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편, 백요한은 몸을 벌벌 떨면서 고함을 질렀다.“얼른, 최종호 님께 연락해!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전부 불러와! 종성우 씨, 당신의 사촌 형도 불러요!”이때 누군가가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둘째 도련님, 큰 도련님을 부를까요?”“그 사람을 불러서 뭐 해! 날 쪽팔리게 할 거야!?”화가 난 백요한이 얘기를 꺼낸 사람을 발로 확 차버렸다.“감히 그 사람에게 얘기하기만 해봐. 나랑 적이 되고 싶으면.”백요한의 표정은 팍 구겨졌다. 그가 성남에 온 것은 백기영의 전화 때문이었다.하지만 대전 백씨 가문에서 그와 백기영은 항상 대립하는 관계였다. 두 사람 다 백씨 가문의 재산을 더 갖고 싶어서 안달이었다.지금 백기영에게 도움을 청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백요한은 두렵지 않았다. 종성우의 외할아버지는 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으로서 경기도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었다.그리고 백요한의 배후인 최종호도 부산 용문당의 회장으로서 세력이 매우 강했다.김예훈이 아까 용문당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백요한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 세상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용문당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알았다.평범한 사람들은 용문당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절대 모를 것이다....밖의 주차장. 랜드로버 한 대가 멈춰 섰다.김예훈과 오정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지키는 것은 매우 신사다운 태도였다.“김 대표님, 아까 사람을 시켜 찾아보았습니다. 백요한의 배후는 확실히 부산 용문당의 회장입니다. 우리도 사람들 부를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문당의 당주가 온다면 모를까, 고작 지역의 회장이 온다고 해서 변할 건 없어요.”오정범은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총사령관님이다.한국에서, 아무리 높은 지위의 사람이라고 해도 총사령관님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대단한 이름인지 알 것이다.반 시간이 되지
“김예훈, 내가 자비를 베풀어 마지막 기회를 줄게. 꿇고 머리를 박고 사과해. 그리고 손과 발을 알아서 부러뜨리고 네 아내와 처제를 내 침대로 바쳐. 그러면 자비를 베풀어서 널 살려주지.”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난 지금 네 팔다리를 모두 부러뜨리기로 결정했어.”“김예훈, 내가 경고하는데...”백요한이 김예훈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얘기했다.“내 앞에서 허세 부리지 마. 네 배후는 널 지켜줄 수 없으니까!”오정범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백요한을 쳐다보았다. 이 자식은, 총사령관님에게 배후 따위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아내지 못한 모양이다.김예훈의 배후는 그냥 본인이다.”“고작 이만한 사람에... 이정도의 힘이라... 백요한, 너는 앞으로 손발이 없는 거지가 되겠어.”김예훈이 주차장을 둘러보며 얘기했다.“감히 저런 말을!”“주제도 모르는 놈!”백요한은 화를 내는 대신에 웃으면서 얘기했다.“김예훈, 넌 곧 나를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직접 겪게 될 거야.”“대가?”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내가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누가 감히 나한테 대가를 치르게 하는데? 네가 부르면 개처럼 달려오는 이 버러지들이? 내가 봤을 때는 안 될 것 같은데. 더 대단한 사람을 불러보는 게 어때. 시간을 더 줘?”김예훈이 부드럽게 물었다.“이 자식, 죽기 전까지도 허세를 부려? 내 사촌 형님이 곧 사람을 데리고 올 테니까 그때 가서도 지금처럼 당당하게 나올 수 있나, 어디 한번 보자고.”종성우는 핸드폰을 잡고 분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그는 정말 화가 났다. 고작 기관의 고문이, 데릴사위 따위가 그를 건드리다니. 이건 죽여달라고 비는 것과 같았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얘기했다.“내가 봤을 때 네 사촌 형은 내 앞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을 불러보는 게 어때?”이때 갑자기 포르쉐 여러 대가 한 줄로 들어서더니 멈춰 섰다. 빠른 속도로 들어가 갑자기 멈추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느 가문의 도련님인
