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윤의 눈에 마침내 빛이 생긴 것을 보고 진환은 쇠뿔도 단김에 빼려 했다.“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모님의 성격으로 어떻게 복수를 해달란 말씀을 하셨겠습니까?”이렇게 말하자 도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전에 소지아가 수차례 말을 하려다 마는 장면이 생각났다.“그녀가 진정으로 나에게 조사하게 하려는 것은 독충만이 아니야. 소계훈과 내 동생의 일고 있어.”‘지아가 사고 나기 전 갑자기 회사에 나오겠다고 했지. 그녀는 분명히 무엇을 알아차렸을 거야.’마치 사무실에 설치된 그 몇 개의 카메라처럼, 분명히 누군가가 도윤의 곁에 사람을 배치했을 것이다.그러나 하필이면 이 일은 도윤의 트라우마였기에 그는 누구도 언급하지 못하게 했고, 설령 지아도 안 됐다.그래서 지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른바 진실을 찾으려고 고집을 부렸다.“대표님, 작은 아가씨의 일을 다시 한번 조사하려는 겁니까?” 진환은 작은 소리로 떠보았다.도윤은 구름 속으로 숨은 몇 개의 밝지 않은 별을 바라보았다. 진실은 줄곧 거기에 있었지만, 누군가에 의해 일부러 숨겨졌다.“조사해! 자세히,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조사해!”도윤은 마음을 먹었다. 만약 이예린의 죽음이 정말 수상쩍다면, 그는 그 주모자가 자유롭게 지내는 것을 방임할 수 없었다.이 흉터는 결국 도윤이 직접 찢어야 했다.“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찾아보자!”진봉은 멍해졌다.“다른 방식이요?”“우리가 전에 발견한 모든 증거는 마치 누군가가 특별히 우리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우리를 인도했지. 이번에 너희들은 소씨 집안의 각도에서 조사해!”진환은 도윤의 안색을 살피며 고개를 숙였다.“네, 알겠습니다.”“만약 지아가 죽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저희만이 사모님을 찾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충도 지금 사모님을 찾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사모님은 틀림없이 우리 모두 예상치 못한 곳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그 곳은 어디일까?’진봉은 무언가를 떠올렸다.“참, 대표님, 백 부인은 이틀 전에 백혈병으로 확진을
이도윤은 손에 든 젓가락을 식탁에 내리쳤다.“똑똑히 말해, 납치라니!”진봉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왔다.“사모님은 두 주일 전에 갑자기 간수들을 좀 더 추가했습니다. 저도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사모님은 누군가가 소 선생님에게 손을 댈 것이라는 것을 진작에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도착했을 때, 양쪽의 사람들은 이미 교전을 벌였고, 많은 간호사들이 다쳤습니다. 병원 측은 잠시 소식을 봉쇄했고요.”“소계훈은?”“그 중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끌려갔는데, 초보적으로 추산해 보면, 저희를 추가하면 총 네 무리의 사람이 있었습니다!”‘지아와 내 사람들을 제외하면, 다른 한 무리는 독충일 거야. 그렇다면 나머지 한 무리의 사람들은 누구일까?’‘소계훈은 결국 어느 쪽의 사람에게 끌려갔지?’진봉의 목소리가 좀 허약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도윤은 즉시 물었다.“너 다쳤어?”진봉은 자신의 팔을 한사코 누르고 있었고, 손바닥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큰 문제 없습니다. 대표님,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저는 그들이 일을 이 지경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진봉 뿐만 아니라 도윤도 소계훈의 일이 뜻밖에도 이렇게 큰 소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 심지어 국제 유명 조직까지 끌어들였다니.보아하니 이예린의 죽음은 이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먼저 상처를 처리해, 난 다른 사람 시켜 이 일을 계속 조사하라고 할 거야.”도윤은 전화를 끊었다. 독충이 A시 경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이 조직은 각국과 독립되어 있으며, 그 중 몇 명의 의사들은 모두 각국의 사형을 피하고 있었다.그들의 특징은 천재다운 의술 외에 싸늘한 성격이었는데, 실험 결과를 위해 수천 명의 살아있는 생명을 희생할 수 있었다.사람들은 저마다 그들을 피했지만 가족을 살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귀와 계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각국의 일부 중요한 정객, 심지어 재벌들까지 모두 사석에서 그들과 연락하며 그들에게서 금지약물을
