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도 어디까지나 정씨 일가의 사람이기 때문에 정씨 일가가 잘되기를 바랐다.지금은 정씨 일가한테 생사존망이 달린 중요한 시기이다. 정지용도 사과했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기에 그녀도 더 이상 뭐라 할 수가 없었다.김예훈은 한숨을 쉬었다. 이번 기회에 정민아가 정씨 일가에서 더 큰 권력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하지만 정민아는 가족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그녀를 대신해 권력을 쟁취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정민아의 얼굴이 평온해진 것을 보고 정동철이 일어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용아, 일이 결정된 이상 질질 끌지 말고 바로 오후에 해결하러 가거라. 후한 선물을 준비해가는 것을 잊지 말고.”정지용은 무슨 일이 있어도 YE 투자 회사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정지용은 안색이 바뀌더니 정가을을 쳐다보았다.앞으로 정씨 일가에서 신분이 가장 고귀할 이 여자는 지금 이 순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그녀는 아직 복씨 가문으로 시집을 가지 않았고 복률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이럴 때, 그녀는 멍청하게 나서지 않을 것이다.만약 할아버지께서 자신한테 가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어떡할 것인가?그렇게 된다면 그녀는 복씨 가문으로 시집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정가을은 지금 이 순간 자기 몸을 엄청 사리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된다.일이 결정되고 정동철이 손짓하자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떠난 후, 정지용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정동철 곁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할아버지, 정말 제가 가야 하나요? 저...”“가야 해, 그것도 당당하게 가야 한다.” 정동철이 담담하게 말했다.“이번 일은 네가 실수한 거야, 정민아한테 덮어씌울 생각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하지만 이번 일은 너무 심각한 일이라 그런 데 신경 쓸 때가 아니야.”“네가 가서 무릎을 꿇는 게 너로서는 억울
정진 별장을 나서는 정민아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아있다.김예훈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물었다. “여보, 억울해?”“억울하냐고?” 정민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난 정씨 일가의 사람이야, 그 사람들이 얼마나 형편없고 꼴불견일지라도 나한테는 가족이야.”“난 단지 아쉬울 뿐이야, 왜 멀쩡한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접고 성남으로 가려고 하는지!”“쇼핑센터 프로젝트가 잘 되면 우리 정씨 일가가 입지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정씨 일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남해시의 일류 가문으로 거듭날 수 있어. 근데 다들 왜 이렇게 욕심이 과한지 모르겠어.”정민아는 마음이 괴로웠다. 쇼핑센트 프로젝트를 위해 그녀는 많은 것을 쏟아부었다.이런 결과가 있게 되어 그녀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지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그녀 혼자만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불가능한 일이다.“만약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야?” 김예훈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정씨 일가가 성남으로 가는 일은 배후에서 누군가 손을 쓰고 있다는 걸 김예훈은 알고 있었지만 말을 하지 못했다.지금의 이익으로 정씨 일가를 움직일 수 없다면 상대방은 틀림없이 다른 방법을 쓸 것이다.얻는 이익이 많을수록 정씨 일가는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될 것이고 더욱 비참해지고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그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김예훈은 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현재로서는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매각한다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야.” 정민아가 한숨을 쉬었다.“YE 투자 회사의 인맥이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한테 대출해 줄 은행도 없을 거고.”“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성남 신도시 프로젝트를 가져와 YE 투자 회사와 손을 잡는 것이야.”정민아가 당당하게 말했다.“성남으로 가는 건 옳은 선택이야, 하지만 복씨 가문은 너무 세력이 강해. 이번에는 명의상 우리 쪽이 주도권을 차지했다고 하지만...”“그러나 복씨 가문에서 우리
그날 오후, YE 투자 회사의 대표이사 사무실.김예훈은 최근에 회사로 자주 출근하지 않은 탓으로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아주 많았다.김예훈이 제시한 1조 원 계획은 현재까지 얼마 진행되지 않았다.오히려 이전에 했던 불량한 투자 항목들에 대해 김예훈은 자금을 회수하였다.그 덕분에 YE 투자 회사의 회사 자금은 이전보다 더 많아졌다. 물론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은 이건 회사를 개혁하는 시기에 반드시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생각했다.서류를 다 처리하고 김예훈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천천히 말했다. “임원진한테 전해요, 회사에서 사람을 파견해 성남시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앞으로 회사 업무를 대대적으로 성남시로 옮길 생각입니다. 우리와 같이 가겠다는 사람은 지금 연봉의 30%를 더 드린다고 해요.”하은혜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성남은 김씨 가문의 세력이 꽉 잡고 있는 곳입니다...”“겉으로는 우리가 김씨 가문의 회사이긴 하지만 이렇게 돌아가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건 김씨 가문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것이 아닙니까?”김예훈은 일어서서 하은혜의 어깨를 툭툭 쳤다.하은혜는 온몸이 뻣뻣해졌지만 내색하지 않았다.김예훈도 개의치 않고 창가로 걸어가 고층 건물들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길은 우리가 갈 수밖에 없는 길입니다.”“김씨 가문에 내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내가 계속 남해시에 틀어박혀 있으면 아마도 그들은 끊임없이 탐색하고 핍박하려 할 거예요...”“누군가에 당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손을 쓰는 것이...”“3년이에요. 자그마치 3년입니다...”“내가 3년 동안 이 기회만 기다렸습니다...”“내가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난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난 잃어버린 물건은 꼭 내 손으로 다시 찾아오는 사람입니다!”미소를 짓고 있는 김예훈은 엄청 멋있어 보였다. “만약 내가 지금 돌아가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겁니다!”
