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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지아는 이 일이 알려지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거란 생각만 들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도윤의 귀에 속삭였다.

“부탁할게.”

도윤은 역시나 잠시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우석과 수아의 발걸음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지아와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옥수수 줄기 더미뿐이었다.

다행인 건 옥수숫대 더미가 두 사람을 쉽게 가릴 수 있을 만큼 높이 쌓여 있었다.

지아의 심장은 목구멍에서 터져 나올 것만 같을 정도로 세게 뛰고 있었다.

반대로 도윤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들켜도 어차피 자신의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이니 죄가 되지 않았다.

저녁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바스락거리자 우석은 나뭇잎을 가리키며 말했다.

“봐, 내가 괜찮다고 했잖아. 괜한 의심이야.”

수아도 이때 정신을 차리고 천으로 된 신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몰라?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그런 거잖아.”

“뭐가 무서워? 널 데리고 떠나겠다고 했잖아. 할머님 찾으러 가자, 분명 우릴 도와줄 거야. 수아야, 난 네가 정말 좋아, 우리 함께 도망가자.”

두 사람은 밖에서 도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지아는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도윤의 이마에도 구슬땀이 맺힌 것을 보니 지아만 괴로운 게 아닌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반나절 동안 탈출 방법을 논의하다가 날이 어두워지자 그제야 허둥지둥 떠났다.

정말 불이 붙은 사람은 도윤이었고, 그는 몸을 기울여 지아의 귀에 속삭였다.

“지금은 아무도 우릴 방해하지 않으니까 소리 내도 돼.”

...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지아는 그날 밤 달빛이 밝았고 하늘에는 별이 가득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따뜻한 바람이 그녀의 몸을 뜨겁게 달구었고, 그녀의 마음은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며 모든 이성과 생각을 잊게 했다.

낮은 수준의 욕망은 조금만 방탕해도 얻을 수 있지만, 높은 수준의 욕망은 절제가 있어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도윤은 자신의 욕망이 낮은 수준인지 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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