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환은 비웃듯이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이 싸움을 좀 잘하는 게 뭐가 어때서. 어쨌든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오산그룹 안에서 김예훈을 해치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우지환이 봤을 때 전국영은 부산 용문당을 이용해 김예훈을 처리하려다가 실패한 것 같았다.우씨 가문에서 하루 종일 꿇은 후 우지환을 알 수 있었다.손에 쥔 힘과 돈으로 사람을 내리누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방법이라고.예쁜 여직원들은 계약서를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을 막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재밌다는 듯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 두 고객은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우지환도 그들의 사인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김예훈이 3일 안에 두 사람의 사인을 받아오길 바라다니. 그냥 김예훈더러 꺼지라고 하는 것과 같았다.조효임이 얘기했다.“우지환 씨, 김예훈은 신입사원입니다. 아직 업무에 서투르니 기회를 줘서...”우지환이 김예훈을 보면서 비웃듯이 얘기했다.“효임 씨, 김예훈을 얕보지 말아요. 전 김예훈 씨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출근을 하러 온 거지 싸우러 온 게 아니잖아요. 출근하는 사람으로서 태도를 보여줘야죠. 땅 판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일할 것 아니면 그만 돌아가라고 해주세요.”조효임은 순간 할 말을 일었다. 우지환의 말을 들은 그녀는 어떻게 김예훈을 도와야 할지 몰랐다.부모님이 김예훈 때문에 자꾸만 싸워서 김예훈을 오산그룹에 데리고 온 것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조효임도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래서 조효임은 다른 말을 더하지 않고 의미심장하게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은 씩 웃더니 자료를 들고 몇 번 보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 내가 이 두 사람의 사인을 받아내면 정직원으로 받아준다는 거죠?”“맞습니다. 3일 안에 성공하면 정직원으로 만들어 드리죠. 그리고 계약서 금액의 20%를 김예훈 씨의 성과급여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사인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그대로 꺼지세요. 알겠습니까?”우지환이 앞으로 나서서 김
우지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는 우충식의 먼 친척으로 키도 크고 잘생긴 데다가 사업도 성공한 편이었다.하지만 그런 우지환도 심아현과 장은비의 계약을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김예훈은 출근한 지 10분도 되지 않아 회사에서 파는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일을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농담인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직원이 비웃으며 얘기했다.“우지환 도련님, 이 낙하산은 우리 회사의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큰소리만 떵떵 치는 거예요. 정말 뻔뻔하기 짝이 없네요.”다른 여직원도 입을 열었다.“전화 한 통으로 심아현과 장은비를 불러올 수 있다니. 자기가 무슨 10대 명문가의 세자라도 되는 줄 아나 보네요.”다른 여자 직원이 말을 보탰다.“허세를 부려도 정도껏 해야지. 이따가 얼마나 창피해질지...”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커피를 타고 몇 모금 마시더니 얘기했다.“30분만 기다려보면 알 수 있죠.”“김예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허세를 부려? 이러는 게 재밌어?”원래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던 조효임은 참지 못하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됐어, 돈도 없는 놈이. 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저 경비원이나 하고 배달일이나 했을 거잖아. 네가 무슨 능력으로 그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와? 사람들 말이 다 맞아. 너는 회사의 제품이 뭔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나대? 적어도 자료를 잘 읽어보던가. 네 말을 누가 믿어줄 것 같아?!”조효임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30분이 아니라 3일을 줘도, 30일이 지나도, 반년이 지나도, 한평생이 지나도 너는 이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올 수 없어. 그러니까 얼른 우지환 씨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오늘 입사하자마자 바로 자를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내 얼굴에 먹칠하는 거야!”지금의 조효임은 김예훈에게 남아있던 조금의 호감마저 다 사라진 상태였다.가난하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체면을 위해서 계속 거짓말만 늘어놓는 사람이니
