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일은 변진희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울지 마. 내가 당신 대신해서 친딸을 꼭 찾아줄게. 지아와 할 말이 많겠지? 그럼 나도 먼저 나가 있을게.”방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고, 소지아와 변진희는 서로를 쳐다보았는데, 한동안 두 사람은 아직 현재의 신분에 적응하지 못했다.그것도 변진희가 먼저 이 기괴한 분위기를 깨뜨리며 지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우리가 친모녀든 아니든 결국 내가 너에게 빚진 거야. 지금 내가 불치병에 걸린 것도 다 내가 마땅히 받을 벌이고.”“아주머니,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일치한 골수를 찾는 건 시간 문제이나 푹 쉬세요.”“네 아버지는 괜찮아?”“그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여전히 그대로예요.”그때 병원에서 일어난 일은 이미 봉쇄되어 일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지아조차도 구체적인 사상자 수를 알지 못했다.“만약 네 아버지가 깨어난다면, 그에게 미안하다고 전해줘. 이번 생엔 내가 그의 마음을 저버렸으니까.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이런 고난을 당해서는 안 될 정말 좋은 사람이지.”사람은 궁지에 몰렸을 때만 전에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비록 이 10여 년 동안 지아는 변진희를 기다리다 지쳤지만, 이 순간, 병상에 누운 그녀를 보면서 지아는 이미 원망을 내려놓았다.어머니로서 변진희는 확실히 책임을 다 하지 못했지만, 혈연관계는 정말 신기했다.몸에 같은 피가 흐르지 않았기에 변진희만 이렇게 차가운 여자인 것일지도 모른다.변진희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지아도 많이 말하지 못했다. 사실 두 사람의 현재 신분은 매우 어색해서 딱히 할 말도 없었다.지아는 몇 마디 당부한 다음 병원을 떠났다.그리고 사거리에 서서 쉬지 않고 오가는 차를 바라보았다.지아는 막연함을 느꼈다. 할 일이 그렇게 많은데도 그녀는 어떤 일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변진희는 지아의 어머니가 아니었으니 소계훈 역시 그녀의 친아버지가 아닐 확률이 높았다.‘그럼 내 진짜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이렇게 오래
갑자기 발생한 일은 소지아의 모든 계획을 망쳤고, 그녀도 이 사람을 버릴 수 없었다.의사가 환자는 위험에서 벗어나 곧 깨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지아는 그제야 급히 떠났다.남자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다음, 자신이 다른 마음씨 착한 사람에 의해 병원에 보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로 고마움을 표시하려 했다.“이거 정말 안 됐네요. 그 아가씨는 환자분을 대신해서 비용을 납부하고 바로 떠났어요.”“그녀는 떠난지 얼마 됐죠?”“얼마 안 됐어요.”남자는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왔고, 간호사는 뒤에서 소리쳤다.“지금 갈 수 없어요. 아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요.”남자는 듣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길가에서 그는 가녀린 뒷모습만 보았을 뿐,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지아는 이미 택시에 올랐다.지아는 택시를 타고 묘지에 도착했는데, 꽃집을 지날 때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샀다.이번에 그녀는 먼저 할머니의 무덤으로 찾아갔고, 꽃을 묘비 옆에 놓은 다음 얘기를 나누었다.그런 일이 없었다면 지아는 더 이상 이예린의 무덤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날은 이미 개였고, 사방은 마른 가지와 낙엽으로 가득했는데 마치 어젯밤의 광풍과 폭우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지아는 다시 이예린의 무덤으로 갔다. 그녀는 묘비 위의 그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리고 처음 왔을 때와는 기분이 많이 달랐는데, 그때의 지아는 그녀가 젊은 나이에 죽었다고 불쌍하게 여겼다.지아는 몸을 웅크리고 손을 뻗어 소녀의 얼굴을 가렸고 오직 두 눈만 드러냈다.‘맞아, 바로 이런 눈빛이야!’‘날 죽이려는 사람의 눈빛은 이 아이와 똑같아.’물론 이것은 단지 지아의 추측일 뿐, 진정한 증거를 얻으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그녀의 눈빛은 묘비 뒤의 무덤에 떨어졌다.그러나 무덤을 파서 뼈를 꺼내려면 도윤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는 여동생을 그렇게 아꼈으니 동의할까?’지아는 자신이 없었다.그녀가 몇 번 더 보았을 때,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무덤 주
