔는데 승진은커녕 협상이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시다니, 민아를 난처하게 만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내가 민아를 난처하게 만든다고?" 정동철이 화를 벌컥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데릴사위 이놈이 어르신을 화나게 할 작정인가? 정말 주제도 모르는 것인가? 정민아가 아니었다면 감히 이 자리에 있기나 했을까? 다시 말하면 정씨 집안에 김예훈의 자리는 없다."예훈씨, 그만해." 정민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김예훈이 자기 편을 들 줄은 몰랐다, 그녀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말했다, "할아버지, 말씀하신 조건은 제가 노력해볼게요, 하지만 꼭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이 조건을 제시하면 YE 투자 회사에서 투자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나올지도 몰라요,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해요."정동철이 흠칫했다, 이 점
"역시 지용은 우리 정씨 일가의 미래야, 젊은 친구가 능력이 있어!""보아하니 오전에 민아가 가지 않았어도 오후에 우리한테 연락이 올 거였어..."정동철은 냉정해 보였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용아, 확실한 거냐?""당연하죠!" 정지용이 득의양양해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고는 스피커를 눌렀다."안녕하세요, 정지용 씨." 전화기 너머로 송문영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지용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송 부장님, 방금 저희 어르신한테 보고드렸습니다, 오늘 밤 저희 집으로 오신다고요, 어르신께서 연회를 준비하셨는데 대략 언제쯤 도착하실지?""그럴 필요 없습니다, 당신한테 물건을 돌려주러 가는 것뿐입니다.""아니에요, 아닙니다, 오늘 밤 제가 모시러 갈까요?"'아니에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대략 7시쯤 도착할 거예요.""그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정지용이 득의양양한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물건? 무슨 물건? 설마 투자 계약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정동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지용, 내 기억으로는 며칠 전 네가 전화했을 때까지만 해도 너한테 꺼지라고 한 것 같은데? 오늘은 왜..."정지용이 잘난 척하며 말했다:"할아버지, 여자들은 다 그래요, 아무리 잘난 여인이라도 돈으로 해결하면 그만이에요, 할아버지 요즘 제가 그 여자한테 쓴 돈이 적어도 몇억은 돼요, 일이 성사되면 할아버지께서 정산해주셔야 해요."정동철이 웃으면서 말했다:"물론, 당연히 그래야지, 네가 계약만 잘 따낼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정산도 해주고 대표이사 자리도 너한테 줄 것이야.""할아버지,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옆에 있던 정민아가 도저히 못 참고 말했다, 자신이 어렵게 성사시킨 계약이었다, 근데 정지용 이 인간이 갑자기 튀어나와 지금 자기 공을 가로채고 있다."너무하다고요?" 정지용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정민아, 계약 하나 따냈다고 잘난 척 그만 해요, 누구는 뭐
”할아버지.”정민아가 걱정스럽게 어르신을 바라봤다.어르신은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민아, 억울하다는 거 알아. 하지만 이 계약서는 우리 가문 이익에 부합되지 않아. 그래도 네가 애썼다는 건 잊지 않으마. 이렇게 하는 게 어떠냐? 일이 성사되면 나중에 수익에서 몇 프로를 너에게 주마.”총지배인에 대해 한 글자로 꺼내지 않았다. 어르신은 원래부터 손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여자애들은 돈만 축내고 사업을 한다고 해도 망하는 길만 갈게 뻔하니. 게다가 정민아의 남편은 개똥에도 쓸모가 없어 더 마음이 가지 않았다.전에는 정민아가 YE 투자 회사에서 계약서를 들고 왔기 때문에 비위를 맞춰줬지만 지금은 정지용이 일을 더 잘해내니 자연스럽게 제외시킨 것이다.정민아가 침묵했다. 어르신의 말은 일언이 중천금이니 여기서 따져봤자 미움만 사게 된다. 아무리 서운해도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옆에 앉은 김예훈이 정민아의 손을 잡더니 웃으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걱정 마. 정지용이 계약서를 받아올 것 같아?”김예훈의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 귀에 흘러갔다. 모두 시선이 김예훈에게 향했다.정지용이 화를 내려고 하다가 웬일로 참았다. “병신 새끼, 나랑 내기 할래? 내가 계약서를 갖고 오면 너희 둘 우리 집에서 나가는 걸로?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마.”“김예훈!”정민아가 말렸다.“좋아!”김예훈은 정지용을 상대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하지만 실패하면 너는 어쩌려요? 이 집에서 나가게? 그때 다른 집 데릴사위가 되겠다고 빌어도 소용없을 거야!”“너!” 정지용이 삿대질을 했다. “두고 봐. 오늘 이후로 우리집 대문에 얼씬거리지도 못할 거야. 퉷!”“그만들 싸워!” 어르신의 말은 그래도 먹혔다. “다들 물러가거라. 오늘 저녁 위해 잘 준비하고. 귀한 손님이 오면 정성껏 모셔야 한다. 그러니 다 자리에 참여해. 알겠어?”“네!”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저녁 송 부장이 집에 방문한다. 젊고 예쁜 데다가 회사에서 능력자로 인정받는다고
