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은은 총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움츠러들었다.김예훈이 추문성 덕분에 위세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순간 절망감에 휩싸이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얼굴이 찌릿찌릿한 느낌에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당연히 자존심, 자부심과 사무라이 정신마저 짓밟히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 한 장을 꺼내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닦으면서 말했다.“넌 나한테 안 돼.”다시 정신을 차리려던 세이이치로는 이 말에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사실 김예훈을 만나기 전에 그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건 사실이지만 곁에 장병급 실력자가 있다고 해도 자기 상대가 안 될 거로 생각했다.그런데 뺨 한 대에 무너질 줄이야.야마구치파든, 타케이 가문이든, 실력자든, 김예훈의 소박한 뺨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세이이치로는 절망감에 휩싸였다고 해도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어금니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김예훈, 장난 아닌데? 그런데 나를 이겨서 뭐 하려고? 나는 진주에서 직접 모신 손님인데 나를 죽였다간 어떻게 보고하려고? 어떻게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 있겠어. 그래서 말인데 넌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나를 죽일 용기는 없을 거야. 지금 이 시대에서는 힘이 강하다고 해서 마음대로 할수 있는 건 아니거든. 김예훈,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어.”“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날 이렇게 도발하는데 죽이지 않고서야 내 체면이 서겠어?”김예훈의 미소에서 살기를 느낀 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누군가에게 전화했다.“뭐하는 짓이야!”바로 이때, 뒷문 쪽에서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열몇 명의 일본 남녀가 검을 들고 문을 박차면서 들어왔다.조금 전의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어마어마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뒤이어 기모노를 입은 백발의 노인이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추문성은 이 사람을 보자마자 숨이 가빠지더니 본능적으로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아버지.”상대방을 확인한 세이이치로는 뻘쭘한 표정이었다.“나오키 어르신!”진세은은 기쁜 마음에 재빨
다른 타케이 가문 사람들은 김예훈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해도 나오키는 김예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신했다.예를 들어 부산 용문당 회장으로서 부산에 있을 때 야마자키파를 물리친 사실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부산에 있는 야마자키파 중에 무신 급은 없었기에 김예훈이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오키는 비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아들을 보면서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타케이 가문의 수장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고, 그저 약간의 호기심뿐이었다.‘장병급 주제에 대한민국에 와서 위세를 부려?’“이봐, 젊은이. 오늘 일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나오토 사건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니 일본대사관에 진주 경찰서에 잘 협조하라고 할게. 만약 네가 정말 억울한 거라면 내가 타케이 가문을 대표하여 한마디 하지. 절대 너에게 복수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국제 경찰에 수배 신청도 내리지 않을 것이고.”나오키는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나 나오키는 타케이 가문의 수장이자 야마구치파의 장로로서 절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만 가봐. 떠나기 전에 내 아들한테 사과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는데 대가를 치러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나오키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그의 신분으로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반드시 체면을 세워줄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죽어버린 타케이 가문 정예들에 대해서는 김예훈이 좋은 조건만 제시하면 따라서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었다.“사과? 일본인 주제에 나한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발로 바닥에 있던 검을 두 동강 냈다.사람들이 반응할 틈도 없이 그중 한 조각은 세이이치로의 목구멍에 꽂히고 말았다.세이이치로는 부들부들 떨면서 목을 부여잡은 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러다 서서히 바닥에 널브러져 숨을 거두게 되었다.그는 진주에 오고부터 타케이 가문의 상속자이자 야마구치파의
