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경은 성숙하고 안정된 분위기에 강한 아우라를 풍겼다.“도윤이가 데려온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신을 믿으니 마음 놓고 하세요.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최악의 결말이라도 당신과 상관없습니다.”지아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소독하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갈게요.”지아가 도착하자 윤공훈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고 지아는 자신의 스승님을 힐끗 쳐다보았다.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윤공훈은 규칙을 어기고 지아를 수술실에 데려갔고 지아는 그때만 해도 늘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옆에서 공부하고 필기만 했었다.하지만 지금은 뛰어난 외과 의사로 되었고 선생님은 자신의 조수가 되었다.선생님,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을게요.윤공훈이 전에 있었던 과정을 설명해 주자 지아의 눈동자가 싸늘해졌다.눈빛에서 느껴지는 무력감과 걱정이 보였다. 의사로서 가장 두려운 게 눈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그때 지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조금 번거롭지만 제가 살릴 수 있어요.”그 순간 윤공훈은 고개를 번쩍 들며 마스크에 가려진 낯선 얼굴에서 지아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그럴 리가, 공부도 마치지 않은 그 아이가 어떻게 여기 있을 수 있단 말인가?낯선 상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윤공훈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정말요?”“네.”이걸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지아는 윤공훈의 안목이 절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밖에서 시간이 흘러가며 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는데 특히 하용은 더욱 그랬다.평생 도윤과 싸워왔지만 이번만큼은 도윤과 같은 목적이었다. 만약 각하가 수술대에서 죽는다면 자신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된다.모두들 기도하고 있을 때 미셸만이 쉬지 않고 투덜거렸다.“정말 그 말을 믿어요? 20대인 여자가 대체 무슨 능력으로?”“무슨 능력으로? 날 치료해 준 사람인데 그렇다고 널 믿을까? 아니면 지금이라도 더 대단한 의사 찾아올 수 있어?”
미셸은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듯했다. 부씨 가문이 무너지면 가문의 영광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그게 좋은 일인 줄 아나.미셸은 부장경의 주홍빛 눈을 마주한 순간 정말 공포를 느꼈다.오빠는 자신과 달리 어려서부터 군에 입대했고 자신이 어떤 명품을 살지 고민할 시간에 오빠는 이미 수없이 많은 공로를 세운 지 오래였다.부씨 가문의 덕을 보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오늘의 자리에 올랐다.그는 고통과 굶주림을 겪으며 심연에서 빛으로 나아갔다.반면 미셸은 철없는 아가씨라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다.“오빠, 아파...”민연주가 달려가 두 아이를 떼어놓았다.“그만해 장경아, 네 동생도 아빠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 얘한테 화풀이해도 무슨 소용이야.”부장경은 차갑게 한 마디를 던졌다.“그렇게 싸고도니까 누구는 20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천재 의사가 되는 동안 얘는 쓰레기나 됐죠.”지금 그녀가 누리는 지위도 도윤과 부씨 가문 덕분이었다.고고한 아가씨가 어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고생하겠나.남들은 목숨을 걸어야 얻을 수 있는 명예와 지위를 미셸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었다.미셸은 굵직한 눈물을 뚝뚝 떨구며 위로를 받으려는 듯 도윤을 돌아보았다.옛정을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도윤은 장경이 대신 말해주자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위로는 무슨.그는 미셸의 눈을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예전 같았으면 하용이 몇 마디 위로라도 해주었을 텐데 자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 최대한 몸을 낮춰야 했기에 입을 열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수술실 문이 열리며 순식간에 사람들이 다가갔다.가장 먼저 나온 우서진은 마스크를 쓰고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됐어!” 그의 눈에는 감격의 눈물이 반짝였다.“천재, 정말 천재야. 저렇게 대단한 사람은 처음 봤어. 각하를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내다니, 의학계 천재가 따로 없어!”