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씨, 사실 저 사람은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부끄럽게도 저희 아빠가 성남에서 데려온 가난한 친척이랍니다. 얼마 전에 제가 오산 그룹 사업부 사원으로 꽂아드렸는데 글쎄 무슨 운으로 계약을 하나 성사시켰는지 연차를 냈더라고요. 뭐 하러 갔나 했더니 은혜 씨 보디가드를 하고 있었어요? 분명 은혜 씨가 속은 걸 거예요!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저는 정말 잘 알고 있어요! 저 사람이 은혜 씨를 보호해 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예요!”몇몇 강남미인들은 조효임의 말을 들은 순간 김예훈에 대해 흥미를 잃고 말았다.하은혜의 친구가 온다길래 무슨 세자님이나 도련님인 줄 알고 기대했지만 겨우 보디가드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보디가드인 것도 모자라 효임 씨 아버님이 시골에서 데려온 가난한 친척이라고?’이 순간, 강남미인들은 마치 공기 속에서 시골의 냄새가 풍기는 것만 같아 한 손으로는 코를 틀어막고 한 손으로는 싫증 난 표정으로 부채질했다.김예훈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조효임이 자신한테 이곳에 왜 왔는지 질책하리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이 이토록 보잘것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은혜는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모른 척하면서 질문했다.“효임 씨, 정말 효임 씨 가난한 친척 맞아요? 분명 제 안전을 책임져 줄 대단하신 분인데.”“은혜 씨를 보호해 줄 대단한 분이라고요?’조효임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은혜 씨, 도대체 어떤 회사를 통해 소개받은 거예요? 얼른 그 회사 신고해요. 아무나 데려와도 이 사람보다는 천배 만배 낫겠어요! 저는 이 사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분명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서 자기 주제도 모르고 이력서를 넣은 걸거예요. 무슨 회사인지는 몰라도 똑같이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은혜 씨를 보호하겠어요? 지금은 괜찮다지만 길 가다 깡패가 시비 걸어도 해결하지 못할 사람이에요. 은혜 씨, 그냥 몇만 원 쥐여주고 돌려보내요! 그래도 계속 변우진 씨한테
하은혜는 이들의 의논 소리를 듣고 원망의 눈초리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다.김예훈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할 수 있도록 변우진을 보낸 것은 고마운 일이었지만 만난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을 품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해고시킨 것이었다.그런데 조효임이 어쩌다 변우진과 알게 된 것인지 몰랐지만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로 했다.조효임은 정말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멍청한 척하는 것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서도 이 둘을 다시 엮어놓고 싶었다.조효임의 태도는 강경했다. 하은혜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변우진을 보디가드로 붙여주고 싶었다.김예훈은 메시지를 통해 하은혜의 설명을 듣고서야 쓴웃음을 지었다.원경훈에게 부탁한 사람이 이 정도로 믿음직스럽지 못할 줄 몰랐던 것이다.‘안전을 책임지면 됐지, 품지 말아야 할 마음마저 품다니.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조효임은 김예훈과 하은혜가 몰래 연락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말했다.“은혜 씨, 변우진 씨는 정말 괜찮으신 분이에요. 심씨 가문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걸 아시고 다른 사람의 부탁은 다 거절하고 은혜 씨만 보호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은혜 씨가 너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아무 조건 없이 보호해 주겠다고도 했고요! 은혜 씨 곁에 있으면서 은혜 씨도 보호하고 자신의 무술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정말 멋지지 않아요? 한 남자가 저를 이렇게까지 대해준다면 저는 정말 마음이 움직일 것 같아요!”조효임은 헤벌쭉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변우진 씨도 저의 1호 팬처럼 정말 상남자네요! 병신처럼 허세만 부리는 사람과는 달리.”조효임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전에는 김예훈이 자신을 따라다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고, 오늘은 보디가드인 척하는 모습을 보니 더 별로라고 생각했다.지금은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 조인국한테 김예훈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었다.‘김예훈 같은 사람은 그저 쓸모없는 놈이야. 절대 부산에 남겨둬서는 안 돼. 빨리