김예훈은 담담하게 우지환을 보면서 대답했다.“좋습니다, 그렇게 하죠.”“김예훈,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조효임은 실망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너 같은 걸 회사에 들이는 게 아니었어. 미치도록 후회되네. 넌 내 체면을 깎기 위해 들어온 거야?! 네가 날 좋아해서 어떻게든 내 앞에서 잘 보이려고 한다는 걸 알아! 네 능력을 뽐내고 싶었겠지. 네 주제도 모르고 말이야! 제발 이젠 그만해! 내가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네가 이럴수록 난 네가 더욱 싫어져. 게다가 어제 얘기했잖아. 어릴 때 결혼하겠다고 한 얘기는 그저 장난일 뿐이라고! 우리는 전혀 다른 급의 사람이라고! 우리 집에 빌붙으려는 그 꿈, 인제 그만해. 불가능하니까.”조효임은 김예훈을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쓰레기로 보고 있었다.데릴사위를 하다가 쫓겨난 후 또 조효임에게 와서 빌붙으려는 그런 쓰레기.자기한테 그런 자격이 없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조효임 같은 사람이 어찌 김예훈 같은 쓰레기와 함께할 수 있겠는가.“효임 씨, 화낼 필요 없습니다. 30분만 기다려보죠. 30분이 지나면 바로 김예훈 씨를 내쫓으면 됩니다. 효임 씨는 이미 할 만큼 했어요. 부모님도 이해하실 겁니다.”우지환은 조효임을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조효임을 위로했다.옆의 여직원들도 동정하듯 조효임을 바라보았다.어디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조효임이 김예훈한테 잘못 걸리다니.게다가 김예훈이라는 사람은 자기 분수도 모르고 막 나대서 조효임의 체면을 깎고 있었다.“저를 쫓아낼 수 없을 텐데요.”김예훈은 또 커피를 타서 마시며 얘기했다. 오산그룹의 커피는 꽤 맛있었다.“김예훈, 이제 허세 좀 그만 부려!”조효임은 실망한 표정으로 무기력하게 외쳤다.“꺼져. 우지환 씨가 널 쫓아버리기 전에 알아서 꺼지라고! 제발 나를 봐서라도 꺼져. 그리고 다시는 출근하지 마.”조효임은 김예훈에게 철저히 실망했다. 옆의 여직원들도 짜증스레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따로 없다! 낙하산으로 들
두 여자의 말을 들은 직원들은 모두 놀라서 굳어버렸다.조효임이 굳어버렸다.우지환도 굳어버렸다.이게 진짜인가? 그들은 김예훈이 전화 한 통으로 두 여자를 불러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게다가 30분 안에 오라고 했더니 정말 시간을 맞춰서... 빨리 도착하다니...이게...이게 어찌 가능한 일인가! 조효임이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장은비와 심아현이 김예훈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다는 것이었다.마치 김예훈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우지환은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이게... 이게 무슨 일이야?!”예쁘게 차려입은 여직원들도 표정이 굳었다.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침묵으로 그녀들의 뺨을 내친 것만 같았다.“왔어요?”김예훈은 담담하게 일어서더니 계약서를 던지며 얘기했다.“내가 입사하기 위해서 두 계약을 따내야 하는데, 사인해요.”이런 태도로 고객을 대하다니. 공손하게 고객과 얘기해야 하는데, 김예훈은 거의 명령조로 얘기하고 있었다.조효임과 우지환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원래대로라면 눈앞의 이 장면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못할 일이다.하지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더욱 놀라운 것은 심아현과 장은비가 계약서의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사인을 했다는 것이다.두 사람도 김예훈이 무슨 출신이고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하지만 임시아가 김예훈을 공손하게 모시는 것만 봐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그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하은혜가 그의 비서였으니. 그렇게 생각해 보면 김예훈의 권력도 장난이 아니라는 뜻이다.그래서 두 사람은 고작 몇억짜리의 화장품 계약에 쉽게 사인해 주었다.몇억으로 김예훈과의 우정을 잘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전에 있었던 일을 사과받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밑지는 일이 아니었다.김예훈은 웃더니 자기 사인을 하고 얘기했다.“감사합니다. 제가 꼭 기억하도록 하죠.”“에이, 저희야말로 영광이죠.”심아현과 장은비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은 조효
