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08화

작가: 김나비
하용은 윤화연을 안고 몸을 떨었고,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피, 너무나도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윤화연을 구할 수 있을까?’

평소 냉정하고 계산적이던 하용은 완전히 당황해 버린 아이처럼 무기력하게 지아를 향해 소리쳤다.

“제발, 당신은 명의잖아요. 제발 윤화연일 구해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이에 지아는 침착하게 말했다.

“화연 씨의 아이는 이미 유산된 것 같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빨리 가서 소파 수술을 받아야 하고, 피도 수혈해야 해요. 혈액형은 알고 있죠?”

“알아요.”

“다행이에요. 희귀 혈액형만 아니면 괜찮아요. 침착하세요. 지금 병원에 전화를 걸어 준비시키세요. 시간이 금이니까. 화연 씨의 목숨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지아는 윤화연의 몸이 워낙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윤화연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알겠어요. 당신 말대로 할게요.”

하용은 손이 떨려 휴대폰을 꺼내려고 했지만, 그의 손은 이미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손이 덜덜 떨려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고, 옆좌석에 있던 도윤이 냉정하게 말했다.

“내가 할게.”

도윤은 지금 이 순간 하용이 과거에 어떤 짓을 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지아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양한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 모든 준비를 갖추게 했다.

한편, 저택에 남아 있던 미셸은 마침내 정신을 차린 듯했다.

미셸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부장경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윤화연의 피가 미셸의 흰 외투에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그 순간 미셸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웠다.

“오빠 나, 나 몰랐어. 난 친여동생인 줄 몰랐다고. 난 그냥...”

짝! 부장경은 망설임 없이 미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그의 강한 손길에 미셸은 그 자리에 그대로 넘어질 뻔했지만, 겨우 몸을 지탱했다.

평소라면 미셸은 벌써 울고불고 난리를 쳤겠지만, 오늘은 자신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기에 얼굴에 공포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09화

    이 상황에서 미셸이 생각하는 것은 사과나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오로지 어떻게 하면 죄를 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그러자 부장경은 차갑게 말했다. “하씨 가문이 너를 고소한다면, 미셸, 이번에는 아무도 널 보호해 줄 수 없을 거야.”미셸은 두 걸음 물러섰고, 이명란이 그녀를 부축했다. 그때야 미셸은 하용이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단순한 이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선을 그었다는 의미였다. 하용은 그녀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오빠, 나는 감옥에 갈 수 없어.” 부장경은 차분히 말했다. “물론 너는 감옥에 가지는 않을 거야. 너는 임신 중이니까.” “하지만 이번 일이 크게 번지면, 비록 네가 감옥에는 가지 않더라도, 부씨 집안의 체면은 완전히 잃게 될 거다.”부남진은 부씨 집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미셸을 족보에서 완전히 제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부남진은 이미 미셸과는 연을 끊겠다는 말을 했었고, 이번 사건 이후 미셸은 정말로 부씨 집안의 버림받은 자식이 될 운명이었다.미셸은 후회를 하며 부장경의 손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오빠, 제발, 내가 정말 잘못했어. 한 번만 도와줘.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을게.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말아줘.”부장경은 그녀의 손에 묻은 피를 바라보며, 아까 본 윤화연의 창백한 얼굴이 떠올랐다.윤화연은 그렇게 여리고 연약해 보였지만,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은 누구라도 가슴 아프게 할 만했다. 부장경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미셸이 같은 여자로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었는지.부장경은 미셸의 말을 듣는 척조차도 안 하고 차갑게 말했다. “돌아가서 이야기해.” 이제 남은 건 부남진이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였다. 이번 사건으로 부씨 집안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했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윤화연은 바로 수술실로 실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0화