간병인 아주머니는 자신이 이런 상황에서 이도윤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도윤은 멈칫했지만 부인하지 않았다.“맞아요.”아주머니는 소지아가 연루될까 봐 걱정하는 듯 얼른 설명했다.“그, 이건 아가씨가 알려준 게 아니라 내가 알아맞힌 거예요. 며칠 전에 대표님이 약혼한 일이 기사로 떴고, 비록 아가씨의 눈을 가렸지만, 저는 여전히 한눈에 아가씨를 알아보았어요.”여기까지 말하자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낮아졌다.“아가씨를 찾았나요?”도윤은 이 화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괜찮을 거야.”“맞아요, 지아 아가씨는 틀림없이 무사할 거예요.”아주머니는 눈물을 닦았다.“대표님, 물어보시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아가씨에 관한 거라면 모두 알려드릴게요.”도윤은 수많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 목구멍은 마치 무엇에 막힌 것 같아 그는 한참 동안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나에 대해 말한 적이 없나요?”결국 도윤은 이런 문제로 입을 열었다.간병인 아주머니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아가씨는 아주 고집이 센 사람이에요. 금방 아가씨와 알게 되었을 때, 소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아가씨는 임신한 몸을 이끌고 병원을 들락날락했죠. 나는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남편도 같이 오라고 제의했는데, 아가씨는 매번 고개를 저으며 대표님이 매우 바쁘시다고 말했어요.”“그 후 아가씨는 아이가 유산됐고, 그동안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어요. 소 선생은 입원 비용이 많이 들었고, 아가씨도 몸이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소 선생의 비용을 위해 아가씨는 혼자서 아르바이트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그렇게 간신히 소 선생의 의료비를 지불했죠.”“아가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월급을 한 푼도 빠뜨린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어려울 때도 그 반지를 팔지 않았어요. 어느 날 반지를 뺐는데, 아가씨가 이혼했을 거라고 추측했고요.”“처음부터 끝까지 아가씨는 아무리 불행하게 지내도 남들 앞에서 자신
이도윤이 아주머니의 방에서 나올 때, 온몸은 차가웠다.후에 그는 아주머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머릿속에는 오직 그 한마디만 남았다.‘왜 죽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지아였을까?’도윤은 문득 오래전에 자신도 소지아에게 같은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왜 죽은 사람은 네가 아니라 예린이었을까.”‘이 말이 사람을 이렇게 아프게 할 수 있구나.’‘그때 지아는 어떻게 버텼을까?’도윤은 그 긴 복도를 바라보았다. 한 여자가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수술실의 대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는데, 순간, 그는 마치 지아가 큰 배를 이끌고 수술실 앞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대표님, 무엇을 보고 있는 거죠?”진환은 도윤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복도에 있는 사람이 낯선 얼굴이라는 것을 발견하였다.도윤은 목소리가 잠겼다.“그녀가 병원에 있을 때의 화면을 나에게 보내.”“예.”도윤은 차에 올라탈 때 몸이 비틀거리더니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설령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더라도 소계훈은 이예린을 살해한 살인범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컸다.만약 그라면, 상대방은 이렇게 큰 신경을 써가며 감출 필요가 없었다.이 일은 조사하면 할수록 혼란스러워졌고, 연루된 사람과 일이 갈수록 많아졌다.도윤은 며칠간 휴식하지 않아 극히 피곤했지만, 조금도 자고 싶지 않았다. 그는 가죽 좌석에 기대어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일만 생각했다.‘만약 소계훈이 정말 살인자가 아니라면, 내가 지아를 2년 동안 고문한 것은 또 뭐로 되는 거지?’이 가능성을 생각하니 도윤은 등골이 싸늘했다.지아는 도윤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였지만, 그는 가장 날카로운 검으로 그녀의 가장 치명적인 곳에 하나하나 꽂았다.지아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간들간들하게 이 진흙탕 속에서 살고 있었다.도윤은 두 손으로 머리를 안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호되게 잡았다.‘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은 틀림없이 무사할 거예요.”“그래요, 상
소지아는 주씨 집안의 작은 정원에서 몸을 휴양하고 있었고, 요 며칠 날씨가 화창해서 그녀는 낮에 벚나무 아래에서 햇볕을 쬐었다.한바탕 바람이 불어오자, 벚꽃이 흩날리며 떨어졌다.흰 고양이 몇 마리가 정원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꼼지락거리니 유난히 아름다웠다.이런 평화로운 화면을 보며 지아는 마음을 시종 내려놓을 수 없었다. 지금 밖의 사람들은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몰랐고 인터넷 기사들은 더욱 떠들썩했다.백채원이 내연녀라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또 변진희를 자신의 딸을 팔아먹는 독한 여자라고 욕했다.백씨 집안은 적지 않은 돈을 써서 지웠지만, 삭제하면 곧 새로운 댓글들이 떴다.오히려 지아의 개인정보는 아주 잘 보호되어 조금도 누설되지 않았다.온통 백채원을 욕하는 댓글을 보면서 지아는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결국 이번 게임에서 그녀나 백채원이나 모두 패자였다.지아가 유일하게 신경 쓰는 것은 사람들 앞에 노출된 소계훈과 행방불명된 전효였다.지아는 전효가 무슨 문제에 부딪쳤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어쩌면 이미 이 세상에 없어졌을지도 모른다.