어쨌든 나오키도 전설적인 인물로서 많은 풍파와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이다.하지만 자기가 직접 상속자로 지정한 아들이 눈앞에서 죽임을 당하자, 품위를 지키던 모습은 사라지고 극도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세이이치로와 마찬가지로 신분을 밝혔는데도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며 자기 아들을 죽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순간 나오키는 분노로 들끓기 시작하면서 김예훈을 갈가리 찢어 죽이고 싶어했다.열몇 명의 일본 남녀들이 짐승처럼 포효하면서 검을 꺼내 언제든지 덮칠 준비가 되어있었다.오직 김예훈만은 무덤덤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추문성은 진작에 당도를 들고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진세은은 부들부들 떨면서 장례식장에서 빠져나갔고, 더 이상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었다.따라서 홍성파 정예 부하들도 얼굴이 창백해진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그 순간, 진세은의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지만 마치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이런 미친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돼.”진세은은 차라리 진주 감옥에 있었으면 했다.평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 장면을 겪고 싶지 않았다.“이런 제기랄! 감히 내 앞에서 내 아들을 죽여? 죽여버릴 거야! 너의 온 가족도! 너의 조상님들도 모조리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부숴버릴 거라고!”나오키는 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김예훈 역시 무심하게 검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자식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부모님의 잘못이야. 네 아들이 오늘날 이 지경에 이른 것도 네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일본인이 대한민국에 왔으면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야 한다고 진작에 말해줬어야지. 네가 불만이 많다는 거 알아. 그렇다면 내가 공정하게 대결할 기회를 줄게. 하지만 너는 분명히 내 상대가 아니야. 그러니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이를 잔뜩 처먹고 지는 것도 쪽팔리잖아.”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들었다.쌍방의 원한은 이미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마냥 좋은 사람이 되기 싫은 김예훈은
나오키는 김예훈의 폭넓은 지식에 놀라긴 했지만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돌진했다.나머지 열몇 명의 일본 고수들은 소리를 지르며 추문성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 있던 추문성은 진세은이 방금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집어 들고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퍽! 퍽! 퍽!여러 일본 고수가 피바다에 쓰러졌지만 다른 일본 고수들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왔다.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세은은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전혀 움직일 수 없어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이 시각, 김예훈과 나오키는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고 있었다.샤샥!나오키가 은빛 광채를 띠는 검을 앞으로 내리치길래 김예훈은 검으로 그의 천둥 같은 일격을 막아냈다.쨍!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고막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나오키는 숨을 가쁘게 쉬면서 연신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오키를 바라보았다.“무신 급이네.”김예훈은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나오키가 종이 인형을 사용해서 실력이 업그레이드되어 무신 급이 될 줄 몰랐다.비록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그에 따른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무신 급은 엄연히 장병급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예를 들어 오정범과 추문성이 젊은 층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긴 하지만 김예훈의 지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에 돌파구를 찾아 무신이 되는 것은 불가능했다.나오키가 이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일본의 음양술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한 이유를 알수 있었다.김예훈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나오키는 이미 무표정으로 칼을 들고 다시 접근했다.일본 검도를 수련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나오키는 김예훈과 같은 상대를 상대할 때 그 어떠한 허세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매번 검을 내리칠 때마다 온갖 힘을 다해 휘둘렀다.쨍! 쨍! 쨍!무표정을 한 김예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환각이 나타난 것처럼 나오키의 뒤에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귀신이 나타나 검을 들고 내리치는 것 같았다.이런 한방에 마음이 약하나 자는 바로 무너지기 일쑤였다.밖에서 그 기운을 느낀 진세은은 힘이 풀려 오줌을 지릴 뻔했다.쨍!이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나타나 나오키의 검을 막았다.쨍!김예훈은 멈추지 않고 뒤로 날아가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 뒤로 세 발짝 물러서 나오키의 검에 담긴 기운을 물리쳤다.“흥미롭군. 이제 막 무신 급에 접어든 실력이 아니야.”김예훈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음양술로 이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거 보면 일본 국방부의 그 몇몇 무신들도 너의 상대가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런데 죽고 싶어서 억지로 장병급에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무신 급으로 거듭난 거야? 이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무너지고, 사람 전체가 망가질 텐데?”김예훈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었다.그는 이러한 기이한 수법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음양술, 주술 등을 이용하여 강제로 실력을 높이는 것은 자기 잠재력을 이미 소진하는 것과 같았다.