“고수요?”조효임이 콧방귀를 꼈다.“은혜 씨가 저 병신같은 놈한테 세뇌당한 것 같은데 저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세요. 어딜 봐서 고수로 보여요? 딱 봐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데. 부산에서 변우진 씨보다 실력이 강한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굳이 변우진 씨의 보호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예요. 변우진 씨가 곁에 있으면 심씨 가문에서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방호철 도련님도 어느 정도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니까요!”조효임은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방인 주제에 어떻게 변우진 씨와 비교되겠어요? 아예 상대도 안 될 텐데.”이때, 몇몇 강남미인들이 핸드폰을 꺼내 하은혜에게 변우진과 관련한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었다.화면 속 변우진은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못해내는 것이 없었다. 그는 주먹으로 벽돌을 부수고, 손아귀 힘으로 돌덩이를 작살내고, 발로 몽둥이를 부러뜨렸다. 하지만 이런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진정한 고수한테는 자랑할 거리가 되지 못했다.하지만 변우진은 자신의 동영상에 클래식 BGM을 더해 직접 SNS에 업로드시키면서까지 결국 팔로워 수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되어버렸다.거기에 격투기 우승자라는 타이틀까지 더해져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효임은 물론 이 강남미인들도 하은혜를 설득하고 있었다. 변우진 같은 사람이 보호해 주겠다고 할 때 얼른 받아들이라고 했다.부산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따님들도 큰돈을 들여 변우진을 보디가드로 삼고 싶어 했다.‘변우진 씨와 김예훈은 하늘과 땅 차이잖아. 어디다 대고 비교를 해?’비서는 냉랭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우습게 쳐다보았다.‘이렇게 능력 없는 사람인 줄 알았으면 픽업하러 가지도 않았을 텐데.’이 순간 비서는 시골의 향기가 남은 차 내부를 어디 가서 소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사람들이 의견이 분분할 때, 핸드폰이 울렸다. 비서가 신속히 전화를 받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효임 씨,
귀족 분위기를 풍기는 변우진이 그저 손 인사했을 뿐인데 조효임 등은 황홀한 느낌에 쓰러질 정도였다.비록 변우진이 SNS상에서처럼 멋지진 않았어도 50% 정도는 닮아있었다.조효임은 1호 팬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하지만 다른 강남미인들은 헤벌쭉해하면서 변우진에게 덮치고 싶었다.“변 도련님, 안쪽으로 모실게요. 변 도련님께서 오시지 않았다면 별로 밥맛도 없었을 것 같네요.”조효임은 웃는 얼굴로 변우진을 안으로 모셨다.“은혜 씨도 변 도련님께서 오신다길래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몰라요. 서로 아는 사이인데 굳이 제가 소개할 필요 없겠죠?”하은혜는 강제적인 만남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예의 갖춰 웃으면서 인사했다.“변 도련님, 오랜만이네요.”“은혜 씨, 안 본 사이에 많이 보고 싶었어요.”변우진은 하은혜를 본 순간 얼굴에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오른손을 내밀었다.“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저희 사이에 자그마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은혜 씨 일은 저의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효임 씨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지 않았어도 오늘 비밀 하나 알려드리려고 했어요...”변우진은 일부러 목소리 낮춰 ‘비밀’이라는 두 글자를 의미심장하게 말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변우진은 사람들의 관심을 온몸에 받고서야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은혜 씨도 아시겠지만 저는 아무나 보호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날도 은혜 씨를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총사령관님께서 직접 부탁하신 거라 나선 거예요.”‘총사령관’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이때 조효임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변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총사령관님이라는 분이 혹시 국방부 신화이자 살아있는 전설이신 당도 부대 총사령관님을 말씀하시는 거예요?”변우진이 뒷짐 쥐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분 말고 저에게 직접 연락하실 분이 있겠어요?”하은혜는 이 말을 듣고 표정이 일그러졌다.‘풉!’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 역시 하마터면 차를 뿜어낼 뻔했다
