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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작가: 김나비
심예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이남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도 그녀가 보물을 바치듯 그 고급 도자기들을 찍어 자신의 앞에 놓았을 때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남수 때문에 심예지는 타고난 도도함을 애써 참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득의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남수 오빠, 한번 봐봐. 이건 그 유명한 대가의 그림이야, 내가 큰 힘을 들여서 찍었어.”

그때의 심예지는 눈빛이 별처럼 반짝였고, 또 하늘의 태양처럼 도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부터 변했을까? 예전의 뜨거운 태양은 휘영청 밝은 차가운 달로 변했고, 눈빛에는 심지어 이남수에 대한 집착이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소장품들을 싼값에 팔겠다는 말까지 할 수 있었다.

“심예지!”

이남수는 자기도 모르게 화가 났다.

심예지는 나른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왜, 내가 자신의 물건을 처리하겠다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이남수가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심예지는 또 차갑게 한마디 덧붙였다.

“의견 있어도 참아! 내 돈으로 내가 샀는데,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말을 마치자 심예지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이남수는 그녀가 떠나는 방향을 바라보며 마음속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임수경도 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남자는 항상 이랬다. 전에 심예지가 매달릴 때, 그는 소중히 여기지 않았지만 이제 심예지가 그에게 감정이 없는 것을 보고 이남수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았다.

“남수 오빠, 언니 나한테 화난 거 아니야? 아니면 우리 이 방 포기하자. 위층도 괜찮은 것 같아.”

“아니야, 마음에 들면 그냥 여기서 지내.”

이남수는 임수경을 달래며 마음속의 그 괴이한 느낌을 뿌리쳤다.

임수경은 코를 들이마시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럼 이따 언니에게 사과하러 갈게.”

“그 여자 상관하지 마. 성질이 더러운 건 여전해.”

이남수는 차갑게 말했고 임수경은 그의 품에 안겨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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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린은 잠시 멍해졌지만 곧 평소처럼 순종적인 태도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예린이 대답하자 조경선이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다른 사람이었다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예린은 조경선의 곁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기에 그녀의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사모님,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이만 나가 봐.”예린은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위험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고, 재빨리 몸을 돌려 조경선이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 탕!총성이 울렸고, 예린은 고개를 돌려 겨우 총알을 피했다.조금만 늦었어도 예린은 이미 조경선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었다. “사모님, 저한테 왜 이러세요?”예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조경선을 바라보았다. 조경선은 총을 쥔 손으로 예린을 겨누며 시원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마 예린이 도망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네가 소시후를 짝사랑하는 걸 내가 모를까 봐? 그 사람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정말 그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저를 시험하셨군요!”예린은 자신이 오랜 세월 충성을 바쳤는데도 믿음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래, 너는 아주 잘 쓰이던 꼭두각시였지. 하지만 이제 더는 쓸모가 없어. 편히 죽으라고!” 조경선이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별장 전체에 안전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침입자 발견!” 조경선이 표정을 구기며 소리쳤다.“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예린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모님도 아셨잖아요,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걸요. 하지만 제가 그 사람을 위해 뭔가 할 거라는 건 예상하지 못하신 모양이네요. 지금쯤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소 대표님을 구하러 갔을 거예요.”“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것!” 예린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사모님께서 가르쳐주신 거잖아요. ‘여자는 강해지지 않으면 자리를 지킬 수 없다’고요.” “빌어먹을!”한편, 시후는 사람들을 데리고 별장을 침입했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9화

