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공훈이 성큼성큼 지아에게 다가왔다.“그쪽이 바네사죠? 우 교수한테 얘기 들었어요.”지아는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남들에게 들킬까 봐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하려고 애썼다.“안녕하세요. 윤 교수님, 바네사라고 합니다.”“그 유명한 바네사가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네요. 이 수술 제가 도와드려도 괜찮을까요?”지아가 거절하기도 전에 미셸이 외쳤다.“윤 선생님, 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수술해요? 장 교수님만큼 나이도 많지 않고 경험도 없는데 우리 아빠가 죽으면 누가 책임져요!”“얘야, 바네사가 수술하는 영상 봤어. 나이가 어려도 침착하고 손놀림이 빨라. 장 교수는 나이도 들고 젊은 사람들처럼 빠르게 반응하지 못해, 그리고...”윤공훈은 장연후에게 치명적인 문제가 있어 수술할 수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윤 선생님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우 선생님과 두 분이 장 교수님을 포기하고 이 정체불명의 의사를 감싸는데 각하께서 정말 수술 과정에 큰일이라도 나시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하용이 다그쳤다.“수술은 원래 100% 장담할 수 없는 것인데 저렇게 어린 의사면 더 그렇죠.”도윤이 반박하려 하자 지아가 몰래 손바닥을 긁으며 말렸다.“됐어요, 다들 그만 다퉈요. 나도 중요한 일인 만큼 장 교수가 집도하는 게 마음이 놓일 것 같아요.” 민연주가 결단을 내리자 미셸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럼 더 늦기 전에 미루지 말죠, 아빠가 혹시라도...”우서진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윤공훈은 걱정이 가득했다.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그는 장연후에게 몰래 물었다.“장 교수, 솔직히 말해봐. 손은 좀 어때?”두 사람은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최고의 의사였고, 10년 전 장연후는 갑자기 병을 앓으며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손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던 적이 있었다.때마침 윤공훈이 함께 수술하며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 후로 장연후는 드물게 수술을 진행했고 병원에 재취업하는 것을 거부하며 정년퇴직했다.윤공훈은 지난 몇 년 동안 다시는 장연
지아는 받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위험이 큰 수술이라 잘하면 유명해지겠지만 여차하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죠. 이도윤 씨만 아니었으면 안 왔을 거예요. 지금 저한테는 아무 영향도 없지만 장연후 씨가 실패하면 당신들한테 큰 영향을 미칠 테니까요.”.“무슨 소리야! 감히 우리 아빠를 저주해?”상대가 누구 딸이든 상관없다. 법과 질서가 있는 이 사회에서 말 한마디 했다고 죽이기야 하겠나.“미셸 씨, 저는 진실을 말한 것뿐이에요. 진심으로 당신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길 바라고 나중에 저한테 부탁할 일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도윤 씨가 절 데려다주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미셸이 욕설을 퍼부으려는 찰나 민연주가 입을 막았다.“그만하지 못해? 너랑 저 여자 신분이 같아? 대체 왜 이러는 거야!”“엄마, 저 오만하게 구는 게 싫어요. 의사가 얼마나 많은데 제까짓 게 뭐라고, 저 여자는 괴물을 낳은 요물이라고요!”민연주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두드렸다.“됐어, 너랑 장난칠 기분 아니야. 네 아빠는 아직 병원 침대에서 생사를 넘나들고 있고 네 오빠는 밖에서 상황을 안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얌전히 있어, 성가시게 굴지 말고.”“네, 엄마.”하용도 지아와 함께 자리를 떠났는데 지아가 먼저 차에 올라타자 하용은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도윤을 바라보았다.“이번엔 네가 질 거야.”“그래.” 도윤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99번을 이겨도 이번 한 번 지는 걸로 충분해. A시 하늘이 바뀔 때도 됐지.”도윤이 눈을 흘겼다.“밤새우지 말고 일찍 집에 가서 잠이나 자. 꿈속엔 뭐든 다 있으니까.”그렇게 말한 뒤 차에 올라타 문을 닫고는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지아를 품에 안고 대형견처럼 풀이 죽어 있었다.“지아야, 고생시켜서 미안해.”지아는 미소를 지었다.“당신 부탁만 아니었으면 수술하고 싶지 않았어. 도와주지 않았다고 화 난 건 아니지?”“저 자식 한 번 이기게 해 주지 뭐.” 도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용이
