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별장에 가족들이 모였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일을 그르치게 한 정지용을 쏘아봤다. 김예훈은 씨익 웃으며 옆으로 물러났다. 정씨 일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떻게 처리할지 잘 알고 있으니 이젠 나서지 않아도 된다.촤악!어르신이 정지용에게 한걸음 다가가더니 있는 힘껏 뺨을 후려쳤다. 정지용은 정신이 혼미했지만 얼굴을 감싸고 있을 뿐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쓸모 없는 녀석. 할아버지가 너무 실망했다. 그동안 후계자로 삼아 키워왔는데 결국은 네, 네 놈이…”어르신은 화를 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었다.“할아버지,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프런트 직원과 몇 마디 한 것뿐이에요. 누가 알았겠어요? 그게 대표 여자친구인지!”정지용이 뼈저리게 후회했다.“안 되겠다. 이 일은 무조건 해결해야 돼! 아직 돌이킬 여지가 있을 거야!”어르신의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더니 정민아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민아, 방금 하 비서가 너한테는 친절하게 대하더구나. 그러니 내일 YE 투자 회사에 가서 사정해보는 게 어떻겠니?”“안 돼요!”정민아가 대답하기 전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모두 뒤 돌아보다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재수 없는 놈, 데릴사위가 감히 어디에 끼어들려고 하는지 상당히 불쾌했다.“김예훈, 너랑 무슨 상관이야? 데릴사위 주제에!”누가 욕설을 퍼부었다.“그깟 동영상으로 증거 삼았다고 끼어들지 마. 네 따위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그러게. 어르신이 민아에게 말하는데 지가 왜 난리야?”“왜 상관없어요? 민아는 제 아내예요. 방금도 이유없이 억울하게 당했는데. 설명도 하지 않고 무작정 사정하라고 떠밀다니. 가족끼리 이래도 되는 거예요?”김예훈이 반박했다.“아내?”
김예훈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김예훈, 너는 자존심도 없어? 얌전히 굴지 못할 망정 어디서 남편 노릇이야? 네 말을 누가 들어줄까?”정민택이 다가오며 김예훈을 싸늘하게 봤다. 이 자식 때문에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들이 모두 앞에서 창피를 당했으니 너무나 얄미웠다.“네 말을 민아가 들을 거 같아? 네 장모와 장인도 아무 말도 안 하는데 무슨 자격으로 나서? 위아래도 모르는 새끼가 저리 꺼져!”김예훈을 벌레 보듯이 멸시했다.“큰형님, 김예훈 말이 맞아요. 이번에 민아 안 가요!”임은숙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뭐…뭐라고?!”정민택이 임은숙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손가락이 떨렸다.“뭐라니? 우리 민아에게 잘못했으면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집에서 내쫓는다고요? 왜요? 우리 딸만이 가문을 살릴 수 있는데도 사정하지는 못할 망정 뭐가 그렇게 거만해요? 큰형님, 잊으셨어요? 우리 정씨 가문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 당신이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걸요!”임은숙은 원래부터 기가 세서 정민아 아버지도 꺽지를 못했다. 오늘 참았던 분노를 퍼부을 곳이 없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겼다.김예훈이 의아하게 쳐다봤다. 이 아줌마가 자신이 한 말에 동의하는 날이 오다니 참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그제야 정민택이 입을 다물었다. 다 맞는 말이니 부정할 수 없었다.그때 어르신이 인상을 구기면서 말했다. “임은숙, 이번에 확실이 지용이 잘못했어. 하지만 우리는 한 가족 아닌가? 만약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너희들 무사할 거 같아? 우리 가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너희들 위해서라도 나서는 게 정상 아니냐?”임은숙이 더 이상 말하지 않자 어르신이 단호하게 말했다. “정민택, 사과해.”정민택의 안색이 변하더니 곧 이를 악물면서 사과했다. “제수씨, 이번 일은 우리가 잘못했어요. 민아에게 누명을 씌웠으니 우리 가문을 대표해서 사과할게요.”정민택은 맏아들이라 자존심이 엄청 강해 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체면이 다 깍혀서 머리 뚜껑이 열