    그러나 하광의 얼굴에는 전혀 슬픔이 없었다. “겨우 아이 하나일 뿐이야. 내가 너에게 이미 말했잖아. 그 여자애는 몸이 약하고, 어디서 굴러온 애인지도 모르는데, 그냥 즐기다 끝내.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어.” 아버지의 말을 들은 하용은 주먹을 더욱 꽉 쥐었다. “아버지, 우리의 조건을 잊지 마세요. 나는 하씨 집안을 위해 헌신하고 있어요. 그 대신, 아버지는 나와 화연의 사이 일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하용은 마치 광기에 휩싸인 짐승처럼, 붉어진 눈으로 외쳤다. “이 모든 세월 동안, 내가 하씨 집안을 위해 하지 않은 일이 없었어요. 나 자신을 위해 원하는 건 단 하나,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것뿐이었고요. 그렇게 더럽고 역겨운 일들을 다 해왔는데, 왜 마지막엔 이런 결말이 나는 거죠?” 아들이 거의 미쳐가는 것을 본 하광은 부드럽게 타이르기 시작했다. “알겠어, 이번 일은 확실히 미셸이 잘못했어. 하지만 화연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 수는 없어. 이 기회에 부씨 집안에 요구를 제시하거라. 그분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그만!” 하용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더 이상 당신들의 꼭두각시로 살지 않을 거예요. 만약 화연이 죽으면, 나는 부씨 집안 전체를 풍비박살을 낼거고 죽여버릴 거거든요” 그렇게 말한 하용은 뒤돌아 걸어 나갔다.과거에 하씨 집안이 고아인 윤화연을 입양한 것은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때 한 점쟁이가 그들의 사랑하는 막내아들이 큰 재앙을 겪을 것이라고 예언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다른 아이가 그 재앙을 대신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육원에서 몸이 약한 윤화연을 입양했다. 윤화연이 자주 아팠지만, 그 후로 막내아들은 기적적으로 건강을 되찾아 활기 넘치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기에 하씨 집안은 윤화연에게 진정한 애정을 쏟은 적이 없었다. 오직 하용만이 윤화연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지아는 병원 복도에서 잠시 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1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하용에게 부모님은 계속 끊임없이 자극했다.방에 하영과 지아 두 사람만 남았을 때, 하용이 진지하게 물었다.“지아 씨, 화연이는...”“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숨만 붙어 있는 한 제가 어떻게든 살릴 수 있거든요. 다만 알다시피 화연 씨 몸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잖아요.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요.”“살아만 있으면 돼요.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아요.”화연에 대한 하용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끼고 난 뒤 지아는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화연 씨가 아이를 잃게 되었는데 왜 남자친구라는 사람은 오지 않았나요?”그 말에 하용은 눈동자가 번뜩였다. “두 사람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도 앞서 말한 바가 있잖아요. 화연이 남자친구 없어요.”하용이 더는 말하려고 하지 않자, 지아는 계속 묻기 어려웠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게 좀 잔인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처음부터 지키기 어려웠던 상황이었어요.”지아는 진심으로 덧붙였다.“제가 이 일에 개입한 이상 호연 씨를 이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이따가 한약을 좀 닳아올 테니 오늘부터 몸조리를 잘하면 됩니다. 앞으로 임신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수명은 연장할 수 있습니다.”“네, 고마워요.”“하지만 그전에 절대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떠한 약이라고 하더라도 돌이킬 방법이 없을 겁니다.”“네, 명심하겠습니다.”이윽고 하용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운데 다치게 할 리가...”말을 마치고 지아는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도윤은 지아를 보자마자 바로 차에 오르기 무섭게 끌어안았다.“무슨 일 있었어? 왜 이렇게 울상이야?”“아니... 화연 씨는 괜찮지만, 아이를 잃었어.”“그 상황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 너랑 상관없는 일이고 이미 최선을 다했잖아.”지아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대답했다.“최선을 다했지만 그래도 안타까워서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2화

    이성을 잃은 것처럼 미치고 날뛰던 미셸의 모습을 직접 봐온 지아이다.이치대로라면 연세도 제법 있는 이명란은 민연주 곁에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 응당 충고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지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명란이 너무 이상했다.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말이다.“할아버지.”지아는 내색도 하지 않고 이명란에게서 시선을 돌려 부남진 곁으로 다가갔다.“어찌 됐든 배 속에 아이가 있잖아요. 그만 일어나게 하세요. 임신한 지 아직 석 달도 되지 않아서 위험하다고요.”지아는 미셸이 밉지만 뱃속의 아이가 안쓰러웠다.최선을 다해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던 화연의 모습을 떠올린 지아는 가슴이 미어지기만 했다.더는 또 다른 작은 생명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 위하는 척하지 말라고!”미셸은 지아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지아는 부남진을 부축해 앉히고 집사가 따뜻한 수건을 건네주자 손을 닦은 후에야 입을 열었다.“무릎 꿇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하고 있어. 아이를 잃게 되는 순간 넌 형이 확정되면서 감옥행이 기다리게 될 거야. 그곳으로 가서 계속 그렇게 성질부리면서 살아.”자신을 감옥으로 보낸다는 말에 미셸은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지만, 이명란이 재빨리 부축해 주었다.“아가씨, 조심하세요.”미셸은 민연주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엄마, 뭐라고 좀 해줘. 나 정말 일부로 그런 거 아니야. 나...”탁-민연주는 탁자 위의 찻잔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그동안 미셸의 일로 인해 무척이나 슬퍼했던 민연주는 마침내 터지고 말았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사람까지 데리고 몰래 들어가서 유산까지 시켰는데 아니라고? 대체 무슨 염치로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야? 너한테 일부로라는 기준이 대체 뭔데!”“왜 엄마까지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나도 오해해서 그런 거잖아. 윤화연 그년이 제삼 자인 줄 알았잖아!”“오해인 줄 알았어? 그전에 일단 확신부터 해보고 하지 그랬어. 왜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한 거야!”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3화