방안은 매우 어두웠다. 이도윤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그들은 커튼을 꽁꽁 쳤고 소지아는 살금살금 가서 커튼을 살짝 당겼는데, 방에 그제야 한 줄기 빛이 들어왔다.지아는 조심스럽게 침대 옆으로 향했고, 만약 예전 같았으면 도윤은 아마 벌써 깨어났을 것이다.그러나 지금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옆에 링거까지 놓여 있었다.지아는 손을 뻗어 도윤의 뜨거운 이마를 살펴보았는데, 열이 아직 내리지 않았다.도윤의 몸은 줄곧 아주 좋아서 이렇게 아픈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이예린의 일은 그가 깨어난 후에 다시 이야기해야 할 것 같군.’지아가 손을 떼자마자 도윤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다음 순간, 남자는 그녀를 세게 잡아당기더니 지아는 남자의 품속으로 떨어졌다.지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도윤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의 쉰 목소리를 들었다.“가지 마.”지아는 그의 두 눈동자를 마주했고, 한 줄기 빛을 빌어 그녀는 도윤의 어렴풋이 붉어진 두 눈을 보았는데, 마치 불쌍한 아이와 같았다.지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지만 끝내 반항하지 않고 얌전히 그의 품에 기댔다.도윤은 매우 기뻐했고 두 팔은 그녀를 꼭 안았다.뜨거운 기운이 사방팔방에서 지아를 감싸고 있어서 그녀는 매우 불편했다.그들은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친밀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옛 애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지아는 좀 어찌할 바를 몰랐다.“힘 좀 풀어, 나 숨 막힐 것 같단 말이야.” 지아는 작은 소리로 항의했다.도윤은 여전히 잠을 자는 상태라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그녀를 더욱 꼭 껴안고 입으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으니까 날 떠나지 마.”지금은커녕 이 장면은 예전에 놓아도 꽤 충격적이었다.도윤은 높은 곳에 있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으니, 그가 어떻게 잘못을 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지금 무기력한 아이처럼 잘못했다고, 떠나지 말라는 말만 계속 중얼거리다니.지아는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손가락이 갑자기 그녀의 얇은 옷 속으로
소지아는 깜짝 놀랐다. 전에 배에서 이도윤은 비록 자신을 건드렸지만 가볍게 키스를 했을 뿐이었다.지아가 이상함을 깨달았을 때, 그녀는 이미 도윤의 함정에 걸려들어 벗어날 수 없었다.도윤은 마치 원시림의 덩굴처럼 한사코 그녀를 휘감고 있었고, 잠시도 숨을 돌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멀쩡한 상태였다면 도윤은 아마 지아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껴 조심스럽게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 도윤은 정신이 없었고 완전히 본능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지아는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그녀에게서 나는 익숙한 냄새를 맡고서야 도윤은 비로소 안정감을 느꼈다.“이도윤, 정신 차려. 너 지금 뭐 하는지 알기나 하는 거야?”도윤은 지아의 손을 머리 위로 들어 가볍게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그의 이마에는 땀이 촘촘히 배어 있었고, 목구멍은 칼에 베인 것처럼 잠겼다.“지아야, 나는 지금처럼 이렇게 멀쩡한 적이 없어. 내가 말했지, 우리에게 또 아이가 있을 거라고.”아이…….지아는 도윤이 왜 아이에 집착하고 있는지 몰랐고, 그녀는 지금 도망가고 싶을 뿐이었다.“놔, 이도윤, 아니면 널 평생 증오하게 될지도 몰라.”“만약 증오가 우리 사이의 사슬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방안에는 한 줄기의 빛만 쏟아져 들어왔는데, 마침 도윤의 턱에 떨어졌다.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 숨어 마치 어두운 밤의 장미처럼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매혹적이면서도 강한 독을 지니고 있었다.……남자는 고열 속에서 깊이 잠들었고, 지아는 이를 악물고 욕실에 가서 씻은 다음 잊지 않고 도윤의 몸까지 한바탕 정리했다.그가 이것이 꿈이라고 생각한 이상 이 일을 꿈으로 만들면 됐기에 지아는 더 이상 도윤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지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떠났다.“열이 심하게 나서 아직 깨어나지 않았어.”“의사는 이미 링거를 놓아주었는데, 아이고, 이렇게 계속 열이 나는 것도 방법이 아닌데 말이죠.”진봉은 틈틈이 말했다.“사모님, 그동안 대표님은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특히 사모님에게
