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래!”김예훈이 무서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쪼그마한 녀석이 공부나 하지. 결혼 같은 소리는 나중에 해! 남자친구라도 생기면 네 언니가 널 때리기 전에 나부터 널 혼낼 거야!”“형부, 진짜 절 때리시게요?”정소현이 가볍게 웃었다.“형부가 절 어떻게 때려요. 이렇게 절 잘 대해주면서. 게다가 오늘 형부가 아니었으면 전 어떻게 됐을지 몰라요.”정소현이 별장으로 납치되어 가자마자 김예훈은 박인철을 데리고 쳐들어온 덕분에 정소현은 나쁜 일을 겪지 않았다.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나를 탓하지 않으면 돼. 일은 다 나 때문에 일어난 거니까 내가 책임을 져야지.”정소현은 조용해졌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형부, 만약에 말이에요, 만약에... 만약 내가 처제가 아니어도 저한테 잘해줬을 거예요?”정소현은 조그마한 얼굴을 빼꼼 내밀고 물었다. 머리는 작아도 궁금증은 산더미였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김예훈은 그녀를 밉지 않게 흘겨보며 얘기했다.“네가 내 처제라는 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야!”말을 마친 김예훈은 또 입을 열었다.“됐어. 그만하자. 오늘 피곤할 테니까 쉬어. 나도 잘게.”정소현은 살짝 억울했다. 잔다는 것은 그저 핑계인 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정말 김예훈의 코 고는 소리를 들었다.정소현은 멈칫거리고 그제야 알았다.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지만 뭐든 잘 해낼 것 같았던 형부는 사실 오늘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게 분명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소현은 침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달빛 아래의 그녀는 마치 여신 같았다.조심스레 김예훈 곁으로 온 그녀는 손을 뻗어 김예훈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잠시 멈칫거린 후, 김예훈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고마워요, 형부. 형부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담담하게 한숨 섞인 말을 내뱉은 정소현은 달빛을 맞으며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음은 더욱 복잡해져갔다....같은 시각. 성남 골드코스
“맞다, 8대 천왕 중의 도천후 님이 직접 오시다니. 그분은 거의 무신 급의 실력자잖아요! 이렇게 강한 사람들이 여럿이나 오니, 김예훈은 무조건 죽겠군요.”곽영현은 와인을 마시며 웃음을 지었다.어제저녁 안재석을 설득해 손을 쓰게 만든 후, 그는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안재석의 주변에는 이런 강자들이 매우 많았으니, 김예훈이 감히 어떻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그가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해도, 그가 어떻게 안재석의 상대가 되겠는가.“정말 잘됐네요! 정말이에요!”소한미는 흥분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기분이 좋아 죽을 것 같았다.“죽었으면 좋겠네요. 기관의 고문일 뿐이잖아요. 설마 김예훈이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해도 그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앞에서 나대겠어요? 경기도 김씨 가문은 이미 망했으니 과거의 김세자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우리 진주의 도련님들 앞에서 자기 주제도 모르고, 분수도 모르고 우리와 대드는 사람은 반드시 죽어야 해요! 다음 생에는 제발 분수를 알고 잘 기어다녔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오래 살죠.”소한미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곽영현도 미소를 흘렸다. 이렇게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사람들은 너무 많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미 곽영현의 손에 죽었다. 김예훈을 위해 이렇게 많은 공을 들였으니 김예훈은 죽더라도 영광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때 소한미가 애교를 부리며 얘기했다.“영현 도련님, 얼른 전화해서 물어봐요. 김예훈이 어떻게 되었는지! 사진이라도 있으면 재밌잖아요. 저를 만족시켜 주시면 오늘 저녁 제가 영현 도련님을 만족시켜 드리죠!”소한미는 이런 곳에 파트너로 자주 등장하지만 그녀를 정말 손에 넣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그녀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노인네들이었다.곽영현도 소한미에게 흥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 여자의 별명이 블랙 위도우여서 곽영현은 줄곧 소한미를 손에 넣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소한미가 이런 말을 하니 원래 아무 생각이 없던 곽영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소한미
