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내가 언제 1호 팬도 누려보지 못한 대우를 바랐나?’후지와라 미유는 김예훈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요염하게 몸을 비틀면서 애교부렸다.“김 도련님, 이런 일은 남자는 좋겠지만 여자한테는 손해예요. 지금 두려운 거예요? 아니면 그럴 능력이 안 되는 거예요?”후지와라 미유는 어느정도 도발의 말투로 말했다.남자한테 가끔 이런 도발이 유혹보다 더 잘 먹힐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듯했다.어떤 남자는 이런 도발을 받으면 여자한테 자기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도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한숨만 내쉬면서 미간만 찌푸릴 뿐이다.“다른 뜻은 없어요. 그런데 제가 은혜 씨의 보디가드라는 거 잊으셨어요? 저는 보디가드의 직책을 이행하러 왔지,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후지와라 미유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보디가드요? 그러실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방금 제가 샤워실로 들어가기 전에 변우진 씨가 하은혜 씨의 방문을 두드리는 걸 봤거든요. 야심한 밤에 혈기가 왕성한 젊은 남녀가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있는데 설마 가서 방해할 건 아니죠?”이 말에 김예훈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그는 하은혜가 얼마나 변우진을 싫어하는지 알고 있었다. ‘변우진이 은혜 씨의 방으로 갔다니.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표정이 확 바뀐 김예훈은 후지와라 미유를 무시한 채 아예 밖으로 뛰쳐나갔다.바로 이때, 하은혜의 방안에서 비명이 들려오자 김예훈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바로 발로 문을 걷어차 버렸다.안으로 달려 들어가자마자 하은혜가 테이블 옆에 잠옷 차림으로 고통스럽게 발가락을 감싸 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김예훈이 방안 곳곳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후지와라 미유가 분명 변우진이 하은혜의 방문을 노크했다고 했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설마 들어오자마자 나간 건가?’이런 생각이 김예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김예훈은 하은혜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변우진을 방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알
김예훈은 하은혜가 걱정되어서 뛰어 들어왔다는 소리는 못 하고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별일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하은혜가 고개를 흔들었다.“김 대표님, 내일 말씀드리려던 것이 있었는데 마침 오신 김에 말씀드릴게요.”“네?”김예훈은 하은혜가 아무 말이나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기로 했다.하은혜는 핸드백에서 자료 하나를 꺼내 김예훈에게 건넸다.“이거 부산 해운대에 있는 상업용 땅이에요. 전에는 진주에 있는 한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고 30년 동안 개발하지 않은 탓에 다시 기관의 소유로 돌아갔어요. 부산 기관에서는 이 땅을 경매하기로 했고요. 바로 내일 금정 경매장에서 경매가 진행될 거예요. 이 귀한 땅을 사서 상업 중심을 건설하면 저희 CY그룹이 부산과 충청지역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좋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김 대표님께서 이 땅을 사셨으면 좋겠어요.”김예훈은 자료를 보면서 흥미를 느꼈다.모두 다 알다시피 부산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바로 부산 버뮤다였다. 그리고 이 땅이 바로 부산 버뮤다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역이기도 했다.더군다나 경매 최저 가격도 높지 않아 저가로 구매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CY 그룹이 국내에서 발전하자면 부산 국제 대도시에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런 생각에 김예훈이 고개를 쳐들면서 말했다.“그럴까요? 그러면 내일 일정 좀 알아봐 주세요. 이 땅을 삽시다. 저는 문제 없어요. 성남에 가서 자금을 빼돌리지 않아도 부산에 있는 자금으로 충분히 2조 원 정도 준비할 수 있어요.”하은혜가 역시 살짝 고개를 쳐들더니 갑자기 피식 웃고 말았다.“이 땅이 값진 것 외에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그건 바로 방호철 도련님이 미리 부산에 온 목적이 바로 이 땅을 사는 거거든요.”김예훈은 이 말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방 도련님이 봐두신 땅이었군요. 그러게 왜 은혜 씨가 이런 결정적인 순간 땅에 관심이 있었는지 의문이었죠... 방 도련님이 이유였다면 잘 준비