“지아 누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주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지아는 넋을 잃고 있어서 눈을 가볍게 떨었다.“우리 아빠 생각. 그 사람은 내가 죽지 않은 것을 알고 우리 아빠에게 손을 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하고 있었어.”주원은 방금 씻은 신선한 과일을 가져다가 지아의 앞에 건넸다. 그는 몸을 반쯤 웅크렸고, 한 쪽 무릎을 구부린 채 딸기 하나를 지아에게 먹였다.지아는 주원의 자태가 매우 낮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주원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고, 지아를 기쁘게 하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누나, 만약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내가 대신 아저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길 수 있어요.”지아는 이 말을 듣고 눈이 밝아졌다.“정말? 너 너무 귀찮게 하는 거 아니야?”주원의 입가에 웃음이 피어났고 그의 눈에는 찬란한 빛이 넘쳤다.“누나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나의 영광인데 어떻게 귀찮겠어요? 다만
소지아는 머리를 번쩍 들더니 주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말? 너 정말 레오를 찾을 수 있어?”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사실 지아는 그다지 믿지 않았다. 결국 그것은 이도윤조차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주원은 거짓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지 않았기에 그녀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작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네, 전에 내가 사람을 부탁해서 알아봤는데, 레오가 외국에서 사람을 잘못 건드려 잠시 숨었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그를 찾을 수 없지만, 마침 내가 아는 사람이 좀 많아서요.”‘어쩐지 이도윤이 찾을 수 없다고 했더라니.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그럼 우리 아빠 수술은…….”“지아 누나, 누나는 국내에서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그 사람은 누나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으니 또 그럴지도 몰라요. 심지어 아저씨조차도 누나를 따라 위험에 부딪칠 거고요. 내 말은 누나가 아저씨와 함께 외국에 가는 거예요. 위험을 피하는 동시에 아저씨를 치료하는 거죠.”지아는 눈썹을 찡그렸는데, 이것은 그녀가 여태껏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없다고 하기보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도윤은 마치 지아 마음속에 가로놓인 큰 산과 같았고, 이미 그녀의 몸에 여러 갈래의 쇠사슬을 감았기에 지아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누나, 외국에 난 의대 친구들이 엄청 많아요. 그들은 모두 의학 최고의 전문가들이에요. 비록 누나의 위암을 100% 치료해 줄 수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생존율은 국내보다 높을 거예요.”주원은 입술을 핥으며 계속 말했다.“난 누나가 이미 전 남편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럼 여기에 미련을 둘 만한 일이 또 뭐가 있겠어요? 누나는 외국에 가서 새로운 생활을 다시 시작할 수 있잖아요.”지아는 마치 마른 우물에 오래 머물렀던 개구리와 같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단 듯이 중얼거렸다.“그럴 수 있을까…….”그리고 주원은 가지에 서 있는 작은 새처럼, 끊임없이 지아에게 우물 입구 밖의 천지가 얼마나 넓은지 말해주고 있었다.“그
소지아는 이 일을 남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지만 주원은 줄곧 자신을 도와주었고 심지어 그녀의 장래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에 지아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주원은 이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그래서 그 사람이 이런 짓을 했군요. 이 대표님더러 누나와 백채원 중 하나를 선택을 하게 하다니.”“그래, 주원아, 네가 말한 거 나도 매우 설레거든. 그러나 내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일이 바로 이거야. 그 주모자는 소씨 집안을 망쳤고, 우리 아빠를 그렇게 만든 데다 또 내 목숨을 원하고 있어. 게다가 우리 아빠의 명성까지 모두 망쳤는데, 나는 지금 그녀가 누구인지도 몰라. 그러니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떠날 수 있겠어?”지아는 두 손을 자신도 모르게 꼭 잡았다.“그녀는 오랫동안 계획하여 가까스로 이렇게 큰 함정을 만든 데다 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나는 그 생각을 할 때마다 가슴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고,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해서 그런 사람의 미움을 샀는지 모르겠어.”주원은 가볍게 말했다.