임은숙이 생각에 잠겼다. 말 그대로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본인에게도 영향이 미치게 된다.“알겠어요.” 임은숙이 그제야 대답했다.“안 돼요!” 김예훈이 다시 반대했다.이번은 정씨 가족뿐만 아니라 임은숙도 김예훈을 노려봤다. 이미 결정 난 일이니 아무리 데릴사위 따위가 나서서 반대한다 해도 먹히지 않았다.임은숙이 싸늘하게 내뱉었다. “김예훈, 저리 썩 꺼지지 못해! 네가 낄 자리 아니야!”“어머니, 저는 민아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처음부터 민아가 책임지고 YE 투자 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데, 통보도 없이 담당자를 바꿨어요. 그 때문에 일이 틀어졌는데 또 민아가 나서면 뭐가 됩니까?”김예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쏘아붙였다. “확실하게 해야 돼요. 민아가 진짜로 계약을 성공시키면 그때도 담당자를 바꿔도 돼요? 민아가 무슨 심부름꾼도 아니고!”“김예훈! 너 따위가 감히 할아버지 앞에서 시위를 해?!”가까스로 일어선 정지용이 욕을 퍼부었다. 한데 김예훈이 말한 것처럼 나중에 또 담당자를 변경하려고 했다. 어찌했든 할아버지는 자신을 가장 아끼시니까.임은숙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런 생각을 못했다. “김예훈! 네가 낄 자리가 아니니 당장 꺼져! 아니면 우리를 탓하지 마!”정민택도 나서서 욕을 했다. 왜 김예훈이 이러는지 알 것 같아 두려웠다.김예훈은 옆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도 쓰지 않고 할아버지만 계속 쳐다봤다.“할아버지. 확실하게 정하셔야 돼요. 민아 외에 다른 사람은 안 되나요?”어르신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래, 그게 뭐 어때서? 민아도 우리 집 사람이고 우리 가문 이득을 위해 나서야 돼. 다 우리 덕에 먹고 사는데, 너도 우리 집에 빌붙어 살잖아! 그러니 도움이 필요할 때 좀 나서주면 안 되냐?!”“가문을 위해 나서는 건 당연하죠. 하지만 그것도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돼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정씨 집안 담당자가 만약 이사장이라면 더 성의 있지 않을까요?”“너…”어르신이 당황했다. ‘김예훈! 정씨 이사장 자리를 노리
이 시각, 정씨 가문에 정민아가 투자금을 받아오면 총지배인으로 승진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다들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반대 의견은 내지 않았다. 이 투자금이 없다면 정씨 가문이 진짜 망할지도 모르니까.현재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누가 권력을 잡든 상관 없었다.정지용과 정민택이 마주 앉아 서로를 쳐다본다.정지용은 원망스러웠다. “아빠, 셋째 삼촌네는 죄다 쓸모없는 자식만 낳았어요. 자기 식구 편을 들어야지 왜 그 자식 편을 드냐고요! 김예훈이 내 뺨을 때려도 가만히 있지 않나, 투자금 핑계를 대고 총지배인 자리를 달라고 하지 않나. 사람을 너무 우습게 봐요!”정민택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 이 투자금은 우리 집에 아주 중요해. 그러니 꼭 YE 투자 회사와 관계를 회복시켜야 돼. 투자금만 받는다면 자리를 내주는 게 무슨 대수겠냐?”“그래도…” 정지용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그럼 그 기지배한테 자리를 넘겨요?”“넘기는 게 어때서? 걱정 마. 아무리 애를 써봤자 어쩌지 못할 거야. 여자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할아버지는 그냥 요구를 들어주는 척한 거야. 투자금만 받으면 정말로 그 자리를 여자한테 넘길 것 같아?”정민택의 안색이 싸늘했다. “그때 가서 내가 사임할 테니 요즘 말썽 부리지 마. 총지배인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이 프로젝트 담당자 자리를 쟁취해야 돼. 그래야만 정씨 가문을 손에 넣을 수 있어.”그 말에 정지용이 씨익 웃었다. “그럼 550억을 우리 마음대로 쓰는 거죠?”“아마 그렇게 될 거야. 한데 쇼핑 센터는 우리 가문 근본이니 무조건 세워야 돼. 쇼핑 센터만 잘 운영하면 누구 눈치도 볼 일이 없어.”정민택은 오늘 일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참, 그 집 데릴사위. 기회를 봐서 혼내 줘야겠어요. 그 자식 때문에 우리 일을 망쳤잖아요.”정지용이 씩씩거리며 이를 갈자 정민택이 인상을 구겼다.“너 바보냐? 그 자식이 꾸며낸 말이겠어? 내 짐작엔 임은숙 그 여자가 시킨
