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때, 소지아는 너무 흥분해서 백채원의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겼다.“그는 모범 남편에, 당신은 또 그의 유일한 사랑으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전 국민은 그에게 전처가 있었다는 것을 엄청 알고 싶어할 걸요. 그리고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사모님도 마음이 악독한 여자란 것을 알려야죠! 그 증거들, 난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요!”소지아는 이런 협박이 이도윤에게 아무런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높은 곳에 있는 신이었으니 일반인이 그에 대한 평가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러나 백채원은 달랐다. 그녀는 온갖 애를 써서 오늘의 모든 것을 얻었으니 명예는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협박을 받은 그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기에 충분했다.“좋아요, 알았어요. 그 고택 원하는 거잖아요. 돌려주면 될 거 아니에요. 이제 칼 좀 멀리 가져가요.”“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경고를 해주죠, 당신 감히 내 친구를 괴롭힌다면, 난 당신이 패가망신을 당하게 할 거예요. 백채원 씨, 당신은 총명한 여자이니 이런 작은 일로 손해를 보고 싶지 않겠죠. 그때 가서 헛수고하지 말란 말이에요.”소지아는 전에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이런 일이 무척 창피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조차 신경 쓰지 않았고 속이 후련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백채원은 두피가 다 벗겨질 것 같았는데, 방금 얼마나 날뛰었으니 지금은 얼마나 낭패스러운지 모른다.“그래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칼 좀, 나 목이 너무 아파요.”백채원의 목에 닿은 칼날에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소지아는 확실히 힘을 좀 주어서 그녀의 목에서 피를 좀 흘리게 했지만, 생명에 위험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오늘의 아픔을 잘 기억해요. 다음에 또 그러면 그땐 내가 직접 당신을 죽일 테니까요.”“음, 알았다고요!” 백채원은 놀라서 벌벌 떨었다. 앞으로 이 미친년한테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소지아는 그제야 백채원의 목을 놓아주었고, 백채원은 재수가 없다고 소리치면서 하녀를 발
소지아는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돌려 머리 위의 창문을 바라보았다.꼬마는 스웨터를 입고 있어 작은 북극곰처럼 귀여웠는데, 두 손을 유리에 받치고 통통한 얼굴도 유리창에 바짝 붙어 있어 무척 깜찍했다.방음 효과가 좋은 창문은 그의 목소리를 차단했지만, 소지아는 여전히 그가 자신에게 인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이렇게 귀여운 아이는 순식간에 그녀의 불쾌감을 치유했고,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녀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이 장면은 마침 이도윤의 눈에 떨어졌는데, 이 순간, 그는 마치 처음 그녀를 만난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았다.햇빛이 두루 비치는 아침, 머리를 높게 묶은 소녀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며 입가의 환한 미소는 땡볕과도 같았다.10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그 웃음에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다음 순간, 그는 소지아가 이유 없이 블린시트에 갈 리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다면 이유는 오직 하나, 그녀는 소씨 집안 고택을 위해서였다.이도윤은 전화를 끊었고, 진환도 도살장의 일을 이도윤에게 알려주었다.‘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도윤은 재떨이를 바닥으로 던졌다. 백채원은 지금 갈수록 선을 넘고 있었다.“차 대기시켜.”소지아의 얼굴은 바닷바람에 약간 차가워졌다. 그녀는 백채원을 위해 특별히 지은 이 방에 있고 싶지 않아 밖에서 찬바람을 쐬고 싶었다.백채원은 간단하게 씻은 다음 목욕수건을 두르고 목욕모자를 쓰고 내려왔는데, 목은 살갗이 벗겨졌을 뿐이다.마침 그녀가 예약한 네일아트사가 도착했는데, 백채원은 베이지 색 가죽 소파에 기대어 발톱 관리를 받고 있었고, 거수룩한 모습을 보였다.소지아는 그제야 거실로 돌아왔고, 백채원은 그녀가 미워서 이를 갈았지만 전처럼 날뛰지 않았다.그녀는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고택을 줄게요, 그러나 나도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소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아직도 나와 흥정을 하려고 하는 건가요?”“내 돈이 하늘에서 떨어진 건 줄 알아요? 1000억짜리 집으로 당신과 두 가지 조건을
