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전국영은 정민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 있었다.정민은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현아 아가씨는 견 세자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야. 그러니 우린 아가씨 곁에 있는 사람을 상대할 때 머리를 굴려야 해.”“그 새끼는 꺼리낌 없이 너희들을 괴롭혔어. 너희들은 그 새끼를 그저 물고기 먹이로나 만들려 하고, 너무 현재만 보는 건 아니냐?”“만약 현아 아가씨가 알게 된다면 견 세자에 대한 불만만 더 커질 뿐이야.”“현아 아가씨가 견 세자를 받아주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견 세자가 일 처리를 너무 악독하게 해서야, 비겁한 일 처리 방식이지.”“그러니 그 새끼를 처리하려면 완벽하게 해야 해. 그러나 비겁한 수단은 금물이야. 다만 그 자리에서 완전히 병신으로 만들어야 해...” 정민은 잠깐 고민하는 듯 싶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 새끼가 그렇게도 싸움을 잘한다고?”“요즘 최산하랑 진윤하 둘이 연맹을 맺어서는 우 부회장님께 도전장을 내밀지 않았나?”“너희 기회를 봐서 김예훈더러 우 부회장님의 싸움꾼을 하라고 꼬드겨봐.”“좋기는 그들이 맞서는 링 위에서 김예훈이 진윤하를 때려죽인다면 일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맞아요, 맞아요, 알겠습니다!”전국영과 박미아는 서로 마주 보며 끊임없이 고개만 끄덕여 동감을 표했다.역시 정민은 정민이다. 직접 자기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이 말 한마디로 김예훈을 죽일 수 있다니.하지만 전국영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듯 입을 열었다.“형님, 비록 아이디어는 좋지만, 만약 그놈이 실력이 좋아 진윤하마저 넘어뜨리면 어떡하죠?”정민은 덤덤히 말했다.“진윤하는 부산 용문당의 탑급으로서 나도 감히 그녀를 쉽게 건드리지 못해. 그런데 경호원 따위가 이길 수 있겠냐?”“한 발짝 물러선다고 쳐. 만일 그가 정말 진윤하를 이긴다고 해도 외부인 따위가 부산 용문당의 내부 투쟁에 경솔하게 개입한 것만으로도 용문당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 그렇네요. 현명합니다. 형님!”전국영은 그제야 정민의
포레스트 1호 별장정소현은 핫팬츠를 입고 거실 바에 앉아있었다.그녀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아침부터 김예훈한테 따지기 시작했다.김예훈은 그녀의 말에 전혀 신경도 쓰지 않으며 한편으로 가스 불을 붙이더니 국수를 삶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무심하게 말을 이어갔다.“소현아, 국수 끓여줄까?”“먹고 싶지 않아요!”정소현은 흥 하고 뾰로통해서 입을 열었다.“아직 나한테 제대로 설명도 안 했잖아요. 현아 씨와 형부는 도대체 무슨 사이예요? 그날 현아 씨를 여자 친구로 삼다니? 우리 언니가 알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고개를 들더니 조용한 표정으로 말했다.“어른들 일에 끼는 거 아니야, 꼬맹아.”“너 계속 바에 앉아있으면 확 들어서 엉덩이 때릴 거야.”“아직 해명도 제대로 안 했잖아요.”“형부, 현아 씨랑 별일 없는 거 맞죠?”김예훈은 잠깐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내가 아니라면 믿어줄 거야?”“네! 믿을 거예요!”정소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저한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세요. 아니면 너무 불안하잖아요.”“형부가 안 알려주면 엄마아빠한테 이를 거예요. 언니한테도 이를 거고!”“곧 부산에 온다고 했어요. 부산이 뭐 얼마나 멀다고, 형부를 관계 못 할 줄 알았어요?”정소현의 말을 듣자 김예훈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그래, 대충 말해줄게. 하지만 절대 퍼뜨려서는 안 된다고 맹세해.”“맹세할게요!”정소현은 흥분한 나머지 하마터면 자신의 혀까지 깨물뻔했다.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번에 내가 부산에 온 목적 중 하나가 바로 부산 용문당을 정리하는 거야.”“부산 용문당? 바로 현아 씨 가문? 용문당 말하는거죠? 현아 씨 아빠가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그래, 바로 그거야.”김예훈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이미 일은 어느 정도 해결했어. 하지만 우현아의 아버지가 꼰대인지라 말을 안 들어서 문제야. 그래서 우현아에게 접근해서 부산 용문당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
