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아는 안심하지 못해서 임시로 화장을 하며 얼굴을 검게 칠했는데, 얼굴에는 심지어 작은 점들이 있었다.아는 사람이 지금 앞에 서 있어도 지아를 알아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천천히 이불을 내리며 검은 얼굴을 드러냈다.“무슨 일 있나요? 제가 멀미가 좀 나서, 죄송해요.”“저희는 지금 마약 밀매의 조직 두목을 잡고 있으니 간단한 조사에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여경은 공책을 꺼내 하나하나 묻기 시작했다.“이름은 무엇이죠? 직업은요? 그리고 지금 어디로 가는 거죠? 배에는 모두 몇 명이 있나요?”지아는 그래도 침착하고 냉정하게 대답을 했다.“이제 아무 문제 없네요, 고마워요.”막 떠나려고 할 때 여경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나더니 주머니에서 알약 한 알을 꺼냈다.“마침 나한테 멀미약이 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아요.”“고마워요.” 지아가 손을 내밀자 여경의 눈빛은 바로 그 흠잡을 데 없이 하얗고 연약한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지아는 속으로 당황했다. ‘큰일이야, 손의 색깔은 내 얼굴과 엄청 다른데.’다행히 여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공책을 가방에 넣고 일어나 작별인사를 했다.“그럼 푹 쉬어요.”여경이 떠나자, 지아의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었다.‘세상에, 방금 놀라서 심장이 튀어나올 줄 알았네.’두 사람이 떠나자, 화장을 한 주원과 지아는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이제 별일 없을 거예요. 근데 좀 더 기다려야 우리를 통과시킬 거예요.”“음.”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온 하늘은 먹빛에 물든 것 같았다.큰비도 그칠 기미 없이 유리창에 툭툭 떨어져 투명한 흔적을 남겼다.지아는 목욕을 하고 하얀 산호 벨벳 잠옷 치마를 입고 침대에 누웠다.하루는 편안하게 그녀의 품에 안겨 두 눈을 감고 코를 골고 있었다.지아는 드디어 마음 놓고 책을 보았지만, 배가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새까만 바다에는 구슬 같은 빛이 어렴풋이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지아는 하품을 했고, 졸음이 밀려와
이도윤으로부터 전해오는 그 공포와 압박감에 소지아는 참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그리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난 끝났어!’주원은 오히려 태연했다. 그는 그녀의 옆에 서서 우산을 받쳐주며 지아를 위해 비바람을 막았고, 목소리도 매우 온화했다.“누나, 밖은 추우니까 그냥 들어가서 기다려요.”어차피 그들은 지금 이미 독 안에 든 쥐로 되었기 때문에 지아는 무엇을 해도 그 결말을 바꿀 수 없었다.지아는 뱃머리의 그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배는 드디어 닿았다.배가 아직 제대로 세워지지 않았지만, 도윤은 이미 가장 빨리 그들의 작은 배에 올라왔다.지아는 마치 얼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고, 반응을 하지도,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녀는 그저 남자가 큰비에서 걸어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바다는 그의 뒤에서 포효하고 있었다.아주 짧은 거리였지만, 지아는 그저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느꼈다.그녀는 도윤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고, 또 그가 어떤 방법으로 자신과 주원을 괴롭힐지 몰랐다.도윤이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걸친 순간, 지아의 영혼은 비로소 다시 몸속으로 돌아왔다.그리고 지아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왜 이렇게 입고 나왔어?”곧이어 그녀는 익숙한 품으로 끌려갔고, 지아는 인형처럼 감히 발버둥 치지 못했다.도윤은 두 팔로 지아를 품에 꽉 안았고, 고개를 돌려 조금씩 지아의 귓가로 다가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지아야, 내가 엄청 찾았잖아.”악마와 같은 속삭임에 지아는 목이 탔다.도윤의 목소리는 아주 가벼웠다.“근데 넌 나에게 평생 A시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어긴 사람에게 내가 어떤 벌을 내리면 좋을까?”지아의 몸이 점점 굳어지는 것을 느꼈는지, 도윤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만졌다.그는 실외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손끝이 차가웠다.지아는 가볍게 떨었다.도윤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안심해, 바보야.