특히 한 번에 큰 범위를 돌파하면 소진력은 더욱 무서웠다.나오키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대결이 끝나면 육체가 완전히 무너져서 병신이 될 수도 있었다.“김예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죽어도 상관없어.”나오키는 차가운 표정으로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다시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샤샥!나오키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또 한 번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완전히 방어를 포기한 상태라 오히려 빈틈을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샤샥!김예훈이 무심하게 휘두른 검은 정확히 나오키의 검에 부딪혔다.나오키는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수 없이 뒤로 대여섯 발짝 물러났다.이순간 나오키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고 있었다.이렇게까지 큰 대가를 치렀는데 맞은편의 김예훈이 이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버릴 줄 몰랐다.이것으로
퍽!바닥에 세게 부딪힌 나오키는 힘겹게 일어나려고 했지만, 체내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쳐 결국 피를 토해냈다.그는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 순간 그는 대결로 모든 생명력과 잠재력을 소진했는지 아까보다도 더 늙고 초췌해 보였다. 나오키는 창백한 얼굴로 저항하지도 않고 비명을 지르지도 않은 채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오른손에는 여전히 검을 쥐고 있었다.아직 죽지 않았지만, 곧 죽음이 다가올 운명이었다.김예훈의 손에 목숨이 잡혀있었기에 그가 원한다면 뺨 한 대로 바로 목숨을 끝내버릴 수 있었다.“안 돼!”이 모습에 일본 고수들은 마음속 신이 무너진 것처럼 통곡했다.여전히 표정이 덤덤한 김예훈의 모습에 일본 남녀들은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손에 쥐고 있던 검을 하나둘씩 내려놓기 시작했다.진세은 역시 의심할 여지 없이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정신마저 혼미해졌다.김예훈이 나오키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거로 생각지도 못했다.몇 명의 아름다운 일본 여성들은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을 막고 있었다. 무슨 소리라도 냈다간 함께 김예훈의 손에 죽을까 봐 겁이 났다.“네가 졌어.”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알아서 목숨을 내놓으면 체면 정도는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왜 내 말을 안 믿는 거야. 그런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퍽!김예훈은 단검을 나오키 앞에 떨어뜨리더니 피식 웃었다.“일본 사무라이들이 전장에 나가서 지면 알아서 목숨을 끊는다고 들었어. 그리고 항상 두 자루의 검을 가지고 다닌다지? 장검은 적을 죽이는 데 쓰이고, 단검은 자결하는 데 쓰인다고 들었어. 단검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내가 직접 빌려줄게. 네가 일본 최고의 사무라이 정신을 보여줄지 너무나도 궁금해.”이 말에 열몇 명의 일본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그제야 김예훈이 전혀 용서할 마음 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리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런 제기랄! 끝까지 해봐
랜드크루저가 마당을 뚫고 들어온 순간, 누군가 차 문을 발로 걷어차면서 스무 명이 넘는 젊은 남녀가 동시에 차에서 내렸다.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만하고 차가운 표정이었다.그중 앞장선 사마은 키가 거의 1미터 70이 넘는 긴 생머리 미녀였다.그림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있는 그녀는 세상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왼손에 태블릿을 쥐고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무단으로 부산을 떠나 진주에 와서 살인 방화를 저지르다뇨! 저 류서우는 정말 회장님께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보네요. 제 발로 찾아왔으니 절대 이만 갈 생각하지 마세요. 죽고 싶지 않으면 무기를 내려놓고 무릎부터 꿇으세요. 그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요.”김예훈은 이들을 한번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너희들 누구야?”“용문당 집법 부대인데요?”아주 깔끔한 대답이었다.“저희 당주님께서는 회장님이 부산 용문당의 안위를 무시하고 일본 손님을 도발했다는 신고를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진주에까지 와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요? 진주 기관은 당신 같은 사람을 용납할 수 없어요! 저희 용문당에서도 용납할 수 없고요!”“그래?”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용문당 4대 장로님이 지켜주는 집법 부대? 글쎄 왜 이렇게 거만하게 행동하는가 했네.”김예훈은 용인주의 체면을 봐서 부산 용문당 회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아니면 당주를 하라고 해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도 해도 그의 앞에서 잘난 척할 자격이 없었다.“마침 잘 왔어. 내가 이따 나오키를 죽이면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고 현장 정리 잘해. 아무리 그래도 진주 호텔인데 사람이 죽으면 너무 불길하잖아.”김예훈을 차가운 말을 내뱉으면서 나오키를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결국 뿌리를 뽑아버리는 것이 오늘 밤 그의 목적이었다.“김 회장님!”류서우는 결국 분노하고 말았다.“지금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세요? 저희 집법 부대는 당주님과 회장님을