”견천룡!”정소현은 말했다.“부산 6대 세자 견천룡?”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에요. 현아 씨를 엄청나게 따라다닌다고 들었어요. 현아 씨한테 접근하는 그 어떤 남자든 견천룡한테 여지없이 깨졌다고 해요.”“현아 씨가 지금까지 싱글이었던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형부가 만약 현아 씨를 건드린다면 아마 견 세자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엷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가만히 안 두면 더 좋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밟아버려야 네 언니가 부산에서 더는 걸리는 게 없을 거야.”“아니라면 견씨 가문이 계속 위에서 누르고, 밟고 하면 재미없거든.”“네 언니가 부산에서 더 크게 펼치길 바랄 뿐이야. 누구한테 밟히길 바라지 않아.”정소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가 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저 교묘히 짠 판인지 알 수가 없었다.마침 정소현의 핸드폰이 올렸다.그녀는 전화를 받더니 놀라운 표정으로 대답했다.“한번 말해볼게요.”정소현은 전화를 끊고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형부, 곧 일이 닥치겠네요.”“음?”김에훈은 미간을 찌푸렸다.“금방 미아 씨가 전화 왔어요. 어젯밤 일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쳤다고.”“만나서 직접 형부한테 사과하고 싶대요.”“하지만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여요. 진짜 사과하고 싶을 리가 없을 거잖아요.”“형부, 갈래요? 말래요?”정소현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재밌다는 듯이 말했다.김예훈은 되물었다.“내가 안 간다면 너 동의할 거야?”“당연히 동의 안 하죠.”정소현은 제자리서 풀쩍 뛰면서 말했다.“형부, 아까 금방 현아 씨에게 접근해서 부산 용문당을 처리한다고 했잖아요?”“마침 용문당의 무도관에서 만나재요.”“형부, 기회가 저절로 찾아왔잖아요. 어서 해결하시죠.”“형부랑 현아 씨가 계속 엮이는 것도 싫어요.”분명히 정소현은 김예훈의 감정에 신심이 가득했지만 오래 우현아랑 엮이다 보면 혹시라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싹틀까 봐 은근히 걱정되었다.곁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야마자키파 검도관을 한 바퀴 쭉 둘러보았다.언젠가 이 도장을 짓 밝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정소현 따라 용문당 검도관에 들어서자 내부는 옛 모습 그대로 우아하기 그지없었다.부산 용문당은 모든 용문당 중에서 실력이 제일 막강한 곳이었고 돈을 쓸어 담는 오산그룹 외에 부산에 근 100개의 검도관을 차렸다.지금 있는 이곳이 바로 제1관이었다.그 검도관들은 평일에 부산 용문당 자제들이 검도 기술을 연마하는 것에 쓰이는 것 외에 대외적으로도 오픈되어 있어 각 부잣집 도련님들과 부잣집 아가씨들이 한 달에 회비를 몇백만 원이나 들이면서 다니고 있었다.근처에 있는 일본 검도관이며 인도 태권도장들 역시 이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부산 용문당에는 비록 십만 명의 제자가 있다지만 그중 7만 명 정도는 그저 심심풀이로 다니는 사람들이었고 3만 명 정도만이 핵심적인 제자로서 용문당의 각종 사무에 참여하고 있었다.정소현이 김예훈을 데리고 검도관에 들어섰을 때 안에서는 도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실력을 겨루고 있었다.이때 전국영과 박미아 일행이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안녕하세요! 어제 일은 저희의 잘못입니다. 저희가 사과드리죠. 사과의 뜻으로 점심 식사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부디 사양하지 말아 주세요. 아, 저희 다이아 반지 찾았어요. 차에 놓고 내렸더라고요. 정말 죄송합니다. 김 도련님, 넓은 마음으로 저희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시죠. 이제부터 저희는 동고동락하는 친구처럼 지내시는 거 어떤가요?”전국영 등은 김예훈을 한없이 열정적으로 대했으며 심지어 굽석거리기까지 했다.이 모습을 본 정소현은 입이 떡 벌어졌다. 이 사람들이 좋은 마음으로 이러고 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근데, 또 무슨 수작 부리려고 이러는 거지?’하지만 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래요, 잘못을 제때 뉘우치기만 한다면 친구 사이로 남을 수도 있죠.”“하하하, 잘됐네요. 그러면 정