조효임은 비록 질투 나긴 했지만, 자신의 1호 팬도 변우진 못지않을 거라는 생각에 웃으면서 말했다.“은혜 씨, 얼마나 좋은 기회예요. 얼른 변 도련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려요. 얼마나 많은 부잣집 따님들이 변 도련님 경호를 받고 싶어 하는 줄 아세요?”몇몇 강남미인들은 질투 어린 표정으로 하은혜를 쳐다보았다.이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변우진을 자기 남자로 만들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기회는 하은혜에게만 주어졌다.하은혜는 어떻게 해야 예의 바르게 거절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그 마음은 고마운데 은혜 씨는 변우진 씨의 보호가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이때 김예훈이 찻잔을 내려놓고 걸어오더니 오른손으로 변우진과 악수하면서 말했다.“제가 은혜 씨를 24시간 밀착 경호하기로 했거든요. 총사령관님마저도 체면을 차려주시는 변 도련님 같으신 분이 저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의 밥그릇을 뺏을 일은 없겠죠?”“김예훈!”조효임은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보잘것없다는 걸 알면서 왜 이렇게 나대는 거야! 너랑 변 도련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인 거 몰라? 아빠만 아니었다면, 청현 도장님이 조용히 있으라고 하지 않았다면 너를 진작에 내쫓았을 거야!”인플루언서가 된 조효임한테서 나름 상류사회에 속해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바로 실력 없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에요!”변우진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이봐, 젊은이. 보디가드가 되고 싶어? 안 되는 건 아닌데 어디 실력 한번 보자고!”변우진은 김예훈과 악수하던 손에 힘을 더하게 되었다.김예훈에게 골탕 먹이려고 마음먹은 모양이었다.이 모습을 보던 조효임 등은 멈칫하고 말았다.바로 방금 변우진이 한 손으로 돌을 부수는 동영상을 보았기 때문이다.변우진이 손아귀에 힘을 더하자 자기도 모르게 그 화면이 떠오른 것이다.조금 마음 아파하는 조효임과 달리 다른 강남미인들은 깨 고소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자기 주제도 모르는 자식이 감히
하은혜는 김예훈이 난처해한다는 것을 캐치하고 급히 말렸다.“변 도련님, 김 도련님, 그만 하세요. 저를 봐서라도 이쯤에서 그만하시죠.”김예훈은 피식 웃으면서 그만하려고 했지만, 변우진은 하은혜의 말에 오히려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이 김 도련님이라는 분이 은혜 씨를 보호할 만할 능력이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믿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죠. 아무나 잘난 척하게 내버려 뒀다간 나중에 일이 터지면 어차피 마무리 지어야 할 사람이 저잖아요. 저 변우진은 누구 뒤치다꺼리나 할 사람이 아니에요!”변우진은 실실 웃으면서 또 손아귀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아까는 김예훈에게 망신 주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그를 병신으로 만들어 주리라 다짐했다.‘나의 여신님인 은혜 씨의 관심을 한 몸에 받다니. 은혜 씨를 접근하는 사람은 모조리 죽여버릴 거야!’변우진이 손아귀에 힘을 꽉 쥐었지만, 김예훈은 그저 담담하니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온갖 힘을 퍼부었지만 마치 스펀지를 쥔 것처럼 상대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김예훈을 비웃을 준비를 마친 몇몇 강남미인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변우진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지나치게 웃을 준비가 되었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낭패나 다름없었다.사실 이 인플루언서들처럼 변우진도 마음속으로 의아했다.‘이미 70%의 힘을 실었는데 아직도 버티고 있는 걸 보니 그래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추고 있는 모양이네.’퍽!변우진이 손아귀에 힘을 더하려고 했을 때, 누군가 문을 걷어찼다.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돌아보게 되었고, 변우진도 미간을 찌푸리면서 뒤돌아보았다.김예훈도 변우진과 힘겨루기를 포기하고 찾아온 자를 확인했다.문을 걷어차고 들어온 사람은 얼굴에 문신한 대머리 아저씨였다.조효임은 그를 보는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다.다른 사람들은 이 사람이 누군지 몰랐지만 조효임은 이 사람이 자신의 1호 팬 중의 한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닉네임 건물주가 나타나기 전,