대화가 끝난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또다시 야릇해졌다.두 사람 모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하은혜가 갑자기 눈을 껌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김 대표님께서 제 방문을 부숴버렸는데 제가 오늘 밤 여기서 어떻게 자요?”김예훈이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러면 제 방으로 가세요. 저는 이 방에서 잘게요. 그러면 안전하기도 하고 이상한 소문도 돌지 않을 거예요. 오늘 저녁에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최대한 은혜 씨의 안전을 보장해 드릴 수 있어요.”김예훈은 하은혜를 도와 짐을 싸고는 옆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뭐지?”하은혜는 김예훈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도 따라서 멈칫하면서 물었다.“왜 그래요?”“아니에요!”하은혜는 낯선 여인의 향기에 의문이 들었다.‘새로 리모델링한 방인데 왜 이런 냄새가 나지?’김예훈은 하은혜의 이상한 표정을 감지하고 피식 웃고 말았다.“왜요. 제가 방에 다른 여자를 숨겨뒀을까 봐요?”하은혜가 미간을 찌푸렸다.“김 대표님께서 다른 여자를 숨기든 말든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김예훈은 할 말을 잃었다.‘도대체 나랑 뭔가가 있고 싶은 거야 뭐야.’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갑자기 욕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면서 걸어 나왔다.“김 대표님, 타월 좀 주시겠어요? 제 것은 이미 젖어서요...”그렇게 한 아름다운 여인이 김예훈과 하은혜의 시선에 들어왔다.후지와라 미유는 발그레한 표정으로 야릇한 눈빛을 보내왔고, 젖은 타월 사이로 드러난 하얗고 가느다란 어깨와 다리는 김예훈마저 황홀해질 정도였다.하은혜가 멈칫하더니 표정이 어두웠다.“후지와라 미유 씨? 왜 여기 있는 거예요?”김예훈 역시 놀라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왜 여기 있는 거죠?”“꺄악! 은혜 씨?”후지와라 미유는 김예훈과 하은혜를 보고 깜짝 놀라면서 욕실 문을 쿵 닫아버렸다.“은혜 씨, 오해하지 마. 그저 샤워실을 빌렸을 뿐이니까.”이때, 후지와라 미유가 몸에 마른 타월을 두르고
“솔직히 말해서 일부러 후지와라 미유 씨한테 포레스트 별장을 자랑하면서 직접 김 대표님을 찾아오게 했죠? 그리고선 영구 제명을 빌미로 자기 발로 대본 검토하러 오게 만든 것도 사실이죠?”하은혜는 마치 무슨 죄인을 추궁하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방안을 둘러보았다.김예훈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민아가 내 죄를 따지러 오면 몰라도 은혜 씨는 왜 이러는 거야?’그는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은혜 씨도 제가 서양인 행세를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아시잖아요. 그런 제가 왜 후지와라 미유 씨한테 관심이 있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후지와라 미유 씨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니까. 일부러 몰아가지 말라고요!”김예훈은 자신이 후지와라 미유와 절대 엮일 일이 없다는 것을 하은혜도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하지만 하은혜는 한창 질투심에 멀어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의 야릇한 분위기는 더욱 이상해졌다.하은혜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김 대표님, 제가 일부러 몰아가는 거예요? 저한테 형수님 연락처 있는 거 아시죠? 형수님께서는 분명 김 대표님께서 부산에 오시면 사고 치지 않도록 잘 지켜보라고 했어요. 제가 지금 연락드려 볼까요? 형수님은 김 대표님의 말을 믿을지 안 믿을지?”김예훈은 순간 머리가 아팠다.“왜 그래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비록 정민아가 자신을 믿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임은숙의 귀에 들어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은혜도 김예훈이 결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일을 후지와라 미유가 먼저 선수를 쳐서 화가 났다.그녀는 이 기회를 빌어 김예훈에게 경고를 하고 싶었다.‘어제는 우현아, 오늘은 후지와라 미유, 그러면 내일은 조효임이 찾아올 수도 있겠네?’하은혜의 생각을 알 리가 없는 김예훈은 그저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이게 뭐예요?”이때, 하은혜가 침대 사이에서 레이스 속옷을 발견하고는 김예훈의 앞에 내던졌다.“김 대표님, 침