지아의 얼굴엔 천진난만한 표정이 가득했다.“내가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수님 따라 수술 참관을 하러 갔는데 수술실에서 유명한 의사가 손에 경련을 일으켜 환자가 죽을 뻔한 걸 교수님께서 힘겹게 살리셨어. 그 유명한 의사가 누구인지 알아?”“장연후?”“맞아, 그 사람은 신경 질환이 있는데 고치기 어려운 병이야. 특히 큰 자극을 받으면 더 제어하기 힘들지. 의사라면 각하의 이번 수술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테고 큰 심리적 부담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밖에 없지.”“다 계산한 거야?”지아는 고개를 저었다.“계산이 아니라 운명이야. 그 사람이 수술을 더 어렵게 만들었으니 각하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도윤은 이 모든 것이 지아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삶과 죽음은 모두 운명이다.눈보라가 흩날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지아가 따분한 듯 휴대폰을 들여다보는데 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사람 처음 봤을 때도 큰 눈이 내리고 있었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더니 이씨 가문의 자식이냐고 물어보셨지, 어르신처럼.”도윤은 한숨을 쉬었다.“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위치가 아니었어. 나랑 하용이 그 자리까지 올려보낸 거지.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원한 건 이익이 아니었어. 이씨 가문에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내가 원했던 건 이씨 가문을 지킬 수 있는 방패일 뿐이었지. 어렸을 때부터 이씨 가문에서 받지 못했던 따뜻함을 그분이 줬어. 아버지처럼, 스승처럼 나를 대해주셨어. 비록 나한테 잘해주는 것이 사람 마음을 얻기 위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한테 따뜻함과 보살핌을 주셨던 분이 내 눈앞에서 돌아가시는 것을 차마 못 보겠어.”지아는 메시지 전송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으며 도윤의 어깨를 살며시 토닥였다.“시간 나면 과거에 대해 말해줘.”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아 네 말이 맞아. 이 수술은 너무 위험하니까 강요하지 않을게. 네가 하기 싫다면 나도 존중할 수 있어. 많은 일을 겪으
민연주 역시 전에 말이 심했다는 걸 알고 우서진과 윤공훈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경험 많은 늙은 교수와 젊은 아가씨가 있다면 누구라도 전자를 택할 것이다.그녀는 또한 이 유명한 의사가 다소 오만하고 권력과 부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자기 모습을 감추는 지아였기에 돈이 아무리 많은 부자라도 찾을 수 없는 사람이었으니까.민연주는 지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아가씨, 우리가 잘못했어요. 조금 전 무시하고 오만하게 대했던 거 사과할게요.”“엄마, 뭐 하는 거예요? 정말 저 여자가 우리 아빠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엄마 같은 사람이 천민인 이 여자에게 무릎을 꿇어요, 얼른 일어나요!”천민?지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보아하니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이 어린 년은 아직 사회의 독한 맛을 겪어보지 못한 듯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지아가 민연주를 일으켜 세웠다.“사모님, 미셸 씨 말이 맞아요. 저 같은 천민에게 무릎 꿇을 여유가 없죠, 일어나세요.”민연주는 그대로 미셸을 바닥으로 끌어당겼다.“제 딸이 잘못했습니다. 전에 있었던 일은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보아하니 사모님은 미셸처럼 안하무인으로 굴지 않고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 같았다.“엄마, 내가 왜 저 여자한테 무릎을 꿇어야 해, 저 여자는...”민연주는 손을 들어 미셸의 뺨을 때렸다. 이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윤공훈과 우서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추천한 사람이니 분명 틀림없을 거다. 지아가 나서지 않으면 최악의 결과가 나와도 그녀와 아무 상관이 없지만 나선다면 사람을 살릴 수도 있었다.민연주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사과하라고 했잖아, 내 말 못 들었어? 언제까지 성질부릴 거야?”뺨을 맞은 미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온화했던 엄마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그녀에게 손을 댄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 여자 때문에 자신을 때렸다. 하나같이 뭐에 홀렸는지 왜 저 여자를 믿는 걸까.민연주의 압박에