백요한은 공명진을 보고 갑자기 자신감이 솟았다.같은 곳의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류계층에서 다들 유명한 사람이 아닌가.공명진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다.그러니 공명진이 어떤 사람인지, 백요한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공명진이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와 백요한에게 힘을 실어주러 온 것을 보고 백요한은 은근히 감동했다.따라서 자신감도 생겼다.공명진은 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이다. 대구 공씨 가문의 공문철이 현재 경기도의 이인자이고!이렇게 강한 배후를 둔 사람이 김예훈 하나 처리하지 못하겠는가?여자 파트너들은 공명진을 보며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물론 공명진의 상태는 장애인과 비슷했다.하지만 그에게는 권력이 있다!병상에 누워만 있어도 느껴지는 포스가 있었다.고작 데릴사위와 비교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그 생각에 여자들은 오만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다들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김예훈이 어떻게 죽게 될 것인지 기대하고 있었다.아까 레스토랑 안에서는 허세가 가득하더니, 지금은 그 허세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김예훈은 자신이 우물에서 왕이라고 생각할 테지만 진정한 권력자 앞에서는 그저 한낱 개구리일 뿐이다.“그래? 그렇게 허세가 가득한 사람은 또 오랜만이구나.”사촌 동생의 말을 들은 공명진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그는 휠체어를 미는 사람에게 손짓하며 차갑게 웃었다.“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 우리 사촌 동생을 이렇게 대한 거야! 네가 대구 공씨 가문의 보호를 받는다는 걸 모르는 거야?! 정말 죽고 싶은 놈인가 보군.”공명진은 그렇게 고함을 쳤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상황이지만 일반인에게는 없는 포스가 있었다.“나다.”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걸어 나왔다.“불만 있어?”그 말을 들은 종성우 등 사람은 놀라서 숨을 헉 들이키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설마 이 자식이 정말 겁대가리를 상실한 건가?!감히 공진명 앞에서도 나대다니.진짜 새로운 자살 방식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아마 공
종성우도 김예훈의 말투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내심 기쁘기도 했다. 지금 이렇게 나댔으니 이따가 더 비참해질 것이다.종성우가 튀어나와 김예훈을 가리키며 얘기했다.“사촌 형님, 저 사람입니다! 이름은 김예훈인데 저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백요한 도련님도 때렸고 지금은 형님을 모욕하고 있어요!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공명진이 얼굴에 감은 붕대 때문에 종성우는 그의 얼굴에 드리워진 두려움을 볼 수 없었다.김예훈은 담담히 얘기했다.“맞아, 다 내가 한 거야. 공명진, 불만이라도 있어?”허세다. 김예훈의 말투를 들은 사람들은 차가운 웃음만 흘렸다.허세가 하늘을 찌르다 못해 장소와 사람도 가릴 줄 모르다니. 백요한은 차갑게 웃었다. 멍청한 김예훈이 치러야 할 대가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았다.김예훈이 허세를 부릴수록 더욱 비참하게 죽을 것이다.“김예훈, 꿇지 않고 뭐해!”종성우가 계속 소리를 쳤다.“내 사촌 형님을 화나게 만들어?! 사촌 형님은 화나면 엄청나게 무서워지는 분이야! 후과가 엄중하다고!”옆의 여자 파트너들은 김예훈의 허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빨리 김예훈이 허세를 부린 대가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김예훈, 놀라서 바보가 된 거야?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공명진 님 앞에서도 허세를 부리다니. 앞으로 경기도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야.”“공명진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어떤 가문인지 아냐고?”“무식하면 겁도 없다고. 오늘 그 무식함 때문에 죽을 거야.”여자 파트너들은 비웃음을 남발했다. 허영심만 가득한 이런 여자들은 돈도 없으면서 허세만 부리는 사람을 제일 싫어했다.사람들 사이에 있던 백요한의 파트너 차문설이 걸어 나오며 김예훈을 내리깔아 보며 얘기했다.“김예훈, 이제 너와 백요한 도련님의 차이를 알겠어? 뱀으로 태어난 사람은 영원히 용이 되지 못해. 백요한 도련님과 종성우 도련님은 너 같은 걸 개미 죽이듯이 쉽게 밟아 죽일 수 있어. 그런데 감히 백요한 도련님을 건드리고, 종성우 도련님을 건