다음 날 아침 10시.금정 경매장.금정 경매장은 비공식적인 경매장으로서 부산 기관 및 각 명문가가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이 경매장은 부산 상류사회의 이익을 대표했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경매가 진행 중이면 아무도 사고를 치지 못했다.사회에서 잘나가는 깡패라고 해도 이곳에서 겸손하게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했다.이곳에서 눈에 띄게 나댔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다.하은혜는 아침 일찍 경매장에 도착해서 한 구석에 앉아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김예훈은 부산 버뮤다 땅을 꼭 따내리라 마음먹었다.이는 CY 그룹이 부산에서 입지를 굳히는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이 경매를 통해 방호철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룰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이 도대체 어떤 매력과 능력으로 일본 야마자키파의 신임을 얻었는지 궁금했다.경매가 시작되고, 경매 대기품들은 저마다 가격이 어마어마한 보물들이었다.이때 예쁜 얼굴에 정갈한 메이크업을 하고 몸매마저 날씬한 한 여성 경매사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 사회를 보게 되었다.첫 번째 경매품은 보기 드문 용과 봉황의 무늬를 가지고있는 청자기였다.비록 경매 최저가가 10억 원뿐이었지만 그 가치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시장가가 최소한 40억 원은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경매 최저가를 10억 원으로 정한 것은 오늘의 경매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맛보기용으로 내놓은 경매품들을 보니 오늘 경매가 더욱 기대되는 분위기였다.청자기가 50억 원에 낙찰되고, 낙찰받은 사람은 바로 한 명문가의 도련님이었다.그저 주웠다시피 낙찰받은 청자기에 그는 한껏 흥분된 모습이었다.연이어 값진 경매품들이 낙찰되고, 막바지에 달했을 때 누군가가 발로 출입문을 걷어차버렸다.뒤이어 입생로랑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잘생긴 한 남성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면서 앞장서서 걸어들어왔다.그의 옆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현재 일본 야마자키파 종주의 제자이자 미야모토 그룹의 따님인 사쿠라였다.지
경매장 출입문을 발로 차서 부수고, 경매 프로세스를 어기면서까지 맨 앞자리에 앉은 행동을 보면 거만하기 그지없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잘못된 점을 짚어내지 못하고 그저 허리를 굽혀가며 예의를 차릴 뿐이었다.아리따운 여성 경매사 역시 무대 위에서 잘 보이려고 허리 굽혀가며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하은혜는 이 모습을 보고도 꿈쩍하지 않았다.그저 쥐 죽은 듯이 있고 싶었지만 방호철은 그녀가 현장에 있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방호철은 시선을 그녀에게 돌리더니 손을 들면서 말했다.“은혜 씨도 참 장난기가 많으시네요.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부산 버뮤다 때문이라면서요? 그렇게도 저랑 맞서고 싶은 거예요?”방호철은 하은혜의 입찰 문서를 미리 확인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면 그녀가 무슨 물건을 낙찰받으려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 한마디로 충분히 방호철의 세력과 권력을 엿볼 수 있었다.사람들은 입만 웃고 있는 방호철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을 건드렸다간 죽기보다 못한 짓이었다.‘은혜 씨는 정말 큰 일이군.’“제가 원하는 물건이 무엇이든 호철 씨와는 연관이 없는 것 같은데요?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요.”방호철이 피식 웃더니 손뼉을 쳤다.“저와 은혜 씨의 사이는 제가 결정하는 거예요. 제 말이 곧 법이라고요. 여러분, 오늘부로 은혜 씨는 제 여자입니다. 저 말고 다른 분이 은혜 씨에게 접근했다간 제 손에 죽는 겁니다!”방호철의 거리낌 없는 선포에 그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로 방호철과 눈을 마주치기도 두려워했다.그가 부산에 온 며칠 사이 몇몇 명문가가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이렇게 공개적으로 하은혜가 자기 여자라고 선포한 사실은 공공연히 바뀔 수 없는 현실로 변해버렸다.아무리 경상 재벌 심현섭이라고 해도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호철의 말을 어길 수가 없었다.더군다나 방씨 가문은 원래부터 심씨 가문과 혼인을 맺기로 했었다.하