오후 세 시. 부산타워에서 3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한강대로. 붉은색 포르쉐가 길 위를 달리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은 건 한복을 입은 여자였다.그녀는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그 덕분에 얼굴 분위기가 더욱 세련되어 보였다.조수석에는 조금 평범하게 생긴 여자가 있었다.그 여자의 손에는 총이 있었는데 계속 뒤쪽을 주시하며 누군가 따라올까 봐 겁이 난 사람 같아 보였다.얼마 지나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조수석의 여자가 운전 중인 하은혜를 보고 얘기했다.“은혜 아가씨, 이렇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올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갇혀있었잖아요! 물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마당에서 활동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온 걸 들키면 끝장이에요! 게다가 가문에서 사모님을 의심하고 조사하고 있는데 아가씨도 같은 용의자라고요. 이렇게 도망치는 건 더욱 의심을 사는 거예요! 은혜 아가씨, 제 말 좀 들어봐요! 장 집사님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이만 돌아가요! 그렇지 않으면, 장 집사님이 우리가 도망친 걸 알면 눈을 뒤집고 우리를 찾아 나설 거예요! 누구도 그 사람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요!”조수석에 앉은 여자의 이름은 하소명이었는데 심정효가 하은혜에게 붙인 보디가드였다.하지만 지금 태도를 보면 하소명은 하은혜를 전혀 공경하고 있지 않았다.부하가 주인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뒷좌석에 앉은 또 다른 보디가드, 한석범이 입을 열었다. “하소명, 너 그게 무슨 태도야. 사모님의 분부를 잊은 거야? 우리의 임무는 아가씨를 지키는 거야. 아가씨가 무슨 생각이든지, 무슨 계획이든지,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면 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아직도 네 위치를 모르겠어? 사모님이 그동안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너를 키우려고 큰돈을 들여서 리카 제국의 사관학교까지 보냈어. 그런데 너는 돌아와서 무슨 도움이라도 된 적 있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감히 아가씨를 의심해? 죽고 싶어?!”한석범은 전에 김예훈에게 패배한 후 몸을 완전히 회복하지는
한석범은 차가운 표정을 하더니 보잘것없다는 말투로 말했다.“하소명,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다른 마음을 품고 다른 주인을 모시고 싶어 하는 거 모를 줄 알았어? 너도 나처럼 심씨 가문에서 오래 일하면서 심씨 가문 사람들의 천성을 잘 알고 있겠지. 우리가 떠나든 안 떠나든 심씨 가문이 덮어씌우려는 죄명은 결국 사모님과 아가씨한테 갈 거라고! 사모님도 능력이 있으시고, 아가씨도 훌륭하셔서 심 세자님 같은 분들이 엄청나게 견제하고 있다고! 심 회장님께서 곧 돌아가시려고 하니까 심 세자님 같은 분들이 진상을 파헤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재산을 물려받을까 궁리 중이겠지. 다른 거 생각할 겨를이 있겠어? 오늘 아가씨가 떠난 거 옳은 선택이야. 만약 안 떠났으면 심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 상품처럼 거래되었겠지! 그러니까 나는 아가씨를 응원해!”비록 한석범은 하은혜가 왜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 심씨 가문을 떠났는지 몰랐지만 지금 심씨 가문 상황이 이러니 안 가면 정말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심정효가 성남시에서 돌아와 적극적으로 심씨 가문의 권력을 장악하겠다고 선포한 그날부터 3일도 안 되어 심씨 가문의 직계가족들이 죽어 나갔다.심씨 가문 내부에서는 각종 소문이 돌고 있었다. 심정효가 적과 내통한 배신자라고. 그리고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라는 소문까지 돌았다.심정효가 무너지면서 하은혜는 그저 상품이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럴 바에 도망가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하소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어차피 판을 뒤집지 못하는 상황에 굳이 이럴 필요 있을까요? 운명에 순응하고 세자님의 뜻대로 하면 안 돼요? 이대로 나갔다간 자신한테도,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도 피해줄 거잖아요.”한석범은 그녀를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하소명, 네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뺨을 때렸어!”“뭐라고요? 뺨을 때려요?”하소명은 바로 몸에 지니고 있던 총기를 한석범에게 겨누더니 차갑게 말했다.“늙은이 같으니라고. 어디 한번 해보시든가. 손이 빠른지 아니