오늘 송문영이 화장발을 잘 받았는지 유난히 예뻐 보였다. 선글라스를 벗는 송문영을 본 순간 손호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여신은 YE 투자 회사의 고위 직급에 포스쉐를 몰고 다니는데, 정작 본인은 보잘 것 없는 보안원이라니 갑자기 힘이 빠졌다.옆에서 보던 김예훈이 웃으면서 송문영에게 다가갔다.“여기 주차 자리 좁은 것 같은데 내 자리에 댈래?”대표님이 말에 송문영이 깜짝 놀라 재빠르게 차에서 내렸다.“괜찮습니다. 여기 주차하면 됩니다.”슬쩍 그 주차 자리를 보다 할 말을 잃었다. ‘이 대표님 진짜 웃기네.’저리도 넓은 자리에 딸랑 전동 스쿠터를 갖다 놓았다.“그럼 차는?” 김예훈이 물었다.“보안원 도움받으면 돼요.” 송문영이 이내 대답했다.“그럼 먼저 올라갈게.” 옆에 있는 손호남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그때 손호남은 송문영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송문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차키를 건넸다.“이따가 차를 제대로 세워주세요. 차키는 프런트에 맡기면 되고요. 그리고…”말을 하던 송문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반장? 네가 왜 여기 있어? 우리 회사 보안원이었어?”손호남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겨우 한 마디 했다. “그냥 체험하러 왔어.”“그래?” 솔직히 송문영은 손호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창으로서 웃으며 말을 건넸다.“며칠 전에 대표님이 보안 대장을 잘랐어. 그러니 화이팅해. 잘하면 그 자리 줄지 어떻게 알아?”“그게…”손호남은 진짜 어이가 없었다. 파이팅하라는 건 나더러 쭉 보안원이 되라는 건가?불만 가득했지만 송문영 차를 다시 세웠다. 그리고 김예훈의 전동 스쿠터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할 때 갑자기 멈칫했다.‘아니지. 여긴 대표 전용 주차 자리잖아. 김예훈 그 자식이 무슨 능력으로 YE 투자 회사에 출근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대표님이 데릴사위 따위가 자기 주차 자리에 전동 스쿠터를 세운 걸 보면 그 자식도 잘리려나?’그런 생각에 조금
송문영이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께서 요즘 일정이 빠듯해서 만나실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 가문 일은 이미 나한테 맡겼으니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돼요.”정민아가 두툼한 서류를 꺼내서 건넸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송 부자님, 저희 가문에서 계획하고 있는 쇼핑 센터는 확실히 비전이 있어요. 비록 전에 두번이나 거절당했지만 이렇게 또 다시 찾아왔어요.”송문영이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정민아 씨가 직접 오셨는데 저도 체면을 생각해서 이 쇼핑 센터에 투자를 할 수 있지만…”“정말이에요?” 정민아는 욕을 먹거나 곤란하게 나와도 참으려고 했다. 생각보다 일이 순리롭게 진행될지도.“제 말 끝까지 들으시죠.” 송문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전에 우리 회사에 무례하게 대했기 때문에 400억만 투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원하는 이익은 과거 기준에서 10프로 추가할 거예요. 이건 새로 작성한 계약서예요. 가져가서 천천히 읽어보시고 문제없으면 다시 갖고 오세요. 만약 이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뭐 없던 일로 해도 되고요. 저희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는 흔하거든요.”정민아는 열심히 계약서를 읽어봤다. 확실히 전 것보다 까다로웠다. 전에 계약서는 정씨 가문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유리한 조건은커녕 약간의 손해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정민아는 따지지 않았다. 계약서를 다시 받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송문영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정민아 씨, 계약서를 갖고 가서 상의해보세요. 저희가 오래 기다리지 않게 연락주세요.”…대표님 사무실.김예훈은 그래도 길거리에서 파는 하얀 티셔츠가 편안하고 심플해서 좋았다.그는 남해시 상업권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잠시 도시를 감상을 하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대단하다 여기겠지?”몇 발 치 뒤에 서 있던 하은혜가 가볍게
”네, 대표님!”하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애도했다. 감히 사모님을 괴롭히다니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모양이다.“아, 오정범에게 연락해서 오후에 사무실에 들르라고 해.”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하은혜가 움찔했다. 오정범은 남해시에서 잘 나가는 세력이다. 전에 YE 투자 회사와 아무런 연계점이 없었는데 왜 대표님이 그 사람을 찾을까?“만나러 오라고 해.”김예훈이 다시 한 번 말했다.하은혜는 의아했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는 대표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오정범이 회사에 왔다. 하은혜는 생각도 못했다.