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냉랭한 표정으로 총구를 허성빈의 머리에 갖다 댔다.지옥과 한층 더 가까워진 허성빈은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은 이미 총을 장전한 상태였기 때문에 실수로 방아쇠를 당기든 의도적으로 당기든 모두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잠깐만.”얼굴이 창백해진 허성빈은 본능적으로 그를 말렸다.비록 여전히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었지만 죽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었다.특히 막무가내인 김예훈과 같은 독한 사람 앞에서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허성빈은 사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기껏 해 김예훈과 함께 죽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그를 굳이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총구가 머리에 닿인 순간, 사실 죽는 게 두려웠던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사람의 목숨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생사의 갈림길에 섰을 때, 그 누구보다도 죽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었다.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허성빈은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김예훈은 그를 무시한 채 냉랭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길 비키세요.”용전 사람들은 움찔할 뿐 길을 비키는 대신 김예훈 일행에게 총을 겨눴다.이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허성빈 다리에 있는 상처가 작은 상처도 아닌데 10분 내로 응급처치하지 않으면 출혈 과다로 죽을 수도 있어. 허성빈이 용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용전에서 큰 직책을 맡고 있겠지? 간단히 말해서 다 한편이겠지? 뭐, 허성빈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데 나도 내 알 바가 아니야. 하루 종일 시간 낭비했는데 까짓거 더해보지, 뭐.”김예훈이 담담하게 한 말에 용전 사람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단번에 알아챈 것도 모자라 허성빈의 생사를 가지고 위협까지 하니 두렵기 그지없었다.김병욱의 안색은 말이 아니었다.허씨 가문은 진주·밀양에서 역할이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그 가문의 후계자가 이곳에서 죽어버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몰랐다.이때, 김병욱이 이를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가보든가. 네가 먼저 나를 죽일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먼저 너희들을 죽여버릴지 지켜보자고.”“김예훈,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 알기나 해?”김청미는 노파심에 거듭 충고를 보냈다.“허 도련님은 신분이 심상치 않은 분이야. 우리 진주·밀양 용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고. 허 도련님을 죽였다간 참담한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 그리고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너의 이 행동 때문에 따라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고. 그래도 우리 용전에서 사람을 죽이겠다고? 정말 그랬다간 총알받이 신세가 될 거야. 그런데 발버둥 쳐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 밀양 국제공항에서 테러를 조직한 혐의를 벗어나지 못하면 네가 끔찍한 살인마라는 사실이 밝혀질 건데.”김청미는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면서 김예훈을 설득하려고 했다.“너 자신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을 생각해야지. 저 둘도 너랑 같이 죽고 싶겠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됐어. 쓸데없는 말 그만해. 네가 인정하든 안 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이미 변질됐어. 사건을 조사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용의자라고 단정 짓는 건데. 그리고 지금 왜 이렇게 됐는지 몰라서 그래? 일부러 나를 자극하려고 이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김병욱과 허성빈을 불러와서 문성이랑 하린 씨한테 손대게 한 거잖아. 내가 참지 못하고 너희한테 손대는 순간 용전에서 나를 처리할 핑계가 생기는 거겠지. 김씨 가문에 있을 때보다는 똑똑해졌어. 그런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잊었어?”김청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김예훈, 그런 쓸데없는 말 해 봤자 의미 있다고 생각해? 그만하든가, 허 도련님을 죽이고 끝까지 가보든가. 그런데 우리한테는 증거도 있고 사람도 많은데 네가 어떻게 우리를 이길 수 있겠어. 그럴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해?”김병욱도 말했다.“김예훈, 이렇게 된 이상 그만해. 그러면 내가 목숨 정도는 구제해 줄게.”허성빈은 눈에 뵈는