“으엉—"울음소리가 울리더니 이지윤은 언제 계단 앞에 서 있었는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하인은 놀라서 동작을 멈추었다. 백채원은 이지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머니였기에 자연히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쌀쌀한 얼굴로 분부하였다.“뭣들 하고 있어? 빨리 아이를 안고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하인들은 분주히 이지윤을 향해 달려갔고, 백채원도 갑작스러운 그의 울음소리에 심란해지며 불쾌하게 재촉했다.“넌 왜 아직도 멍하니 있는 거야? 얼른 손을 대라고.”그때 위층의 하인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큰일났어요. 도련님 몸과 얼굴에 작고 붉은 점이 많이 생겼는데, 알레르기에 걸린 것 같아요.”“알았어, 의사 찾아와.” 백채원은 매우 짜증났다. 아이에 비해 그녀는 지금 소지아를 급하게 처리하고 싶었다. 지금은 정말 천재일우의 기회였다.소지아는 믿을 수 없단 듯이 백채원을 바라보았다.“그것은 당신의 아이예요. 그는 겨우 몇 살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처참하게 울고 있으니 당신은 적어도 그를 품에 안고 달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백채원은 비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좀 일찍 얼굴을 망쳤다면, 나도 진작에 가서 그를 달랬을 텐데요.”아이가 위층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울음을 터뜨리자, 소지아는 마음이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분명히 자신의 아이가 아닌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가슴이 아픈 것일까?본능은 그녀로 하여금 칼을 버리고 앞으로 가서 이지윤을 안게 했고, 이지윤도 놀라운 힘을 발휘하며 하녀의 손에서 기어코 벗어났다.“도련님!” 하녀가 놀라는 소리는 방에서 울려 퍼졌고, 이지윤은 땅에 넘어지며 계단을 따라 굴러 내려갔다.다행히 소지아가 반응이 빨라 재빨리 살짝 구른 이지윤을 품에 안았다.아이는 얼굴에 온통 홍진이 생겼고, 콧물과 눈물을 줄줄 흐르며 작은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엄마, 엄마.”이지윤은 그녀의 품에 안겼다.이 아름다운 화면은 백채원의 눈에 더욱 거슬렸고, 백채원은 화가 치밀어
마치 깊은 숲속의 분노한 짐승들의 왕처럼, 이 소리는 산림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했다.재빨리 집으로 달려온 이도윤을 보고 백채원은 당황하여 발톱도 하지 않고 얼른 일어섰는데 아직 다 바르지 못한 매니큐어가 바닥에 떨어졌다.새빨간 매니큐어는 하얀 카펫 위에 떨어져 유난히 뚜렷해 보였다.“도윤 씨, 내 설명 좀 들어봐요.”이도윤은 백채원을 상대하지 않고 아주 빨리 소지아를 향해 다가갔다.그러나 건장한 하녀는 그를 한 번 보았을 뿐, 동작을 멈추지 않았다.이 사람은 백채원이 외국에서 데려온 심복으로서 백 부인이 아직 죽지 않았을 때부터 이미 백씨 집안에 있었고, 주먹질까지 좀 할 줄 아는데 키는 1미터 75센치미터, 몸무게는 75킬로 그람이라, 여자들 중에서 무척 우람했다.그녀도 물론 이도윤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소지아가 바로 백채원의 눈엣가시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반드시 이 가시를 뽑아야 했다.그래서 분명히 제지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소지아의 얼굴을 계속 그으려 했다.한 칼, 한 칼이면 충분했다.단칼에 내려가면 이 예쁜 작은 얼굴은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었다.마치 그녀와 이도윤의 감정처럼, 일단 금이 가면 다시 돌아가기 어려웠다.이 세상에 그 어떤 남자도 얼굴에 흉터가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이도윤은 기필코 백채원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그래서 그녀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소지아에게 손을 대야만 했다.“탕!”방안에서 귀를 찌르는 총 소리가 나더니 하녀들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도망쳤다.총알은 단지 하인의 손에 있는 칼을 날렸을 뿐, 이 틈을 타서 진환은 이미 그 하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종아리를 발로 차서 무릎을 꿇게 했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두 손을 등 뒤로 묶었다.“가만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방금 그 총알은 하녀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운이 나빴으면 그녀의 손은 틀림없이 쓸 수 없게 됐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총 소리의 위력에 빠져 더는 움직
소지아의 질문에 백채원은 하하 웃었다.“내가 지윤이 엄마가 아니면, 당신이 아이의 엄마인가요?”“당신이 만약 아이의 친엄마라면 이렇게 무관심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이가 알레르기가 있어 넘어졌는데, 당신은 가장 먼저 그를 안고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터무니없이 나를 모함하다니, 양심이 찔리지도 않나봐요?”백채원은 되받아쳤다.“당신 도윤 씨 왔다고 그의 앞에서 나를 헐뜯는 이런 말을 하면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마요. 내가 이 아이를 낳을 때, 도윤 씨는 바로 옆에 있었으니, 이 아이가 누구의 것인지 그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죠.”소지아는 그녀와 이런 의미 없는 화제로 다투기가 귀찮았다. 어떤 사람은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었다.