정지용은 화를 내고 싶었지만 결국 화를 억누르며 사정했다. “아주 특별한 사과이니 대표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러니 한번 물어봐요.”“특별해요? 얼마나 특별한데요?” 프런트 여직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정지용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이내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기억났어요. 듣자 하니 며칠 전에 정씨 일가의 부대표가 감정회에서 무릎을 꿇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 사람이 당신이에요?”“만약 우리 대표님께도 무릎을 꿇을 생각이라면 한번 연락해보고요.”정지용의 얼굴이 이내 어두워졌다.이런 젠장, 이게 다 김예훈 그놈 탓이다!남해시에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다행히 이제 이곳을 떠나 성남으로 가게 되었으니 창피한 일은 성남에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정씨 일가가 성남의 이류 가문으로 자리 잡고 나면 그때 남해시로 돌아와서 이것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무리 프런트 여직원이 자신을 비꼬아도 석고대죄하러 온 정지용은 억지로 웃음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맞아요! 그럴 생각이에요...”“어떻게 할 생각인데요?”“무릎 꿇고 사과할 생각이에요...”프런트 여직원은 경멸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약속대로 하은혜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은혜가 전화를 받고 나서 대표이사 사무실로 들어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표님, 정씨 일가의 정지용이 왔다고 합니다. 대표님께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다고 하는데요...”“정말 온 거야?” 김예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동철이 굽힐 줄도 아는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정씨 일가의 파산을 막기 위해 애지중지하는 손자를 이곳에 보내다니.김예훈도 정동철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이건 정지용한테 공을 세울 기회를 주는 것이다.만약 정말 이 일을 해결한다면 정지용은 정씨 일가에서 큰 공을 세우는 것이며 앞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었다.김예훈은 정지용이 쉽게 회장 자리를 차지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김예훈이 웃으며
정진 별장.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저었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YE 투자 회사는 남해시에서 하늘과 같은 존재다. 그만한 실력이 있고 자격이 있다.정지용 너도 능력 있는 사람이잖아?결국은 그들의 뜻대로 로비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어!우리가 모를 것 같아?남해시 전체에 이미 소문이 다 났다.“그만해!” 정동철이 손을 흔들었다. “듣자 하니 YE 투자 회사의 대표가 너의 태도에 매우 만족했다고 하던데!”“YE 투자 회사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어. 우리 가문이 아무리 복씨 가문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김씨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어.”“비록 널 모욕하기는 했지만 난 이번 일은 네가 공을 세웠다고 생각해. 최소한 쌍방의 충돌을 막아냈으니까!”“이제 사람을 보내 YE 투자 회사와 협상을 하면 일이 잘 풀리게 될지도 몰라.”“지용, 네가 한 번 더 다녀오거라.”정동철은 희망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다. 정지용이 이번 일을 잘 마무리한다면 그의 공은 엄청 크게 될 것이다.그러나 정지용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무슨 그런 농담을.그날 오후, 그는 이미 남해시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근데 또 찾아가라니? 무슨 일을 또 당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정지용의 모습을 보고 정동철은 한숨을 쉬었다. 그가 정씨 일가의 다른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변하며 정동철의 시선을 피했다.정지용도 가서 그런 꼴을 당하고 왔는데 다른 사람이 또 간다고? 운이 좋으면 모를까 하루 종일 무릎을 꿇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정동철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방금 좋은 일이라고는 했지만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도 잘 알고 있다.누가 체면을 마다하고 이 고생을 하려고 하겠는가?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지용이 갑자기 일어서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오늘 제가 무릎 꿇고 사죄한 덕분에 YE 투자 회사에서 우리를 용서했을 거예요!”“하지만 제가 또 나서는 건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 생
요 며칠 남해시는 유난히 시끄러웠다.YE 투자 회사에 새로 부임한 대표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다 접었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또한 그가 1조 원을 내놓으며 새로운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는 것도 다들 알고 있다.누구나 탐내는 비즈니스이기는 하지만 거절당하는 게 부지기수였다.근데 뜻밖에도 정씨 일가와 같은 이류 가문에서 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았고 YE 투자 회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문제는 정씨 일가에서 이 좋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는 것이다.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 프로젝트를 매각할 생각을 하는 건지?결국, YE 투자 회사의 세력으로 볼 때 정씨 일가는 두말없이 계약에 따라 배상해야 한다.정씨 일가는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대표 정지용을 보내 협상을 시도하였고 결국 오후 내내 로비에서 무릎을 꿇다가 돌아갔다.