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는 곧 다가올 자신의 미래가 무엇인지 몰랐다. 그녀가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건우가 도시락통을 들고 들어왔다.“선배, 나 못 먹겠어요.”“그래도 좀 먹어. 넌 지금 몸이 너무 허약해서 자신의 면역력을 증강하여 암세포와 맞서야 하거든. 이건 보신탕인데 조금이라도 마셔.”건우는 지아에게 도윤이 특별히 만든 것이라 말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아는 절대로 먹지 않을 것이다.지아도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선배, 나 기억을 잃어서 그런데, 예전의 일에 대해 알려주면 안 돼요?”건우는 지아가 기억을 잃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아 말문이 막혔다. ‘어쩐지 좀 이상했더라니.’“그럼 어떻게 기억을 잃은 거지?”지아는 도윤 그 거짓말쟁이를 떠올렸다. 그때 그가 한 말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었다.“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난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죠?”건우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너야 당연히 어릴 때부터 아주 우수했지. 몇 번이나 월반해서 대학에 다닐 때, 넌 18살도 채 되지 않았어. 그리고 사람들은 널 천재라 불렀고. 네가 학교에 입학한 날부터 난 널 알게 되었는데, 그때의 넌 마치 태양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어. 우리 과 교수님도 전부터 네가 재능이 가장 타고난 학생이라며 앞으로 의학계를 뒤흔들 것이라 말한 적까지 있어. 그러나 아쉽게도…”“뭐가요?”“아쉽게도 넌 한 남자를 위해 학업을 포기했어.”이 말을 듣고 지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쉽게 사랑에 빠질 수 있는 타입이 아니라고 느꼈다.“그 남자, 설마 이도윤인가요?”“응, 그런데 그때 너희들은 비밀 결혼을 했고, 아무도 네가 그의 아내란 것을 몰랐어. 몇 년 후, 난 병원에서 널 다시 만났는데, 네 아버지의 상태가 위중해서 입원했어. 넌 자주 병원에 와서 바쁘게 돌아쳤기에 결국 자신도 병이 난 거야.”지아는 건우의 눈을 응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예전의 난 그 남자를 엄청 사랑했나요?”“뼛속까지 깊게 사랑했지. 심지어 약간… 비굴할 정도로.”건우는
지아는 눈빛이 차가웠다.“이거 그 남자가 결정한 거 맞죠?”“응, 그 사람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애를 엄청 쓰더라. 네 몸에 있는 암세포는 빨리 확산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약물치료는 도박과 같았다. 이기면 종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좋아질 것이고, 지면 그녀는 더 빨리 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죽기 전에 지아는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것이다.건우는 입술을 핥으며 조심스럽게 설명했다.“그 사람은 네가 살길 원해. 지아야, 나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어. 마치 2년 전처럼 말이야. 당시 난 네가 3개월에서 반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단언했지만 그때 약물치료의 효과는 아주 좋았고, 후에 병세까지 점차 안정되었어. 어쩜 이번에도…”“선배, 호의인 건 알겠지만… 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지아는 2년 전에 이 말을 할 때 슬픔이 가득했다. 그것은 생활의 부담에 억눌려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지금의 지아는 마치 세상만사를 다 겪은 것처럼 차분했다. 절의 스님처럼 그녀는 욕심도, 희망도 그리고 슬픔도 기쁨도 없었다.“난 아버지를 잃었고 가문까지 파산했어요. 그리고 내 아이조차 날 떠났고 지금은 심지어 행복한 결혼생활까지 거짓이란 것을 발견했죠. 난 더 이상 이 세상에 미련이라곤 없단 말이에요.”“지아야, 그렇게 말하면 안 돼. 개미도 살아나갈 이유가 있는데, 왜 굳이 자포자기하려는 거야.”“선배, 난 자포자기하는 게 아니라 하늘의 뜻을 따르는 거예요.”지아는 약물치료를 거부했고 심지어 건우까지 내쫓으려 했다. 이때, 병실 입구에 도윤이 나타났는데, 그는 손에 친자 확인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만약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면, 내가 하나 찾아주지.”지아는 도윤을 만나는 것을 배척했는데, 그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몰랐다.그는 검사 보고서를 건넸고, 지아는 그것이 자신과 지윤의 이름이 적힌 친자 확인 보고서란 것을 발견했다.‘이지윤? 이도윤이랑 똑같이 생긴 그 아이?’위에는 그녀가 바로 지윤의 어