이윽고 곽영현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재미있어, 정말 흥미진진하네. 안재석마저 넘어뜨리다니. 그렇다면 김예훈이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는 사실은 확실해졌군.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자격으로 감히 안재석을 상대할 수 있겠어?”생각에 잠긴 곽영현과는 달리 소한미는 화가 치밀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녀는 곽 씨 골동품 가게에서 자기 체면을 깎아내린 사람이 전설 속의 김세자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그가 진짜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 한들 이제 와서 복수를 그만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견청룡은 자신의 술잔에 술을 채우고는 웃으며 말했다. “영현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번에 성남에 큰 볼거리가 있다고 저를 초대하더니 설마 이렇게 막을 내리는 건 아니겠죠?”곽영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순 없죠.”“너 이리 와 봐. 가서 이대정한테 전해. 당신의 사람들이 김세자의 손에 다 죽었다고. 그리고 당신이 그토록 입에 올리던 김예훈이 바로 전설 속의 김세자라고 말이야.”“그뿐만 아니라 조직과 무법지대의 수법들이 김세자한테는 무용지물이니 혹시 기영 님께서 나서주실 수 있겠습니까?”백기영이 답했다.“대전 사람인 내 방식이 성남에서 통할지 모르겠네.”역시, 대전 백씨가문의 백기영은 대전의 일인자로서 남다른 기운이 있었다. 적어도 그의 방식은 아무나 쉽게 내세울 수 없는 방식이었다. 곽영현은 한 묶음의 자료를 백기영의 앞에 꺼내 놓으며 말했다.“이것은 진주의 4대 명문가와 대전 백씨 가문의 계약서예요. 얼마 안 돼요. 2조쯤 될 겁니다. 기영 님과의 초면 인사라 생각해 주세요. 만약 기영 님께서 저를 도와 위아래도 모르는 김세자를 해결만 해주신다면 계약금 뒤에 동그라미 하나를 더 붙여드리지요.”백기영은 계약서를 한번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또한 김예훈, 즉 전설 속의 김세자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곽영현 때문만이 아니었다. 김청미! 그 여인 때문이기도 했다. 김청미가 침이 마르도록 입에 올리던 그 남자가
김예훈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어떤 신분이요?”“김세자라는 신분이요!”그 말을 들은 김예훈은 웃음이 났다. “그들이 김세자라는 신분도 알아내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면 여러분들은 너무 상대를 얕잡아 보셨네요.”하은혜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가끔 잊고 있었다. 김세자라는 신분조차도 단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신분이라는 것을. 그의 진짜 신분은 전설이니까!“김 대표님, 다른 일이 더 있습니다. 저희 CY그룹 상장에 대한 준비는 마무리 단계에 돌입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장할 시기를 정해야지 않을까요?”이번에는 송준이 한 묶음의 자료를 건네며 입을 열었다.김예훈이 자료를 훑어보더니 말했다.“그래요. 절차대로 진행하죠. 때가 되면 명문가와 대기업의 사람들을 저희 상장의식에 되도록 많이 초대하죠. ”“네!”...그 후 한동안은 김예훈에게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복수를 꾸미는 징조도 없었고 전설 속 청별 그룹의 이대정마저 어디론가 완전히 사라진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멋대로 날뛰던 곽영현조차 종적을 감췄다. 3일 뒤, 프리미엄 가든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김예훈의 뒤로 쨍쨍한 목소리가 들렸다.“형부!”정소현이 폴짝폴짝 뛰어와서 김예훈의 팔을 감싸 안았다.“언니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나랑 놀아 줄 시간도 없다는데, 혹시 형부는 오늘 저녁 시간 돼요?”며칠 사이, 로열 가든 그룹에서는 정민아가 눈여겨 둔 땅을 성공적으로 손에 넣으면서 사업이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이 때문에는 그녀는 일찍 나가서 늦게 퇴근하곤 했기에 김예훈 역시 그녀를 못 본 지 한참 됐다. 반면 3일간의 휴식을 마친 정소현의 모습은 거의 회복된 듯했다. 비록 며칠 사이에 조금 야위긴 했지만, 그 모습이 훨씬 이뻐 보였다. 더욱이 오늘 그녀가 입은 검은색 치마는 여러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짝 다가선 그녀에게서는 소녀들만의 청춘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다른 볼일이라도 있어?”김예훈은 오른손으로 정소현에게