류서우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집법 부대를 대표해서 알려드리는데 무기를 내려놓고 나오키 씨한테 용서를 비세요. 그리고 저희 집법 부대에서 회장님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다려 주세요. 다시 마음대로 행동했다간 체면이고 뭐고 바로 체포할 거예요. 어차피 나오토 씨도 죽이고 세이이치로 씨도 죽인 건 사실이잖아요. 증거가 확실하고 사실도 명백하니 당신을 죽여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을 것 같아요.”이때, 류서우의 손짓하나에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들이 활을 꺼내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뒤돌아 류서우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마치 자신을 싫어하는 듯 공격성이 강했다.하지만 집법 부대라는 말에 김예훈은 조금이나마 그녀가 이해되기도 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이후로 많은 사람의 이익을 해쳤기 때문이다.그리고 지난번 만남에서 집법 부대를 짓밟아버렸는데 그런 그들이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짓밟힌 상황에서도 류서우가 이렇게 대담하게 찾아온 것을 보면 신분이 심상치 않거나 용문당 몇몇 장로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컸다.일반적인 용문당 집법 부대 제자라면 김예훈 앞에서 아마 기침도 하지 못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쳐다보면서 말했다.“나오토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확실한 증거도 있고, 증인과 물증도 충분한데 어떻게 내가 죄를 지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야? 세이이치로는 내가 나오토를 죽이지 않은 걸 알면서도 그 핑계로 나를 공격하려고 했고, 나는 그저 정방 방위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나오키도 복수심에 불타서 고수들을 조직해 나를 포위하려고 했고, 이 많은 사람이 나 하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것도 내 잘못이야? 루미코 역시 의사로 가장해 나를 암살하려고 했어. 타케이 가문에서 자꾸만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고 해서 나는 그저 나 자신을 보호하려고 정당 방위했을 뿐이라고. 집법 부대 제자 입장에서는 내가 무모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해? 넌 도대체 한국인이야? 아니면 일본인이야?
이 시각, 진주 고속도로에는 포르쉐 718 한대가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운전자는 바로 옥루회관의 임수민이었다. 그녀는 얼굴이 창백한 채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었다.옥루회관에 수년간 잠복해 있던 그녀의 임무는 바로 박연서를 위해 정보를 염탐하는 것이었다.그런데 조금 전, 우연히 김서하와 김현민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현민아, 너도 이제 곧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을 날이 머지않았네. 박연서가 어르신 생신날 너를 아들로 들이면 그 집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거야.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너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을거야. 물론 일이 성사되면 제일 먼저 박연서를 죽여야겠지.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만약에 다른 남자가 생기면 네 자리를 대체할지도 몰라.”임수민은 겁에 질려 옆에 있던 꽃병을 깨뜨리면서 신분이 폭로되고 말았다.이제 곧 그녀를 죽이려고 누군가 쫓아올 것이 뻔했다.임수민은 다른 걸 신경쓸 새도 없이 포르쉐 718을 운전해서 박연서가 있는 해변 별장으로 향했다.우연히 파격적인 소식을 들은 임수민은 이 소식을 박연서에게 전달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어느새 뒤쪽에 토요타 몇 대가 따라붙기 시작했고, 속도가 빨라서 곧 따라잡힐 것만 같았다.백미러를 통해 상대방의 잘생긴 얼굴을 확인한 임수민은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그는 바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만태였기 때문이다.그 역시 경기도 김씨 가문 4걸 중의 한 명으로 진주에서 워낙 겸손하게 지낸 덕에 김현민이 가장 믿는 사람 중의 한명이기도 했다.김만태를 보자 임수민은 방금 들은 것이 모두 사실인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 순간 그녀는 빠른 속도로 진주·밀양 별장으로 달리고 있었다.뒤쪽 토요타 차량을 타고 있는 김만태는 여유롭게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다.임수민의 운전 실력이 별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가까이 붙어 압박하는 대신 담배까지 입에 물고 천천히 따라붙었다.그저 임수민이 다른 곳
진주 태산 남씨 가문 별장.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곽영현과 남지훈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그들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는 김병욱이 있었기 때문이다.김병욱은 새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내고 나서 곽영현과 남지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분, 같은 진주 4대 도련님으로서 제가 방금 말씀드린 거래에 참여하실 건가요? 만약 참여하실 거라면 오늘부터 저희는 한편이 되는 것이고, 제가 수장 자리에 앉게 된다면 두 분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런데 만약 참여하지 않는다면 김현민 도련님께 두 사람이 배신하려 했다고 할 거예요.”아까 김예훈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김병욱이었다.이 말을 들은 곽영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오랜 침묵 끝에 차갑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으로 저희를 협박하려고요? 김병욱 씨, 정신이 나간 거 아니에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 말을 믿어줄 것 같아요? 당신은 김현민 도련님이 기르고 있는 개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거 몰라서 그래요? 오랜 세월을 형제처럼 지내온 저희가 기르던 개 한 마리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되려고 한다면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을 바로 한 대 쳐서 죽여버리려고 하지 않을까요?”