    부남진은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입을 열었다.“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참... 들어오라고 해.”하용은 아직도 그 옷을 입고 있었다.검은 코트에 피가 스며들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과 셔츠 깃의 붉은색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다.언제나 공손하고 겸손한 표정을 짓던 그 얼굴이 차갑게 변해 있었다.미셸은 부랴부랴 하용을 향해 달려갔다.“오빠, 내 말 좀 들어봐...”하용은 병원에 있을 때 방 안의 CCTV를 보았다.원래 그 CCTV는 화연이 집에 있을 때의 동태를 알아보도록 둔 것뿐이었다.그러나 이제 와서 그것이 증거될 줄은 몰랐다.미셸이 미친 듯이 화연에게 한 짓을 보고 하용은 그대로 앉게 되었었다.하용은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미셸을 바라보았다.핏줄이 가득 선 눈동자에는 살의가 가득했다.하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미셸은 몰래 손을 뗐다.하용은 한 발짝씩 부남진을 향해 걸어가면서 쉰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부남진도 입을 열었다.“동생 일은 들었어. 아이가 그렇게 된 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어. 이 일은 미셸 잘못이고 네가 어떻게 하려던 난 아무런 의견도 없어.”부남진은 즉시 자신의 태도를 보이면서 미셸을 감싸지 않았다.그의 속셈을 너무 잘 알고 있는 하용이다.미셸과 선을 분명하게 긋는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을 테니 말이다.숨통이 좀 트였으면 하는 마음에 하는 말이었고 아울러 미셸을 향해 경고하기 위함이다.하용은 아무 말 없이 부남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지아는 하용의 얼굴을 보고 순간 깨닫게 되었다.“이게 뭐 하는 짓이냐. 얼른 일어나.”민연주가 손을 뻗어 하용을 부축했다.하용은 민연주의 손을 피하면서 부남진을 향해 걸어갔다.“스승님, 그동안 보살펴주셔서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단 한마디에 부남진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지만 관심하는 척을 했다.“지금 이게 무슨 뜻이냐?”“제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 이미 연락하셨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설령 하광이 말하지 않아도 하용은 짐작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4화

    이 부분에 관해서 지아는 이미 예상하였다.장원에 있을 때 하용이 그러한 말을 했었으니 말이다.원래 지아는 하용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높이 오르기 위해 더러운 수단도 서슴지 않은 것에 속으로 비하했었다.그토록 권세를 탐하던 남자가 친인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것에 생각이 달라졌다.분명 지금, 이 순간 그는 어느 때보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다가갈 수 있는데 말이다.‘그래도 남자답네.’미셸은 하용의 첫 번째 조건에 이미 어리둥절해 버리고 말았다.필경 여러 해 동안 하용은 다정하게 임해오면서 사랑을 추구해 왔었으니 말이다.모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 만큼.그랬던 사람이 갑자기 연을 끊겠다고 하니 순간 머릿속이 텅 비고 말았다.“오빠... 지금 뭐라고 했어?”미셸은 허리를 굽혀 두 손으로 하용의 멱살을 잡으며 이성을 잃어갔다.“그 천한 년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거야? 나 버리려는 거야?”미셸은 지금도 자기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화연을 천한 년으로 부르고 있다.하용은 두 손을 꼭 움켜쥔 채로 미셸을 죽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억제하고 있었다.“미셸, 우린 어울리지 않아.”“나 쫓아다닐 때 넌 그렇게 말하지 않았었어.”하용은 붉어진 눈으로 미셸을 노려보았다.“그때는 네가 이렇게 독한 줄 몰랐었어.”부남진과 민연주의 불만을 살 줄 뻔히 알면서도 하용은 참지 못했다.그제야 미셸은 그가 정말로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졌다.“오빠, 이 일은 내가 생각이 짧았어. 내가 잘못했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그냥 아이일 뿐이잖아. 동생은 아직 어리고 나중에 또 아이 가지면 되잖아.”미셸은 화연이 바로 하용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것을 모르고 계속 염장을 질렀다.“게다가 아직 결혼하지도 않았다면서. 혼전 임신한 거 보면 동생도 썩 바른 사람이 아니잖아. 그 아이 아빠가 누군지도 모르는데...”“그만해!”듣다 못한 하용은 두 눈을 부릅뜨고 손등에 핏줄이 솟아올라 마치 흉수처럼 분노했다.지아 역시 미셸의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5화