남해시에서 잔인하기로 소문난 오정범이 하은혜의 전화 한 통에 30분도 안 돼서 공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미리 도착했는데도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오후 정각 3시에 하은혜의 안내를 받고서야 긴장한 얼굴로 김예훈 사무실에 들어갔다.김예훈 앞에서 오정범은 차렸 자세로 고개도 들지 않았다. 김예훈이 하은혜보고 나가라는 제스처를 하고 직접 찻잔에 차를 따라 오정범에게 건넸다.“앉으세요. 우리끼리 예의는 갖추지 않아도 돼요. 부하들이 보면 체면 깎여서 형님 노릇이나 하겠어요?”“도련님 앞에서 무슨 형님입니까? 다 부하나 마찬가지죠.”오정범은 식은 땀을 손등으로 딱아내고 두 손으로 찻잔을 받았다.“전에 정씨 가문 일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도련님이라는 걸 알았더라면…”그 일만 생각하면 박동훈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요 며칠, 김예훈의 소식이 없어 계속 안절부절하던 참에 하은혜의 전화를 받고 긴장이 풀렸다.김예훈이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뭐 그런 일로. 한데 범이 형한테 조금 실망했어요. 남해시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살람 아래서 일하게 됐는지.”오정범은 식은 땀만 뻘뻘 흘렸다. “도련님, 정말 이번뿐이에요. 평소엔 제가 아니라 부하들이 일하거든요.”김예훈의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다. “평소 어떻게 부하들 관리하는지는 내가
정민아 옆에 미녀 한 명 더 있었다. 조이영은 워낙 몸매가 글래머한테 짧은 미니 스커트까지 입어 보는 사람이 군침 돌게 만들었다.두 사람이 같이 서 있으니 남자들 돌아볼 확률이 더 컸다.김예훈을 본 조이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살짝 어색하기도 했다. 전에 9억건 일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갑자기 두 사람이 한 내기가 떠올라 얼굴이 빨개졌다.김예훈은 오히려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씩씩하게 정민아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다.“여보, 나 왔어!”조이영이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내 얼굴과 몸매를 보고 눈길은커녕 감히 무시를 해? 간덩이가 부었나?’정민아는 오늘 기분이 꽤 좋았다. 여보라고 불렀는데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핸드백을 건넸다.“오늘은 쇼핑백 들어줘.”“당연하지!” 김예훈이 배시시 웃었다. 그제야 옆에 선 조이영을 봤다.“착한 딸아, 아빠가 가방 들어줄까?”“너…” 조이영이 발끈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섭게 노려봤다. “김예훈, 9억을 마련했다고 우쭐대지마! 그만한 돈을 벌 때 내 앞에서 잘난 척해도 늦지 않아!”김예훈이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내기를 하기 싫은가 보네.”“너!” 조이영은 화를 내면서도 가방을 김예훈에게 던졌다.김예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정민아가 기분 좋으니 다른 애송이들이 까부는 건 봐줄 수 있었다.뒤에서 김예훈이 핸드백 들고 따라가고 앞에서 정민아와 조이영이 말하면서 걸었다. 대충 들어도 두 사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정민아는 YE 투자 회사에서 내민 계약 조건이 까다로우니 정씨 가문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니 내일 다시 대표님을 만나러 갈 생각이라고.조이영은 사업 얘기에 관심이 없지만 YE 투자 회사의 신임 대표에게 구미가 당긴 모양이다.“민아, 그 회사 신임 대표 만나봤어?”“아니.”“운도 지지리 없어라. 듣자니 그 신임 대표. 젊은 나이에 돈도 많다고 하더라? 게다가 엄청나게 잘생기고 몸매도 근육질이라 던데. 내일 나도 같이 갈까? 연락처라
김예훈은 장무준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차를 그의 머리 위에 쏟았다.“악!”갑작스러운 전개에 장무준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바로 이 순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이 도리를 따질 때 폭력을 행사하더니, 다른 사람이 폭력을 행사할 때 도리를 따져보자는 이런 사람은 어떻게든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했고, 또 어떻게든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 부잣집 도련님의 스타일이었다.하지만 장무준은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 짓밟힐 줄은 몰랐다.자신보다 도리를 더 잘 따지고, 주먹도 자기보다 센 사람은 처음이었다.이 순간, 장무준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영국 앞잡이로서 그래도 자존심은 있었다.