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 너 정말 죽었어야 했어.”이 한 마디가 지아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더니, 그녀는 예전의 비천했던 자신과 도도한 도윤을 보았다.‘그때 이도윤은 날 믿었었나?’‘날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과 같았는데.’‘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날 이토록 혐오했던 것일까?’이런 일들을 생각하니, 머리에서 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지아는 아파서 어쩔 바를 몰랐다.“지아야, 왜 그래? 위가 또 아픈 거야?”도윤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지아는 애써 눈을 들어 도윤을 바라보더니 오히려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는데, 눈빛은 무척 사늘했다.“이도윤, 너 정말 죽었어야 했어.”도윤은 표정이 굳어졌고, 다음 순간, 지아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내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어? 그래, 치료를 포기하면 나도 곧 네가 원하는 대로 죽게 될 거야.”지아는 또 무언가를 기억해 낸 게 분명했다. 도윤은 황공하면서도 불안했는데, 이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지아야, 과거에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어. 그러나 그 오해는 다 지나갔으니까 더 이상 생각하지 마. 난 지금 네가 잘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야.”“만약 내가 치료를 거부한다면?”“지아야, 약물치료를 받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도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야. 지금 우리는 더 좋은 방법이 없으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더 줘, 응?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널 구할 거야.”그러나 도윤이 무슨 말을 해도 지아는 듣고 싶지 않았다.“필요 없어.”“지아야,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나 정말 무슨 짓 할지 몰라.” 도윤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살짝 붉어진 눈시울은 점차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도윤, 난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할 권리는 있어. 날 놓아줘. 남은 시간 동안은 사람처럼 지내고 싶으니까.”그러나 도윤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지아야, 미안. 널 살리는 게 내 가장 큰 소원이라서.”그리고 그
중간에 지아는 도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약효 때문에 그녀는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하며 구역질이 나더니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다.도윤은 재빨리 지아를 부축하며 침대에 눕혔다.“지아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그녀는 움직이고 싶어도 힘이 없었는데, 움직이기만 하면 온 세상이 빙빙 돌아서 지아는 눈을 꼭 감고 이런 불편함을 완화시킬 수밖에 없었다.약물치료를 받는 시간은 보통 링거를 맞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고, 어둠의 장막이 내린 후에야 지아는 마지막 링거를 다 맞았다.그동안 도윤은 줄곧 인내심을 가지고 지아와 함께 했지만, 그녀가 약효를 견딜 수 없을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아는 비록 몸이 허약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쭉 버텼다.이때의 지아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익숙한 느낌이 다시 엄습했다. 그녀는 심지어 눈을 뜨지도 못했는데, 머리까지 심하게 어지러웠다.도윤은 건우에게 물었다.“지아가 처음으로 약물치료를 받았을 때도 이런 반응을 보였는가?”“맞아요, 지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어요. 많은 환자들은 치료를 다 받기도 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지만 지아는 적어도 끝까지 버텼거든요. 그 후 3일은 부작용이 가장 심할 때라, 또 3일이 지난 후에야 불편함이 점차 줄어들 거예요. 그렇게 21일이 한 주기이니 다음에는 21일 후에 치료를 진행하면 돼요. 물론 그 전에 이번의 효과와 지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죠.”도윤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보면서 마음속의 죄책감이 재차 깊어졌다.“오늘은 그런대로 괜찮을 거지만 내일부터 점점 더 괴로울 거예요. 지아가 물을 많이 마셔 독소를 배출하도록 꼭 독촉해요. 그리고 요 며칠 단백질을 많이 보충해 주고요. 약물치료를 진행한 후, 신체의 각종 지표, 예를 들면 백혈구와 적혈구의 수량이 빠르게 떨어질 텐데, 이때 지아는 메스껍거나 속이 뒤집혀서 음식을 먹지 않을 거예요. 그럼 대표님은 꼭 지아에게 먹으라고 타일러야 해요. 그리고 각종