“선생님, 아버지는 어떻게 됐어요?”“총알은 제거했지만 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이쪽으로 오시죠.”도윤은 지아를 방으로 이끌었고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며 문이 닫히는 순간 지아를 와락 끌어안았다.“지아야, 내가 잘못했어. 내 손으로 네 날개를 부러뜨리는 게 아니었는데.”당시 지아에게 공부를 그만두게 시켰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결혼하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배우자가 최대한 몸을 감춰야 했고 또 다른 이유는 지아가 학교에서 하도 눈에 띄어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향하는 게 싫었던 소유욕 때문이었다.이제야 도윤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지아야, 네가 자랑스러워, 넌 내 자랑이야.” 도윤이 진심을 담아 말했다.지아는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성장했다. 임종을 앞둔 그 시간 동안 지아가 국내외 의학 서적과 문헌, 수술 사례를 반복해서 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걸 도윤은 알까.예전부터 선생님과 함께 수많은 수술을 지켜봤고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건의 수술을 직접 해봤으니 뛰어난 재능과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합쳐져 지금의 지아를 만든 것이다.지아는 도윤을 밀어냈다.“밤새워 고생해서 너무 피곤해. 내일 얘기해.”어젯밤 내내 도윤에게 시달리다가 두세 시간밖에 못 자고 전효의 수술을 진행하고 방을 치운 다음 또 몇 시간 동안 수술을 진행해 지아는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지아가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자 도윤은 안타까운 듯 머리를 쓰다듬었다.“잘 자.”지아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저쪽에 얼굴을 비춰야 했기에 도윤은 지아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병실을 나섰다.의사들은 방금 시행한 수술 과정을 되돌아보고 있었다.“재능이 대단한 여자야. 특히 칼을 잡은 손놀림이 나이 든 교수들보다 더 안정적이라니, 이런 천재를 키운 스승이 누구인지 모르겠네.”“천재라고 하면 윤 교수도 한 명 키우지 않았나? 툭하면 자랑하곤 했었는데.”“윤 교수, 줄곧 인재에 목말라하던 자네가 웬일로 이렇게 덤덤해?”윤공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무슨 얘기 중이었어?”“천재라고. 저 아
순식간에 복도에는 세 사람만 남았고 부장경은 무릎에 손을 올려놓은 채 똑바로 앉아 있었다.복도 끝 창문을 통해 찬바람이 세차게 들어왔고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몇몇 사람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부장경은 차갑게 말했다.“이번 공격은 내부에서 누군가가 누설한 거야.”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사부님도 다치지 않았을 겁니다.”부장경의 날카로운 시선이 두 사람의 얼굴을 훑었다.“우리 중에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알아내면 그 사람은 끔찍하게 죽게 될 거야.”도윤과 하용에게 경고하는 것이 분명했다.도윤은 의심에 굴하지 않고 손을 겹친 채 당당하게 부장경의 시선을 마주했다.“절 의심하시는 겁니까?”부장경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가 너희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혐의를 갖고 있어. 하지만 난 진심으로 너희들 중 한 명이 아니길 바라.”도윤과 하용은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서로를 공격했고 하필 부남진이 이때 다쳤다.그의 행방은 일반 간부들은 전혀 알 수 없었고 부장경이 두 사람을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도윤은 당당하게 말했다.“제 목숨 하나 겨우 구했는데 제가 언제 이런 짓을 할 시간이 있겠습니까? 각하는 제 스승입니다. 제가 어떻게 그분을 다치게 합니까? 이번에 바네사가 남은 독을 치료하기 위해 저와 함께 A시로 오지 않았다면 전 그 사람을 데려올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하용이 어떻게 장연후를 찾았느냐가 문제죠.”하용이 약간 당황한 듯 서둘러 설명했다.“각하께서 제게 새 삶을 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그 은혜를 배신하는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장연후는 한 달 전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나서 그가 어디에 정착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각하가 사고를 당하자마자 재빨리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의 손에 문제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수술에 대해 책임지고 처벌받겠습니다.”