어르신이 금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시간이 다가오자 손을 흔들며 다들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보냈다.“기억해. 오늘은 우리 가문에게 아주 중요한 날이야. 우리가 남해시에서 일류 가문이 될지 안 될지를 결정하는 날이라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돼. 섭섭하지 않게 대접을 잘 하고. 알겠지?”“네!”모두 기쁘게 웃으며 대답했다. 모든 게 송문영에게 달렸으니 당연히 잘 해드려야 한다.그때 정지용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저한테 아직 확실하지 않는 생각 있어요.”“그래, 손자야.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냐?”어르신 얼굴이 밝아졌다. 전에 정지용에게 실망했지만 오늘 오후부터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 가문 내 3대에서 원래부터 정지용을 제일 좋아했으니까.어르신이 웃으니 정지용의 득의양양한 모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 저 아직 여자친구 없잖아요. 만약 송문영과 결혼을 하게 되면 앞으로 한 가족이니 자연스럽게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투자금을 550억으로 아니 1000억, 2000억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결혼을 해?” 어르신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김씨 가문 사람도 아닌데 무슨 소용 있어?”“할아버지, 김씨 가문 사람이 우리집에 시집오겠어요? 제가 알아봤는데 송문영이 업무 능력이 좋더라고요. 비록 평범한 가족에서 태어났지만 그러기 때문에 우리 같은 명문가에 더 오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결혼한 뒤 충분한 투자를 받아내고 아무 때나 이혼해도 되잖아요.”정지용이 갑자기 송문영의 예쁜 얼굴과 볼륨감 있는 몸매를 떠올리며 흥분했다.오늘 저녁 투자금과 미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손에 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와~.”그 말에 가족들이 감탄하고 아직 결혼을 안 한 젊은이들도 눈에 불을 켰다. 그렇다면 정지용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말로 들렸다.어르신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면서 생각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지용이가 똑똑해.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일반인이 우리
그 순간 주변에서 감탄 소리가 들려왔다.박스 안에는 금불상이 들어있었다. 손바닥만 한 사이즈지만 그 가치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비록 진부한 선물이지만 가치가 상당했다.손영준과 어르신 신분이 비슷하니 방문을 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었다. 오늘 이 선물이 정씨 가문에 체면을 세워준 것이나 다름없다.“그럼, 그럼요. 다 반가운 사람들이니 여기 앉으세요. 손 회장님. 다음엔 빈손으로 오셔도 돼요. 이번만 제가 받을게요.”어르신은 뜻밖의 선물에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이건 돈 문제가 아니라 체면이 걸린 문제다. 왜 송문영 혼자가 아니라 하 비서까지 오는지 의아했지만 그 정도 눈치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손영준과 인사를 나눈 뒤 어르신이 정지용을 불렀다. “하 비서가 누구냐?”“하 비서요?” 정지용이 활짝 웃었다. “하은혜라고 YE 투자 회사 대표 비서예요. 회사 내에서 대표 다음으로 버금가는 인물이죠. 송문영과 함께라니 우리 계약 십중팔구 성사되겠어요.”“당연히 그래야지!”어르신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정지용은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아직 인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또 벤츠 차 한 대가 별장에 들어왔다. 백씨 가문의 백기철 회장이 활짝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손 회장, 소식이 빠릅니다. 제가 먼저 도착한 줄 알았는데 한 발 늦었네요. 정 회장, 나도 오늘 약소하지만 선물을 들고 왔으니 폐가 안 됐으면 해요.”백 회장도 말하면서 손에 든 선물을 열었다. 순식간에 1940년대 도자기 꽃병이 나타나 모두의 눈을 호강시켰다. 이 물건은 적어도 몇 천만원의 가치를 갖고 있다. 게다가 디자인을 보면 볼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웠다.어르신이 빙그레 웃었다. “백 회장, 우리 사이에 이런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돼요.”“안 돼요. 오늘은 정 회장 신세를 져야 되는데 당연한 거죠. 저녁에 YE 투자 회사 하 비서가 온다면서요? 전에 몇 번이나 회사에 가도 만나지를 못했는데 이따가 우리도 소개시켜 줘요. 우리 가문에서 투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송문영이 놀라는 모습을 본 어르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놀라는 걸 보니 아직 식견이 없는 계집이구나. 그럼 상대하기 쉽지.정지용이 앞장서 악수하려고 손을 건넸다. “송 부장님, 저희 집에 오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릴게요. 이 분은 저희 정 회장님…”송문영이 예의를 갖추더니 뒤로 반발자국 물러서며 인사를 들렸다. “정 회장님 뵙겠습니다.”손을 뻗은 정지용이 잠시 멈칫 했지만 이내 안내하는 제스처를 했다.“송 부장님, 식사를 하면서 천천히 얘기 나누죠.”송문영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저 친구랑 같이 왔는데 그 친구가 동의할지 모르겠어요.”그 말 떨어지기 바쁘게 오피스룩을 입고 뒤로 머리를 하나로 묶은 미녀가 운전석에서 내렸다.정지용이 흠칫하더니 재빨리 앞으로 다가갔다. “하 비서님도 오셨군요. 제가 실례를…”하은혜는 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안내를 받고 별장에 들어갔다.아직 얼떨떨한 송문영와 하은혜가 거실에 도착하는 순간 경악했다. 앞에 보이는 광경에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정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파티 복장을 하고 모인 것이다.