한 무리의 사람이 덮쳐오자, 김청미 등은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이 아무 생각 없이 온 줄만 알았는데 말이다.손에 총 들고 허리춤에는 당도를 한 병사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뛰어내리자 덜컥 겁이 났다.‘경기도 국방부? 왜 진주에 나타난 거지?’비록 진주와 밀양도 경기도 국방부 관할이었지만 평소에는 이 두 곳을 제외한 곳만 관리했었다.천군만마가 나타나 진주·밀양 용전을 쓸어버리는 장면은 정말 넋을 잃고 보게 되었다.김청미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제일 앞에 있는 차의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전신 무장한 경기도 국방부 당도 부대 수령인 박인철이 차에서 내렸다.박인철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허리춤에 있는 당도에 올려놓은 채 살기가 가득한 기운을 뿜어냈다.김청미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박인철, 지금 뭐하는 거야. 국방부가 우리 용전을 들이닥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박인철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전체 경기도가 우리 관할구역인데 내가 못 올 곳은 아니지.”“박인철, 당도 부대 병사들을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김청미가 진지하게 물었다.“역모라도 하겠다는 거야?”“역모?”박인철은 피식 웃고 말았다.“우리 당도 부대는 대한민국 전국 9대 군부대 중의 하나로써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쓸어버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부대야. 그런데 우리가 역모를 꾸민다고? 지금 국방부를 어떻게 보는거야.”“그런데 왜 병사들을 이끌고 진주·밀양 용전을 찾아온 건데? 관할권을 따지고 봤을 때 국방부는 용전 구역을 침입하면 안 되는 거 몰라?’김청미의 표정은 말이 아니었다.“그것도 모자라 밀양 국제공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린 김예훈을 위해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 미친 거 아니야? 내 한마디면 너희들을 죽여버릴 수 있는 거 몰라? 그래도 경기도 국방부는 아무 말도 못 할 거야.”당도 부대 무신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박인철은 결국엔 국방부 소속이었다.상사의 명령 없이는 함부로 병사를 빼돌려서는 안 되었다.간단히 말
간단히 말해서 박인철이 진주와 밀양에 있는 동안 모든 일은 그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진주·밀양 1인자가 와도 소용없을 정도로 말이다.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 그저 국방부 대장관인 용상국에게 당도 부대를 며칠만 쓰자고 했는데 전시 상태로 들어가는 명령장을 가지고 올 줄 몰랐다.“박인철, 너무하는 거 아니야?”김청미의 표정은 차갑기 그지없었다.“전시 상태로 들어간다고 해도 우리 용전은 함부로 막 들어와도 되는 곳이 아니야. 용전을 함부로 쳐들어왔다간 경기도 국방부 부사령관인 원경훈이 와도 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박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명령장에 부 사령관님 사인이 있잖아. 부 사령관님 사인이 없이 내가 전체 당도 부대 병사를 끌어왔을 것 같아? 김청미, 네가 잊고 있을수 도 있겠지만 네가 명령장을 본 순간부터 이곳은 전시 상태로 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야. 지금부터는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아무리 불만이 많고, 화가 나고, 고소하고 싶어도 전시 상태가 끝나야 가능한 일이야. 그러니까 김청미, 총 내려놔.”“박인철!”김청미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김예훈이랑 사이가 좋다는 거 알아. 그런데 고작 김예훈 하나 때문에 우리 용전도 모자라 진주·밀양 김씨 가문과 등을 돌리겠다고?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아무리 국방부 무신이라고 해도 세상 모든 일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 없다는 거 알아야지. 권력을 남용하면 당도 부대에서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아? 생각 좀 하고 움직이면 안 되냐고.”박인철이 피식 웃었다.“대가? 그러면 용전에서 권력을 남용해서 억울한 사람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는 알고? 진주·밀양 용전 책임자로서 내부 질서를 흩트려 놓고, 또 몇번이고 부산 용문당 회장을 암살하려고 했던 대가는 뭔지 아냐고. 김청미, 실력을 따져보면 널 죽이는 건 순식간의 일이야. 도리를 따진다고 해도 충분히 널 짓밟아 버릴 수 있는 거야.”박인철이 대놓고 김예훈의 편을 들자, 김청미 일행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도