그 청년을 보았을 때 정소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는 바로 제1 장군 우충식의 부하 송성훈이었다!송성훈은 용문당의 한 원로에게서 기술을 전수받아 실력이 뛰어났고 그 실력이 젊은 일대 중 진윤하 다음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배경으로 보든, 실력으로 보든 부산 상류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검도관에서 사람들과 실력을 겨루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전국영 이들은 송성훈파와 계속 마찰이 있어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다.“송성훈, 네가 뭔데 우리를 건드려?”전국영은 한껏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뭐? 나를 도발해?”이제껏 정민의 힘을 빌려서야 겨우 자신을 마주하던 전국영이 오늘따라 거들먹거리자 송성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을 했다.전국영 등 자들을 아래위로 훑더니 결국 시선이 정소현에게 꽂히면서 눈이 밝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재밌군. 오늘은 여자를 선물하러 왔나 보네! 이 여자를 내가 가지고 놀 수 있게 남겨둔다면 오늘 때리지 않기로 약속하지!”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정소현을 가리켰다.정소현의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지고, 전국영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말했다.“송성훈, 네가 뭔데? 오늘은 우리 형님이 계시거든? 우리 형님은...”전국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김예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쏜살같이 무리 속으로 달려가더니 손으로 힘껏 송성훈의 뺨을 후려쳤다.짝!송성훈은 피할 틈도 없이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난 채로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푸!”그는 결국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전 도련님, 걱정 마세요. 오늘은 제가 이겨드리죠!”전국영 등은 그대로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의 속도가 하도 빨라 반응할 틈도 없었기 때문이다.바로 이때, 송성훈은 얼굴을 부여잡은 채 분노한 말투로 외쳤다.“가서 죽여버려!”순식간에 기술을 연마하던 몇십 명의 제자들이 동작을 멈추고
“전 도련님, 뒤 조심하세요! 누군가 습격하려고 해요!”“우 도련님, 몸을 숙이세요!”“미아 씨, 뛰어서 왼쪽으로 뺨 하나, 그리고 머리로 박아보세요! 아주 완벽해요!”쌍방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김예훈은 손쉽게 몇몇 사람을 걷어차 내고 정소현을 입구로 끌고 가 구경하기 시작했다.전국영 등은 부잣집 도련님이긴 해도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 너무 비참하게 맞아대진 않고 있었다.더욱이 김예훈의 코치로 전국영 등은 송성훈과 맞붙을 수 있을 정도였다.전국영 등은 속으로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그의 코치로 우세에 처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김예훈을 의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형부, 보고만 있는 거 괜찮을까요? 가서 도와줄까요?”정소현이 무의식 결에 입을 열었다.“너 바보야?”김예훈이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저 사람들이 죽는다고 해도 우리랑 무슨 상관있어? 설마 나를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우리를 정말 자기 사람으로 인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정민아는 잠깐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혀를 날름거렸다.‘전국영 이 자들이 오늘 좋은 마음을 품지도 않았는데 형부가 가서 도와줄 게 뭐 있어?’그렇게 두 사람은 입구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기 시작했고 무슨 변고라도 발생하면 바로 도망갈 수도 있었다.“이런!”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김예훈과 정소현의 모습을 본 전국영은 싸움 중에 기가 찼다.‘이 정도로 파렴치할 줄 몰랐네!’김예훈은 전국영의 표정을 못 본 척하더니 다시 코치하기 시작했다. 전국영 등은 그의 코치로 점점 힘을 얻기 시작하더니 송성훈 파한테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원래대로라면 3~5분 만에 전국영 등의 참패로 끝날 싸움이 김예훈의 코치 아래 10분 가까이 이어졌고 아직까지도 승부가 나지 않았다.평소 같았으면 개 코피 터졌을 테지만 오늘은 상대방이 만만하게 느껴지는지 전국영 등은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개새끼가!”그제야 정신 차린 송성훈은 얼굴에 살기가 가득했고 김예훈이 먹인 한방으로 제 실력의 30