“소지아, 너 정말 죽었어야 했어.”이 한 마디가 지아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더니, 그녀는 예전의 비천했던 자신과 도도한 도윤을 보았다.‘그때 이도윤은 날 믿었었나?’‘날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쓰레기를 보는 것과 같았는데.’‘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날 이토록 혐오했던 것일까?’이런 일들을 생각하니, 머리에서 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지아는 아파서 어쩔 바를 몰랐다.“지아야, 왜 그래? 위가 또 아픈 거야?”도윤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지아는 애써 눈을 들어 도윤을 바라보더니 오히려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는데, 눈빛은 무척 사늘했다.“이도윤, 너 정말 죽었어야 했어.”도윤은 표정이 굳어졌고, 다음 순간, 지아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내가 죽기를 원하지 않았어? 그래, 치료를 포기하면 나도 곧 네가 원하는 대로 죽게 될 거야.”지아는 또 무언가를 기억해 낸 게 분명했다. 도윤은 황공하면서도 불안했는데, 이는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었다.“지아야, 과거에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었어. 그러나 그 오해는 다 지나갔으니까 더 이상 생각하지 마. 난 지금 네가 잘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야.”“만약 내가 치료를 거부한다면?”“지아야, 약물치료를 받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도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거야. 지금 우리는 더 좋은 방법이 없으니까 나에게 시간을 좀 더 줘, 응? 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널 구할 거야.”그러나 도윤이 무슨 말을 해도 지아는 듣고 싶지 않았다.“필요 없어.”“지아야,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나 정말 무슨 짓 할지 몰라.” 도윤은 손을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살짝 붉어진 눈시울은 점차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도윤, 난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없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할 권리는 있어. 날 놓아줘. 남은 시간 동안은 사람처럼 지내고 싶으니까.”그러나 도윤도 양보하려 하지 않았다.“지아야, 미안. 널 살리는 게 내 가장 큰 소원이라서.”그리고 그
중간에 지아는 도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약효 때문에 그녀는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아찔하며 구역질이 나더니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다.도윤은 재빨리 지아를 부축하며 침대에 눕혔다.“지아야, 함부로 움직이지 마.”그녀는 움직이고 싶어도 힘이 없었는데, 움직이기만 하면 온 세상이 빙빙 돌아서 지아는 눈을 꼭 감고 이런 불편함을 완화시킬 수밖에 없었다.약물치료를 받는 시간은 보통 링거를 맞는 시간보다 훨씬 길었고, 어둠의 장막이 내린 후에야 지아는 마지막 링거를 다 맞았다.그동안 도윤은 줄곧 인내심을 가지고 지아와 함께 했지만, 그녀가 약효를 견딜 수 없을까 봐 불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지아는 비록 몸이 허약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쭉 버텼다.이때의 지아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고 익숙한 느낌이 다시 엄습했다. 그녀는 심지어 눈을 뜨지도 못했는데, 머리까지 심하게 어지러웠다.도윤은 건우에게 물었다.“지아가 처음으로 약물치료를 받았을 때도 이런 반응을 보였는가?”“맞아요, 지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어요. 많은 환자들은 치료를 다 받기도 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지만 지아는 적어도 끝까지 버텼거든요. 그 후 3일은 부작용이 가장 심할 때라, 또 3일이 지난 후에야 불편함이 점차 줄어들 거예요. 그렇게 21일이 한 주기이니 다음에는 21일 후에 치료를 진행하면 돼요. 물론 그 전에 이번의 효과와 지아의 상태를 확인해야 하죠.”도윤은 침대에 누워 꼼짝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보면서 마음속의 죄책감이 재차 깊어졌다.“오늘은 그런대로 괜찮을 거지만 내일부터 점점 더 괴로울 거예요. 지아가 물을 많이 마셔 독소를 배출하도록 꼭 독촉해요. 그리고 요 며칠 단백질을 많이 보충해 주고요. 약물치료를 진행한 후, 신체의 각종 지표, 예를 들면 백혈구와 적혈구의 수량이 빠르게 떨어질 텐데, 이때 지아는 메스껍거나 속이 뒤집혀서 음식을 먹지 않을 거예요. 그럼 대표님은 꼭 지아에게 먹으라고 타일러야 해요. 그리고 각종