김병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하는데요. 4대 도련님이라는 신분도 김현민 도련님이 저에게 준건데 도련님을 떠나면 제가 무슨 자격으로 수장 자리에 오르겠어요. 그래서 도련님은 당신들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저한테 동영상이 하나 있는데 다 보고 나서도 지금처럼 태연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말하는 사이 김병욱은 핸드폰을 꺼내 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남자 대장부는 맨날 다른 사람 밑에 있으면 안 돼.”화면 속 곽영현은 패기가 넘치고 거만한 표정으로 힘차게 말하고 있었다.흐뭇하게 보는 김병욱과는 달리 곽영현과 남지훈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몰래 촬영하다니!’“말해보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곽영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왜 그분이 먼저 다가오지 않고 저희가 접근해야 하는데요? 저 대신 쪽지를 건네주세요. 경기도 김 세자, 김예훈이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요.”김예훈의 확신에 찬 표정에 추하린은 멈칫하다 결국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김 도련님, 저는 왜 이런 중요한 시점에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이 다가오는데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박연서 사모님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데요. 생신날 박연서 사모님이 김현민을 아들로 받아들이겠다고 선포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집을 나서지 못 가게 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려고 하는 건 엄연히 안동 김씨 가문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가만히 있다고 해도 김현민이 저희를 가만히 내버려 둘 것도 아니잖아요. 생신날이 다가오는 관계로 어쩌면 김현민이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수장 자리에 앉는 순간 저를 죽이기 위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거예요.”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추하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김 도련님 뜻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경기도 김씨 가문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소속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경기도 김 세자로서 진주·밀양에 온 지도 오란데 수장님 부인께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요.”“이상하진 않죠.”추하린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김현민이 골치가 아프겠네요.”추하린이 김현민을 위해 기도할 정도였다.김예훈은 사실 안동 김씨 가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김현민이 자꾸만 건드려서 적극적으로 나설 욕구가 생긴 것이다.게다가 김현민은 김예훈과 박연서가 만난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사실 추하린도 경기도 김 세자와 안동 김씨 가문이 어느 정도 연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골치 아프긴요.”
“용태웅은 해결되었고, 그러면 선재 스님은...”추하린은 김예훈에게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이 사건은 분명 김현민과 관련되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시체를 가지고 김현민을 찾아가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지금 저희가 그에 대해 아는 바대로 말과 행동이 다른 냉혈인이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저희한테 다시 누명을 씌워 문제를 더 크게 만들수도 있어요.”“그러면 김 도련님 뜻은...”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김예훈이 무엇을 하려는지 대략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김예훈은 선재 스님 시체 위에 메모리 카드 하나를 던지며 말했다.“CCTV가 다 고장 나긴 해도 누군가 핸드폰으로 선재 스님이 자살했다는 과정을 찍어서 다행이에요. 시체를 오륜 사찰에 보내는 김에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려요. 그러면 오륜 사찰에서 곧 저희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을 거예요.”덤덤한 김예훈과는 달리 추하린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면 오륜 사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오륜 사찰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김예훈은 엄연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데 오륜 사찰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만 아니라면 무조건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사건의 주범은 오륜 사찰을 건드린 상태에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추하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김 도련님은 계획이 다 있었네요.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김예훈은 그녀에게 또 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제가 부탁한 거, 빠른 처리 부탁할게요. 그리고 한 분한테 밥 한 끼 사드리려고요.”추하린이 멈칫하면서 물었다.“누군데요?”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렇게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밥 먹을 여유가 있다고? 아니면 진주·밀양에