심지어 구룡주에서 가장 값진 구석으로 이 겉면에 있는 용무늬라고 말할 수 있었다.그 희귀함은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제가 400억 원에 사겠습니다.”방호철이 아무렇지 않게 손들면서 가격을 제시했다.세상에서 희귀한 보물이기 때문에 400억 원이라고 해도 비싼 것만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중에 한가지 문제가 존재했다.그것은 바로 방호철이 먼저 가격을 제시한 이상 그 누구도 그와 뺏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그에게서 무조건 구룡주를 따내리라는 욕심이 보였기 때문이다.구룡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감히 방씨 도련님을 건드릴 자가 없었다.방호철도 자신과 뺏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여유만만한 모습이었다.“400억 원! 자, 400억 원 있으십니까? 없으시면...”경매사는 한껏 흥분된 말투로 사회를 보고 있었지만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내정된 상황은 경매장 규정에 부합되지도 않았다.경매사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재미가 없었다.누군가 방호철과 구룡주를 뺏기를 기대하는 눈치도 없지 않아 있었다.자신의 목숨을 끔찍이 생각하는 이들은 이런 사소한 일로 방호철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경매사가 이대로 낙찰을 마무리하려고 할 때, 꼭 닫혔던 입구가 또다시 누군가에 의해 뻥 걷어차이고 말았다.퍽!거대한 소리에 사람들은 시선을 돌렸고, 경매사마저도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뒤이어 한 사람이 유유히 나타나서 가격을 제시했다.“2천억 원이요!”출입문을 뻥 걷어차고 아무렇지 않게 걸어오면서 2천억 원을 제시한 모습에 사람들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이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 나타나 방호철과 맞설 줄은 몰랐던 것이다.처음부터 2천억 원을 부른 것을 보면 방호철의 체면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는지 눈을 파르르 떨며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무식한 것인지 아니면 겁이 없는 것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방호철은 화를 내는 대신 흥미진진하게 쳐다볼 뿐이었다.이때 경매장 책임자가 열몇 명의
책임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김예훈이 분명 방호철과 맞서려고 온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김예훈도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가라고 부추기지 못했다.정작 자신들은 방호철과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면서 김예훈이 방호철의 체면을 깎아내릴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맨 앞자리로 가 방호철과 사이에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았다.방호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쳐다볼 뿐이었다.사쿠라는 김예훈을 본 순간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김예훈을 모를 수가 없었다.사쿠라가 아무리 많은 함정을 파놓아도 김예훈이 결국 경매장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2천억 원입니다!”경매사는 망설였지만 경매 규정에 맞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 방호철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2,200억!”방호철은 경매사를 곤란에 빠지게 할 생각은 없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 뿐이었다.두둥!그 누구도 방호철이 이대로 넘어갈 줄 몰랐다.사람들은 김예훈을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아무리 돈 많고 재산 있는 이방인이라고 해도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방호철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이깟 행동으로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죽기보다도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 뻔했다.과연 그가 가격을 더 올릴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김예훈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4천억!”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맨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글쎄 아무리 방 도련님의 체면을 깎아내리려고 해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방 도련님은 한 번에 200억 원씩만 올리는데 김예훈은 2천억 원씩이나 올린다고?’이것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김예훈이 한방에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였다.하지만 구룡주 한 알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아무리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고 해도 그렇지 2천억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