“심씨 가문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요?”하소명은 피식 웃더니 보잘것없다는 표정을 했다.“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가를 치르게 할 거란 말이에요? 아가씨, 언제부터 헛된 망상을 하기 시작하셨어요?”하소명은 하은혜가 판을 뒤집고 심정효가 다시 권력을 되찾게 되면 계속 그들이 편에 서겠다고 다짐했지만 심씨 가문의 미래가 훤히 보이는 듯했다.사실 외부적으로는 킬러가 수시로 나타나서 심씨 가문 직계가족을 죽일 수도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심현섭이 앓아누웠고, 심정효가 갇히고, 심옥연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은혜 아가씨에게 무슨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단 말인가? 도망치는 수밖에?’이 순간 하소명은 어떻게 하면 심옥연에게 잘 보일 수 있을까 궁리 중이었다.그렇게 해야만 남은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어떻게 하면 하은혜의 일이 자신한테까지 피해 주지 않을까도 고민하고 있었다.지금 도망치고 있는 것은...하소명은 번득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조용히 누군가에서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백미러로 그런 그녀를 본 하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빵빵!이때 뒤에서 나는 자동차 경적소리에 뒤돌아보니 토요타 10대가 뒤를 쫓고 있었다.차량마다 최소 5인이 타고 있는 것 같았고 10대면 최소 50인이었다.문자를 보내던 하소명은 이 장면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바뀌었다.“끝났어! 장 집사님한테 잡히면 모두 다 끝났어!”이 말을 들은 한석범 역시 표정이 바뀌었다.장문빈은 심씨 가문의 집사로서 심옥연의 오른팔이기도 했다. 현재 심씨 가문에서 권력이 꽤 큰 인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그동안은 바로 그가 하은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면서 그녀를 제거하려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지금 생각해 보면 쉽게 심씨 가문을 벗어나게 된 것도 장문빈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했다.하은혜는 백미러로 뒤를 힐끔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액셀을 밟았다.부산 타워에만 도착하면 희망이 있었다.이때
한석범은 차디찬 눈빛으로 하소명을 쳐다보았지만 하소명은 피식 웃더니 총기를 바닥에 버리고 두 손을 들면서 상대방에게 아무런 악의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이때 제일 뒤에 있던 한대의 토요타 프라도에서 얼굴에 수염이 가득한 한 남자가 옆에 아름다운 여성 몇몇을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가죽옷을 입고 있는 그는 껄렁껄렁하고도 흉악한 모습이었다.그 사람은 바로 심씨 가문의 집사 장문빈이었다.“장 집사님!”하소명은 장문빈을 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가더니 굽신거렸다.“하은혜 저년이 도망치려는 걸 제가 막았어요! 저는 집사님의 사람으로서 어떻게 저년을 도망치게 할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방금 문자를 보내드렸던 거에요. 이제부터 말 잘 들을게요. 장 집사님, 제가 도와드린 거 꼭 기억해 주셔야 해요!”하소명은 말하면서도 장문빈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왼손을 잡더니 아예 몸을 기댔다.한석범은 화가 나 이를 꽉 깨물었지만, 하은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한 사람의 본모습을 알게 된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장문빈은 흥미를 느끼면서 하소명의 몸을 만지더니 웃으면서 말했다.“하 팀장, 이제 주인을 배신하는 거야?”하소명이 애교를 부리면서 말했다.“장 집사님, 영리한 새는 나무를 가려 둥지를 튼다 (https://blog.naver.com/orangutan72/222189203773" \t "https://search.naver.com/_blank)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바보도 아니고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당연히 알고 있죠! 그리고 제 마음속에는 심씨 가문밖에 없습니다! 하은혜 저년은 이제 갈 곳도 없어요. 제가 돌았다고 같이 죽으러 갔겠어요? 제가 라인을 타도 장 집사님 라인을 타야죠!”이때 가슴에 있던 단추 두 개가 풀어졌지만 하소명은 전혀 발견하지도 못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가지 못하게 길을 막은 건 장 집사님에게 드리는 선물이니 받아주시기 바랍니다!”“재밌군...”장문빈은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