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훈은 그렇게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전국영과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한테 한 번이고 두 번이고 계속 맞아댈 정도로 체면이 구겨지고 말았다.그는 부산 용문당에서 진윤하 다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고, 그 사부님은 권위가 부산 용문당 회장을 넘어선 원로회 원로였다.오늘 이깟 부잣집 도련님한테 패배하는 것은 벽에 머리 박아 죽는 것보다도 못했다.‘절대 그럴 수 없어!’“제기랄! 죽어!”바로 이 순간, 송성훈은 장식용으로 진열되어 있던 일본 검을 꺼내더니 전국영을 향해 겨누면서 달아갔다.자신감 폭발상태인 전국영은 송성훈의 실력이 예전만은 못하다는 생각에 이제 더이상 김예훈의 코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몸을 피해 송성훈 앞으로 다가가더니 한 손으로 검을 단방에 빼앗아 힘껏 휘둘렀다.“푸!”전국영은 검이 반짝거림과 동시에 송성훈의 목을 베고 말았다.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고 송성훈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아악!”박미아는 무의식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고 김예훈은 이 잔인한 장면을 보지 못하게 정소현의 눈을 가렸다.현장은 고요해지고 말았다.기고만장하던 전국영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지더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한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망했어!’계획대로라면 이 모든 것을 저지른 사람은 김예훈이어야 했지만 사실은...전국영이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정소현을 데리고 이곳을 떠났다....짝!“미친 거 아니야!?”짝!“말로만 듣던 바보 아니야!?”짝!“송성훈이 누군지 몰라?”짝!“송성훈이 우충식 밑에 있는 제1 장군인 건 몰라도 그 사부님이 용문당 원로회 원로란 말이야! 공개적인 살인으로 부산 경찰서에서 너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고!”백낙당 지하 3층, 늘 온화하고 부드럽던 정민은 전국영의 뺨을 수십 번 때렸다.자기 말로는 우아한 사람이라 기품이 떨어질까 봐 이런 악독한 모습은 사양한다고 했지만 전국영이 어리석게도 부산 용문당 검도관에서 살인을 저지를 줄 몰랐던 것이다.이 일을 아무리 수습해보려고
“지금 부산 용문당 사람들이 이미 기관에 너를 내놓으라고 항의하고 있어! 용문당 체면과 관련된 일이라 진윤하와 우충식이 이미 손잡기로 했고. 암튼, 내가 너를 내놓지 않으면 백낙당이라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러야 될 거야! 나한테까지 복수할 거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송성훈 같은 놈이랑은 싸워도 되지만 목숨만 건들지 말라고! 사람만 안 죽으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 일단 사람이 죽으면 일이 커지는 거야. 알아? 그리고 이번 일의 중점은 김예훈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 거였잖아. 왜 네가 먼저 나섰어. 너 바보야?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 순간 정민은 전국영을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부산 용문당을 무서워할 사람이 아니었다.우충식이라고 해도, 최종호가 살아있다고 해도 전혀 두렵지가 않은 사람이었지만 용문당 원로회 원로는 가히 무시하지 못할 존재였다.원로마다 실력이 막강하여 견청룡이 나선다고 해도 조심해야 할 따름이었지만, 정민은 견청룡보다 실력이 뛰어나지도 않았다.이 순간 정민도 부담이 큰 모양이었다.김예훈을 몰아세우려던 것이 자신이 화를 입었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심지어 송성훈의 죽음으로 부산 용문당이 빠른 시일 내 상황을 수습하여 새로운 회장을 선정할까 봐 두려웠다.이러면 백낙당도, 견청룡의 이익에도 어긋나는 일이었다.“형님,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에요. 제가 어리석게도 너무 잘난 척했어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송성훈도 죽었겠다,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는 거잖아요.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요!”전국영은 무릎 꿇은 채 계속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형님, 저희 둘 사이의 형제의 정을 봐서라도 마지막으로 도와주세요!”이때 전국영은 정말 울고 싶었다. 검도관을 빨리 벗어났기 다행이지, 아니면 용문당 사람들한테 사지가 찢겼을지도 몰랐다.현재 백낙당 밖에는 적어도 몇백 명의 사람들이 전국영을 금호강에 처넣어 물고기 밥으로 만들겠다고 밖에 나오기만을 호시탐탐 기