    지금 이 자리에서 하용의 야망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부남진은 심지어 하씨 가문과 협상할 준비까지 되어 있었다.설령 부남진이 정말로 미셸을 집에서 쫓아내서 경계를 확실히 구분한다고 하더라도 미셸의 일은 누군가 뒤처리를 해야 한다.하씨 가문은 헛되이 이번 일을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하용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그는 아직도 하용이 밀당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었다.예전과 같았더라면 지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오늘만큼은 진심이라는 것이 확 느껴졌다.화연의 아이를 대가로 자기의 앞날을 보장하고 싶지 않았다.이내 상냥한 척을 하고 있던 민연주 역시 점점 가면이 벗겨지게 되었다.“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 퇴사할 지경의 일은 아닌 것 같아. 정말로 이건 아닌 것 같아.”부남진은 한사코 하용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유라도 말해 봐.”하용은 지금까지 이처럼 마음이 평온하고 편안했던 적이 없다.“몇 년 동안 소리 없는 전쟁 속에서 질린 대로 질렸습니다.”그의 모습은 마치 MZ 세대가 취하는 오피스 태도와 같았다.그럴듯한 이유를 대기가 귀찮을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이유로 어리바리 무릴 생각이었으니 말이다.“높이 서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가족도 못 지키겠더라고요.”하용의 눈에는 빛도 욕심도 없었다.부남진은 대책을 생각하는 듯 입을 열지 않았다.그와 반대로 미셸이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젠장! 너 미친 거 아니야? 그동안 네가 개처럼 일해온 직장을 포기하겠다는 거야?”하용은 미셸을 상대하지 않았다.“세 번째 조건은 최고의 변호사팀과 손을 잡아서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미셸이 주택에 침입하여 범죄까지 저지른 것에 대한 인증도 물증도 이미 확보해 놓았습니다.”알고 보니 앞서 두 가지 조건은 모두 마지막 조건을 위해 깔아 둔 것이었다.부씨 가문의 이익 교환을 거절하고 미셸에게 대가를 치르게끔 하고 있는 것이다.부남진은 마침내 눈앞에 있는 하용을 제대로 보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316화

    미셸은 침실에서 화연을 때렸었다.침실에 CCTV를 설치하는 사람은 얼마 없으리라 생각한다.이명란 역시 그 부분을 믿고 일부러 말을 뒤바꿔 미셸에게 좋은 쪽으로 얘기한 것이었다.하용이 뜻밖에도 이런 속임수를 쓸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말이다.나서서 말리려는 미셸을 부남진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렸다.“멀리 끌고 나가!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봐야겠어.”사실 지아는 전반 과정을 목격했었고 하용은 지아에게 나서서 설명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아의 현재 신분이 좀 난처했다.지아 역시 부씨 가문의 일원이기 때문이다.하용은 지아가 중요한 순간에 화연을 보호한 것을 보고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동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오자 미셸은 눈을 가리고 소리 없이 아우성을 냈다.‘다 끝났어.’화면에는 미셸이 지아를 때리려고 하자 막히는 것이 나왔고 뒤따라 화연을 때리는 모습이 나왔다.뺨으로도 모자라 미셸은 심지어 화연의 머리를 잡고 벽에 세게 부딪혔다.화연의 몸이 벽에서 미끄러지면서 이마에 묻은 피가 두 눈을 자극했다.부씨 가문 사람들은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더 잔인한 일이 뒤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미셸은 화연의 배를 세게 걷어찼고 화연이 몸을 뒤집히는 순간 허리를 세게 밟으면서 몸 아래서 피가 흘러나올 때까지 힘을 더했다.“미친년!”하용의 분노는커녕 언제나 냉정하게 가면을 쓰고 있던 부남진 역시 화가 치밀어 올라 미셸의 머리를 향해 유리잔을 확 던졌다.미셸은 피할 겨를도 없이 이마를 맞아 선혈이 낭자했다.언제나 딸을 보호하려는 민연주조차 미셸을 보호해주지 않았다.민연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상대하는 데 수단을 썼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런 악랄한 짓을 한 적이 없었다.아이와 임산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딸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생사를 알 수 없는 불쌍한 여자가 차가운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 머릿속에 가득했다.아이를 잃게 되었으니 얼마나 속상하겠냐면서.이때 이명란은 수건으로 미셸의 이마에 난