보아하니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머리가 나쁠 뿐만 아니라 얼굴도 뻔뻔하기 그지없는 것 같다....이튿날 이른 아침, YE 투자 회사의 건물 앞에 고급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많은 가문과 기업들이 이 웃음거리를 구경하러 온 것이다.YE 투자 회사에서 정씨 일가에 준 기한은 내일까지다. 오늘 정씨 일가에서는 반드시 협상하러 올 것이다. 다만 누가 올지는 모르는 일이다.그러나 반나절이 지나도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다.왜냐하면 정민아가 집을 나서려 할 때 하은혜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하은혜는 오늘 밤 직접 정진 별장으로 오겠다고 했다.대표님께서 해결 방안을 제시했는데 만약 정씨 일가에서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망하기만 기다려야 할 것이다......그날 저녁,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또 다시 모여 자리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최근 며칠 동안 하나같이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모두 이 일의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사람들이 모이자 정동철이 자리에 앉아 급하게 입을 열었다. “민아야, 어서 말해보거라. 오늘 어떻게 됐어? YE 투자 회사에는 갔
정동철이 자신의 공을 인정해주자 정지용은 엄청 기뻐했다, 그가 들뜬 표정으로 정동철한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할아버지, 정씨 일가의 장손으로서 우리 가문을 위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앞으로 성남에 가면 우리 정씨 일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큰 공을 세울 것이에요!”“그래! 할아버지가 역시 널 아낀 게 헛되지 않았구나!”정동철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때, 정진 별장의 대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내 하은혜가 슬림한 양복 차림을 하고 천천히 걸어들어왔다.순식간에, 정씨 일가 사람들의 시선이 하은혜에게로 쏠렸다.하은혜 같은 큰 인물이 이곳을 다시 찾아오다니, YE 투자 회사 대표의 화가 이미 가라앉은 것 같아서 정말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었다!“하 비서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앉으세요!” 정동철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하은혜가 이곳으로 온 건 YE 투자 회사의 태도를 대표한다.YE 투자 회사에서 한발 물러서야 정씨 일가에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하은혜가 신분을 내려놓고 정진 별장으로 온 건 설마 정씨 일가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은 아닌지?정동철은 YE 투자 회사에서 정씨 일가에 더 큰 프로젝트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고 김칫국부터 마셨다.그도 그럴 것이 현재 정씨 일가는 꽤 인기 있는 집안이었다.하은혜는 담담하게 웃으며 정동철을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 회장님, 앉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오늘 제가 이곳으로 온 건 정씨 일가에 기회를 드리려는 것뿐이에요.”“와-”이 말을 꺼내자 자리에 있던 정씨 일가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가다듬고 하은혜한테 집중했다.정동철도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정씨 일가에 기회를 준다고, 기회를 한 번 더 준다고 한다!도대체 어떤 기회란 말인가?설마 더 큰 기회가 생기는 것은 아닌 건지?설마 정씨 일가의 운이 그렇게 좋은 것인가? 이리 손쉽게 기회가 생기는 것인가?정씨 일가 사람들의 반응을
뭐라고!?2천억 원?!하은혜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주위에 둘러싸여 듣고 있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충격을 받았다.역시 YE 투자 회사의 재력이 어마어마하구나!정씨 일가는 이 2천억 원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하고 있었는데 말이다.결국은?YE 투자 회사는 아무렇지 않게 2천억 원을 내놓았다!정씨 일가의 모든 자산을 팔아도 기껏해야 2천억 원 남짓하다. 아니 심지어 2천억 원이 안 될지도 모른다!충격에 빠진 사람들은 하은혜를 쳐다보며 이내 눈빛이 뜨거워졌다.이 2천억 원이 있으면 정씨 일가는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쉽게 성남시에 입성할 수 있게 된다.그렇게 된다면 정씨 일가는 손해를 볼 일도 없고 남해시의 가업도 지킬 수 있게 된다.이때, 정동철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정씨 일가의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감격해서 울고 웃었다.사람들이 흥분한 것을 보고 김예훈이 하은혜한테 눈길을 줬다. 이내 하은혜가 한 말을 듣고 그들은 흥분을 싹 가라앉혔다.“이 2천억 원은 저희 쪽에서 정씨 일가의 발전을 돕는 셈입니다.”“정씨 일가에서 앞으로 어디에 투자하든 어떤 사업을 하든 저희는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단, 조건이 있습니다.”하은혜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정동철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 비서님, 조건을 말씀하세요. 우리 정씨 일가는 뭐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저희 YE 투자 회사에 정씨 일가 모든 산업의 51% 주식을 넘겨줬으면 합니다.” 하은혜가 또박또박 말했다.뭐!?이 말을 들은 정동철은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멍해졌다.51%의 주식, 그것도 모든 산업의 51%의 주식을 달라고?이건 정씨 일가의 의사 결정권을 YE 투자 회사에 넘기는 셈이다.다시 말하자면, 앞으로 정씨 일가는 온전히 정 씨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가문이 발전하고 기회를 얻는다고 해도 정씨 일가는 YE 투자 회사에서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이건...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