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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9화

문밖의 장민호는 긴장한 듯 담배를 한 대 또 한 대 연거푸 피웠다.

그날 밤 지아가 그런 말을 남기도 떠난 뒤로 장민호는 줄곧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이 지아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이 사랑일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한 뒤로는 스스로도 믿기 힘들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사랑할 수 없는 이가 지아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장민호는 지아를 조산하게 만든 사람이었고 심지어는 강미연을 죽인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지아와 멀리 떨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점점 커져갔다.

그리고 지아가 냉담하게 굴 때마다 장민호는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가슴을 후비는 듯 아파왔는데 그는 다시 한번만 지아를 만날 수 있기를 매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장민호는 안절부절 못하며 밖에서 지아를 기다렸고 이때 안에서는 시침을 마친 고심옥의 격동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한결 편해진 것 같아. 얘야, 너 정말 명의구나!”

그러자 지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명의까진 아니고 단지 의술을 조금 아는 것뿐입니다.”

이때 장민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마침 침들을 정리하고 있던 지아의 우아하고도 부드러운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던 고심옥이 이를 보고는 답답한 듯 말했다.

“내 아들 성격이 얼마나 급한 지 좀 봐. 얼른 내 아들과 얘기 좀 해봐.”

지아는 몸을 일으키며 의료 상자를 들었고 이에 고심옥과 장민호는 약간 긴장되었다.

“왜? 그만 가려고?”

“오늘은 저번에 아주머니께 드린 약의 약효를 보고 혈을 짚어드리려고 온 거예요. 겸사겸사 시침도 해드릴 겸 해서 말이죠.”

“그리고 이제 치료가 끝났으니 저도 가봐야죠.”

“도우미한테 장 봐오라고 시켰는데 밥 먹고 가지.”

“아주머니, 저 다음 일정이 있어서요. 다른 환자도 시침을 기다리고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이 말에 장민호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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