“너희 수장님?”박인철은 표정이 차갑기만 했다.“유라시아 전쟁에 나갔었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랑 아는 사이라면 우리 김 세자님이 어떤 존재인지도 알고 있을 텐데? 어디 다시 전화해서 감히 우리 세자님을 건드릴 수 있는지 물어봐. 계속 실수하기 전에.”김청미는 김예훈의 진짜 신분이 짐작되는지 움찔하고 말았다. 경기도 김 세자, 용문당 회장, 그 어떤 신분을 내놔도 다른 사람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그런데 김청미는 곧 평정심을 되찾고 냉랭하게 말하는 것이다.“박인철,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 그런데 여긴 부산이 아니라 경기도라고. 잊었어? 여긴 진주라고. 김 세자면 어떻고 또 용문당 회장이면 어떤데? 너 같은 병신만이 김예훈 때문에 용전이랑 맞서는 거지. 우리 앞에서는 그깟 두 가지 신분은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말해주는데, 너 박인철 말고 원경훈 부사령관님이 부대를 끌고 온다고 해도 우리 용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해.”“그러면 어디 해보든가!”이때 박인철의 손짓하나에 당도 부대 병사들이 허리춤에 있는 당도를 만졌다.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소름 끼칠 정도였다.어차피 진퇴양난인 김청미는 믿는 구석이 있다고 박인철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1분만 더 줄게! 허 도련님을 놔줘! 아니면 바로 총으로 쏴버릴 거야. 당도 부대의 당도가 빠른지, 아니면 우리 용전의 총알이 빠른지 한번 해보자고!”김청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순식간에 온 마당에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손에 총을 쥔채 살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당도 부대 병사들 앞에 나타났다.비록 지금 전시 상태라고 해도 용전은 이럴만한 힘과 용기가 있었다.김예훈은 오른손으로 서서히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그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김병욱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대로 갔다간 허성빈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청미 역시 일그러진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김예훈, 시간이 많지 않아. 10, 9, 8...”바로 이때, 입구 쪽에서 자동차
두둥!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사람들은 정신마저 혼미해졌다.‘당주? 용문당 당주 용인주?’상대방의 신분이 확인되자마자 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 경기도 국방부 제1 무신인 박인철마저도 용인주한테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꼈다.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이면 모든 것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박인철마저도 이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는가.용인주의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그와 시선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내가 나이를 먹어서 귀가 어두워졌나. 누가 총으로 김 회장님을 쏴 죽이겠다고 했다면서?”용인주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 일행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재밌군.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누가 우리 용문당 사람을 매수해서 우리 제36대 회장님을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니. 용전에서 나, 용인주를 무시하는 거야?”동네 아저씨가 넋두리하는 것 같아 보여도 하는 말마다 가시가 돋쳐있었다.김청미와 김병욱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호흡마저 가빠졌다.말할 용기가 없는 건지, 아니면 용인주와 말할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건지 몰랐다.특히 김청미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었다.오늘 김예훈을 구속시켰던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얼마 전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이 용전에서 떠오르는 무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무신일 뿐만 아니라 자칭 실력이 가장 강한 무신이라고 했다.일간에는 김씨 가문의 한 젊은이가 대한민국 9대 국방부의 총사령관을 곧 맡게 된다는 소문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김현민이라고 믿었던 것이다.심지어 김현민이야말로 진정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했고, 일전에 나타났던 총사령관이라는 사람은 김현민의 신분을 도용한 거라고 생각했다.김현민은 진중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 이런 것을 따지지 않았다.경기도에서 김예훈이 그의 신분을 도용했을 때도 가만히 있었는데 말이다.그런데 그렇다고해서 김현민을 짓밟아도 된다는 말은 아니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 용전 무신,