    “약? 내가 약을 왜 먹어? 난 하나도 안 아프다고!” 어디서 자극을 받은 건지 조경선은 갑자기 예린을 세게 밀쳐냈다. “사모님 겁내지 마세요. 저예요.” 조경선의 흐릿한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을 잡기 시작했고, 표정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래, 내가 키운 아이구나. 네가 날 해칠 리가 없지.” 조경선은 약을 삼키고 물 한 잔을 마셨다. “소씨 가문은 어떻게 됐지?” “여전히 난장판이에요. 상속권 문제로 서로 심하게 다투고 있고, 시월 아가씨는 깊이 연루되어 있죠. 지금까지 나타난 증거로는 시월 아가씨가 불리한 상황이지만, 혈액형 유전법칙은 최근 들어 완벽하지 않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어서 무조건 신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에요. 게다가 소 대표님이 없는 상황에서는 DNA 검사를 진행할 수도 없고요.” 조경선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한숨을 쉬었다.“그런 변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 “사모님, 아주 피곤해 보이시는데, 잠깐이라도 쉬는 게 어떠세요? 여기는 제가 지킬게요.” “아니야, 침입자가 있으니 내가 직접 지켜야 해. 너는 우리가 언제든 여길 떠날 준비를 해 둬. 여긴 이미 안전하지 않아.”“알겠습니다.”예린은 공손히 물러났지만, 조경선이 마신 물에 약을 섞어 두었다.몇 분 후, 조경선이 잠에 들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예린은 먹을거리 몇 가지를 준비해 다시 방으로 향했다.문에 다다르자, 조경선이 통화 중인 소리가 들려왔다. 조경선은 약간 진정된 상태였지만, 완전히 침착하지는 않은 듯했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멍청한 녀석, 지금이 절호의 기회야. 지금 당장 소시언과 소시하를 없애버리고 이 모든 걸 다른 방계의 사람들에게 뒤집어씌워. 한 명은 팔이 부러지고,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으니, 지금이 손쉽게 처리할 때라고!!” “나는 소임호가 평생 고통 속에 살게 할 거야!” 예린은 문 앞에서 몸이 굳어버렸다.소씨 가문의 몇몇 형제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처음엔 다른 적들의 소행인 줄 알았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8화

    예전에 예린은 두 사람 사이의 도화선이었지만, 이제는 도윤이 예린을 포기한 셈이었다.도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아는 도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아가 도윤의 손을 잡고 말했다.“많이 아프지?” “당신이 그때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자기야, 난 괜찮아. 이젠 우리 모두 어른이 되었잖아. 그 애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나도 다른 방법이 없어. 게다가 이번에는 나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자기야, 만약 예린이가 이번에 정말로 당신 아버지를 구해낸다면, 과거에 당신에게 진 빚을 갚은 걸로 생각해 줄 수 있을까?”도윤은 중간에 끼어 있는 입장에서 아주 괴로웠다.예전에 도윤과 그의 가족이 지아에게 저지른 일은 여전히 도윤의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상처였다. ‘살아 있는 동안에 어떻게든 이 상처를 풀고 싶어.’ 이제 많은 일은 겪은 지아는 더 이상 예전의 소녀가 아니었다. 지아는 예린이 이번 일에 목숨을 걸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 아가씨가 더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말이야.” 도윤은 오빠로서 무력감을 느꼈다.만약 소임호가 그 별장 안에 있지 않았다면, 도윤은 어떤 폭력적인 방법도 서슴지 않았을 것이었다. 비록 살아 있는 증인을 얻지 못한다고 해도, 그곳에 있는 적을 철저히 없애버렸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소임호의 존재는 도윤이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시언조차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윤은 더욱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제 그 복잡한 매듭을 풀어야 할 사람은 예린이었다.운명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다. 예전에 예린이 지아에게 빚진 것을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갚아야만 했다. 두 사람 모두 피곤했지만, 한 명은 아버지의 문제로, 다른 한 사람은 여동생의 문제로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도윤이 지아의 손을 맞잡고 말했다.“같이 기다려 보자.”“그래.”날이 밝으면 결과가 나올 것이었다. 한편, 시후는 초조한 시간을 보내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7화