이도윤은 잠을 아주 오래 잤는데 날이 어두워질 때에야 천천히 깨어났다.눈을 뜬 순간, 그는 가장 먼저 자신의 곁을 바라보았고, 아무도 없었다.이불을 젖히자 도윤은 멀쩡하게 차려입은 자신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음속으로 영문 모를 실망을 느꼈다.‘내가 지아를 너무 그리워하고, 그녀를 잃을까 봐 너무 두려워서 그런 꿈을 꾸었단 말인가?’만약 이 시기에 도윤이 정말 그런 짓을 했다면 지아는 틀림없이 그를 더욱 싫어할 것이다.그는 어질어질한 머리를 짚었다. 이번에 도윤은 마침내 피로를 깨끗이 씻어냈고, 열까지 내려가서 정신도 많이 들었다.목욕을 하고 상쾌하게 나가자, 장씨 아주머니는 앞치마를 입은 채 주방에서 바쁘게 들락날락했다.도윤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녀는 상하게 말했다.“도련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이렇게 오랫동안 주무셨으니 배고프시죠? 안심하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요. 오늘은 도련님과 사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만들었어요.”도윤은 눈썹을 찌푸렸다.“사모님?”“그래요, 참, 사모님이 도련님을 보러 왔을 때 도련님은 아직 고열이 내리지 않아서 사모님이 온 일도 몰랐겠네요.”도윤의 깊은 눈빛은 순식간에 밝아졌다.“그녀가 아직도 여기에 있다고?”“네, 사모님도 엄청 피곤해 보였어요. 도련님을 찾아 무슨 말을 하려다, 도련님께서 열이 나는 것을 보고 방해하지 않고 옆방에 가서 주무셨는데.”아주머니는 갑자기 도윤의 손을 잡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도련님 마음속에 아직 사모님이 있다는 거, 저도 알아요. 그러니 이번 기회를 잘 잡아요. 사람을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고. 하루 종일 잤으니 얼른 가서 사모님 불러 식사해야죠.”“음.”도윤은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비바람은 이미 멈추었다. 마치 그와 지아의 관계처럼, 잠시 싸움을 멈춘 것 같았다.이예린에 관해서 도윤은 아직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그의 머릿속에는 마치 두 사람이 다투고 있는 것 같았다.“그녀를 사랑한다면 그녀에게 모든
소지아는 전에 이도윤의 사랑을 받던 그 시절을 꿈꾸었다.그는 자신이 무심코 장미가 아름답다고 한 말에, 특별히 그녀를 위한 장미 장원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그 안에는 수십 가지의 모양과 색깔이 제각기 다른 장미꽃이 있었고, 원예사가 잘 다듬고 있었다.도윤은 일년이란 시간을 들여 장미 정원을 만들었는데, 완성한 그날은 마침 지아의 생일이었다.그는 그날 접대가 있어서 그녀와 저녁을 먹을 수 없다고 말했다.지아는 전화를 끊은 뒤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도윤을 탓하지도 않았다.이씨 집안의 권력이 모두 그의 손에 있는데다, YH 그룹 아래에는 또 수많은 크고 작은 산업이 있었기에 그가 바쁜 것도 당연했다.‘단지 내 생일을 잊어버렸을 뿐이잖아. 어차피 해마다 보낼 수 있고, 난 아직 젊었으니 그와 함께 수많은 생일을 보낼 수 있어.’그날 점심, 지아는 자신에게 작은 케이크를 구웠는데, 기분이 좋지 않아서 여러 개의 케이크를 구웠지만 모두 실패했다.그래서 지아는 맛있든 없든 실패한 케이크 위에 크림을 마구 발랐다.그리고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도윤이 저녁에 돌아오면 그에게 먹이려고 했다.지아는 하루가 이렇게 길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이날, 도윤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진봉이 찾아왔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갈 곳이 있다고 했다.지아는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른 채 낯선 곳으로 끌려갔고 진봉은 심지어 그녀의 눈을 가렸다.그녀는 남자가 무엇을 하려는 몰랐지만, 안대를 벗기도 전에 향기를 맡았다.그것은 치자나무처럼 단아하지 않는 짙은 향기였다.누군가가 지아의 안대를 벗었는데, 그녀는 지척에 서 있는 정장을 입은 남자가 입가에 옅은 웃음이 어려 있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두드렸다.“돌아오지 않는다면서…….”말이 뚝 그치더니 지아는 그제야 자신과 도윤이 뜻밖에도 장미밭에 처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크고 아름답게 핀 꽃송이들이어서 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너, 너, 너…….”지아는 놀라서 말까지
