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우지환, 아까 그 일본인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아. 다들 장소를 바꾸는 게 좋겠어. 오늘 밤 연회에는 변우진 도련님을 잘 모시고 골치 아픈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어.”“심상치 않다고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사실 원래 조금 걱정하고 있던 우지환은 김예훈의 말을 듣자 갑자기 흥분했다.“그냥 평범한 일본 뚱땡이잖아요? 무슨 능력이 있겠어요? 내 삼촌은 부산 용문당의 부회장이에요! 내 전화 한 통이면 열 명 이상의 용문당 제자들이 와서 도와줄 거라고요. 그러니까 절대 문제없어요! 다른 사람이 없더라도 내가 바로 용문당 출신과 다름없다고요.”“김예훈 씨, 이젠 새로운 시대예요. 외국인에게 무릎 꿇을 시대가 아니라고요! 이제 당당해져야죠!”“김예훈 씨는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외국인을 보면 무섭기도 하겠죠. 이해해요.”“상대는 일본 놈들이잖아요! 얼마 전에 우리 한국인한테 혼쭐난 적도 있지 않아요? 그놈들이 감히 무슨 일을 저지르겠어요.”오산 그룹 경영진들은 무자비하게 김예훈을 비웃어댔다. 김예훈이 하은혜 같은 미녀와 너무 다정해 보이자 배가 아팠던 것이다.하은혜 같은 여자가 만날 사람은 세자, 도련님들이나 그들보다 더 고귀한 분들이어야 한다. 그런데 김예훈 같은 촌놈이 왜 끼어드나 말이다. 여기서 오직 변우진만 하은혜에게 어울리는 남자였다.김예훈은 자기 분수도 모르고 오르지 못할 나무를 넘보다니, 이에 옆에 있는 강남미인들은 갑자기 이 모임의 등급이 확 떨어졌다고 생각했다.그들 본인은 상류사회들이 놀다 버리는 장난감 같은 존재이지만, 김예훈은 아예 상류사회 근처도 얼씬 못하는 등급이라고 생각했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김예훈이 외국인을 무서워하고 겁먹었다고 생각해서 비웃음을 터뜨렸다.이때 하은혜는 화가 나서 나서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굳이 이 사람들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는 듯 눈빛을 보냈다.조효임은 몰래 김예훈을 흘끔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실망한
“은혜 씨, 저 자식은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서 변우진 도련님 옆에 앉아요!”“이따가 무슨 일이 있어도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지켜줄 거예요!”모두가 김예훈을 무시하고 깍아내리는 것을 본 조효임은 다급히 하은혜를 끌어당겨 앉혔다.“게다가 오늘 하루 종일 변우진 도련님이 은혜 씨를 보호하고 계셨어요. 주인으로서 변우진 도련님에게 술 한 잔 대접해야 하지 않겠어요? 일단 먼저 술 마시고 춤도 추세요! 있잖아요, 변우진 도련님은 프로예요. 기술이 아주 어린애들을 압살해 버린다니까요. 난 이런 기회를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했는데, 오늘 밤엔 은혜 씨가 잘 생각해야 해요!”조효임은 김예훈이 자기 분수도 모르고 하은혜에게 집적거리는 게 싫어서 필사적으로 변우진과 하은혜를 엮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조효임 씨, 그건 아닙니다. 오늘은 제가 먼저 하은혜 씨께 축배를 들어야죠. 어쨌든 은혜 씨가 저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셨고, 진정한 고수와 싸울 수 있는 기회도 주셨으니 감사를 표하는 것은 저여야 합니다. 그건 평생 동안 제가 원했던 것입니다.”이 순간 변우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그는 샴페인을 꺼내 오른손 손가락으로 뚜껑을 튕겨 바로 날려버렸다.이 멋진 장면을 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강남미인들은 흥분하여 박수를 쳤다.김예훈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고,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하은혜는 이미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변우진 씨, 죄송합니다. 오늘 오후에 일이 좀 생겨서 지금은 술을 마실 기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변우진 씨가 먼저 술을 권하셨으니 샴페인 대신 차로 건배를 제안하겠습니다.”말하면서 하은혜는 이미 차 한 잔을 들고 마시려고 했다.그러자 조효임이 옆에서 말했다.“은혜 씨, 그건 아닌 것 같아요. 변우진 씨가 이렇게 적극적인데 어떻게 체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솔직히 오늘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우리 사람들인데 무슨 사고가 있을 수 있겠어요? 설사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좋은 일일 거예요! 오늘은 취할
