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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그 목소리에 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했고, 민아는 자신의 얼굴에서 눈가리개를 격렬하게 벗었다.

민아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세찬이었다!

민아는 번개라도 맞은 듯 말을 더듬었다.

“여긴 왜 왔어요?”

세찬의 입꼬리가 미소를 머금고 말려 올라갔다.

“난 매일 밤낮으로 김 비서 보고 싶었는데, 섬에서 너무 잘 지내서 내가 누군지도 잊었나?”

일꾼들은 모두 눈치껏 자리를 떴고, 두 아이는 아직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눈을 크게 깜빡이며 세찬을 쳐다보았다.

그 천진난만한 눈빛에 뭔가 하고 싶었던 세찬은 민아를 그냥 놓아주었다.

“해경이랑 소망이 맞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두 아이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소망이가 불렀다.

“아빠?”

세찬은 기뻐하며 서둘러 무릎을 꿇고 아이를 안아주었다.

마치 올챙이가 어미를 찾는 것 같았다.

“꼬마야, 난 네 아빠가 아니야. 사람들이 들으면 오해하겠다.”

소망이의 눈에 실망감이 스쳐 갔다.

‘아빠는 어디 갔을까?’

세찬은 소망을 안고 한참을 놀아주었고 눈가에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민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오래 전 세찬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민아는 천진난만하게 아이들을 좋아하냐고 물었고 세찬의 대답은 단호했다.

“안 좋아해. 짜증 나.”

그러고는 들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았다.

“김 비서, 당신은 똑똑하니까 멍청한 짓은 안 할 거야, 그렇지?”

세찬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 속에는 위협적인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니 애인이 낳은 아이는 더더욱 싫어할 것이다.

앞으로 세찬의 자녀는 본처의 뱃속에서만 태어날 테니까.

그때까지도 깊게 빠지지 않았던 민아도 그 점을 잘 알고 2년 동안 잘 버텼다.

그날 밤의 사고가 있기 전까지.

민아도 자신이 임신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가 생기자 생각도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민아는 세찬이 아이와 노는 사이 미련 없이 뒤돌아 가버렸다.

세찬만 보면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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