도윤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기척을 들었다. 고개를 들자, 지아가 땅에 넘어지는 것을 보고 그는 재빨리 달려가 지아를 안았다.“지아야, 괜찮니?” 이미 사람을 자신의 품에 꼭 안았지만 도윤은 여전히 식은땀이 났다.현재 지아의 상태는 너무나도 취약했기에 살짝 넘어져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지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나...”그녀는 지금 도윤에게 화를 낼 힘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왜 그래? 목마른 거야? 아니면 배고픈 거야? 나한테 말해 봐.”지아는 입을 열기가 좀 쑥스러웠다.“가, 가서 여자 간병인 좀 불러줘.”도윤은 즉시 지아의 뜻을 알아차렸고, 재빨리 그녀를 화장실로 안고 갔다. 지아는 어색하고 뻘쭘해서 그를 쫓아냈다.도윤은 문 앞에서 지키며 얼른 전화로 이 집사를 불렀고, 또 아침밥을 준비했다.지아는 간단히 씻는 것만으로도 모든 힘을 다 썼고, 도윤은 그녀를 침대로 부축했다.“지아야, 지금 내가 엄청 밉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우선 몸부터 생각해야지.”지아는 담백하고 입맛을 돋우는 죽을 바라보며 오히려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못 먹겠어.”“못 먹어도 좀 먹어, 자.” 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아를 달랬다.요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한 데다 또 밤까지 새워서 남자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고, 잘생긴 얼굴 역시 많이 초췌해졌다. 어젯밤 도윤은 병실에 있는 작은 침대에서 잤기에 지금 입은 비싼 셔츠까지 쭈글쭈글해졌다.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직 지아만을 챙겨주었다.지아는 그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의 기억 속 도윤은 줄곧 그녀를 무시한 매정한 남자였지만, 그녀가 깨어난 후, 도윤은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는 사랑꾼이었다.지아는 도윤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몰랐다. 그녀는 지금 남자가 탐낼 만한 그 아무것도 없었다.그녀가 멍을 때릴 때, 도윤은 죽을 먹여
도윤이 동작을 멈추자, 지아는 담담하게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도윤은 동작이 더욱 가벼워졌고, 감히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빠져야 할 머리카락은 계속 빠졌다.도윤은 마침내 2년 전 지아가 단발머리를 자른 이유를 깨달았다.지아가 가장 허약하고 아파할 때, 도윤은 그녀의 곁에 없었으니, 이번에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그렇게 가볍게 머리를 정리해 준 뒤, 도윤은 지아에게 외투를 걸쳤고, 그녀를 휠체어로 안았다. 떠나기 전, 도윤은 또 침대 세트를 바꾸라고 분부했다.여자들은 항상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도윤은 예전에 두 사람이 싸우기 전, 지아가 긴 머리를 가장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다.그때 그녀는 소박하고 우아한 치마에 집게핀으로 머리카락을 감아올렸다.도윤은 여전히 지아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말아올릴 수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 귀여운 표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예전의 지아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도윤은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도윤은 지아를 나무그늘 아래로 밀었는데, 그 앞은 바로 잔디밭이었고 일부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자유롭게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다.나뭇가지 위의 새들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있었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무척 아름다웠다.이때, 작은 노란 공이 지아의 앞으로 굴러갔다. 공 위에는 만화 캐릭터가 눈을 크게 뜬 채 헤벌쭉 웃고 있었다.“엄마...”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지아는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멜빵바지를 입은 한 남자아이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그날 거실에서 본 것과 달리, 지금 햇빛 아래에서 웃는 아이의 미소는 더욱 뚜렷해졌다.“얘가 바로 이지윤이야?”지아가 물었다.“응, 이것도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우리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 따서.”지윤은 지금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고, 짧은 다리를 아주 빠르게 내디