곧바로, 가라테 도복을 입은 남자 열댓 명이 들어왔다.키는 크지 않았지만 모두 몸이 튼튼해 보였고, 하나같이 일본 특유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김예훈은 한눈에 이 사람들이 모두 일본의 고수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방금 구타를 당한 일본인 쿠보 하루키가 있었다.“보스, 저를 덮친 건 이 한국인들입니다! 저놈들은 무덕도 모르는 놈들이에요!”쿠보 하루키는 우지환과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분개한 얼굴로 말했다.바로 그 순간, 어두운 표정에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한 일본 남자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그의 키는 170이 거의 돼 보였는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그나마 큰 키였다.그리고 그에게서 일본 특유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때 그는 작은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우지환을 위아래로 훑으며 비웃었다.“흥미롭네. 감히 내 사람을 건드리다니, 배짱이 대단하구나!”그의 한국어는 매우 표준적이었지만 어조는 밋밋하고 로봇 같았다.그가 내뱉은 말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날카로움과 살의가 담겨 있었으며, 한눈에 봐도 그는 손에 피를 묻혀본 사람이었다.“당신 사람을 건드린 게 뭐가 문제야? 내가 당신을 건드리지 못할 것 같아?”우지환은 지금 변우진을 등에 업고 거만해져서 바로 술병을 들고 달려들었다.그러나 그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가 바로 손바닥으로 그의 얼굴을 때렸다.찰싹 소리와 함께 우지환의 몸 전체가 수평으로 날아가 테이블 한끝 깊숙한 곳에 심하게 부딪 혔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들렸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웃고 있던 강남미인들은 모두 얼굴이 하얗게 변해 떨고 있었다.우지환은 죽지는 않았지만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벽 아래로 미끄러졌다.순간 몇몇 남성 동료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화가 났고 하나둘씩 병을 들고 달려들었다.일곱 여덟 명이 나서서 한 명과 싸우려 했지만 그들은 빠르게 돌진했다.그러나 그 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일본 남자는 제때 피하지 못하고 변우진의 따귀를 맞아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 어지럽고 머리가 윙윙거렸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변우진은 다시 그의 뺨을 때렸다.퍽.한 번 더 맞자 일본 남자의 이빨이 날아갔다.두 번의 따귀를 날리고 나서야 변우진은 아무렇지 않게 테이블 위에 놓인 수건을 들어 손바닥을 닦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자, 이제 내가 너희들을 건드렸는데 어떻게 할 거야?”그 일본 남자는 얼굴을 움켜잡고 한동안 멍해 있었다.그는 야마자키 파에서 꽤나 지위가 있었는데, 언제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겠는가?순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변우진을 바라보며 분노를 터뜨렸다.“바까! 감히 나를 때려?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이봐! 이 개자식을 죽여!”그의 명령에 따라 주위에 있던 가라테 복장을 한 십여 명의 일본 사람들이 일제히 변우진에게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퍽퍽퍽.변우진은 자주 멋있는 척했지만, 싸움왕의 명성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이때 그는 침착하고 서두르지 않으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풍당당함으로 연달아 펀치를 날렸다.잠시 후 십여 명의 일본 남자들이 수평으로 날아가 땅바닥에 쓰러져 비참한 비명을 연신 질렀다.반면에 변우진은 무사했고, 오히려 손을 등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선두에 있던 서늘한 기운의 남자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변우진은 이미 발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바로 발로 차서 입에서 피를 흘리게 만들었다.“바까! 감히 날 때려!”서늘한 기운의 일본 남자는 가슴을 움켜잡고 계속 몸부림쳤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난 야마자키 파의 나카노 지로다! 감히 나를 건드리면 내 형인 나카노 타로우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나카노 타로우’라는 이름을 듣고 방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변했고, 심지어 조효임도 바로 얼굴을 찡그렸다.야마자키 검도관에서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카노 타로우가 야마자키 검도관의 최고 칼잡이로 알려져 있다는 것을 알고