도윤은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인기척을 들었다. 고개를 들자, 지아가 땅에 넘어지는 것을 보고 그는 재빨리 달려가 지아를 안았다.“지아야, 괜찮니?” 이미 사람을 자신의 품에 꼭 안았지만 도윤은 여전히 식은땀이 났다.현재 지아의 상태는 너무나도 취약했기에 살짝 넘어져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지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나...”그녀는 지금 도윤에게 화를 낼 힘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다.“왜 그래? 목마른 거야? 아니면 배고픈 거야? 나한테 말해 봐.”지아는 입을 열기가 좀 쑥스러웠다.“가, 가서 여자 간병인 좀 불러줘.”도윤은 즉시 지아의 뜻을 알아차렸고, 재빨리 그녀를 화장실로 안고 갔다. 지아는 어색하고 뻘쭘해서 그를 쫓아냈다.도윤은 문 앞에서 지키며 얼른 전화로 이 집사를 불렀고, 또 아침밥을 준비했다.지아는 간단히 씻는 것만으로도 모든 힘을 다 썼고, 도윤은 그녀를 침대로 부축했다.“지아야, 지금 내가 엄청 밉다는 거, 나도 알아. 하지만 우선 몸부터 생각해야지.”지아는 담백하고 입맛을 돋우는 죽을 바라보며 오히려 구역질이 났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못 먹겠어.”“못 먹어도 좀 먹어, 자.” 도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내심을 가지고 지아를 달랬다.요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한 데다 또 밤까지 새워서 남자의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고, 잘생긴 얼굴 역시 많이 초췌해졌다. 어젯밤 도윤은 병실에 있는 작은 침대에서 잤기에 지금 입은 비싼 셔츠까지 쭈글쭈글해졌다.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직 지아만을 챙겨주었다.지아는 그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녀의 기억 속 도윤은 줄곧 그녀를 무시한 매정한 남자였지만, 그녀가 깨어난 후, 도윤은 오직 그녀만을 바라보는 사랑꾼이었다.지아는 도윤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몰랐다. 그녀는 지금 남자가 탐낼 만한 그 아무것도 없었다.그녀가 멍을 때릴 때, 도윤은 죽을 먹여
도윤이 동작을 멈추자, 지아는 담담하게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 도윤은 동작이 더욱 가벼워졌고, 감히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래도 빠져야 할 머리카락은 계속 빠졌다.도윤은 마침내 2년 전 지아가 단발머리를 자른 이유를 깨달았다.지아가 가장 허약하고 아파할 때, 도윤은 그녀의 곁에 없었으니, 이번에 그는 누가 뭐라 해도 그녀를 지키고 싶었다.그렇게 가볍게 머리를 정리해 준 뒤, 도윤은 지아에게 외투를 걸쳤고, 그녀를 휠체어로 안았다. 떠나기 전, 도윤은 또 침대 세트를 바꾸라고 분부했다.여자들은 항상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도윤은 예전에 두 사람이 싸우기 전, 지아가 긴 머리를 가장 좋아했던 것을 떠올렸다.그때 그녀는 소박하고 우아한 치마에 집게핀으로 머리카락을 감아올렸다.도윤은 여전히 지아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말아올릴 수 있다며 자랑스럽게 말하던 그 귀여운 표정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예전의 지아는 말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어 도윤은 그녀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도윤은 지아를 나무그늘 아래로 밀었는데, 그 앞은 바로 잔디밭이었고 일부 환자와 그들의 가족들은 자유롭게 햇빛을 만끽하고 있었다.나뭇가지 위의 새들은 재잘재잘 지저귀고 있었고,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니고 있으니 무척 아름다웠다.이때, 작은 노란 공이 지아의 앞으로 굴러갔다. 공 위에는 만화 캐릭터가 눈을 크게 뜬 채 헤벌쭉 웃고 있었다.“엄마...”앳된 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지아는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멜빵바지를 입은 한 남자아이가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그날 거실에서 본 것과 달리, 지금 햇빛 아래에서 웃는 아이의 미소는 더욱 뚜렷해졌다.“얘가 바로 이지윤이야?”지아가 물었다.“응, 이것도 네가 지어준 이름이야. 우리 각자의 이름에서 한 글자 따서.”지윤은 지금 자유롭게 달릴 수 있었고, 짧은 다리를 아주 빠르게 내디