이 집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재빨리 와서 지아를 밀고 떠났다. 그리고 떠나기 전, 그녀는 한심한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지금 도련님은 또 뭐 하려는 거지? 작은 사모님과의 관계가 가까스로 좋아졌는데 왜 또 눈치 없게 분위기를 망친 거야.’이때 진환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지금 너무 조급해 하시지 마세요. 마음이 급할수록 상황은 더욱 엉망이 될 것입니다.”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지아가 살아갈 동력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난 지아가 계속 살아갈 희망이 있기를 바라거든. 지윤이를 보면 모성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대표님, 그냥 포기하세요. 사모님 지금 이렇게 되신 이상, 더는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 작은 도련님의 일은 앞으로 다시 이야기하시죠.”“그럴 수밖에 없겠군.”도윤은 몸을 웅크리더니 이채나를 안고 일어섰다. 비록 그는 백채원을 극도로 혐오했지만 이 아이는 전림의 유일한 아이였기에 도윤도 정성껏 돌볼 수밖에 없었다.이때 백채원은 휠체어를 밀며 그의 앞으로 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도윤 씨, 나도 그냥 소지아 씨 병문안 좀 보러 오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다른 뜻 없었어요.”“아빠, 엄마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채나도 쭈뼛쭈뼛 말했다.“착하다, 우리 채나.” 도윤은 이채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어찌된 일인지 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는데, 도윤이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네 사람이 함께 서 있으니 한 가족과 다름없었고, 지아는 그저 눈에 거슬리다고 생각했다.‘이게 바로 이도윤이 말한 사랑인가? 정말 웃겨.’이 집사는 급히 입을 열어 설득했다.“작은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도련님의 마음속에는 오직 사모님 한 사람 뿐입니다.”“이 집사, 앞으로 이런 말 좀 삼갔으면 좋겠어요.”지아는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그렇게 지아는 다시
이 집사는 지아를 설득하려 했지만 지아는 오히려 손을 흔들었다.“나 좀 쉬고 싶으니까 그 남자 들여보내지 마요. 난 그 남자 꼴도 보기 싫으니까.”“알겠습니다.”이 집사는 지아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다음 방을 떠났다. 문밖에서 도윤은 지윤을 안고 있었는데, 지윤의 얼굴에는 커다란 눈물이 맺혀 있어 유난히 불쌍해 보였다.“아빠, 나 엄마 보고 싶어요.” 지윤은 도윤의 옷깃을 잡으며 불쌍하게 말했다. 그는 곧 3살이 되어 갔기에 이미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그는 엄마를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아직도 어린 지윤은 예전에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준 엄마가 왜 지금은 이렇게 무섭게 변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단지 엄마가 안아주기를 원하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도윤은 한손으로 지윤을 안았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엄마는 지금 아파서 널 안아줄 수 없어.”“엄마가 아파요?” 지윤은 맑은 같은 눈을 굴리며 말했다.“정말이에요?”말하면서 지윤은 감기에 걸린 척 기침을 했고 도윤은 그의 코를 가볍게 긁었다.“엄마 지금 많이 아프거든.”“그럼 약 먹고 주사 놓아야 해요.”“그래, 약 먹으면 엄마도 많이 좋아질 거야.”도윤은 소리 없이 탄식했다.“이제 아빠가 집으로 데려다줄게.”두 사람이 화원을 지나가다 지윤은 무언가 생각난 듯 화원에 활짝 핀 꽃을 가리킨 다음 또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화환, 아빠, 엄마 전에 꽃으로 만든 화환 썼잖아요.”이 말을 듣자, 도윤은 마음이 더욱 아팠다. 1년 여전의 일이었지만 뜻밖에도 지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니.그들 세 식구가 야외에서 캠핑을 할 때, 도윤과 지윤은 많은 들꽃을 따서 화환을 엮었고 지아에게 씌워주었다.지윤은 비록 어리지만, 그날 자신의 어머니가 화환을 쓰고 즐겁게 웃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도윤은 그런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꽃 따러 가요.” 지윤은 도윤이 마음이 아프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고, 얼른 화원에 달려가 예쁜 꽃