“네가 사람을 불러오기 전에 한 가지만 말해주게, 한국의 격투왕이 여기 있다고만 전해. 그런데도 감히 나타날지 보자고!”이때 변우진은 무패의 전쟁의 신처럼 무적의 기운을 뿜어내며 두 손을 등 뒤로 놓았다.나카노 지로는 코웃음을 치며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형, 나 맞았어요! 여기 위치는...”그가 정말 사람을 부르기 위해 전화한 것을 보고 이때 조효임은 긴장하기 시작했다.“변우진 도련님, 이러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요? 어쨌든 저들은 외국인인데...”옆에 있는 하은혜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요.”김예훈은 무표정으로 그 장면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그는 소위 부산 야마자키 파 최고 칼잡이라고 불리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이 일본인들이 뭘 믿고 이러는 건 지, 왜 감히 부산에서 대담하게 나대는 건 지 알고 싶었다.“효임 씨, 은혜 씨, 이런 사소한 문제로 도망칠 거예요? 나 변우진의 명성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에요. 내가 이정도로 못 견딜까 봐요? 오늘은 누가 감히 내가 있는 이곳에 와서 우리를 건드리는지 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여러분을 안전하게 지켜드릴 테니까.”변우진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바로 테이블 바깥쪽 문 앞에 기대어 무심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이 모습은 단순히 그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감 때문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변우진의 잘생긴 얼굴과 거침없는 태도는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열광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일편단심으로 1호 팬만 생각하던 조효임도 이 순간에는 살짝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1호 팬은 돈이 많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오직 그녀 혼자 짝사랑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변우진이 가까이 있으니 조효임은 그에게 반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총애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큰 영광일까?여인들이 넋을 잃고 있을 때 연회장 입구
이때 나카노 지로는 더없이 거만하게 걸어와 변우진의 코를 가리키며 화를 냈다.“감히 나를 때리다니,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놈들, 오늘 너희들을 죽이지 않으면 나 나카노 지로는 이름을 거꾸로 쓸 거야! 남자들은 팔다리를 부러뜨리고 여자들은 모두 잡아서 우리 집으로 보내! 예쁜 아가씨들 많네, 아주 좋아. 오늘 이 한국 놈들이 감히 우리 신성한 일본인들 앞에서 얼마나 오만방자하게 굴 수 있는지 보고 싶군!”나카노 지로는 변우진을 가리키며 노란 이를 갈면서 말했다.“특히 이 자식, 널 금호강에 던져서 감히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해주마!” 이 순간 나카노 지로는 자신감이 넘쳐서 조금 전 뺨을 맞았던 분노가 순식간에 분출되었다.“무슨 일이야?”이때 사람들 뒤쪽에서 몇 사람이 더 나왔다.가장 앞에 있는 사람은 175에 가까운 체격의 일본인이었는데, 흰색 정장을 입고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 사람을 본 주변 사람들은 중얼거렸다.“정말 나카노 타로우가 맞잖아? 그가 나타났으니 이 뭣도 모르는 사람들은 이제 끝장이야!”“나카노 타로우는 예전에 부산 용문당 전 회장 최종호를 검으로 찌르고 반 수 차이로 승리해 용문당 검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검도관을 열 자격을 얻었다고 해요!”“난 항상 그걸 전설 같은 소문이라고만 생각했지 사실인 줄은 몰랐어요.”“칫, 생각해보면 알죠. 용문당이 그렇게 강한데 겨우 반 수 차이로 패했으면 자기 도관 맞은편에 야마자키 도관이 생기는 걸 지켜보고 있었겠어요?”“말도 안 돼요!”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상류층에 속한 사람들은 나카노 타로우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심지어 이제 야마자키 검도관에 가서 검도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있었다.일본인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부산에서는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나카노 지로가 인사를 건네며 재빨리 말했다.“형님, 제 부하 중 한 명이 단지 여자를 꼬시러 왔을 뿐인데, 어떤 자