진봉에 비해 진환은 훨씬 냉정했다.그는 어두운 얼굴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사모님은 자신의 신분을 잘 생각해야죠. 대표님은 사모님을 찾기 위해 며칠 동안 주무시지 않았는데, 사모님은 지금 오히려 다른 남자를 위해 사정하고 있다니. 대표님의 심정을 헤아려 본 적이 있나요?”소지아는 또 어떻게 그걸 몰랐을까. 그러나 그녀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이 아이는 내 이웃이야. 내가 그에게 날 데리고 떠나라고 애원했고. 이건 다 내 잘못이니까 너희들은 그를 건드리지 마.”주원은 지아의 초조한 모습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누나, 그만해요. 소용없어요. 난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요.”주원은 지아의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위험을 무릅썼다.한 걸음 차이로 이길 뻔했지만, 결국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에 서 있지 않았다.주원은 상업계에서 위세를 떨치는 이도윤이 마음대로 해양경찰대까지 동원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도윤의 눈빛은 주원의 얼굴에 떨어졌고 목소리는 극히 냉담했다.“너 아주 똑똑하군.”“이 대표님보다 못하죠. 하느님마저 당신의 편에 서 있었으니, 거의 성공했어도 난 결국 실패한 패자일 뿐이죠.”주원은 당당하게 거기에 서 있었는데, 말할 수 없는 오만함과 자신감을 내뿜고 있었다.도윤은 이 소년이 매우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용감하고 생각이 있으며, 이 나이에 맞지 않는 야심까지 있었다.“야심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녀는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여자가 아니야.”도윤은 간단하게 평가했다.“자고로 이긴 자가 왕이란 말이 있지.”“알아요.”해양경찰대의 선박도 점차 사라져 이내 잔잔한 바다에 배 두 척만 남았다.갑판 위의 불빛은 밝지 않아 도윤의 몸에 떨어져도 그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싸늘한 기운은 흩어지지 않았다.그는 지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리 와.”지아는 매우 다급했다. 그녀는 도윤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또 주원에게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봉이 가볍게 기침을 했다.“사모님,
말하는 사이, 진봉은 이미 잽싸게 주원을 묶어서 배의 가장자리로 간 다음 바로 던져버리려 했다.그들에게 있어 이런 일은 마치 라면을 삶는 것처럼 쉬웠고, 얼굴에는 심지어 복수의 쾌감을 드러내고 있었다.소지아는 놀라서 이도윤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바삐 밖으로 달려갔다.“사모님, 밖에 비가 많이 오고 있으니 먼저 들어가세요. 만약 비에 맞아 아프시기라도 한다면 괴로운 사람은 결국 사모님과 대표님이죠.”진환은 차가운 얼굴로 말렸다.“대표님은 수많은 방법을 써서 가까스로 사모님을 찾았어요. 만약 한 걸음이라도 늦었다면 그는 이미 사모님을 데려갔을 거예요. 이것은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죠.”지아는 대답하지 않고 재빨리 울타리로 올라갔다.진환은 상황이 심상치 않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부하에게 막으라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지아는 죽을 각오를 하고 아주 빨리 올라갔다.도윤도 이때 쫓아 나와 음침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소지아, 당장 내려와!”“누나,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지아는 배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고, 뒤의 바다는 사나운 괴물처럼 끊임없이 포효하고 있었다. 마치 다음 순간 그녀를 뱃속으로 삼킬 것만 같았다.그녀의 얼굴은 슬픈 기색이 역력했는데, 온통 물자국으로 가득 차서,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지아는 도윤을 보며 목청을 높여 말했다.“넌 신이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거지? 그래, 난 A시에 남겠다고 너와 약속했었고 지금은 그 약속을 어겼어. 약속을 어긴 사람은 나인데, 탓하려면 나를 탓할 것이지 왜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거냐고?”도윤은 지아가 바다에 뛰어들려 하는 것은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정말 뛰어내릴 수 있었다!이 2년 동안, 지아는 연이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고, 엄중한 정신질병이 있었다. 그녀의 멘탈은 이미 붕괴되었기에 도윤은 지금 지아를 자극하지 못했다.“난 그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어. 할 말 있으면 일단 내려와서 하자.”