부장경은 성숙하고 안정된 분위기에 강한 아우라를 풍겼다.“도윤이가 데려온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을 믿으니 마음 놓고 하세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최악의 결말이라도 당신과 상관없습니다.”지아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소독하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갈게요.”지아가 도착하자 윤공훈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고 지아는 자신의 스승님을 힐끗 쳐다보았다.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윤공훈은 규칙을 어기고 지아를 수술실에 데려갔고 지아는 그때만 해도 늘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옆에서 공부하고 필기만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뛰어난 외과 의사로 되었고 선생님은 자신의 조수가 되었다.선생님,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게요.윤공훈이 전에 있었던 과정을 설명해 주자 지아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눈빛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걱정이 보였다. 의사로서 가장 두려운 게 눈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때 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번거롭지만 제가 살릴 수 있어요.”그 순간 윤공훈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마스크에 가려진 낯선 얼굴에서 지아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그럴 리가, 공부도 마치지 않은 그 아이가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단 말인가?낯선 상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윤공훈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정말요?”“네.”이걸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아는 윤공훈의 안목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밖에서 시간이 흘러가며 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특히 하용은 더욱 그랬다.평생 도윤과 싸워왔지만 이번만큼은 도윤과 같은 목적이었다. 만약 각하가 수술대에서 죽는다면 자신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모두들 기도하고 있을 때 미셸만이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정말 그 말을 믿어요? 20대인 여자가 대체 무슨 능력으로?”“무슨 능력으로? 날 치료해 준 사람인데 그렇다고 널 믿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더 대단한 의사 찾아올 수 있어?”
미셸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 부씨 가문이 무너지면 가문의 영광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그게 좋은 일인 줄 아나.미셸은 부장경의 주홍빛 눈을 마주한 순간 정말 공포를 느꼈다.오빠는 자신과 달리 어려서부터 군에 입대했고 자신이 어떤 명품을 살지 고민할 시간에 오빠는 이미 수없이 많은 공로를 세운 지 오래였다.부씨 가문의 덕을 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그는 고통과 굶주림을 겪으며 심연에서 빛으로 나아갔다.반면 미셸은 철없는 아가씨라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오빠, 아파...”민연주가 달려가 두 아이를 떼어놓았다.“그만해 장경아, 네 동생도 아빠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얘한테 화풀이해도 무슨 소용이야.”부장경은 차갑게 한 마디를 던졌다.“그렇게 싸고도니까 누구는 20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의사가 되는 동안 얘는 쓰레기나 됐죠.”지금 그녀가 누리는 지위도 도윤과 부씨 가문 덕분이었다.고고한 아가씨가 어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고생하겠나.남들은 목숨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명예와 지위를 미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었다.미셸은 굵직한 눈물을 뚝뚝 떨구며 위로를 받으려는 듯 도윤을 돌아보았다.옛정을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도윤은 장경이 대신 말해주자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위로는 무슨.그는 미셸의 눈을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예전 같았으면 하용이 몇 마디 위로라도 해주었을 텐데 자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 최대한 몸을 낮춰야 했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며 순식간에 사람들이 다가갔다.가장 먼저 나온 우서진은 마스크를 쓰고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됐어!” 그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반짝였다.“천재, 정말 천재야. 저렇게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어. 각하를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내다니, 의학계 천재가 따로 없어!”“선생님, 아버지는 어떻게 됐어요?”“총알은 제거했지만 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이쪽으로 오시죠.”도윤은 지아를 방으로 이끌었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며 문이 닫히는 순간 지아를 와락 끌어안았다.“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내 손으로 네 날개를 부러뜨리는 게 아니었는데.”