조효임은 아주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마치 인플루언서가 재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겁먹었다는 것이다. 변우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상대 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돈으로 일을 해결하는 것이 낫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조효임? 인플루언서라고?”나카노 타로우는 잔뜩 무시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인터넷에서 몸뚱이 흔들 줄밖에 모르는 여자가 어디서 감히 체면 타령이야? 그리고 이건 체면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야. 잘못을 했으면 인정하고 대가를 치러야지. 내가 아직 기분 좋을 때 무릎 꿇고 사과하면 약간 봐줄 수도 있어.”“무릎 꿇고 사과하라고?”이때 변우진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서 나카노 타로우를 노려봤다.“야마자키파의 최고 고수라고 했나? 이번 일은 옳고 그름을 떠나 내 의견을 주장할 거야. 폭력도 물론 서슴지 않을 거고. 내 사과는 꿈도 꾸지 마, 사과를 해도 그쪽들이 해야지. 하기 싫으면 어디 한 번 붙어보든가. 야마자키파 검도와 한국 격투기의 자존심을 걸고!”변우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움직였다. 목 쪽에서는 관절을 푸는 소리가 났다.“나는 말이야. 한국 제일 격투기 선수라는 이름을 받은 후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본 적 없어.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관부터 준비해야 하니까.”자신만만했던 변우진은 살기를 뿜어냈다. 나카노 타로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그는 야마자키파의 중요한 일원이다. 실력은 전쟁의 피바다 속에서 살아 돌아올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니 당연히 살기와 기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그가 오른손을 내밀자, 부하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장검 하나를 건넸다. 곧이어 나카노 지로의 흥분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형님, 이 검으로 돼지 새끼의 멱을 따십시오! 우리 일본 사람만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인종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십시오!”나카노 타로우는 머리를 쳐들더니 담담하게 말했다.“한국 격투기의 자존심이라... 흥미롭군. 한국에서 내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은 전설 속의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나카노 지로는 넋이 나간 듯 얼굴을 부여잡고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초점을 맞춘 그는 자신을 때린 사람이 다름 아닌 나카노 타로우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뿐만 아니라 조효임 등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기세등등하던 나카노 타로우가 왜 갑자기 자기 동생을 때리는 거야? 부산 최고의 검객이 이렇게 물러난다고? 아무래도 우진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뒤늦게 깨달은 모양이야. 아무렴, 그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지. 그렇게 대단한 나카노 타로우도 우진 도련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네.’“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나카노 지로는 자신이 왜 맞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막연한 표정의 사람들 사이에서 김예훈은 잘 아는 것 같았다.나카노 타로우가 나타나자마자 그는 상대가 일본군으로 참전한 적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심지어 전장에서 그와 마주친 적도 있는 것 같았다.일본군은 처참한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나카노 타로우가 그를 두려워하는 것도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도 일본군 따위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않았다.퍽!나카노 타로우는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또 나카노 지로의 뺨을 때렸고, 인사불성이 된 나카노 지로는 이빨이 떨어져 있는 바닥에 쓰러졌다.“내가 왜 이러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나카노 타로우는 나카노 지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더니 이를 악물면서 말을 이었다.“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으며,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어! 당장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지 못해? 스스로 뺨을 백대 정도는 때려야 할 거야! 성의 있게 사과해!”“뭐라고?!”나카노 타로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도 숱한 고수를 거느린 나카노 타로우가 사과를 요구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조효임 등의 표정은 놀라움에서 변우진에 대한 존경함으로 변했다. 모두 나카노 타로우가 한국의 최고 격투기 고수인 변우진에게 겁먹었다고 생각한 모양이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