“잘못한 사람은 누나가 아니라, 그 사람이 사이코패스라면요?”지아는 영문 몰라 하며 주원을 바라보았다.“방금 뭐라고 했어?”“아무것도 아니에요. 내 말은 누나는 이렇게 착한데, 어떻게 뭘 잘못할 수 있겠어요? 잘못이 있어도 그건 다른 사람이 잘못한 거예요. 이 세상에는 원래 태어날 때부터 나쁜 놈이 있으니까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너도 참.”“뭐가요, 나의 지아 누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가씨예요. 이도윤이 누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은 그의 문제죠.”주원은 목소리가 맑았다.“누나, 전에 바다에 뛰어들기 전에 그런 말을 했으니 이도윤은 틀림없이 계속 조사할 거예요. 그리고 그는 틀림없이 누나보다 더 자세히 조사할 거고요. 그러니 이 일은 안심해요. 진상은 꼭 밝혀질 테니까요. 나는 그와 시간차를 벌이고 싶어서 그래요. 현재 이도윤은 아직도 시체를 인양하고 있었으니 이 틈을 타서 우리가 A시를 떠나는 거죠. 그렇지 않고 그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비록 주원이 모든 준비를 하였음을 알고 있었지만 소지아는 여전히 그 경호원들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소계훈을 이전하려 할 때,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였다.약속한 시간이 되었는데도 주원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오늘 밤은 먹빛에 물든 것처럼 새까맸고, 하늘에 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정원은 여전히 아늑했고, 은은한 불빛 아래에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지아는 벚꽃나무 밑에서 기도를 했다.바람은 나무 위에 걸린 방울을 이리저리 흔들었고, 연이은 방울 소리에 지아는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땀을 쥐었다.“딸랑딸랑…….”방울은 심하게 흔들리면서 나뭇가지에 듬직하게 매달려 있던 방울은 바람에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불안한 소리를 냈다.붉은 방울은 흰 자갈길에서 데굴데굴 굴렀는데, 지아가 손을 뻗어 잡기도 전에 이미 한 사람의 발 옆으로 굴러 떨어졌다.주원은 손을 뻗어 붉은 방울을 주워 나무 아래에 서 있는 지아에게 환한 미소를 지었다.“누나, 나 돌아왔어요.”지아는 즉시 그를 향해 달려왔고 긴장한 기색이 가득했다.“주원아, 너 괜찮니?”주원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손에 든 붉은 방울을 가지고 놀았다.“누나가 진심으로 기도를 했으니, 나한테 무슨 일 생길 수 있겠어요?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다행히 아저씨는 내 사람들에 의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어요. 시간이 좀 지체되었으니 누나 걱정 많이 했죠?”이 말을 듣고 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슨 문제가 생겼어?”“우리 사람들 말고 또 몇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심지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을 쏠 정도로 날뛰었어요. 그리고 이도윤의 사람들도 왔고요.”지아는 등골이 오싹해졌다.“틀림없이 그 주모자일 거야. 우리 아빠를 이용하여 나를 협박하려고. 사상자는 없지?”주원은 땅에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과 피로 물든 흰 벽을 생각하면서 입가의 웃음은 여전히 해맑았다.“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난 아저씨만 챙기느라 그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고요. 다행히 내가 이번에
시월도 소영수의 침상에 엎드린 채 흐느꼈다.“할아버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지 그러셨어요... 저희가 마지막 모습을 뵐 수 있었을 텐데요...” “아가씨,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어르신께서는 너무 갑작스럽게 가셨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아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게 큰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시하가 억지로 눈물을 삼키며 이를 악물었다.“집사님, 소식을 철저히 숨겼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께서 알게 되신 거죠? 대체 누굽니까? 누가 전화를 한 겁니까?”“이미 번호를 추적해 봤는데, 해외에서 걸려 온 가상번호였습니다. 발신자의 신원은커녕 구체적인 IP 주소조차 찾을 수 없었어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철저히 준비한 모양입니다.” 양준철의 두 주먹은 떨리듯 꽉 쥐어졌고, 붉게 충혈된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기만 하면, 그놈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뼈까지 갈아버려서 죽어서도 편히 잠들지 못하게 할 거라고요!” 40년 전만 해도 양준철의 수법은 세상을 공포에 떨게 했다. 양준철은 어릴 때부터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갔고,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저질렀다. 소영수가 양준철을 부하로 삼은 것도 그의 잔혹함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는데, 사람들은 양준철의 이름만 들어도 겁에 질릴 정도였다.