김청미는 진정해 보려고 한숨을 내쉬었다.박인철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의외인데 용인주마저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 둘이 약속도 잡지 않고 찾아온 것만 봐도 김예훈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쓸데없는 말 하기 싫으니까 다들 무릎 꿇고 김 회장님께 머리 박아. 이 사건은 내가 책임질 거니까 종결시켜.”용인주는 김예훈과 상의도 하지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김청미 일행은 눈가를 파르르 떨더니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오늘 저녁 이대로 무릎 꿇으면 어떻게 김예훈한테 죄를 뒤집어씌워. 그리고 오늘부로 진주와 밀양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무릎 꿇는 순간 용전의 체면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 체면을 이렇게까지 세워준다고? 나한테 또 뭐 부탁할 게 있나?”“당주님, 저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김청미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김승준이고요. 저는 진주·밀양 용전에서 2인자를 맡고 있습니다.”김청미는 눈 딱 감고 어마어마한 용인주의 포스를 이겨내고 서서히 입을 열었다.“저희가 김예훈한테 총을 쏴서 죽여버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밀양 국제공항 사건과 연관되어 있어서 조사를 진행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던 도중에 허 도련님을 다치게 했고, 또 허 도련님을 인질로 삼아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저는 이 사태를 수습하려고 총을 쏘려고 했던 거고요. 만약 정말 죽이려고 했다면 굳이 마당으로 끌고 나오지도 않았죠. 그리고 이 사건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큰 어르신과 용전 전주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일이라 당주님께서 개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김청미는 용인주가 두렵긴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릎 꿇을 바에 하고 싶은 말을 하기로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당주인 김승준이 양딸로 삼은 김청미?”용인주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보더니 말했다.“차기 수장 부인을 시키려고 입양한 거로 알고 있는데. 김현민의 약혼녀라고 해야 하
용전 사람들은 화가 났지만 감히 나서지도 못하고 고개 숙여 바닥을 내려다볼 뿐이다.용인주는 그런 그들을 비웃듯이 콧방귀를 뀌었다.박인철은 막무가내의 용인주를 보면서 감탄했다.이 바닥의 룰을 무시하고, 자기 체면마저 내려놓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니 말이다.“당주님.”김예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용문당에서 백 년 동안 갈고닦은 명성은 지켜야죠. 저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 용전에서 제가 밀양 국제공항 테러 사건을 조직했다고 하는데 설명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설명해 드려야죠. 이들이 저를 죽이기 전에 저는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들어봐야겠어요. 그런 의미로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의 4자 대면을 진행시켜서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고 싶어요. 제가 죄가 있다면 대가를 치러야겠지만 제가 무죄인 것이 증명되면 진주·밀양 용전을 없애버릴 거예요.”이 말에 김청미 일행은 표정이 확 변했다.용인주 역시 잠깐 멈칫하더니 박장대소를 지었다.“김 회장님은 역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이들이 끝까지 해보자는데 당연히 함께해야죠. 박인철 무신님께서 잠깐 진주·밀양 용전을 맡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부터 이곳은 입장만 가능하고 아무도 나가지 못해. 오늘 무고한 자들의 억울함을 씻어줘야지. 그리고 세상 사람들한테 알려줘야지.”우르릉 쾅쾅!바로 이때, 먹구름이 밀려오면서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은 천둥소리가 들려왔다....서울 교외, 묘지와 같은 곳에 수많은 사람이 거닐고 있었다.이때 비둘기 한 마리가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으로 날아오더니 어느 한 젊은이의 손등에 앉았다.백옥같은 얼굴의 남자는 비둘기 다리에 묶여있는 편지를 보고서 미소를 지었다.잠시 후, 그는 사당을 향해 예의를 갖추고는 세상과 동떨어진 이곳을 벗어나자마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르신, 저 하은우, 용의 부대를 대표해서 진주를 다녀오겠습니다. 김예훈을 심판할 건데 어르신께서는 부탁하실 말씀이라도 있을까요?”...부산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