소지아의 말이 맞았다. 이도윤은 확실히 그렇게 했다.도윤은 지아를 잃은 고통을 참을 만큼 참았기에 지아가 자신의 곁에 남아 언제 어디서나 그녀를 볼 수 있도록 했다.“지아야, 나도 널 놓아주고 네가 자유로운 생활을 하게 놔두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됐어.”도윤의 얼굴에는 고통이 가득했고,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나도 자제했었어.”그러나 그의 자제는 소용이 없었다. 지아가 어둠에서 벗어나긴커녕 오히려 그녀를 더 멀리 밀어냈다.지아가 행방불명인 그 며칠 동안 도윤은 마치 산송장처럼 지냈다.도윤은 내심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지아는 그를 미워하겠지만, 그녀를 볼 수 없고 그녀를 만질 수 없으며 매일 영혼을 빼앗긴 것처럼 괴로워하는 것보다 낫다고.지아는 그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바라보았다.“우리 어쩌다 오늘 이 지경까지 이르렀을까…….”지아와 도윤의 관계는 마치 한데 엉켜 풀리지 않는 쇠사슬과 같았다. 무슨 일이 발생하든, 시간이 얼마나 지나든 그들은 갈수록 단단히 감길 뿐만 아니라 풀 방법조차 없었다.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들의 마지막 결말은 쇠사슬에 점차 세게 묶여 죽는 것이었다.“이도윤, 난 이러고 싶지 않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난 우리가 서로에게 떳떳했으면 좋겠어.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일은 이미 소문이 쫙 퍼졌어…….”“인터넷에서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넌 상관할 필요가 없어. 지아야, 너는 단지 이것만 알고 있으면 돼. 너에 대한 나의 마음은 여태껏 변한 적이 없어.”지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도윤을 보았다.“그거 알아? 만약 내가 반년 전에 이 말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매우 기뻤을 거야. 그러나 도윤아, 지금 나를 향한 너의 사랑은 단지 부담일 뿐이야.”“그래.” 도윤은 두 손을 뻗었다.“일단 내려와. 네가 원하는 것에 대해 우리 천천히 이야기하자. 나 네 말 들을게. 그가 다치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 했지? 진봉, 그를 풀어줘.”진봉은 또 어찌 감히 도윤의 명령을 어길 수 있겠는가. 그는 즉시 주원의 밧줄을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 속에서 소지아는 바다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도윤과 주원은 동시에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분명히 처음 합작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놀라운 호흡을 맞추며 단숨에 지아를 위로 끌어올렸다.도윤은 지아를 품에 안으며 차디찬 그녀의 몸을 꼭 껴안았다.“지아야, 미안해.”지아는 대답하지 않았고, 도윤은 일어서서 그녀의 몸을 안고 선실로 돌아갔다.주원과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주원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끝내 말하지 않았다.그는 방금 전 지아가 갑판 위에서 목소리를 낮춰 한 말을 떠올렸다.“주원아, 이따가 내가 극단적인 방식으로 너를 구할 거야. 그리고 너는 가능한 한 빨리 A시를 떠나. 짧은 시간 내에 돌아오지 말고.”“누나,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요. 난 괜찮아요. 이미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 나 때문에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요.”지아는 어쩔 수 없이 웃었지만 눈빛은 확고하기 그지없었다.“안심해, 난 잘 살아서 진실을 밝혀낼 거야. 죽지 않을 거라고.”지아는 싸늘하게 말했다.“만약 연기한 티가 너무 난다면, 우리 모두 끝장이야.”주원은 이제야 지아가 왜 이런 연기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정말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를 가지고 도윤을 협박하고 있었다.지아는 이런 방식으로 주원과 그녀에게 살 길을 찾아준 것이다.만약 이전처럼 도윤에게 잡혀간다면, 지아를 기다리는 것은 암울한 구금 생활뿐이었다.그래서 지아는 어쩔 수 없이 자살하려는 연기를 했던 것이다.이것은 유일하게 도윤을 협박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 결과는 주원이 짧은 시간 내로 지아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도윤은 그동안 지아의 연이은 타격에 놀랐고,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지아가 떠나는 것이다.가까스로 지아를 구했으니, 적어도 당분간 도윤은 감히 그녀를 감금하지 못할 것이다.도윤은 지아를 침대에 눕힌 뒤 드라이기로 부드럽게 그녀의 젖은 머리를 말렸고 또 뜨거운 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갑작스러운 키스에 소지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이도윤의 스킨십에 반감을 느꼈지만, 그녀가 밀어내기도 전에 도윤이 스스로 입술을 뗐다.