정지용이 먼저 거실 중앙에 가더니 사방을 둘러보며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 “여러분, 송문영 부장님 외에 영광스럽게도 YE 투자 회사 하 비서님까지 이 자리에 오셨습니다.”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하은혜에게로 향했다.신임 대표가 무기력해서 회사의 모든 일을 하은혜가 도맡아 한다고 들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비서가 이토록 젊고 아름답다니.그 옆에 송문영까지 서있으니 두 송이 백합처럼 아름다워 모든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별장 내 분위기가 후끈후끈했다. 정씨 별장에 방문한 회장님들은 이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내심 부러워서 눈이 다 빨개졌다.요 며칠 모두 하은혜를 통해서 계약을 맺었다고 들었다. 송문영 하나만으로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하은혜까지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사람을 합치면 YE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
곧 격렬한 경매가 시작되고, 거의 모든 사람은 이 칼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여러 차례의 입찰 끝에 결국 마리아가 일어서서 이를 악물고 외쳤다.“4천억 원이요! 저랑 경쟁하는 분은 영국 황실과 적이 되는 거예요. 아무튼 이 물건은 저희 영국 황실에서 가져가야겠어요.”영국 황실을 언급한 순간, 현장은 고요해지기 시작했다.중동 왕족이나 유럽 황실 사람이라도 해도 하나같이 살짝만 미간을 찌푸릴 뿐이다.만약 마리아가 개인적으로 온 것이라면 얼마든지 경쟁해도 되지만 영국 황실을 대표해서 온 거라면 상황이 좀 복잡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영국 황실 프린세스는 매우 다루기 힘든 인물이었다.아무리 총사령관의 칼이었다고 해도 영국 황실과 원수가 될 필요는 없었다.“보아하니 이제는 더 이상 저랑 경쟁할 분이 없으신 거죠?”마리아가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저희 영국 황실과 경쟁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요. 총사령관님의 칼은 결국엔 우리 것이어야 해요. 이 칼을 소유하게 된다면 총사령관님께 저희 영국 황실에 합류할 것을 요구할 거예요. 이런 남자는 오직 영국 황실에서만 소유할 자격이 있어요. 대한민국은 이런 신과도 같은 존재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요!”마리아는 칼의 주인이 곧 결정될 거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게 말했다.이 말을 들은 몇몇 내륙의 부유한 상인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비꼬기 시작했다.“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 씨가 어떻게든 얻고자 하는데 저희는 굳이 경쟁할 마음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과 경쟁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한민국을 마음대로 모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총사령관님 같은 분은 당신이 감히 모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요. 이 생각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 총사령관님은 대한민국의 총사령관이지 영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분이세요. 그러니까 헛된 망상을 버리는 것이 좋을 거예요.”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헛된 망상이라고요? 주최 측의 소개를 못 들었어요? 이 칼을 가지고 있으면 총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무도 언급하지 못했다.게다가 칼은 이미 손상되어 별로 가치도 크지 않았다.많은 권력자들은 자세히 살펴보더니 그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이런 칼의 경매 시작 가격만 해도 20억 원이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김예훈은 중앙에 앉아있는 마리아가 갑자기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마치 친아버지를 만난 듯한 표정에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 칼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김예훈은 순간적으로 마리아가 칼의 원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것도 정상이었다. 만약 이 칼이 대한민국 국방부의 전설이자 살아있는 신화인 것을 누군가가 알게 된다면 아마 지금쯤 수많은 사람이 쟁탈전을 벌였을 것이다.이런 물건은 될수록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에 김예훈은 동하임의 손등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이 물건을 낙찰받아요.”동하임은 김예훈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비록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질문하나 없이 바로 손을 들었다.“2천억 원이요.”이 말 한마디에 여유롭던 현장 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권력자들은 끊어진 칼의 가치가 왜 이렇게 높은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2천 원도 아니고 2천억 원이었으니 말이다.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동하임을 째려보았다.이 물건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었던 마리아는 입을 열기도 전에 동하임이 2천억 원을 외칠 줄 몰랐다.‘지금 저 물건이 탐나서 저러는지, 아니면 일부러 방해하려고 저러나?’특히 마리아는 동하임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동하임은 첫 번째로 가격을 부른 사람이었고, 반드시 낙찰받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든 사람은 동하임이 정말 이 칼을 마음에 들어 하거나 이 칼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그녀가 이렇게 높은 가격을 불렀다고 생각했다.이런 타