부장경의 시선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한 사람은 당황하며 자책하고 다른 한 사람은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병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아는 의료계의 거물급 교수들에게 보물처럼 둘러싸여 있었다.“아가씨, 어느 학교 출신이에요?”“스승님이 누구지?”“어젯밤에 한 수술은 정말 완벽했어요!”모두 앵무새처럼 시끄럽게 떠들었고 다들 눈이 기쁨과 설렘으로 빛났다.우서진은 뿌듯한 표정이었다.“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때 당신들 뭐라고 했어?”“자네, 지나간 얘기는 꺼내지 마. 역시 자네가 선견지명이 있어. 어젯밤엔 정말 깜짝 놀랐어. 각하께서 정말 수술대에서 돌아가셨으면 장 교수는 무사하지 못했을 거야.”“얘야, 너도 참 대단하다. 그 상황에서 조금도 당황하지 않다니.”모두가 지아를 칭찬하는데 윤공훈만 침묵하고 있었다. 그는 이런 건 다 뒤로하고 그녀가 지아인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그래서 지아가 말을 꺼낼 때까지 몇 번이고 망설였다.“제 스승님께선 수술대는 전쟁터와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생명을 살리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과 같으니 어느 쪽도 손을 떨면 안 된다고요.”그 말에 윤공훈이 지아를 바로 돌아보았고 마주친 두 눈이 암묵적인 무언가를 주고받았다.이 말은 지아가 처음 집도하기 전에 윤공훈이 해준 말인데 지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런 식으로 알려준 것이다.“아직도 기억해?” 윤공훈은 지아를 바라보았고 지아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길잡이가 되어주셨던 스승님의 말씀은 하루도 잊을 수 없어요. 너무 감사하고, 그때 제가 실망스러운 선택을 했을 때 많이 슬퍼하셨을 거예요.”“지금 이렇게 성공한 모습을 보면 분명 자랑스러워하실 거야.”윤공훈의 눈에는 격한 감정이 가득했다.자신이 눈여겨보던 아이가 잘못된 길로 들어섰지만 다행히 다시 돌아왔다.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칭찬하기 바빴다.“너 같은 제자가 있으니 은사님도 무척 기뻐하실 텐데 어떤 대단한 분인지 우리도 좀 알 수 있을까?”지아는 가볍게 웃으며 더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자, 다들 더 이상 시간 낭
지아가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오자 부남진은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어젯밤 일 다 알고 있어. 젊은 사람이 그렇게 결단력이 있다니 정말 보기 드문 재능이야. 내가 금방 나을 것 같지는 않은데 우 교수 말로는 한의학에도 능한 만능 의사라고 하던데 남아서 날 돌봐주는 주치의가 되어줄 수 있겠나?”우서진의 말처럼 훌륭한 인재는 나라에 충성해야 하나.다른 사람이라면 기뻐 죽을지 몰라도 지아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지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미셸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빠,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여자한테 어떻게 아빠를 돌보라고 해요?”부남진은 다정하게 말했다.“미셸, 정말 위험한 사람이라면 어젯밤 그렇게 고생하면서 날 살렸겠니? 우 교수와 상의했어. 바네사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모두 정통했니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죄송하지만 각하, 저는 그럴 능력이 없는 것 같으니 다른 사람을 뽑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민연주는 황급히 지아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신이 그런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누가 한다는 거예요. 당신의 능력은 우리가 모두 봤어요. 원하는 게 있다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얼마든지 들어줄게요.”“나는 한낱 시골 의사라 이런 거창한 건 어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유롭고 편한 생활에 익숙해 매일 고정된 시간에 출퇴근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 머물면서 각하가 완전히 위험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떠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진짜 주제도 모르고, 당신이 뭔데? 어디서 감히 거절해?”미셸은 원래도 불만을 가득 품고 있었는데 지아가 감히 거절할 배짱이 있을 줄은 몰랐다. 제까짓 게 뭐라고.이런 은혜를 베풀면 고맙게 받을 것이지.“부설아!” 부장경이 차갑게 꾸짖었다.미셸은 화난 오빠의 모습을 보고 어젯밤의 모습을 떠올리며 겁이 나서 다시는 말을 잇지 못했다.지아는 부남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검진받으셨다고 들었는데 전 가족분들 방해하지 않고 검사 결과 확인하러 가보겠습니다.”그렇게 지아