하지만 그런 양준철이 지켜야 할 은인이 눈앞에서 허망하게 떠나버렸다. 이는 양준철에게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오빠, 지금은 큰 오빠가 없으니까 오빠가 결단을 내려야 해. 할아버지 장례는 어떻게 할 거야?” 시하는 피눈물을 머금은 듯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입관하고 조용히 묻어 드리자. 최소한... 할아버지께서 편히 잠들도록 해드려야지. 양 집사님, 장례를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시하는 소영수의 시신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할아버지, 평생을 할머니 곁에 가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제야 소원을 이루셨네요.”“하지만 이렇게 급히 떠나시다니... 다 제 잘못입니다.
시월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 “오빠, 괜찮아?” 멀찍이 떨어져 있던 지아가 차분하게 말했다.“아가씨, 멀리 떨어지세요. 감정 상태가 아주 불안정한 것 같아요. 아가씨까지 다칠 수도 있어요.”“우리 오빠가 왜 이렇게까지 된 거예요?” 장덕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방금 어르신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아직 비행기 사고로 연락이 안 되고, 시언 도련님은 이제 막 수술을 마친 터라, 지금 집안을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시하 도련님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시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할아버지가 왜요?” “집안에 닥친 변고를 들으신 순간 심장 발작으로...” “거짓말! 그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라고!!” 시하는 옆에 있던 신발을 장덕수에게 집어 던졌고, 깜짝 놀란 장덕수는 급히 몸을 움직였다. “다 끝났어요, 시하 도련님도 미쳐버리셨다고요!” 지아가 침착하게 말했다.“두 분은 나가 있으세요. 시하 오빠는 제가 돌볼게요. 지금은 큰 충격을 받아서 안정할 시간이 필요해요.”“안 됩니다, 소 선생님, 그건 너무 위험해요. 도련님이 정신을 잃고 선생님을 다치게 할지도 모릅니다.”“괜찮아요. 시하 오빠의 다리 상태를 모르시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를 해칠 수 없을 거예요.” 지아가 무무를 불러 문을 잠그자, 방 안에는 차가운 공기만이 남았고, 피리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문밖에서는 장덕수가 안절부절못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걸 어쩌죠... 도련님께선 원래도 심신이 불안정하셨는데, 이번 일로 완전히 무너지신 모양입니다. 이 와중에 어르신까지...”“본가로 갑시다!”목소리의 주인공은 시언이었다. 모두 고개를 돌리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모습이 보였다.흉터를 감싼 붕대가 여기저기 엉성하게 드러났지만, 시언의 표정만큼은 이전과 다르게 단단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오빠...”시
그 순간, 지아의 말에 시하의 눈빛이 굳어졌다.“그러니까... 아직 우리 가문에 스파이가 있다는 거야?”“잘 생각해 보세요. 소명담의 부검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 사람이 죽은 건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즉, 심세호가 그 사람의 신분을 사용한 것도 몇 년 안 되는 일이라는 뜻이죠.”“하지만 소씨 가문의 불행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잖아요. 족히 십여 년은 되었다고요! 내부에서 도와주는 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이렇게 순조롭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겠어요?”지아의 지적에 시하는 마침내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지아야, 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 “물론 오빠를 탓할 수는 없어요. 소씨 가문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원래 당사자는 상황을 제대로 살필 수 없는 법이잖아요.”“상대는 십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 판을 짰을 거예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란 뜻이죠.” 시하의 얼굴에 깊은 걱정이 스쳤다.“그럼 큰형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잖아?”조경숙이 끌려간 것도 끝이 아닐 수 있었으며, 어쩌면 그게 시작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 돼, 큰형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해. 지금 저렇게 나서는 건 누군가의 함정에 빠져드는 것일 뿐이라고!” 시하는 안절부절못하며 목소리를 높였다.“형한테 당장 알려야겠어. 그리고 이 일은 할아버지께 비밀로 해야 해. 요즘 들어 할아버지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실 거야.” 지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시하를 달래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문밖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시하의 얼굴에는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는데, 극도의 긴장 속에서 작은 소리조차 불길하게 들리는 듯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또 장덕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시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제가 먼저 나가 볼게요.”지아가 시하의