정민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지 네가 알려주던가!”전국영이 바닥에 머리를 박더니 말했다.“형님, 제발요. 제발 방법을 생각해 저를 살려주세요. 저희 전씨 가문 모든 재산을 드릴게요.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백억은 될 거에요. 제 목숨만 살려주실 수 있다면 모두 다 드릴게요! 형님, 저희 의형제를 맺었잖아요. 어떻게 제가 죽는걸 두고 볼 수만 있단 말이에요!”박미아도 이때 계속 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녀 또한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분노한 용문당 제자들이 자신을 죽이지 않는다고 해도 죽기보다도 못하게 괴롭히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이때 정민이 담담하게 말했다.“우지환도 같이 간 거로 알고 있는데. 우충식 조카라며? 왜 이럴 때 나서지 않는대?”전국영은 한껏 보잘것없다는 표정을 했다.“평소에 허세 부린 거에요. 사실은 우씨 가문의 먼 친척일 뿐, 지금쯤 우씨 가문 앞에 무릎 꿇고 있을 거예요. 왕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걔한테 어떻게 하진 않겠지만, 우리를 위해 설득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정민을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너의 말대로 네가 원래 송성훈의 상대가 아니었는데 김예훈의 코치로 이기게 되었다고? 송성훈에게 공격을 가하다 결국 그의 코치대로 송성훈을 죽인 거라고?”전국영은 멈칫하더니 갑자기 환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형님, 저는 전혀 살인의 충동이 없었는데 김예훈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이야말로 범인이라고요!”정민이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그 사람이 바로 범인인 거야. 네가 어떤 실력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어? 평소에 송성훈은 한 손으로도 너를 개 패듯 팼잖아. 그러니까 그 사람이 범인 맞아.”박미아 등은 그제야 반응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형님. 저희가 증인이에요. 바로 김예훈이 전 도련님께 최면을 걸었어요! 아니면 전 도련님 실력으로 어떻게 송성훈을 이겼겠어요?”핑계가 아무리 우습다고 해도 이 곤경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정민과 전국영 등이 어떻게 김예훈을 몰아세울까 연구하고 있던 그 시각.포레스트 별장 밖, 기포를 입은 한 여성이 예의 갖춰 집 문을 나서려던 김예훈의 앞을 가로막았다.“김 도련님, 저희 우 회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서른 몇 살 되어 보이는 이 여성은 깔끔한 메이크업에 날씬한 몸매를 하고 있었지만, 어딘가 강단 있어 보였다.“우 회장님께서 어제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 김 도련님께서 시간을 내주셨으면 합니다.”“어제 일이요?”김예훈은 웃었다.“용문당 검도관 일을 말씀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저는 옆에서 내내 보고만 있었지 나서지도 않았는데 저랑은 상관없는 일 같은데요?”그 여성이 담담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무거운 걸음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 회장님의 뜻이라 저와 설명하셔도 의미없습니다.”김예훈은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거절하지 않고 그 여성과 함께 한 토요타 알파드 차량에 올라탔다.정갈한 세단이 쏜살같이 달려 용문당 검도관에 도착하게 되었다.그 여성은 김예훈을 정문으로 안내하지 않고 옆문을 통해 검도관 뒷마당으로 안내했다.뒷마당 건물은 인테리어를 다시 했는지 전통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어우러져 특이한 분위기를 풍겼다.널찍한 사무실에 들어서니 온통 편백나무로 정성스레 만들어진 가구들이 보였다.다른 건 몰라도 이 가구들의 가격은 족히 몇십억은 되어 보였다.사무실 제일 깊숙한 곳, 비범해 보이는 한 노인이 양반다리를 하고 수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도복을 입고 있는 그는 정신이 말짱해 보였고 점잖지만, 포스가 넘쳤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부산 용문당에서 유일하게 생존하고 있는 부회장을 보았다.최종호보다는 겸손해서 매력적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최소한 최종호가 자신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우충식 역시 계속 회장 자리를 물려받고 싶어 최종호가 죽기만을 바랐고 심지어 최종호의 죽음과도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성남시에서 어떤 자가 최종호를 죽였는지 궁금해할 이유