추하린이 부하를 이끌고 시즌 호텔 공중 화원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이미 깨끗이 정리된 상태였다. 심지어 타일 틈새에 있던 핏물마저도 말끔히 청소되었다.공기 청정제까지 뿌려 광합성과 어우러져 살벌한 분위기와 피 냄새가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다.김예훈 앞에 있는 긴 테이블에는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는 다과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보이차만 마실 뿐이다.추하린이 보이자 그는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진주·밀양에서 허유주, 동하임, 강서연을 비롯한 많은 여성을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오직 추하린뿐이었다.게다가 추하린이 일을 결단력 있게 잘 처리하여 김예훈의 마음에 쏙 들었다.이것이 바로 어젯밤 사건에 진주·밀양 용전 정예들만 나타난 이유이기도 했다.김예훈은 추하린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로 전혀 의심치 않았다.“어젯밤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김예훈은 직접 추하린에게 차를 따라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추하린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김 도련님, 선재 스님은 죽이지 말았어야죠.”“전 죽인 적 없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죽는 거로 충성을 다하겠다는데 아무도 말릴 수 없었어요. 현장에 증인들도 많았어요.”추하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저희 사람들이라서 문제예요. 증언해봤자 아무런 신빙성도 없다고요. CCTV도 고장 나서 김 도련님이 선재 스님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지도 못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요. 김현민이랑 오륜 사찰에서 경찰서에 신고라도 하겠대요? 진주법으로 저를 다스리겠대요?”추하린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주물렀다.“경찰서에서 해결한다면 전혀 두려울 필요도 없죠. 그런데 선재 스님이 죽는 바람에 김현민이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을 보내서 김 도련님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없어진 거잖아요.”“용태웅은 증인이 아니에요?”김예훈이 물었다.“죽었어요.”추하린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어젯밤 유서를 남기고 감옥에서 죽었어요
선재 스님의 눈에는 김예훈이 그저 남의 등이나 처먹는 그런 놈이었다.속으로는 김예훈과 추하린의 관계만 흩트려 놓으면 다시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런 말로 나를 자극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당신을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고 아까 진작에 죽였어.”“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어두워지고 말았다.“아주 간단해. 누가 너를 여기까지 보냈는지 말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비록 그 사람이 아무 생각도 없는 김현민이라는 건 알지만 네가 오륜 사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오륜 사찰을 처리하고 싶었으니까.”김예훈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선재 스님은 표정이 변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현민 씨를 함정에 빠뜨리려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나를 죽이려고 이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나라고 걔를 함정에 빠뜨리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너도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여자야. 이용당한 것도 모르고 오륜 사찰을 팔아가면서 자기를 마음에 두지도 않는 남자를 보호하려고 하다니. 선재 스님, 궁금한 게 있어. 김현민이 너한테 어떤 약속을 했길래 이렇게 충성을 다하는 거야. 너 하나만을 사랑하겠다고 했어? 아니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저한테 내어주겠다고 했어? 이런 말을 믿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아?”자기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김예훈의 말에 선재 스님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그녀는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을 다시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다.불안해하면서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한 선재 스님의 모습에 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제 곧 날이 밝아지는데 아침 먹으러 갈 거야. 생각할 시간을 1분만 더 줄게. 오륜 사찰을 배신할지, 아니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배신할지 잘 생각해 봐. 아무튼 난 다 상관없으니까.”이때 선재 스님이 발로 바닥을 힘껏 밟자 수많은 타일
이때 한 광기가 넘치는 암살자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쨍.추문성이 피하지도 않고 두 손으로 검을 잡는 순간 거대한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검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고, 암살자의 목에 붉은 점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옆으로 확산했다.다른 암살자들은 깜짝 놀라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총을 꺼내려고 했다.푸슉.추문성이 무표정으로 당도를 휘두르자 이들은 도망칠 기회도 없이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목을 감싸면서 바닥에 쓰러졌다.추문성은 이미 예전의 추문성이 아니었다.이렇게 많은 고수들을 쉽게 해결하는 걸 보면 이미 평범한 장병급 실력자로 보이지 않았다.이 순간 추문성은 이미 무신 급 턱밑까지 다다른 수준이었다.하지만 추문성은 더 이상 나서지 않고 가소로운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따라서 현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추문성...”선재 스님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추문성을 쳐다보며 고함을 질렀다.