시월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절대 오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까 오빠도 건강을 잘 챙겨야 해요.” “그래.”시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나는 아버지 일부터 정리할게. 월아, 집안을 부탁해.” “오빠, 걱정하지 마세요. 집안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떠나기 전, 시후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덧붙였다.“그리고 월아, 소 선생님도 우리 사람이야. 무슨 일이든 소 선생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받도록 해.” “네, 알겠어요.”사람들 앞에서의 시월은 언제나 순종적이고 단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이 닫히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시월의 얼굴은 감출 수 없는 분노로 가득해졌다. “죽일 X! 그 X이 뭔데 나랑 같이 소씨 가문을 관리한다는 거야?” 심장후는 그런 시월의 손을 잡으며 위로했다.“됐어, 우리 계획은 이미 반이나 성공했잖아. 이제 소씨 가문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할 거야. 이미 도마 위에 올라간 생선이나 다름없으니, 더 이상 발버둥칠 여력도 없을 거라고.” “그래도 분하단 말이야. 지금이야말로 소씨 가문을 접수하기 가장 좋은 기회인데...” “소시후도 너를 걱정해서 그러는 걸 거야. 네가 혼란에 휩싸일까 봐 두려운 거지. 여태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조급해할 거 없어. 조금만 진정해 봐.” 시월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를 꺼내 들었는데, 심장후는 서둘러 그녀에게 불을 붙여 주었다. 빨간 입술 사이로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르고, 시월의 얼굴은 어느새 차분함을 되찾았다. “소씨 가문의 인간들 따위는 두렵지 않아. 이제 남은 건 그 노친네 하나뿐이야. 그 인간만 죽으면 소씨 가문은 완전히 끝장날 거라고. 한 명은 팔 하나를 잃었고, 하나는 절름발이가 됐잖아? 이제 별거 아닌 잡것들만 남았어.”“하지만 그 노친네는 만만치 않은 상대잖아.” “그래봤자 그 노친네의 시대는 가고, 우리의 시대가 왔어. 늙은 데다가 병까지 든 노친네가 무슨 힘을 쓰겠어? 내가 불쏘시개 하나만 더 던지면, 불길은
시후도 맞장구쳤다.“역시 우리 월이가 생각이 깊구나.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왜요, 오빠?”“상대의 목표는 우리 부모님뿐만이 아니야. 우리는 연이어 위기에 처했고,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이야. 그 사람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월아, 앞으로는 외출할 때 늘 경호원을 대동하고, 출발 전에 차량도 철저히 점거해야 해. 그리고 당분간은 모든 공개 활동을 중단하도록 해.” 시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큰오빠, 저는 우리 소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우리 가문은 대대로 이어져 왔고, 아빠도 많은 걸 바치셨잖아요. 아빠가 심혈을 기울인 모든 게 물거품이 되는 건 싫어요. 지금은 저만이 가문을 책임질 수 있는데,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복잡해질까 봐 걱정된다고요!”“네 마음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아. 월아, 넌 우리 가문의 마지막 희망이야. 오빠들이 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잖아. 게다가 아버지도 떠나시기 전에 시간을 벌 수 있는 준비를 해두셨을 테니까, 당분간은 집에만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디든 나가면 안 돼, 알겠지?” 시후가 시월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다.“너 자신을 꼭 돌봐야 해. 오빠들은 너까지 잃고 싶지 않아.” “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월이를 꼭 지킬 겁니다.” “그래.”시후가 고개를 돌려 심장후를 바라보았다.“장후야, 우리가 이 사건과 연관 있는 심세호라는 사람을 찾아냈는데, 혹시 심씨 가문의 사람일까?” 심장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심세호가 저희 할아버지의 사생아인지는 모르겠네요. 저희 아버지에게 큰아버지 이전에 사생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람은 할아버지를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하찮은 술집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어요.”“하지만 그 술집 여자와 사생아 모두 우리 심씨 가문에서는 인정받지 못했죠. 제 아버지조차 그 사람과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우리 같은 후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죠.