최신 챕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4화

    지아를 바라보는 장민호의 창백한 얼굴에 갈망이 스쳤다.“지아 씨, 나랑 함께했던 지난 2년 동안, 단 한 순간이라도 저를 좋아한 적 있었나요?” 차갑게 장민호를 응시하는 지아의 눈빛에는 얼음처럼 냉랭한 혐오감이 담겨 있었다. “아니요, 늘 당신의 죽음만을 바랐어요.” 장민호가 쓸쓸히 웃었다. “그랬군요.” 모든 일은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법이었다. 탕!놀란 새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붉은 선혈이 땅에 흩뿌려졌다. 장민호는 무덤의 차가운 사진을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말했다.“미연아, 너한테 빚진 건 전부 갚았어...” 지아는 눈앞에서 연이어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가슴속 깊은 곳이 조여오는 고통을 느꼈고, 천천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미연아, 우리의 복수가 이렇게 끝이 나네. 이젠 너도 편히 쉬어.” 지아는 이날을 너무도 오래 기다려왔지만, 복수를 끝낸 후에는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기만 했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금, 따뜻한 봄바람 속에서 해경의 뒤를 쫓는 무무의 발목에서 짤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해경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외쳤다.“어서 잡아봐!” 멀리서 꽃으로 화환을 엮던 소망이 지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허리 좀 숙여봐.” 지윤은 순순히 허리를 숙였고, 소망은 지윤에게 화환을 씌워주었다.“와, 정말 잘 어울린다! 아빠랑 똑같이 생겼어!” 지아는 어린 시절의 도윤을 보듯 따스한 눈길로 지윤을 바라보았다. “자기야.”바로 그때, 지아의 귓가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아가 고개를 돌리자, 한쪽 무릎을 꿇은 도윤의 모습이 보였다.도윤이 한 손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든 채 말했다.“나랑 다시 결혼해 줄래?” 아이들이 옆에서 환호하며 소리쳤다.“결혼해요! 결혼해요!” 지아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도윤 씨...”도윤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아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했다.“지아야, 다시는 너한테 상처 주지 않겠다고 맹세할게.” 소망이 꽃으로 만든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3화

    사랑에 미친 장민호는 이 모든 것이 지아가 2년에 걸쳐 설계한 함정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고, 지아가 도윤의 품에 안기는 것을 본 순간에야 자신의 정체가 이미 드러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 끝났구나...’비록 소씨 가문 사람들이 이겼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심세호와 조경선, 그리고 소시월이 힘을 합쳐 저지른 일들로 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었으니, 소씨 가문 사람들이 완전히 이긴 것은 아닌 셈이었다. 심지어 소시영 또한 그들의 희생자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영면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아가 시영의 무덤 앞에서 향을 올리며 말했다.“언니, 다음 생엔 꼭 행복하게 살자. 이번 생에는 내가 가족들을 잘 돌볼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불어오며 나뭇잎 한 장이 지아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시영이 지아의 말에 응답하는 것 같은 순간이었다.소영수는 소씨 가문 사람들과 함께 강렬한 기세로 돌아왔고, 환희 역시 마침내 안식의 땅에 묻혔다. 환희의 장례식은 비밀리에 치러졌지만, 부남진은 몰래 그곳을 찾았다. 부남진과 소영수는 무덤 앞에서 서로를 마주했는데, 생전 환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두 남자가 환희가 죽고 나서야 얼굴을 마주한 것이었다. 아침 햇살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눈가가 붉어진 부남진은 가지에서 가장 어린 복숭아꽃 한 송이를 꺾어 무덤 앞에 내려놓았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그 순간, 지아의 눈에 노인이 아닌 아침 햇살 속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낸 젊고 잘생긴 소년의 모습이 비쳤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던 조경숙의 눈도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지아는 장민호와 소시월을 데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다. 산속은 한창 따듯한 봄이었다. 산꽃들이 만발한 가운데, 강미연의 무덤 앞에는 형형색색의 작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소시월은 숨이 가쁜 상태로 강미연의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고, 장민호는 무덤에 새겨진 이름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이런 날이 올 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2화

