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00화

채원은 전림과 똑같이 생긴 얼굴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

‘아니, 전림의 시신을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도윤이 나를 속일 리는 없었을 거야.’

‘게다가 전림이 죽지 않았다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을 리 없잖아.’

과거 전림은 채원에게 정말 충실했지만, 채원은 전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이 하룻밤을 함께한 이후, 채원은 자신에게서 첫 경험을 빼앗아간 전림을 증오했다.

당시 채원의 머릿속엔 오직 이도윤밖에 없었다. 전림의 아이를 지우고 싶어 견딜 수 없었고, 전림은 그녀의 이런 생각을 알고 수없이 부탁하며 그러지 말라고 했다.

전림은 이번 임무가 끝나면 반드시 채원에게 해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림이 떠날 때, 채원은 막 임신한 상태였고, 임신 기간이 짧아 낙태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채원이 기다린 것은 전림이 아닌 그의 사망 소식이었다.

수많은 밤, 채원도 넋을 놓고 생각에 빠지곤 했다. 특히 채나를 볼 때마다 전림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다시 마주한 전림과 거의 똑같은 얼굴... 채원은 이 남자가 유령이든 인간이든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채원은 기를 쓰며 전효를 차에 태운 뒤, 이미 준비해둔 은신처로 차를 몰았다.

그녀는 생각하지 않아도 뻔했다. 백호는 해외로 도피할만한 모든 경로를 막을 사람들을 보낼 테니, 지금은 떠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채원은 외곽에 있는 집을 빌려 일단 머물기로 했다. 집 안에는 생활용품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고, 다 채원이 자신을 위해 철저히 준비되어 있었다.

해가 저물어 갈 때쯤, 채원은 전효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하고, 사람을 시켜 의사를 불렀다.

그 의사는 과거 그녀를 여러 번 도와준 적이 있었고, 소계훈에게 초대장을 전달했던 서재민이었다.

해외에 있을 때, 서재민은 채원에게 큰 신세를 졌고, 그 덕분에 그는 채원의 지시를 거스른 적이 없었다.

채원이 다리가 불편하게 된 지난 몇 년 동안, 서재민은 그녀를 데리고 떠나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