지아는 새로 등장한 인물이 너무도 당황스러웠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소시월과의 관계는 아주 가까워 보였다. 지아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시후가 차분히 설명했다.“심씨 가문의 장남, 심장후예요. 월이의 약혼자이기도 하죠.” ‘심씨 가문?’지아는 순간 이 세상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돌고 돌아 같은 곳으로 되돌아온 셈이었으니 말이다. 도윤의 어머니인 심예지 역시 심씨 가문의 사람이었으나, 과거의 그녀는 사랑을 택하며 심씨 가문과의 인연을 끊었다. 그런 심씨 가문의 후계자가 소시월의 약혼녀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자, 심장후가 자연스럽게 지아를 바라보았다. “이분은...?”시월이 눈물을 훔치며 소개했다.“내가 얘기했던 뛰어난 의술을 갖춘 소 선생님이셔. 우리 시하 오빠가 마음에 두고 있는 분이기도 하지.” 지아가 심장후의 손을 잡아끌며 지아 쪽으로 향했다.“소 선생님, 제 약혼자예요.” “안녕하세요.”지아가 무심한 듯 담담하게 인사했다. “소 선생님, 반갑습니다. 젊은 나이에 그렇게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지아는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장후 역시 지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시후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께서는...” 지아의 눈빛이 경계심으로 살짝 굳어지자, 시월이 급히 설명했다.“미안해, 오빠, 내가 이야기했어. 장후 오빠랑 전화하면서 울음을 참지 못하는 바람에...” 시후는 이런 일을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시월과 장후의 사이를 알기에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원래 올해 두 가문이 결혼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었으나, 지금 같은 상황에선 모든 것이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장후도 우리 소씨 가문의 사람인 셈이니까.” 이미 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었으니, 시후는 애써 평정심을 유지했다.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손끝은 마음속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 아버지께서 타신 비행기가 폭발했어. 아
시하는 시언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했다.“나도 잘못이 있어. 그동안 책임은커녕 모두에게 짐이 되었으니까.” “그만 좀 하세요!”지아가 탁자를 치며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금은 서로에게 사과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이럴수록 심세호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요. 아직 비행기 사고로 대표님의 사망을 확정할 수는 없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요.” 지아는 곧은 자세로 서 있었다.‘내가 소씨 가문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여러분은 최악의 상황도 대비해야 해요. 만약 대표님께서 정말 돌아가셨다면, 여러분이 아들로서 소씨 가문을 지켜내야 한다고요. 가족을 슬프게 하고, 원수를 기쁘게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사모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찾아내는 일이에요. 사모님은 최대한 빨리 눈을 치료해야 한다고요. 그렇지 않으면 회복이 불가능해질 거예요!” “게다가 소 대표님은 해외 사업을 접고 귀국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일을 이어받을 사람이 필요해요. 나라에는 왕이 하루도 없어선 안 되는 법이잖아요. 이런 상태라면, 소씨 가문은 곧 무너지고 말 거라고요!” 이어서 지아는 시언에게 조언했다.“건강을 반드시 회복하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지셔야 가족 모두가 안정을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지아는 몇 마디로 어지러운 상황을 안정시켰다. 함께한 시간이 길지 않았고, 나이도 그들보다 어렸지만, 그녀의 말에는 이상할 정도의 신뢰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맞습니다. 우리는 절대 무너지면 안 돼요. 소 선생님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지아가 시후를 부축해 앉혔는데, 사실 지아가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소시후였다. 시후는 지아 다음으로 성공한 실험체였지만, 신장병은 여전히 완치되지 않은 상태였고, 예전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조금 더 높아졌을 뿐이었다. 시후의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 있었기에, 지아는 그가 버티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다. 지아는 이런 걱정을 안고 시후를 부드럽게