이도윤이 계속하려고 할 때, 아래층에서 아주머니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사모님은 깨어나셨어요?”중년 여인의 우렁찬 목소리는 아래층에서 바로 지아의 귀로 들어왔다.마치 찬물이 몸에 떨어진 것처럼 지아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워졌다.지아는 동작을 멈추었다. 어둠속에서 그녀는 도윤의 얼굴 윤곽만 볼 수 있었고 그의 표정은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이건 꿈이 아니야!’‘나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지아는 자신이 반쯤 벗은 잠옷을 내려다보았다.그리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얼른 이불 속으로 숨었다.실의감이 도윤을 휩쓸었고,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즉시 기분을 정리하고 침울하게 말했다.“밥 다 되었으니 깨어났으면 내려와서 밥 먹자.”말하면서 그는 방을 나갔고 세심하게 방 문을 닫았다.이불 속에 있던 지아는 작은 얼굴이 빨개졌다.‘내가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하마터면 이도윤의 옷까지 벗을 뻔했다니.’‘이게 무슨 망신이냐고.’지아는 천천히 이불에서 기어 나왔고, 맑은 물로 얼굴을 씻어 열기를 식혔다.그녀는 도윤이 자신의 목에 남긴 흔적을 보았다. 그것은 오전에 남긴 흔적을 잘 덮었다.‘그래, 이제 우리의 관계는 여기서 멈추는 거야. 더 이상 얽히지 말자고.’지아는 내려올 때, 이미 기분을 정리했고, 도윤은 그녀를 위해 의자를 잡아당겼다.아주머니는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밥를 한 후 서둘러 떠났다.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 두 사람의 분위기는 이상하게 조용했다.“에헴, 방금…….”지아는 입을 열었다.“어젯밤에 약물을 주사 받아서 그때 정신이 좀 나갔어. 난 꿈을 꾸는 줄 알았다고.”“무슨 꿈을 꿨는데?”“우리가 금방 결혼했을 때.” 지아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꿈은 결국 꿈이더라.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가네.”도윤은 지아가 감탄하는 것을 듣고 마음속으로 더욱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지아는 음식을 좀 먹고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난 너에게 중요한 일을 알려주고 싶어서 찾아왔어.”
이도윤은 소지아가 한 쌍의 눈만으로 이예린을 알아볼 줄은 몰랐다.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이 순간, 마치 누군가 도윤의 심장을 도려내 프라이팬에 던져 굽기라고 한 것 같았다.지아는 그가 믿지 못할까 봐 레몬물을 마셔 목을 축이고 계속 말했다.“나도 이 사실이 네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나 나는 정말 그녀가 바로 이예린이라는 것을 확정할 수 있다고. 조율의 시체를 가져가 검사하기만 하면 진실은 밝혀질 거야.”도윤은 칼자루를 꽉 쥐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할 수 없어.”“왜?”“그때 화장했거든. 고온은 DNA의 완전성을 파괴할 수 있어. 설령 내가 무덤을 파도 된다고 동의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 움큼의 뼛가루에 불과해.”지아는 실망을 느끼며 의자에 기대어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난 오늘 아침에야 그녀의 무덤에 찾아갔는데, 많은 흙이 들춰진 것을 발견했어. 누군가가 우리 전에 무덤을 판 게 아닐까?”도윤은 가슴이 조여왔다. 그는 지아가 이미 무덤에 찾아갔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라고 할게.”“틀림없이 독충의 사람들이 한발 앞서 어떤 증거를 가져갔을 거야. 그러나 이것도 증거라고 할 수 있…….”도윤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증거? 무슨 증거? 내 여동생이 살인범이란 증거?”지아는 이럴 줄 알았다. 이예린을 언급하기만 하면 도윤은 기분이 불쾌했다.“현재 보기에 그녀는 이런 혐의가 있어.”“그럼 그녀가 사람을 죽인 동기는? 그녀가 한 일이라면 그녀는 왜 이렇게 했을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인 이유가 단지 너를 사지로 몰아넣기 위해서? 그녀는 몇 살에 잃어버렸는데, 너와 무슨 원한이 있는 거지?”지아는 급히 해석했다.“나도 그녀의 동기를 모르겠어. 하지만 그녀는 정말 나를 죽이려 했다고, 어젯밤에…….”그녀가 어젯밤의 일을 도윤에게 말하기도 전에 도윤은 이미 귀찮다는 듯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만해, 이런 터무니없는 말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