    지아는 오랜 세월 도윤과 함께해 온 만큼, 도윤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당신,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아니야?” “혹시 우리 아빠 쪽에서 무슨 새로운 소식이라도 있는 거야?” 도윤은 손을 들어 지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니야, 소식이 있으면 당신한테 제일 먼저 알려줄게. 당신, 요즘 제대로 쉬지도 못했잖아. 좀 쉬어, 다 내가 알아서 할게.” 지아는 원래 잠이 오지 않았지만, 몸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그녀에게 계속 경고하고 있었다.지아는 한숨을 쉬고는 방으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지금 지아는 몹시 초조했고, 소씨 가문과 아버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씨 가문은 이미 복잡한 소용돌이가 되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도윤은 지아를 부드럽게 다독였고, 지아가 깊이 잠들 때까지 곁에 있었다. 도윤이 핸드폰을 꺼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는데, 전화를 건 사람은 진환이었다. [보스, 방금 미행 중인 사람이 보고했습니다. 아가씨께서 얼굴을 바꾸고 변장한 채, 도시 외곽에 있는 별장으로 가셨답니다.]도윤의 사람들은 이미 소임호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별장은 이미 위험한 장소로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예린은 호랑이가 있는 산을 알면서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예린은 도윤의 사람으로서, 이렇게 큰일은 당연히 그의 허락을 구해야만 했다. “알고 있어.”[그럼 아가씨를 막아야 할까요? 거긴 정말 위험합니다.]도윤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둥근 달을 바라보았다. 달빛은 아름다웠지만, 그 달빛 아래의 세상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도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그럴 필요 없어. 걔는 이미 어른이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잘 알고 있으니,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해.”[하지만...]“이번 일에는 우리가 개입할 필요 없어. 살든 죽든, 그건 걔의 운명이니까.” [알겠습니다.]진봉도 도윤의 의도를 이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6화

    이예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 엄마가 저를 사랑하신다니, 그걸로 됐어요.” 이는 모녀간의 응어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예린은 심예지를 밀어내고, 눈앞의 여인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고향에 돌아와서인지, 심예지는 예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였다. “엄마,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엄마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서 남은 삶은 잘 살아가세요. 더는 엉뚱한 사람들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아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엄마는 너를 다시 찾은 게 가장 큰 행복이야. 앞으로 이 엄마의 가장 큰 소원은 너와 네 오빠가 평생 행복하고 안전하게 사는 거란다.” 예린은 심예지의 말에 점점 마음이 흔들렸다. ‘여기 더 머물다가는 떠나지 못할 것 같아.’ “저는 단지 소씨 가문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생각이 조금 많아졌을 뿐이에요. 엄마, 오늘 아주 피곤하셨을 텐데 이만 돌아가서 쉬세요. 저는 조금 걷고 올게요.” “그래, 너무 늦지 않게 들어오렴.” 심예지는 예린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예린이 급히 떠난 후, 심예지는 딸의 말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우리 모녀가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고, 그동안 예린이는 대부분 침묵 속에 지냈어. 그런 예린이가 오늘은 왜 갑자기 그런 말을 했을까?’ ‘더구나 방금 그 말은 작별 인사 같았는데...’ 심예지는 어린아이가 아니었기에, 곧바로 의심을 품고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실, 도윤은 심예지가 예린을 몰래 데려온 일을 일부러 눈감아주고 있었다.“도윤아, 네가 여전히 예린이를 미워한다는 건 알지만, 그 아이는 결국 네 친여동생이야. 너는 그동안 그 아이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모를 거야. 이 엄마는 그 아이가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 봐 너무 무섭단다.” [알겠어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도윤은 전화를 끊고서 최근 소씨 가문에서 일어난 일들을 떠올렸고, 이내 예린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소 선생님을 도우려는 걸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5화

    이예린은 비록 나이가 많지 않았지만, 노련한 태도로 전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새로운 곳에 와서 그런지 잠이 안 오네요. 좀 걸으려고요.” “네 오빠도 여기 있잖니. 그 아이가 네가 나가는 걸 보면 분명히...” 이예린은 곧장 심예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오빠가 제 손발이 이미 회복된 걸 모를 거라고 생각하세요?” “오빠가 정말 저를 죽이고 싶었다면, 이미 3년 전에 끝냈을 거예요. 하지만 오빠는 누군가처럼 사랑에 눈이 멀어버리는, 마음 여린 사람이라고요.” 당시 도윤은 예린을 죽이지 않고, 단지 손과 발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그것만으로 지아를 위해 복수를 한 셈이었다.더구나 지아는 죽지 않았기에, 도윤은 더 이상 예린을 해치지 않았다.“너는 전혀 우리를 닮지 않은 모양이구나.”예린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사실, 사랑에 눈이 멀어버리는 것은 그들 가문에 흐르는 피와 같았다.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도윤도 그러했으며, 예린도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시후가 예린을 구해준 순간부터, 예린은 자신의 목숨이 영원히 시후의 것임을 알았다. “그래, 주변에서만 걸어 다니렴. 괜한 문제는 일으키지 말고.” “알겠어요.”예린은 몇 발짝 걸어가다가 멈추더니, 뒤돌아 심예지를 바라보았다.“엄마.”심예지는 온몸이 굳어버렸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예린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니?” 심예지는 지난 몇 년 동안 예린에게 모든 것을 맞춰주었지만, 예린은 늘 과묵했으며, 좀처럼 말하지 않았다. 예린은 태도마저 차갑고 무관심했기에, 심예지는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저 여생 동안 속죄할 기회가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심예지는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예린의 입에서 나온 ‘엄마’라는 단어는 너무나 큰 의미를 지니는 듯했다.심예지는 그 자리에서 눈물이 차올랐고, 다시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뭐... 뭐라고?”“엄마.”이번에는 예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4화