    “오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지아는 루이스에게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기에, 지아가 이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시후뿐이었다. “지아야, 가까이 오지 마. 여긴 너무 위험해!”시후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지자, 루이스가 고개를 돌려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내 실험은 곧 성공할 거야. 저 아이는 환희의 후손이라, 몸속에 환희와 같은 피가 지니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지아의 얼굴빛이 달려졌다.‘스승님이 나한테 유독 신경 쓴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예전의 지아는 그것이 자기 몸과 재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루이스는 처음부터 지아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이었다. 루이스가 말한 ‘생체 개조 계획’도 사실은 환희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저 사람... 정말 무서운 사람이었구나. 할머니를 부활시키려고 이렇게 철저히 준비하다니!’ ‘하마터면 개조 계획이라는 거짓말에 깜빡 속을 뻔했어!’ 백발이 성성한 소영수가 아주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루이스, 그만둬! 환희는 이미 죽은 지 오래야. 환희의 혼도 이미 윤회에 들었을 텐데 부활이라니, 그건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야!” “네가 그동안 저질러온 실험으로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되었는지 알아? 아, 그걸로도 부족하다는 건가?” “네 과거 실험 데이터를 살펴봤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실패했더군. 그런데도 네가 저 아이를 건드리지 못한 이유는...”소영수가 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아이가 환희의 핏줄이고, 환희와 닮은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었어. 혹시라도 실험에 실패할까 봐 저 아이를 건들 수 없었던 거야, 그렇지?” 지아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고, 환희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다.‘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목숨을 잃었을 거야.’ 루이스는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넌 내 최고의 실험 대상이야. 어서 스승인 나를 도와주렴.” 시후와 도윤이 동시에 지아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1화

    섬에 도착한 지아는 섬의 분위기가 어딘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풍경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섬 곳곳에 있던 로봇들은 사라진 듯했는데, 원래라면 섬에 내리자마자 로봇들이 눈에 띄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섬 가장자리에 밀집한 수많은 군함이 눈에 띄었고, 그것들은 대부분 외국 민간 무장 단체와 용병들이 사용하는 군함 같았다. ‘대규모 인원이 섬에 상륙한 모양인데...’ ‘대체 무슨 일이지?’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가 지아를 인체 개조 대상으로 삼으려 했음에도 지아는 루이스가 살아남길 바랐는데, 루이스처럼 뛰어난 과학자가 유명을 달리한다면 큰 손실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자기야, 진정해. 이 섬에 많은 사람이 들어오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윤은 지아를 재빨리 진정시켰다. 이렇게 많은 군함이라면 분명 강력한 무기를 많이 실었을 테지만, 섬의 꽃과 나무, 건물들은 여전히 온전했다. “아니야, 이 섬에는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았어. 대부분 로봇이었단 말이야! 그나저나 우리 오빠는 어디 있는 거지?” 지아는 며칠 전 시후가 치료를 계속하기 위해 여기에 왔던 것을 떠올린 후,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섬 안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잠시 후, 지아는 겨우 작동하고 있는 한 로봇을 마주했는데, 로봇에서는 전기 스파크가 튀고 있었고, 몸체에서는 쇠약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이스 스승님은 어디 있어?” 지아가 다급히 물었지만, 이미 언어 기능을 상실한 로봇은 전자 화면에 두 글자를 표시할 뿐이었다. [뒷산.]‘뒷산이라니!’뒷산은 루이스가 지아에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였다. ‘거기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지아는 미친 듯이 뒷산으로 달려갔다.그곳에는 수많은 로봇과 인간들이 쓰러져 있었고, 원래 뒷산 입구를 막고 있던 기계 문도 강제로 파괴된 상태였다.‘큰일이네. 루이스 스승님은 괜찮으신 걸까?’ 루이스의 로봇도 많은 수를 자랑했는데, 상대는 그보다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70화