평소 이지윤을 돌보던 아줌마는 재빨리 물을 가져왔고, 소지아는 아이의 단추를 풀고 수건으로 그에게 찜질해 주었다.이상한 것은 아이가 가려운 것을 참지 못하고 울고 보채야 하지만, 이지윤은 오히려 조용해졌다.그는 까만 큰 눈으로 소지아를 주시하면서 조금도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소지아의 옷자락을 꼭 잡아당기며 그녀가 떠나지 못하게 했다.그녀가 있는 한, 그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만하지 못해요, 내 아들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고요?” 백채원은 분명히 그녀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소지아는 그녀를 차갑게 흘겨보았다.“냉찜질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가려움증을 경감시킬 수 있어요. 그는 지금 매우 괴로울 거라서 긁기만 하면 알레르기 면적이 계속 확대되고 심하면 고열을 일으킬 수 있어요.”백채원이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자 이도윤은 차갑게 호통쳤다.“입 닥쳐요.”이는 요 2년 동안 소지아가 처음으로 이도윤이 백채원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는데, 백채원도 서운한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녀는 즉시 또 발뺌하기 시작했다.“나는 줄곧 지윤이가 먹는 음식에 주의를 기울였는데, 어떻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알레르기가 있을 수 있지? 그는 무엇을 먹었지?”한 하녀가 말했다
이도윤은 지금 온몸의 포악한 기운을 누르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백채원을 계속 보면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일 것만 같았다.방금 그가 좀 더 늦게 왔다면, 소지아는 정말 크게 다쳤을 것이다!예전에 백채원은 질투심을 부렸을 뿐, 그는 그저 눈감아 주었다.하지만 이 여자가 부리는 투정이 일을 이렇게 만들 줄은 몰랐다.이도윤은 소지아 눈썹 위쪽의 상처를 보았다.“먼저 가서 상처 처리해. 아이는 주은청에게 맡기면 돼.”주은청은 이지윤을 돌보기 위해 그가 찾은 도우미였다. 소지아는 홍진이 이미 통제된 것을 보고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나머지를 주은청에게 넘겨주었다.“엄마, 엄마.” 이지윤은 다시 한번 외쳤다. 그녀가 가려는 것을 보자 그는 무척 당황했고, 방금 전 영리한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소지아는 그의 울음에 가슴이 아파 다시 돌아와서 아이를 안았고, 이지윤은 그제야 떠들지 않고 순순히 그녀의 품에 안겼다.이도윤이 면봉을 들고 오자 소지아는 바로 그를 피하려 했지만 이도윤은 차갑게 말했다.“움직이지 마.”소지아는 온 집안에 있는 백채원의 사람들을 보고 지금은 오직 이도윤 만을 믿을 수밖에 없어 제자리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그는 그녀가 아픔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매우 가볍게 상처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소지아는 아픔을 참으며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았다.전에 그 연약하고 응석받이로 자란 소녀가 오늘처럼 된 것은 모두 그가 초래한 것이었다. 이 2년 동안 그의 정신적 폭력, 그리고 무관심함은 그녀를 지금과 같이 만들었다.웃음도 없고 불평도 없고 심지어 아파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소지아의 머리카락에 떨어졌고, 그 위에는 여전히 계란물이 남아 있었다. 분노는 이도윤의 마음에서 오장육부로 만연되었고, 그의 모든 세포마다 그의 노기를 담고 있었다.그렇게 생각을 하다 그는 조심하지 않아 손에 힘을 주었고, 면봉은 소지아의 상처를 세게 눌렀다.“아.” 소지아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팠어?”이도윤은 바삐 물었고, 손가락으로
진봉은 다급하게 소지아를 부축했고, 소지아는 곧 깨어났다.“사모님, 괜찮으세요? 병원에 데려다 드릴게요.”소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저혈당이라서 그래.”그녀는 전에 백채원과 한바탕 싸운데다 또 이지윤을 구했기에 이미 모든 체력을 소모했다.진봉은 잔뜩 걱정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근데 저는 왜 사모님의 몸이 점점 허약해지는 것 같다고 느끼는 거죠.”“나 정말 괜찮으니까 집으로 데려다 줘.”소지아가 떠난 지 얼마 안 되자, 진환은 약을 사왔는데, 냉찜질과 해열제의 효과에 이지윤의 알레르기는 멈추었고 더 이상 다른 피해를 초래하지 않았다.이도윤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에게 신체검사를 하였는데, 소지아가 그를 아주 잘 보호해서 그는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다.이리저리 들볶은 끝에 이지윤도 피곤해져 이도윤의 옷자락을 잡고 그의 품속에서 쿨쿨 잠들었다.이도윤은 아이를 주은청에게 건네주었고, 백채원은 그제야 연약한 모습으로 그에게 기대었다.“도윤 씨, 정말 날 믿어야 해요. 소지아 씨는 나를 찾아와 고택을 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며 내 비위를 맞추다가 거절당하자 욕설을 퍼부었고 심지어 칼을 들고 날 죽이려 했어요. 하인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손에서 칼을 빼앗았는데, 그녀는 또 아이를 인질로 삼으려 했고요. 도윤 씨가 왔으니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그녀의 말은 허점투성이라 이도윤은 그녀와 이런 무의미한 화제를 쟁론하고 싶지 않아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소씨 집안 고택은 내가 가져갈 거야.”백채원은 엄청 놀랐다. 만약 고택이 없다면 그녀는 소지아를 협박할 수 없었기에 무슨 말을 해도 백채원은 이도윤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도윤 씨, 나 믿어요. 소지아 씨는 연기를 너무 잘해서…….”이도윤은 달려드려는 그녀의 몸을 뿌리쳤다.“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알고 있고요. 내가