당시 지아에게 공부를 그만두게 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결혼하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배우자가 최대한 몸을 감춰야 했고 또 다른 이유는 지아가 학교에서 하도 눈에 띄어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향하는 게 싫었던 소유욕 때문이었다.이제야 도윤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지아야, 네가 자랑스러워, 넌 내 자랑이야.” 도윤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지아는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 임종을 앞둔 그 시간 동안 지아가 국내외 의학 서적과 문헌, 수술 사례를 반복해서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걸 도윤은 알까.예전부터 선생님과 함께 수많은 수술을 지켜봤고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건의 수술을 직접 해봤으니 뛰어난 재능과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합쳐져 지금의 지아를 만든 것이다.지아는 도윤을 밀어냈다.“밤새워 고생해서 너무 피곤해. 내일 얘기해.”어젯밤 내내 도윤에게 시달리다가 두세 시간밖에 못 자고 전효의 수술을 진행하고 방을 치운 다음 또 몇 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해 지아는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지아가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자 도윤은 안타까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잘 자.”지아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저쪽에 얼굴을 비춰야 했기에 도윤은 지아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병실을 나섰다.의사들은 방금 시행한 수술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었다.“재능이 대단한 여자야. 특히 칼을 잡은 손놀림이 나이 든 교수들보다 더 안정적이라니, 이런 천재를 키운 스승이 누구인지 모르겠네.”“천재라고 하면 윤 교수도 한 명 키우지 않았나? 툭하면 자랑하곤 했었는데.”“윤 교수, 줄곧 인재에 목말라하던 자네가 웬일로 이렇게 덤덤해?”윤공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무슨 얘기 중이었어?”“천재라고. 저 아
순식간에 복도에는 세 사람만 남았고 부장경은 무릎에 손을 올려놓은 채 똑바로 앉아 있었다.복도 끝 창문을 통해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왔고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몇몇 사람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부장경은 차갑게 말했다.“이번 공격은 내부에서 누군가가 누설한 거야.”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부님도 다치지 않았을 겁니다.”부장경의 날카로운 시선이 두 사람의 얼굴을 훑었다.“우리 중에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면 그 사람은 끔찍하게 죽게 될 거야.”도윤과 하용에게 경고하는 것이 분명했다.도윤은 의심에 굴하지 않고 손을 겹친 채 당당하게 부장경의 시선을 마주했다.“절 의심하시는 겁니까?”부장경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너희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혐의를 갖고 있어. 하지만 난 진심으로 너희들 중 한 명이 아니길 바라.”도윤과 하용은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서로를 공격했고 하필 부남진이 이때 다쳤다.그의 행방은 일반 간부들은 전혀 알 수 없었고 부장경이 두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도윤은 당당하게 말했다.“제 목숨 하나 겨우 구했는데 제가 언제 이런 짓을 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각하는 제 스승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분을 다치게 합니까? 이번에 바네사가 남은 독을 치료하기 위해 저와 함께 A시로 오지 않았다면 전 그 사람을 데려올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하용이 어떻게 장연후를 찾았느냐가 문제죠.”하용이 약간 당황한 듯 서둘러 설명했다.“각하께서 제게 새 삶을 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그 은혜를 배신하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장연후는 한 달 전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그가 어디에 정착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각하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재빨리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의 손에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수술에 대해 책임지고 처벌받겠습니다.”부장경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한 사람은 당황하며 자책하고 다른 한 사람은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