“네가 어떻게 감히 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어. 얘네가 누구 사람인 줄 알고. 진주·밀양에서 쫓겨나고 싶어? 기생오라비 같은 김예훈과 끝까지 함께하려고? 추씨 가문 정말 제대로 미쳤구나.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야.”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김현민이 직접 붙여준 정예들로 입만 열면 사모님이라고 불러줘서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선재 스님은 심지어 이제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이 되면 이들을 어떻게 잘해줄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런데 추문성의 손에 죽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추문성이 아무말도 없이 손짓 한번 하자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바로 밖에서 시체들이 던져졌고, 열몇 명의 진주·밀양 용전 정예들이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이 순간 이미 대세가 기운 선재 스님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말해봐. 누가 너한테 몰래 소식을 전했는지.”“누가 나한테 소식을 전했냐고?”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스스로 배신할 가치라도 있다고 생각
“얼른 당주님부터 보호해!”“경찰서에도 신고하고!”몇몇 용전 정예들이 일사불란하게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선재 스님은 입가에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역시 아무런 능력도 없는 놈이었네. 어쩜 부하들도 직접 나설 용기가 없어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부터 하지? 얼마나 무능한 놈이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거야.’선재 스님은 일본 검을 뽑아 들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공격해.”30여 명의 부하들은 허리춤에서 일본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시즌 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 면적은 대략 45평 정도에 불과했다.부하들이 이미 순식간에 스위트룸 전체를 포위해서 선재 스님은 김예훈이 독 안에 든 쥐와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전에 낭패 본 적 있어서 완전히 경계를 내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총을 꺼내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자신도 총을 꺼내 총알을 장전하면서 발로 문을 걷어찼다.선재 스님은 거실에 있는 열몇 명의 용전 정예들을 보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나와보라고 해. 안 나오면 너희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이 순간 선재 스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어제 용문당 도관에서 잃었던 체면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안방 문이 열리면서 김예훈이 찻잔을 들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소파에 앉았다. 살기가 가득한 선재 스님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이때 스피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은 선재 스님이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온 것인 것을 알고 있었다.그의 눈빛에서 조롱을 읽은 선재 스님은 다시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두려움과 분노가 동시에 이성을 지배한 선재 스님은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소리를 질렀다.“죽여! 죽여버리라고. 다른 사람은 다 죽여도 김예훈 목숨만은 남겨놔.”선재 스님의 명령하에 그녀의 뒤에 있던 열몇 명의 부하들이 모두 검을 들고 앞으로 돌
부하는 핸드폰을 꺼내 선재 스님에게 수많은 영상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힘들어서 커튼도 안 치고 방 안에 누워있는 모습 등등.또 다른 동영상은 용전 정예들이 순찰하는 모습이었는데 위치가 어딘지 명확하게 알수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 김예훈, 대단한 거 아니었어? 일본 무신, 용문당 당주를 막 대하더니 너도 피곤할 때가 있는 거야? 지금은 양상철도 없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이때 선재 스님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선재 스님은 두 명의 팀장에게 조용히 말했다.“1번, 너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화문으로 들어가 통로를 지키고 있어. 2번, 너는 전용 엘리베이터 입구를 지키고 있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다른 사람들은 나랑 같이 바로 꼭대기 층으로 가서 용전 정예들을 해결하는 거야. 잘 기억해. 무조건 하나도 빠짐없이 속전속결로 죽여야 해. 가장 중요한 건 김예훈을 산채로 데려오는 것이야.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니까.”한 무리의 부하들이 조용히 대답했다.“네. 사모님.”사모님 소리에 선재 스님은 더욱더 흥분하면서 재차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움직여!”선재 스님은 일본 검을 꺼내 흥분, 원망, 냉정이 뒤섞인 기분으로 시즌 호텔로 들어갔다.새벽 3시인 관계로 호텔 로비에는 야간중인 직원 몇 명밖에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정예들의 상대가 아닌 이들은 곧 기절하고 말았다.길을 지킬 사람은 길을 지키고, 문을 부술 사람은 문을 부수고, 엄호하는 사람은 엄호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았다.곧 열몇 층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모든 행동은 거의 군인처럼 일사불란했다.바로 이때, 선재 스님 일행은 마치 무인 지대에 들어선 듯했다.그녀는 얼른 스위트룸에 들어가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하지만 공중 화원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샤샥.출입구에 배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