    그날, 부남진과 소임호는 단둘이 오랜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물론 소씨 가문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단지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하지만 민연주는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이렇게 많은 자손이 생기다니, 만약 저 사람들이 모두 부씨 가문 사람이 된다면, 내 아들과 딸에게 돌아갈 재산이 줄어들진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법이다. 정말 이런 상황에 닥친다면, 그 누가 자기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소임호와 부남진이 이야기한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은 바로... 소씨 가문 사람들이 소임호의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임호는 부씨 성으로 바꿀 생각이 없다는 것!즉, 소임호의 어머니가 소영수와 결혼한 이상, 소임호를 비롯한 그 자손의 생에는 소씨 가문 사람들에 속했기에, 부씨 가문과는 친척 관계로 왕래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부남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소영수가 자기 자손들을 잘 대해준 것을 생각하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소임호의 자손들에게 잠시 부씨 가문에 머무르며 상처를 치료해달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지아는 돌아온 이튿날 아이들을 데리고 묘지로 갔는데, 도윤과 함께 환희와 소계훈을 찾아뵙기 위해서였다. 묘지는 산속에 있었고, 산에는 복숭아나무와 배나무가 활짝 꽃을 피워 푸른 신록이 빛나고 있었다. 소계훈의 묘 앞에는 이끼가 조금 늘어나 있었는데, 지아는 꽃다발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이야기를 털어놓았다.“아빠, 드디어 제 가족을 찾았고, 배후의 손도 밝혀냈어요.” “유일하게 아쉬운 건... 그 여자를 데리고 와 아빠의 묘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하지 못한 거예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저는 이제 성장했고, 다른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도윤은 지아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소계훈의 묘비 앞에 담배 한 개비를 놓았다. “기대를 저버려서 정말 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9화

    지아 일행은 다시 소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시후가 관리 중인 소씨 가문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시하의 다리도 많이 회복되어 이제는 더 시아 장애를 가장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시언의 건강은 단기간에 완전히 회복될 수는 없었지만 눈에 띄게 좋아졌고, 소임호 역시 지아가 떠나기 전보단 훨씬 건강해 보였다. 소시월이라는 사람 때문에 소씨 가문은 거의 전멸할 뻔했지만, 지금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지아가 돌아오자 소임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지아야, 시후한테 네 몸에 독벌레가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은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이젠 다 나았으니까요. 그런데... 소시월은 아마 바닷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 같아요.” 소임호가 지아를 단단히 껴안으며 말했다.“괜찮다, 괜찮아. 난 그저 너희들만 무사하면 그만이야.” 짧디짧은 시간에도 몇 살은 더 늙어버린 듯한 소임호의 모습을 보며 지아의 마음은 더욱 아팠다. “엄마 쪽 소식은 없는 거예요?”“시후가 몇 가지 단서를 찾아냈는데, 아직 추적 중이란다. 참, 부씨 가문에서 우리가 한 번 왔으면 좋겠다고 하더구나.” 최근 부남진은 신분상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소씨 가문 사람들이 본국으로 가야만 했다. 마침 지아도 다른 아이들이 그립던 터였다.“좋아요.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분명히 기뻐할 거예요.” 그렇게 가족들은 전용기를 타고 본국으로 향했다. 본국은 이미 초봄의 시기로 접어들어, 추운 겨울을 지난 후 생기가 넘치는 대지를 뽐내고 있었다.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았고, 벚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었으니 말이다. 지아는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었고, 무무는 연한 초록색 원피스를 입고 지아의 곁을 따랐다. 도윤도 모처럼 정장을 입지 않고 모녀와 함께 커플룩을 맞춘 듯한 연한 초록색 줄무늬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었다. 도윤은 차 문을 열고 무무를 안아 내렸다. 세 사람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눈길을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8화

    배신혁은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심규철은 말 그대로 충격에 휩싸였고, 머릿속엔 온통 한대경이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에 대한 상상이 가득했다. ‘낡은 민간 보호시설에서 삼류, 사류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란 걸로도 모자라, 그 무엇도 가져본 적이 없으니 잃는 것도 두렵지 않은 삶을 살았다고?’이영화가 세상을 떠난 이후, 심규철은 심장후에 대해 그다지 마음을 쏟지 않았지만 물질적인 부분만큼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친아들을 찾은 지금, 심규철은 가슴 한편이 아려져 왔다. ‘그 결혼이 아들의 유일한 소망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들어주고 싶어.’ 한편, 지아는 바닷가에 서서 멀리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록 시월은 이미 바다 밑에 잠겼을 테지만, 지아의 마음은 조금도 평온하지 않았다. ‘죄의 근원이 사라지면 무슨 소용이야? 우리 소씨 가문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고, 엄마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인데.’ 지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직 젊은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한대경이 물었다. 지아의 옆에 털썩 앉은 한대경은 바닥의 모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한대경은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앉아봐. 별건 아니고, 그냥 얘기나 좀 하자고.” 지아는 한대경을 한 번 흘긋 보고,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물러난 뒤에야 자리에 앉았다. “아니, 조선시대도 아니고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거야, 뭐야?”한대경은 지아가 자신을 뱀 보듯 피하는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지만,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한대경, 우리가 친구로 지낼 순 있어도 그 이상은 불가능해.” 그 순간, 갑자기 다가온 한대경이 짙은 남성미로 지아를 압도했다. “소지아, 진짜 날 피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나한테 희망을 주지도 말았어야지!” “정말 미안해, 한대경.” 지아는 그 임무에 한대경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절대 동의하지 않았을 터였다. “시도도 해볼 수 없다는 거야? 단 한 번이라도?”한대경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7화