정소현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학생회에 가입한 첫날인데 파티에 가지 않는다면 예의가 없는 거죠. 제가 혼자 가기에는 아직은 낯설고 무섭기도 할 수 있으니까 파트너도 동반해도 된다고 했으니, 형부랑 함께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뿐만 아니라 맛있는 것도 엄청 많다고 하니 형부도 무조건 좋아할 것 같아요!”정소현은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맛있는 음식으로나마 김예훈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김예훈은 심드렁해하며 물었다.“결론적으로 내가 가든 안 가든 어차피 너는 무조건 가겠다는 거지?”정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역시 형부는 똑똑하다니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갈 거니까 형부는 더더욱 저랑 함께 가주셔야죠! 혹시라도 저 혼자 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형부는 언니에게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자, 됐고. 그렇다면 이번 일은 언니는 물론 부모님조차 몰라야 해!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오늘 밤 12시 전에는 무조건 집으로 가야 해. 당연히 술도 마시면 안 돼! 내가 쭉 지켜볼 거니까.”정소현은 기뻐 날뛰며 대답했다.“형부 말대로 할게요!”그녀는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기에 이번 파티에도 무척 흥미가 있었다.김예훈은 울며 겨자 먹기로 파티에 입고 갈 옷으로 갈아입었다. 반 시간 후, 김예훈과 정소현은 프리미엄 가든 로비로 내려왔다. 그 순간 포르쉐 파나메라 한 대가 들어왔고 차는 김예훈과 정소현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 이윽고 트렌디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늘씬한 몸매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녀 역시 검은색 치마를 입었지만, 치마가 타이트한 나머지 그녀의 매끈한 복근이 잘 비쳐서 전반적으로 훨씬 성숙한 모습이었다. 매혹적인 몸매와 여신급 미모를 겸비한 그녀이기에 행인들마저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그녀의 차가운 모습에 많은 남성들은 다가서기 어려워했다. 정소현은 김예훈을 끌어당기며 그녀를 향해
이 모습을 본 차문설은 달갑지 않은 태도로 말했다. “어차피 함께 왔으니 손님이라 여기면 되지. 얼른 차에 타!”말이 끝나기 무섭게 차문설은 김예훈을 한번 훑어보고는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김예훈은 비록 파티에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긴 했지만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만 보면 누가 봐도 가난뱅이였다! 이런 꼴로 파티에 간다고?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세자와 도련님들 사이에 어울릴 수 있겠는가? 그보다 정소현에게 관심이 있는 요한 도련님과는 더욱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백요한, 훤칠한 키에 잘생긴 그의 외모는 마치 연예인 같았다. 그보다도 그의 가문은뛰어난 명문가로서 그는 대전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다. 그의 친형은 바로 대전 백씨 가문의 세자 백기영이다!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든 무릎을 꿇게 만드는 군주다운 존재였다!소문에 의하면 백요한이 이번에 성남에 온 이유는 성남시장에 진출하려는 백기영을 도와 곁에서 후원해 주기 위함이다. 김예훈 같은 가난뱅이는 이들에 비해 손톱에 낀 먼지보다도 못했는데 그들의 차이는 마치 하늘과 땅 같아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나 차문설은 정소현이 파티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혐오스럽고 화가 나는 마음을 꾹꾹 참았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김예훈에게 언짢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얼른 타!”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정소현이 김예훈을 향해 혀를 날름거리고는 그를 끌어당겨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탄 차문설은 가속 페달을 밟으며 말했다. “소현아, 이 파나메라가 얼마짜리인지 알아? 3억이라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만져 볼 수도 없는 돈이야! 이런 차에 앉아 보는 것도 다 네 복인 줄 알아! 사람은 자기를 잘 알아야 해. 어떤 모임은 아무나 참석하는 게 아니고 어떤 사람은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렇지 않았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정소현은 차문설이 다른 의미로 김예훈을 비꼬는 것을 알아차렸다.오히려 김예훈은 웃으며 대답했다.