“죽어!”종래로 진 적이 없는 송성훈은 이미 눈이 돌아간 채 전국영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곧게 날렸다.살기를 느낀 전국은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이때 김예훈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왼쪽으로 반보, 오른손 주먹을 곧게 펴보세요!”짧고 간단한 한마디가 두려움에 떨고 있던 전국영의 귀에 꽂히자 마치 생명줄을 잡은 듯 본능적으로 그의 코치대로 반응했다.퍽!왼쪽으로 반보 움직이자 마침 송성훈의 필살 일격을 피하게 되었고 또 주먹을 날리자 마침 그의 가슴 중심자리를 타격하게 되었다.푸!송성훈은 피를 뿜어내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뒤로 휘청휘청 물러났다.전국영이 한방으로 송성훈과 같은 무술 고수를 피를 토해내게 한 장면을 본 우지환 등은 그만 놀라고 말았다.다른 사람들도 이 광경에 그만 동작을 멈추고 눈이 휘둥그레 쳐다보았다.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의 장면이었다.하지만 우지환 등은 조금은 어이없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김예훈과 송성훈이 결사적으로 싸우는 것이었지만 갑자기 전국영과 송성훈이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이게 아닌데?’하지만 이미 팽팽하게 당겨진 활을 이대로 놓을 수가 없었다.사람을 바꿔치기하고 싶어도 김예훈이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미 눈이 뒤집힌 송성훈이 절대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전국영! 죽고 싶어?”피를 뿜어낸 송성훈의 표정은 흉악할 따름이었다.전국영과 몇십 번 대결하면서 손쉽게 그를 비참하게 무너뜨렸지만, 오늘은 피까지 뿜어내자 눈이 돌아갔던 것이다.이때 송성훈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총알처럼 앞으로 튕겨 나갔다.박미아는 걱정된 표정으로 소리쳤다.“전 도련님, 조심하세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세 발자국, 오른발로 힘껏 발차기!”물러날 곳이 없는 전국영은 그의 코치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퍽!두 사람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고, 위기일발의 순간 전국영은 송성훈의 일격을 피한 동시에 발로 그의 허리를 걷어찼다.“아악!”송성훈은 갑자기 바닥에 쓰러진 채 고통에 몸무림 치더니 한참
송성훈은 그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전국영과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한테 한 번이고 두 번이고 계속 맞아댈 정도로 체면이 구겨지고 말았다.그는 부산 용문당에서 진윤하 다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고, 그 사부님은 권위가 부산 용문당 회장을 넘어선 원로회 원로였다.오늘 이깟 부잣집 도련님한테 패배하는 것은 벽에 머리 박아 죽는 것보다도 못했다.‘절대 그럴 수 없어!’“제기랄! 죽어!”바로 이 순간, 송성훈은 장식용으로 진열되어 있던 일본 검을 꺼내더니 전국영을 향해 겨누면서 달아갔다.자신감 폭발상태인 전국영은 송성훈의 실력이 예전만은 못하다는 생각에 이제 더이상 김예훈의 코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몸을 피해 송성훈 앞으로 다가가더니 한 손으로 검을 단방에 빼앗아 힘껏 휘둘렀다.“푸!”전국영은 검이 반짝거림과 동시에 송성훈의 목을 베고 말았다.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송성훈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아악!”박미아는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고 김예훈은 이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하게 정소현의 눈을 가렸다.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기고만장하던 전국영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지더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한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망했어!’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것을 저지른 사람은 김예훈이어야 했지만 사실은...전국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정소현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짝!“미친 거 아니야!?”짝!“말로만 듣던 바보 아니야!?”짝!“송성훈이 누군지 몰라?”짝!“송성훈이 우충식 밑에 있는 제1 장군인 건 몰라도 그 사부님이 용문당 원로회 원로란 말이야! 공개적인 살인으로 부산 경찰서에서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백낙당 지하 3층, 늘 온화하고 부드럽던 정민은 전국영의 뺨을 수십 번 때렸다.자기 말로는 우아한 사람이라 기품이 떨어질까 봐 이런 악독한 모습은 사양한다고 했지만 전국영이 어리석게도 부산 용문당 검도관에서 살인을 저지를 줄 몰랐던 것이다.이 일을 아무리 수습해보려고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