지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아마 정말 궁지에 몰렸을지도 모르죠. 그렇지 않으면 누가 심심해서 병원의 꽃까지 훔치려 하겠어요.”“제 생각에는 지금 기본이 틀려먹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아가씨, 이제 그만 푹 쉬세요.”간호사가 문을 닫고 떠나자, 지아도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이때, 그녀는 문이 다시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지아는 졸음이 몰려와서 확인할 힘이 없었다.지아는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도리어 곁에서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났다. ‘머리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의사 선생님이 아닌가?’생각하다 지아는 눈을 떴고 둥글고 큰 두 눈과 마주쳤다. 그 정교한 작은 얼굴은 지아가 깨어난 것을 보고 쑥스러움을 드러냈다.“엄마, 화환.”지윤은 화환을 바르게 씌워주려고 애를 썼고, 작은 손은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너구나.” 지아는 가볍게 중얼거리며 시선은 어린아이의 손에 있는 그 화환에 떨어졌다. 지아는 멈칫했다.‘설마, 방금 간호사가 말한 그 꽃도둑이 이도윤과 이 아이라고? 두 사람 대체 뭐 하려는 거지?’지아는 어이가 없었다.지아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고, 지윤은 천천히 작은 침대에 올라가 지아의 품에 안겼다.“엄마, 보고 싶었어요.”지아의 심장은 마치 무언가에 찔린 것 같았고, 따뜻함을 느끼는 동시에 무척 아팠다.그녀는 꼬마가 왜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지 몰랐지만, 지아는 지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그마한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지아의 마음이 사르르 녹기 시작했다.꼬마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지아를 위해 화환을 똑바로 씌워 주었다. 그리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는데, 특히 그 보조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엄마, 빨리 나아야 해요.”지아는 더 이상 지윤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순진한 미소에는 아무런 다른 감정도 섞이지 않았다.지아가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끄덕이자, 꼬마는 매우 기뻐해하며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한 다음 얼른 달아났다.
지윤은 지금 스스로 사고를 할 수 있었기에 백채원에게 얻어맞은 후, 우는 대신 오히려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고, 백채원이 왜 자신을 때렸는지 몰랐다꼬마의 조그마한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나타나더니 오른쪽 얼굴은 새빨갛게 붓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백채원은 화가 즉시 가셨고 곧바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얼른 아이를 품에 안았다.“지윤아, 많이 아파? 엄마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그녀는 지아를 뼈에 사무치게 원망했지만, 지아가 곧 죽을 것이란 생각에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백채원은 기뻐해하며 말했다. “이제 그 미친 여자도 곧 죽을 거야.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 지윤아, 이제 아빠가 다시 돌아올 거야. 넌 도윤 씨와 많이 닮았으니 앞으로 꼭 그의 앞에서 잘 보여야 해. 그래야 아빠도 엄마에게 좀 더 잘해 줄 수 있어.”백채원은 수많은 일을 겪은 후, 정신이 아주 비정상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툭하면 웃다가 울었고, 또 흥분해지면 아예 미쳐버렸기에 지윤은 갈수록 눈앞의 여자가 두려웠다. 커다란 두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서 지윤은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이때, 주은청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는데, 지윤의 작은 얼굴이 빨갛고 부은 것을 발견했다.전에 백채원은 정서가 불안정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지윤의 엉덩이를 때렸지만, 지금까지 아이의 얼굴을 때린 적이 없었다.이는 지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본 주은청으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했다.“뭘 봐?” 그러나 백채원은 심지어 개의치 않았다.“내가 내 아들 때리는 게 뭐가 어때서? 왜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거야?”주은청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작은 도련님이 도대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고 싶습니다. 어찌 세 살도 안 된 아이의 뺨을 때리실 수 있습니까? 작은 도련님이 얼마나 착하고 얌전한데, 그런 도련님을 아끼시긴커녕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있습니까?”“닥쳐,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대들어?”백채원은 일어서서 주은청을 때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