“차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헛바람이 잔뜩 들어찬 이 여대생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내 주제가 어떤데?”차문설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갔다. “당신, 데릴사위 주제에, 내가 조사를 해보니 비록 고문이라지만 돈을 버는 일도 아니라면서! 그 신분 또한 가짜일지도 모른다던데! 내 눈에 당신은 그저 성남의 가난뱅이일 뿐이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정소현 곁에서 맴도는 거야?”차문설은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웬만하면 정소현에게서 떨어져요. 당신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김예훈은 담담하게 물었다.“지금 너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그게 무슨 소리지?”차문설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러니까 당신 뜻은, 정소현이 당신에게 매달린다고? 어떻게 이리도 오만할 수가 있지? 당신이 뭔데? 당신 같은 데릴사위에게 정소현이 뭐가 부족하다고 매달리겠어? 잘 들어, 당신은 정소현과 커플이 될 자격도 없고 보통의 친구 사이라도 자격 미달이야! 어디 데릴사위가 감히 여자를 꼬시려고! 당신은 우리와 같은 계층의 사람이 아니라고! 내가 정소현을 이 파티에 데리고 온 목적은 그녀에게 명문가의 도련님을 소개해 주기 위함인데! 그런데, 당신의 존재가 그들에게는 무척 기분이 상할 것 같아! 김 씨, 내가 충고하는데 지금이라도 꺼지는 게 당신에게는 덜 창피한 일이야!”차문설은 아마 차 안에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 김예훈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녀의 소식통은 너무나 보잘것없었다. 알아냈다는 정보가 고작 자잘한 것들이라니, 김예훈의 진짜 신분의 천분의 일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여겨 김예훈을 대하는 태도가 몹시 거만했고 말투도 거칠었다. 김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그녀의 뺨을 때리려는 찰나, 정소현이 뒤 돌아왔다. “예훈 씨, 왜 아직도 안 들어와요?”정소현은 김예훈이 갑자기 도망갈까 봐 주동적으로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겼다. “예훈 씨가 갑자기 몸이 안 좋다고 식사 자리에
“문설아, 너희들 왔어?”흰색 셔츠를 입은 젊은 청년이 웃으며 차문설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갸름한 얼굴에 훤칠한 외모를 겸비한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했는데 손목에는 억만장자들의 입장권으로 불리는 리차드밀 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에게서는 명문가 세자들만의 귀티가 풍겼다.“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오는 길에 가난뱅이랑 마주쳐 시간이 지체됐네요.”차문설은 연신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은 당장이라도 큰 싸움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너그럽게 이해 해주세요!”“여러분께서 발걸음해 주시니 저 또한 영광이지요!”백요한은 부드러운 미소로 답하고는 곧바로 정소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숙녀분이 말로만 듣던 우리 후배 정소현이구나. 올해 학생회 신입생이라지?”“네, 맞아요. 올해 학생회의 신입생이면서 올해 입학한 우리 기성대학교의 여신이죠!”차문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소개했다.“소문에 의하면 소현이와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성남 타워부터 빅토리아 항구까지 줄을 섰다던데요!”“소현 후배, 안녕?”백요한이 오른손을 내밀면서 신사답게 말했다.“난 백요한이야. 기성대학의 졸업생이자 너의 선배님이기도 해. 그리고 대전 백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는 또 다른 신분도 있어. 앞으로 잘 부탁해!”백요한은 여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서는 감출 수 없는 불순함이 가득 찼고 긴장한 탓인지 호흡마저 가빠졌다.그가 가장 선호하는 이상형이 바로 순수하고 어린 소녀여서 오늘 저녁 마련된 파티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선배님, 안녕하세요.”정소현은 당당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지만, 악수는 받아주지 않은 채 김예훈을 끌어당기며 말했다.“그럼, 저도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제 남자친구, 김예훈이에요.”그녀도 상대의 불순한 의도를 알아차리고는 곧바로 김예훈을 앞장세웠다.“김예훈? 남자친구?”순간 백요한의 눈빛이 번뜩거렸고 시선은 차문설에게 머물렀다.차문설이 비웃으며 말했다.“선배님, 이분은 데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