“예훈 씨, 성남시에서 오셨다죠? 사부님은 누구신지요?”우충식은 이상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영춘파인지, 아니면 홍권파인지요?”우충식은 성남시에 내로라하는 고수들은 전부 이 두 가지 파 출신이라고 알고 있었다.“모두 아닙니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독학으로 살인술, 공벌술을 터득했으며 어느 파에도 속해있지 않습니다.”“무파에 독학이라고요?”우충식은 멈칫하더니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독학으로 이 레벨까지 도달하셨다고요? 정말 천재시네요!”“독학으로 습득한 건 맞습니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우충식을 바라보고 있었다.“굳이 사부님을 꼽자면 온라인에서 구매한 비결 책인데 우 부회장님께서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한 세트 선물해드리지요.”“그렇군요...”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은 모습에 우충식은 더는 캐묻지 않았다.“김 도련님 실력도 뛰어나고 기개도 넘치시는 것 같은데. 제 딸과 내기로 건 20억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시는 것을 보니 집안이 아주 대단하신 것 같네요. 혹시 어느 명문대가 자제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 집 어르신과 아는 사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명문대가에서 태어난 건 맞네요.”김예훈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뿔뿔이 흩어지고 사라져 믿을 사람은 저뿐입니다. 기개가 넘친다고 해주신 건 명문대가 자제였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네요. 우 부회장님, 저에 대해 계속 묻는 건 무슨 이유로 그러시는 건가요? 설마 저를 대리사위로 삼고 싶은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날은 현아 씨와 장난이었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우충식은 김예훈의 출신을 알고 난 후 열정이 식어버려 김예훈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졌다.명성 있는 사부도 없이, 든든한 가족 배경도 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실력을 쌓은 김예훈은 우충식이 봤을 때 그저 싸움꾼일 뿐이었다.그의 신분을 파악한 우충식이 손짓하자 갑자기 도복을 입은 한 남자가 커다란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열어!”우충식의 명령으로 박스가 열리자 안에 있던 수표가
우충식은 역시나 이익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아무리 송성훈이 부하 중의 일 원이었다고 해도 그가 죽은 뒤에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복수가 아니라 김예훈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이었다.우충식은 어제 발생한 전체 과정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었다.백낙당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예훈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20억이면 김예훈이 흔쾌히 자신의 부하로 들어올 줄만 알았던 것이다.“돈도 벌고 이름도 날리고. 링 위에서 진윤하를 이겨버리면 부산 용문당과의 우정을 얻게 되는 거죠. 파격적으로 부산 용문당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죠. 그러면 높은 자리와 함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게 되겠죠. 제가 뒤를 봐주고 있으면 부산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다만, 제 말을 들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제 말만 들어야 해요.”우충식의 자신만만한 말을 듣고 있자니 김예훈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결국 웃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이제는 우충식을 진지한 표정으로 아니라 우스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우 부회장님은 아무리 봐도 이 바닥 사람이 아니라 장사꾼 같아 보여요. 계산에 아주 밝으신 분이시네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했다.정갈하게 메이크업한 여성은 김예훈이 우충식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송성훈은 저의 부하 송성민의 동생이에요. 그리고 송성민은 현재 산속에서 수련 중인데 동생이 누구의 손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무조건 복수하려고 할거에요.”우충식은 김예훈의 조롱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자기 할 말만 해댔다.“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저의 말 한마디면 충분해요. 전국영이 송성훈을 죽였다는 것을 직접 본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정민 쪽은 당신이 전국영에게 최면을 걸어 송성훈을 죽였다고 하던데... 내 사람이 되면 당연히 당신 편이 되어줄 거고 송성민 쪽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거에요.”우충식은 말하면서 김예훈의 옆에 다가오더니 그의 어깨를 토닥토닥했다.“예훈 씨, 저를