대머리 아저씨의 말투는 차갑기만 했다.깡패라서 그런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말투에 살기가 가득했다.강남미인들도 느낀 것이 있는지 서로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조효임은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이 사람과 함께 이곳을 나가게 되면 무슨 일이 발생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저씨, 저희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요? 아무리 아는 사이라고 해도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할 거 아니에요. 저희 비서님한테 말씀하시면 스케줄을 봐서 식사 자리를 마련해 볼게요. 오늘은 제가 귀한 분을 모시는 자리라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중에 꼭 근사한 식사 한 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조효임은 그럴싸하게 말했지만, 사실 시간을 벌려는 수작이었다.비록 오늘은 재수 없게도 이 사람을 맞닥뜨리긴 했지만, 잘만 속이면 이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칠 후 스케줄이 빈다고 해도 이 사람과 식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대머리 아저씨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이 년이, 내가 무슨 3살짜리 아이인 줄 알아? 어디서 개수작이야! 내가 손대기 전에 알아서 따라 나오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너의 일행도 똑같이 당해야 할 거니까!”대머리 아저씨는 여자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더니 하은혜를 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생얼마저도 예쁜 여자는 많이 만나봤는데 이 정도로 예쁜 사람은 처음이네.’조효임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봐요, 제가 예의를 갖춰드린 건 이 사찰에서 소란을 피우기 싫어서예요. 설마 제가 무서워할 줄 알았어요? 저도 보디가드가 있다고요! 당신을 쫓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한번 지켜보실래요?”이때 조효임의 손짓하나에 키 크고 덩치 있는 보디가드들이 흉악한 표정으로 나섰다.“보디가드?”대머리 아저씨는 보디가드들을 보자마자 그들의 뺨을 때려 날려버렸다.짝!빰 한 대에 한 보디가드는 얼굴이 피 범벅된 채로 저 멀리 날아갔다.대머리 아저씨는 그제야 냉랭하게 말했다.“어디 계속해 보시든가! 나, 용준하가 어떤 사람인
대머리 아저씨는 용문당 정예 제자는 아니었지만, 밖에서는 깡패나 다름없는 존재였다.부산 용문당에 몇만 명이나 되는 그와 같은 존재는 어제저녁에 진행된 대결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어 김예훈도 알아보지 못했다.조효임은 그가 우충식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얼굴이 더욱 창백해지고 말았다.‘이런 우연이? 어떻게 이럴 수가!’더욱이 우충식은 조효임이라는 사람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우지환을 내세워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이런 생각에 조효임은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바로 이때, 밖에서 우충식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준하야, 내가 막걸리 한잔 가져오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느려?”우충식은 심부름 보낸 용준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직접 찾으러 나온 것이다.용준하는 화들짝 놀라면서 눈알을 굴리더니 급히 달려 나가면서 굽신거렸다.“부 회장님, 제가 방금 한 여성분을 만났는데 글쎄 부 회장님 이름을 이용해 잘난 척하길래 차마 두고 볼 수가 없어...”조효임은 심장이 두근두근 무서워지기 시작했다.만약 우충식이 걸어들어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그야말로 창피한 일이었다.이때 조효임은 대한민국에서 격투기 실력이 탑급 레벨인 변우진한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그녀의 눈빛을 읽은 변우진은 하은혜에게 잘 보이려고 직접 나서기로 했다.“효임 씨, 당황하지 마세요! 저분이랑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분이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행동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제가 오늘 도와드릴게요! 일단 뒤에서 차나 마시고 있어요. 이런 일은 제가 해결해 드릴 테니까.”병풍을 양옆으로 쫙 펼치자, 상대방이 시야에 확 들어왔다.김예훈도 용준하와 멀지 않은 곳에 우충식과 청현 도장이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이 밖에도 우충식의 열혈 충신들도 서 있었다.이들은 그저 어제의 일에 대해 상의하려고 밥 먹는 곳을 찾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것이다.변우진은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먼저 뒷짐을 쥐더니 냉랭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 저 변우진은 대한민