백채원은 한참 기다려도 이지윤이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자 모든 분노를 그에게 발산했다.“이 양심도 없는 녀석아, 내가 너를 낳아서 키웠는데 결국 너는 날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오히려 그 천한 년을 엄마라 부르다니. 내가 어떻게 너 같은 바보를 낳은 거야? 넌 이 얼굴 말고는 정말 아무런 쓸모가 없어.”백채원은 그를 뒤집은 뒤 엉덩이를 호되게 때렸다. 이지윤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몰랐기에 줄곧 울기만 했다.주은청이 달려오자 백채원은 멈추고 아이를 그녀의 품속으로 내팽개치며 협박했다.“이 녀석은 성질만 있어가지고. 내가 경고하는데, 한 마디라도 입 밖으로 내뱉으면, 내일 당장 꺼질 줄 알아.”비록 이 아이는 이도윤의 친아들이 아니지만 이 얼굴과 이도윤이 자신의 아이를 잃은 죄책감으로 그는 모든 사랑을 이지윤에게 주었다.백채원은 이 아이를 이용하여 이씨 집안 사모님의 자리까지 올라가야 했으니, 이 일로 이도윤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백채원이 떠난 후, 주은청은 아이의 엉덩이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보고, 그래도 1년 동안 이지윤을 돌보았으니 이미 정이 들어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어린아이의 피부는 본래 여렸는데, 친엄마인 그녀는 소지아보다 못했다.주은청은 원래 이도윤에게 보고하려 했지만, 이것도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훈계하는 것이었으니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은데다, 만약 이도윤이 이 일을 안 다면, 그녀는 자신이 바로 이도윤의 사람이란 것을 백채원에게 먕백히 알리는 거나 다름 없었다.백채원의 성질로는 더 이상 자신으로 하여금 이지윤을 돌보지 않게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주은청은 억울함을 삼키고 이지윤을 잘 달랠 수밖에 없었다.이때 인해로 길가에서, 진환은 별장 내부에 설치된 스텔스 카메라 기록을 내놓았다. 이도윤은 백채원이 계란물을 소지아의 머리에 뿌리는 것을 보았을 때, 팔걸이에 걸친 손등에 핏줄이 드러났다.그러나 다행히 소지아는 반항했고, 이도윤은 표정이 좀 풀렸다.그러나 이것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
조경숙이 갑자기 납치되면서 소씨 가문의 안팎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던 시언조차 몸을 일으키려 애썼으니 말이다. 시후는 곧장 소명담의 본가로 향했다.‘사람은 도망칠 수 있어도 근거지는 숨길 수 없는 법이지.’ 하지만 소명담을 잡기도 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한편, 지아는 무무의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아이의 머릿결은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 까만 머리카락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도윤은 모녀의 곁에서 작은 수납 상자를 들고 서 있었고, 상자 안에는 아이들의 머리끈과 머리핀들이 가득했다. 도윤이 초록색 리본 모양의 머리핀을 건넸다.“이걸로 하자. 초록색이 예쁘잖아.” 지아는 그것을 받아 무무의 머리를 묶어주었고, 아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우리 딸, 정말 예쁘다.”무무의 초록색 눈동자에 웃음기가 만연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지아를, 다른 손으로 도윤을 잡고 아주 행복해했다. 바로 이때, 진봉이 급히 들어왔다.“사모님, 나쁜 소식입니다!” 지아는 대충 짐작이 갔다.“소명담이 도망친 거야?” 이는 지아도 예상했던 일이었기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명담이 그렇게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을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요, 죽었습니다.”지아가 빗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며 물었다.“뭐라고? 죽었다고?” 이것은 지아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말도 안 돼!’“그게 말이 돼? 설마... 그 사람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지아는 과거 자신과 대면했던 소명담을 떠올렸다.‘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깊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어.’‘그런 사람이 갑자기 죽었다고?’ 그때 진환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가 다시 설명하겠습니다. 진봉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네요.”“소명담은 죽은 게 맞습니다만, 죽은 지는 이미 수년이 지났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우리가 본 소명담은 누군가가 변장했던 거야?” 지