“둘째, 제가 운 좋게도 이기게 되면 용맹한 부하 하나 얻게 되시는 것이지만 저는 부회장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부하가 아니라 나중에 필요하실 때 방패막이로 사용하게 되겠죠. 이용가치가 없어지게 되면 과감히 버리기도 하겠죠. 셋째, 부회장님은 송성훈의 죽음을 마음에 두지도 않았어요. 백낙당에 사람을 보내 정민을 협박하고, 경찰서에도 힘을 실어달라고 하신 목적은 그저 제가 이곳에 들어오기를 원하셔서였죠. 그러면 저는 결국엔 부회장님께 이용당하거나 철저히 짓밟히거나 둘 중의 하나겠죠. 우 부회장님, 제가 말씀드린 이 세 가지, 사실인가요?”우충식 얼굴에 있던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그만 놀란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이 이렇게도 진지하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는 피식 웃더니 김예훈의 맞은 쪽에 앉았다.“김 도련님, 저한테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본데. 이렇게 무책임한 말을 내뱉었을 때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될 것입니다. 비록 제가 회장 자리에 앉고 싶은 건 사실이지만 제 실력으로 해내고 싶을 뿐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기관이 사회에서의 믿음을 대표하는 용문당의 회장 자리는 무조건 덕성과 명망이 높은 사람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라는 거 잘 아실 텐데요. 그러니 김 도련님, 이제부터 말씀하실 때 심사숙고하여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둘만 아는 건 상관없는데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할 거란 말이죠.”우충식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던 찻주전자를 툭툭 치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제가 정말 그렇게 음흉한 사람이었다면 현아한테 장가갈 수 있는 기회를 드렸겠어요? 천하를 등져도 자기 딸을 불구덩이로 내몰 순 없잖아요.”우충식은 언짢았지만, 일부러 대인배인양 김예훈이 자신을 향한 모욕을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용문당에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저를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김예훈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한 묶음의 수표를 손에 쥐었다.“그저 제가 진윤하 쪽에 붙을까 봐 잡아두려는 거겠죠. 진윤하만으로도 편히 잠을 이루시지 못하는데 저마저 진윤
정갈한 옷차림의 여성과 몇몇 용문당 제자들은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았다.그들은 용문당에 가입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예훈이 복에 겨워감사한 줄 모른다고 생각했다.“모독이든 모욕이든 상관없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여기까지 말 나온 김에 현아 씨를 봐서라도 잘 설명해 드려야겠어요. 첫째, 저의 세 번의 코치로 전국영이 송성훈을 무너뜨린 건 맞지만, 마지막 검을 휘두른 건 제가 시킨 것이 아니에요. 이 점에 대해서는 현장에 있던 용문당 제자분들한테 여쭤보시면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핑계를 저를 협박하지 말아 주세요. 아니면 제가 부회장님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몰라요. 둘째, 비록 부 회장님이 진윤하, 최산하와 어떤 약속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 충고드리자면 포기할 수 있을 때 포기하시는 것이 좋을 거예요. 운 좋게 진윤하를 이긴다고 해도 회장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될 거거든요. 승패와 이익만 추구하는 부회장님은 용문당 회장이 갖추어야 할 인품을 지니고 있기 않기 때문이죠. 셋째, 손뼉 칠 때 떠나시면 최소한 부잣집 늙은이로 남게 되시겠지만, 만약 계속해서 회장직을 탐낸다면 자신의 무덤을 파는 거나 다름없을 거예요.”이 정도로 말한 김예훈은 뒤돌아서더니 또 한마디 했다.“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긴 하지만 저는 할 말을 끝냈으니 우 부회장님 행운을 빌게요.”우현아만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많이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김예훈의 모습을 바라보던 우충식은 홧김에 부들부들 떨더니 그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지금 나를 가르치려고 들어?”“기회를 드리는 것입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기회? 무슨 기회?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기회를 줘?”우충식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저 김예훈은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는 자격으로...”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서서히 뒤돌아섰다.“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이라고?”우충식은 잠깐 멈칫하더니 우습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봐, 젊은이. 뭐 잘 못 먹었어도 말은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