종성우는 매우 억울했다.하지만 공명진의 표정은 두려움을 담은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공명진은 바로 종성우를 죽여버리고 싶은 지경이었다.다른 사람도 아니고, 하필이면 김예훈을 건드리다니.게다가 또 공명진을 불러왔으니. 다 같이 죽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공명진이 저번에 어떻게 겨우 살아남았는데. 손과 발을 잘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 상처가 다 낫기 전에 또다시 김예훈을 만나다니. 재수가 없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김예훈은 쓰레기통 옆으로 가서 종이를 버렸다. 그리고 담담하게 공명진 옆으로 와서 물었다.“공명진, 계속해야지? 내가 묻잖아. 불만 있냐고.”공명진은 놀라서 몸을 흠칫 떨고 얘기했다.“없습니다, 없어요!”그가 어찌 감히 불만을 가지겠는가. 공명진도 어디 가서 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공명진 앞의 사람이 누구인가.김예훈의 구체적인 신분은 잘 모르지만 공문철도 깍듯하게 대하는 사람이니 그런 김예훈을 건드리는 사람은 머리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공명진은 오늘 종성우를 건드렸다는 사람이 김예훈인줄 몰랐다.김예훈이 있는 줄 알았다면 종성우가 직접 데리러 왔어도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감히 김예훈에게 대들다니?목숨이 여러 개라도 하지 못할 일이다.누가 감히 그렇게 하겠는가!‘불만이 없다고?’불만이 없다고 강력하게 얘기하는 공명진을 보며 사람들은 놀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대구 공씨 가문의 사람이자 경기도 이인자의 조카인 공명진이 아닌가. 우아하게 등장하던 그가 지금은 한껏 겁을 먹은 것을 보니 다들 믿을 수가 없었다.여자 파트너들도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자기 뺨을 때려보고 싶을 정도였다.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사람들은 더욱 놀랐다.“꿇어.”김예훈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는 공명진을 쉽게 놔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대구 공씨 가문이면 뭐 어때서?오늘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김예훈은 손바닥을 닦기 시작했고 공명진은 허리 숙여 대답했다.김예훈 앞에서 그는 무조건 공손해야 했다.다른 사람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져서 바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다들 눈앞의 상황을 믿지 못하는듯했다.백요한과 종성우, 두 사람도 넋이 나갔다. 지금 본 것이 환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김예훈은 시선을 담담하게 종성우에게로 내리고 차갑게 얘기했다.“내가 얘기했지. 공명진이 오더라도 내 앞에 서서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지금 공명진에게 물어봐. 감히 일어날 수 있겠냐고.”종성우는 입을 딱 벌린 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한 것은, 오늘 그의 체면이 크게 상했다는 것이다.김예훈은 뒷짐을 쥐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얘기했다.“대구 공씨 가문의 체면을 봐줄 수는 있어. 하지만 오늘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어. 너 이 자식이 감히 내 처제에게 약을 타려고 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공명진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그 많고 많은 여자 중에서 하필 김예훈의 처제를 건드릴 필요가 있냐는 심정이었다.바닥에 꿇어앉은 공명진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종성우를 향해 외쳤다.“너, 당장 이리 와서 꿇어. 그리고 지금 바로 사과해! 머리를 박고 김예훈 도련님의 용서를 빌어!”그 말을 들을 현장의 사람들은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였다.공명진이 꿇은 것으로 모자라서 종성우도 꿇어서 김예훈에게 사과하라고?게다가 공명진은 원래 종성우의 부탁으로 김예훈을 밟으러 온 것이 아니었던가.하지만 지금 공명진은 김예훈을 도와 종성우를 교육하고 있었다.드라마도 아니고!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기관의 고문이, 고작 데릴사위가 뭐가 대단해서? 왜 김예훈 앞에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지 몰랐다.종성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형님, 저 자식이 뭐라고...”퍽.공명진은 일어서지 못한 채, 발로 종성우를 차서 넘어뜨리고