아무리 영국 사람들에게 존엄이 마음대로 짓밟힌다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한테는 절대 모욕당할 수는 없었다.외국인의 개가 될지언정 절대 대한민국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김예훈, 네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 바로 증거야.”장무준은 이를 악물고 머리 위에 있는 찻잎을 가리켰다.“내가 말해주는데, 넌 이제 죽었어!”김예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죽는다고?”그는 또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쨕!“그럼 이건 뭔데.”쨕!“이건 뭐냐고!”쨕!“왜. 네 뺨을 때렸다고 책임지라고 할 건 아니지?”쨕!“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양심도 없이 외국인 앞잡이가 될 수 있어. 외국인의 개가 되든 말든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지.”쨕!“우리 대한민국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미 세계 최정상에 섰는데 자랑스러워해야지. 어떻게 부끄러워할 수 있어?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 그냥 이민 신청을 하지 그랬어.”쨕!“몸에서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면서, 이름에 대한민국 성까지 붙였으면 여기서 날뛰지 말고 조상님을 잘 기억해야지. 외국 생활이 그렇게 부러우면 지금 당장 꺼져! 대한민국의 보호가 없이 너 같은 쓰레기가 외국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마리아도 반응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난 영국 귀족이야. 네가 내 물건을 훔쳤다고 하면 훔친 거지. 넌 변명할 자격도 없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면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준비가 안 된 거네?”“이성적으로 말하라고?”장무준은 여전히 경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랑 이성적으로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하고? 우리 마리아가 네가 도둑이라고 하면 도둑인 거지. 오늘 내로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이때 장무준의 손짓 하나에 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이 건들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그래. 어차피 너희들도 도리를 안 따지겠다는데 나도 따질 필요가 없는거지. 안 그래?”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까짓 게?”장무준은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왜? 나를 때리기라도 하게? 내 몸에 손대는 순간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릴 거야.”쨕!김예훈은 아무렇지않게 한 걸음 다가가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악!”장무준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처참한 모습으로 대여섯 명의 보디가드를 넘어뜨렸다.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된다고 다시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쳤다.“이런 제기랄! 감히 나를 때려? 너...”쨕!김예훈은 또 손을 들어 장무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이때 옆에 있던 마리아가 분노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우리 자기야를 때려? 넌 이제 죽었어. 국제 사건으로 외국 언론에 폭로해 버릴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은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 바닥에 눕히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시끄러워.”“이런 제기랄!”이때 한 무리의 외국 보디가드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하지만 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뺨도 때리고 발로도 차서 한 명씩 날려 보냈다.눈깜짝할 사이, 외국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장무준과 마리아는 아무리 사람을 많이 데려와봤자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저마다 보잘것없는 상대일 뿐이다.장무준은 저 멀리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