지아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생각해 볼게요.”손을 쓴 사람이 전효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지만 전효는 부남진을 죽이지 않고 살리라고 했다.예전에 전효는 자신에게 적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적이 부씨 가문 사람인 걸까?만약 그렇다면 지아는 전효의 편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이 모든 걸 직접 알아내야 했다.지아가 한발 물러나자 부장경의 눈매가 조금 부드러워졌다.“어쨌든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목숨 외에 당신이 원하는 것은 다 줄 수 있습니다.”대단하다, 목숨만 빼고라니.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다.지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저는 부족한 게 없으니 그 말은 일단 보류했다가 나중에 생각나면 부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요.”부장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말은 언제나 유효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장경은 지아에게 명함을 건넸다.“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그리고 제 동생은 버릇없게 자라서 그런 거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세요.”지아는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쳐다보았고 부장경은 조금 의아했다.“왜 그러세요?”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아가씨가 참 부러워서요.”자신에게도 오빠가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을까?“부 선생님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럼 전 먼저 가서 검사 결과 살펴볼게요, 이만.”지아는 뒤돌아 떠났다. 자신의 가족은 어디에 있을까, 자신에게도 남매나 자매가 있을까?이번 일은 이렇게 끝났고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장연후가 수술대에서 실수한 일에 대해 입을 다물었지만 그는 아마 평생 수술대에 서지 못할 것이다.하용은 자신까지 연루될까 봐 불안했고 도윤 역시 이번 일로 부씨 가문 사람들의 신임을 얻었다.하지만 아직 잊지 않은 일이 있어 지아가 병원에 있을 때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진환이 부하들을 이끌고 마당에 침입했고 주원은 무방비 상태였으며 전효는 중상을 입고 일어나지도 못했다.주원이 총을 뽑기 전에 도윤이 말했
도윤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미안하지만 그건 안 돼. 내 목숨은 내 것이 아니야. 전효, 네가 날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알지만 이미 일어난 일이고 전림은 다시 살아날 수 없어.”“그러게 착한 척은 왜 해. 죽이고 싶으면 그냥 죽여, 빙빙 돌리지 말고. 어차피 난 도망 못 가니까.”도윤은 고개를 저었다.“넌 전림 동생이니까 해치지 않을 거야.”전효는 콧방귀를 뀌었다. “위선자.”“전효, 우린 원래 사촌으로 한 가족이야.”“난 형밖에 없어.” 전효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감고 시선을 거두었다.도윤은 이런 그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넌 여기 있으면 위험해, 나랑 같이 가.”“날 건드리지 마!”“네가 각하를 건드렸는데 부씨 가문에서 너를 용납할 수 있을 것 같아? 부씨 가문이 아니라 하씨 가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도윤의 말에 전효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너 아는 게 뭐야?”“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어. 네가 하용의 명령을 따라 각하를 공격해 기회를 줬지. 지금 부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이 일을 조사하고 있는데 하용이 널 가만둘 것 같아? 부씨 가문 사람들보다 먼저 널 죽일 거야.”도윤은 여전히 침묵하는 전효를 보며 덧붙였다.“하용과 손을 잡고 날 죽이려고?”“그게 뭐, 적의 적은 아군이야.”“그러면 왜 애들이랑 지아는 건드리지 않았어?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고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데.”“누군 안 그러고 싶은 줄 알아?” 전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목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지아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접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세상에 이유 없이 잘해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전효는 머릿속으로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심지어 지아는 자신을 진심으로 가족처럼 대하고 있었다.가족 서열에 따르면 오히려 자신이 지아를 형수님이라고 불러야 했다.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전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