그는 지나치게 그녀를 차지하지 않았다.“음, 좀 맵긴 하네.” 도윤은 손으로 지아의 머리를 어루만졌고, 평소처럼 부드러웠다.다행히도 지아의 방법이 효과가 있었다.지아는 도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주원을 어떻게 처리할 거야?”방금 지아가 자살 시도까지 했으니, 지금의 도윤은 또 어찌 감히 심한 말을 할 수 있겠는가.“그를 놓아줄 거야, 안심해, 나는 그를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고.”지아는 도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기세를 몰아 고개를 숙여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전에 A시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난 내가 납치될 줄은 몰랐어. 내가 납치당했을 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도윤은 재빨리 팔로 지아의 허리를 감쌌고,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알아.”“그녀는 정말 나를 죽으려고 했어. 만약 내가 미리 칼을 숨기지 않았다면, 이미 그녀의 손에서 죽었을 거야.”지아는 도윤의 옷을 잡아당겼다.“당신이 내가 제공한 정보에 근거하여 이미 일부 문제를 찾아냈을 거라고 믿어. 우리 아빠가 정말 네 여동생을 죽였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이 일에는 분명히 또 다른 세력이 있어. 그 사람은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나를 죽이려 하고 있고. 이 2년 동안 그녀는 많은 일들을 추진했어.”도윤은 지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가슴 아파했다.“응, 알아. 그 사람은 심지어 내 곁에 사람을 배치했어. 네가 바다에 빠진 후, 그녀는 모든 사람을 철수했고.”도윤은 지아에게 자신이 찾아낸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그저 인내심을 가지고 위로했다.“지아야, 난 진실을 밝혀낼 거야. 네 아버지는 며칠 전에 다른 사람에게 끌려갔는데, 주원이 한 짓인가?”지아는 아빠가 주원 쪽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 세계에서 주원만이 자신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이 일은 아직 명확하지 않
이도윤은 소지아를 위로한 다음 선실을 나섰다. 그리고 문이 닫힌 그 순간, 지아는 그제야 긴장을 천천히 풀 수 있었다.그녀는 손바닥에 맺힌 땀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언제부터 나와 이도윤은 이렇게 서로를 방비하는 관계가 되었을까.’애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며 상사와 직원의 관계도 아니었다.지아는 두 사람의 관계를 형용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그러나 도윤이 주원을 귀찮게 하지 않는 한, 오늘은 성공한 셈이었다.갑판 위, 광풍과 소나기를 맞으며 주원은 온몸이 이미 흠뻑 젖었다.도윤은 위아래로 주원을 한 번 훑어보았는데,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주원은 오히려 등을 곧게 펴고 조금도 굴복하려는 뜻이 없었다.그리고 맑은 두 눈은 도윤의 몸에 떨어졌다.사실 도윤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주원과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보기에 무척 단순했다.그래서 지난번 유람선에서 주원이 지아에게 그런 일을 하려고 했어도 도윤은 그냥 그를 아이라 생각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다.지금 도윤은 오히려 주원이 신경 쓰였다. 그는 용감하고 생각이 있었는데, 만약 도윤이 즉시 반응하지 않았다면 그는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 그럼 그때 가서 다시 지아를 찾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결국 주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날 어떻게 처리하려는 거죠?”“나는 지아에게 널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그리고 난 말하는 대로 하는 사람이거든.”도윤은 주원의 눈빛을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그는 뜻밖에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주원은 지금 이미 생사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진작에 도윤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모든 것은 주원의 예상대로였다.남에게 간파당한 이런 느낌에 도윤은 매우 불쾌했다.그러나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몸에 상처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제 약을 발라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들어와, 내가 사람 시켜 상처 싸매주라고 할게.”주원은 놀라움을 느꼈다.“당신…….”도윤은 차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