지금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식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그 말이 전해지자 모두의 눈가가 떨리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장 집사님, 장 집사님은 집안의 어른이시잖아요. 어쩜 그렇게 경솔할 수 있으세요?” 지아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지아는 처음 소씨 가문에 왔을 때 자신을 맞이하던 장덕수의 침착함과 신중함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당황하며 문턱에서 넘어질 정도로 급하게 들어왔다는 갓은, 사건이 간단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장 집사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시월이 다급히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장덕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탑승하신 개인 비행기가... 비행 중에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비행기가... 폭발했다고요!” “뭐, 뭐라고요?!”시월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하고 말았다. “월아!”시후는 곧장 시월을 안아 들었는데, 이는 혼란스러운 소씨 가문이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드는 순간이었다. 지아는 빠르게 다가가 시월의 상태를 살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단지 충격으로 실시하신 것뿐이에요. 잠시 쉬면 곧 깨어나실 거예요.” “누가 월이 좀 방으로 옮겨주세요! 휴식이 필요합니다!” “예, 도련님!”고용인이 시월을 방으로 데려가자, 거실에 남은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참혹해졌다. 시후는 아직 치료받지 않아 병약한 얼굴로 서 있었고, 시언은 수술을 막 끝낸 상태에서 시하와 마찬가지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게다가 시월은 너무 놀라 혼절하기까지.“형, 아버지는...”가장 강인하던 시언의 눈시울조차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장남인 시후였다. 그는 집안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힘들었지만 지금은 더욱 강한 척해야만 했다. “괜찮을 거야. 단지 비행기 사고일 뿐이야. 기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시하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휠체어를 세게 내리쳤는데, 그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분명 심세호가 한 짓이야! 사랑이 증오로 변한
다행히 지금은 60년 전처럼 정보가 부족한 시대가 아니어서, 원하기만 하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게다가 조경숙은 조씨 가문 출신으로, 이름 높은 명문가 자제였다.집안에는 여섯 명의 오빠가 있었고, 조경숙은 유일한 딸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즉, 집안의 보석 같은 존재로, 아름다운 외모와 온화한 성품을 겸비한 인물이 된 것이었다.조경숙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이미 여러 집안에서 혼인을 청했고, 심지어 해외의 명문가들도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조경숙의 수많은 구혼자 중에서도 한 사람만이 유독 특별했다.그 시절 조경숙을 쫓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호들이었기에, 단순히 재산만으로는 그들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중 한 명은 천재 발명가로 불리며, 동시에 뛰어난 의술로 이름을 떨쳤던 인물이었다. 그의 사랑은 그야말로 뜨겁고 격렬했으며, 조경숙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다.조경숙이 소임호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임호가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 천재 발명가는 갑작스레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 의학 미치광이의 소개서를 읽은 지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역시 지아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천하의 악당 같은 의학 천재는 루이스가 길러낸 첫 번째 제자였는데, 이미 사제 관계가 파탄 나긴 했으나, 지아는 그를 ‘선배’라고 불러야 했다. ‘이미 파문되었다던 그 사람이 사모님과 그렇게 깊은 연관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피부에서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던 거구나.’그의 나이를 추정하면 이미 50세가 되었을 것이었다.얼굴은 가면으로 감출 수 있겠지만, 몸은 속일 수 없지 않겠는가?그 사람의 피부는 마치 20대나 30대처럼 매끄럽고 탱탱해, 지아는 그가 소명담이 아닐 거라고 의심하지 못했다. 루이스 역시 젊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