아무도 소시월의 입가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옆에서 조용히 관찰하던 지아는 시월의 표정을 정확히 포착했다. 시월은 마치 자기 행동을 들킨 것처럼 고개를 돌려 지아와 눈을 마주쳤다. 곧이어 시월은 다시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소 선생님, 왜 그러세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지아가 침착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아가씨께서 너무 아름다워서 그냥 한 번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시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지아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소 선생님, 오랫동안 고생하셨으니 잠시 옆 방에서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긴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지아는 은근히 자기 손목을 향하는 시월의 시선을 감지했다.그 손목은 몇 년 전 도윤의 총에 맞았던 곳이었다. “아가씨, 왜 그러세요?” “피부가 정말 하얗고 매끄러우시네요. 정말 부러워요. 평소엔 어떻게 관리하세요?” 지아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 갑자기 사라지셨는데도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시네요? 평소에 가족에게 효심이 지극하신 분이, 왜 이런 일엔 관심이 적으신 거죠?” 지아의 말은 정확히 급소를 찔렀고, 시월은 당황한 듯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에 이렇게 많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제가 어떻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저 지금은 제가 조급해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그래서 오빠들을 도와 손님들을 챙기려 했던 거라고요.”“그런데 소 선생님께서 갑자기 저를 의심하는 듯한 질문을 하시니까 조금 속상하네요.” 두 사람은 몇 번의 수를 주고받았지만, 어느 쪽도 명확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시월은 지아의 정체를 의심했다. 그녀는 지아의 손목에 총상 흉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앞의 지아는 매끈한 손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전혀 총알 자국이 없었다. 지아 역시 시월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느꼈다.하지만 모든 증거가 소명담을 가리키고 있었고, 시월과는 아무런 관련이
“세라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걸 말해줘.”시하가 부드럽게 설득했다. 시하와 강세라의 대화는 다른 방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하 오빠의 미남계가 통한 모양이네요.” 시후는 책상을 세게 내리치며 분노했다.“역시 그 자식일 줄 알았어!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지아는 마음 한편이 실망스러웠다. 지아는 모든 일이 시월과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그렇지 않았다. 그 순간, 양지운이 검사 결과를 들고 들어왔다. “소 선생님, 사모님께서 사용하시는 화장품과 약물을 검사했는데, 매일 사용하시는 안약에서 추가적인 약물이 발견됐습니다. 그 약물은 정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시력을 저하시켜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나쁜 새X!” 시후가 분노하며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증거를 잡았어! 양 비서, 당장 그 자식을 붙잡아! 우리 소씨 가문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여태까지의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해주자고!”“예!”시하가 시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형, 너무 화내지 마. 화내다 몸 상하면 안 되잖아. 이제 그 능구렁이를 잡았으니, 나도 안심이야.”지아는 옆에서 말없이 상황을 지켜보았다.“지아야, 왜 아직도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모든 게 네 계획대로 되고 있잖아. 혹시 뭔가 잘못된 거라도 있어?” 지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모든 게 계획대로라는 게 오히려 마음에 걸려요. 너무 순조롭잖아요.” “순조로운 게 어때서?” “그냥 좀 불안해요. 물론 제가 괜한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요.”“이제 원인을 찾았으니, 사모님께선 약물을 끊은 후에 제대로 진찰받고 휴식까지 취하시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거예요.” “좋아, 나는 이 좋은 소식을 시언이한테 알려야겠어. 마음 놓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저도 같이 갈게요.” 지아는 곧 동이 트려는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모든 일이 해결되었으니, 남은 일은 소 선생님께 맡기면 될 거야.’ 하지만 그때 불길한 소식이 전해질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양지운이 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