동씨 가문은 별로 중시를 못 받은 듯 최악의 자리에 안배되었다.진주·밀양 두 도시에 상류층의 권력자들이 너무 많이 존재했고 동씨 가문이 일류 가문이고 총독이긴 하지만 자본이 왕인 두 도시에서는 여전히 뒤떨어져 있었다.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도 참여했을 테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김예훈은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아 인사하러 가지 못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의도적인 건지 아닌지 모르지만 그들은 경매장에 도착한 후로부터 계속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큰소리로 웃었다.그들은 약간 가운데 쪽에 앉았기 때문에 눈에 쉽게 띄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항상 눈이 높아서 웬만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영국 제국 황실의 관심을 끈 물건이 무엇일까?그런 생각을 하며 김예훈은 손에 든 책자를 넘겼고 그중 속해있는 하나의 물건을 보게 된 순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신사 숙녀 여러분, 오륜 사철의 경매를 지금 시작하겠습니다.”30분쯤 지나자 무표정의 여도사가 걸어 나왔다.그녀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지만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평소에 관리를 많이 하는듯해 보였다.유일한 단점은 얼굴이 차갑고 미소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그녀가 걸어 나와서 거리낌 없이 입을 열어 경매의 서막을 알렸다.첫 번째 경매품은 남송 시대의 청화백자로 색상이 투명하고 질감이 일품이며 온전히 보관된 손상이 없는 완벽한 물건이었으며 현세대에서 보기 드문 귀한 보물이었다.곧 이 물건은 수십억의 가치에 한국의 부유한 상인의 손에 들어갔다.두 번째 물건은 나무로 조각한 불탑이었다.득도한 고승의 소지품으로 명상할 때 불탑에서 흘러나오는 불음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그 물건이 나오자 몇몇 불교에 관심이 있는 거장들이 즉시 입찰에 참여했고 최종 천억에 가까운 높은 가격에 낙찰되었다.세 번째 물건은 골수를 정화하고 뼈를 강화할 수 있는 단약이었다.일류 고수로 보이는 몇몇 거물들이 이 단약때문에 하마터면 싸울 뻔했다
동하임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다른 사람의 무도 교본마저 경매에 내놓는다고요?”“그건 오륜 사찰이 너무 한 거 아니에요?”동하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서 오륜 사찰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그들이 내놓은 무도 교본은 모두 과거 전설 속에만 존재했던 것들이고 현대에는 전해 받은 사람이 없어요.”“그러니 아무도 그 물건의 주인이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어요. 결국엔 오륜 사찰의 거라고 묵인할 수 밖에 없죠!”“오륜 사찰이 자기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원하는 사람에게 팔아넘기는데 누가 그걸 관할하겠어요?”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은 차가웠다.문화가 해외로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명을 지키며 경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의 눈빛이 차가워진 걸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 나갔다.“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오륜 사찰이 주최한 경매가 매년 많은 국내외 거장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거예요!”“매년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겨우 300~500명뿐이래요!”“오늘 이 중에 한 자리가 수천만 원에 팔렸다고 들었어요!”“우리 초대장은 아빠가 준거에요.”“아빠가 아니었다면 난 이 초대장을 구할 수도 없었어요!”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온 김예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면을 응시하며 말했다.“보아하니 마리아도 이 경매를 노리고 있네요.”“뭘 얻으려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요.”김예훈의 말을 듣고 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차가운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았다.그들의 눈앞에 장무준과 마리아가 팔짱을 낀 채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다가 큰소리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는데 두 사람 모두 의기양양해 보였고 딱 봐도 한 쌍의 커플이었다.많은 진주 상류층 거장들이 이 광경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 지었다.동하임과 장무준이 혼약이 있다는 걸 진주의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었다.근데 장무준이 동하임을 앞에 두고 외국 여자랑 시시덕거리고 있는 게 분명히 동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거였다.하지만 동씨 가문은 현직 총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