이 집사는 멀지 않은 곳에서 지키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재빨리 와서 지아를 밀고 떠났다. 그리고 떠나기 전, 그녀는 한심한 눈빛으로 도윤을 바라보았다.‘지금 도련님은 또 뭐 하려는 거지? 작은 사모님과의 관계가 가까스로 좋아졌는데 왜 또 눈치 없게 분위기를 망친 거야.’이때 진환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대표님, 지금 너무 조급해 하시지 마세요. 마음이 급할수록 상황은 더욱 엉망이 될 것입니다.”도윤은 한숨을 내쉬었다.“난 지아가 살아갈 동력이 없을까 봐 걱정돼서 그래. 난 지아가 계속 살아갈 희망이 있기를 바라거든. 지윤이를 보면 모성애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내 뜻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아.”“대표님, 그냥 포기하세요. 사모님 지금 이렇게 되신 이상, 더는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 작은 도련님의 일은 앞으로 다시 이야기하시죠.”“그럴 수밖에 없겠군.”도윤은 몸을 웅크리더니 이채나를 안고 일어섰다. 비록 그는 백채원을 극도로 혐오했지만 이 아이는 전림의 유일한 아이였기에 도윤도 정성껏 돌볼 수밖에 없었다.이때 백채원은 휠체어를 밀며 그의 앞으로 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도윤 씨, 나도 그냥 소지아 씨 병문안 좀 보러 오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말 다른 뜻 없었어요.”“아빠, 엄마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채나도 쭈뼛쭈뼛 말했다.“착하다, 우리 채나.” 도윤은 이채나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어찌된 일인지 지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는데, 도윤이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으로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네 사람이 함께 서 있으니 한 가족과 다름없었고, 지아는 그저 눈에 거슬리다고 생각했다.‘이게 바로 이도윤이 말한 사랑인가? 정말 웃겨.’이 집사는 급히 입을 열어 설득했다.“작은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도련님의 마음속에는 오직 사모님 한 사람 뿐입니다.”“이 집사, 앞으로 이런 말 좀 삼갔으면 좋겠어요.”지아는 듣기만 해도 구역질이 났다.그렇게 지아는 다시
이 집사는 지아를 설득하려 했지만 지아는 오히려 손을 흔들었다.“나 좀 쉬고 싶으니까 그 남자 들여보내지 마요. 난 그 남자 꼴도 보기 싫으니까.”“알겠습니다.”이 집사는 지아에게 이불을 잘 덮어준 다음 방을 떠났다. 문밖에서 도윤은 지윤을 안고 있었는데, 지윤의 얼굴에는 커다란 눈물이 맺혀 있어 유난히 불쌍해 보였다.“아빠, 나 엄마 보고 싶어요.” 지윤은 도윤의 옷깃을 잡으며 불쌍하게 말했다. 그는 곧 3살이 되어 갔기에 이미 자신의 의사를 완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그는 엄마를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아직도 어린 지윤은 예전에 자신을 다정하게 안아준 엄마가 왜 지금은 이렇게 무섭게 변했는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도 단지 엄마가 안아주기를 원하는 어린아이일 뿐이었다.도윤은 한손으로 지윤을 안았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엄마는 지금 아파서 널 안아줄 수 없어.”“엄마가 아파요?” 지윤은 맑은 같은 눈을 굴리며 말했다.“정말이에요?”말하면서 지윤은 감기에 걸린 척 기침을 했고 도윤은 그의 코를 가볍게 긁었다.“엄마 지금 많이 아프거든.”“그럼 약 먹고 주사 놓아야 해요.”“그래, 약 먹으면 엄마도 많이 좋아질 거야.”도윤은 소리 없이 탄식했다.“이제 아빠가 집으로 데려다줄게.”두 사람이 화원을 지나가다 지윤은 무언가 생각난 듯 화원에 활짝 핀 꽃을 가리킨 다음 또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화환, 아빠, 엄마 전에 꽃으로 만든 화환 썼잖아요.”이 말을 듣자, 도윤은 마음이 더욱 아팠다. 1년 여전의 일이었지만 뜻밖에도 지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니.그들 세 식구가 야외에서 캠핑을 할 때, 도윤과 지윤은 많은 들꽃을 따서 화환을 엮었고 지아에게 씌워주었다.지윤은 비록 어리지만, 그날 자신의 어머니가 화환을 쓰고 즐겁게 웃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도윤은 그런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심장이 아팠다.“꽃 따러 가요.” 지윤은 도윤이 마음이 아프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고, 얼른 화원에 달려가 예쁜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