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기꺼이 부탁하니 안 들어주면 예의가 아니겠지?”말을 마친 후 그는 휴대폰에서 몇 년 동안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세 번 울린 후 상대방이 재빨리 전화를 받았고 충격과 의아함이 가득 찬 듣기 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랑하는 예훈 씨, 드디어 나한테 전화했네요!”“제 프러포즈를 받아주시려는 건가요? ”“빅토리카.”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오늘 전화한 건 당신이 처리해 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예요.”“당신네 영국 제국 황실에 마리아라고, 무슨 49번째 황위 계승자라고 하는데 사람이 너무 별로네요.”“이 사람의 존재가 당신과 나의 우정 그리고 한국과 영국 제국의 외교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처리 좀 부탁할게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상대방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깔끔하게 전화를 끊고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마리아, 당신은 이제 영국 제국 황실에서 제명되었어.”“빅토리카? 영국 제국 장공주?”마리아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영국 제국의 장공주 빅토리카는 서양 최고의 미녀일 뿐만 아니라 문학과 무술도 뛰어난 분이란 걸 전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야!”“그분 이름을 언급한다고 해서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분이 맨날 티비에 나와서 심지어 흑아프리카에서도 그분의 명성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역시 너 같은 관종은 주목을 끌려고 진짜 별짓 다 하네. 네가 무슨 세계 연방의 사무총장이라도 되는 줄 알아?”장무준도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김예훈, 수작 그만 부려.”“황실에서 제명됐다고? 진짜 너같이 상류층의 규칙을 하나도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소리다.”“티비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진짜 전화 한 통으로 황실 제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거야?”“잘 들어. 황실 제명은 상원의 승인뿐만 아니라 교황의 승인도 필요해!”“모든 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장씨 가문?”“한국의 장씨 가문? 아니면 영국 제국의 장씨 가문?”김예훈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장무준, 상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됐고 한국 사람들은 진작에 일어섰어. 너같이 은혜를 모르고 조상을 잊은 것들이 아직도 서양 놈을 조상으로 삼고 떠받들어 모시는 거야.”“날 가만두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디 한번 해봐!”“안타깝지만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넌 나한테 안돼.”“너같이 외국의 것만 맹목적으로 숭상하고 외국인들한테 아첨하는 사람은 평생 날 못 이겨.”말을 마친 김예훈은 동하임의 팔을 잡고 돌아서 떠날 준비를 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감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역시 이 남자는 달랐다.외국의 것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아첨하는 뻔뻔스러운 장무준과 비하면 김예훈이야말로 진정한 남자였다.“이봐, 무슨 말을 그렇게 해?”“네가 뭔데 내 남친한테 그런 말을 해?”“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서구 문명을 비꼬는 거야?”이때 줄곧 경멸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던 마리아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분노한 장무준의 팔을 잡고 김예훈을 가리키며 말했다.“거기 한국 사람, 좋은 말 할 때 무릎 꿇고 당장 사과해!”“여기에 3일 동안 무릎 꿇고 있어!”“아니면 영국 제국 황실을 통해 즉시 진주를 제재하는 성명을 발표할 거야!”“내 말 한마디면 네가 한 짓 때문에 진주의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또한 내 말 한마디면 진주 기관에서 너한테 중벌을 내릴 거야!”“영국 제국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 나 마리아의 능력도 의심하지 말고!”“난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내뱉은 맡은 무조건 실천해!”마리아는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 옆에 서 있던 영국 제국의 남녀들도 모두 비웃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들이 보기에 김예훈은 멍청한 한국 사람으로 보였고 마리아를 건드린 게 주제넘은 행동으로 보였다.이 한국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영국 제국 황실과 비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