    전화를 받은 이예린은 당황해서 더듬거리며 말했다.[말씀만 해주세요. 제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겠어요.]이 대답은 시후가 예상한 대로였다. 과거에도, 그리고 얼마 전에 재회했을 때도, 예린은 시후를 볼 때마다 두려워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평소의 당당한 이예린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시후는 연애 경험은 없었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유형의 여성을 접해왔다. 그래서 예린이 단순히 자신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것 외에도, 깊은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예린이 이씨 가문의 아가씨라 할지라도, 시후 앞에서는 늘 자신감 없는 태도를 보였으니 말이다. 예린은 시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며, 늘 자격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시후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제가 선생님의 아버지를 구출하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할 수 있겠어?”시후는 예린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지만, 속으로는 그녀가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예린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어려울 순 있겠지만, 반드시 해낼게요.]예린은 나이가 어리지만 결단력이 있었다. 예린의 대답에 시후는 한결 안도했다.“뭐든 얘기해줘. 최선을 다해서 널 도울게.”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저 혼자로도 충분하니까요. 사람이 많아지면 오히려 적에게 이상한 낌새만 줄 뿐이에요.]시후는 곧 이예린의 놀라운 능력을 직접 보게 되었다. 예린은 명석한 두뇌와 치밀한 계획, 냉혹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만약 예린이 적이었다면, 정말로 두려운 상대가 되었을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양지운이 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떻게 됐습니까?” “우리 사람들을 철수시켜.” “그 여자의 말을 믿으시는 거예요? 오랜 세월 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인데요.” 시후는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때로는 은혜 하나만으로도 평생 기억되는 법이지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583화

    이 말을 할 때 조경선의 얼굴은 거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고, 입가에는 미친 듯한 웃음이 번졌다.“꼭 살아남아서, 그 모든 걸 똑똑히 지켜보도록 해.” 조경선은 다시 소임호에게 영양제를 주사했다. 소임호는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는데, 조경선과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남은 힘을 모두 소진한 것 같았다. 소임호가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병약한 모습을 보자, 조경선은 결국 자신이 원하던 것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조경선은 수년간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계획해 왔다.조경선이 상상했던 장면은 소임호가 무릎을 꿇고 자신에게 애원하며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임호를 붙잡고 나서도, 소씨 가문이 이렇게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소임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살 시도까지 했으니, 조경선의 분노를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온 힘을 다해 날린 주먹이 솜사탕에 파묻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조경선의 가슴속은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 그토록 오랜 시간 공들여 계획했지만, 조경선은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조경선은 뼛속 깊이 소임호를 증오하면서도, 소임호가 그렇게 약해진 모습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소임호는 조경선이 평생 이루지 못한 소원이자, 사랑하면서도 증오하던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소임호를 미워할수록 사랑도 더 깊어졌기에, 조경선은 소임호를 죽이기보다는 그가 자신에게 굴복하며 돌아오기를 원했다.해가 저물 무렵.조경선은 잠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별장 안팎에 놓인 꽃들과 각종 장식은 사실 특정한 용도로 설계된 것이었다. “침입자 발견! 침입자 발견!”기계음이 별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조경선은 두 눈을 번쩍 뜨며 침대 옆 협탁에서 가면을 꺼내 얼굴에 썼고, 입가에 음흉한 웃음을 그렸다. “감히 여길 들어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지?”조경선이 손을 한 번 흔들자,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 실시간 CCTV 화면이 투사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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