    심규철은 약간 지친 듯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상황에 부닥치게 된 거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를 찾은 것 같군.’ ‘이 세상에 30년 동안 얼굴도 못 본 아들이 만나자마자 가족 걱정은커녕 결혼하겠다고 소리치는 경우가 또 있을까?’ ‘그리고 평범한 여자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상대는 이미 이혼한 데다 아이를 넷이나 데리고 있는 여자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가장 골치 아픈 건, 소지아의 전남편이 내 여동생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이야. 게다가 두 사람의 관계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니잖아?’ ‘손바닥도 손등도 모두 살인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심규철은 매우 절망스러웠다. 하지만 한대경은 심규철의 곤란한 표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나는 끊었단다.”심규철이 손을 저으며 말하자, 한대경은 혼자 담배를 피우며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 모습은 공사장의 현장 소장과 같았는데, 도무지 한 나라의 군주다운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심규철은 이마를 짚으며 생각했다.‘대체 그동안 어떻게 자란 거지?’ “되는지 안 되는지 확답이나 주시죠.”한대경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말하자, 심규철은 아들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쉽지 않을 거라면 어쩔 셈이지? 그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야. 물론 두 집안의 사정을 따지는 건 아니란다.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면, 거지가 상대라 해도 바로 혼약을 허락해 줬을 거야. 하지만 상대는 소씨 가문 사람이라고.” “넌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요즘 소씨 가문에 문제가 좀 생겼어. 그 집안은 이미 진정한 소씨 가문과 관계가 끊긴 상태인 데다,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단 말이지... 이 결혼은 정말 쉽지 않을 거야.”한대경이 담배꽁초를 던지며 말했다.“그럼 안된다는 겁니까? 아버지라는 호칭을 쓴 게 아까울 지경이군요.” 한대경은 기분이 상한 듯 몸을 돌려 떠났고, 심규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뭐야, 왜 저렇게 쉽게 포기

  • 지나친 복수와 놓쳐진 사랑   제1666화

    시름시름 앓던 심규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낳은 친아들이 오랜 세월 동안 외지에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아들이 수많은 겪었음에도 거대한 나무처럼 성장했다는 사실에 아주 놀랐는데, 거대한 나무는 맞지만, 어쩐지 그 나무는 조금 삐딱하게 자란 것 같았다. 부자지간임에도 피는 물보다 진하지 않은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났다면,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감동적이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한대경은 아버지를 만난 기쁨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심씨 가문의 큰아들이라는 신분과 소씨 가문의 여섯째와의 혼약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이는 했다. “지금은 상황이 조금 복잡하니, 천천히 논의해 보자꾸나...”“제가 친아들이라면서요?”한대경은 성격이 급하고 불같았으며, 그의 어머니와 똑같이 누군가의 설득 따윈 듣지 않았다. 한대경은 이미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관계를 철저히 파악했기에, 혼약의 존재를 알아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하마터면 혼약이라는 걸 전혀 몰랐을 뻔했잖아?’“그럼, 당연하지. 이미 친자 확인 결과도 나왔으니 말이야... 하지만 지금 소씨 가문 상황이 조금 복잡해서 지금은...”“어쨌든 저랑 결혼할 사람은 소씨 가문의 여섯째인 거죠?” “그래.”“그 혼약은 심씨 가문과 소씨 가문의 어른들이 정한 거고요?” “그래.”“그럼 됐으니, 어서 결혼부터 준비해 주세요. 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심규철은 아들이 아주 성급하다는 것을 느꼈다.‘기다리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잖아? 만약 이 상황이 올림픽이었다면 쟤는 분명히 부정 출발로 탈락했을 정도야.’ “결혼 같은 중대한 일보다는 네 아비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하지 않니? 그토록 오래 떨어져 지냈는데, 네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고 싶지 않냐는 말이야.” 한대경은 냉담하게 말했다.“전혀요, 아버지는 이미 반쯤 땅에 묻혀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사람에 대해 제가 뭘 궁금해해야 하죠?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