“아직도 입만 살아서는!”공명진은 불가마 위의 개미처럼 팔짝 뛰며 얘기했다.일어서려던 공명진은 힐끔 김예훈의 눈치를 보았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김예훈을 본 그는 겨우 일어나서 또다시 종성우를 발로 차버렸다.“꿇어, 그리고 사과해!”종성우는 얼굴을 부여잡고 겨우 얘기했다.“난 꿇지 않을 겁니다. 남자라면 무릎을 그렇게 쉽게 꿇지 않아요...”짝.공명진은 또 뺨을 때렸다.“꿇으라면 꿇어!”짝.“잘못을 인정하라고 해도 인정하지 않으면서.”짝.“남자의 무릎이 뭐가 어때서.”짝.“오늘 네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무릎 꿇게 할 거다!”“형님!”종성우는 얼굴을 부여잡고 겨우 뒤로 물러나서 비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만 해요, 그만하라고요! 이 자식이 뭐가 대단해서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예요? 김예훈이 뭐라고요! 그냥 데릴사위일 뿐이잖아요! 형이 김예훈을 두려워한다고 해서 저도 무서워할 줄 알아요? 내 뒤에는 종씨 가문과 대구 공씨 가문, 대전 백씨 가문, 그리고 용문당까지 있어요. 내가 김예훈을 죽이는 건 숨 쉬는 것처럼 쉬운 일이라고요. 그런데 내가 왜 무릎을 꿇고 사과해야 해요?!”종성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명진은 도련님 중에서도 지위가 높은 편이고 악독하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왜 김예훈을 두려워하는지.공명진 때문에 대구 공씨 가문의 체면이 다 구겨졌다.백요한은 공명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대구 공씨 가문이라면서 결국 데릴사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종성우는 여전히 김예훈을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화를 냈다.“김예훈, 네가 내 사촌 형님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 종성우는 네가 두렵지 않아. 난 영원히 너한테 무릎을 꿇지 않을 거야. 네 무덤이라면 꿇어줄 수는 있겠지만.”백요한도 차갑게 웃으면서 얘기했다.“그래, 우리 같은 상류층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두 사람의 태도에 다른 사람들은 박수갈채를 보내왔다.보았는가.이게 바로 진정한 도련님들의 스타일이다.공명진처
부산 용문당 회장 최종호?그가 백요한의 배후라고?아니, 그것보다, 최종호가 성남에 올 거라고? 오직 백요한을 위해서?그러자 김예훈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놀라서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백요한을 쳐다보았다.얼마나 대단한 사람인가.백요한은 대전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답게 인맥이 넓었다.만약 용문당의 회장이 나타난다면 김예훈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왜냐하면 최종호급의 사람은 전국 조직에서도 가장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조직뿐만이 아니라 기관이나 비즈니스 업계에서도 감히 용문당의 체면을 봐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오정범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경기도 조직의 왕이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경기도, 이곳은 역사적 원인 때문에 용문당이 아직 이곳까지 침투해 오지 않은 것이었다.그러니 오정범이 조직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그렇지 않는다면 조직에서 가장 강한 조직은 용문당일 것이다.이렇게 보면 용문당 회장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했다.오늘의 일은 조금 크게 번지고 있었다.물론 오정범이 봤을 때는 수습이 가능한 정도였다.오정범은 사람을 더 불러올 생각도 없이 그저 흥미진진하게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백요한은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오더니 만족스러워하며 얘기했다.“맞아, 내 배후인 최종호 님이 곧 경기도로 올 거야. 내가 아까 연락을 드렸더니 곧 도착한다고 하셨어.”현장에는 숨을 헉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최종호가 그렇게 대단해?”김예훈이 담담한 시선으로 백요한 앞에 서서 물었다.“최종호가 온다고 해도, 날 건드리면 최종호도 내 앞에서 꿇어야 할 거야. 내 말 알아들었어?”“하하하, 최종호 님이 네 앞에서 꿇는다고?”백요한은 크게 소리 내 웃었다. 마치 미친놈을 보듯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네가 하늘인 줄 알아? 최종호 님을 무릎 꿇게 하겠다고? 진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너 같은 사람은 최종호 님의 손에 죽을 자격도 없어. 최종호 님이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널 죽일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